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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의 새로운 대작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를 보다가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 드라마의 경쟁작은 이미연이 타이틀 롤을 맡은 '거상 김만덕'. 아마도 이 드라마의 가상적은 바로 '거상 김만덕'과 그 드라마를 보는 시청층으로 가정되어 있을텐데, 막상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이하 신불사)'를 보고 나니 일단 내부의 적을 정리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봉성 원작 만화의 스토리는 그리 탄탄하다든가, 치밀하다고 부를 요소는 없습니다. 어찌 보면 딱 황당무계하다고 할 수준이죠. 그런 만큼 영상으로 그대로 옮기기에 쉽지 않은 부분이 꽤 있을 듯한 작품입니다. 특히 미술 부문,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세트 디자인에서 상당히 큰 노력이 필요한 드라마인데, 첫회를 보고 나니 이 부분이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나마 이 드라마 첫회 경쟁작을 시청률에서 앞설 수 있었던 것은 한고은의 절대적인 공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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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에서는 주인공인 강타(송일국)의 본부로 보이는 공간이 꽤 중요하게 등장했습니다. '보스'인 강타와 007 시리즈의 Q에 해당하는 박사님,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해커 스타일의 남자 직원, 그리고 '보스'의 추종자인 비비안(한고은) 등이 이용하는 공간이었죠.

이 공간의 세트는 최악입니다. 전혀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의 본거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푸르스름한 조명과 조잡하게 은빛으로 칠해진 기둥, 싸구려 대리석 느낌의 벽 마감재는 약 20년 전쯤 서울 강남 지역에 생겨나던 호프집의 내장 수준이었습니다.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기 위한' 드라이 아이스는 왜 안 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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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생긴 조명기구와 벽에 붙어서 불빛이 번쩍이는 기계는 만약 미국 드라마에 나왔다면 '스타 트렉'같은 60년대 SF 드라마에 대한 오마쥬라는 평을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2010년 한국 드라마에 등장하는 이유는 전혀 짐작할 수 없겠습니다. 아무튼 '대단히 고가의 기밀 장비가 설치되어 있는 방'이라는 느낌을 주려는 의도는 알겠으나 그 표현의 수준은 1980년대 초 이후로 본 기억이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무척 유쾌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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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악당이 여기자 한채영을 데리고 아랍 왕자의 배에 도착한 장면입니다. 뭐 기자를 데리고 이 배에 오르는 이유도 엉성하지만 대강 넘어가겠습니다. 중요한 건 배의 크기입니다. 잘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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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머리에 서 있는 송일국과 다음 사진을 보시면 대략 배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심지어 이 배는 2층이 있을만한 크기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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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 안으로 들어가면 어마어마한 크기의 회의실이 나옵니다. 이건 들어갈땐 초가집인데 들어가 보니 농구 코트가 나오는 수준이란 생각이 듭니다.

세계적인 갑부로 설정된 아랍 왕자의 요트 치곤 일단 요트가 너무 작은데다 방의 꾸밈새 역시 지나치게 검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아랍 왕자라곤 단 한명도 만나본 적 없는 제가 그냥 통념으로 이런 얘길 하면 안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많은 아랍 왕자 중에도 근검 절약을 모토로 하는 분이 한두명은 있을 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왜 하필 그런 분이 이 드라마에 나오는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이 배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요술 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배가 신기한 배라는 증거는 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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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배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이 장면을 찍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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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의 그 회의실만으로도 벅찰 것 같던 그 배 안에 이런 대형 침실도 있습니다(다목적 객실이라 순식간에 책상과 의자를 바다에 던져 버리고 침대를 펴서 만든 방인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방금 위에서 보듯 바다 속에서 뽀뽀를 하고 나온 두 사람인데 머리며 옷가지, 어디에도 물기 하나 없더군요. 그 침대 위에 아이라인도 지워지지 않은 한채영이 누웠습니다.

아랍 왕자의 요술 배에는 초대형 드럼 세탁기를 능가하는 탈수장치가 있는게 분명합니다. 일단 구해낸 사람을 침대에 눕히기 전에 깔끔하게 탈수를 시켜 주는 센스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네. 검소하신 아랍 왕자님도 필요한 장비 구입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듯 합니다.)

물론 하와이 로케이션을 비롯해 돈 쓸 데가 꽤 많다 보니 사소한 부분(?)에는 제작비가 미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야외에서 보여지는 장면의 '가격'과 실내에서 촬영한 장면의 '가격' 차이가 너무 심하다는 것은 좀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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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회 그래도 경쟁작을 뿌리치고 시청률 선두를 달린 것은 아무래도 한고은의 공로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한고은은 허경환풍으로 "내가 오늘 신불사 살렸다"고 말할 자격이 있습니다. 솔직히 하와이의 아름다운 해변보다는 한고은-한채영-유인영으로 이어지는 곡선에 끌려서 이 드라마를 보신 분들이 더 많을 겁니다. 이 중에서도 캐릭터로 보나 연기 적응력으로 보나, 결국은 한고은이 이 드라마를 이끌어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첫회는 '세트 디자인이 받쳐주지 못해서' 라고 핑계를 댈 구석이 조금은 있는 듯 합니다. 과연 2회 이후에도 그런 핑계가 유효할지는 더 지켜 봐야 알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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