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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6 21, 카드카운팅은 천재만 되나?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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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제목인 21은 두 가지 숫자를 의미합니다. 하나는 블랙잭을 상징하는 카드의 합계, 또 하나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나이입니다.

영화 '21'이 흥미로운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딱 한줄로 요약할 수 있는 플롯에 있습니다. 'MIT에 다니는 수학 천재들이 라스베가스 카지노의 블랙잭에 도전, 수백만달러를 딴 이야기'라는 부분이죠.

특히 'MIT 수학천재들의 라스베가스 무너뜨리기(Bring down the house)'라는 논픽션 원작의 존재는 더욱 흥미를 끕니다. 물론 영화 속 인물들은 실제 존재하는 MIT 블랙잭 팀 소속 멤버들을 살짝 변형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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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졸업반의 가난한 수재 벤(짐 스터지스)은 하버드 메디컬 스쿨에 합격하고도 총 30만달러에 달하는 학비 때문에 장학금을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합니다. 그런 그에게 우연히 미키 로사 교수(케빈 스페이시)가 놀라운 제안을 해 옵니다.

뛰어난 머리를 이용한 카드 카운팅으로 라스베가스에서 돈을 긁는 팀이 존재하고, 그 팀에 결원이 생겼으니 들어오라는 거죠. 심지어 짝사랑하던 여학생 질(케이트 보스워스)이 그 팀의 멤버이기도 합니다. 며칠을 고민하던 벤은 결국 "딱 학비만 따자"는 생각으로 팀에 합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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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결과는 너무도 성공적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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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할리우드 영화는 도박으로 딴 돈에 그리 관대하지 않습니다.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장학금이 장애인에게 유리하듯, 도박으로 딴 돈을 가져갈 수 있는 주인공은 '레인맨'의 더스틴 호프만 형제 정도면 충분하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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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화는 할리우드의 오랜 전통 중 하나인 이른바 '수재 영화'와 TV 시리즈 '라스베가스' 사이에서 어정쩡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일단 수재 영화 쪽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수재들의 세계를 그리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일단 몬티 홀 문제. 처음 강의실에서 미키 교수는 벤에게 3개의 문을 가진 퀴즈 진행자 문제를 내고 그의 재능을 알아본다는 설정입니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연자가 A, B, C라는 세 문 중 하나를 선택해 자동차가 나오면 그 자동차를 선물로 주는 퀴즈 쇼가 있다. 3개의 문중 하나에는 자동차가 있지만 나머지 두 문 뒤에는 염소가 있다. 출연자가 문 A를 열자 진행자는 선택되지 않은 문 두 개(B, C) 중 하나를 열어 염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혹시 본래의 선택을 바꾸겠느냐"고 물어본다. 이때 출연자에게는 선택을 바꾸는 것이 유리할까, 본래의 선택을 그냥 유지하는게 유리할까?'


자,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는 이렇습니다. '남은 문은 2개. 그럼 뭘 고르나 아무 상관이 없잖아.' 하지만 확률과 통계란 상식과 가끔 차이를 보여줍니다. 통계학적으로 출연자가 선택을 바꾸는 것이 본래의 선택을 유지하는 것에 비해 2배 더 높은 당첨 확률을 갖고 있습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실 지 모르지만, 그냥 이렇게 이해하는게 좋습니다. 당초 3개의 문이 있을 때 출연자는 1/3의 확률로 선택을 합니다. 즉 그가 고른 문 뒤에 차가 있을 확률이 1/3, 고르지 않은 두 문중 하나에 차가 있을 확률이 2/3입니다. 그런데 사회자는 나머지 두 문 중 하나를 열어주면서 2/3의 확률이 있는 쪽으로 옮겨 탈 수 있는 기회를 준 겁니다. 따라서 당연히 가야 하죠.

물론 무슨 소리냐고 발끈하실 분이 있을 거니다. 지금까지 저의 경험으로는, 그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도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듣고, 못 알아듣는 분은 못 알아듣더군요. 다만 계산은 정확하고, 실제로 충분히 큰 횟수의 테스트를 해 봐도 같은 스코어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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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해 두고 싶은 이야기는 이 몬티 홀 문제(이 문제의 이름입니다)를 MIT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4학년 학생이 모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겁니다.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수학 전공 학부생들도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문제기 때문이죠. 또 웬만큼 퍼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한두번은 들어봤을 문젭니다.

이 문제로 미키 교수가 벤의 능력을 알아본다는 건, 대학 영문과 4학년 전공 시간에 교수가 학생들에게 햄릿의 결말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고 그걸 맞춘 학생을 "정말 대단한 녀석인걸!"이라고 감탄하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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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카드 카운팅이란 가능할까요? 물론 레인맨이 아니라도 가능합니다. 블랙잭을 아는 분들이라면 당여한 얘기지만, 블랙적에서 정말 중요한 건 내가 받을 다음 한 장의 카드가 그림(10 또는 왕족)일까, 또는 로 넘버(특히 2, 3, 4, 5, 6)일까 하는 것이죠.

가장 고전적인 카운팅은 그림 카드에게 +1, 로 넘버에는 -1의 값을 주고 덧셈 뺄셈을 하는 겁니다. 나머지 카드는 당연히 0이죠. 카드 한 벌은 13곱히기 4로 52매. 카드가 모두 오픈되면 숫자는 0이 됩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카드 32매가 사용됐고 카운트가 +10이라면, 나머지 20장의 카드에서 -10이 나와야 합니다. 0값의 카드가 골고루 사용됐다면 이제부터 남은 카드 중에는 절대적으로 로 넘버가 많다는 뜻이 되죠.

물론 이건 카드를 단 한벌 사용할 때의 얘깁니다. 당연히 카지노 측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최소 4벌, 혹은 6벌(six deck)의 카드를 사용하죠. 그것도 커트를 해서 일정 부분만 사용합니다. 모두 카운팅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정교한 카드 카운팅 기법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전설의 MIT 팀 멤버 중 몇 사람은 아예 blackjakinstitute.com이란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카드 카운팅을 가르치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단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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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영화 '21'은 수재의 세계도, 블랙잭의 세계도, 더구나 카드 카운팅의 세계도 어느 하나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 평작입니다.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초보적인 설교 또한 유치할 뿐입니다.

그저 관심이 가는 건 한때 올란도 블룸의 애인으로 유명했던(그래서 그가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케이트 보스워스가 예쁘게 나온다는 정도일까요?

거기에 관심 없는 분들이라면 이 영화를 보기보다는 원작을 읽거나, 블랙잭에 대한 책을 사서 보시거나, 아니면 드라마 '라스베가스' 시리즈를 구해 보시거나 하기를 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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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1. 한국계 배우 아론 유가 등장인물 중 '초이'라는 한국인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하버드 메디컬 학장도 한국인 유학생을 거론하죠. 아이비리그에 한국 학생들이 많긴 많은가봅니다.

게다가 세계적인 프로 갬블러 중에는 또 동양인이 많죠. 사람들에 따르면 영화의 주인공 벤 캠블의 캐릭터는 한때 MIT 팀의 리더였던 제프 마(당연히 중국계겠죠)에서 따온 거라고 합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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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카드 카운팅은 미국 어디에서도 합법입니다. 다만 카지노 업주들은 자신들의 영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정도로 베팅이 큰 카드 카운터들은 적발해서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는 것도 사실이랍니다.

이건 무슨 규정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어떤 개인사업자도 사업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손님을 내쫓을 수 있다는 원칙에 준한 것이라고 하는군요. (10년 목욕 안 한 사람은 공중목욕탕에서 안 받는게 당연하다는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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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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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름날 2008.06.26 12: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이게 송원섭기자님 블로그가 맞았군요 ㅋㅋ

    처음 봣을떄 송원섭기자님 글을 스크랩해 가는 블로그인줄 알았는데 =-=ㅋㅋ

    이사 축하드려요^^

  2. 개살구 2008.06.26 13: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2호점을 내셨군요!, 저희처럼.
    축하드립니다. ㅋ
    & 오호, 3호 댓글입니다.

  3. 한없이투명에가까운블루 2008.06.26 13: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사 하셨군요. 이곳에서도 재미있는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이 블로그는 글 란의 폭이 좀 좁군요. 약간 답답한 느낌입니다.

  4. seba 2008.06.26 14: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사하신걸 축하드립니다.
    새주소로 즐겨찾기 저장완료입니당. ㅎㅎ

    근데 정말 폭이 조금 좁긴하네요. 조인스 블로그에 비해
    조금은 답답하달까요. 사진도 크기에 제한이 있을것도 같구요. 뭐..곧 적응되겠죠. ㅎㅎ

    • 스핑크스 2008.06.26 16: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 jvm 2008.06.28 04: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TextCube기반 블로그라면 기존 거에 비해 관리자가 지정할 수 있는 부분이 비약적으로 늘어났을텐데요.
      저처럼 게으른 사람들을 위해 스크롤 할 양을 좀 줄여주세요.

  5. 송원섭팬 2008.06.26 15: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블랙잭의 규칙을 몰라서 더 헷갈리고,
    그러다보니 몰입도가 좀 떨어져서
    상대적으로 재미없는 영화로 기억될 영화였습니다. ^^;;;

    이사 축하드립니다...ㅋ

  6. 부산갈매기 2008.06.26 15: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잉~ 소문도 없이 갑자기 이사를...
    아~ 지난번 이사중(?)이라고 하신게 ㅋ
    글쿤요
    새주소로 즐겨찾기 저장했슴다. ^^
    이사하셨는데 에궁 빈손으로 와서 어쩌남 ^^;;
    뭘 좀 준비할까요 ^*^

  7. NeXTSTEP 2008.06.26 16: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기자님, 이사 축하드리고요 (빈손입니다.^^;;;) 앞으로 부자 되십시요.

    이사한다는 말에 순간, 깜짝 놀랐다(?)는 1인

    • 스핑크스 2008.06.26 16: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니 뭐 놀라실 것 까지야... 새 집으로 오시면 될걸.

  8. 순진찌니 2008.06.26 17: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형님아.. 이사 축하해요..
    여기도 정붙이죠..머..
    그리고 저 영화도 안볼래요..
    천재 영화는 누가 머래도 굿윌헌팅이라고 굳게 믿고있는 1人

  9. 보금당 2008.06.26 18: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사 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그 간 뜸했네요 . 자주 오겠습니다. 반가워요

  10. 하이진 2008.06.26 21: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새 집으로 처음 와봤습니다. 지난번에 이사하신다는 글을 봤는데, 집이 이사가시는 줄 알았어요. 아무튼 이사 축하드려요. 저는 이 영화 볼 생각이에요. 남자 주인공에 반했거든요. 너무 잘 생겼잖아요.^^

    • 스핑크스 2008.06.27 08: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흠... 잘생겼다... 고 생각 안 했는데 다시 보게 되는군요.

  11. 음.. 2008.06.27 13: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몬티홀은 수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칸셉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계를 잘 아는 사람도 혼동하는 이유는 문제가 환경을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아서입니다.

    위의 염소의 선택 문제는 남은 B C의 문 중에 호스트가 두개의 문을 확인하고" 염소가 있는 쪽"의 문을 "선택"해서 열어주는거라고 이야기해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무작위"로 문을 연다면 자동차가 나올 수도 있고 그 경우 자동차가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겠죠. 숨어있는 3분의 1의 확률 (선택을 유지하면 불리해지는 것)은 이것에서 기인합니다. 몬티홀은 바로 이런 경우가 없는걸 가정하고 그래서 선택을 바꾸는게 유리해지는겁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자면 호스트가 남은 2개의 문 중에서 "자동차가 있다면 그걸 피해서" 염소가 있는 쪽으로 문을 열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호스트의 피해감을 가정하고 그 피한 쪽으로 가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원래 없던 정보가 생겼으니 그 정보(=호스트가 뭔가를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를 무시하면 당연히 손해가 되는거죠.

    애초에 호스트가 그런 과정없이 "무작위"로 문을 열고 그리고 염소가 나온 경우라면 (=호스트가 피해가는게 아니라 호스트가 선택한 문에서 자동차도 나올 수 있는 경우) 라면 무작위로 선택한 문에서 염소가 나온다 해도 원래의 선택을 바꾸든 바꾸지 않든 자동차의 당첨 확률은 변하지 않습니다.

    • 스핑크스 2008.06.28 10: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리고 사람들의 이해를 막는 또 다른 요소가 있죠. '호스트가 일부러 악의를 갖고 당초의 선택을 바꾸려고 시도할 경우'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학적 판단에서는 이런 요인을 개입시킬 수 없지만, 이 문제를 처음 접한 사람은 이런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거겠죠.

  12. 엘니뇨 2008.06.27 23: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사 축하드립니다!! 확장이전이지요? ^^ 시험 끝나고 이제야 여유가 생겨서 죽 둘러보고 있네요~~ 그런데 스핑크스로 이름이 바뀌신 건가요??? 왠지 마구 어려운 문제를 뿌리실 것 같아 약간 두려움이 생기는 이름입니다...^^

    역시 스핑크스 답게 선물도 주는 문제를 내셨던데,,,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서 포기했어요. ㅠㅠ 한때 픽사를 PIC社로 알았었던 저니까 말 다했지요. ^^ "라따뚜이에서 레미가 먹었던 치즈 종류는?" 뭐 이런 문제는 자신있는데... 죄송합니다;;

    새로운 집에서 더욱더 번창하시길 바랍니다~~^^

  13. 올인이낫다 2008.07.02 17: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이 영화 봤는데... 올인의 실제 주인공 프로 도박사 차민수씨에 비하자면 MIT 범생이 잠깐 겪은 아마추어 도박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네요. 차민수씨 책의 내용중에 "천재들의 나의 밥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벼랑에 서지 않으려 한다 그것 때문에 장벽에 갇히고 만다라"라는 글이 생각 나는군요.

  14. 이해하기쉬움 2008.10.29 22: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해못하는 사람도 이해시키려면
    다른 예를 들어주면 됩니다.
    3개의문대신 100개의 문 또는 1000개의문으로 시작
    하면 더쉽겟죠

  15. skywalker 2008.11.10 17: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옛날 집에서 왜 주인이 안 오시나 궁금해했더니 이런. 왜 이사하신다는 소문을 못들었을까요. 하이타이라도 사서 와야 되는데..

  16. 허허 2009.06.12 03: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먼가 기자님은.... 흠.. 뭐랄까.. 흠...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중 쉬운축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꺼라는 생각일 가진 분류의 사람일꺼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개념글들도 몇개 보이지만... 무개념글들도 보이네요...

    약간 실망하고 갑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