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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부를 위해서도 일하지 않는 비밀 정보 기관 [킹스맨]의 멤버 갤러해드(본명은 해리, 콜린 퍼스)는 임무 수행중 죽은 동료의 아들에게 메달을 줍니다. 세월이 흘러 17년 뒤, 그 소년 엑시(타론 에저튼)는 곡절 끝에 킹스맨의 멤버가 되기 위한 테스트에 응합니다. 그 사이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는 세계적인 IT기업가 발렌타인(새뮤얼 잭슨)은 지구에 붙어 사는 바이러스적 존재인 인간이 지구를 망가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음모를 꾸밉니다. 그리고 그 음모는 엄청나게 위험한 계획이란 사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물론 [킹스맨]을 즐기기 위해 사전에 많은 것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이야기 구조는 어떤 다른 영화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선명하고 단순합니다. 사실 기본 설정부터 말이 안 됩니다. '유명 양복점들과 연관된 재력가들이 뭉쳐 전 세계 어떤 정부, 어떤 권력과도 관련이 없는 정의 수호를 위한 국제 정보기관을 만들었다'라뇨. 이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랍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괴팍한 설정과 막나가는 진행은 관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킹스맨'의 첫번째 포인트는 당연히 '스파이는 영국산'이라는 교훈의 부활입니다. 물론 너무 늦게 태어난 까닭에 이미 스파이 세계가 이선 헌트와 제이슨 본이 지배하던 세계였던 분들, 그리고 007 시리즈가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극약 처방으로 본래의 색채를 잃은 시대에 영화를 보기 시작한 분들에겐 참 죄송하기 짝이 없는 얘기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과거 션 코너리와 로저 무어가 제임스 본드로 활약하던 시대를 얘기하는 것은 참 무의미한 경우가 많고, 그보다 더 마이너한 TV 시리즈들인 '어벤저(The Avengers)'나 '전격대작전(The Persuaders)', '세인트(The Saint)' 등을 얘기하면 이 뭔 선사시대 이야기인가 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9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는 이런 '수트를 폼나게 갖춰 입은 영국제 스파이'의 문화를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에게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정서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킹스맨'이 가장 반가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전격 제로작전'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방송된 'New Avengers'의 패트릭 맥니. 존 스티드라는 빛나는 '영국 스파이' 캐릭터로 20여년에 걸쳐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그리고 007 이전, 카리스마 넘치는 '세인트'로 인기 스타의 자리를 굳힌 로저 무어.)

 

그 전통의 종가라고 할 수 있는 제임스 본드는 불행히도 그 맥을 스스로 잘라 버렸습니다. 바로 2006년작 '카지노 로얄'에서 시작된 다니엘 크레이그의 새로운 007 시리즈가 시작되면서 그 본질적인 정취가 사라져 버렸죠. 일부 본드 마니아 중에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거칠고 냉혹한 이미지가 원작자 이언 플레밍이 창조한 초기 본드의 모습과 어울린다며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런 주장을 펴는 분들은 플레밍이 왜 '근육질의 액션 스타형 젊은이' 션 코너리를 캐스팅 한 데 실망감을 표하고 "내가 원했던 본드는 데이빗 니븐"이라고 말했는지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플레밍은 이미 이 시절에 '영국산 스파이'의 본질이 어떤 난관에 부딪혀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낙관적인 태도로 극복해 나가는, 여유 있는 신사의 이미지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의 예상과는 달리 션 코너리는 역사에 남을 영국산 스파이의 전형을 멋지게 연기해 냈고, 그 연기를 본 플레밍이 "내가 그를 과소평가했다"며 만족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007 시리즈 제작진은 피어스 브로스넌 체제의 제임스 본드 영화들이 전성기만큼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판단하에 시리즈의 색채를 짝퉁 제이슨 본 시리즈로 만들어 놓은 뒤 흥행 면에서는 대박을 터뜨렸지만, '정통 영국산 스파이'의 정취는 영영 사라지는 듯 했습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영국 귀족의 후예로 태어날 때에는 드 비어 드루먼드 라는 거창한 이름이었던 매튜 본이 칼을 뽑고 나선 것입니다. ('드 비어'라는 이름은 '킹스맨'에도 등장하죠. 갤러해드가 발렌타인에게 접근했을 때 쓰는 가명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킹스맨'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다니엘 크레이그 체제의 007을 비롯해 일단 뛰고 달리고 아크로바트 액션을 펼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처럼 되어 버린 21세기 초반의 스파이 영화 시장입니다. 과연 관객이 원하는 것이 그렇게 천편일률적인 스파이 영화 뿐만이겠느냐는 냉소가 담겨 있죠. 물론 '오스틴 파워'나 '자니 잉글리시'도 방향만 보자면 비슷한 노선을 택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들 영화들이 갖추지 못한 미덕을 '킹스맨'은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습니다. 이른바 '수트 포르노'라고 불리는 진정한 '수트 입은, 섹시한 영국 스파이' 를 보여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발몽'의 꽃미남 시절 콜린 퍼스. 누군가 '킹스맨'을 보고 "왜 콜린 퍼스는 제임스 본드 후보에 오르지 않은 거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뭐 오르지 않았을 리야 없지만 사실 경쟁이 너무 치열했던 거죠.)

 

사실 콜린 퍼스는 경력만 놓고 보면 '대영제국 스파이'의 이력이 없는 배우지만, 어쨌든 전 세계 여성 팬들을 녹일 수 있는 댄디한 매력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매우 훌륭한 선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매튜 본의 의도는 타론 애저튼을 앞세워 '귀족인 척 하는 자들의 희화화'였는지도 모르지만, '킹스맨'을 본 전 세계의 대다수 여성 관객들에게 이 영화에서 애저튼은 퍼스의 비중에 비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미미한 존재라는 점에서, 별 의미 없는 얘기로 전락하고 맙니다. (영화를 본 거의 모든 분, 특히 여성 관객들은 콜린 퍼스 외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듯...^^)

 

아울러 1960년대, 또 다른 히트 스파이 시리즈인 '해리 팔머' 시리즈를 주도한 마이클 케인이 아서 역으로 등장하는 것은 이 영화에 '영국산 스파이'와 '안경 쓴 쉬크한 스파이'의 정통성을 부여합니다. 물론 킹스맨 2층의 회의실이 원형 테이블이 아니라는 건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지만요.

 

 

(해리 팔머 시리즈 시절의 풋풋한 마이클 케인.)

 

 

 

 

이런 맥락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 과연 어떤 식으로든 사회 비판이나 계도성 메시지가 담겨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이 영화의 존재 의미를 좀 왜곡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매튜 본의 영화 이력은 사실상 가이 리치의 히트작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의 프로듀서 역할에서 시작합니다.

 

그 뒤로 직접 감독으로 나서 만든 영화들 - 가이 리치 의 영화라고 해도 아무도 신기해 하지 않을 '레이어 케이크'에서 이번 '킹스맨'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일관된 메시지는 'B급이면 어때'와 '주인공만 주인공이란 법 있어' 입니다. 보는 이에 따라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유지만, 과연 그의 영화에서 몇몇 평론가들이 읽어 내는 '의미'를 찾는다는 것은 서태지의 '소격동'에서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을 읽어내려는 것 만큼이나 억지로 느껴집니다. 뭐 이 영화에 귀족과 기득권층에 대한 비웃음이 담겨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걸로 '킹스맨'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타란티노의 '장고'는 인종차별국가 미국을 전복해야 한다는 프로파간다라고 보아야 할 정도겠죠.

 

사실 '킹스맨'은 매우 비교육적인 영화이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 매겨진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에 담긴 생명 경시나 성차별, 인종 차별, 그리고 '정치적 공정성'이란 말 자체를 비웃는 듯한 표현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저속함을 이유로 무시하기엔 이 막나가는 코미디 영화가 갖고 있는 재미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는 데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코미디는 그냥 코미디로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돈나를 사이에 두고 왼쪽이 가이 리치, 오른쪽이 매튜 본)

 

P.S. 한때 매튜 본은 '가이 리치의 재능을 흠모해 따라다니는 돈 많은 친구' 정도의 대접을 받았지만, '킹스맨'을 통해 마침내 가이 리치와의 위치를 역전시킬 기회를 잡았습니다. 가이 리치가 데뷔 초의 재능은 어디로 팔아먹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셜록 홈즈' 시리즈 같은 영혼 없는 영화로 흥행 감독의 면모만 유지하게 되어 버린 결과죠.

 

흥미롭게도 가이 리치 또한 나폴레옹 솔로라는 슈퍼 스파이로 유명한 왕년의 인기 시리즈 '첩보원 0011(Man from U.N.C.L.E)'의 리메이크와 함께 '원탁의 기사(Knights of the round table)'의 제작을 발표해, '고전적 스파이 이야기'와 '아서왕 이야기'를 한방에 버무린 매튜 본과 평행선을 그리게 됐습니다. 과연 이 두 작품에서 가이 리치가 왕년의 기발함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그 옛날, 매튜 본의 '스타더스트'에 대한 글 http://blog.joins.com/fivecard/8417922

 

매튜 본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리뷰 http://fivecard.joins.com/939

 

그리고 가끔 혼동되는 또 다른 매튜 본에 대한 글^^ http://fivecard.joins.com/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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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퀀텀 오브 솔러스' 리뷰를 쓸 때 제목을 '로저 무어가 그립다'고 달았는데, 이 탄식이 멀리 영국에까지 들린 모양입니다. 로저 무어 경이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씀 하셨군요. "본드 무비가 이렇게 폭력적으로 변해 슬프다(I'm sad that it has turned so violent)."

사실 그런데 인터뷰 내용을 읽다 보니 아직 '퀀텀 오브 솔러스'를 안 보셨다고 합니다. 뭐 '카지노 로열'은 보신 모양이니 그 톤은 대략 알고 있다는 뜻이겠죠. 아, 그리고 제목에 낚여서 '퀀텀'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내막은 지난 4일 발간된 본인의 자서전 얘기더군요.

아무튼 꽤 흥미로워서 본문을 옮깁니다.

당연히 녹색 부분은 제가 덧붙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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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로저 무어는 보다 폭력적인 본드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Roger Moore dislikes the more violent Bond movie)

현대 관객들은 왕년에 로저 무어가 실없는 농담을 던지며 007 역을 맡았던 시대와는 달리 제임스 본드 영화에서 잔혹한 장면을 기대한다. 최소한 로저 무어는 그렇게 믿고 있다.

"나는 그 역할을 해서 행복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그토록 폭력적이 된 걸 보니 슬프더군요." 무어는 북미지역에서 금요일 개봉하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어둠의 007로 나오는 '퀀텀 오브 솔러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게 시대와 보조를 맞춘다는 거죠. 그게 바로 영화 관객들이 원하는 것일테고, 박스 오피스 수치로 드러났잖습니까." 무어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 말이 곧 내 본드(My Word is My Bond)"라는 자신의 회고록에 대해 말했다. (11월4일 출간됐군요. 알고 보니 인터뷰는 책 광고!)

런던에서 10월31일 개봉한 '퀀텀'은 2500만 달러의 흥행으로 영국의 주말 박스 오피스 기록을 깼다. 전 세계에서는 1억6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81세의 무어는 지난 1985년 자신의 7번째이자 마지막 007 작품인 '뷰 투 어 킬(A View to a Kill)'을 촬영할 때 폭력 신에 진저리를 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건 본드답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의 저서에서 무어는 자신이 10대 시절 BB탄으로 한 친구의 다리를 맞힌 이래로 총을 싫어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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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때에는 본드가 좀 더 터프해지길 원했던 가이 해밀턴 감독이 본드가 정보를 얻기 위해 본드걸 모드 아담스의 팔을 꺾으며 부러뜨린다고 협박하는 장면을 연기하게 했다. 무어는 "그런 종류의 캐릭터 설정은 나하고는 영 맞지 않았다. 하지만 가이는 내가 연기하는 본드가 좀 더 무자비해지기를 간절히 원했다"고 썼다.

"나는 '내 스타일의 본드'는 그녀를 먼저 침대에 데려감으로써 정보를 빼내는 것이어야 한다고 제의했다. 내 스타일의 본드는 연인이고, 익살을 떠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나는 결국 가이에게 동의했다." (물론, 이 팔 꺾는 장면도 '침대'에서 이뤄지죠.^^)

무어는 아직 '퀀텀 오브 솔러스'를 보지 않았지만, '카지노 로열'을 근거로 짐작할 때 이 영화 역시 북미 지역에서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니엘은 본드 영화를 한 편 찍었고, '뮌헨'에도 출연했다. 여러 가지 역할을 했지만, 본드 영화를 한 편 찍은 뒤에는 그가 원하는 것 모두가 그의 얼굴에 담겨 있다. 그가 바로 본드다."

배우 인생을 통해 본드 역이나 TV 시리즈 '세인트', 혹은 토니 커티스와 공연한 '전격대작전(Persuaders)'에서의 역할에 의해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데 대해 무어는 "나는 아마도 위대한 리어 왕 역이나 햄릿 역의 배우들 중 하나로 기억되기를 바랐을 게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고, 나는 본드 역을 맡은 덕분에 대단히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 전격대작전이 뭐지? 하는 분들을 위한 참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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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비망록은 비비안 리, 메이 웨스트, 라나 터너 등 그와 함께 일했던 수많은 스타들과의 일화로 가득하다. 그는 또 '뷰 투 어 킬' 을 촬영하다가 그레이스 존스와 사이가 벌어진 사연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그녀가 듣는 시끄러운 음악에 질린 그가 그녀의 오디오 전원을 빼 버리고 벽에다 의자를 집어 던졌기 때문이었다. (...뭐 원래 터프하셨군요.)

런던 남부 지역 경찰관의 독자로 태어난 무어는 2차 대전 이전의 성장 과정과 전쟁 중의 생활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시골로 피난 갔다가 공습을 당한 사연, 또 태어나 첫 직업으로 만화영화 제작사에 취직했다가 해고당한 이야기 등이 담겨 있다.

징집됐을 때 전쟁은 이미 끝났지만 그는 연합군 점령하의 독일에서 장교로 복무했다. 제대할 때 그는 육군의 연예병과에 근무하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쇼 비즈니스계 입문이었고, 이 무렵 그는 영국 가수 도로시 스콰이어스와 결혼했다.

"자네 그리 잘생긴 얼굴은 아니야. 그러니까 (무대에) 들어설 때 활짝 웃으라고!" 그가 처음 무대에 설 때 레퍼토리 시어터(전속 극단이 있는 극장을 의미함)의 매니저가 한 말이다. 사실 이 말도 프로 스케이트 선수 출신인 첫 아내가 한 말보다는 훨씬 나았다.

"당신은 결코 배우가 될 수 없어. 얼굴이 너무 떨어져. 턱은 너무 크고, 입이 너무 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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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충격적인 코멘트의 주인공이자 둔 반 스텐(Doorn Van Steyn)과 로저 무어. 정말 보송보송합니다. 디카프리오처럼 보이기도 하는군요.


원문입니다. 보러 가시기 귀찮은 분들도 있을테니. (오역 지적 환영)

Roger Moore dislikes the more violent James Bond
Tuesday November 11 12:45 PM ET
http://movies.yahoo.com/mv/news/va/20081111/122643635200.html

Movie audiences nowadays expect scenes of graphic violence in James Bond movies, unlike when Roger Moore played the super spy with a tongue-in-cheek humor, the actor believes. "I am happy to have done it, but I'm sad that it has turned so violent," Moore said before "Quantum of Solace," starring Daniel Craig as a darker Agent 007, opens in North America on Friday.

"That's keeping up with the times, it's what cinema-goers seem to want and it's proved by the box-office figures," Moore told Reuters in an interview about his memoir, "My Word is My Bond." The new Bond film opened in London on Oct 31, breaking the British weekend box-office record with a gross of $25 million. It has taken in more than $106 million worldwide so far.

Moore, 81, recalled being appalled at the violence in "A View to a Kill," the 1985 movie which was the last of the seven in which he played Bond. "That wasn't Bond," he said. In his book, Moore writes of his distaste for guns, ever since he was shot in the leg by a friend with a BB gun as a teenager.

While making "The Man With the Golden Gun," director Guy Hamilton wanted Bond to be tougher and had him threaten to break Maud Adams' character's arm to get information, he writes. "That sort of characterization didn't sit well with me, but Guy was keen to make my Bond a little more ruth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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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uggested my Bond would have charmed the information out of her by bedding her first. My Bond was a lover and a giggler, but I went along with Guy," the British actor wrote. Moore has not yet seen "Quantum of Solace," but based on Craig's first Bond film, "Casino Royale," believes it will be a success in North America too.

"Daniel has done one Bond and he was in 'Munich' and ... he's done a lot of stuff, but his face, after one Bond film, that's all he needs. He is Bond."

Asked about his own legacy as an actor known mostly for playing Bond and in TV series such as "The Saint," and "The Persuaders," with Tony Curtis, Moore said: "I would love to be remembered as one of the greatest Lears or Hamlets. But as that's not going to happen I'm quite happy I did Bond." His memoir is full of anecdotes about Hollywood and the stars he worked with such as Vivien Leigh, Mae West and Lana Turner. He also tells of his bust-up with Grace Jones during the filming of "A View to a Kill," when he forcibly pulled the plug on her stereo and flung a chair against the wall because she was playing loud rock music.

The only child of a south London policeman, Moore also writes about growing up before and during World War Two, of evacuation to the country and air raids and getting -- and being fired from -- his first job with a cartoon film company. By the time he was called up, the war was over, but he served as an officer in Allied occupied Germany, where he ended up in the Army's entertainment regiment. That was his entree into show business, along with his marriage to British singer Dorothy Squires.

"You're not that good, so smile a lot when you come on!" his first repertory theater manager told him. His first wife, who was a professional ice skater, was no less encouraging: "You'll never be an actor, your face is too weak, your jaw is too big and your mouth's too sm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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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경, 1927년 생이고 젊은 날을 온갖 고생으로 보낸 뜻에 '세인트'로 스타덤에 오릅니다. 하지만 '세인트' 때문에 007 역을 션 코너리에게 넘겨주고, 결국 1972년에서야 제 3대 본드로 취임합니다. 이후 7편의 007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죠.

로저 무어의 본드와 션 코너리의 본드는 섹시하고 유머러스하다는 면에서는 기본적인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각론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입니다. 코너리의 본드가 가끔 야비하고 잔혹하게까지 보이는 냉철함을 깔고 있는 반면 무어는 철저하게 느끼할 정도로 유들유들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무기로 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미 본드 역을 맡을 때 45세였던 무어에게는 이언 플레밍의 007이 요구하는 액션을 소화하기엔 무리여서 '결국 지나치게 특수장비에 의존하며 007의 순수성을 훼손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세인트'나 '전격대작전'을 봤다면 나이가 문제가 아니라 본래 무어와 액션은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무어의 본드는 사이먼 템플러(세인트)나 싱클레어 경(전격대작전)과 사실상 똑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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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시절의 모습입니다. 007이나 세인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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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의 본드 무비 가운데 최악은 아마도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일 겁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문 레이커'죠. 역시 '정통' 007 팬들은 별로라고 생각하지만 한때 007 팬 사이트에서 '최고의 007 영화' 1위에 뽑히기도 했죠. 취향이 워낙 엇갈리기 때문에 생기는 일일 겁니다.

아무튼 제게는 이 분이야말로 최고의 007입니다. 물론 코너리 옹이 멋지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이 분의 능글능글함을 당할 사람이 앞으로도 누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혹시 조지 클루니?) 가장 멋진 본드걸도 이 분 시절에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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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 유어 아이즈 온리'의 캐롤 부케입니다.

작품 목록은 하나 있어야겠죠?

죽느냐 사느냐 Live and Let Die 1973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 The Man with the Golden Gun 1974
나를 사랑한 스파이 The Spy Who Loved Me 1977
문레이커 Moonraker 1979
포 유어 아이즈 온리 For Your Eyes Only 1981
옥토퍼시 Octopussy 1983
뷰투어킬 A View to a Kill 1985

기회 되시면 책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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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리고 '퀀텀 오브 솔러스'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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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1 나폴레옹 솔로>는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한국 아동 소설에도 우정출연을 하게 됩니다. 그 작품의 이름은 조풍연 원작의 <백자바위의 마인>입니다.
6권짜리 장편이었던 이 소설은 70년대라는 배경 탓에 반공 소설의 굴레를 쓰고 있지만 실상은 007 뺨치는 첩보 SF 모험 활극 소설이었습니다.

백자(30m) 높이의 절벽에 비밀 본부를 설치한 마인(결국 정체는 북한이 파견한 거물 간첩입니다)은 부하인 마인단을 이용해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몇몇 영웅들이 그에 맞서 싸우는 줄거리입니다. 후반부에 가면 '앙클(?)이라는 첩보기관에서 파견된 나폴레옹 솔로'가 주인공들을 돕는 역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저작권 같은 것은 들어본 적도 없던 시절의 얘깁니다. 하기야 이런 식의 막 갖다 쓰기는 모리스 르블랑 선생의 주 특기였죠.

이 이야기는 70년대 후반 이원복 선생에 의해 <백자바위 마인>이라는 만화로 극화돼 클로버문고에 수록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만화판' 나폴레옹 솔로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법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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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화로 바꾸다 보니 중요하다 싶은 이야기가 상당 부분 삭제되어 있고, 원작에서는 사실 조연급인 소년 마호석이 주인공으로 부각되어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만화도 구하기 힘들어진 셈입니다. 

나폴레옹 솔로의 파트너 일리야 쿠리야킨은 러시아 출신의 전향한 스파이. 둘 다 여자에 강한 캐릭터였지만 나폴레옹이 전형적인 플레이보이라면 일리야는 어느 정도 모성애를 자극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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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치면 남성훈-조민기 계열인 듯^^이 역할을 맡은 데이비드 매컬럼 역시 수많은 출연작을 갖고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주연의 <대탈주 The Great Escape> 입니다. 묘하게도 출연진이 <황야의 7인>과 상당 부분 겹치고, 데이비드 매컬럼이 이 영화에 나왔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도 로버트 본과의 공통점입니다. 물론 두 영화 모두 감독은 <OK목장의 결투> 등을 남긴 웨스턴의 거장 존 스터지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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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시면 아마 기억이 날 지도... 탈출에 성공한 뒤 기차역에서 상관의 적발을 막기 위해 일부러 이목을 끌다가 총에 맞아 죽는 역할이었습니다.매컬럼은 이 시리즈에는 나폴레옹 솔로의 뒤를 이은 넘버2지만 곧 자신이 주역인 시리즈를 갖게 됩니다. 바로 한국에서 <얼굴없는 사나이>란 제목으로 방송됐던 The Invisible Man이죠.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다음 번 글은 '투명인간의 역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참, 맨 위에 사용된 사진은 <0011 나폴레옹 솔로>의 정리판 형식으로 1983년 제작된 TV 영화 <The Return of the Man from U.N.C.L.E.>의 한 장면입니다. 지금부터 23년전이지만 이미 로버트 본의 귀밑머리는 희게 변해 있죠.

로버트 본의 최근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회는 얼마전 시네마TV를 통해 방송됐던 BBC의 인기 시리즈 <허슬 Hustle>이었습니다. 여기서 본은 왕년의 실력을 살린 노련한 늙은 사기꾼으로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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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매컬럼은 지금도 가끔 XTM에서 방송되는 <NCIS>에 고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진 뒷줄에 있는 말라드 박사 역이죠. 나이를 먹으면서 젊은 날의 날카로운 모습보다는 곱게 늙은 노인의 이미지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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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원 0011 이야기는 이걸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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