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헤네랄리페에서 알함브라 궁전으로 넘어가는 길에는 이런 다리가 있다.  

 

헤네랄리페를 먼저 보든, 나중에 보든 알함브라 관람은 이 문에서 시작하게 된다. 알함바르 궁전의 동쪽 끝에 있는 문이다.

 

 

 

그러니까 이게 어디냐 하면...

 

 

 

 

고구마처럼 동서로 긴 알함브라 궁에서 빨간 동그라미가 있는 이 위치다.

 

다시 말하면 동쪽 끝이란 얘기.

 

 

 

문 위의 문장. 무슨 뜻인지 일일히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알함브라 연구자도 아니고...

 

알함브라라는 이름은 아랍어의 qa'lat al-Hamra, 즉 '붉은 성(red castle)'에서 왔다고 한다. 물론 선홍빛으로 붉지는 않다.

 

알함브라의 이름이 사료에 등장하는 것은 9세기부터. 중동/북아프리카를 손에 넣은 이슬람 정복자들의 칼날은 마침내 8세기 초, 지브롤터를 건너 바로 빤히 보이는 이베리아 반도로 향했다. 정복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뤄졌고, 이들은 동쪽으로 동쪽으로 말을 달려 중부 유럽까지 진출하려 했다.

 

하지만 칼 마르텔(카를로스/샤를마뉴/칼/찰스 대제의 할아버지. 프랑크 왕국 카롤링거 왕조의 조상. 지금은 유명한 브랜디 브랜드인 'Martell'을 통해 그 이름을 알리고 있다)에 의해 투르-프와티에의 결전에서 패배하면서, 유럽에서의 이슬람 세력은 피레네 산맥 동쪽으로의 진출을 포기해야 했다. 대신 프랑크 인들 또한 그 서쪽으로는 넘어 오지 않아 이슬람인(스페인에서는 특히 무어 인이라 불림)들은 약 800년에 걸쳐 사실상 스페인 전역을 지배했다.

 

그 기간 동안 코르도바, 세비야 등과 함께 아랍인들이 주요 거점으로 개발한 도시 중에 그라나다가 있다.

 

 

 

그라나다 부근은 안달루시아에서 가장 지형이 험한 곳이다. 남쪽으로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끼고 있는 등 툭 터진 안달루시아의 평원 가운데서 꽤 지대가 높고, '가려져 있는 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악 지형 한가운데 그라나다가 있고, 그 그라나다를 제압하는 언덕 위에 알함브라가 있다. 탁 트인 전망이 압도적인데다 물까지 풍부해 도시 하나를 통째로 들여 놓을 수 있는 알항브라 터는 누구라도 욕심을 낼 만한 땅이다. 그래서 9세기부터 조금씩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13세기. 나스르 왕조의 첫 왕인 무하마드 1세가 이곳에 자신의 궁성과 요새를 포함한 '도시 안의 도시'를 처음으로 건설했다. 이후 나스르 왕조의 다른 왕들이 조금씩 조금씩 부속 건물을 지으며 알함브라를 완성시켰다. 천혜의 요새 알함브라는 이 시기 기독교 세력의 확대로 이슬람의 강역이 축소되는 가운데서도 200년 가량 더 왕조의 운명을 지속시켰다. 

 

아마도 알함브라에 도성을 정한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이 1492년 스스로 성문을 열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그라나다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세력이 얼마나 더 버텼을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는 것을 알면 알함브라를 구경하는데 꽤 도움이 되겠지만, 사실 알함브라 안으로 들어서도 왕년의 거대한 도시는 금세 느껴지지 않는다. 문을 들어선 뒤로 한참 동안 건물은 보이지 않고, 조경이 잘 된 공원 속 같은 길을 걷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길이 15세기 중엽에는 화려한 도심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가다 보면 첫번째로 나타나는 역사적인 스팟.

 

 

바로 7층탑의 문 Torre de los Siete Suelos, 토레 데 로스 시에테 수엘로스다.

 

스페인어로 써 놓는다고 더 멋져지는 건 아니다. 지금 관람자가 성 안에 있으므로 안쪽에서 본 모습인데, 꽤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성 밖에서 보면 좀 다르다.

 

 

 

이게 밖에서 본 모습. 이 광경을 보려면 밖으로도 성벽을 따라 나 있는 산책로를 반바퀴 쯤 돌아야 하는데 불행히도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 아무튼 밖에서 보면 꽤 그럴싸한 광경이다.

 

그런데 문의 이름이 7층탑의 문인 것은 지하에 일곱 층의 공간이 있기 때문이라는데, 정작 발굴해 본 결과 두 층밖에 없었다고 한다. 결론은... 왜 저런 이름이 붙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뭐야 이거)

 

 

 

그리고는 계속해서 예쁜 조경 산책로.

 

 

 

그리고 걷다 보면 왼쪽으로 이런 폐허가 나타난다.

 

아직은 별 감흥이 없다. 또 걷는다.

 

그리고 약간 넓은 뜰이 나온다.

 

 

이 문은 알함브라의 파라도르로 통한다.

 

스페인 여행을 하다 보면 파라도르 Parador 라는 이름의 숙박업소를 검색하게 된다. 유서깊은 유명 관광지의 경내에 위치한 숙박업소다. 고성이나 수도원을 호텔로 개조한 것이므로 가격은 좀 나가지만, 느낌이 다른 숙소라는 평이 있다.

 

특히나 그 유명한 알함브라 성내에 있는 이 알함브라 파라도르는 명성이 자자해 몇달 전부터 예약이 차 있다고 한다. 뭐 이런 숙소는 감히 예약할 생각도 못했던 터라, 여기서도 그냥 정문만 보고 지나쳤다.

 

 

 

이 빨간 원 정도의 자리. 참 좋긴 좋아 보이는 자리다.

 

 

 

근처에 이런 호텔도 있다. 아니 대체 유서깊은 알함브라 안에 호텔이 두개나 있는거야.

 

이름도 그렇고...뭔가 좀 무성의한 느낌.

 

 

그리고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 골목 사이로 카를5세 궁(스페인 식으로 하면 카를로스 5세 궁)이 보인다.

 

좌우의 건물들은 그리 세련되지 않은 기념품 등속을 팔고 있다.

 

 

 

이게 카를5세 궁.

 

모든 지도에서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겉에서 보면 사각형이지만 안에서 보면 원형인, 재떨이같이 생긴 건물이다.

 

 

 

굳이 이 궁 안에 이런 식의 유럽식 건물을 세우려고 생각했다는 것도 불순하고, 건물 자체가 그리 정감 가는 데가 없다.

 

1527년 카를 5세의 명으로 짓기 시작해 정작 1957년에 완공됐다는 건물.

 

 

그리고 게속 안쪽으로 들어가면,

 

 

 

드디어 알카사바 Alcazaba 가 나타난다.

 

 

 

지도상으로는 이 위치. 그러니까 알함브라의 서쪽 끝이며, 전체 알함브라 지역 내에서 가장 먼저 구축된 지역이다.

 

당연히 군사 주둔 지역. 주위를 압도하는 전망탑이 그 상징이다.

 

 

 

알카사바 쪽에서 본 카를 5세 궁. 크긴 참 크다.

 

 

 

알함브라에는 고양이가 참 많다.

 

 

사람 따위가 구경을 오건 말건 아랑곳하지 않는 오만함을 갖췄다. 유서깊은 비궁의 주민 답다.

 

 

 

결코 먼저 관심을 보인다거나, 관광객 따위가 내는 어설픈 고양이 소리 흉내 따위엔 절대 관심을 주지 않는다.

 

 

 

어느새 날이 흐려온다. 뭐 운치를 더한다면 더하는 느낌.

 

 

세월의 더깨. 생각해 보면 당연하다. 천년이 넘은 성벽이다.

 

중간에 또 보수를 했는지도 모르지만 천년 넘게 그 자리에서 이 고성을 지키고 있는 전망탑. 자못 감동적이다.

 

 

 

모퉁이를 돌아 계단을 오르면,

 

 

 

이런 광경에 도달한다. 속이 탁 트인다.

 

 

 

클릭해 보시면 파노라마.

 

 

 

크고 아름답다.

 

 

알카사바의 무너진 부분은 문득문득 앙코르 와트를 생각나게 한다. 붉은 색의 성벽 때문일까.

 

 

왼쪽으로는 과거 병사들의 숙소 유적이 보인다. 아무튼 요새의 규모는 압도적이다.

 

이렇게 한바퀴를 돌아 반대쪽으로 돌아 나오면,

 

 

 

 

성벽과 성벽 사이의 좁다란 정원.

 

이 정원에서 바라보는 시내의 전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데, 정작 나무가 너무 우거져 전망은 살짝 가려진다.

 

이곳의 성벽에는 이런 시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갔다 와서 알았다.)

 

프란치스코 A. 데 이카사 Francisco A. de Icaza 라는 시인의 유명한 시라고 한다.

 

 

대략 해석하면

 

그를 부축해다오, 여인이여.

그라나다에서 장님으로 사는 것보다

금생에서 더 비참한 일은 없으려니.

 

 

 

 

 

다시 좁다란 문을 지나 내려가면

 

 

 

알카사바의 출구가 보인다.

 

 

알카사바 안녕.

 

 

 

알카사바를 나와 알함브라의 북쪽을 바라보면 멀리 이런 정경이 보인다.

 

이곳이 바로 알함브라를 바라보기 가장 좋다는 뷰포인트, 산 니콜라스 전망대다. 사진 속에 저녁을 먹기로 한 식당이 있다.

 

이제 알함브라의 핵심인 나스르 궁전을 입장할 시간이 왔다. 줄을 서야 한다.

 

 

 

 

나스르 공원의 입구에 있는 마추카 정원 Patio de Machuca

 

 

 

들어가야 하는데 조금 앞에서 줄이 끊겼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입장시키지 않기 위해 안내원들이 계속 머릿수를 헤아린다.

 

 

 

드디어 긴 기다림이 끝났다. 이제 나스르 궁전 안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게 됐다.

 

알카사바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알함브라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면, 나스르 궁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고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