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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이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에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내심 반가웠습니다. 일단 '지붕뚫고 하이킥'의 위상이 그만치 올라갔다는 얘기기 때문이죠. 이 시트콤이 인기가 없었다면 이나영 정도의 스타가 출연할 이유가 없다는 건 당연한 얘깁니다. 물론 이번 출연은 아주 노골적으로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의 홍보를 위한 것이지만 말입니다(물론 영화 홍보를 위해 주인공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온게 어제 오늘 얘기도 아니고, 이걸로 시비를 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얼마나 노골적이냐 하면... 영화 속 남장 캐릭터를 가져와 남장 여자 연기를 한다는 거였죠. 뭐 이미 황정남씨의 등장이 대단히 큰 웃음을 준 뒤라 과연 이번엔 어떤 남장 캐릭터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결과적으로 실망이 매우 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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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용인즉, 지훈(최다니엘)이 일하는 병원에서 정음(황정음)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지훈을 자기 군대 후배 아니냐고 우기는 이상한 남자 이나봉(이나영)이 나타납니다. 이 남자는 지훈에게 친구가 되자는 둥, 삼겹살을 구워 먹으러 가자는 둥 이상한 행동을 잇달아 벌입니다.

이나봉에게 '어디선가 본 듯 하다'고 말했던 지훈은 술에 취하자 '그러고 보니 내가 죽어도 못 잊는 사람과 닮았다'고 한마디 합니다. 그리고 정음은 우연히 다음날 이나봉이 여자였다는 걸 알게 됩니다. (물론 이순재의 반지 에피소드가 있지만 여기선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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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나영은(정확하게 말하면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제작사 측은) 이번 출연으로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시트콤 한 회가 재미가 없었다는 점에서 출발해 이 한 회의 출연분이 '아빠가 엄마를 좋아해'에 대한 기대를 확 떨어뜨리는 효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한편을 갖고 이나영이 연기력이 없는 배우라고 말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는 여자'나 드라마 '내멋대로 해라'의 이나영은 훌륭한 배우였죠. 하지만 이날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이나영이 보여준 남장 여자 연기는 찬물에 담근 라면 면발처럼 겉돌기만 했습니다. 에피소드 역시 급조된 느낌이 강했고, 평소의 '하이킥'에 비해 설득력도 영 떨어졌습니다.

어딘가 조승우 강혜정 주연 영화 '도마뱀'의 냄새를 풍기려고 한 듯한 흔적이 있지만 이나영의 어색한 남장 연기 때문에 앞부분의 코미디는 완전히 사그라들었고, 뒷부분의 아련한 느낌 역시 전혀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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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날 한 편 때문에 '하이킥'의 명성에 금이 가거나 하지는 않을 듯 합니다. '하이킥'의 입장에서야 이나영은 그냥 한번 지나가는 등장인물이기 때문이죠. 그냥 '한번 나왔다'는 정도의 의미 이상은 갖지 못합니다.

하지만 기껏 공을 들여 영화 홍보에 나서려 했던 입장에선 문제가 그리 가볍지 않습니다. 그저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나와 한껏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려던 계획이 그리 큰 효과를 얻은 것 같지는 않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비슷한 방식으로 영화 홍보 효과를 노리던 사람들의 입장에선, 앞으로 이런 경우에 꽤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듯 합니다. 출연하려는 프로그램의 분위기에 확실하게 젖어들지 않으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교훈 말입니다.


P.S.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감상일 뿐입니다. 물론 어제 에피소드를 아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보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분들은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를 보러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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