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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스마우그의 폐허]

 

'호빗:스마우그의 폐허'는 '호빗' 시리즈 2탄입니다. 일단 줄거리부터 시작합니다.

 

1편에서 간신히 오크들의 추격을 뿌리친 소린(리처드 아미티지)과 난쟁이들, 그리고 빌보(마틴 프리먼)는 목적지 외로운산으로 가기 위해 어두운 숲을 가로지르는 여정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시 위기에 빠지고, 숲속 요정들에게 구원을 받았다가 다시 요정들의 감옥에 갇혔다가, 간신히 빠져나와 인간들이 사는 호수 마을, 에스가로스까지 가게 됩니다. 여전히 오크들은 이들을 뒤쫓고 있습니다.

 

호수 마을의 민중 지도자 바르드(루크 에반스)는 난쟁이들이 예레보르의 옛 성으로 가 보물을 노릴 경우 스마우그의 분노를 사 마을에 피해가 올 것이라고 경고하지만 마을 영주와 대다수 주민들은 난쟁이들이 찾은 보물을 나눠 가질 생각에 이들을 환영하며, 물자를 주어 외로운산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이들은 당연히...성에서 보물의 산을 지키고 있는 거대한 용 스마우그를 만납니다.

 

호빗 1편, '호빗: 뜻밖의 여정'에 대한 내용은 이쪽:  http://fivecard.joins.com/1086

 

 

 

 

속편이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 숫자로 불리는 데 비해 피터 잭슨의 '반지의 제왕' 연작들은 독자적인 제목을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갖습니다. 여기에 가장 근접했다고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도 '제국의 역습'이나 '돌아온 제다이', '보이지 않는 위협' 같은 제목들이 꽤 인식되긴 했지만 그래도 압도적으로 '에피소드 1~6'이라는 명칭이 널리 쓰이죠. 하지만 '두개의 탑'이나 '왕의 귀환'을 '반지2'나 '반지3'으로 부르는 사람은 거의 못 봤습니다. 그만치 각 에피소드의 독립성 면에서는 괄목할만한 업적입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1편의 부제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죠.^^ '반지의 제왕' 첫편은 '반지원정대'라는 제목 대신 그냥 '반지의 제왕'이라고 불리고, '스타워즈'도 '에피소드4'는 '새로운 희망'이라는 제목 대신 그냥 '에피소드4'나 아예 '스타워즈'로 불리곤 합니다. 이것도 흥미로운 특징입니다.)

 

'호빗' 시리즈 역시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1편의 부제가 '뜻밖의 여정'이라는 걸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호빗'이거나 '호빗 1편' 정도로 통하고 있죠. 거기에 비하면 '스마우그의 폐허'는 꽤 알려진 제목이 될 듯 합니다만, 블록버스터 사상 이 영화만큼 독특한 2편도 아마 없을 듯 합니다. 이런 대작 영화 시리즈 가운데 이렇게 '야심이라곤 없는' 소박한 2편은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면, 흔히 3부작으로 알려진 수많은 영화 가운데, 처음부터 '이건 3부작이 아니면 안돼'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영화는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대부3'? '대부'나 '대부2'가 만들어질 때만 해도 계획에 없던 작품입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무법자' 시리즈?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미 3편이 넘어갔지만 '터미네이터'나 '인디애나 존스'도 마찬가지. 즉 이들 영화들은 모두 2편 째가 확실히 성공하지 않았다면 3편은 꿈도 꿀 수 없었던 작품들입니다.

 

'반지의 제왕'은 확실히 처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된 작품이었지만 이 역시도 2편째인 '두개의 탑'이 참혹하게 무너졌다면 3편은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수도 있었겠죠. 그런 만큼, '두개의 탑'은 그 자체로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고, 장대한 클라이막스가 있습니다. 인간-요정 연합군과 오크 군대가 대규모로 격돌하는 헬름 협곡의 대전투는 로만 군대의 멋진 돌격과 함께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해 줍니다. 비록 실제 전투에서 가능한 양상과는 정 반대의 이상한 싸움이긴 하지만, 어쨌든 '두개의 탑'의 이 전투 신은 많은 사람들이 '왕의 귀환'에 나오는 미나스 티리스 수성전, 즉 펠레노르 평원의 대전투보다 더 좋아하는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요약하면, '두개의 탑'은 2편만 떼 놓아도 훌륭한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스마우그의 폐허'는 그만한 야심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것은 아주, 정말, 매우, 명백히 1편과 3편을 이어 주는 허리 기능 뿐입니다. 1편은 난쟁이들과 빌보가 어떻게 만나는지, 그리고 고블린이나 오크들과 이번엔 어떤 액션을 펼치는지, 난쟁이들의 캐릭터는 어떤지, 간달프를 비롯한 1편 출연진들은 얼마나 변했는지(엄밀히 말하면 '옛날엔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미덕이 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 나올 3편에선, 바르드와 인간들이 어떻게 스마우그와 싸우는지, 그리고 대규모로 집결한 고블린 및 오크 군대와 인간-요정-난쟁이 연합군이 어떻게 싸우는지가 화려한 볼거리로 작용할 것입니다.

 

그런데 거기 비해 2편엔 정말 들어간 재료가 별 게 없습니다.^^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가 새롭게 보여주는 거라곤 아르웬의 공백을 메울(?) 새로운 엘프 타우리엘(에반젤린 릴리)과 인간 영웅 바르드의 등장, 그리고 이미 검증된 카드인 레골라스의 재등장 정도입니다. 액션으로도 나무통을 타고 가는 급류타기 놀이 정도? 물론 이 영화에서 가장 힘을 준 부분은 성 안에서 잠자고 있던 거대한 용 스마우그(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목소리라고 미리 가르쳐주지 않으면 절대 알아차릴 수 없는 목소리^^)의 등장이긴 합니다.

 

 

 

수많은 동화판 '호빗'의 삽화가들이 이런 모습으로 상상했던 스마우그를 '드디어' 공개하는 장면인 것이죠. 하지만 이미 스필버그의 '주라기 공원'에서 심형래의 '용가리'까지 수많은 용과 괴물들을 보아 온 관객들에게 이 스마우그의 모습이 - 아, 물론 대단히 멋지긴 하지만 - 기절할 정도로 놀라운 장면일 리는 없겠죠.

 

 

 

아마도 이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바로 이 장면, 그러니까 거대한 보물의 산 속에서 잠자고 있던 스마우그가 스르르 눈을 뜨고 그 사악함과 강대함을 단번에 드러내는 장면일 듯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반지의 제왕' 연작을 5편째 보고 있는 관객이 이 정도로 만족할 리는 당연히 없고, 피터 잭슨과 그 휘하의 선수들 역시 그럴 리는 없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상황입니다. 만약 이 2편만으로 독립된 만족감을 주려 했다면, 2편은 스마우그가 호수 마을로 날아가서 인간들과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그 다음에 ******** 되는 (스포일러 생략) 내용까지를 커버했어야 했을 겁니다.

 

그런데 피터 잭슨은 그렇게 하지 않고, 스마우그의 공격과 마지막 대결전을 3편에 모두 몰아넣었습니다. 이건 정말 영화 사상 보기 힘든 자신감입니다. 그런 볼거리 없이도 관객을 극장으로 끌고 올 수 있다는, 그리고 '호빗'을 봤다고 얘기하려면 1,2,3편을 다 봐야 한다는, 세 편 중에서 재미있는 두 편만 골라 볼 수는 없을 거라는 자신감인 것이죠. 이런 자신감을 갖고 2편을 만든 감독은 아마도 피터 잭슨 이전엔 없었을 겁니다.

 

(물론 제작 일정이 촉박해서 도저히 여기까지밖에 만들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런 경우라면 대개의 영화들은 차라리 개봉 시기를 늦춥니다. 그러지 않고 2편은 그냥 '2013년 크리스마스'에 풀겠다는 결정은 어지간해선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죠.)

 

 

 

 

아, 물론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스마우그의 폐허'는 그 자체로 충분히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피터 잭슨과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그가 이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잘 이해하실 거라고 믿습니다. "이봐, 어차피 끝까지 다 볼 거잖아. 그러니까 2편 하나가 재미있네 재미없네, 실망이네 아니네 하는 투정은 집어 치워. 그리고 2편이 헐거워 진 대신, 3편에서 다 보충해 주겠어. 알았지? 삐지지 마."

 

 

 

P.S.1. 누가 봐도 춥고, 습기차고, 정말 살기 힘들 것 같은 북유럽 풍의 호수마을. 이 미술팀은 정말 최곱니다.

 

P.S.2. 이번엔 HFR로 보지 않고 그냥 2D로 봤기 때문에 지난번 '호빗: 뜻밖의 여정' 때와 같은 이질감 - 야외 신인데도 세트처럼 보이는 이상한 비현실감 - 은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HFR로 보신 분들은 그 사이 좀 적응이 되셨는지, 아니면 이번에도 이상했는지 궁금합니다.

 

P.S.3. '호빗'과 사우론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은 글쎄...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호빗'과 '반지의 제왕'이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모를 관객이 과연 있을까요. '호빗' 때 이미 사우론의 재림이 노출됐다면, 간달프와 엘론드, 갈라드리엘 같은 지도자들이 그 긴 세월 동안 아무런 대비 없이 세월을 허송하고 있었다는 게 더욱 한심해지지 말입니다.

 

P.S.4. 강대한 힘을 가진 스마우그와 사우론은 어떤 관계일까요? 같은 편? 서로 인정하는 사이? ^^

 

 

 

P.S.5. 레골라스를 보니 더욱 아라곤과 아르웬이 그리워집니다. 김리는 뭐, 이제 구별도 잘 안되고... 킬리와 타우리엘의 관계를 보면 역시 킬리는 드워프계의 허경환이었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이만큼 생겼으면 키는 좀 작아도 되잖아!"^^

 

마지막 사진은 스포일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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