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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양 살다가 확

안재환 빚, 누가 갚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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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는 악성 채무로 인한 압박이 안재환의 죽음을 가져 온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이 압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죠. 아무튼 자살이라고 볼 때 채무가 원인이라는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채무의 크기는 엄청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안재환이나 정선희 모두 일반인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고액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유명 연예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체 빚이 얼마나 되길래 그렇게까지 절망해야 했을까'하는 것이 안타까운 가운데서도 많은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했습니다.

정선희의 한 측근은 40억원이라고 얘기했다지만 정확한 액수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렇게 많을 리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되기 때문이죠. 그렇다 해도 1,2억원 수준은 아닐 것이 분명하고, 최소 10억원대는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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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정선희가 이 빚을 갚아야 할까요?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정선희가 법적으로 아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두 사람은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더군요. 물론 아파트 청약 같은 사소한 이유를 위해서도 결혼한지 몇년이 지나도록 '법적으로는 동거'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굳이 이 '혼인신고 미필'에 특별히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도 혼인신고 아직 안 한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혼인신고가 되어 있더라도 정선희에게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이라는 민법상의 조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상속포기는 글자 그대로 자신이 상속받을 수 있는 부분을 모두 포기하는 것, 그리고 한정승인은 상속받을 재산을 정리해서 그 액수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만 채무를 갚겠다는 것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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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상속은 좋은 것이고 채무 승계는 나쁜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는 분들에겐 엉뚱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법적으로는 재산이든 채무든 모두 상속의 대상이니 다를 게 없습니다. +의 상속이냐, -의 상속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상속인이 따져 볼 때 상속을 받는 것이 불리하다고 생각되면 이런 조치를 통해 벗어날 수 있습니다.

단 이 상속포기에는 3개월 이내에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상속에도 서열이 있기 때문에 배우자 혹은 자녀 - 부모 - 친척의 순으로 상속의 순위가 매겨지는데, 각 단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상속인이 된 시점부터 3개월 이내에 포기를 해야 상속포기가 의미가 있다는군요. 제가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마도 이건 채권자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조치는 오로지 상속에 대해서만 해당됩니다. 만약 배우자나 부모, 아들이 돈을 빌릴 때 직접 보증을 섰다면 그 빚에 대해서는 당연히 채무자가 된다는군요. 정선희 측은 '보증을 선 적은 없다'고 말하고 있어 안재환의 경우 어떤 부분이든 정선희의 채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확실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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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드라마나 영화에는 '아버지가 남긴 거액의 빚 때문에' 우울한 인생을 살게 된 아들들 얘기가 나옵니다만, 사실 상속포기가 명문화된 뒤로는 이런 소재는 써먹을 수가 없게 됐죠. 물론 '상속포기라는 제도도 활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하고 어려운' 사람을 묘사할 수는 있겠습니다만... '쩐의 전쟁'에 나오던 박신양은 그리 못 배운 사람도 아니었는데 아버지의 빚으로 몰락한다는 설정이 다소 무리였던 걸로 생각됩니다.

사실 상속포기는 안 좋은 경우에 쓰이는 경우도 있죠. 얼마전 드라마 '행복합니다'에서는 이휘향이 너무나 무능하고 평범해 보이는 이훈과 결혼하겠다는 딸 김효진에게 상속포기각서를 내미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죠. 이런 식으로 하면 너에겐 한푼 물려줄 수 없다는 뜻입니다. '못된 재벌'의 대리인이 사생아를 찾아가 '합의금 봉투'를 내밀며 상속포기를 종용하는 장면도 아마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많이 나왔을 겁니다.

<참고: 많은 분들이 댓글로 지적해주셨는데, 피상속인이 죽기 전에 상속포기를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는군요. 저런 장면을 상당히 많이 봤던 것 같은데, 그랬었군요.>




중언부언했지만 결국 하고 싶은 얘기는 이런 겁니다. 안재환의 죽음이 온 사회를 뒤흔듯 것은 '보기엔 저렇게 행복하고 많은 것을 가진 듯한 사람도 알고 보니 이런 고통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기 때문입니다. 반면 그런 사건이다 보니 안재환의 본인의 명예나 인권에 대한 침해가 너무 극심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죠. 특히 안재환의 친구들은 일부 여론이 안재환을 '아무 생각없이 멋모르고 사채나 끌어들여 사업을 말아먹은 무능한 사람'으로 몰고 간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고 자체적으로라도 그 내역을 조사할 뜻을 밝혔습니다.

이런 뜻을 위해서라도 안재환의 빚 부분은 좀 더 분명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만약 돈 문제로 안재환을 죽음에 밀어 넣은 실체가 있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겠죠. 이 글의 제목에 포함된 '빚'에는 그런 의미도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