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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의 문노가 마침내 솜씨를 과시했습니다. 칼 한번 뽑지 않고 비재를 위해 연무장에 모인 화랑들을 단번에 제압해 버리더군요. '내가 칼 뽑으면 니들은 다 죽어'라는 식의 위압감이 넘쳤습니다. 알천을 비롯한 10화랑들도 감히 손가락 하나 손댈 수 없었습니다.

문노가 검으로 단연 신라 최고라는 것은 이미 '선덕여왕'의 설정이자 '화랑세기'의 기본 이해 사항입니다. 문노 이후의 화랑들 중 문노의 제자가 아닌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화랑세기'에 문노의 검술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문노 이외의 다른 화랑들은 어느 정도인지가 다뤄져 있지는 않습니다.

문노를 포함해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화랑들의 칼솜씨에 순위를 매긴다면 어떻게 될까요? 랭킹을 좀 따져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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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는 당연히 문노.

'검술이 뛰어나고 의기가 빼어났다'는 것이 문노에 대한 기록입니다.

문노편에는 사다함의 어머니 옥진궁주가 '문노로 하여금 사다함의 스승이 되게 하였다'고 되어 있고, 하종편에도 '(하종이)15세때 화랑에 입문하여 역사는 토함공에게, 노래는 이화공에게, 검술은 문노에게, 춤은 미생에게 배웠다'고 되어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미생과 관련된 기록. 미생은 12세에 사다함의 문도로 화랑에 입문했으나 너무 어려서(혹은 운동신경이 떨어져서) 말을 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화랑에 들어올 수 없는 상태였지만 열혈 누나 미실이 나서 "왜 내 동생을 함부로 떨어뜨리느냐"고 반발해 그대로 눌러 앉게 됐다고 합니다. 이때 문노의 반응입니다.

...문노가 꾸짖어 "무릇 낭도가 말에 오르지 못하고 검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하루 아침에 일이 생기면 어디에 쓸 것인가"하였다. 사다함이 용서를 빌어 말하기를 "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아우입니다. 얼굴이 아름답고 춤을 잘 추어 또한 여러 사람을 위로할 수 있으니 받아들일 만 하지 않겠습니까"하여 문노가 다시 따지지 않았다.

아무튼 이런 배경을 기본으로 창조된 '선덕여왕'의 문노는 '고독한 최강의 사나이' 이미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젊은 화랑들과는 이미 비교할 수 없는 수준차이가 나죠. 드라마상으로는 스카우터도 필요 없는 단연 최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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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는 칠숙을 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문노와 짧긴 하지만 그나마 1대1로 싸움을 펼쳤습니다. 또 미실도 '네가 문노에 비해 뒤질 것이 뭐가 있느냐'며 칠숙의 솜씨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죠.

검술도 검술이지만 터미네이터같은 집념과 사막의 폭풍우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은 랭킹 2위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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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는 비담.

문노의 제자로서 엄청난 무공을 익혔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지만 최근 미실에게 잡혔을 때 혼자 다수의 포위를 뚫고 탈출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점도 드러났기 때문에 문노나 칠숙에 비교할 실력은 아닌 듯 합니다. 칠숙과는 한번 겨뤄 봤지만 당시 칠숙은 그의 검술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냥 치고 빠졌죠.

하지만 살인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점이나, 물불 안 가리는 과감성 덕분에 동년배의 화랑들에 비해서는 이미 한 수 위의 실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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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유신

죽방 이문식의 대사로 '백만스물 하나, 백만스물 둘'이 나온 것으로 보아 드라마 관계자가 이 블로그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듭니다(물론 처음부터 작가진이 '백만 스물 하나'를 염두에 두고 썼을수도 있겠죠).

아무튼 그런 무식한(?) 타격 훈련의 힘 덕분에 유신은 이미 보종을 넘어서 기존 화랑 중에서는 최강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덕만을 구하기 위해 비담과 함께 화랑들을 상대로 싸울 때, 문노가 '최근에 검을 겨룬 적이 없지?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잘 모르는구먼'이라면서 힌트를 준 적이 있죠. 그리고 실제로 보종과 석품을 단칼에 물리쳤습니다.

보종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이미 '선덕여왕' 드라마 상에서 유신의 검술은 보종을 넘어서 있습니다. 8일 방송일지 다음주일지 유신과 보종은 차대 풍월주 자리를 놓고 대결을 펼치겠지만 유신의 낙승이 예상됩니다.

(이미 시청자들이 유신의 우세를 점치는 상황이므로 예선에서 유신과 맞붙은 석품이나 기타 등등이 보종의 우승을 위해 유신에게 반칙으로 부상을 입힌다... 등등의 전개가 예상됩니다. 가능하면 이런 진부한 전개는 좀 피해 줬으면 하는 기대가 있습니다.)

물론 '화랑세기'상의 기록에도 14세 호림(호재)의 다음인 15세 풍월주는 유신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유신의 승리는 역사적인 필연입니다.^^ 보종은 유신으로부터 풍월주의 자리를 물려 받을 운명이죠. 안타깝지만 조연의 팔자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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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보종

설원과 미실도 당연히 비재를 하면 보종이 1등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다른 10화랑들도 이미 보종에게 모두 무릎을 꿇은 상태이니 그중 최강은 보종입니다. 알천과 석품도 "이미 유신 빼고는 모두 보종에게 굴복했다"고 이야기했죠. 보종의 낭도들도 "보종과 다른 사람들이 겨루면 재미가 없어서 못 본다(너무 쉽게 승부가 가려진다는 뜻)"고 할 정도로 보종의 검술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어린 시절, 서라벌에 처음 올라온 유신은 보종에게 수준차를 느끼며 굴욕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보종은 비담과 유신에게 망신을 당한 적이 있죠.

생각해보면 '선덕여왕'에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은 보종입니다. 문노를 찾으러 갔다가 임종의 화살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서현을 죽이려다 미실에게 죽음을 당할 뻔 하고, 힘든 일만 있으면 파견되고... 조연의 운명 치고는 참 가혹합니다. 일복을 타고 났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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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는 사실 별 의미도 없고, '선덕여왕' 제작진도 이 이상의 서열 매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아쉬움이 있다면 알천이 그리 검술로는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그나자나 뒷날 칠숙이 석품과 함께 난을 일으키려다 실패해 죽음을 당할 때(뭐 대략 미실파의 마지막 실질적 위해 시도라고 생각되지만) 혁혁한 공을 세워야 할 염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의문입니다. 염장은 17세 풍월주로 보종과 춘추 사이를 잇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뭐 드라마에서는 월야나 알천, 지금까지 전혀 활약이 없는 필탄 등이 그 역할을 대신 할 수도 있겠죠.

그러고 보니 궁금합니다. 칠숙이 덕만을 살해하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칠 때 칠숙을 제압하는 것은 문노일까요, 비담일까요, 유신일까요. 여기서 또 한번 순위 변동의 계기가 생길 듯 합니다.^




그동안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을 모두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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