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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반이지만 김병욱 감독의 '지붕뚫고 하이킥'은 상당히 논란의 대상입니다. 전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5초에 한번씩 '빵' 터지는 순도 높은 웃음에 중독된 사람들의 항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트콤이냐 드라마냐' '왜 전처럼 쉴새없이 웃기지 않느냐'는 게 이유입니다.

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은 시청률면에서는 12-14%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순조롭게 항행하고 있습니다. 일부의 거부반응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청자들이 이 새로운 시트콤의 매력에 빠져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그 핵심은 아역 서신애(신세경의 동생이므로 극중 이름은 신신애)입니다. 김병욱 감독을 잠시 뵐 기회가 있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면도를 안 하고 나왔다고 하셔서 사진 촬영은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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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이 "어떻게 보고 있느냐"고 묻길래 "(서)신애가 자전거 타다가 넘어지지만 않으면 끝까지 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솔직한 의견입니다). 김 감독도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바스트샷이 너무 좋아요. 그 안에서 정말 무궁무진하게 표현이 되는 아이에요."

- 어떻게 신애를 캐스팅하게 됐나.
"드라마 '고맙습니다'를 보고 그때부터 꼭 데리고 하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방송 시작 시점도 신애의 스케줄에 맞춘 셈이다(웃음)."

- 그런데 아동학대라는 지적도 있다.
"극중 이순재의 손녀 해리(진지희)가 자기 집 가정부로 들어온 신애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 때문이다. 이 장면 전후에 웃음(시트콤에서 흔히 나오는 웃음 효과음)을 깔았다는 이유로 반발이 엄청났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는 거였다."

- 신애의 '울다가 먹다가' 연기에 대해서도 반발이 있었다.
(해설: 신애가 언니를 잃어버리고 서울 시내를 해메고 다니는 장면에서, 먹을 것만 보면 울음을 멈췄다가 다 먹고 나면 또 우는 장면이 있었음.)
"나이 먹은 시청자들은 그 장면을 보고 자신들도 따라서 울다가 웃다가 했다는 반응들이다. 하지만 젊은 층은 '왜 애가 배고파 우는데 거기에 웃음 효과음을 깔았나. 제작진이 제정신이냐'는 반응들을 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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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회에 나왔던 '칡뿌리 캐먹는 신애' 모습.)

- 그런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때리는 척만 한게 아니라 실제로 때리는 걸로 찍었기 때문에 본인에게는 참 미안하지만... 시청자들은 표현하려는 뜻을 봐 줬으면 좋겠다."

- 어린 여배우들(?)과 일하는데 상당히 애로도 있겠다.
"뭐, 워낙 성격들이 좋아서 별 문제는 없다. 사실 열두살이면 다 컸다고 봐야 한다. 둘 다 굉장히 어른스럽다. 특히 신애는 이해력이 대단히 뛰어나다."

- 신애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나.
"물론 성장해가고... 신애의 러브 라인도 있다. 상대는... 아직 비밀이다."

누구냐고 추궁해서 그 상대를 알아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아직 공개하면 안될 듯 합니다. 그런데 참... 대단히 의외의 인물이라는 것만 알아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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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생인 서신애는 아무래도 2007년 영화 '눈부신 날에'와 드라마 '고맙습니다'로 대중의 주목을 확 끌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고맙습니다'에서 치매 노인 신구와 함께 보여준 노-소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의 컴비네이션이었죠. 많은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눈물을 안겼습니다.

신애의 특이한 점은 더없이 귀여운 얼굴이면서도 얼굴 한 구석에 슬픔의 흔적이 보인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가만히 웃는 얼굴을 보고 있어도 왠지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는 듯한 구석이 있죠. 그동안 신애를 만나 본 연출자나 제작자들이 이 점을 캐치하지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눈부신 날에'에서도 불치병, '고맙습니다'에서도 불치병.... 신애가 그동안 비극적인 역할을 주로 맡아 온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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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어디선가 발견한 신애의 데뷔 시절 오디션 모습입니다. 공식 데뷔가 2004...




이번 '지붕뚫고 하이킥'에서도 신애는 부모와 헤어져 언니와 함께 남의 집 살이를 하는 역으로 등장합니다. 신애의 가장 큰 적은 엄청난 식욕. 이 풍요로운 시대에 배고픔이라는 원천적인 동기와 싸워야 하는 신애의 투쟁은 참 재미있으면서도 눈물겹더군요.

사실 '지붕뚫고 하이킥'은 21세기 드라마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1970년대, 혹은 60년대가 어울리는 광경이 자주 연출됩니다. 이미 기획안에서 '식모'라는 사라진 말이 다시 등장하는 데서도 볼 수 있듯 그 시대에는 충분히 있었을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야채는 먹기 싫어하고, 고기와 우유만 좋아하는 덕분에 늘 변비로 고생하는 이기적인 서울 아이 해리와 뭐든 신기한 것 투성이에 순수하기 짝이 없는 산골 소녀 신애의 대비는 참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가만히 보고 있으면 가슴 먹먹해지는 신애의 눈빛은, 가능하면 이 시트콤이 신애가 행복해지는 쪽으로 끝나기를 그저 기원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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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장면은 '지붕뚫고 하이킥'이 '거침없이 하이킥'을 넘어설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걸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 장면을 보다가 그냥 쓰러졌습니다. 서신애의 '마트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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