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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 드라마에서 웬만한 성형수술이나 윤곽변형은 책잡을 거리도 안 됩니다. 얼굴 고쳐 놓고 치열교정이라고 우기는 것도 애교에 속합니다. 정말 대단한 건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마무리하는 솜씨들입니다.

KBS 2TV '아이리스'가 마침내 이병헌에 대한 저격으로 마무리 도장을 찍었습니다. 이병헌이 '아이리스2'에는 출연하지 않는다는 소식이 있을 때부터 그 운명이 대강 짐작되긴 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마지막 부분, 그 처리의 방식에 정말 턱을 땅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입이 딱 벌어졌다'의 다른 표현입니다. 물론 좋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떻게 이 비싼 드라마가 이렇게 끝나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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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현준(이병헌)은 승희(김태희)가 기다리는 호텔로 반지를 사들고 룰루랄라 돌아옵니다. 승희는 승희대로 쓸데없이 호텔 이곳 저곳을 왔다 갔다 하고, 전화기를 켰다 껐다 하며, 이어폰을 꽂고, 그동안 못다 했던 PPL 광고주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며 현준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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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보이는 등대가 승희가 기다리는 바로 그 등대일 겁니다. 지금은 새치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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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죽죽 달려갑니다. 중간에 계속 승희의 얼굴이 삽입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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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앞 장면에서 가볍게 틱, 소리가 들리고 여기서 차가 뒤뚱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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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총에 맞은 현준이 운전능력을 상실하고 차가 정규 통행 방향에서 벗어납니다.

물론 총에 맞아 핸들을 놓친 사람이 브레이크는 어떻게 밟았는지... 저 짧은 거리에서 바다쪽으로 구르거나 왼쪽 절벽을 들이받지도 않고 절묘하게 차를 정지시킵니다. (촬영 막바지에는 제작비가 좀 더 딸리기 마련입니다. 더 이상 KIA 차량을 희생시킬 수 없었던 모양이군요. 유리 깨는 정도로 마무리.)

화면에 스키드마크도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선 급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그럼 이 차는 운전자가 총에 맞으면 저절로 서는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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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유리가 대파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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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은 운전대에 머리를 받고 쓰러져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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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많이 흐르고, 눈물도 흐릅니다.

지금부터 신의 조건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차량의 진행 방향으로 보아 오른쪽은 바다입니다. 저격수는 바다 한 복판에, 아마도 배를 띄워 놓고 자리를 잡고 있었을 겁니다. 당연히 바다는... 육지보다 출렁거립니다(무슨 소리야). 날씨가 좋아서 파고가 일정하긴 하겠지만, 아무튼 꽤 흔들립니다.

문제의 저격수는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커브 구간이긴 하지만, 운전자가 반지를 들고 애인에게 프로포즈하러 가는 사람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이 상황에서 유유자적 천천히 가고 있다면 그건 정신병자죠)를 겨냥하고 저격을 합니다.

이 차의 진행방향과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면, 현준이 차에서 내려 등대로 갈 것 또한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달리는 차 안과 외부에 노출된 등대 중에서 어느쪽이 쉬운 저격 목표일지는 자명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차를 선택한 건 그만큼 저격 실력에 자신이 있단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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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총알은 정확하게 오른쪽 유리를 깨고 현준의 머리를 관통했습니다. 차 유리가 대파된 걸 보면 총알은 상당히 큰 구경인 듯 합니다. 그런데 총알은 유리를 깬 뒤에는 갑자기 소심해져서 현준의 머리 형상을 그대로 남겨 둘 정도로만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면 머리가 절반은 날아가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 현준의 오른쪽 머리로 들어간 총알은 왼쪽으로 관통해서(그렇지 않았다면 현준의 왼쪽 머리에서 피가 날 리가 없죠. 충돌시 핸들에 부딪힌 머리도 오른쪽이니까요), 살짝 피가 날 정도까지만 힘을 냈습니다. 왼쪽으로 총알이 뚫고 나왔는데도 왼쪽 유리창에는 피 한방울 튀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사실 총격전 영화만 몇편 보신 분들도 저건 좀 이상하다고 느끼실 겁니다. 제가 무슨 총기 전문가는 절대 아니지만, 총상은 엑시트 운드(Exit Wound)가 더 큰 법이잖습니까. 오른쪽으로는 살짝 구멍만 나더라도 왼쪽 머리로 뚫고 나갔다면 왼쪽 머리는 지금보다 한참 더 심각한 상태여야 할텐데 말입니다.

그러니까 범인은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몇 Km 밖에 있는 달리는 차 안의 표적을, 그것도 단 한 방으로 정확하게 머리를 맞히고, 그것도 엑시트 운드도 없이 딱 출혈만 일어나도록 관통한 겁니다. 과연 이걸 신의 솜씨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이런 킬러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물론 이런 신의 솜씨는 여기 저기서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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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요원 역을 맡은 류승룡입니다. 이 화면은 백화점을 점거한 테러범들이 NSS 요원들에게 보낸 협박 요구사항입니다. 류승룡은 자신만만하게,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얼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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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혼자 자신만만하게 얼굴을 드러낸 이 요원은 나중에 대통령의 정상회담 자리에도 그 얼굴 그대로 버젓이 들어와 총질을 합니다. 물론 실력은 신의 실력이 아니지만, 이 테러리스트는 신의 배짱을 가졌습니다.

참...대한민국은 나라도 아닙니다. 온 NSS 요원이 얼굴을 알고 있는 테러리스트가 몇시간 뒤 곧바로 대통령을 죽이러 난입해도 아무도 막지 못합니다. 스펙터클도 좋고 총싸움 저도 좋아합니다만, 이건 뭐 좀 어떻게...하는 생각밖에 들질 않습니다.

어쨌든 권총 한 자루로 그 많은 테러리스트를 진압한 신의 요원 현준. 그런 현준인 만큼 그를 죽이려면 신의 능력을 가진 저격수가 필수였겠죠.

네. 아이리스는 신들의 이야기, 그냥 신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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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였기 때문에 전쟁의 신 현준과 미의 여신이자 거짓말의 여신인 승희는 맺어질 수 없었던 거겠죠. 드라마의 신들이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드라마가 신화가 된 모양입니다.

"난 전설같은 건 믿지 않아"라는 대사 뒤엔 "왜냐하면 내가 신이기 때문이야"라는 말이 감춰져 있었던 걸까요. '아이리스'를 봐도 그렇고, '선덕여왕'을 봐도 그렇고.... 대체 왜들 마무리가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감히 신들의 얘기를 평민이 알려고 하면 다친다구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튀어나와 죄송하지만,

아직 투표 안 하신 분들,

한표만 부탁드립니다.

http://www.gmarketstory.co.kr/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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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코믹했던 캐릭터는 이런 드라마에선 총부터 쏘고 말을 해야 한다는 사소한 진리를 몰랐던 이 아이리스 요원... 말이 많은 사람부터 죽는다는 것도 몰랐다니. 저도 이제 입 다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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