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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연말이 되면 각 방송사는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을 발표합니다. 겹치는 출연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지상파 3사가 날짜를 조금씩 변화를 두어 진행하죠. 올해는 MBC 연기대상이 30일이군요. 자동적으로 KBS는 31일에 연기대상이 진행됩니다.

올해 연기대상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아무래도 '선덕여왕'과 고현정입니다. 올해 수많은 드라마들이 명멸했지만 이 드라마와 이 배우에게 비교할만한 대상은 아무래도 쉽게 떠오르지 않습니다. 게다가 연초에 방송됐더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에서 지워질 수도 있었겠지만, 연말 직전까지 드라마가 방송됐던 터라 아직 선명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각 방송사의 연말 연기/연예대상은 순수하게 시청자나 평론가의 입장에서 따질 수 있는 상이 아닙니다. 각 방송사가 그 한해 동안 각 연기자들이 자사의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따져서 주는 공로상이라고 보는 게 적당합니다. 그러다 보면 MBC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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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과연 최고 영예인 대상을 누가 차지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일단 몇몇 후보를 거론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제1후보는 고현정입니다. '선덕여왕'이 올해 최고의 화제작인 것은 분명하고, 그 화제를 이끌어낸 최고의 주역 역시 고현정이라는 건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는 얘기일 겁니다. 길게 거론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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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도전할 수 있는 가장 강한 후보는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입니다. 만약 상이 주어진다면 김남주 본인에게도 '재기상'이라는 이름이 붙여질 수 있을 정도로 오랜 동안의 공백을 깨고 출연한 작품인데다 이 작품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킬 정도로 크게 히트했습니다.

게다가 방송될 때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내조의 여왕'의 분전은 더욱 눈부십니다. 같은 시간대에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강자가 바로 KBS 2TV '꽃보다 남자'였기 때문이죠. 이 강적과 3주 겹쳐 방송되면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고정 시청층을 모아가다가 '꽃보다 남자'가 방송을 마치자마자 전세를 역전시켜 버렸습니다. KBS쪽에서도 '꽃보다 남자'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조의 여왕'이 그걸 단칼에 잘라 버린 셈입니다.

그리고 출연작이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나올 때마다 제몫을 해줬던 김남주에 대한 감사의 표시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죠. 아무튼 대상에 손색이 없는 후보인 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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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MBC가 소흘히 대접할 수 없는 사람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선덕여왕'의 타이틀 롤을 연기한 이요원입니다.

분명히 이요원은 이 드라마에 캐스팅될 때, '선덕여왕'의 선덕여왕 역할이라는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었을 겁니다. '장희빈'이라면 장희빈 역할이, '명성황후'라면 명성황후 역할이 드라마의 핵심이고 가장 초점이 맞춰져야 할 역할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선덕여왕'이 방송되는 내내 드라마의 초점은 고현정이 연기하는 미실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이요원이 연기한 선덕여왕은 아역 남지현 시절을 제외하곤 종영때까지 드라마를 주도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 역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죠. 이게 누구의 책임이건, 이런 상황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 심지어 미실이 죽은 다음까지도 -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MBC가 이요원에게 그만큼 빚을 지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게다가 주연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던 '선덕여왕' 종방연 때에도 이요원은 사실상 혼자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요원까지 불참했다면 제작진은 격려차 방문한 엄기영 사장 앞에서 낯을 들 수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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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연기대상은 방송사가 연기자들에게 '드리는' 공로상 내지는 감사패입니다. 여기에 약간 부수적인 요소를 설명하자면 '그동안 잘 해 주셔서 고맙고, 앞으로도 우리 함께 잘 해보자'는 '우정상'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서로 100% 만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 상을 받고 기분 풀자'는 '위로상'이기도 합니다. 이런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수상자가 결정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물론 이런 모든 요소를 넘어서서 가끔 지난해 문근영의 SBS 연기대상 수상처럼 이례적인 수상자가 나오기도 합니다. 이건 '방송사 이미지를 고려한다'는 경영 마인드에서의 결단이 가져온 결과죠. 그리고 그 판단은 큰 성공이었습니다. 특히나 지난해 MBC의 악명 높은 송승헌-김명민 공동 수상과 비교되면서 그 효과가 배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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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세 후보를 놓고 여러가지를 견줘 볼 때, MBC가 내릴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선택은 '고현정-김남주'의 공동 대상 카드입니다. 누구 하나 내려놓을 수 없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 카드를 연기자들이 받아들일지는 의문입니다. 특히나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고현정이 공동수상을 받아들일지가 매우 궁금합니다.

따라서 그 다음 궁금증은 고현정이 이 행사에 참여하느냐로 넘어갑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방송사 연기대상의 수상자가 현장에서 결정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거물급 스타일수록, 수상 여부를 확실히 약속받지 않은 상태에서는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는 참 안타까운 얘기지만, 특히나 방송사 연기대상의 경우엔 이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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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연기대상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배용준의 참석 여부였죠.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은 "떠들썩한 시상식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다"는 입장에다 그해 12월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참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었습니다. 그때문에 '하얀 거탑'의 김명민이 대상 후보로 급격히 부상했죠. 그러나 배용준이 뒤늦게 참석을 선언하면서 대상은 배용준에게 돌아갔습니다.

(이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MBC는 2008년 연기대상에서 김명민에게 대상을 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시 최고의 인기작이던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을 무시할 수는 없었죠. 일반 시청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당시 MBC가 가장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송승헌이었습니다. 결국 공동수상은 이런 배경 속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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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에 이런 예상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감히 예상해본다면 이렇습니다. 고현정이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대상 단독 수상의 가능성이 80%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고현정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김남주의 단독 수상 가능성이 70%, 김남주/이요원의 대상 공동 수상 가능성이 20%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요원의 단독 수상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혹시라도 그런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이요원에게 큰 위안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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