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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잘때 걸려오는 전화는 아예 배터리를 빼 버릴지언정 안 받는게 인생의 지침이었는데, 어쩌다 전화를 받았습니다(생각해보니 아이폰은 배터리를 뺄 수가 없군요^^). 요즘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시트콤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김병욱 감독님, "요즘 낮에 자고 밤에 깨서 일하는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내 시간으로 생각하고 전화를 했다"며 정말 미안해 하시더군요.

어젯밤 보도된 '하이킥' 관련 기사 가운데 엔딩과 관련된 언급이 있는데, 전혀 하지 않은 이야기가 보도됐다는 겁니다. 하이킥이 '다소 슬픈 결말이겠지만 작가들과 상의중이니 지금 유행하는 괴담처럼 황당무계하지는 않을 거다'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터넷으로 보신 거죠. 감독님은 "이런 얘기는 한 적이 없다. 지금같이 시청자들이 민감할 때 내가 왜 이런 얘기를 하겠느냐"며 난감해 하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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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무시고 내일 아침에...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워낙 다급하신 목소리였습니다. "지금이라도 해명 인터뷰를 좀 할 수 있겠느냐"는 거였죠. 뭐 이미 잠도 다 달아났고, 이 시간에 다른 후배를 깨울 수도 없고, 오랜만에 기사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톡톡톡.

http://isplus.joins.com/article/article.html?aid=1314605

그리고 나서 이쪽으로 왔습니다.

새벽 세시. 본인에게는 한낮이라고 하시지만 목소리에서는 피로감이 역력했습니다. "요새 정말 시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잠을 잘 못 자요. 내가 그래서 정신도 오락가락 하나봐. 이 시간에 전화해서 깨우고 정말 미안해요." 그렇게 피곤하신 분이 왜 전화 인터뷰까지 하셨냐고 하니 대답도 그렇습니다. "그래도 전화하신 분들 입장도 있지, 어떻게 그냥 끊어요. 뭐라도 얘기를 해야지." 참 기자 입장에서 보면 눈물겨운 봉사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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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5분짜리 주 5회. 125분이면 70분짜리 미니시리즈 2회 방송분이나 비슷한 분량입니다. 특히 시트콤이라지만 세트 촬영 못잖게 야외 촬영이 많은 김병욱표 시트콤임을 생각하면 노동강도는 비슷하죠. 이야기를 뽑아내는 시간은... 뭐 상상에 맡길 일입니다.

문제는 미니시리즈라면 통상 16회, 8주면 끝나지만 현재 '하이킥'은 20주째 방송되고 있다는 거죠. 그야말로 농담이 아니라 살인적인 노동 강도입니다. 그런 스케줄에서도 현재 퀄리티의 방송을 뽑아내고 있다는 건, 일반인보다 방송 관계자들에게 더욱 놀라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체크해 본 결과, '대장금'의 이병훈 감독님이나 최완규 작가 같은 양반들도 이 시트콤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종영을 두달 앞둔 현재 제작진의 에너지는 고갈 직전이라는 얘깁니다. 아무리 이 분이 '스텐레스 김'이라고 해도 이런 상황이면 쓰러지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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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부분에 대해 우려하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 전에도 슬쩍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슬프게 끝나는 건 아니겠죠?" 그런데 철통같은 방어에 부딪혔습니다. "지금은 그런 얘기 하면 안돼요. 뭐라고 한마디만 하면 난리가 나요."

이런 상황에서 인터뷰 기사에 '슬프게 끝나긴 하겠지만...'이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된걸 보고 아이쿠 하신 모양입니다. 벌써부터 하이킥 게시판이며 댓글이며 난리가 났더군요.

물론 제가 입장이 입장인 터라 기사를 쓴 분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항상 인터뷰라는 걸 하고 나면 크건 작건 그런 말을 햇네 안 했네 하는 시비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대화를 하다 보면 뉘앙스라는 것이 있어서, 평소 잘 아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말한 사람이 a라고 한 얘기를 듣는 사람은 b라고 듣기도 합니다. 아무튼 기사를 쓴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붕뚫고 하이킥'의 연출자가 '슬픈 결말'이라는 식으로 말했다는 기사가 나가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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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트콤의 엔딩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사인 터라 "세경이가 불쌍해지지 않게 끝내 주세요"라고 당부하긴 했지만 저도 내심 불안합니다.^ 안 그래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라는 분을 괴롭힐 수도 없고... 뭐, 어떤 결말이든 그건 만든 사람의 몫입니다. 아무튼 가장 아쉬운 건, 어쨌든 3월 19일이면 이 사랑스러운 등장인물들, 특히 저 자매와 헤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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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 지난번 '거침없이 하이킥'의 엔딩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민호(김혜성)과 유미(박민영), 윤호(정일우)와 민정이 어떤 결말을 맞느냐였습니다. 특히 저는 전자 쪽이 궁금했습니다. 결국 꿈처럼 유미가 민호의 눈앞을 스치고 지나가고, 민호는 언제든 다시 유미를 만날 수 있다는 기대(혹은 다짐)를 하죠. 이번 '지붕킥'에서도 그런 희망을 보여주는 결말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P.S.2. 얼마전 이 분으로부터 "혹시 요즘 재미없어졌다는 생각 들지 않아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소신을 담아 "절.대. 아니니 그냥 하던 대로 하시라" 고 말씀드렸습니다. 제기 꼭지가 빠진 이수근의 표정을 볼 때처럼 찢어지는 웃음이 없어도 저는 세경이의 짝사랑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른 드라마건 시트콤이건 어디서 대체 이런 작품을 보겠습니까. (혹시 "안 웃겨서 싫다"는 분들이 생긴 데에는 제가 책임의 일부를 져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하지만 현재대로의 '지붕킥'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으실 거라고 확신합니다.)


공감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 모양에도 하이킥을 날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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