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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 덕분에 '하이킥' 본방 사수가 가능했습니다. 일단 관심의 초점은 '갑자기 밝아진 세경'입니다. 96회로부터 이어지는 내용인 97회에서는 이제 세경의 짝사랑이 정리되는 듯한 느낌을 줬습니다. 대신 이제부터는 준혁이 어떻게 세경을 위로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고 사진 한장 찍어 핸드폰에 남기는 걸로 과연 세경의 짝사랑은 끝났을까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정리될 수 있을까요? 얼핏 보기에는 지훈을 짝사랑하는 세경이나 세경을 짝사랑하는 준혁이나 엇비슷한 심정일 것 같지만, 사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준혁에겐 있고 세경에겐 없는 것을 생각해 보면, 세경의 마음 속 병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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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경이 마음을 정리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보게 된 지훈과 정음의 포옹 장면입니다. 준혁에게 이끌려 미술관을 나서던 세경은 미술관 정문 로비에서 지훈과 정음이 껴안고 있는 장면을 보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죠. 그리고는 막연히 준혁과 함께 걸어나오다 갑자기 잊어버린 게 있다며 사라집니다.

밤늦게까지 세경을 걱정하며 기다리던 준혁에게 세경은 아까와는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웃음을 지으며 나타납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온 식구들에게 큰 소리로 신나게 아침 인사를 하고, 갑자기 힘이 넘치는 듯 온 집안의 먼지를 털어 내고 대청소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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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런 류의 행동은 매우 흔합니다. 애써 강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숨기고, 일거리를 찾아 몰두하면서 아픔을 잊으려 합니다. 이러다 보면 실연의 상처는 빨리 잊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가 있습니다. 세경은 거의 매일 지훈과 정음을 봐야 하는 처지입니다. 아예 성북동 집을 떠난다면 모르겠지만, 그 집에 발붙이고 사는 한은 매일 두 사람을 지켜봐야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 세경의 독백대로 '이 시간도 다 추억이 되겠지만', 그것도 사람이 안 보일때 얘기죠. 바로 뻔히 보이는 '그 사람'이 내 마음은 전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환장할 겁니다.

게다가 마음을 정리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자신을 빼고 사귀는 두 사람을 혐오하는 거지만 세경은 두 사람을 미워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지훈의 죄라야 세경을 불쌍히 여기고 옷이며 목도리며 사주고 공부하라고 격려해준 것 뿐입니다. 정음 역시 세경이 서울에서 거의 처음으로 정을 준 사람이죠. 네.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차라리 미워할 수라도 있으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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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정적으로, 세경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아무도 없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준혁에게는 '베프' 세호가 있죠. 제대로 이해를 해 줄 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자기의 고민을 얘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소문나지 않게 할 수는 있는 상대입니다.

하지만 세경에겐 세상에 단 둘뿐, 어린 신애와 자신 뿐입니다. 아무리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도 혼자 이겨내야 합니다. 이건 스무살 남짓한 사람에겐 어쩌면 실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죠. 술잔을 기울이며 하소연할 상대도 없다는 건.

결국 세경은 지훈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고, 온 집안을 대청소하는 걸로 자신의 뜻을 다졌습니다. 하지만 밖으로 배출하지 못하고 응어리진 마음은 언젠가 다시 터지고 말 겁니다. 그리고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충격이 클 것이라는 점도 자명합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살아 보면 여러분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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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남은 '하이킥'의 애정전선은 준혁이 어떻게 세경의 응어리를 풀어 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질 듯 합니다. 지금 세경이 웃을 때 마음 속으로는 울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일시적이나마 그런 세경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도 역시  세상에서 준혁 하나 뿐이기 때문이죠. 과연 준혁이 그 짐을 질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지가 궁금합니다.


P.S. 물론 3월말 종방이면 아직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지훈과 정음 사이에 문제가 생기고 지훈이 세경 쪽을 돌아보게 될 여지도 충분합니다. 진짜 심각한 갈등은 그때 발생할 수 있겠죠. 세경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어쨌든 남은 30여회 동안 세경의 앞날은 그리 편치 않을 듯 합니다. (할일이 태산인데 시트콤 러브라인에 빠져 있는 이런 중년 아저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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