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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광고는 동계올림픽 시즌을 맞아 절정에 달했습니다. SBS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중계를 보다 보면 일단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가 4개 정도 방송되고 나서야 다른 광고들이 서서히 등장하곤 합니다. 이때문에 김연아 독점의 느낌은 더욱 강해지는 듯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동계올림픽 기간 중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의 비중은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이건 IOC의 방침 때문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 올림픽이 '아마추어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로 되어 있기 때문에, '대회기간중 IOC 스폰서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홍보에 나설 수 없다'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긴 좀 더 생각해보면 오히려 독한 장삿속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들을 잇달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저렇게 많은 광고에 나오는데 정말 사람들이 저 광고를 모두 기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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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지난해 소녀시대(12개 - 이건 멤버 전원인지, 소녀시대 멤버가 1명이라도 출연한 광고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후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광고(9개)에 출연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소녀시대는 9명이다 보니 김연아 하나로 집중되는 느낌에는 비할 바가 못 됩니다.

하지만 일단 드는 것은 정말 사람들이 김연아가 광고하는 회사를 모두 기억할까 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우유, 수많은 화장품, 수많은 섬유유연제 가운데서 '아, 이거, 김연아가 광고하는 걸 사야지'라는 생각이 들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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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올림픽 기간 중에 방송되는 광고 가운데서 KB 광고 외에는 김연아가 나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KB는 이승기와 함께 출연하고, '이승기가 김연아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따로 촬영했다(말이 아름답긴 하지만 이승기와 찍으면 시간이 두배로 걸리기도 한단 말입니까.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이승기도 바쁘고 김연아도 바빠서 함께 촬영할 시간을 뽑지 못했다'는 것이겠지만 이런 식의 포장이 나쁘지는 않습니다^^)'는 일화가 널리 보도되면서 눈길을 끈 덕분에 주목을 받은 듯 합니다.

그 밖에 김연아와 오셔가 함께 출연한 007형 전화기 광고는 이전의 '씽씽 불어라~~'에 비해 전혀 임팩트가 없습니다. 현대차 광고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Journey의 'Faithfully'가 나와서 보다 보니 김연아가 나오더군요.^ 나이키 광고는 참 왜 하는지 궁금할 정도로 김연아가 나온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창의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최악의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나이키 광고가 갖고 있던 강렬한 표현과 이미지에 비해 이건 뭥미...라는 느낌이더군요.

평소보다 훨씬 적은 수의 광고가 방송되는 올림픽 기간인데도 이 정도인데, 과연 7-8개가 동시에 방송되는 시기에도 '김연아 광고'들이 모두 위력을 발휘할까요? 개인적으로는 비관적입니다. 저는 위에서 말한 '씽씽 불어라'의 하우젠과 '연아빵'의 뚜레주르, 그리고 종이 김연아가 등장한 섬유유연제 샤프란 외에는 김연아가 무슨 광고에 나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기억하실지 궁금합니다.

어쨌든 김연아가 광고 모델로 효과를 거두는 건 '오직 단 하나뿐인 연아'라는 희소성 때문입니다. 그럼 그가 광고하는 상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 효과가 묽어지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죠. 하지만 지난해 이후 김연아가 나오는 광고들을 보다 보면 '닥치고 김연아'라는 분위기가 너무도 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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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김연아의 이런 '광고계 싹쓸이'는 유난히 빅 모델(big model)에 목을 매는 한국 광고주들의 특징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티비티고 뭐고 일단 '지금 제일 잘 나가는 모델이 누구야? 김연아? 그럼 김연아 데려와. 돈? 지금 내 앞에서 돈 얘기 하나? 우리 있는건 돈밖에 없어'라는 식이죠.

물론 일부 보도에 따르면 '김연아 광고 효과'는 눈부십니다. 김연아를 모델로 쓴 뒤부터 해당 제품의 매출이 30%, 50%, 70%씩 치솟고 있다는 기사가 지면을 장식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런 기사들을 글자 그대로 믿는 건 좀 힘들 듯 합니다. 김연아를 모델로 캐스팅한 것도 그 기업의 홍보 파트일 것이고, 이런 기사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곳도 같은 부서입니다.

그리고 '김연아를 썼더니 우리 제품이 폭발적으로 잘 팔리더라'는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1) 기존의 광고 효과를 좀 더 불붙게 하자는 확인 효과 (2) 기업 최고위층에게 '우리가 김연아 바람을 타고 이렇게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 효과의 두 가지 목적을 충족시키기 위한 경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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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모델이 7-8개에서 많으면 10개까지 온갖 품목의 광고를 싹쓸이하는 풍토는 변한게 없습니다. 그리고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아마도 많이 기억해야 3,4개 정도일 겁니다. 나머지 회사들은 그냥 그 스타를 위한 후원금을 냈다... 정도로 위안을 삼아야겠죠. (물론 사람마다 관심 품목이 다르기 때문에, 1인당 3,4개면 충분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김연아가 최고의 스타고, 김연아가 갑부가 되는 것(이번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들 중 수입 1위로 꼽혔더군요. 추정수입은 800만달러인데 아마 이보단 좀 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에 대해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다만 지금처럼 '어쨌든 빅 모델이 최고'라는 식의 광고 분위기는 매우 수준 이하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솔직히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생각대로 T' 광고는 장동건 때문에 히트한 것일까요, '되고송' 때문에 히트한 것일까요? 저는 다음에 나오는 것 같은 광고를 더 많이 보고 싶습니다.



P.S.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한 간단 해설: 미국인 청년이 파리로 가서 여자친구를 만나고, 아예 파리에 살고, 결혼식을 올리는 해피엔딩을 모두 구글이 함께 했다는 스토리를 보여주는 광고입니다.

처음에 '해외 유학(연수)'을 찾아보던 주인공은 파리로 가고, '루브르 근처의 커피숍'을 검색한 뒤 아마도 누군가(예쁜 아가씨겠죠)로부터 들은 불어 표현을 검색합니다. 그 말이 '당신 참 귀엽군'이란 뜻임을 알게 된 이 청년은 잇달아 '프랑스 여자에게 어필하는 법' '초콜렛 가게' '프랑스와 트뤼포(프랑스의 유명 영화감독)' 등을 검색하면서 연애 진도를 나갑니다.
 
얼마 뒤  귀국한 이 청년, 그 뒤로는 '원거리 연애에 대한 조언'을 찾고, '(외국인을 위한)파리의 일자리'를 검색합니다. 그리고는 파리로 날아가는 항공편을 보고, 파리의 (결혼하기 좋은) 교회를 검색하죠. 이런 식으로 '연애와 생활 속 깊숙히 들어와 있는 구글'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슈퍼볼 광고 가운데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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