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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절할 뻔 했습니다.

물론 '상상할 수 없던' 일의 연속입니다. 숏트랙 아닌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남/녀 500m를 한국이 모두 석권할 거라고 예상한 사람, 심지어 그런 날이 언젠가 올 거라고 생각한 사람도 별로 없을 겁니다. 하긴 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오래 전에는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1만미터는 더 말도 안 되는 얘깁니다. 스피드 스케이팅이 실내 경기장에서 치러진 이후, 체격이 작은 아시아 선수들에게도 기회가 온 건 맞습니다. 힘보다 회전 테크닉이 중시되기 시작한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5000, 1만 미터로 가면 '역시 테크닉보단 힘'의 세계가 되어 버리는 겁니다. 이 거리가 되고 보면 2m에 육박하는 신장과 깍짓동같은 허벅지의 북유럽 선수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5000미터에서 이승훈이 은메달을 땄을 때만 해도 이건 정말 기적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금메달이라니. 그것도 스벤 크라머라는 위대한 선수 앞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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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라고 스벤 크라머에 대해서 잘 알았을 리가 없습니다. 지난번에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이며 왕년의 스피드 스케이팅 유망주였던 네덜란드 출신 모델 다우첸 크루스(다우첸 크로스라고도 합니다)가 가장 응원하는 선수가 바로 스벤 크라머라고 한 인터뷰를 보고, 흠, 대단한 놈인가보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크라머는 이미 이승훈을 제치고 5000미터 금메달을 딴 상태였죠.



그리고 나서 크라머의 기록을 한번 찾아 봤습니다. 뜨악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한마디로 퍼펙트 레코드, 그 자체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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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토리노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였던 크라머는 2007년부터 세계 최고의 중장거리 선수로 자리를 굳힙니다. 2007년 솔트레이크시티, 2008년 나가노, 2009년 밴쿠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년 연속으로 5000미터와 1만미터를 제패하고 역시 3년 연속 개인 종합 1위에 올랐습니다. 또 2007년에서 2010년까지 유로파 컵에서도 4년 연속 개인 종합 1위였습니다.
 
당연히 세계 신기록도 모두 그의 차지입니다. 5000미터에서는 6분03초32, 1만미터에서는 12분41초69의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실격했지만 이승훈보다 4초 이상 빠른 12분54초대를 기록했는데 이것 역시 그의 베스트 레코드에 비하면 그리 대단한 성적이 아니었던 것이죠. 이승훈이 이번에 세운 올림픽 기록보다도 17초나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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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2007년 이후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1위였던 셈입니다. 그야말로 무적의 챔피언이었던 거죠. 이런 선수와 함께 뛰면서 금메달을 땄다는 건 실력과 운이 혼연일체가 된 성적이라고 봐야할 듯 합니다. 은메달과 동메달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이승훈을 번쩍 들어올린 것도 '아니 대체 너는 어디 있다가 튀어나와서 이렇게 잘 타는 거냐'는 놀라움과 대견함의 표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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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다음 기회에도 한국 선수가 이 수준의 성적을 낼 수 있을까요. 물론 이제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뒤라 좀 더 쉬워질 수도 있겠지만, 좋아도 너무 상상할 수 없게 어이없이 좋은 성적이라 별별 생각을 다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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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디선가 지금도 이렇게 금메달과 은메달을 동시에 목에 걸고 '제2의 이승훈'을 꿈꾸는 강철 허벅지의 어린이들이 자라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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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얼굴도 보면 볼수록 잘생겼더군요. 송충이 눈썹이 일품입니다.

아무튼.

이승훈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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