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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참 빠릅니다. 물론 제가 장국영의 광팬이었다거나 한 건 절대 아닙니다. 장국영과 당학덕이라는 애인의 로맨스는 이성애자인 제가 공감하기엔 참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백거이의 '장한가(長恨歌)에서 따 온 '아자, 천장지구유시진, 차애면면무절기(阿仔,天長地久有時盡 此愛綿綿無絶期)'라는 낭만적인 송사(送辭)를 보면서 표음문자가 따를 수 없는 표의문자의 압축미에 다시 한번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제 모습은 참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좀 부끄러운 점도 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볼 때 2003년 당시에는 정말 '올드보이'의 오대수적인 삶(혹시 까먹은 분들이 있을까봐 적어 두자면 오대수는 '오늘도 대충 수습한다'의 약자입니다)을 살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그 해에 결혼을 했고, 파란의 2004년과 2005년을 보내면서 급격한 변화를 겪습니다.




왜 갑자기 장국영 얘기를 하다가 개인적인 사설로 돌아섰나 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지금부터 본론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그동안 블로그는 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였습니다. 밥 먹고 들어오면 어떻게 돼 있나 궁금했고, 자고 일어나면 누가 뭐라고 댓글을 달았을까 살펴보곤 했습니다. 지인들도 블로그를 보고 제 안부를 확인하는 사람들과, '너 요즘 뭐하고 사는데 소식도 없냐'고 묻는 사람으로 반분되더군요.

그렇게 목을 매던 방문자 수도  남부럽지 않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숫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악플을 달기 위해서, 또 어떤 분들은 저놈이 언제 크게 사고를 치나 궁금해서 오신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뭐 그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선생님이 들려주신 아무리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말씀을 충실히 가슴에 담은 덕분이겠지요.



아무튼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제는 귀밑머리가 다 세어 버렸습니다. 남편이 보수 없는 독서와 가치 없는 블로깅으로 나날을 보낼 때 늘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던 천사같던 아내와 아이들도 어느새 지친 기색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일은 날로 많아지고, 먹고 살기는 힘들고... 결국 한 손을 놓아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뭐 지나간 나날을 생각하면 할말이 태산같지만 여기서 무슨 말을 더 할까요. 언젠가 여유가 생기면 다시 찾겠습니다. 스핑스크가 다시 열리는 날에도 따로 연락을 드릴 일은 없을 겁니다. 언제 사라졌나 하실 정도로.. 옛말에도 있지 않습니까. 제 버릇 개 못 준다(Dura lex, sed lex)고...

그동안 스핑스크를 사랑해 주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올 한해 모두 뜻하신 일 이루시고 행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P.S. 여기까지 쓰고 있는데 소녀시대 돌연 해체 기사가 떴군요.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우울한 일은 몰려서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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