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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모를 예능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은 전혀 없었습니다. MBC TV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나온 주진모는 스스로도 "그동안 예능은 전혀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말하더군요. 그 이유에 대해 "본래 깊이 생각하고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예능 프로그램에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무슨 말을 하게 될지 몰라서"라고 변명했습니다.

그리고 방송을 보다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갔습니다. 그야말로 거침없는 입담. 물론 30대 중반 이상의 남자 배우 가운데 기본적으로 화술을 겸비하지 않은 사람이 없다(아무래도 좋은 작가들이 써 준 좋은 대사들을 수십차례 반복해서 연습하는 것이 화술 연마에 도움이 되는 듯 합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지만, 위험 수위(?)를 슬쩍 슬쩍 넘나드는 주진모의 직설화법은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새로운 '성인용 토크쇼 스타'의 출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주진모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와 몇 차례 대화를 해 보고 '참 솔직담백한 사람이구나'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자기가 잘 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거나 속임수를 쓸 타입으로 보이지는 않더군요.

'무릎팍 도사'에서도 주진모는 가리지 않는 입담으로 큰 호감을 샀습니다. 이를테면 주진모를 처음으로 주목받게 했던 박카스 광고 농구편. 거친 농구 경기를 마치고 땀을 흘리며 땅바닥에 누워서도 '한게임 더 할까?'라고 말하는, 지치지 않는 젊음을 과시한 광고였습니다. 아마 지금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이 광고에 대한 주위 반응을 강호동이 묻자 주진모는 "그 광고가 자정 전후에도 많이 방송이 됐다고 들었다. 그래서 부부끼리도 이 대사를 많이 사용했다고 하더라"는 충격 발언(?)을 합니다. 물론 누군가로부터 들은 얘기겠지만, '무릎팍 도사' 정도의 토크에서도 흔히 등장하지 않는 19금 발언이라고 할만 합니다.



주진모의 거침없는 입담은 한때 장안의 화제였던 영화 '해피 엔드'에서 전도연과 함께 촬영한 베드신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1999년 당시 촬영을 마친 정지우 감독이 전도연에게 "존경한다"고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더욱 화제를 불렀던, 당시로서는 한국 영화의 한계를 넘었다고 평가되던 베드신입니다. (물론 10여년 전의 얘기죠. 드라마에서도 가끔씩 베드신이 나오는 요즘과는 다릅니다.^)

여기서도 주진모는 촬영장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촬영장으로 가 보니 한켠에 각종 주류^가 차려져 있더라는 얘기, 전도연의 제의로 어색함을 좀 지우기 위해 아침 7시부터 술을 마시고 촬영에 임한 이야기 등을 털어놨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녹아 든 것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야한 이야기'라서가 아니라 '경력 없는 신인 배우'가 '톱스타 여배우'를 만나 부담스러운 신을 찍을 때 당황하고 정신이 없었던 경험을 털어놓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주진모의 말투에서 그 당시 그가 얼마나 어리둥절해서 진땀을 흘렸는지, 그 풋풋함이 그대로 묻어나 분위기는 전혀 이상해지지 않았습니다.

문득 이런 상당한 수위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보는 이를 부담스럽게 하지 않는 것이 주진모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7세. 40을 바라보는 나이의 성인 남자가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면서 거부감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장점입니다.



최근에는 40을 전후해 방송을 멀리 했던 남자 연기자들이 예능계로 진출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박중훈과 김승우가 토크쇼 호스트로 데뷔했고 본래 예능인(?)이던 신현준은 '연예가중계'와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출연하고 있죠. 정준호도 신현준과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김수로도 예외가 아니고, 오히려 '천부적인 예능감'을 자랑하는 차승원은 조금 머뭇거리고 있는게 의외로 여겨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피' 주진모의 출현은 '예능도 하는 배우'의 판도에 변수로 등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아직은 본인도 어색한 면이 있겠지만, 선배들의 경우를 보면 아직 시간은 충분한 편이죠. '예능인 주진모'의 장래를 기대해 봅니다.


   P.S. 이 주진모씨도 당연히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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