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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함의 매화'가 호기심을 자극한 MBC TV '선덕여왕'의 한편이었습니다. 물론 일부러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시도이니 6일 방송에서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것은 뻔하지만 아무튼 정보 빠른 네티즌들에 의해 이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사다함의 매화는 월력, 즉 달력이었죠. 미실이 기우제를 지내자 바로 비가 온 것도 사실은 미실이 선진 책력을 이용해 천기를 짐작한 덕분이었던 겁니다.

과학 기술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은 김영현 작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미 '서동요' 때, 시청자들이 기대하던 신라와 백제의 패권 다툼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전파 이야기에만 주력하다가 시청률이 고비(30%)를 넘기지 못한 기억이 여전하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김작가는 다시 과학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물론 '서동요'때는 지나치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꽤나 근거 있는 이야기가 될테니 - 어차피 드라마 후반에 첨성대 이야기가 나와야 할테니까요 - 너무 과학 기술 이야기에 깊이 빠지지만 않는다면 이번엔 시청률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아무튼 달력은 달력이고, 사실 사다함과 미실 사이에는 다른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화랑세기'가 부인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의혹이 짙은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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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다함의 매화'가 달력이라는 것은 제작진의 1급 비밀이었지만 드라마가 끝난 직후 검색해보니 이미 '매화의 정체는 달력'이라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더군요. 뭐 짐작으로 맞췄다 해도 사실 그리 엄청난 건 아닙니다. 소화와 덕만 얘기에서도 달력 이야기가 나왔고, 6일 방송 끝자락, 다음회 예고에 보여준 '책력(冊曆)'이라는 글자(위 사진이죠)가 이미 답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의 각국은 이미 모두 국가 지정 달력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미실 혼자 독점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듯도 하지만, '보다 정확한 달력'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몰래 감춰 둔 승려는 그걸 신라의 날짜에 맞춰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봐야 하겠죠.

아무튼 아쉬웠던 것은 미실과 사다함의 러브스토리가 너무 축소됐다는 것입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이 이야기는 그 자체가 드라마 한편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을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지난번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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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서 빠진 내용에 대해 몇가지 기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사다함은 삼국사기 열전 4권에 전기가 나오는 실존 인물입니다. 실존 여부가 분명치 않은 미실이나 설원 등 '화랑세기'의 주요 인물들(혹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물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뜻이죠.

 

그런 의미에서 '화랑세기'는 사다함을 중심으로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실은 사다함의 옛 연인이며, 설원은 사다함과 어머니가 같은 형제입니다. 둘 사이는 참 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공이 설성(설원의 아버지)의 어머니를 첩으로 취하자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은 소년 설성을 정부로 취해 설원을 낳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설원랑의 입장에서 보면 구리지공은 할머니의 정부이면서 어머니의 남편이라는 복잡한 촌수입니다.^

하지만 '화랑세기'의 이런 기술과는 달리 정사인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사다함은 그냥 씩씩한 화랑일 뿐입니다. 16세의 나이로 5천 병력을 거느리고 대가야 정벌의 선봉을 맡았고,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지만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조한 친구 무관랑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병들어 죽어간 비운의 화랑입니다.

그러나 '화랑세기'에 따르면 사다함이 죽은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다시 한번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첫번째 이유는 전쟁에 나간 사이 연인이던 미실이 세종전군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무관이 자신의 낭도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화랑세기' 기록에 따르면 금진은 미실 못잖은 남자 밝힘증 환자입니다. 설성을 비롯해 다섯 남자를 동시에 거느렸고, 아들의 친구인 무관랑도 정부로 삼습니다.

사다함은 이를 알고도 뭐라 하지 못했지만, 사다함의 낭도들은 풍월주의 어머니를 탐한 무관을 용서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무관은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오는 사다함의 낭도들로부터 달아나다가 해자에 떨어져 죽고, 무관이 비참하게 죽어간 데 대해 사다함은 비애를 이기지 못합니다. 두 겹의 슬픔이 사다함을 일찍 숨지게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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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함 역의 박재정과 미실 역의 유이... 대사가 하나도 없는게 영 아쉽군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세종과 미실 사이에선 아들 하종이 태어납니다. 네. 지금 김정현이 연기하고 있는 바로 그 하종입니다. 과연 이 하종의 친아버지가 누구냐 하는 것이 오늘의 미스터리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에 대한 '화랑세기' 세종전의 기록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천주사에서 사다함의 명복을 빌었는데 그날 밤 과연 사다함공이 미실의 품에 들어오며 "나와 그대가 부부가 되기를 원하였으니, 그대의 배를 빌려 태어날 것이다" 하였다. 미실이 세종공에게 아뢰니 공 또한 이상하게 여겼다. 바로 임신이 되어 하종공을 낳았다. 하종공은 모습이 사다함과 심히 비슷하였다. 그러므로 세상에서는 혹 사다함과 정을 통할 때에 이미 임신을 하고서 입궁하여 낳은 아들이라 하나, 그렇지 않다.

누가 봐도 저 '그렇지 않다' 가 너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또 미실이 진흥왕의 총애를 독차지하여 권세가 날로 높아가는 대목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사다함의 영혼이 미실의 가슴 안에 있으며 좋은 계책으로 도와주는 덕분이라고 하였다.

물론 '화랑세기'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이 자손을 낳을 때 한 여자가 아버지가 제각각인 아이들을 낳는 것은 흉이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이미 아버지가 죽고 없는 아이라면, 왕의 아들인 전군의 아들로 포장하는 것이 죽은 화랑의 아들이 되는 것 보다는 장래를 위해 훨씬 나을 것입니다. 세종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하종은 뒷날 전군의 칭호를 달고 왕자 대접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봐도 하종의 생부는 세종이 아니라 사다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아무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이 '사다함의 좋은 계책'이 바로 달력이 된 셈입니다. 혹시 '선덕여왕'에서도 나중에 언젠가 세종의 입으로 "하종이 내 아들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뭐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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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저나 대남보가 미생의 아들이었다니, 실망입니다.

미실이 왜 조카를 못 알아보는지 궁금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본래 미생은 수많은 첩들로부터 수많은 아이들을 낳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선덕여왕'에서도 미실이 미생에게 "아우님은 자기 아이들 이름은 다 압니까?"하고 면박을 주는 장면이 나왔죠.

 

대남보가 누군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마음에 드시면 추천 버튼을 눌러 주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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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에 드디어 서라벌 10화랑이 공개돼 활약하고 있습니다. '화랑'이란 말을 들으면 당연히 '꽃같은 남자'라는 뜻이라는게 떠오르겠죠. 올 한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F4의 F가 FLOWER의 약자라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테고, 그러니 서라벌 10화랑은 F10이라고 불러도 별 무리가 없을 겁니다.

물론 캐스팅을 놓고 보면 정작 '꽃'이라는 이름을 과연 붙여도 좋을까 싶은 친구들도 몇명 섞여 있습니다만^^, 알천랑 역의 이승효가 무섭게 뜨고 있는 걸 보면 역시 드라마는 캐릭터가 최고라는 생각도 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풍월주인 호재랑은 10대 화랑에 속해 있지 않고 유신랑도 빠져 있으니 현재 '선덕여왕'에서 활약하고 있는 화랑들은 모두 F12라고 할 수 있겠죠.

대부분 신인들이라 누가 누군지 잘 모르실 겁니다. 이 기회에 한번 싹 정리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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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고윤후

'화랑세기'에 나오는 14세 풍월주의 이름은 호림(虎林)입니다. 굳이 이름을 호재라고 살짝 바꾼 것은 아마도 '화랑세기'와 드라마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호림공은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뒷날 진덕여왕때 함께 국사를 논했다는 여섯 명의 중신, 즉 유신, 호림, 임종, 알천, 염장, 술종의 여섯 사람 중 하나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비처왕의 증손이고 어려서부터 문노의 제자였으며 문노의 사위이기도 하죠. 당연히 문노의 진전을 잇는 화랑입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좀 달라지겠죠.

고윤후는 잘 알려진대로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의 적대자에서 심복이 되는 독사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올백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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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성도 보종 백도빈

'화랑세기'에 나오는 미실의 막내 아들. 드라마에는 강인하게 나오지만 '화랑세기'에는 오히려 상당히 나약한 성격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보종의 성격과 유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선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화랑 풍월주의 계보상 유신이 보종에게 풍월주의 자리를 물려주는 관계입니다.

백도빈은 잘 알려진대로 백윤식 주니어입니다. 얼마 전 정시아의 남편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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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익도 석품 홍경인

역사에는 진평왕 말년 선덕여왕의 왕위 계승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킨 귀족들의 이름으로 칠숙과 석품이라는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드라마 '선덕여왕'의 구상에서는 칠숙(안길강)과 석품이 형제간으로 설정되어 있더군요. 터미네이터 칠숙이 혹시 살아 돌아오면 강력한 형제 듀오가 생성될 듯 합니다. 드라마에선 보종의 오른팔처럼 등장합니다.

홍경인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테죠? 제대 후 눈에 띄는 복귀작이 없었는데 여기서 보게 됐습니다. 이 드라마에서의 눈매를 보니 군대에서 후임병들 깨나 갈궜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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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도 덕충 서동원

화랑세기에는 나오지 않는 화랑입니다. 꽃 이름의 문파 이름이 미실의 지지세력임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석품-박의와 못된 놈 3총사라는군요.

군 입대 전의 서동원은 '말죽거리 잔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을 통해 살짝 가벼운 조연으로 두각을 보였습니다. 제대 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더니 이런 역을 맡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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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매도 박의 장희웅

역시 화랑세기에는 등장하지 않는 석품의 패거리. 박의라는 이름은 신라시대의 작명으로는 대단히 어울리지 않는 무신경한 이름입니다. 화랑 알천이 소씨의 시조이듯 다른 화랑들도 모두 성이 따로 있는데, 굳이 성을 붙여서 표기한 것이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박박의도 아니고...

장희웅은 '이산'에서 호위무사 '레골석기'로 인기를 끌던 배우입니다. 이번엔 악역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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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국선도 임종 강지후

'화랑세기'에 따르면 호국선도라는 이름은 문노를 추종하는 세력의 이름입니다. 세상에서 문노의 낭도들은 호국선, 설원의 낭도들은 운상인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죠.
문노가 행방불명이라 '선덕여왕' 제작진은 임종을 용춘의 측근으로 놓고 그 이름을 호국선도라고 한 듯 합니다.
임종은 앞서 말했듯 실존하는 화랑 출신 중신의 이름입니다. 배역은 '뉴하트'에서 레지던트 역이었던 강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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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지도 알천 이승효

호림(호재) 부분에서 설명했듯 알천은 뒷날 유신, 호림 등과 함께 선덕-진덕여왕 때 국사를 맡았던 여섯 대신 중 한 사람입니다. 특히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용맹무쌍한 인물인데 이 드라마에서도 그런 기백이 잘 살아 있습니다. 물론 삼국유사의 기록은 김유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런 용맹스런 알천도 유신의 위엄 앞에 항상 한 수를 양보했기 때문에 나라가 잘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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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효라는 이름은 정말 낯설었습니다. '대조영'에 이해고(정보석)의 부장으로 나왔다는군요. 충주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이렇다 할 출연작도 그다지. 이준기와 닮았다는 주장에는 그다지 찬성하고 싶지 않군요. 쌍꺼풀이 없다는 것 외에는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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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지도 필탄 이상현

기록에는 없는 인물인가...했지만 삼국유사에 나오는군요. 선덕여왕의 세가지 신묘한 예측 가운데 '한겨울 옥문지에서 개구리가 울자 백제군의 공격을 알았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 선덕여왕은 '알천과 필탄을 보내 백제군을 섬멸시켰다'고 되어 있더군요.
드라마의 설정으로는 10화랑 중에서 알천에 이어 두번째로 유신을 인정하는 인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역할은 신인 배우 이상현이 연기합니다. 아무튼 참 스샷도 어렵게 찾았습니다. 다른 화랑들에 비해 좀 나이들어 보이는 편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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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상인도 선열 최성조

호국선도 편에서 설명한대로 '운상인도'라는 이름 자체가 설원랑의 추종자들이라는 뜻입니다만, 드라마에서는 또 어떻게 갈지 지켜 볼 일입니다. 이름으로 봐서는 미실계의 주축이어야 합니다만.

배역은 '간고등어 코치'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최성조. 차승원 등 연예인들의 헬스 트레이너로 TV에 자주 등장했었죠. 특기를 고려할 때 아마도 화랑들의 노출 신을 담당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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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시원도 왕윤 김동희

F10 중에서 마이너 그룹의 주자입니다. 솔직히 왕윤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박의 부분에서 얘기한 바와 같습니다. 진성여왕 때의 왕거인으로부터 왕씨가 있었다는 추정을 했는지 모르지만, 10화랑에 들 정도면 중앙 귀족이었을텐데... 이런 이름은 참 어색합니다. 삼국지도 아니고. 아무튼 사진상으로는 맨 왼쪽입니다. 그 옆으로 선열(최성조), 임종(강지후)가 나란히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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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하기 전부터 명성을 얻은 김동희는 김혜수의 막내 동생입니다. 닮았다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만... 잘 생겼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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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비도 대남보 류상욱

사진 왼쪽 인물입니다. 드라마에선 아직 부각될 일이 없지만 대남보는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이름입니다. 13세 풍월주 용춘공의 시절에 기록이 있죠.

대남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용감하고 일을 잘 처리하였으며 급인지풍(急人之風: 남의 위급함을 구해주는 성격)이 있어 무리들이 모두 우러러보았다. 그런데 골품이 없고 균등의 힘이 없었다.

용춘은 대남보가 딸을 바쳐 출세하기를 거절했다는 소문을 듣고,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으로 발탁해 재능을 키워 줍니다. 이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문노를 찾아가 항의하지만 문노 역시 "현재 풍월주의 말을 따르는 것이 옳다"며 용춘의 판단을 지지합니다.

이런 배경을 그대로 가져 온 거라면 대남보는 당연히 유신에게 우호적인 용춘의 지지 세력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냥 이름만 가져온 거라면... 장래는 알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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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욱은 '신데렐라 맨' 등에 출연한 예비 스타 꽃미남입니다. 가끔 주상욱과 헷갈리시는 분이 있지만 다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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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에 나오는 그림입니다만, 어쨌든 10화랑에는 보종이 들어가야 하고 호재가 빠져야 하니 이 그림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면 풍월주 호재는 중립이라고 치고 보종과 석품, 덕충, 박의는 미실계로 보입니다. 선열 역시 이름으로 보아 미실계일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문노의 후예이며 용춘계인 임종, 유신에게 기우는 알천과 필탄, 그리고 이름은 당연히 용춘계인 대남보까지가 대적 세력이 되겠군요. 왕윤은 이름으로 보아선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당분간 '선덕여왕'은 미실-천명의 수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유신이 10화랑을 어떻게 하나 하나 자기 편으로 만드는가의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걸로 10회 이상은 버텨야 할테니 좀 지루해질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걸 막기 위해 사극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주인공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또 시작될 전망인데, 이게 얼마나 재미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난주의 예고 생략으로 보아 제작진은 촬영분 축적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합니다만, 시청률이 30% 장벽에서 맴도는 것은 추진력 부족을 상징합니다.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그럴 여력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마음에 드셨으면 추천이라도 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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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내린 비가 이미 부산 앞바다를 장악한 비키니 열풍을 잠잠하게 한 주말, MBC TV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그냥 '친구')' 1회와 2회가 방송됐습니다.

과연 800만 관객을 동원한데다 글자 그대로 전설이 되어 버린 영화를 어떻게 드라마로 다시 만들까, 굳이 드라마로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1회에서 현빈과 장동건의 연기 논란이 뜨겁게 일기도 했지만, 결국 1회와 2회의 의미는 '이 드라마를 왜 만들었는가'에 대한 곽경택 감독의 대답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1회에선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니가 가라, 하와이" 시퀀스가 방송됐습니다.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드라마의 결론, 뭐 감출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이었겠죠. 배우는 달랐지만 전복되는 얼음 트럭까지 영화 그대로 재현된 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1회와 2회에 걸쳐 과연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첫 단서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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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친구'를 보고 난 사람들 중 절대 다수는 당연히 동수(장동건)의 죽음은 준석(유오성)이 지시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두 조직간의 갈등이 갈 데까지 가 있었고, 수습하기 위해선 동수와 준석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할 상황이었죠. 그리고 준석이 동수의 아지트를 떠나기 전 던진 담배가 '타협의 여지는 없다. 동수를 제거하라'는 명령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기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준석의 모습과 '건달은 쪽팔리면 안되잖아'라는 대사를 증거로 댑니다. 즉 준석은 동수 살해와 무관하지만 조직의 논리에 의해서, 혹은 죽은 동수의 체면을 위해서 자신이 배후라고 자백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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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들으면 해석 과잉이란 생각도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조직과 조직간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동수는 양쪽 조직 모두로부터 제거 대상 1호가 됩니다. 동수와 준석은 모두 조직의 보스는 아니고, 더 상위에 있는 보스의 지휘를 받는 입장입니다. 양쪽의 최고 보스들이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사태를 수습하려면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동수를 제거하는 것으로 '성의 표시'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준석이 상관이 없다면 동수의 죽음은 (1) 준석의 조직 상부로부터 준석을 건너 뛰고 내려진 암살 지시 (2) 동수의 조직 상부로부터 내려진 제거 명령 등 둘 중 하나로부터 나온 결과라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동수의 심복이었던 은기(정호빈)이 동수 살해의 순간 뒤에서 동수의 팔을 잡고 암살에 협조하는 장면이 보이기 때문에 (2)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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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드라마. 2회에서 준석(김민준)은 진숙(왕지혜)에게 "동수는 내가 죽인 거나 다름 없다"며 괴로워합니다. 진숙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며 위로하죠. 그리고 1회에서는 동수의 보스(이재용=영화와 같은 역입니다)가 "그놈들(동수와 준석)이 우정 생각을 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곽경택 감독은 영화를 만든지 8년만에 드라마 '친구'를 통해 동수는 조직의 논리에 따라 같은 편에 의해 제거된 것이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이런 해석이 마음에 드는 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처음 생각했던 대로 '친구끼리도 죽고 죽이는 이야기'라는 쪽이 보다 현실에 맞는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자칫하면 지금의 드라마 이야기는 '좋은 건달과 나쁜 건달이 있다'는 허황된 이야기로 흐를 가능성이 보입니다.

아무튼 영화 '친구'는 누가 뭐래도 진하디 진한 건달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과연 방송용 소재로 적합한가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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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모자이크로 떡칠을 하면서까지 굳이 방송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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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에는 그리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현빈은 영화보다 훨씬 더 비중이 커진 동수 역할을 소화하는 데 있어 할만큼 했다는 느낌입니다. 문제의 '니가 가라 하와이' 신에서는 현빈이 문제가 아니라 김민준의 연기가 눈에 걸렸습니다.

수세에 몰렸지만 자존심을 잃지 않고 친구에게 도피를 권유하던 영화판의 준석 유오성에 비해 드라마 친구의 준석 김민준은 누가 봐도 겁에 잔뜩 질려서 제발 하와이로 도피해달라고 비는 얼굴이더군요. 이런 준석은 영화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유오성이 너무 명연을 펼친 터라 김민준으로서는 좀 역부족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드라마 '친구', 다음 주부터는 진숙을 둘러싼 세 친구의 첫사랑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듯 합니다. 아무래도 폭력성 시비를 줄이려면 액션은 최소화하고 개인사를 파고 드는 수밖에 없겠죠. 영화만 봐서도, 동수 역시 진숙을 좋아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부분이 보다 적극적으로 묘사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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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똑같았나 했더니 옷 색깔과 머리칼 방향이 바뀌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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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서 성인 연기자들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10화랑을 비롯해 청소년 역으로 나오던 배우들이 모두 어른으로 바뀌었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김유신(엄태웅)과 천명(박예진), 덕만(이요원)의 세 등장인물입니다. 이 셋은 앞으로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아무튼 오묘한 감정의 흐름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덕만공주와 김유신은 꽤나 진척된 연인 관계가 될 것 같기는 하나, 어쨌든 드라마가 역사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맺어지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삼국 통일의 명장 김유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김유신의 여자관계도 제법 잘 알려진 편입니다. 각종 자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김유신의 일생에는 최소한 서너 명의 여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드라마에서는 선덕여왕과의 로맨스(?) 때문에 기존의 여자관계는 모두 묻힐 듯 합니다.

그 사이에 묻힌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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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김유신의 첫사랑'으로 묘사되는 천관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절대 나오지 않지만, 훨씬 후대의 문헌인 '파한집' 등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유명한 이야기였던 듯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백년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인구에 회자될 리가 없지요.

내용은 잘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김유신은 기녀 천관에게 정을 두고 향락에 빠지지만, 어머니 만명부인의 엄한 꾸짖음에 정신을 차리고 천관에게 가던 발을 끊기로 맹세합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유신을 태우고 가던 말은 늘 가던 길대로 천관의 집 앞으로 갔고, 늘 하던대로 천관은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제서야 술이 확 깬 유신이 그 자리에서 말의 목을 쳐서 결심을 확인하고, 그 다음부터 향락을 멀리해 뒷날 통일의 영웅이 되었다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은 것은 그 교육적인 가치 때문일 겁니다. 당시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후대의 유학자들에게도 구미에 맞는 얘기였겠죠. 사실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성공을 향해선 사랑 따위는 가볍게 버릴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의 이야기로 비쳐지기도 합니다만..^^

가장 최근에 천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SBS TV '연개소문'입니다. 김유신 역으로는 이종수, 천관 역으로는 박시연이 나왔죠. 이 드라마에도 미실이 나오긴 합니다. 천관의 양어머니 역이고 서갑숙이 연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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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천관녀 얘기도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이 드라마에 천관녀까지 나왔다가는 영웅 김유신이 어째 너무 난잡한 남자로 보일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덕만과의 애틋한 관계까지 해칠 우려가 있죠. 여기서 천관녀는 아쉽지만 삭제될 듯 합니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유신의 여인은 하종의 딸 영모입니다. '선덕여왕'을 보시는 분들을 잘 아시겠지만 하종이 미실의 아들이니 유신은 미실의 손녀사위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혼맥을 봐도 미실이 유신을 멀리 할 생각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죠. 나중엔 영모의 동생 유모도 첩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미실로서도 가야계의 핵심이자 떠오르는 무장인 유신을 자신의 품에 안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하종과 보종이 모두 유신과 지극히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은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특히나 보종은 유신을 두려워 할 정도로 존경했다는 이야기가 '화랑세기'에 나옵니다. - 물론 '화랑세기'의 기록을 신뢰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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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화랑세기 식으로 하자면 이 분이 바로 유신랑의 장인 되실 분.


세번째. 진짜 사서에 나오는 김유신의 부인은 지소부인입니다. 오래 전 교과서에도 나오던 유치진의 '원술랑'에 원술의 어머니로 나오는 바로 그 분입니다.

그런데 이 지소부인과 유신은 사실 나이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야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이 지소 부인은 김유신의 조카이기 때문입니다.

김유신과 김춘추 사이의 유명한 일화로 '누이 동생 태워죽이기 쇼'가 있죠. 김춘추가 유신의 동생 문희와 정을 나누고도 혼례를 올리려 하지 않자 김춘추가 선덕여왕을 모시고 산에 오른 날 유신이 '불륜을 저지른 문희를 태워 죽인다'며 집에 장작을 쌓아놓고 연기를 피워 올려 혼인을 성사시킨 이야기 말입니다.

사연을 안 여왕이 혼인 허락을 하고, 김춘추가 즉시 집으로 달려와 장작에 불을 끄고 문희를 품에 안았다는 해피엔딩입니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김춘추가 바람둥이라서 책임지기를 거부했다기 보다는, 두 사람 모두 나라의 중신이라 해도 왕가의 직계인 김춘추와 가야에서 넘어 온 가문의 후손인 김유신 사이에는 함부로 혼인할 수 없는 신분의 벽 같은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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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천관녀 이야기와 연결시켜 볼 때 이 이야기 역시 왠지 아름다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장차 왕이 될 귀인과 인척 만들기에 골몰한 성공지상주의자의 일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참 지모가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김춘추와 왕비가 된 문희는 잘 사는데, 뒷날 김춘추는 손위처남인 김유신에게 문희가 낳은 딸 중 지소 공주를 내려주어 혼인을 시킵니다. (...난감하죠.) 뭐 당시 신라의 분위기로 보아 이 정도가 큰일 날 근친혼은 아닌 듯 하고, 오히려 공주와 결혼하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듯도 합니다.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유신의 아버지 서현은 만명공주와 몰래 사통을 해서 멀리 도망친 끝에 유신을 낳습니다. 이걸 봐도 김유신의 가문이 함부로 왕가와 혼인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죠. 그러니 만년에 진짜 공주와 결혼하는 영광을 안게 된 김유신은 - 비록 조카라고 해도 - 이를 절대 거부하지 않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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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과 장군의 로맨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이야기를 보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선덕여왕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엘리자베스 1세의 이미지에 덧씌워진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만, 뭐 상상으로는 나쁠 것이 없겠죠.

사실 기록에 나타난 김유신의 모습으로 보아 만약 여왕의 남편이 될 기회가 있었다면 그를 거부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도록 해야겠죠.

어쨌든 위 사진에서 보듯 여왕마마와 유신랑의 로맨스는 저렇게 가학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어째 이쪽 방향으로 자꾸 상상을 하게 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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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자나 10화랑이 모두 등장을 하는데 다들 한 미모 하는군요. 아마도 F4에 대응하기 위한 신라시대 F10의 등장이 아닐까 싶은데(미모로 따지자면 엄포스 장군은 아무래도 좀 뒤로...), 나중에는 이쪽으로 정리를 좀 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름부터 '화랑'이니 F10이라고 해도 이쪽이 더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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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2009 외인구단'이 마지막 주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40대 정도의 시청자 중에는 원작 만화는 거의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외우다시피 하는 분들이 한둘이 아닐 겁니다만, 드라마 시청률은 지리멸렬을 면치 못했습니다.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경제 위기가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가벼운 이야기 쪽에 눈과 귀를 기울이게 하기도 하고,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가 21세기의 풍조와 맞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무엇보다 원작을 뜯어 다시 드라마를 만든 솜씨가 어쩐지 허술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가장 안됐다 싶은 사람은 주인공 까치 역을 맡은 윤태영입니다. 윤태영이 까치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뭔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은 분도 아마 별로 없었을 겁니다. 그동안 윤태영이라는 배우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 까치 오혜성이라는 주인공에서 겹쳐지는 부분은 별로 없는게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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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첫번째 이유는 윤태영이든 누구든, 까치 오혜성 역할을 한다고 나섰을 때 어떤 한 사람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일 겁니다. 바로 1986년의 최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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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야인시대'의 마루오카나 지금 방송중인 '천추태후'의 강조를 통해 최재성을 알 젊은 시청자들에겐 황당무계한 얘기겠지만 당시의 최재성은 지금의 조인성이나 송승헌이 부럽지 않은 초절정 꽃미남 스타였습니다. 거기다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반항아 특유의 눈빛은 여성 관객들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죠.

그 시절을 못 본 분들을 위해 퍼왔습니다. 왕년의 '외인구단' 주제가로 한창 유행했던 정수라의 '난 너에게' 뮤직비디오입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 '.



그렇기 때문에 윤태영에게 가해지는 평가에는 좀 부당한 요소들이 많이 개입해 있다는 게 사실입니다. 워낙 원작과 영화판의 최재성이 동일시되는 까닭에, 다른 사람을 그 이미지에 덧씌우기가 쉽지 않은 거죠.

사실 윤태영의 노력은 이미 촬영 전, 1년 전부터 시작된 야구 트레이닝에서부터 잘 알려졌습니다. 이 작품이 준비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부터 윤태영은 몸 만들기를 했고, 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긴, '아르바이트로 연기하는거죠?'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던 그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전-현직 야구인들의 도움으로 집중적인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 결과 직구 최고 시속이 120km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일반인이 130km의 공을 던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대단한 노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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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되는 '외인구단'을 보고 있으면 그 고생이 절로 느껴집니다. 방송이 시작된 뒤로 장염에다 크고 작은 부상까지 겹쳐서 발병해서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죠. 가뜩이나 까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살을 뺀 뒤라 더욱 수척하게 보입니다. 나이들어보인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으면 참...

물론 윤태영에게도 장점이 있습니다. 영화판의 최재성에 비해 훨씬 진짜 선수같다는 것이죠. 실제 윤태영의 체격은 야구선수로 직접 나선다 해도 그리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탄탄합니다.

연기력 부분도 그렇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1980년대 중반의 최재성은 '얼굴로 사는 배우'였죠. '외인구단'에서는 워낙 적절한 이미지 때문에 그냥 넘어갔지만 연기력은 사실 크게 기대할 게 없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윤태영의 연기가 훨씬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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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뭐니뭐니해도 2009 외인구단이 영화판에 비해 갖는 강점이라는 것은 CG의 힘입니다.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4, 5, 6이 어찌해도 극복할 수 없는 것이 1, 2, 3과의 CG 차이죠.
영화판을 만들던 시절의 제작진은 투수가 던진 공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투명한 아크릴 판 위에 야구공을 올려 놓은 다음 회전하는 모습을 찍어 보자는 식이었죠. 당연히 써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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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판 외인구단은 철저하게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특수효과(?)라면 검도 사범 출신의 나한일을 외팔이 최관 역으로 기용한 것이죠. 검도인답게 나한일은 한팔로 배트를 잡고(자세히 보면 짧습니다) 공을 쳐내는 연기를 훌륭하게 수행합니다. 2009년 드라마에서는 이 역할을 야구선수 출신 이정준이 맡았다더군요.

영화판을 통해선 나한일 외에도 하국상 역의 권용운, 조상구 역의 조상구(아예 이 배역때문에 이름을 바꿨습니다) 등이 데뷔했죠. 이 조상구씨는 외화 번역가로 이름을 떨치기 전에 다른 한 편의 이현세 원작 영화에서 오혜성 역을 맡기도 했습니다. '지옥의 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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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판과 드라마 '외인구단'의 공통점이라면 최대한 유명 연기자의 캐스팅을 피하고, 무명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인생 역전을 노린다는 점입니다. 말하자면 '실제 생활에서도 외인구단'이라는 것이죠.

드라마 '외인구단'의 실패와 극장판 '외인구단'의 성공 사이에는 또 하나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바로 원작에 대한 태도입니다. 영화판은 물론 20여년 전의 작품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원작의 에피소드들을 최대한 살리고, 새로운 에피소드의 추가를 기피했습니다. 가능하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한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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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라마는 가능한 한 많이 뜯어고치겠다고 작정한 듯한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까치와 마동탁이라는 주축 캐릭터는 물론이고 이해할 수 없이 커진 현지의 비중, 지지부진한 진행 등은 원작에 대한 경외심의 부족과 함께 대체 원작이 왜 성공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일 뿐입니다.

드라마 '외인구단'은 오우삼의 '적벽대전' 상-하편과 함께 전설적인 원작을 무시하고 사소한 잔재주에 의존한 결과가 어떤 재난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로 남을 듯 합니다. 윤태영을 비롯한 연기자들의 땀방울은 대체 어디서 보상받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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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 나오라는 문노는 3회 연속 낚시질만 한 끝에, 마침내 소년 김유신이 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미 지난주 6회에서 얼굴은 잠깐 등장했지만 이번 주에는 천명공주(신세경)를 구해내는 역할을 맡았더군요. 어린 김유신 역으로는 최근 방송된 '돌아온 일지매'에 아역으로 출연했던 이현우군이 등장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서현과 유신 부자가 미실과 좀 적대적인 관계인 양 그려지고 있습니다만, 물론 기록과는 좀 다릅니다. 아무튼 소년 김유신이 천명공주를 포로로 잡아 놓은 상황에서 코믹한 장면이 연출되더군요. 당장 자신을 태수 김서현(김유신의 아버지) 앞으로 데려가라는 천명공주에게 소년 김유신은 "수련이 끝나면 안 그래도 데려갈 것"이라고 또박또박 말합니다. 그리고는 짚 인형을 목검으로 내려치는 수련을 시작하죠. 갯수를 셉니다. "하나" "둘"

이렇게 세기 시작한 숫자가 점점 늘어납니다. "천 하나" "천 둘", 천번이 넘어도 안 끝납니다. 그리고는 "구천구백구십육"... 굉장합니다. 1초에 한번씩 쳐도 만번이면 세시간을 꼬박 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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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면 끝나겠지 싶었던 내려치기가 10,000개 가까워지면서 천명공주의 얼굴에는 피로와 짜증이 역력합니다. 그런데 만개를 채우나 싶었는데 여기서 소년 김유신은 다시 "하나, 둘, 셋"을 세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천명공주가 버럭 화를 내죠. 왜 만개를 채우려다 말고 다시 시작하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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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답이 이걸 줄 알았습니다.

"세다가 까먹어서."

혹시 저 말고도 이걸 연상하신 분이 있지 않나요? 이건 바로 백만돌이 에너자이저의 모습입니다. "백만 스물하나, 백만 스물둘." 세다가 갯수를 잊어버린 에너자이저, "에이, 처음부터 다시 하지 뭐" 하고 열심히 팔굽혀펴기에 들어갑니다.


물론 소년 김유신이 만개를 채우지 않고 다시 시작한 것은 마지막 순간 정신 집중이 풀어진 자신을 경계하는 의미였다고 설명하지만 아무튼 그 대목의 소년 김유신이 에너자이저를 연상시켜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딱 그 푸시업 광고는 구할 수가 없고... 비슷한 느낌이 나는 추억의 광고를 찾았습니다.



아무튼 지난번에는 터미네이터가 등장하더니 이번엔 에너자이저까지... 참 '선덕여왕' 작가들의 유머감각이 끝이 없군요.^

지난번의 터미네이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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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 무력, 아버지 서현 등 김유신의 직계 조상들은 가야 출신으로서 신라와의 융합에 가장 앞장 선 사람들입니다. 김유신의 증조부는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인 구해왕(구충왕)이고, 이들은 신라에 항복해 신라 조정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그리고 구해왕의 아들 무력은 장군으로 여러 차례 군사를 이끌고 공을 세웁니다. 그 결과 이들 가문은 신라를 대표하는 무장 가문이 되죠.

화랑세기에는 서현이 지금 드라마의 무대가 된 만노(충북 진천)으로 가게 된 계기가 자세히 나옵니다.

15세 풍월주 유신공은 서현 각간의 아들이다. 어머니는 만명부인인데 곧 만호태후의 사녀(남편 이외의 관계로 낳은 딸)이다. 아버지는 숙흘종인데 또한 입종 갈문왕의 아들이다. 처음 만명과 서현이 야합하여 임신했는데 태후는 서현이 대원신통류이기 때문에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만노로 도망하여 무릇 스무달 만에 (유신공을) 낳았는데 꿈의 상서로움이 많았다. 진평왕은 사매(만명부인)가 괴로움을 받자 서현공을 만노(태수)에 봉하였다.

공은 자라자 태양과 같은 위용이 있었다. 태후가 보고 싶어하여 돌아올 것을 허락하여 보고는 기뻐하며 "참으로 나의 손자다" 하였다. 이로써 가야파가 마침내 받들었다. 호림공의 부제 보종공은 미실궁주의 막내 아들인데 아버지는 설원이었다. 유신공이 중망이 있다 하여 그 자리를 양보하였다. 이는 대개 (미실)궁주가 (만호)태후를 위로하기 위해 명한 것이다. 공의 나이가 15세였는데 커다란 도량을 가지고 있어 낭도들을 능히 다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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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호태후는 진평왕의 어머니이므로 만명부인은 진평왕의 여동생 뻘이 됩니다. 그래서 서현은 매제, 유신은 조카가 되는 셈이죠. 지금까지의 '선덕여왕'을 봐선 서현과 유신이 뭔가 미실의 반대세력이 될 듯한 기미를 보이지만 이는 화랑세기의 기록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만호태후와 미실이 적대관계가 아니었고, 유신의 할머지, 즉 서현의 어머니인 아양공주가 미실의 직계 상사라고 할 수 있는 사도태후의 딸입니다.

이 드라마에는 사도태후나 만호태후가 전혀 나오지 않는데, 사실은 이 사람들이 모두 미실이 감히 넘보지 못할 절대적인 지위에 있던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당대의 권력을 손에 쥔 미실을 그리면서 미실이 고개를 숙이고 섬기는 '윗분'들이 나오면 곤란하겠죠.

게다가 서현 또한 미실 쪽의 추천으로 처음 출세를 합니다. 12세 풍월주 보리공 때의 기록.

(12세 풍월주 보리공은) 건복 8년(591년) 정월 (미실의 아들인) 하종으로부터 풍월주의 자리를 물려받아 서현랑을 부제로 삼았다. 서현랑은 아양공주의 아들인데 영특하고 통달한 기운이 있어 태상태후(사도-아양공주의 어머니)가 사랑하였다. 이에 하종공에게 명하여 전방화랑을 삼았고, 건복 2년에 (보리)공과 더불어 우방화랑이 되었다. 건복5년 하종공이 풍월주가 되자 (보리)공을 부제로 삼고 서현랑을 우방대화랑으로 삼아 공에게 속하도록 하였다. 이에 이르러 공이 서현랑을 부제로 삼고, 용춘랑을 우방대화랑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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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보면 미실-하종과 서현-유신의 나이가 너무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미실과 서현이 비슷한 또래로 보일 지경이지만 사실은 서현은 미실의 아들인 하종이 자신의 휘하에 두었던 화랑인 만큼, 아들보다도 어린 세대인 것입니다. 유신은 손자뻘이란 얘기가 되겠죠. 아무튼 드라마와는 이렇게 해서 다른 길로 빠집니다.

게다가 미실의 아들인 보종은 유신을 믿고 따르는 사이로 기술되어 있는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유신은 자신의 다음 풍월주로 보종을 천거해 앉힙니다.

...(보종공은) 유신공을 엄한 아버지와 같이 두려워하였다. 유신공이 웃으며 "형이 어찌 아우를 두려워합니까"하고 묻자 "유신공은 바로 천상의 일월이고 나는 곧 인간의 작은 티끌입니다. 감히 두려워하고 공경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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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계속 등장하는 서라벌 10화랑은 그냥 작가의 창작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 10화랑과 비슷한 것이 '화랑세기'에 나오기는 합니다. 바로 칠성우(七星友)라는 것입니다. 14세 풍월주 호림공에 대한 기록에 이 말이 나옵니다.

알천, 임종, 술종, 염장, 유신, 보종, 호림이 칠성우를 이루어 남산에서 만나 놀았다. 통일의 기초가 공 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성대하고 지극하도다.

이들 일곱명 중 보종을 뺀 여섯명은 나중에 모두 재상이 되어 함께 국사를 논하던 사이라는 기록이 '삼국유사'에도 있습니다. 여섯 사람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산에서 호랑이가 뛰어 나와 다른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는데, 알천은 태연히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아 용맹을 뽐냈다. 그러나 그런 알천도 유신의 위엄 앞에서는 항상 양보했다... 이런 내용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죄송. 지금 책을 갖고 있지 않아서 결국 틀렸군요. 알천공으로 수정합니다.)

임종과 보종이 이미 10화랑의 일원으로 나오고 있으니 이 칠성우에 몇명을 더 추가해서 만든 것이 10화랑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 또 10화랑의 하나로 나오는 석품은 진평왕 말년 선덕여왕이 후계자가 되는 데 반대해 난을 일으킨 인물의 이름입니다. 그리고 그 파트너의 이름이 칠숙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번 포스팅에 소개한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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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아무튼 좀 막 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드라마 '선덕여왕'은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천명공주 역의 신세경은 한국 아역사에 남는 새로운 기록을 남기겠더군요. 무슨 기록일까요? (정답은 내일 공개)


 

지금까지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입니다.

 


드라마의 전체 개관. 첫번째 글
 


미실과 사다함의 옛 사연, 그리고 미실은 왜 사랑을 잊었나..
 


쉬어가는 글 - 칠숙의 정체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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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언급 때문에 몸살을 겪은 MBC TV '트리플' 1회가 방송됐습니다. 사실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깜짝 놀라게 되더군요. 기대 이상의 품질이었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생각해 봅시다. 대한민국에서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드라마를 만든다 치면, 그 얘기를 처음 들은 사람의 머리 속에는 세 글자가 새겨집니다. '김.연.아.' 그렇습니다. 김연아가 지금처럼 스타가 아니라면 이런 드라마를 만들 일도, 만들 PD도 없었을 겁니다.

이 드라마가 기획된 것은 2008년 초.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지난 겨울 쯤에는 이미 방송됐어야 했겠지만 이윤정 PD의 교통사고 등으로 조금씩 늦어지다 보니 지금까지 밀려온 셈입니다. 주인공 민효린이 스케이팅 연습을 한지는 1년이 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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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자신이 '트리플' 제작진이라면, 당연히 최고의 국민 스타인 김연아에게 뭔가 도움을 얻고 싶었을 겁니다. 크게 기대하면 우정출연이고, 적게 기대하면 김연아의 경기 영상 정도는 쓰고 싶었겠죠. 그런데 김연아 측의 반응은 기대 이상으로 냉담합니다. 초상권과 성명권을 앞세워 "절대 드라마 속에서 이름도 언급하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흥분한 것은 "세계대회를 앞두고 강훈 중인 김연아에게 드라마를 출연하라는게 말이 되냐"는 대목인데, 김연아는 1년 내내 대회 기간도 아니고, 이 드라마가 한달 사이에 다 찍는 드라마도 아닙니다. 김연아가 '무한도전'에 출연했고, KBS의 특집 쇼에 출연했으면 드라마에 출연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물론 연출진이 이런 저런 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연아 측의 입장이)너무 빡빡하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은 다소 경솔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어떻게 기사화될 지, 그리고 그 말이 거의 모든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김연아 팬들에게 어떻게 들릴 지는 너무도 자명했기 때문이죠. 아무튼 사정을 되짚어 생각해 볼 때 다소 경솔했을 지는 모르지만, '무개념'이라고 욕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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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경솔함이 더욱 아쉬운 것은 만들어진 '트리플'이 기대 이상의 탄탄한 만듦새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가 약간 복잡합니다. 신활(이정재)과 하루(민효린)는 부모가 재혼하면서 만들어진 남매입니다. 하루의 어머니가 하루를 데리고, 신활의 아버지와 결혼한 거죠. 하지만 교통사고로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사망하고, 어찌 어찌 하다가 하루는 시골로 내려가 친아버지(즉 하루 어머니의 전남편)와 살게 됩니다. 본래 전도유망한 피겨 선수였던 하루는 이렇게 해서 스케이팅을 그만두게 되죠.

하지만 고교 진학 후 다시 꿈을 찾으러 나선 하루는 서울로 가서 스케이트를 계속하고 싶다고 아버지를 졸라댑니다. 몇가지 자연스러운 우연과 오해가 겹쳐 하루는 신활이 자기를 받아 줄 거라고 생각하고 서울로 이주합니다. 그런데 사실 신활은 전혀 하루를 다시 자기 인생에 받아 들일 생각이 없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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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설정상 주인공은 민효린이지만 이 드라마를 볼 시청자 층의 대부분이 '커피프린스'의 팬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정작 초점은 신활과 함께 사는 조해윤(이선균)과 장현태(윤계상) 쪽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들은 직장에서도 AE(신활)-아트디렉터(조해윤)-카피라이터(장현태)로 광고업계 한 팀의 필수 구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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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렇게 잘생기고 유능한 세 남자가 한 집에 모여서 이렇게 깔끔하고 조용하게 사는 모습은 현실에선 거의 기대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이 드라마의 소구 대상에게는 매우 끌리는 구도임에 틀림없습니다.

첫회의 스토리만 놓고 보면 뭔가 좀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는데 이정아 작가-이윤정 PD 팀의 손길은 매우 매끄럽습니다. 왜 신활의 의사와 관계 없이 하루가 서울로 올라오게 되는지가 퍽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광고회사의 주변 인물들이나 시골 집의 주변인물들의 캐릭터가 보는 사람들에게 슬쩍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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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가장 놀라운 것은 잘 다듬어진 민효린의 뚱보 연기입니다. 당연히 오버액션인데도 어색하지 않더군요. 목소리를 지적한 평가도 있지만, 오히려 목소리가 캐릭터의 일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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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드라마 첫회가 발굴한 명배우라면 뭐니뭐니해도 하루의 친아버지 역을 맡은 최백호입니다. 중년층에겐 '영일만 친구'로, 그 이후의 태생에겐 '낭만에 대하여'로 잘 알려진 이 가수가 이렇게 연기에 재능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과묵해서 경상도 사투리가 더욱 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정이 깊은 아버지 역인데, '혹시 최백호 닮은 배우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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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없지만 피겨계에는 인물이 많더군요. 민효린의 라이벌 선수 역으로 출연한 최선영은 들국화 멤버 최성원의 딸이라고 하는데, 본래 피겨 선수 출신이라는군요.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배우인데 스케이트를 연습한 것인지, 스케이트 선수가 연기를 따로 배운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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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계스케이트계에서 따로 미녀를 찾자면 김연아와 동갑인 신나희가 있죠. 용모만 놓고 보면 주인공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피겨를 하면 예뻐지는 건 아닐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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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결론은, 드라마의 수준으로 볼 때 굳이 김연아를 들먹여 안티 바람을 불게 할 필요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더욱 아쉽습니다. 현재 동시간대 1등인 '시티홀'이 3주 더 방송될 상황. 과연 '시티홀'의 막판 질주에 '트리플'이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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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에서 드디어 한동안 사라졌던 문노가 돌아올 조짐입니다. 덕만(뒷날의 선덕여왕)은 문노(文奴)라는 두 글자가 쓰인 서찰을 보고, 신라로 돌아가 문노를 찾으면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거란 기대를 갖죠. 하지만 신라로 돌아와도 문노는 어디론가 사라져 찾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런 기록은 문노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화랑세기' 기록과는 전혀 다릅니다. 문노는 신라를 대표하는 화랑 중의 화랑이고, 당대 최고의 검술가라는 것 까지는 일치하지만 미실과 적대관계였다는 등의 묘사는 사실과 상당히 다릅니다.

정호빈이 연기하는 문노가 '화랑세기'에는 어떻게 묘사되어 있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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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노에 대한 기록은 4세 이화랑이 어린 사다함을 자신의 후계자(5세 풍월주)로 지목하는 무렵부터 등장합니다. 이때 이미 문노는 검술의 대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사다함은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했던 미실의 첫사랑인 유명한 화랑이며, 이화랑은 세속오계를 남긴 원광법사의 아버지로 화랑 계보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입니다.

사다함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이쪽 참조



- 이 무렵 비조공의 아들 문노 또한 호걸로 격검을 잘했다. 공(이화랑)은 사다함으로 하여금 문노에게 검을 배우게 했다. 문노가 말하기를 "검은 곧 한 사람만을 대적하는 것인데 어찌 고귀한 사람이 알 필요가 있습니까?" 하자 공이 말하기를 "한 사람을 대적하지 않으면 어찌 만인을 대적할 수 있겠는가. 이 아이(사다함)는 호협을 좋아하니 비록 무리가 많다고는 하지만 그 적이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네가 그를 보호하라" 하였다. 문노가 이에 낭도 오백으로 따르니 그 위세가 토함(사다함의 친형) 보다 컸다. -

당연히 5세 사다함의 기록에도 문노 이야기가 나옵니다.

- (사다함은) 나이 12세에 문노를 따랐는데 격검에 능했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을 좋아했다. 낭도들이 서로 "구리공(사다함의 아버지)의 음덕으로 받은 복이다"라고 했다. -

사다함이 죽고 세종이 풍월주에 올랐을 때 문노는 세종에게 순종합니다. 하지만 설원랑이 세종의 뒤를 이어 풍월주가 되자 문노는 반발합니다.

- (설원랑이 풍월주가 되었을 때) 문노 일파가 세종을 따라 지방에서 전공을 세웠는데, 위를 얻지 못하여 설원랑에게 불복하고 일문을 새로 세웠다. 이때 낭도들이 마침내 나뉘었다. 설원랑의 파는 정통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하고, 문노의 파는 청의가 자기들에게 있다고 하여 다퉜다. 미실이 걱정하여 세종에게 화합을 권고했으나 이루지 못했다. (중략) 이에 왕에게 권해 문노를 국선으로 삼고 비보랑을 부제로 삼았다. 문노의 낭도들은 무를 좋아했고 호탕한 기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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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 중 많은 수가 따르는 문노를 무시할 수 없었으므로 설원랑이 풍월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문노에게 국선이라는 호칭을 주어 거의 동등한 대우를 해 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어지는 기록을 보면 문노의 무리는 무를 좋아해 '호국선', 설원의 무리는 향가를 짓고 도를 닦는 것을 좋아해 '운상인'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또 명문거족 출신은 설원을 따르고, 한미한 집안 출신들은 문노를 따랐다고 되어 있습니다.

결국 미실은 진지왕을 폐위하기에 앞서 문노를 자기 편으로 하기 위해 풍월주와 국선을 없애고 스스로 원화가 되어 화랑의 총 자휘자가 됩니다. 그러면서 문노의 파벌이 자연스레 귀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죠.

- 이로써 문노의 무리는 미천한 사람으로서 고관에 발탁되는 사람이 많았다. 평민 출신의 사람들과 투항하고 귀순한 무리가 (문노를 통해) 출세하는 문으로 삼았기에, 이들은 문노를 신과 같이 받들었다. -

미실의 문노에 대한 호의적인 움직임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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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실은 이에 설원랑이 문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고, 문노를 선도(仙道)의 스승으로 삼는다는 명령을 내리고 설원랑과 미생 등에게 스승으로 섬기게 했다. 설원랑의 무리 가운데 불평하는 자가 있었으나 설원이 "미실 총주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 하므로 모두 무릎을 꿇고 섬겼다. 그러자 문노의 무리 역시 설원에게 기꺼이 복종하였다. 미실이 기뻐하며 다음 풍월주의 자리를 문노에게 물려주게 했다.

그러자 문노는 "국선이 이미 풍월주보다 낮은 자리가 아니요, 내가 스승인데 어찌 제자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겠는가" 하니 설원은 "국선은 정통이 아니고, 세종전군도 왕자의 귀한 몸으로 사다함공의 뒤를 이어 풍월주가 된 적이 있으니 하물며 내가 사형(문노)을 받을어 섬긴 것은 미실의 명을 따른 것인데, 이제 미실이 양위를 명하니 감히 거역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문노 또한 "궁주가 이미 명령한 것이니 나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는가" 하고 차기 풍월주가 되었다. -

이를 통해 미실의 권세가 다양한 안배와 깊은 계책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오는 미실은 자기 무리를 이끌고 다른 파를 배척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지만, '화랑세기'상의 기록에 나오는 미실은 설사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품고 따르게 할 수 있는 대단한 그릇임을 보여줍니다. 또한 자신의 아들 하종 - 드라마에서는 바보로 나오지만 뒷날의 당당한 풍월주입니다 - 을 문노의 제자로 보내 검술을 배우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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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미실이 문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화랑의 파벌 싸움은 계속됐을 것이고,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 지 모릅니다. 그리고 문노가 미실을 따른 것은 세종에 대한 존경심 때문이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문노가 처음에는 설원의 스승이 되었다가 나중에는 설원의 뒤를 이은 풍월주가 되어 후배의 예를 취하게 된 데 대해 문노의 무리 중에도 반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한 문노의 입장입니다.

- (그런 주장에 대해) 문노가 꾸짖어 말하기를, "궁주(미실)는 전군(세종)이 받드는 바이다. 어찌 감히 말이 있을 수 있는가?" 하였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자는 다시 말하지 못하였다. 대개 문노의 뜻은 미실보다는 세종을 위한 것이었다. 세종이 미실을 지극히 받들고 섬기면서도 오히려 모자람이 있을까 두려워하였다. 그래서 문노는 굽히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미실은 자신의 사촌인 윤궁과 문노를 결혼시키는 등 문노와의 화합에 온 힘을 기울입니다. 윤궁은 본래 동륜태자의 아내였지만 문란했던 동륜태자가 개에게 물려 죽어 과부가 된 뒤 문노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문노는 '화랑세기'에서 정말 드물게 한 아내에게 정성을 다 한 인물입니다. "단 한번도 유화와 물의를 빚은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정말 끝까지 철저한 바른생활 사나이의 모습이죠. 오히려 윤궁이 "공은 환락을 좋아하지 않아 내가 불편할 정도"라고 말합니다.

아무튼 윤궁은 미실과 문노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그 자손들도 번창합니다. 두 사람은 3남 3녀를 두는데 그중 막내아들 금강은 뒷날 이찬과 상대등의 자리에 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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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해 보면 문노의 일생은 화랑의 무력에 대한 상징이면서 서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의 휘하에서 통일의 기초가 된 용사들이 다수 배출됐고, 그는 또 권력을 독점하던 귀족들에 맞서 서민 출신들이 출세하는 길을 연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권력의 중심을 떠나지 않았고, 세종과 미실의 권위를 인정하고 따랐습니다. 부귀와 권력, 공명이나 환락에 머물지 않은 진정한 바른생활 사나이이자 화랑의 귀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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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화랑세기'의 기록을 보다 보면 정작 출생의 비밀이 있는 것은 덕만공주쪽이 아니라 문노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비밀일까요. 그건 다음 시간에 - . (아, 사실은 진평왕의 본명이 준표였다 뭐 이런 건 아닙니다. 연기자 정호빈에 대한 얘기도 내일로 미루겠습니다.)


             15일 방송에선 또 어린 김유신이 나와서 뭔가를 생각나게 하더군요.


 

 

그동안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입니다.

드라마의 전체 개관. 첫번째 글
 


미실과 사다함의 옛 사연, 그리고 미실은 왜 사랑을 잊었나..
 


쉬어가는 글 - 칠숙의 정체에 대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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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드라마 PD를 뽑으라면 여러 사람을 생각하게 됩니다. '모래시계'의 김종학, '베토벤 바이러스'의 이재규, '장미빛 인생'의 김종창, '첫사랑'의 이응진, '별은 내 가슴에'의 이진석... 하지만 딱 한사람만 꼽으라고 하면 이병훈 감독님을 뽑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연출한 작품이 지나치게 사극에 편중되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같은 사극이라도 그 안에서 엄청난 스펙트럼이 있다는 것을 개척하신 공로가 적지 않습니다. 더구나 '임진왜란', '암행어사', '허준', '서동요', '대장금', '이산' 등 30여년에 걸친 대단한 히트작들을 생각하면 한국 방송 드라마의 산 역사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습니다.

이병훈 감독님이 직접 쓰신 '꿈의 왕국을 세워라'라는 책이 출간됐습니다. 지난 40년간 드라마를 만들어 오신(스스로 "아마 대한민국에서 드라마 연출을 가장 많이 해 본 PD가 나일 것"이라고 말하시곤 합니다) 이 분의 내공이 담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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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일반인들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이국장님(다들 이 분을 이렇게 부릅니다)과 함께 일한 톱스타들에 대한 이야기죠. 그 중에서도 관심 가는 내용은 이 분이 작품을 연출할 때마다 가장 먼저 주인공으로 떠올린 것이 송윤아라는 것입니다. 내용을 보시면 이국장님의 송윤아에 대한 구애가 얼마나 절절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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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작은 '허준'의 예진 아씨 역입니다. 송윤아의 고운 선을 좋아했던 이국장님은 송윤아에게 제일 먼저 이 역을 제의했지만 퇴짜를 맞았습니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이 역은 황수정에게 돌아갔죠.

이어 '상도'의 다녕 역(김현주가 맡았습니다)을 제의했다가 역시 퇴짜. '대장금'의 장금이 역도 역시 퇴짜... 마지막으로 '서동요'의 선화공주 역(이보영이 맡았죠) 까지 제의하려다가 "자존심도 없느냐"는 가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영애 이야기는 지난해 이국장님이 한 강연에서 얘기해 화제가 됐지만 황수정 얘기는 처음입니다. 물론 송윤아가 지금까지 연기자로서 걸어 온 길도 훌륭했지만, '허준'이 끝난 직후의 황수정이나 '대장금'의 이영애를 생각한다면 예진아씨나 장금이 역을 거절하고서 후회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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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코믹한 것은 황수정과 이영애가 모두 7순위로 선택된 연기자들이라는 것이죠. 예진아씨는 송윤아를 시작으로 김지수 오연수 등에게 줄줄이 퇴짜를 맞았고, 대장금은 역시 송윤아 이후 김하늘 장진영 명세빈 등에게 연거푸 고배를 마신 끝에 이영애에게 돌아갔습니다. 참 흔한 말이지만, 역시 모든 배역에는 주인이 있는 듯 합니다.

그럼 왜 이영애에게는 처음부터 이 역할이 가지 않았을까요?

'허준' 때 이미 정상급 여자 연기자를 사극에 캐스팅하기 힘들다는 것을 안 이국장님은 아예 "이영애 정도의 톱스타는 언감생심"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한 기자가 "왜 이영애에게는 제의하지 않느냐"고 말한 데서 용기를 얻어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죠. 그 공로로 이 기자는 국장님의 저서에 이름을 올려 놓는 영광을 누립니다. (아, 저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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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책은 '드라마 연출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반가운 책일 수 있습니다. 겉에서 보는 드라마 세계와 속에 들어가 보면 어떻게 다른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40년 경력 연출자의 통찰이 담긴 한마디 한마디가 참 무릎을 치게 합니다. 저도 나름 곁눈질로 그 세계를 꽤 엿봤다고 생각했는데도 '아하'하는 대목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시청자들 중에서도 그저 방송만 보고 있는 데서 한 단계 올라서 프로 시청자가 되고 싶은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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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장님의 주변에 있는 드라마의 거장들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최완규 김영현 김이영 작가는 물론이고 '모래시계'의 김종학 PD 얘기도 나옵니다. 그분이 이국장님의 조연출이던 시절, 엄동설한에 조선 포로들이 왜군에게 끌려가는 장면을 대신 촬영하게 했더니 포로 역 엑스트라들을 모두 맨발로 출연하게 한 것을 보고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이: 아니 날이 추우니까 엑스트라들 발 얼지 않게 조심하라니까...
김: 그런데 왜군이 조선 포로들 끌고 갈때 신발을 신겼겠어요?
 
그래서 엄동설한인데 모두 신발을 벗기고 찍었다는 얘깁니다. "저렇게 독하니(?) 장차 훌륭한 PD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는 부분이 참 인상적입니다. 이런 비슷한 얘기는 수도 없이 책에 나옵니다.^^

이밖에도 이영애가 '대장금'을 촬영하던 시절 왜 살이 찌는 것을 무릅쓰고 매일 밤마다 라면을 먹었는지, 최진실은 왜 신인상을 수상하고 "이병훈 감독님께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는지, 지상렬은 어쩌다 '이산'에 출연하게 됐는지, 임현식은 왜 중간에 연기를 포기하고 목장을 경영하려 했는지, '왜 여주인공은 무조건 예쁘게 찍어야 하는지' 등등의 흥미진진한 일화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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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국장님을 생각하면 참 많은 전설들이 떠오릅니다만, 그중에서 이 책을 보다가 하나가 생각났습니다. 이국장님은 1944년생, '대장금'이 종영하던 2004년 회갑을 맞으셨습니다. 바로 그 '대장금'을 찍을 때 스태프 한 사람과 얘기를 나눴던 기억입니다.

나: 고령이신데 그렇게 전국을 누비고 다니면 힘들어하시지 않나요?
스: 글쎄요, 워낙 체력이 좋으셔서.
나: 그래도 온 산이고 들이고 다 직접 다니시나요? 산 위 같은데는 공동연출이...
스: (정색) 무슨 말씀을, 우리가 못 따라가요.
나: 에이 설마...
스: 아니라니까요. 맨 앞에서 엄청나게 빨리 올라가세요. 우리가 따라가려면 숨이 차요.

그런데 이 책에서 그 당시의 일화를 읽어보고 혼자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이 에피소드의 진실(?)이 담겨 있더군요. 궁금하시겠지만 책을 사서 읽어보셔야 진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냥 힌트를 드리자면 '이 산이 아닌개벼...' 스토리입니다.


p.s.2. 이국장님의 차기작은 '동이'라는 제목으로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http://isplus.joins.com/enter/star/200906/04/200906040945265006020100000201040002010401.html 이번엔 누가 주인공이 되어 차세대 한류 스타로 성장할지 매우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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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을 보다가 갑자기 어디서 본듯한 장면이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화요일 밤 방송된 4회 얘깁니다.

미실(고현정)로부터 소화(서영희)와 덕만(남지현)을 끝까지 추격하라는 명령을 받은 칠숙(안길강)은 무려 15년간을 추적한 끝에 사막 한 복판에 숨어 살고 있는 두 모녀(?)를 발견합니다. 참 대단하죠. 바로 그 부분입니다. 감정 없는 얼굴, 무지막지한 힘과 무공,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렇습니다. 바로 터미네이터의 모습이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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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의 이날 장면은 '터미네이터' 시리즈 가운데서도 아이와 엄마가 함께 도망치는 2편의 모습과 흡사했습니다. 사라 코너-존 코너 모자의 모습과 칠숙으로부터 도망치는 소화-덕만의 모습이 겹쳐졌던 거죠.

특히 건물 안에 불이 났는데 무표정하게 다가오는 칠숙으로부터 공포를 느끼며 달아나는 장면, 소화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받고도 포기하지 않는 장면, 죽은 듯 쓰러졌다가 어느새 생명력을 회복해 다시 일어나는 장면(원래 터미네이터는 내부의 주 동력이 꺼졌을 때 보조 동력으로 시스템을 변경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등이 꽤나 비슷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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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니더군요. 혹시나 해서 '선덕여왕 터미네이터'를 검색해 보니 꽤 많은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한 듯 합니다. '쿠궁 쿵 쿠구궁' 하는 터미네이터의 테마가 칠숙 안길강의 테마로 등장하는 동영상이 나와도 신기하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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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상으로는 칠숙이 그냥 미실 휘하의 자객이나 무사인 것처럼 등장하지만, 사실 이 시기 삼국사기에도 칠숙이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그런데 신분이 다르죠. 진평왕 시절, 이찬 칠숙과 아찬 석품이라는 사람이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찬이면 신라 관등제에서 최고위의 벼슬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가 '덕만공주(선덕여왕)가 진평왕의 후사를 이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따라가서 죽이려고 한 것은 허구겠지만 어쨌든 역사에서는 선덕여왕의 반대세력이었던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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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선덕여왕' 작가진이 역사에서 칠숙이라는 이름을 발견하고, 그 이름을 자객의 이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뒤집어 보면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칠숙과 석품의 난은 등장하지 않을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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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안길강은 지금까지의 출연작에서 대부분 장사 역을 맡았죠. '주먹이 운다'의 교도주임 역이나 '짝패'에서의 주먹 1인자 왕재 역 등이 기억에 남습니다. 맞아도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남자 역할이 제격인데 이번엔 터미네이터라니,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선덕여왕'에 대해 지금까지 쓴 글들입니다. 드라마 보시는데 꽤 도움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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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선덕여왕'이 3회만에 20%를 넘어섰습니다. 화려한 출연진과 화려한 세트, 거기다 호화찬란한 연기까지 보태지며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 사극의 무대가 이집트, 로마에까지 뻗어가는 모습도 이색적이더군요.

지난주 방송된 1,2회만 보더라도 이 드라마가 예사 드라마와는 좀 다른 조짐을 보인다는 느낌은 충분히 받았습니다. 사극으로서 인기를 끌 것이라는 사실은 꽤 분명해 보였지만, 이 드라마가 역사를 보는 시각이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다는 면에서 마냥 칭찬할수만은 없는 드라마이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가기 위해서, 이번에는 실질적인 주인공인 미실의 과거를 좀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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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공주를 안고 말하는 "...전부 네 탓이다." 이 장면에서의 고현정은 정말 악의 화신이라도 된 듯 하더군요. 정말 소름끼치게 멋진 장면입니다.)

지난번에도 얘기한대로 미실과 관련된 모든 기록은 위서 논란이 있는 '화랑세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화랑세기'는 역대 화랑의 장(풍월주)들의 간략한 전기입니다. 그런데 이 전기 한 권의 전반부가 사실상 미실이라는 여주인공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또 이렇게 '화랑세기'가 허구라면 미실 또한 실존인물이 아니라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게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지난번 글에 자세히 썼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패스.)



이 '화랑세기'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쪽에서는 이 문건이 발견자 박창화가 1930년대 즈음에 창작한 한문 소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이 '화랑세기'가 진짜 소설이라면, 우리는 세계적인 로맨스 판타지 작가를 보유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치밀하지 않은 구조로 보아 '화랑세기'는 요즘으로 치면 대작 애니메이션이나 판타지의 설정집 성격을 갖고 있는데, 이런 치밀하고 장대한 설정을 짜낼 수 있는 작가가 과연 한국 문단에 존재한 적이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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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국사(도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교과서에는 사다함과 무관이라는 두 화랑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진흥왕 때 인물인 이 사다함은 삼국사기에 사다함열전이 있을 정도로 꽤 유명한 실존 인물입니다. 주요 기록 내용은 화랑 사다함이 있어 15세의 나이에 비장으로 발탁되어 대가야 정벌에 큰 공을 세웠고 나라에서 300명의 포로를 노비로 주었으나 모두 자유민으로 풀어 주었다, 그리고 평생 함께 하기로 약속했던 친구 무관이 일찍 죽으매 안타까워 울다 병이 들어 곧 따라 죽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화랑세기'는 이 사다함이 바로 현재 고현정이 연기하고 있는 미실의 첫사랑이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화랑세기의 5세 풍월주 사다함의 기록 가운데 미실과 관련된 부분은 이렇습니다.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보다 20년 이상 앞선 얘깁니다. 미실과 세종의 청소년 시절 얘기죠.

- 대개 공(사다함)은 미진부공의 딸 미실을 사모하였다. 미실 또한 공을 좋아하였으나 태후의 명으로 세종공에게 시집을 갔다. (중략, 확실치 않은 부분) '청조가'를 지어 불렀다. 청조란 곧 미실을 가리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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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나오는 세종이란 진흥왕과 어머니가 같은 형제인 세종전군을 말합니다. 지금의 '선덕여왕'에서 독고영재가 연기하는 미실의 남편이죠. 진흥왕은 법흥왕의 동생인 갈문왕 입종(선마로)과 지소부인 사이의 아들인데, '화랑세기'에 따르면 장군 이사부(苔宗)와 지소부인이 서로 통해 낳은 아들이 세종입니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불륜의 소생이지만 '화랑세기'의 세계에서는 너무도 태연하게 이뤄지는 일입니다. 게다가 아버지는 왕족이 아니지만 어머니가 귀인이므로 전군이라는 왕자의 칭호를 얻게 됩니다.

사다함이 일찍 죽은 이유는 두 가지의 충격입니다. 대가야 원정에서 돌아와 보니 연인이던 미실이 세종의 아내가 되어 있고, 또 친구인 무관이 충격의 죽음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무관은 괜히 죽은 것이 아니라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과 몰래 사귀는 관계였던  탓에 죽은 것입니다. (...네. 성인용입니다.) 사다함을 추종하던 낭도들이 무관의 불측한 행동을 보고 죽이려 달려들자 달아나다가 떨어져 죽은 걸로 돼 있습니다.



'화랑세기'의 6대 풍월주 세종편에 보면 미실과 세종, 사다함의 삼각관계가 좀 더 자세히 나옵니다. 진흥왕이 선 뒤 세종의 어머니인 지소태후는 세종이 미실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세종과 미실을 짝지우는 한편, 세종의 누이인 자신의 딸 숙명공주를 진흥왕의 정실로 삼으려 합니다. 하지만 진흥왕의 정실이자 미실의 숙모인 사도황후는 여기에 강하게 반발해서 태후의 계책을 무산시킵니다. 이에 분노한 태후가 사도황후의 친척인 미실과 세종을 갈라 놓으려 합니다.

- 이에 태후는 미실을 불러들인 것을 후회했다. 미실을 불러 꾸짖기를 "너로 하여금 전군을 받들게 한 것은 단지 옷을 드리고 음식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감히 사사로이 색사로 전군을... 어지럽혔으니 죄를 용서할 수 없다"하고 출궁을 명했다. .... 그리고 진종 전군의 딸 융명을 (세종 전군의) 정비로 삼았다.

그리고 출궁한 미실은 사다함을 만납니다. 어떻게 만났는지는 모르지만,

- 이에 이르러 미실은 "일찍이 지아비를 맞는 데에는 마땅히 사다함과 같이 하여야 한다. 무릇 부귀라는 것은 한때이다" (중략) 이에 사다함이 노래를 불러 위로했다. 미실은 이에 정이 일어나 서로 기뻐하였다. 사다함이 출정할 때 미실이 노래를 불러 전송했다. -

이 노래를 '풍랑가'라고 하며, '화랑세기'의 지지세력은 기록상 최초의 향가라고 보기도 합니다. 한편 사다함이 대가야 정벌을 위해 떠나자, 전세는 다시 역전됩니다.

- (세종) 전군이 듣고 괴로워하였다. 태후가 전군이 상심할까 염려하여 다시 미실을 입궁시키자, 전군은 기뻐 미친 듯이 달려갔다. 태후는 부득이 (미실에게 세종을) 다시 섬기도록 명하였다. 미실은 원비의 첩(이미 융명과 세종이 결혼했으므로)이 된 것을 부끄럽게 여겨 색공에 응하지 않았다. (중략) 미실은 전군과 더불어 정을 배반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마침내 융명을 내쫓았다.

사다함이 돌아왔을 때 미실은 이미 궁중에 들어가 전군의 부인이 되어 있었다. 까닭에 사다함은 '청조가'를 지어 슬퍼하였다. 내용이 몹시 구슬퍼 사람들은 다투어 서로 암송하여 전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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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습니다. 참 한폭의 멜로드라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다함은 세종을 존경하고 사랑했던 탓에 그를 원망하지도 않고(저 '청조가'의 내용도 전군 부부를 끝까지 자기가 보호하겠다는 것입니다. 궁금하시면 각자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죽을 때도 자신의 후임 풍월주로 세종을 천거합니다.

- 태후가 "나의 아들(세종)은 어리고 약하다. 어찌 풍월주가 될 수 있는가" 하자 미실은 세종에게 권하기를 "사다함 종형(그 시절엔 온 신라가 서로 다 친척입니다^)이 나를 사모하다가 죽었습니다. 죽음에 임하여 한 말을 들어 주지 않으면 장부가 아닙니다"라고 했다. 세종이 옳게 여기고 태후를 설득하여 허락을 얻고 6세 풍월주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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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미실은 이때 이미 사다함과 세종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다가 부와 권력을 선택한 셈이었고(뭐 그때나 지금이나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 가는 길입니다), 진정한 사내 대장부이자 화랑의 표상이던 사다함은 이를 원망하지 않고 슬픔을 간직한 채 자신의 길을 가던 도중 친구 무관의 죽음에 치명타를 맞고 요절합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를 빼앗은 세종은 사다함의 유언을 계기로 문약한 서생에서 화랑의 지도자로 변신, 뒷날 삼국 통일의 기초를 다지는 초석으로 성장합니다. 아울러 미실은 사다함의 죽음 이후 자신은 한 사람을 사랑하고 살 수 있는 여자가 아님을 깨닫고 권력의 화신이 되죠.

제가 '화랑세기'를 갖고 드라마를 만든다면 이 사다함 시대의 이야기를 택했을 듯 하지만, '선덕여왕' 제작진은 권력자 미실의 모습이 더 매력적이었는지 훨씬 뒷날의 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각이 그리 깔끔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드라마 '선덕여왕'을 볼 때 약간의 불편함을 남깁니다. 물론 일개 시청자로서의 의견입니다.

아무튼 너무 길어지니 그 이유는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그냥 쉬어가는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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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드라마 '선덕여왕'이 호평 속에 막을 올렸습니다. 신화적인 시청률은 아니지만 첫회와 2회가 모두 경쟁사 드라마들을 압도하는 성적을 거뒀더군요. KBS 2TV '남자 이야기'와 SBS TV '자명고'는 모두 단자리수 시청률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잘 만든 드라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앞날에 대해선 약간 걱정이 됩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의 배경은 '삼국유사'나 '삼국사기'가 아닌 '화랑세기'이기 때문입니다. 과연 설화와 역사의 사이에서 '선덕여왕' 제작진이 어떤 발걸음을 걸을지에 대한 생각입니다. 특히 미실이나 선덕여왕 같은 여성 등장인물들의 다소 요란한 남녀관계 때문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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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논란의 대상인 '화랑세기'라는 책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사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은 "김대문이 '화랑세기'라는 책을 썼다"는 것 뿐이죠. 기록에 따르면 이 화랑세기라는 책은 신라가 통일에 이르던 6세기 말에서 7세기에 이르는 시절 화랑들을 이끌었던 풍월주(화랑의 장) 32명의 전기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책이 세상에 발견된 것은 20세기의 일입니다. 그것도 최근, 1989년의 일이죠. 일제시대때 박창화라는 분이 일본 황궁 도서관에서 '화랑세기' 원본을 발견하고 손으로 필사해서 남겼다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일본에 그 원본이 있다는 이야기도 전혀 없습니다. 이런 도입부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등을 비롯해 참 많은 소설가들이 이용하는 트릭이기도 하죠.

이 화랑세기 필사본은 "박창화의 창작이다" "진짜 화랑세기의 필사본이 맞다"는 치열한 논란에 들어갑니다. 사실 그 내용은 대단히 충격적입니다. 미실이라는 여성에 대한 부분이 특히 그렇죠. 5대 풍월주 사다함의 연인이고, 6대 풍월주 세종의 부인이고, 7대 설화랑을 정부로 두고, 10대 미생랑의 누나이며, 11대 하종랑과 16대 보종랑의 어머니인 이 여성을 놓고 보면, 한마디로 '화랑세기'의 진짜 주인공은 미실이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창작이건 진짜 역사건, 현재 알려진 '화랑세기'의 내용이 드라마 '선덕여왕'의 주요 내용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과연 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것이냐는 데 대해서도 여러 우려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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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미실의 남자관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화랑세기'가 기술하고 있는 당시의 남녀관계나 이성관계는 엄청날 정도로 개방적입니다. 미실이 성장했을 때 진흥왕은 이미 말년에 접어들어 있었지만 어머니가 같은 동생인 세종 전군(아버지는 다릅니다. 왕비와 장군 이사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의 아내인 미실을 후궁으로 둡니다. 진흥왕의 아내인 사도부인은 미실을 '3대에 걸쳐 색공을 할 수 있는 여인'으로 규정하기도 합니다. 색공이란 왕과 잠자리를 같이 하며 모시는 것을 말하죠.

미실은 진흥왕 사후 태자 진지왕을 왕으로 옹립하기로 하고 서로 배신하지 말자는 뜻으로 진지왕과 잠자리를 같이 한 뒤, 자신을 황후의 자리에 맞기로 약속합니다. 그러나 진지왕은 왕위에 오른 뒤 약속을 깨고, 미실은 화랑들과 대신들을 동원해 진지왕을 왕위에서 쫓아낸 뒤 진평왕을 옹립합니다.

여기까지가 화랑세기의 기록에 나오는 미실의 당시 행적이고, 이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앞부분과 일치합니다. 지금까지만 보더라도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참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문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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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행히도 이 드라마가 나오기 전, KBS의 '천추태후'가 방송됩니다. 이 드라마가 보여준 것은 고려 초기의 엄청나게 문란(물론 현대인의 시각입니다)한 가족관계였습니다. 친남매끼리도 어머니만 다르면 혼인을 하고, 과부가 된 왕비가 다른 왕족과 불륜을 저지르는데 그 후손이 왕위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개방적인 관계를 보여준 것이죠.

만약 앞에 '천추태후'가 방송되지 않았더라면, '선덕여왕'은 '사극을 빙자한 패륜 드라마'로 낙인찍혔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천추태후'가 그나마 어느 정도 완충제 역할을 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사실 '화랑세기'에 나오는 미실의 관계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동생인 미생과의 관계입니다. 남매간에도 근친상간을 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죠. 아무리 드라마 '선덕여왕'이 파격적인 신라시대의 남녀관계를 가감없이 묘사한다 해도 여기까지는 힘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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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부분으로 가면 내용은 더 심각해집니다. 흔히 선덕여왕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처럼 평생 처녀로 산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지만, '화랑세기'에는 네 명의 남편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중 두 사람은 태종무열왕 김춘추의 아버지와 양아버지인 용수와 용춘이고(게다가 용수는 언니인 천명공주의 남편입니다), 네 명 가운데 지금 신구가 연기하고 있는 재상 을제도 있습니다. (신구-이요원 커플이라... 참 흥미롭군요.^^)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앞으로도 선덕여왕과 김유신을 커플로 묶을 분위기이니 이런 엽기 커플의 등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아무튼 '화랑세기'와 미실, 그리고 드라마 '선덕여왕' 얘기는 한번에 다 풀어내기엔 좀 떡밥이 큰 것 같습니다. 몇 차례에 걸쳐 풀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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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고현정의 연기력은 정말 발군입니다. 아마도 이 작품이 고현정의 대표작에서 마침내 '모래시계'를 밀어 내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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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 그나자나 결국 선덕여왕도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어린 날을 보낼 전망이군요. 대체 언제까지 이런 설정을 울궈먹을지 모르겠습니다. 왜 사극 주인공들이 한결같이 이런 어린 날을 보내야 한단 말입니까? 서민으로 살아보지 못하면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컴플렉스라도 있는 걸까요? 아마도 김영현 작가 때문이라기보다는 MBC 드라마국이 이런 설정을 고집했을 듯 한데, 시청자를 너무 바보로 보는 듯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는 아역의 고생이 빨리 끝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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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목요일 밤이 즐겁습니다. SBS TV '시티홀' 때문입니다. MBC TV '신데렐라 맨'과 KBS 2TV '그저 바라보다가'도 각각 화려한 캐스팅과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자기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시티홀'이 갖고 있는 화려한 '대사빨'의 마력 앞에는 한수 양보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대부분 예상했던 일이지만, 김은숙 작가는 이번에도 또 해냈습니다.

물론 아무리 좋은 도다리라도 칼잡이를 잘못 만나면 손님의 타박을 면할 수 없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시티홀'의 호조는 그 맛깔나는 대사를 착착 입에 붙게 소화해내는 차승원과 김선아의 매력에 상당 부분을 빚지고 있다고 봐야죠. 특히 코믹 연기라면 누구에게도 뒤질 리 없는 차승원이 김선아가 마음대로 특유의 오버 액션을 펼칠 수 있게 조용히 받아주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호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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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홀'의 출발점은 어찌 보면 그리 독창적이지는 않습니다. 일개 민초의 눈으로 소위 '잘 나가시는 분들'이 얼마나 나라를 형편없이 다스리고 있는지를 통쾌하게 비판하고 풍자하자는 생각은 그리 새롭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방송 전부터, 이 드라마의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 생각나는 작품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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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아닙니다.^^ 기무라 다쿠야가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에서 어찌어찌하다가 일본 총리가 되는 이야기, 바로 지난해 5월 일본 후지TV에서 방송된 '체인지(chang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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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빠글 파마 머리로 초등학생들과 씨름하고 있던 아사쿠라 게이타(기무라 다쿠야)는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의 뒤를 이어 출마하라는 강력한 권유(?)를 받습니다. 망설이던 아사쿠라는 출마하자마자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일에 꽤 재능이 있음을 깨닫고, 일본 정치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천재 선거 전문가 니라사와(아베 히로시)의 도움으로 당선됩니다.

아사쿠라의 상품성을 알아본 일본 여당의 실력자 간바야시(데라오 아키라)는 아사쿠라를 일본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들이고, 깜짝 총리로 만들었다가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꾸밉니다. 간바야시의 힘으로 하루아침에 총리가 되어 버린 아사쿠라. 하지만 일단 하면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의 아사쿠라는 간바야시의 생각대로 허수아비가 되려 하지 않고, 스스로 일본을 바꿔 나가려고 노력하죠. 여기서부터 아사쿠라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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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드라마 사이의 공통점은 '정치라곤 아무 것도 모르던 평범한 사람이 어느날 권력을 쥐게 된다면' 이라는 가정 정도입니다. 이런 설정을 가져오면 당연히 '부패한 기존 권력의 거두' 캐릭터가 나오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지만 그리 타락하지는 않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건 1+1=2가 될 것처럼 당연한 일이죠. 드라마 '체인지'에서 조력자라면 니라사와 역의 아베 히로시, 권력자라면 간바야시 역의 데라오 아키라가 대표적입니다.

전혀 다른 얘기긴 하지만 '시티홀'의 구상에 '체인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시티홀'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된 것은 '체인지'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체인지'는 아사쿠라라는 인물의 수직상승폭이 너무 크다 보니 이야기가 너무 단조로우면서도 황당무계해지는 약점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시티홀' 팀은 김선아를 대통령을 만드는 대신 시장 정도로 조정한 듯도 합니다.

부언하자면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사쿠라가 얻은 지혜가 나라를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건 좀 너무 비약이 심해서 받아들이기 힘들더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김선아가 10급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얻은 지혜는 충분히 인주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데 이용될 수 있겠다는 것이 시청자에게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이죠. (물론 시장은 아무나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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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혹시라도 오해가 있을까봐 거듭 강조하지만, 발상 자체는 그리 중요한게 아닙니다. '시티홀'이 성공적인 드라마인 것은 발상 때문이 아니라, 디테일과 전개, 그리고 화려한 대사와 두 주인공의 매력 넘치는 연기 덕분입니다. 차승원과 김선아가 1:1로 연기 배틀을 벌이는 장면들은 그냥 한번 보고 지나치기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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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아베 히로시와 차승원의 비교입니다. 두 배우 모두 훤칠한 키의 미남형 배우이면서도, 스스로 웃지 않고 남을 웃기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외모...도 비슷하다면 비슷한 스타일입니다. 까칠한 수염이 비슷하게 보이기도 하죠. 저는 사실 '트릭' 시리즈나 '드래곤 사쿠라'보다 'Hero'를 먼저 본 탓에 처음에는 아베 히로시가 그렇게 웃기는 배우인 줄 잘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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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가 간바야시 의원 역의 데라오 아키라>

당초 '시티 홀'팀의 구상을 보면 차승원이 연기하는 조국은 '체인지'의 간바야시를 빼닮은 악역이 될 것처럼 보입니다. 철저한 야심 덩어리인 조국이 자신의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신미래를 시장의 자리까지 끌어올리지만 신미래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설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악당을 만들기 싫어하는 한국 드라마의 특성상 절대 이렇게 끝나지는 않겠죠. 어느새 신미래의 열정과 헌신이 조국을 개과천선시켜서 이름 그대로 조국을 위한 큰 인재가 되게 하는 식의 진행이 예상됩니다. 그러다 보면 차승원은 절로 아베 히로시와 이미지가 다시 겹쳐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시티홀', 경쟁작들을 잘못 만나는 바람에 15%대의 그리 인상적이지 않은 시청률로 1위를 달리는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머잖아 제대로 바람을 타면 올 상반기 드라마들 중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드라마로 꼽힐 만 합니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은 김선아가 모처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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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대회 개최면 개최, 도배면 도배, 연설이면 연설, 뭐 하나 못하는게 없는 슈퍼 10급 공무원 김선아의 캐릭터를 보고 있자니 절로 이 캐릭터가 생각나기도 하더군요. 혹시 이 드라마의 김선아를 보다가 '홍반장'의 김주혁을 떠올리신 분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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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 등 F4와 구혜선의 일본 방문이 화제입니다. 16일 공식 팬미팅에는 2회에 4000명의 팬들이 몰렸다고 하는군요. 이 4000명이 모두 국내에서 따라간 팬들은 아니겠죠.^

이민호와 김현중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가 방송되는 동안 치열한 경쟁을 펼쳤습니다. 드라마가 끝난 시점에서 볼 때, 아무래도 이 대결에선 이민호가 판정승을 거뒀다고 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한류 시장을 놓고 벌이는 F4 2라운드, 일단 김현중이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오는 여름방학에나 일본에서 방송될 예정이지만, 15일 당일의 TV 출연과 약식 팬미팅에 운집했던 김현중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놀라움을 던졌습니다. 또 김현중은 다른 멤버들과는 달리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며 일본에서 F4의 대표 및 대변인 자리를 굳히는 듯한 느낌을 던졌습니다. 누가 MC라도 일본어로 즉답이 가능한 김현중에게 질문을 집중할 수밖에 없겠죠.

사실 관계자들에게는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닙니다. 4월15일 방일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그동안 김현중과 SS501이 미래를 내다 보고 했던 투자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된 거였으니까요. SS501이 일본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7년 3월. 벌써 만 2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둘 시점이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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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SS501의 일본 활동이 시작된 것은 2006년이라고 봐야 합니다. 물론 이때는 단발성 활동이었고, 일본은 커녕 국내에서도 SS501의 팬덤은 그리 탄탄하지 않았던 시점입니다.

하지만 SS501의 소속사 DSP는 2006년 연말 일본 홈페이지를 오픈하면서 열도 공략 계획을 본격화합니다. 그리고 2007년, 3월부터 10월까지 8개월 가량을 일본에서 머물며 활동을 한다는 과감한 작전에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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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501이 활동을 시작한 것이 2005년이니 데뷔 만 2년을 맞아 일본행을 하는 셈이었죠. 솔직히 말해 가요계에서도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엔 '국내에서 잘 안 풀리니까 일본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죠. 또 보아나 윤하 등 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한류 가수들은 한국에서의 인기를 배경으로 하고 일본에 진출하는 게 상식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감안할 때 과연 당시의 SS501이 갖고 있던 지명도가 '한국만으로는 좁아서 일본으로 넘쳐 가는' 상황이었느냐 하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었던 겁니다. 2007년 첫 싱글 '코코로'가 오리콘 데일리 차트 5위에 올랐고, 지난해 3월에는 일본 골드디스트 대상에서 뉴 아티스트상을 수상했습니다. 가장 주목받는 신인 10팀 중 하나로 꼽힌 거죠. 도일 1년만의 성과로는 쾌거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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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큰 자산은 다양한 일본 내 활동을 통해 일본어에 대한 자신감과 일본 내 지명도를 높였다는 것입니다. 또 SS501의 외모와 퍼포먼스가 일본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죠.

여기가 끝은 아닙니다. 사실 이 정도로 만족하려고 그렇게 객지에서 멤버들이 고생했을 리는 없죠. 여기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스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뭔가 극적인 이벤트가 필요했고 마침내 그게 2009년 터졌습니다. 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성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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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꽃보다 남자'가 일본에서 큰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가 방송된다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던 SS501, 그리고 김현중의 팬덤을 확대시키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강점이 있다면 김현중의 외모가 누군가와 꽤 닮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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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김현중을 몰랐던 사람들(SS501의 일본 내 팬덤은 기존 한류 팬들인 중년 이상층과는 좀 맞지 않았죠)에게 이런 외모가 주는 효과는 꽤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김현중과 SS501에게 일본 시장은 잘 차려놓은 밥상처럼 보이는 시점입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있겠죠. 이를테면 일본 팬들에게 있어 김현중과 김형준의 이름 구분은 설탕 알갱이를 젓가락으로 집어먹으라는 수준의 난제일 겁니다. (대부분의 일본 팬들은 그래서 김현중을 그냥 '리다(leader)'라고 부른다는군요. 그래서 일본에서 그냥 김횬쥰이라고 하면 그냥 김형준이라네요.)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가수는 노래가 좋아야 히트한다는 만고의 진리 또한 무시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 '캡틴'은 뭔가 전달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던 듯 합니다. 다시 확인해 보니 '리다'가 맞군요. 그리고 팬들의 지적에 따르면 김형준군은 '막내'나 '스에꼬'라고 불린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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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김현중이 다른 멤버들보다 한발 앞서 가지만 F4의 나머지 멤버들의 폭발력은 드라마 방송 이후인 오는 7월에나 확인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사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는 똑같은 듯 하면서도 미묘한 취향의 차이가 있어서 정말 한국에서와 같은 붐이 일어날지는 그때를 지켜 봐야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한국에서의 1라운드 때에도 드라마 방송 전까지는 김현중의 인기가 단연 이민호나 다른 멤버들보다 앞서 있었다는 점 또한 잊어선 안되겠죠. 진짜 승부는 7월 이후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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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남' 이민호가 태국에 가 있다는 건 팬들이면 다 아실만한 얘기죠. 시위 때문에 걱정하신 분들도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현지에서 보내온 소식 중에 '송크란(Songkran) 기간인데도 정말 많은 취재진과 인파가 몰려들었다'는 부분이 특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태국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죠. 송크란 때 사람들이 이런 일에 신경을 쓴다는 건 좀 이례적인 일입니다.

송크란이란 굳이 말하자면 태국의 설날에 해당합니다. 저도 태국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여러 해 전 마침 송크란 기간에 태국을 방문한 적이 있고, 그때 너무나 즐거웠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태국에는 설날이 셋 있죠. 양력설, 음력설, 그리고 송크란입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가장 신나는 설날은 바로 송크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마도 태국 기자들은 이민호의 갑작스런 방문 앞에서 "왜 하필 송크란때 오고 난리야"라고 중얼거렸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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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이민호 관련 이야기. 방콕에서 한류 행사를 주로 맡아 하시는 분 가운데 KTCC의 이유현 사장님이 계십니다. 한때는 현장을 누비는 대한민국 최고의 야구 기자였고, 그 뒤로는 연예 기자로 변신해서 역시 업계의 최고로 인정받았던 분인데 이제는 한류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우연히 다른 일로 통화하다가 이민호의 태국 입국 일정이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러고 보니 딱 송크란 기간이더군요. 이사장님도 "송크란 기간 중에는 대개 무슨 행사가 열리건 사람들이 무관심하기 마련인데, 이민호의 영향력이 대단하더라. 아직 태국에서는 '꽃보다 남자' 방송 얘기도 없는데 다들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봤는지, 이민호에 대한 성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태국의 시위 때문에 걱정했는데 시위대는 마주치지도 않았다는군요. 태국도 사람들이 워낙 시위에 둔감해져서 한쪽에선 시위를 해도 관광이나 일상생활엔 아무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이유현 사장님은 "시위 때문에 집회 금지령이 내려졌는데도, 그리고 무엇보다 송크란 기간인데도 이만한 취재진이 모인 건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더군요.

사실 이민호는 기자회견 하러 간 게 아니라 바빠서 못 찍은 화장품 CF를 찍으러 간 거였는데, 현장에서 겸사겸사 행사를 갖게 된 거였습니다. 이민호로서는 뜻깊은 생애 첫 해외 기자회견인데 다행히 성황을 이뤘다는군요. 최근 파타야에 소녀시대와 샤이니가 다녀가는 등 요즘 태국의 한류 붐이 한껏 물이 올랐다는데 이민호가 그 뒤를 곧 이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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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뿐만 아니라 구경 온 팬들도 만만찮습니다. 아직 드라마는 방송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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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크란은 매년 4월 13일에서 15일까지 열리는 축전인데 주말과 겹치면 자동 연장됩니다. 기후를 따지자면, 태국에는 건기와 우기, 그리고 그 중간의 봄철이 있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늦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양력 3월까지는 건기입니다. 태국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날씨죠. 파란 하늘과 무덥지 않은 날씨가 그만입니다. 그리고 송크란은 건기의 끝, 그러니까 봄의 시작을 알리는 축전입니다. 이때부터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하고, 한국의 여름철이 되면 본격적인 우기를 맞아 매일같이 비가 내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송크란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고, 생명의 근원인 물을 기념하는 축제가 곳곳에서 열립니다. 뭐 굳이 축제랄 것도 없더군요. 거리를 달리는 차들(픽업 트럭이 유난히 많습니다)에는 물을 가득 담은 드럼통과 물총을 든 사람들이 빼곡 타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물총을 이용한 총격전이 벌어집니다. 좀 심하게 노는 사람들은 밀가루나 색소를 뿌리며 물총을 쏘아대기도 합니다.

문득 한 9년 전에 송크란을 구경하고 돌아온 감상을 쓴 글이 생각나서 붙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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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크란: 1년에 계절이 3개인 태국에서 건기(dry season)가 지나고 여름(hot season)이 시작되는 것을 알리는 명절. 과거 태국의 설날. 4월 13~15일 정도를 가리키며 이 기간중에 비가 와야 풍년이 든다는 뜻에서, 길거리에서 마구 서로 물을 쳐 뿌리는 축제 기간이기도 하다...

  라고 여행안내서에는 써 있었다. 사실 무슨 아침 여성프로에서 본 적은 있었지만 세상에 길 다니는 사람에게 마구 물을 뿌리다니, 뭐 저런 무식스런 놈들이 다 있어. 거기다 그 물에서 냄새가 얼마나 나겠어,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월요일, 어떤 후배 한 놈(노는데 환장해서 미친듯이 놀면서도 여자들도 수십명 거느리고, 이번엔 박사학위를 한꺼번에 3개를 따는 아주 요상한 놈이다)이 "형, 금요일 출발로 대한항공타고 방콕 파타야 3박5일가는 34만원짜리 투어가 나왔는데 갑시다. 마침 송크란이야. 송크란"하고 나섰다. 그 바람에 송크란이 뭔지 확실히 알게 됐다.

  으윽.. 금요일 가는걸 월요일에... 라고 잠시 고민했지만 어느새 "마일리지는 얼마나 쳐 준대냐?"를 물어보고 있었다. 아. 이 충동구매 인생.

  그러던 수요일, 나보다 한술 더 뜨는 충동구매 황제 한놈까지 자기도 가겠다고 나서 결국 남자 셋이 여행을 떠났다. 가보니 투어 전체 인원이 남자 셋. 분위기 싸아 했을건 다들 보이지? 이 정도 인원이면 원래 투어 취소했어야 정상이지만 남자 셋이니 어디 음흉한데 가서 부수입이라도 짭짤할줄 알았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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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크란, 가보니 장난 아니었다. 태국은 세계에서 픽업트럭이 두번째로 많은 나라다. 방콕에서 파타야로 가는 도로 위에 가득 찬 그 많은 픽업 트럭 뒤에 애들이 빼꼭 타고, 가운데 커다란 드럼통 하나 가득 물이 실려 있다. 그리고 그 많은 애녀석들이 전부 손에 손에 물총을 들고 있는 거다. 달리는 차에서 서로 물총을 쏴 대느라 정신이 없다. 개중에는 밀가루 탄 물도 있어서 잘못하면 바로 문둥이 꼴이 된다. 우리는 그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철없는 가이드는 판촉에 헛고생만 한다.

가이드: 씨푸드(가이드 가격 40불, 실제 가격 15~20불)라도 드시죠?
우리: (멀뚱멀뚱 창밖만 본다)
가이드: 알카자쇼(게이쇼. 가이드 가격 30불, 실제가격 10불) 아세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한밤 시내 투어 어떠세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악어농장이라도 함 가실래요?
우리: (멀뚱멀뚱)

가이드: 마사지(가이드 가격 20불, 실제 가격 5불), 이거 꼭 하셔야 합니다.
우리:(멀뚱멀뚱. 한놈이 창문을 열고 애들한테 소리지르는 걸 말리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가이드: (포기한듯) 개인적으로 시내 가시게요?
우리: (헤벌레)
가이드: 조심하셔야 합니다. 여기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나리에요. 뭐 불교국가라지만 범죄율, 만만치 않습니다. 또 송크란 축제 기간이라 교통 엄청 막혀요. 시내까지 한 40분 걸릴겁니다. 택시비도 한 400바트(10불) 나올거구요. 영어 쓰는 사람 한명도 없습니다. 무슨 일 생기시면 전 절대 책임 못 집니다.
우리: (멀뚱멀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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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까지 150바트에 딱 10분 걸렸다. 시내 나가자 마자 숙원사업인 50바트짜리 물총(거대한 주사기에서 바늘을 뺐다고 생각하면 된다)을 샀다. 잠시 후, 이 '물총을 들고 있는 행위'가 바로 '제발 날 좀 물총으로 쏴 주세요'라는 뜻임을 알게 됐다. 다행인 것은, 이 사람들이 반드시 깨끗한 물로 물총을 쏜다는 에티켓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었다는 점이다(밤에만 그런 모양이다). 양놈 일본놈 조선놈 태국놈 할것 없이 죄 물총들고 시내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야아. ... 다 젖었다.

  외국 나가서 이렇게 재미있었던 적도 별로 없었다.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은 내년 송크란때 태국에나 가 보길. 편하게 입고 한번 뛰어 보라니까. 애 있는 사람들은 애들 물총 하나씩 사서 들려 주고 말이야.

  암튼 가이드를 울리면 여행이 즐겁다. "제발 여러분같은 분들은 웬만하면 패키지 여행 하지 마세요"라던 가이드의 마지막 절규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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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예전의 송크란은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서 요금도 싸고, 덤핑 패키지도 많이 나올 때였습니다. 지금도 사방에서 물총 쏴 대던 어린이들, 어른들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올해는 벌써 지나갔지만 내년쯤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물총 하나씩 들고 태국으로 가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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