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저번 '해운대'때 얘기했지만 예고편만 놓고 봤을 때 올 여름 한국영화 3총사의 기대 순위는 '국가대표', '해운대', '차우' 순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까놓고 보니 '해운대'와 '차우'가 전혀 나쁘지 않았습니다. 대체 왜 예고편을 그렇게밖에 못 만들었나 의아할 지경이더군요. 그리고 그와 함께, 그렇다면 과연 '국가대표'는 어떨까 하는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사실 가끔씩, 예고편은 환상적인데 본편은 영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서 막상 본 영화.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막상 진짜 스키 점프 장면이 시작된 뒤로는 시계 볼 생각도, 영화 끝나고 뭘 할까 생각도, 그 시점까지 영화의 앞부분에서 뭐가 좋았고 뭐가 안 좋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우생순'을 포함해서, '록키'를 포함해서 이렇게 가슴 벅찬 스포츠 신은 처음이었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을 되새겨보려니 가슴이 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토리라인은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그리 벗어나지 않습니다. 미국에 입양돼 주니어 시절 알파인 스키 대표선수까지 지냈던 헌태(하정우)는 어머니를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어머니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방코치(성동일)의 꼬임에 넘어가 난데없이 대한민국 스키점프 국가대표가 됩니다.

하지만 방코치가 모아들인 선수들은 오합지졸. 고교시절 약물파동으로 스키 입상을 취소당한 흥철(김동욱)과 그 뒤를 따라다니기만 하던 파파보이 재복(최재환), 그리고 가난이 유죄로 군대를 안 가기 위해 운동을 결심한 칠구(김지석)까지 간신히 4인 1조, 스키점프 단체전에 나갈 수 있는 한 팀이 꾸려집니다.

여기에 방코치의 딸이며 섹시하지만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수연(이은성)이 갑자기 끼어들면서 훈련은 코믹하게 진행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훈련 과정은 '쿨 러닝'을 보신 분이라면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원지의 폐허에서 사용되지 않는 워터슬라이드를 점프대 대신 이용하기도 하고, 사철 눈이 내리지 않는 한국의 특성상 흘러내리는 물을 대체품으로 이용합니다. 자동차 위에 스키부츠를 고정시키는 위험천만한 장면도 연출됩니다.

마냥 동화 속 이야기같은 '쿨 러닝'과는 달리 이 영화는 '어른들의 세계'에도 한 발을 걸칩니다. 사실 이런 과정이 이야기들에는 점수를 많이 줘 봐야 5점 만점에 3.5점 정도 이상은 주기 힘듭니다. 이야기는 때로 무리한 진행을 보이기도 하고,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중간에 튀는 듯한 부분도 몇 번 있습니다. 게다가 심각한 장면을 강제로 해소하기 위해 갑작스레 코미디로 전환하는 장면들은 그리 효과적이지도 않을 때도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 30분, 나가노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이들 선수들의 경기 장면은 그동안 약간 위태롭게 보이던 이 영화의 앞부분을 싹 잊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감히 제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한국 영화의 클라이막스 가운데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거 '장군의 아들'에서 김두한 박상민이 혼마찌에 단신으로 쳐들어가 벌이던 격투 신 이후로 이렇게 피가 끓어오르는 장면은 처음입니다.

이런 강력한 클라이막스 덕분에 '국가대표'는 올해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습니다. CG의 도움이 컸겠지만, 수만의 관중 앞에서 펼쳐지는 스키점프의 박력과 정교한 스토리의 배치는 김용화 감독의 역량을 다시 한번 높이 평가하게 해 줍니다. 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영화의 스키 점프 신은 한국 스포츠 영화, 아니, 한국 영화 전체를 꿰뚫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고편을 보시면 그 감동의 0.1% 정도를 공유하실 수 있게 됩니다.

배우들의 연기로 따지자면 수훈갑은 하정우보다는 김동욱입니다. 물론 하정우가 맡은 캐릭터의 개연성이 좀 부족했다는 점을 먼저 꼽아야겠지만, 아무래도 하정우보다는 김동욱의 영화라는 쪽이 맞을 듯 합니다.

그 밖의 배우들에게선 이들과 비교할만한 비중을 두기 힘듭니다. 특히 이은성이 좀 더 좋은 연기를 보였다면 영화는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었을 겁니다. 여배우 조련에 꽤 뛰어난 걸로 알려진 김용화 감독도 이렇게 손을 들었을 정도면 앞으로 이은성은 더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할 것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더욱 볼만하게 만드는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주제가로 쓰인 러브홀릭스의 '버터플라이'입니다. 지난해 이 노래가 크게 히트하지 못한 점이 안타까웠는데,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지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사실 '국가대표'는 이게 전부인 영화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얘기하려면 어쩔 수 없이 영화 줄거리의 세세한 부분을 건드리게 됩니다. 그게 싫으신 분들은 아래로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게 좋을 겁니다. 어쨌든 약간 정리해서 얘기하자면, 오락 영화로서 '국가대표'는 강추작입니다. 사소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라스트의 박진감이 모든 것을 보상해 줍니다. 서두르시기 바랍니다.

그럼 나머지는 안 보셔도 될 얘기들. (그런데 써놓고 보니 제목에 해당되는 부분은 이 아래쪽에 다 있군요. 죄송...^^)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의 맨 첫 부분. 어머니를 찾아 한국에 온 헌태-바비는 TV의 아침 방송에 나가 사연을 얘기합니다. 헌태가 "함께 입양된 여동생이 결혼해 아기를 낳았는데 너무 귀엽다"고 말하자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지다가, 갑자기 방청석이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헌태의 얼굴 뒤 화면에 여동생 가족의 사진이 나오는데 남편이 흑인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헌태는 사람들이 왜 웅성대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헌태는 "이 나라가 나를 3천만원에 외국에 팔았어! FUCKING KOREA!"라며 분노를 토로하기도 합니다. 영화 앞부분에서 헌태가 말하는 '우리 나라'는 미국입니다. 또 재복이 임신한 연변 처녀 순덕이와 결혼하겠다고 말하자 재복의 아버지는 "우리집 독자인 놈이 중국년과 결혼을 한다고?"라며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런 일련의 장면들이 보여주려 하는 것은 자명합니다. 한국인들의 이중성을 겨냥하고 있는 것이죠. 외국인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면서도 일본을 제외한 여타 아시아 국가 사람들이나 흑인들에 대해서는 경멸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주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와 함께 이 영화는 주인공인 스키점프 선수들을 지나치게 사회적인 약자로 몰아가려는 무리한 시도를 계속합니다. 이들에게 '나라'와 '어른'들은 줄곧 거짓말을 하고, 무책임하고, 여차하면 자신들을 버리려는 존재들입니다. 이런 식의 배치가 보여주는 것 역시 자명합니다. '세상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데 벌떡 일어선' 주인공들을 더욱 영웅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시도죠.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시도들이 영화 '국가대표'의 발랄한 스텝과 그리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끔은 이런 부수적인 요소들이 잘 흘러가는 영화에 짐이 되는가 아닌가 아슬아슬할 때도 있습니다. 다행히, 아주 거슬릴 정도는 아닙니다.

김용화 감독이 왜 이 영화에 이런 부수적인 요소를 넣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생각 있어 보이기 위해서'라면 대단한 위험을 감수한 셈입니다. 정말 다행히도 이런 요소들이 영화를 크게 해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보실 분들에게도 그럴 겁니다.



728x90

MBC TV '선덕여왕'이 인기 궤도에 오르면서 '이 드라마에는 세 개의 떡밥이 있다'는 얘기를 기자들과 나눴습니다. 굳이 떡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시청자를 붕어로 비하하는 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게 가장 적절한 표현일 듯 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말하는 떡밥이란, 이 드라마가 후발 주자들의 추격으로 위기(?)에 놓일 때 터뜨릴 수 있는 세 가지 비밀 무기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말하자면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비단 주머니 같은 역할이죠.

첫번째 떡밥은 당연히 덕만(이요원)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두번째는 문노(정호빈)의 재등장이죠. 세번째는 유승호로 정해져 있는 김춘추의 등장입니다. 이 세가지 무기가 이미 장착돼 있기 때문에 '선덕여왕'은 탄탄한 독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이고, 이번에 첫번째 떡밥이 뿌려졌습니다. 아마도 SBS TV '드림'의 방송 시작에 맞춰진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한데, 덕만이 천명(박예진)의 동생이라는 것이 공개되면서 '선덕여왕'은 34%로 치솟았고 '드림'은 여전히 5%대에 머물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든 드라마에는 예고된 이벤트가 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베테랑 작가들은 한껏 긴장을 고조시켜 놓고 '터뜨릴 수 있는' 사건이나 인물들을 배치해놓고 전략을 짜기 마련이죠. 이미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들은 시간순에 따라 전략적인 사건 배치로 후발 작품들의 추격을 피하려 합니다. 반대로, 후발 작품들은 기를 쓰고 이런 상대방의 계산을 깨기 위해 현재 방송중인 작품을 1,2회 연장해 흐름을 깨려 하고, 특집방송을 끼워 넣는 등의 형태로 가장 중요한 첫회의 방송 시점을 미루곤 합니다. 시청률이란 작품의 수준에 따라서도 결정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진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덕만의 출생의 비밀' 이벤트는 성공적으로 끝나긴 했지만 상당히 반성의 여지도 남겼습니다. '덕만의 고민이나 반응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안 덕만의 "나는 없어야 하는 사람이라면서요"라는 반응은 누가 봐도 20세기 이후에 태어난 사람의 것입니다. 7세기 사람이라면 저런 식의 '자아 우선' 반응을 보일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게다가 공주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덕만아 덕만아' 하는 유신랑(엄태웅)의 태도 역시 무엄하기 짝이 없는 것이죠. 최소한 둘만 있을 때라도 존대를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아무튼 아직 '덕만이 공주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생명이 위태롭다'는 것이 전제가 되고 있으니 한동안 드라마가 골치아픈 방황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작가진이 스스로 만든 이 난제를 어떻게 돌파할지가 궁금합니다. 어려서 이미 죽어야 할 몸이었다면, 다 커서 돌아왔다 한들 내버려둘 수 없는 것은 분명하고 또 미실이 이를 묵과할 리가 없는데 과연 어쩔 작정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럼 두번째와 세번째 떡밥으로 넘어갑니다.

사실 이 떡밥들이 언제 나올지는 제작진의 영업 비밀이므로 미리 알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주변 상황으로 추측해 볼 수는 있습니다. 일단 문노 부분입니다. 처음 몇 회 나오지 않았지만 '정의롭고도 강한 남자' 문노의 이미지는 워낙 강렬했고, 다시 등장하면 악의 무리(?)들을 단칼에 정리할 수 있을 듯 하기 때문에, 문노의 출현은 그 자체로 상당히 큰 이벤트가 될 겁니다.

하지만 문노의 재등장은 당분간 좀 어려울 듯 합니다. 국선 문노께서 제주도에 바쁜 볼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SBS TV 수목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에 상당히 중요한 역으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쪽에서의 비중이 계속 커지는 한 양다리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따라서 SBS가 '드림'을 간접 지원하는 방법 중에는 '태양을 삼켜라'에서 정호빈의 출연 신을 계속 늘리는 것도 있을 겁니다. 아직도 '선덕여왕' 시청자 가운데 "대체 문노는 언제 나오는 거냐"고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반면 정호빈의 역할이 축소된다면 문노의 복귀는 그만큼 앞당겨 질 수 있겠죠. (물론 심각해지면 지는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세번째 떡밥 역시 '드림' 쪽에는 치명적입니다. '드림'이 겨냥하고 있는 주 시청층이 10대와 20대를 핵심으로 하는 여성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유승호의 등장은 만만찮은 위협입니다.

유승호는 별다른 최근 히트작 없이도 수많은 누나 팬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티아라의 뮤직비디오에 출연, 멤버 지연과 나눈 키스신 때문에 인터넷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왜 벌써 그런 걸 시키냐'는 '누나 팬'들의 분노(?) 때문이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만 유승호의 등장은 정말 위기가 닥치지 않는 한 그리 앞당겨지지 않을 전망입니다. 28일 방송에서 가만히 천명공주의 어깨를 감싸던 유신랑의 손길처럼, 유신랑을 둘러싼 두 자매의 미묘한 감정 대립이 상당 기간 이 드라마의 주제가 되어야 할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래 한 쪽은 애 딸린 과부고 한쪽은 처녀라는 점에서 그리 팽팽하지 못한 대결인데, 심지어 그 미망인에게 유승호같은 장성한 아들이 불쑥 등장한다면 이건 멜로드라마로선 치명적이겠죠.

그러니 제작진으로서는 '유승호의 등장 = 박예진의 멜로의 끝'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박예진과 이요원은 설정상 쌍둥이 자매입니다. 어느 한쪽만 확 늙고, 어느 한 쪽은 여전히 젊은 채로 있다는 것도 비웃음을 자아낼 상황이죠. 즉 '유승호 같은 장성한 아들의 등장'은 곧 이요원에게도 '나도 제때 낳았으면 너만한 아들이 있다'는 상황이 되어 버립니다.

아무튼 이런 난제 때문에 유승호군의 등장은 그리 빨리 기대할 수 없겠습니다. 왕자 옷 입은 유승호군의 미태를 빨리 보고 싶은 시청자들은 안타깝지만 좀 더 기다리시든가, 아니면 '선덕여왕'의 시청률을 확 끌어내리든가 하는 방법을 써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 그게 가능하다면 말입니다.^^)




728x90
주진모 손담비 김범. 세 주인공의 이름값만으로도 기본은 먹고 들어갈듯한 SBS TV 새 월화드라마 '드림'(극본 정형수, 연출 백수찬)이 27일 첫 방송을 마쳤습니다. 이종격투기와 스포츠 에이전트라는 다소 낯선 소재에 대한 접근이 눈길을 끕니다.

일단은 속도감있는 연출이 안정감 있게 다가오는 첫회였습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도 간명하게 펼쳐졌고 세 주인공의 엇갈림도 인상적입니다. 군더더기 없는 거침없는 진행이 돋보였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를 차별화하는 요소는 이런 것들이 아닙니다. 이 드라마는 지금껏 방송됐던 수많은 드라마들과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첫회에 나온 그 많은 등장인물 가운데 기존의 드라마 상식선에서 볼 때 '착한 인물'이 당최 보이질 않는 겁니다. 그야말로 총체적으로 예의없고 못된^^ 드라마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래 투수 유망주 출신으로 어깨가 망가진 뒤 스포츠 에이전트로 전향한 제일(주진모)은 냉정하고 악랄한 방법으로 에이전트계에서 두각을 보이지만, 어느날 친구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 기탁(연정훈-우정출연인 듯 합니다)이 스테로이드제 강제 복용을 폭로하고 야구계를 떠나버리는 대형 사고를 당합니다. 그동안 제일을 키워준 사장 경탁(박상원)은 곤란한 지경에 놓이자 제일을 헌신짝처럼 희생양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한편 소년원을 출소한 장석(김범)은 진짜 아버지인지 의심스러운 영출(오달수)를 만나고 가는 길에 드림체육관을 엿보다 관장 딸이자 태보 지도자인 소연(손담비)에게 혼쭐이 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까지가 1회의 대략 스토리. 그리고 앞으로는 경탁에게 버림받은 제일이 홀로서기를 위해 노력하다가 이종격투기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장석(척 보면 당연하죠)의 에이전트가 되고, 그를 선수로 단련시키는 과정에서 소연과 두 남자가 삼각관계가 될 거라는 건 영화 '제리 맥과이어'를 보지 않았어도 드라마 세편만 본 사람이면 알 수 있는 진행 방향입니다.

앞에서도 거론했지만 특이한 건 정말 한결같이 싸가지없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입니다. 에이전트들인 경탁과 제일은 천하 제일의 냉혈한들이고 장석 역시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고 결심은 했다지만 결코 선량한 성격은 아닙니다. 소연 역시 만나자마자 재수없게 구는 제일을 그냥 두고 볼 성격이 아니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밖에도 장석의 아버지 영출부터 제일이 마음대로 주무르던 주기자(이름부터 참 의미심장합니다)에 이르기까지, 뭔가 생각을 추스려서 말하는 인물이 없습니다. 다들 생각나는대로 내뱉는 인물들 투성이고, 도대체 제대로 된 인물이 없습니다. 정말 쓰레기같은 세상이고 그 못잖은 등장인물들입니다.

이전까지 '다모'나 '주몽'같은 점잖은(?) 사극을 쓰던 정형수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버릇없음'은 참 뜻밖입니다. 아마도 이런 식의 거침없는 인물 됨됨이들은 바로 20대 이하 연령층을 겨냥한 의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옆에서 '마마' 하는 사극 '선덕여왕'이 굳게 버티고 있으니 이런 식의 직설 화법을 쓰는 드라마가 눈길을 끌 수가 있겠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시청률을 확인해보니 5%대에 머물렀군요. 아직은 '선덕여왕'의 벽이 엄청나게 높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선에서 침몰할 드라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회에서 유난히 돋보인 것은 손담비의 활용입니다. 사실 1회에서의 손담비는 대사 처리도 나쁘지 않았고, 뛰어난 연기 적응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연기보다 중요한 것은 손담비 그 자체더군요. 흔히 말하는 '자체발광'이란 말에 걸맞게, 그저 손담비가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럴때 저는 '자연 다큐멘터리적인 연출'이라는 말을 씁니다. 손담비를 다루는 '드림' 제작진의 손길은 히말라야의 비경이나 이과수 폭포를 다루는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접근 방식과 비슷하더라는 것입니다. 그저 카메라를 갖다 대면 그냥 볼거리더라는 얘기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워낙 첫회 스토리의 초점은 주진모에게, 그리고 스토리와 무관하게 영상의 초점은 손담비에게 맞춰져 있어 상대적으로 김범의 비중은 작았지만 첫회에선 그 정도면 충분할 듯 합니다. 언제쯤 김범이 단련된 복근을 꺼내 여성 시청자들을 넋나가게 할지도 지켜볼 만 하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김범의 복근은 전략적으로 아껴 둘 수도 있겠지만(예상보다 시청률이 더디게 오를수록 빨리 등장하겠죠), 줄리엔 강(위 사진)을 비롯한 다른 근육질 출연진들의 대거 등장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상당한 자극이 될 듯 합니다.

결국 '드림'의 성패가 전 연령층의 여성 시청자들, 그리고 30대 이하의 남성 시청자들을 '선덕여왕'과 '결혼 못하는 남자'로부터 얼마나 빼앗아 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때 김범과 기타 출연진의 복근이 맡을 역할은 막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인적으로 아쉬운 것은 이런 드라마에 과연 언제쯤 '괜찮은 기자'도 하나쯤 나올까 하는 겁니다. 보통 사람보다 유별나게 괜찮지 않더라도, 대략 그냥 보통 사람 정도만 되는 기자 하나만 구경해봤으면 좋겠습니다. 뭐 판타지이긴 하지만 스포츠 백 안에 가득 든 돈다발...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728x90
'해운대'는 개봉 전부터 큰 우려의 대상이 됐던 영화입니다. 당초 올 여름을 겨냥한 한국 영화계의 카드로는 '해운대', '차우', '국가대표'가 있었죠. 이 가운데서도 '해운대'는 한국 영화 사상 초유의 재난 블록버스터로 큰 주목을 끌었습니다.

아무리 CG 기술이 발달했다 한들 관객들의 눈높이 역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재난 블록버스터란 엔간한 제작비로는 감히 시도하기 힘든 장르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처음 공개된 예고편의 수준은 2년 동안 '해운대'를 기다렸던 관객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대재난이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오가곤 했죠.

하지만 극장에서 개봉된 '해운대'는 이런 사람들의 걱정을 상당 부분 가라앉히는 영화였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예고편과 '해운대'의 초기 홍보 방향은 '재난'에 올인하는 분위기였습니다. 다시 말해 이 무렵까지 대중들에게 홍보되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설경구도, 하지원도, 박중훈도 아닌 '쓰나미'였던 것이죠.

하지만 이건 대단히 위험하고 초보적인 생각입니다. 어떤 재난 영화도 '재난'을 주인공으로 해서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재난 영화의 고전들인 스티브 맥퀸의 '타워링'이나 진 해크만의 '포세이돈 어드벤처(리메이크 말고 오리지날)'에서 비교적 최근작인 '투모로우'에 이르기까지, 재난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춰져야 할 조건이 있었습니다.

그건 제왕 제임스 카메론이 '타이타닉'의 대사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 속에 사람이 타고 있었다"는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즉 어떤 재난영화도 재난을 보여주는 걸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는 없습니다. 쓰나미가 덮쳐 폐허가 된 파라다이스 호텔이나 씨클라우드 호텔의 모습은 한 몇초 정도 사람들을 '아' 하게 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이 영화가 성공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결국 그 재난에 연루된 사람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어떻게 영화에 녹아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어찌 보면 '재난'만을 강조한 예고편에 쏟아진 혹평이 본편 영화 '해운대'가 지금의 모습으로 개봉되는 데에는 상당한 공을 세웠다고 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한 관계자는 "예고편에 대한 반응을 보고 나서 편집 방향이 상당 부분 수정됐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아마도 이때 휴먼 스토리에 대한 부분이 좀 더 강화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줄거리입니다.

2004년, 원양어선을 타고 가다가 쓰나미에 휘말린 만식(설경구)은 같이 타고 있던 연희(하지원) 아버지를 구하지 못하고 늘 마음의 짐을 느낍니다. 2009년. 연희는 해운대에서 낮에는 생선 행상, 밤에는 횟집을 운영하며 어렵게 살고 있고, 이웃 상가 번영회장이 된 만식은 늘 안쓰러운 눈으로 연희를 바라봅니다.

지질학자 김휘박사(박중훈)는 홋카이도 인근에서부터 차츰 남하하는 해저 지진의 진앙지를 보고 한반도에 쓰나미가 닥칠 가능성을 경고하지만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습니다. 특히 해운대에서 각국 VIP들과 함께 포럼을 준비하고 있는 김박사의 전처 유진(엄정화)은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김박사가 짜증스러울 뿐입니다.

만식의 동생인 구조대원 형식(이민기)은 서울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러온 삼수생 희미(강예원)를 구해 주다가 엉뚱한 인연이 닿게 됩니다. 이런 세 커플의 사연 위로 쓰나미의 그림자가 점점 다가오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분명히 재난영화지만 진짜 재난이 닥치는 것은 영화가 시작하고 90분이 지나서입니다. 그 전까지 세 커플을 중심으로 사람들의 사연이 구구절절 소개됩니다. 이 부분에서 윤제균 감독은 충분히 재능을 발휘합니다.

지나치게 신파조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지만, 이런 영화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야말로 신파 스토리라는 것은 지난 세기부터 시작된 재난영화의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타이타닉' 만 생각해봐도 쉽게 알 수 있는 얘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많은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 일일히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베테랑 배우들답게 다들 자기 몫을 해 주지만, 아마도 이 영화를 통해 가장 득을 본 사람을 꼽으라면 백수건달 동춘 역의 김인권과 구조대원 형식 역의 이민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특히 동춘 캐릭터는 영화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민기는 이 영화를 통해 '멋진 남자' 이미지도 덤으로 얻을 수 있겠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에서도 얘기했듯 쓰나미는 이 영화에서 단역입니다. 사람들의 갈등과 사연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죠. 그리고 '해운대'는 그런 재난영화의 기본에 충실한 영화가 됐습니다.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마음이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면 그걸로 된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당연히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일단 쓰나미에 대한 연구가 좀 부족해 보입니다. 그저 거대한 파도가 해운대를 덮친다는 얘기만 강조될 뿐, 쓰나미라는 재난을 당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한 연구가 좀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재난영화에서 과학을 얘기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것은 잘 알지만, 이를테면 2차 쓰나미가 올 때 1차 쓰나미에서 온전했던 건물까지 쓸려가는데 광안대교 아래에 둥둥 떠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멀쩡한지, 그리고 왜 호텔 복도는 그냥 걸을 수 있는 정도인데 엘리베이터 안에는 사람 키까지 물이 차는지 등등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하긴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끝이 없긴 없죠.^^ 사람이 평지에서 볼 수 있는 수평선은 맑은 날도 5-7km를 넘지 못한다고 합니다. 영화 속 쓰나미의 속도는 시속 700km. 수평선 끝에서 파도가 보이고 약 30초 뒤면 뛰고 어쩌고 할 새도 없이 끝장이 난다는 얘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또 쓰나미 이전의 사연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쓰나미 이후의 삶에 대한 조명 역시 지나치게 부족합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마무리입니다. 당연히 대 재난이 덮쳤으므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칩니다. '해운대' 제작진의 마무리는 그 죽고 다친 사람들의 뒷애기를 담담하게 지켜보는 선에서 그칩니다.

뭐 그걸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선택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재난영화의 결말은 재난이 재난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재건을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승화되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해운대'의 상영시간은 2시간 10분. 이런 규모의 영화라면 3시간은 되어도 충분할 듯 한데, 이야기의 살려내지 못한 부분들이 좀 아쉽긴 하지만 초유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로서 할 몫은 충분히 다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평점을 매기라면, 저의 평점은 '볼만하다'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1 이 영화의 무대가 '한국 어느 항구도시'가 아니라 부산이라는 구체적인 지역,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해운대로 설정되어 있었다면 좀 더 노골적인 결말이 나와도 나쁠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왜 제작진은 결말에서 부산 시민들의 애향심을 좀 더 자극하지 않았는지 의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한다면 결말은 '재난을 극복하고 도시를 재건하려는 부산 시민의 의지'를 강조했어야 하지 않았을까요. '부산적인 요소'는 영화 내내 나오는 사투리와 롯데 자이언츠 신 만으로는 너무 부족합니다. 부산 시민들의 마음에 불을 지르는 결말이 있었다면 '친구' 때의 경험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최소 100만명 이상의 관객은 더 동원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떠실지... 너무 장삿속인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2. 현역 소주 모델인 하지원이 다른 회사 소주병을 놓고 앉아있는 모습... 물론 부산이라는 향토색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겠지만 광고주가 보면 좀 분노하지 않을까요.^^


728x90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가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 가면 시내 한 복판에 조안 K. 롤링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구상할 때 들렀다는 카페가 있습니다. 당연히 이 카페는 '해리 포터가 태어난 곳'이라는 선전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에딘버러는 여름 기온도 20도 위로 잘 올라가지 않는 북유럽형 도시입니다. 그나마 여름에는 맑은 날씨가 꽤 계속되지만 그 밖에는 쌀쌀하고 우중충한 날씨가 계속되는 곳입니다. 여름 한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도시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miserable" 하다고 표현하길 꺼리지 않습니다. 해가 지면 중세 도시의 면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교회와 종탑의 그늘에서 스물스물 귀신들이 기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절로 연출됩니다. 묘지와 지하실들을 도는 '유령 투어'가 인기를 끌기도 하죠.

이런 도시를 배경으로 탄생한 '해리 포터' 시리즈는 아주 처음부터, 밑바닥에 결코 아동소설답지 않은 어둠을 깔고 있었습니다. 1부에서 2부, 3부로 넘어갈 수록 조금씩 고개를 들던 이 음울한 기운이 극에 달하는 것이 바로 6부,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6세(15세?)가 된 해리 포터와 친구들. 시리우스 블랙의 죽음 이후 호그와트는 학교로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짐 검사를 할 정도로 위기감에 휩싸입니다. 덤블도어는 옛날 볼드모트가 호그와트 학생일 때 그를 지도했던 슬러그혼을 다시 교수로 불러들이고, 해리 포터는 드레이코 말포이가 죽음을 먹는 자(볼드모트의 추종자)가 됐다는 확신을 갖고 그의 뒤를 쫓습니다.

이런 사건들 사이로 성장한 해리와 론의 여자관계가 전면으로 부상합니다. 해리는 론의 여동생 지니가 다른 남학생과 데이트하는 것을 안타깝게 쳐다보고 매일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론과 헤르미온느(허마이오니라고 쓰지는 않겠습니다) 사이에서도 뭔가 일어날듯 일어날듯 하는 분위기가 조성됩니다.

마침내 해리와 덤블도어는 볼드모트의 가장 중요한 비밀에 접근하지만, 그 비밀을 안 대가는 생각보다 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제목의 '혼혈왕자'는 해리가 우연히 얻게 된 마법약 교과서를 옛날에 썼던 학생의 별명입니다. 사실 그 학생이 왜 그런 별명을 얻게 됐는지, 그가 누구인지는 꽤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기는 합니다만, 이름 자체가 극의 흐름에 큰 의미를 갖지는 않습니다.

이미 소설로는 7부까지 다 나와 있는 상태이기도 하지만 6부와 7부는 그저 드라마를 끝내기 위한 수순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영화도 마찬가지. 6편은 7편에서 거대한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숨을 고르는 단계에 해당합니다.

이전까지 '해리 포터'의 매편은 볼드모트라는 거대악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항상 해리 포터의 성장과 희망을 담은 마무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6편은 그런 기대를 여지없이 짓밟습니다. 스토리의 음울함은 극단으로 치닫고, 볼드모트가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어린 시절의 모습만 나옵니다), 악의 세력은 이미 세상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 '해리 포터와 혼혈왕자'는 전체 여덟 편의 영화 시리즈(마지막 7부,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은 두 편의 영화로 각각 2010년과 11년에 개봉될 예정입니다) 중 한 편으로 의미가 있을 뿐,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기엔 어려운 영화가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미 이 영화의 관객들은 인질이 되어 버린 상태이니, 꼬박꼬박 극장에 출석해야 하는 운명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6부나 7부가 이런 스토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저자 조안 K. 롤링을 포함해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오늘날의 결과를 낳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사람은 바로 다니엘 래드클리프라는 배우라고 봐야 합니다.

2001년만 해도 너무나 동화 속 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했던 그가 '아즈카반의 죄수' 때부터 턱이 넓어지기 시작하고, 아무리 좋게 봐 줘도 10대 후반의 얼굴이 되어 버린 것이 소설의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이미 소설과 영화가 한 배를 타고 나아가고 있는 마당에, 가장 핵심적인 인물인 해리 포터가 얼굴이 삭았다(?)고 해서 다른 사람으로 바꿔 버릴 수도 없는 일이고 보면, 스토리도 그에 따라 성장해야 하는 것은 작가로서는 불가항력의 일이었을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그러다 보니 무리도 꽤 따릅니다. 배우가 성장하고, 작가가 거기에 연령대를 맞췄으니 해리 포터와 친구들은 꽤 자란 상태이건만 하는 짓거리는 1, 2부때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나이와 몸은 성장했으되 정신적으로는 취약한 상태 그대로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죠.

사춘기의 주인공들을 그리다 보니 당연히 멜로드라마가 강조됐고, 여러 가지로 연애담들을 펼치고 있지만 이건 우리나라의 요즘 중학생들에 비해도 턱없이 유아적인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몸만 어른에 가까워지도 보니 불균형이 꽤 심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 다섯 편의 전작이 거둬들인 천문학적인 성공 탓에 6편과 7편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책은 팔리고, 영화는 대박이 나는게 정상인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들에서 초기의 발랄함과 힘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중간에도 얘기했듯, 어쩌겠습니까. 차라리 시작하지 말았다면 모를까, 이제 두 번만 더 견디면 결말을 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텨야죠. 6편과 7편의 세 작품은 2009, 2010, 2011년 3년간 매년 개봉하게 되어 있습니다. 예전의 작품들처럼 2년 간격으로 개봉했다간 래드클리프가 30대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제작진을 마구 몰아치게 된 듯 합니다. 그때까지만 래드클리프가 버텨 주길(?) 바랄 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그래도 세 주인공 중 하나는 건졌다는 것이 6편의 유일한 위안거리입니다. 참... 잔인한 자연이란.

사용자 삽입 이미지



728x90

SBS TV '태양을 삼켜라'는 일명 '올인 2'라고 불립니다. '올인'의 두 주역인 최완규 작가 - 유철용 PD가 다시 뭉친 작품이기도 하고, 지성이나 진구, 정호빈 등 '올인' 때 호흡을 맞췄던 멤버들이 다시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밖에도 밑바닥에서부터 다져 올라가 야망에 젊음을 거는 주인공 김정우의 모습에서는 '올인'의 김인하가 언뜻언뜻 보입니다.

하지만 15일 방송된 2회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올인'이 아닌 다른 작품의 향기가 짙게 풍겼습니다. 설정은 극중 장회장(전광렬)이 제주도에서 발견한 정우(지성)를 쓸만하게 여기고 아들 태혁(이완)의 곁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타리스트 태혁이 어떤 여자와 진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본 정우가 태혁에게 아버지가 보내서 왔다고 하자 태혁은 "우리 아버지가 보냈으면 양아치 아니면 쓰레기"라며 아버지에 대해 극도의 경멸을 표현합니다.

자, 이 대목에서 어떤 영화가 떠오르시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르네 클레망 감독의 1960년작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는 20세기 최고의 미남 배우로 꼽히는 알랑 들롱의 25세때 모습을 볼 수 있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이 영화에서 들롱이 연기하는 톰 리플리는 한 백만장자의 부탁을 받고 비뚤어진 아들 필립(모리스 로네)을 찾아가 집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합니다. 어찌어찌하다가 필립과 톰은 친구가 되는데 톰은 어느새 필립의 애인 마지(마리 라포레)에게 연정을 품게 됩니다. 물론 친구라고 해도 둘 사이에는 엄밀히 신분의 격차가 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네. 맷 데이먼 - 주드 로 - 기네스 팰트로가 주연한 '리플리 (The Talented Mr. Ripley, 1999)'의 오리지널인 바로 그 영화입니다.

드라마 보기 30여년의 경력으로 짐작해 볼 때 '태양을 삼켜라'의 다음 진행은, 당연히 수현(성유리)과 태혁을 맺어주려 애써야 하는 입장이지만 사실은 자신이 수현을 좋아하게 되는 정우의 내면 갈등이 될 것 같습니다. 뭐 '태양은 가득히'나 '리플리'를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구성이죠.

정우와 톰 리플리는 재능은 있지만 배경이 없고, 가진 것에 비해 야심만만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태혁이나 필립은 성공의 끈으로 보이기 때문에 그 끈을 놓칠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한눈에 반하게 된 여자에 대한 갈증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합니다.

물론 톰 리플리는 이 정념때문에 파멸의 길을 가겠지만, 정우의 운명은 좀 다르겠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재까지 '태양을 삼켜라'의 전략은 '올인 2'라는 평가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다른 드라마들이라면 '올인 2'라는 이름에 다소 짜증섞인 반응을 보일 법 하지만, 이 드라마는 아예 내놓고 '올인'과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현재 TV 드라마의 시청층을 생각할 때 익숙한 코드와 영상의 재현은 그리 나쁜 전략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최근 들어 '선덕여왕'이 다소 유치한(?) 구도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걸려 있던 30% 벽을 훌쩍 뛰어넘은 데서도 알 수 있듯 적절한 선에서의 '어디선가 본듯 한 느낌'의 재현은 시청률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물론 이런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을 갖춘 드라마가 성공했던 전작의 자기 복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작품성을 평가할 때에는 엄연한 감점 요인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묘하게도 지성의 얼굴에서 자꾸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이 보이는 듯한 착각이... 뭐 여기까진 괜찮은데 정작 심각해야 할 장회장의 얼굴에서는 어쩐지 '씁쓸한 인생'의 김준호가 연상되어 웃음을 자아냅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728x90
MBC TV '선덕여왕'은 끊임없이 화제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초반의 기대에 못 미친다, 자꾸만 '궁정 내 싸움'으로 작은 드라마가 되어 가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판이 있지만 경쟁작들의 추월 가능성은 이제 거의 희박해졌다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이런 인기와 관련해 특히 관심이 가는 것은 '선덕여왕'의 메시지입니다. 굳이 옛날의 예를 들지 않아도 모든 사극은 현대인들에게 주는 메시지의 자유로운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떤 시대, 어떤 사건을 소재로 삼느냐부터 바로 이 '메시지'는 시작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덕여왕'은 현대의 위정자들이 보기에 두 가지 두드러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관련된 문제, 또 하나는 위정자의 도덕성과 능력 사이의 문제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첫째는 과연 화랑들은 누구의 아들들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바로 우리 사회에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명문 귀족의 자제들이 모두 화랑을 이끄는 화반들이고, 아무리 명문 거족의 후예라도 전쟁에 나가 공을 세우지 못하면 고위직에 발탁될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진흥왕의 동생이며 미실의 남편인 세종도 일찌기 장군으로 수차 전장에 나갔고, 세종과 미실의 아들인 하종 또한 전투에 나가지 않았으면 관직에 나갈 명분이 없다는 내용이 수차 방송됐습니다.

비단 이런 내용은 드라마 '선덕여왕'이나 '선덕여왕'이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화랑세기' 만의 기록은 아닙니다. 이른바 정사인 삼국사기를 통해서도 귀한 가문 출신의 화랑들이 앞다퉈 목숨을 내던졌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일찌기 구리공의 아들이며 5세 풍월주인 사다함도 16세의 나이로 선봉의 중책을 맡아 대가야 정벌에서 큰 공을 세운 것을 비롯, 김유신 또한 약관의 나이에 백제와의 국경을 지키는 중책을 맡아 무장으로서의 경력을 쌓았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랑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가장 잘 말해주는 인물들은 너무 유명해서 다시 거론하기가 힘들 지경인 반굴과 관창이 있습니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김유신의 신라군은 황산벌에서 계백의 5천 결사대를 돌파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역사의 기록입니다.

관창에 가려 명성이 덜 알려진 반굴은 유신의 동생인 흠순의 아들이니 신라군 총사령관의 조카인 셈입니다. 반굴이 먼저 단기로 적진에 달려들어 용맹을 뽐내고 죽은 뒤 관창이 풀려나면 달려들고 풀려나면 다시 달려들어 오늘날까지 이름을 남겼습니다.

조카를 희생시킨 마당에 아들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죠.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뒤 펼쳐진 나-당 전쟁에서 김유신은 전장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원술을 아들로 인정할 수 없다고 내칩니다. 고위층 자제들이 가끔 병역 문제로 물의를 빚는 오늘날의 모습과 관련해 생각해 보면 얼마나 다른 분위기인지 실감이 납니다.

얼마전 '선덕여왕'의 전투신에서 부상당한 화랑 알천이 자신은 퇴각의 짐이 될 뿐이니 죽이고 가라고 주장하는 것은 작가의 창작이겠지만, 전반적인 화랑의 분위기를 볼 때 크게 벗어남이 없는 진행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두번째는 권력을 쥔 자들이 어떻게 정당성을 얻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14일 방송분으로 볼 때 '선덕여왕' 제작진이 제시한 미실의 권력 기반은 한발 앞선 정보력과 기술력에서 온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어찌 보면 속임수이고, 또 미실은 당시 세계 최첨단의 과학 기술을 먼저 도입했고, 비록 그 기술을 사사로이 사용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결국 그들이 아니었다면 신라가 혜택을 보지 못했을 새로운 문명을 접하게 한 것 역시 미실 일파의 공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미실과 '선덕여왕' 속 권력자들은 세계의 흐름과 문명의 발전에 있어 일반 국민이나 그들에게 도전하는 다른 세력에 비해 한발 앞서 있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주장입니다. (물론 이 부분은 90% 이상 창작이니 사실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이 첨단 기술에 의한 사회의 변화 속도가 날로 빨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제작진이 굳이 '정보와 기술의 이해'를 권력의 핵심으로 본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권력을 쥐고 있으면서도 새로운 세상의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잣대를 들이미는 경우가 있다면 그런 권력은 뒤로 밀려나 마땅하다는 생각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미실은 덕만에게 '미실이 악이냐'고 묻습니다. 이미 미실은 정권을 잡기 위해 많은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것을(드라마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를 짙게 풍깁니다) 전제라고 하고 있고, 지금도 공포를 정치의 근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덕만은 미실이 악에 더 가깝다고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게다가 미실은 민본주의자도 아닙니다. 말하자면 덕만은 미실의 도덕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실은 '지금 신라에 나보다 더 이 나라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나보다 더 세계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고, 나보다 더 사람의 마음을 잘 읽으며, 나보다 더 국민들의 신망이 두텁고, 나보다 더 무사 집단이 존경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질문을 당당하게 던질 수 있고, 여기에 대해 누구도 이론을 제기할 수 없는 위정자라면, 과연 국민들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요. 과연 우리는 이 시대에 이런 위정자나 거기에 걸맞은 대안을 갖고 있을까요.


728x90

요즘 MBC TV '선덕여왕'이 한창 인기인데, 거기에 대한 포스팅을 너무 자주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사실 선덕여왕을 열심히 보다 보니 거기에 대해 쓸 거리가 많아지는 것은 아마 자연스러운 현상일 겁니다. 특히 드라마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신라사나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책인 '화랑세기'와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 집필의 의욕을 좀 많이 느끼게도 합니다.

그 중에는 특히 문노, 미실, 칠숙, 대남보, 보종 등 기존의 역사에서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 인물(심지어 실존 인물인지도 아리송한)들에 대한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서라벌의 10화랑이라든가, 또 너무나 잘 알려진 인물이긴 하지만 김유신의 드라마 밖 이야기 같은 것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등등의 이야기들을 새롭게 포스팅할때마다 지난 포스팅들의 혜택(?)을 보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는게 좀 아쉽더군요. 또 그렇게 적극적으로 찾아서 보실 분들이 얼마나 될지도 궁금하고... 그래서 아예 인덱스 포스팅을 하나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글은 지난 포스팅들에 대한 목록과 안내의 성격을 갖는 포스팅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선덕여왕에 대해 썼던 글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서 찾아보시면 될 듯 합니다.


천추태후 덕을 본 선덕여왕

첫번째로 쓴 글입니다. 미실이란 어떤 인물이며, 그 복잡다단한 사생활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선덕여왕'이란 드라마를 보실 때 꼭 필요한 내용일 겁니다. 물론 미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젊은 날의 사랑을 알아야 합니다. 그건 다음 포스팅의 주요 내용입니다.




미실의 첫사랑, 사다함
 
신라를 이끌어갈 젊은 화랑이던 사다함이 어떻게 해서 요절하게 됐는지, 그리고 미실과 그의 관계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주로 다뤘습니다. 지금 방송되는 '선덕여왕'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부분입니다.



사다함과 미실의 진짜 비밀은

사다함이 마침내 어린 미실과 함께 드라마 '선덕여왕'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다함과 미실의 관계에는 상당히 큰 의혹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 김정현이 연기하는 미실의 아들 하종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것이죠.



터미네이터, 칠숙의 정체

이 칠숙은 의외로 실존인물입니다. 그리고 정사에 나오는 칠숙의 모습은 앞으로 이 드라마에서 안길강이 연기하는 칠숙 캐릭터가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도 슬슬 엿보게 합니다. 그리고... 드라마 속 칠숙의 모습은 정말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더군요.^^




선덕여왕의 문노, 진정한 화랑

많은 분들이 '선덕여왕'을 보면서 '도대체 왜 문노는 말로만 나오고 실제로는 안 나오는 거냐'고 궁금증을 느끼곤 합니다. 선덕여왕 최대의 떡밥 문노. 그는 대체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김유신의 어린시절, 화랑세기 기록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는 10권의 열전 중 3권을 김유신의 전기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김유신이란 인물은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유명한 인물이죠. 이런 유명한 인물고, '선덕여왕'의 등장인물들은 어떤 관계로 묘사되었는지 '화랑세기' 기록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드라마에 없는 김유신의 첫사랑

지금까지 김유신이 등장한 모든 드라마에는 천관녀가 등장했습니다. 특히 말 목을 베는 에피소드는 김유신이란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유명한 일화죠. 이를 포함해 삼국사기 기록에 나오는 김유신의 실제 여자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서라벌 10화랑, 총정리

화랑세기 기록과 '선덕여왕' 작가진의 상상력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신라시대의 F10, 서라벌 10화랑에 대한 참고 사항 총정리입니다. 각 화랑의 성격과 그 역할을 맡은 연기자들에 대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위정자들이 봐야할 선덕여왕
 
드라마 선덕여왕이 과연 오늘날에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무엇일까를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측면에서 본 글입니다.


선덕여왕 3대떡밥 언제 다?

'선덕여왕'이 위기에 놓이면 드라마에 등장할 세가지 비밀무기에 대한 글입니다. 첫째가 덕만의 출생의 비밀, 둘째가 문노의 재등장, 그리고 세째가 김춘추=유승호의 등장입니다. 이때는 비담의 등장이 빠져 있습니다. 그래서,



비담 캐릭터 어디서 봤다

비담에 대한 내용은 별도 포스팅으로 처리했습니다. 비담과 '베가본드'에 나오는 무사시의 공통점, 그리고 이런 캐릭터의 역사와 김남길(이한)의 경력에 대한 간략한 정리입니다.


무삭제로보는 19금 선덕여왕
 
'선덕여왕'을 제대로 만들면 19금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 '선덕여왕'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의문의 사서 '화랑세기'에 나오는 '마복자' '용양신' 등의 특수 용어를 통해 신라인들의 성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재미로 본 화랑들의 전투력 랭킹
 
과연 '선덕여왕'에 등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누가 가장 강한 전투력을 갖고 있을까요? 화랑 전투력 랭킹 베스트 5를 꼽아 봅니다.



'선덕여왕'에서 소외된 화랑들
 
진지왕-진평왕대에 이름을 날렸으면서도 드라마 '선덕여왕'에는 등장하지 않은 많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특히 세속오계를 남긴 원광법사, 원광으로부터 오계를 받아 화랑들에게 전파한 귀산과 추항 등이 보이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728x90

'사다함의 매화'가 호기심을 자극한 MBC TV '선덕여왕'의 한편이었습니다. 물론 일부러 호기심을 자극하려는 시도이니 6일 방송에서 그 정체가 드러나지 않을 것은 뻔하지만 아무튼 정보 빠른 네티즌들에 의해 이미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사다함의 매화는 월력, 즉 달력이었죠. 미실이 기우제를 지내자 바로 비가 온 것도 사실은 미실이 선진 책력을 이용해 천기를 짐작한 덕분이었던 겁니다.

과학 기술 이야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은 김영현 작가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이미 '서동요' 때, 시청자들이 기대하던 신라와 백제의 패권 다툼 이야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전파 이야기에만 주력하다가 시청률이 고비(30%)를 넘기지 못한 기억이 여전하겠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김작가는 다시 과학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물론 '서동요'때는 지나치게 뜬구름 잡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꽤나 근거 있는 이야기가 될테니 - 어차피 드라마 후반에 첨성대 이야기가 나와야 할테니까요 - 너무 과학 기술 이야기에 깊이 빠지지만 않는다면 이번엔 시청률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 합니다. 아무튼 달력은 달력이고, 사실 사다함과 미실 사이에는 다른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화랑세기'가 부인하고 있지만, 아무리 봐도 너무 의혹이 짙은 부분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사다함의 매화'가 달력이라는 것은 제작진의 1급 비밀이었지만 드라마가 끝난 직후 검색해보니 이미 '매화의 정체는 달력'이라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더군요. 뭐 짐작으로 맞췄다 해도 사실 그리 엄청난 건 아닙니다. 소화와 덕만 얘기에서도 달력 이야기가 나왔고, 6일 방송 끝자락, 다음회 예고에 보여준 '책력(冊曆)'이라는 글자(위 사진이죠)가 이미 답을 보여준 것이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삼국시대의 각국은 이미 모두 국가 지정 달력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미실 혼자 독점했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듯도 하지만, '보다 정확한 달력'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몰래 감춰 둔 승려는 그걸 신라의 날짜에 맞춰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봐야 하겠죠.

아무튼 아쉬웠던 것은 미실과 사다함의 러브스토리가 너무 축소됐다는 것입니다.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이 이야기는 그 자체가 드라마 한편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을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지난번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난번 포스팅에서 빠진 내용에 대해 몇가지 기술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사다함은 삼국사기 열전 4권에 전기가 나오는 실존 인물입니다. 실존 여부가 분명치 않은 미실이나 설원 등 '화랑세기'의 주요 인물들(혹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인물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뜻이죠.

 

그런 의미에서 '화랑세기'는 사다함을 중심으로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미실은 사다함의 옛 연인이며, 설원은 사다함과 어머니가 같은 형제입니다. 둘 사이는 참 묘하게 얽혀 있습니다. 사다함의 아버지 구리지공이 설성(설원의 아버지)의 어머니를 첩으로 취하자 사다함의 어머니 금진은 소년 설성을 정부로 취해 설원을 낳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설원랑의 입장에서 보면 구리지공은 할머니의 정부이면서 어머니의 남편이라는 복잡한 촌수입니다.^

하지만 '화랑세기'의 이런 기술과는 달리 정사인 삼국사기 열전에 나오는 사다함은 그냥 씩씩한 화랑일 뿐입니다. 16세의 나이로 5천 병력을 거느리고 대가야 정벌의 선봉을 맡았고,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지만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조한 친구 무관랑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병들어 죽어간 비운의 화랑입니다.

그러나 '화랑세기'에 따르면 사다함이 죽은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다시 한번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첫번째 이유는 전쟁에 나간 사이 연인이던 미실이 세종전군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는 것, 그리고 두번째 이유는 무관이 자신의 낭도들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화랑세기' 기록에 따르면 금진은 미실 못잖은 남자 밝힘증 환자입니다. 설성을 비롯해 다섯 남자를 동시에 거느렸고, 아들의 친구인 무관랑도 정부로 삼습니다.

사다함은 이를 알고도 뭐라 하지 못했지만, 사다함의 낭도들은 풍월주의 어머니를 탐한 무관을 용서하지 못했던 겁니다. 그렇게 해서 무관은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오는 사다함의 낭도들로부터 달아나다가 해자에 떨어져 죽고, 무관이 비참하게 죽어간 데 대해 사다함은 비애를 이기지 못합니다. 두 겹의 슬픔이 사다함을 일찍 숨지게 한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다함 역의 박재정과 미실 역의 유이... 대사가 하나도 없는게 영 아쉽군요.)

그런데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세종과 미실 사이에선 아들 하종이 태어납니다. 네. 지금 김정현이 연기하고 있는 바로 그 하종입니다. 과연 이 하종의 친아버지가 누구냐 하는 것이 오늘의 미스터리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에 대한 '화랑세기' 세종전의 기록입니다.

(사다함이 죽은 뒤) 천주사에서 사다함의 명복을 빌었는데 그날 밤 과연 사다함공이 미실의 품에 들어오며 "나와 그대가 부부가 되기를 원하였으니, 그대의 배를 빌려 태어날 것이다" 하였다. 미실이 세종공에게 아뢰니 공 또한 이상하게 여겼다. 바로 임신이 되어 하종공을 낳았다. 하종공은 모습이 사다함과 심히 비슷하였다. 그러므로 세상에서는 혹 사다함과 정을 통할 때에 이미 임신을 하고서 입궁하여 낳은 아들이라 하나, 그렇지 않다.

누가 봐도 저 '그렇지 않다' 가 너무 궁색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또 미실이 진흥왕의 총애를 독차지하여 권세가 날로 높아가는 대목을 설명하는 데에도 이런 표현이 등장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사다함의 영혼이 미실의 가슴 안에 있으며 좋은 계책으로 도와주는 덕분이라고 하였다.

물론 '화랑세기'에 나오는 다른 인물들이 자손을 낳을 때 한 여자가 아버지가 제각각인 아이들을 낳는 것은 흉이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이미 아버지가 죽고 없는 아이라면, 왕의 아들인 전군의 아들로 포장하는 것이 죽은 화랑의 아들이 되는 것 보다는 장래를 위해 훨씬 나을 것입니다. 세종의 아들이었기 때문에 하종은 뒷날 전군의 칭호를 달고 왕자 대접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무리 봐도 하종의 생부는 세종이 아니라 사다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아무튼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는 이 '사다함의 좋은 계책'이 바로 달력이 된 셈입니다. 혹시 '선덕여왕'에서도 나중에 언젠가 세종의 입으로 "하종이 내 아들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뭐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그나저나 대남보가 미생의 아들이었다니, 실망입니다.

미실이 왜 조카를 못 알아보는지 궁금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본래 미생은 수많은 첩들로부터 수많은 아이들을 낳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선덕여왕'에서도 미실이 미생에게 "아우님은 자기 아이들 이름은 다 압니까?"하고 면박을 주는 장면이 나왔죠.

 

대남보가 누군지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마음에 드시면 추천 버튼을 눌러 주셔도 괜찮습니다.
728x90
영화 '킹콩을 들다'가 얼마나 선전할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2'가 전체 스크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개봉관을 많이 잡지 못한 것은 분명한 일일 듯 한데 관객은 꽤 몰리고 있는 듯 합니다.

'킹콩을 들다'는 그 배경이 현재이기 때문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들과 많은 부분에서 겹칩니다. 장미란이 금메달을 딴 2008 베이징 올림픽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장미란은 출연하지 않았지만 한국 역도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전병관 감독과 이배영 선수가 나옵니다. 실명으로도 여러번 거론되는 전병관은 국가대표 감독 역으로, 이배영은 역도 심판 역으로 나오죠.

그런데 시점이 친숙하다 보니 과연 영화의 내용이 얼마나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인지가 궁금해집니다. 일단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역도 동메달을 딴 이지봉 감독'은 실존 인물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줄거리를 살짝 살펴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을 앞둔 여자 역도 선수 박영자(조안)은 출국 직전 옛 친구들로부터 소중한 추억이 담긴 앨범과 이지봉 선생님(이범수)이 남긴 동메달을 건네받습니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옛 추억에 잠깁니다.

10여년 전, 한 시골 여자중학교 교장이 테니스부와 사격부에 이어 역도부를 신설합니다. 하지만 코치로 내려온 '88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이지봉 선생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역도때문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그는 역도부를 형편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 급식하는 곳 정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꿈은 그렇지 않았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궁금증은 88올림픽에서 역도는 어떤 성적을 거뒀나 하는 겁니다. 당시 52kg급의 전병관이 은메달, 82.5kg급의 이형근이 동메달을 땄습니다. 이형근 감독은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때 남자 역도 팀의 감독을 맡았던 그 분입니다. 일단은 동메달이라는 점에서, 아예 없는 얘기는 만들어 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병관 선수가 금메달을 딴 것은 다음 대회,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입니다.)

하지만 이형근 감독은 운동을 때려 친 적도, 술집 웨이터를 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범수와는 체급이 좀 다르죠. 이범수의 체격에 82.5kg급은 좀 무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재혁의 팔을 번쩍 들어주는 분이 이형근 감독입니다. 사진이 어찌나 없는지.)

'킹콩을 들다'가 끝날 무렵이면 이 영화가 실제 모델로 삼았던 고 정인영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영화에선 이지봉 코치의 지도를 받은 학생들이 전국체전을 휩쓰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지난 2000년 정인영 감독이 지휘하던 전북 순창고 여자 역도 선수들이 남긴 기록을 모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순창고는 5명의 선수가 출전해 15개 부문 중 14개의 금메달을 가져가는 놀라운 기록을 남겼습니다. 당시 박은진 이현정 등의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습니다. 이밖에 순창고 출신 남자 선수로는 이배영이 있죠.

정인영 감독은 역도 영웅 전병관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분입니다. 본래는 역도 문외한일 뿐, 그냥 체육교사였던 이 분은 전북 진안 마령중학교에서 역도부를 창설하고 그때부터 이론서적을 읽어가며 선수들을 훈련시켰다고 합니다(이 분의 경력을 보다 보면 수영과 롤러스케이트 코치로도 명성을 떨쳤더군요). 이때 그 학교에 전병관이라는 소년이 발굴됐죠. 그리고 2000년, 전국체전 순창고의 신화를 남긴 뒤 그해 뇌출혈로 작고하셨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당시 지도하던 선수들과 함께 한 정인영 감독의 모습. 영화에도 잠깐 이 사진이 나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흥미로운 것은 조안이 이 영화에서 박영자라는 이름의 선수로 나오는데, 박영자라는 실제 역도 선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01년 전국체전 당시 전북체고의 박영자 선수는 48kg급에 출전해 3관왕이 됐습니다. 이 선수 역시 순창여중 시절 정인영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전북체고로 진학해 여자 역도 유망주로 명성을 떨쳤더군요. 하지만 이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 무대를 밟지는 못했습니다. (굳이 진짜 선수의 실명을 쓴 이유는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도라면 이 영화의 무대는 정작 보성이 아니라 순창이어야 했을 것 같은데, 여기에도 무슨 사연이 또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제 영화 얘기로 넘어갑니다. 많은 분들이 '우생순'과 비교하는 이 영화는 두 가지로 평이 갈릴 여지가 있습니다. 좋은 말로 하자면 정석에 충실하고 진정성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이를 나쁘게 말하면 굉장히 도식적이고 촌스러운 영화로 보일 수가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도의 역자도 모르는 소녀와, 역도에 더 이상 미련이 없어진 지도자가 만났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극장에 가면, 여러분이 상상한 모든 것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극빈자 소녀, 다른 운동부와의 신경전, 미남 소년에 대한 짝사랑, 못된 다른 코치, 부상, 세상의 몰이해.... 순서대로 나옵니다. 그리고 주로 이범수의 대사에 나오는 70년대풍의 '공자님 말씀'도 가끔 몰입을 방해합니다.

그런데 더욱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는 사람들을 자지러지게 웃게 하고, 눈물을 짜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마 진정성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1등공신은 여섯명의 역도소녀들입니다. 정말 고교 운동부 선수처럼 보이는 이 아가씨들은 그야말로 영화 찍는 내내 죽을둥 살둥 뛰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이범수도 여느 때처럼 좋은 연기를 보여줬지만, 필생의 명연기로 꼽기엔 대본이 너무 정직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사람이라면 교장 역의 박준금을 꼽게 됩니다. 아주 오래 전, 멜로드라마의 여주인공에서, 김수현 작가의 리메이크 '사랑과 야망'을 통해 연기파 중년 배우로 변신해(이유리의 시어머니 - 전노민의 어머니)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분인데, 이번 영화에서는 아주 '작살인' 코믹 연기를 보여줍니다. 아마도 '킹콩을 들다'에서 가장 창의적인 부분을 꼽자면 이 교장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이 영화도 '우생순'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을까요. 트랜스포머의 압박이 무척 거세긴 하지만 이번 주말을 넘기고 이 영화가 얼마나 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보성여중은 실제로 있는 학교입니다. 서울에도 남산 자락에 보성여중-여고가 있지만, 차 산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에도 보성여중이 있습니다. 역도부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시는 분 있으면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중앙여고라는 학교는 없는 지역이 없는 듯 합니다. 서울과 광주에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제주, 김해, 포항, 창원에도 있다고 합니다. 더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중 지리적으로 보성과 가장 가까운 곳은 여수 중앙여고인 듯 한데, 이 학교도 역도부가 있다는 정보는 전혀 없습니다. 학교와 관련된 부분은 그냥 이름만 빌려 왔다고 알고 있으면 될 듯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2. 시사회에 온 장미란 사재혁 선수. 영화에 장미란이 나왔으면 정말 대박이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쉽습니다. '무릎팍도사' 때의 말솜씨를 생각하면 연기도 천연덕스럽게 잘 할 것 같던데.. 물론 선수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 보여주는 것이 최고죠.


728x90

'선덕여왕'에 드디어 서라벌 10화랑이 공개돼 활약하고 있습니다. '화랑'이란 말을 들으면 당연히 '꽃같은 남자'라는 뜻이라는게 떠오르겠죠. 올 한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F4의 F가 FLOWER의 약자라는 것은 다들 알고 계실테고, 그러니 서라벌 10화랑은 F10이라고 불러도 별 무리가 없을 겁니다.

물론 캐스팅을 놓고 보면 정작 '꽃'이라는 이름을 과연 붙여도 좋을까 싶은 친구들도 몇명 섞여 있습니다만^^, 알천랑 역의 이승효가 무섭게 뜨고 있는 걸 보면 역시 드라마는 캐릭터가 최고라는 생각도 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풍월주인 호재랑은 10대 화랑에 속해 있지 않고 유신랑도 빠져 있으니 현재 '선덕여왕'에서 활약하고 있는 화랑들은 모두 F12라고 할 수 있겠죠.

대부분 신인들이라 누가 누군지 잘 모르실 겁니다. 이 기회에 한번 싹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재 고윤후

'화랑세기'에 나오는 14세 풍월주의 이름은 호림(虎林)입니다. 굳이 이름을 호재라고 살짝 바꾼 것은 아마도 '화랑세기'와 드라마 사이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호림공은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뒷날 진덕여왕때 함께 국사를 논했다는 여섯 명의 중신, 즉 유신, 호림, 임종, 알천, 염장, 술종의 여섯 사람 중 하나입니다.

'화랑세기'에 따르면 비처왕의 증손이고 어려서부터 문노의 제자였으며 문노의 사위이기도 하죠. 당연히 문노의 진전을 잇는 화랑입니다. 물론 드라마에서는 좀 달라지겠죠.

고윤후는 잘 알려진대로 '에덴의 동쪽'에서 송승헌의 적대자에서 심복이 되는 독사 역으로 등장했습니다. 올백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리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월성도 보종 백도빈

'화랑세기'에 나오는 미실의 막내 아들. 드라마에는 강인하게 나오지만 '화랑세기'에는 오히려 상당히 나약한 성격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보종의 성격과 유신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번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선 자세히 다루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화랑 풍월주의 계보상 유신이 보종에게 풍월주의 자리를 물려주는 관계입니다.

백도빈은 잘 알려진대로 백윤식 주니어입니다. 얼마 전 정시아의 남편이 됐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룡익도 석품 홍경인

역사에는 진평왕 말년 선덕여왕의 왕위 계승에 불만을 품고 난을 일으킨 귀족들의 이름으로 칠숙과 석품이라는 등장합니다. 알고 보니 드라마 '선덕여왕'의 구상에서는 칠숙(안길강)과 석품이 형제간으로 설정되어 있더군요. 터미네이터 칠숙이 혹시 살아 돌아오면 강력한 형제 듀오가 생성될 듯 합니다. 드라마에선 보종의 오른팔처럼 등장합니다.

홍경인을 모르시는 분은 없을테죠? 제대 후 눈에 띄는 복귀작이 없었는데 여기서 보게 됐습니다. 이 드라마에서의 눈매를 보니 군대에서 후임병들 깨나 갈궜을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화정도 덕충 서동원

화랑세기에는 나오지 않는 화랑입니다. 꽃 이름의 문파 이름이 미실의 지지세력임을 드러내는 듯 합니다. 석품-박의와 못된 놈 3총사라는군요.

군 입대 전의 서동원은 '말죽거리 잔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을 통해 살짝 가벼운 조연으로 두각을 보였습니다. 제대 후에도 활발하게 움직이더니 이런 역을 맡았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백매도 박의 장희웅

역시 화랑세기에는 등장하지 않는 석품의 패거리. 박의라는 이름은 신라시대의 작명으로는 대단히 어울리지 않는 무신경한 이름입니다. 화랑 알천이 소씨의 시조이듯 다른 화랑들도 모두 성이 따로 있는데, 굳이 성을 붙여서 표기한 것이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박박의도 아니고...

장희웅은 '이산'에서 호위무사 '레골석기'로 인기를 끌던 배우입니다. 이번엔 악역이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호국선도 임종 강지후

'화랑세기'에 따르면 호국선도라는 이름은 문노를 추종하는 세력의 이름입니다. 세상에서 문노의 낭도들은 호국선, 설원의 낭도들은 운상인이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있죠.
문노가 행방불명이라 '선덕여왕' 제작진은 임종을 용춘의 측근으로 놓고 그 이름을 호국선도라고 한 듯 합니다.
임종은 앞서 말했듯 실존하는 화랑 출신 중신의 이름입니다. 배역은 '뉴하트'에서 레지던트 역이었던 강지후.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천지도 알천 이승효

호림(호재) 부분에서 설명했듯 알천은 뒷날 유신, 호림 등과 함께 선덕-진덕여왕 때 국사를 맡았던 여섯 대신 중 한 사람입니다. 특히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기록이 나올 정도로 용맹무쌍한 인물인데 이 드라마에서도 그런 기백이 잘 살아 있습니다. 물론 삼국유사의 기록은 김유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었죠. '그런 용맹스런 알천도 유신의 위엄 앞에 항상 한 수를 양보했기 때문에 나라가 잘 돌아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승효라는 이름은 정말 낯설었습니다. '대조영'에 이해고(정보석)의 부장으로 나왔다는군요. 충주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게 없습니다. 이렇다 할 출연작도 그다지. 이준기와 닮았다는 주장에는 그다지 찬성하고 싶지 않군요. 쌍꺼풀이 없다는 것 외에는 전혀.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무지도 필탄 이상현

기록에는 없는 인물인가...했지만 삼국유사에 나오는군요. 선덕여왕의 세가지 신묘한 예측 가운데 '한겨울 옥문지에서 개구리가 울자 백제군의 공격을 알았다'는 것이 있습니다. 이때 선덕여왕은 '알천과 필탄을 보내 백제군을 섬멸시켰다'고 되어 있더군요.
드라마의 설정으로는 10화랑 중에서 알천에 이어 두번째로 유신을 인정하는 인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역할은 신인 배우 이상현이 연기합니다. 아무튼 참 스샷도 어렵게 찾았습니다. 다른 화랑들에 비해 좀 나이들어 보이는 편이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운상인도 선열 최성조

호국선도 편에서 설명한대로 '운상인도'라는 이름 자체가 설원랑의 추종자들이라는 뜻입니다만, 드라마에서는 또 어떻게 갈지 지켜 볼 일입니다. 이름으로 봐서는 미실계의 주축이어야 합니다만.

배역은 '간고등어 코치'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최성조. 차승원 등 연예인들의 헬스 트레이너로 TV에 자주 등장했었죠. 특기를 고려할 때 아마도 화랑들의 노출 신을 담당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시원도 왕윤 김동희

F10 중에서 마이너 그룹의 주자입니다. 솔직히 왕윤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유는 박의 부분에서 얘기한 바와 같습니다. 진성여왕 때의 왕거인으로부터 왕씨가 있었다는 추정을 했는지 모르지만, 10화랑에 들 정도면 중앙 귀족이었을텐데... 이런 이름은 참 어색합니다. 삼국지도 아니고. 아무튼 사진상으로는 맨 왼쪽입니다. 그 옆으로 선열(최성조), 임종(강지후)가 나란히 있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출연하기 전부터 명성을 얻은 김동희는 김혜수의 막내 동생입니다. 닮았다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만... 잘 생겼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백호비도 대남보 류상욱

사진 왼쪽 인물입니다. 드라마에선 아직 부각될 일이 없지만 대남보는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이름입니다. 13세 풍월주 용춘공의 시절에 기록이 있죠.

대남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용감하고 일을 잘 처리하였으며 급인지풍(急人之風: 남의 위급함을 구해주는 성격)이 있어 무리들이 모두 우러러보았다. 그런데 골품이 없고 균등의 힘이 없었다.

용춘은 대남보가 딸을 바쳐 출세하기를 거절했다는 소문을 듣고, 낮은 신분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으로 발탁해 재능을 키워 줍니다. 이에 불만을 가진 자들이 문노를 찾아가 항의하지만 문노 역시 "현재 풍월주의 말을 따르는 것이 옳다"며 용춘의 판단을 지지합니다.

이런 배경을 그대로 가져 온 거라면 대남보는 당연히 유신에게 우호적인 용춘의 지지 세력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냥 이름만 가져온 거라면... 장래는 알 수 없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류상욱은 '신데렐라 맨' 등에 출연한 예비 스타 꽃미남입니다. 가끔 주상욱과 헷갈리시는 분이 있지만 다른 사람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imbc에 나오는 그림입니다만, 어쨌든 10화랑에는 보종이 들어가야 하고 호재가 빠져야 하니 이 그림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해놓고 보면 풍월주 호재는 중립이라고 치고 보종과 석품, 덕충, 박의는 미실계로 보입니다. 선열 역시 이름으로 보아 미실계일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문노의 후예이며 용춘계인 임종, 유신에게 기우는 알천과 필탄, 그리고 이름은 당연히 용춘계인 대남보까지가 대적 세력이 되겠군요. 왕윤은 이름으로 보아선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결국 당분간 '선덕여왕'은 미실-천명의 수 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유신이 10화랑을 어떻게 하나 하나 자기 편으로 만드는가의 게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걸로 10회 이상은 버텨야 할테니 좀 지루해질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걸 막기 위해 사극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주인공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이 또 시작될 전망인데, 이게 얼마나 재미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지난주의 예고 생략으로 보아 제작진은 촬영분 축적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합니다만, 시청률이 30% 장벽에서 맴도는 것은 추진력 부족을 상징합니다.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느끼고 있겠지만 그럴 여력이 있는지는 모르겠군요.



....마음에 드셨으면 추천이라도 좀 ;;;;

728x90

전국에 내린 비가 이미 부산 앞바다를 장악한 비키니 열풍을 잠잠하게 한 주말, MBC TV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그냥 '친구')' 1회와 2회가 방송됐습니다.

과연 800만 관객을 동원한데다 글자 그대로 전설이 되어 버린 영화를 어떻게 드라마로 다시 만들까, 굳이 드라마로 다시 만들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1회에서 현빈과 장동건의 연기 논란이 뜨겁게 일기도 했지만, 결국 1회와 2회의 의미는 '이 드라마를 왜 만들었는가'에 대한 곽경택 감독의 대답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라마 1회에선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니가 가라, 하와이" 시퀀스가 방송됐습니다. 이미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드라마의 결론, 뭐 감출 필요가 있겠느냐는 계산이었겠죠. 배우는 달랐지만 전복되는 얼음 트럭까지 영화 그대로 재현된 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1회와 2회에 걸쳐 과연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어떤 관계인가에 대한 첫 단서가 나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친구'를 보고 난 사람들 중 절대 다수는 당연히 동수(장동건)의 죽음은 준석(유오성)이 지시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미 두 조직간의 갈등이 갈 데까지 가 있었고, 수습하기 위해선 동수와 준석 중 하나는 사라져야 할 상황이었죠. 그리고 준석이 동수의 아지트를 떠나기 전 던진 담배가 '타협의 여지는 없다. 동수를 제거하라'는 명령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기에 반박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동수의 죽음과 준석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것이죠.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준석의 모습과 '건달은 쪽팔리면 안되잖아'라는 대사를 증거로 댑니다. 즉 준석은 동수 살해와 무관하지만 조직의 논리에 의해서, 혹은 죽은 동수의 체면을 위해서 자신이 배후라고 자백했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핏 들으면 해석 과잉이란 생각도 들지만, 또 한 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사실 조직과 조직간에 이런 사태가 생기면 동수는 양쪽 조직 모두로부터 제거 대상 1호가 됩니다. 동수와 준석은 모두 조직의 보스는 아니고, 더 상위에 있는 보스의 지휘를 받는 입장입니다. 양쪽의 최고 보스들이 더 이상의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사태를 수습하려면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동수를 제거하는 것으로 '성의 표시'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준석이 상관이 없다면 동수의 죽음은 (1) 준석의 조직 상부로부터 준석을 건너 뛰고 내려진 암살 지시 (2) 동수의 조직 상부로부터 내려진 제거 명령 등 둘 중 하나로부터 나온 결과라는 얘기가 됩니다. 특히 영화에서는 동수의 심복이었던 은기(정호빈)이 동수 살해의 순간 뒤에서 동수의 팔을 잡고 암살에 협조하는 장면이 보이기 때문에 (2)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마침내 드라마. 2회에서 준석(김민준)은 진숙(왕지혜)에게 "동수는 내가 죽인 거나 다름 없다"며 괴로워합니다. 진숙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며 위로하죠. 그리고 1회에서는 동수의 보스(이재용=영화와 같은 역입니다)가 "그놈들(동수와 준석)이 우정 생각을 할 때를 대비해서 준비해 놓은 것이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곽경택 감독은 영화를 만든지 8년만에 드라마 '친구'를 통해 동수는 조직의 논리에 따라 같은 편에 의해 제거된 것이라는 걸 분명하게 보여준 셈입니다.

이런 해석이 마음에 드는 분도 있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분도 있을 겁니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처음 생각했던 대로 '친구끼리도 죽고 죽이는 이야기'라는 쪽이 보다 현실에 맞는 얘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자칫하면 지금의 드라마 이야기는 '좋은 건달과 나쁜 건달이 있다'는 허황된 이야기로 흐를 가능성이 보입니다.

아무튼 영화 '친구'는 누가 뭐래도 진하디 진한 건달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과연 방송용 소재로 적합한가에 대한 고민은 좀 더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식으로 모자이크로 떡칠을 하면서까지 굳이 방송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빈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에는 그리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정도면 현빈은 영화보다 훨씬 더 비중이 커진 동수 역할을 소화하는 데 있어 할만큼 했다는 느낌입니다. 문제의 '니가 가라 하와이' 신에서는 현빈이 문제가 아니라 김민준의 연기가 눈에 걸렸습니다.

수세에 몰렸지만 자존심을 잃지 않고 친구에게 도피를 권유하던 영화판의 준석 유오성에 비해 드라마 친구의 준석 김민준은 누가 봐도 겁에 잔뜩 질려서 제발 하와이로 도피해달라고 비는 얼굴이더군요. 이런 준석은 영화에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유오성이 너무 명연을 펼친 터라 김민준으로서는 좀 역부족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드라마 '친구', 다음 주부터는 진숙을 둘러싼 세 친구의 첫사랑 스토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듯 합니다. 아무래도 폭력성 시비를 줄이려면 액션은 최소화하고 개인사를 파고 드는 수밖에 없겠죠. 영화만 봐서도, 동수 역시 진숙을 좋아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부분이 보다 적극적으로 묘사될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똑같았나 했더니 옷 색깔과 머리칼 방향이 바뀌었군요.^^


728x90
'트랜스포머 2 - 패자의 역습'을 보고 왔습니다. 사정상 두번 볼 수밖에 없었는데, 두번째 관람은 생각보다 편하지 않았습니다. 첫번째 느낌은 마이클 베이의 전작인 '나쁜 녀석들'과 '나쁜 녀석들 2' 를 보았을 때와 거의 같습니다. '분명히 더 커지고, 나빠진 건 없는 듯 한데 만족감은 전만 못하다'는 걸로 요약할 수 있겠죠.

'트랜스포머 2'는 실시간으로 관객과 함께 움직입니다. 영화의 첫 시퀀스는 중국 상하이에서 격돌하는 오토봇 군단(이 세계에 익숙지 않은 분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좋은 로보트 군단')과 디셉티콘(역시 같은 의미로 '나쁜 로보트 군단)의 국지 전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나중에 '상하이의 절반을 날려 버렸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로 초반부터 '트랜스포머 2'는 물량을 쏟아 붓는 것으로 관객을 압도합니다.

1편에서 메가트론(디셉티콘의 리더)이 죽은 뒤에도 전투는 끊이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스토리 진행을 위해 심해에 버려진 메가트론은 되살아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주인공 샘(샤이아 라보프)은 대학 진학과 함께 평범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합니다. 물론 대학 따위는 가지 않을 미카엘라(메간 폭스)와는 여전히 뜨거운 관계입니다. 하지만 1편 때 파괴된 큐브의 조각이 샘에게 이상한 영향을 미칩니다. 갑자기 이상한 외계 문자가 눈앞을 스쳐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인간들과 공조하고 있는 옵티머스 프라임(오토봇의 리더)은 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샘은 이제 조용히 살고 싶다며 거부하죠. 하지만 그러면 영화가 될 리가 없습니다. 여차여차에서 부활한 메가트론은 디셉티콘의 초기 대부(?) 격인 노장 로봇 폴른을 찾아가 아직 지구에서 얻을 것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용기백배합니다.

당연히 이런 얘기는 샘에게 나타나는 외계 문자와 관련이 깊고, 결국 샘과 미카엘라는 다시 전쟁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편을 봤을 때만 해도 관객들을 압도한 감정은 '이야~~~~~~~~~~~~ 로보트다!'라는 것이었을 겁니다. 실제 화면에서 뛰어다니고, 미사일을 쏘아대고, 서로 쿵쿵 부딪히며 싸우는 로보트들을 본 순간, 머리 속에 다른 생각은 모두 지워지고 말았습니다. 이를테면 스토리가 유치하다든가, 뭔가 전개가 부실하다든가.... 이런 생각들은 '야, 시끄러, 로보트나 봐'라는 생각 앞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1편 때의 감흥이 어땠는지는 그때 썼던 '마음속의 소년이여 일어나라'라는 글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동했었죠.

1편 때의 리뷰입니다. 흥분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감동이 2년을 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2편 앞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1편과 2편을 비교한다면, 2편은 훨씬 더 많은 돈과 볼거리를 쏟아 부은 역작입니다. 2편에서는 양쪽에서 나오는 로보트 캐릭터만 42종이나 된다는군요(몇개나 확인하실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 화려하고 과감한, 그리고 탁월한 CG 액션을 보면서도 2편을 대하는 심정은 '이거 뭔가 좀 비어 있는 것 같은데'라는 쪽으로 기울고 맙니다. 네. 사실 비어 있는 걸로 따지면 1편도 꽤 비어 있었죠. 그런데 1편에 비해 2편에선 영 정교한 전개가 아쉬워집니다.

이를테면 영화 중반 이후, 그러니까 샘의 대학 진학 에피소드가 지난 뒤 과연 샘의 부모가 계속 등장하는게 좋았을까, 그리고 그냥 큐브 조각이 아무 다른 조치 없이 메가트론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또 다른 큐브 조각으로 그냥 옵티머스 프라임을 다시 일어나게 해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와 같은 진행상의 이의 제기가 마구 하고 싶어진다는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결국 플롯의 돌아가기 문제입니다. 누가 봐도 우리의 주인공은 앞으로 똑바로 걸어가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멀고 먼 길을 빙빙 돌아갑니다. 그럴 때 당연히 제작진은 관객들에게 '이건 이래서 돌아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을 해 줘야 하죠. 바로 그것이 잘 된 플롯과 엉성한 플롯의 차이입니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2'의 플롯은 열살만 넘어도 허점을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입니다.

'누가 이런 영화를 보면서 그런걸 신경쓰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플롯이 정교해진다고 해서 소년 관객들이 실망하지는 않을 거란 점을 생각하면, 역시 이런 부분이 베이의 한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괜찮아, 내 영화 보는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써"라는 식의 자세로는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캐릭터 역시 전혀 연구의 흔적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1편보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건 냉각수를 펑펑 쏟으며 통곡하는 연기를 보여준 범블비밖에 없습니다. 이야기가 장황해지고 액션 비중이 커지다보니 연기를 할만한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은 존 터투로(어떤 역으로 나오는지는 비밀입니다) 뿐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마이클 베이는 2편을 향해 혹평을 퍼붓는 평론가들을 향해 "흥, 너희들 1편때도 망한다고 그랬잖아"라고 콧방귀를 끼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 1편 때와 2편 사이에 2년의 시간이 있다는 걸 베이도 인정해야 합니다. 충분히 사랑이 식고 관객들이 냉정을 되찾을 만한 긴 시간이었던 거죠. (아, 물론 트랜스포머2가 망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단지 꽤 실망스럽다는 것 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같은 말이 자꾸 반복될 우려가 있으므로 여기서 한번 정리합니다.

1. 트랜스포머2의 플롯은 극악이다.

2. 물론 1편때도 그랬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그때는 그런게 눈에 띄지 않았다.

3. 관객들도 2년 사이 서서히 냉정을 찾아갔다.

4. 결국 이제 그 플롯의 구멍은 로보트에 대한 감동으로 가려지지 않는다.

5. 그래서 2편을 보고 1편 때의 흥분과 감흥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여전히 가슴이 뛰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되다 보니 어른 관객들에게 위안거리는 미카엘라의 등장 뿐인데, 미카엘라는 이번 영화에서 오히려 1편보다 역할이 축소되어 버렸습니다. 1편이 액션이었다면 2편은 그냥 평이한 멜로에다 손 잡고 뛰는 게 전부더군요. 그 달리는 액션 만으로도 흥분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메간 폭스는 엄청난 물량이 투입돼 만들어진 CG에 결코 뒤지지 않는 볼거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줍니다. 대단합니다.)

2편의 결말은 누가 봐도 '3편도 만들테니 또 보러 와 주세요' 였습니다. 3편을 만든다면 어쩔 수 없이 또 보러 가긴 하겠지만, 그땐 미카엘라가 좀 더 나은 대본을 받아들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1편에 비해 인간과 오토봇-디셉티콘간의 화력 차이가 너무 좁혀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1편 때의 디셉티콘이 인간의 화력으로는 감히 맞설 수 없는 강력한 존재들이었다면 2편에서는 인간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디셉티콘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연약하더군요. 이래서야 어디...


728x90

MBC TV '선덕여왕'에서 성인 연기자들이 처음 등장했습니다. 10화랑을 비롯해 청소년 역으로 나오던 배우들이 모두 어른으로 바뀌었지만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김유신(엄태웅)과 천명(박예진), 덕만(이요원)의 세 등장인물입니다. 이 셋은 앞으로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아무튼 오묘한 감정의 흐름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덕만공주와 김유신은 꽤나 진척된 연인 관계가 될 것 같기는 하나, 어쨌든 드라마가 역사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두 사람이 맺어지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초등학생이라도 '삼국 통일의 명장 김유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유명한 인물이기 때문에 김유신의 여자관계도 제법 잘 알려진 편입니다. 각종 자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김유신의 일생에는 최소한 서너 명의 여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드라마에서는 선덕여왕과의 로맨스(?) 때문에 기존의 여자관계는 모두 묻힐 듯 합니다.

그 사이에 묻힌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단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바로 '김유신의 첫사랑'으로 묘사되는 천관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절대 나오지 않지만, 훨씬 후대의 문헌인 '파한집' 등에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단히 유명한 이야기였던 듯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수백년이 지나서까지 이렇게 인구에 회자될 리가 없지요.

내용은 잘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김유신은 기녀 천관에게 정을 두고 향락에 빠지지만, 어머니 만명부인의 엄한 꾸짖음에 정신을 차리고 천관에게 가던 발을 끊기로 맹세합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유신을 태우고 가던 말은 늘 가던 길대로 천관의 집 앞으로 갔고, 늘 하던대로 천관은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제서야 술이 확 깬 유신이 그 자리에서 말의 목을 쳐서 결심을 확인하고, 그 다음부터 향락을 멀리해 뒷날 통일의 영웅이 되었다는 참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은 것은 그 교육적인 가치 때문일 겁니다. 당시에 비해 훨씬 보수적인 후대의 유학자들에게도 구미에 맞는 얘기였겠죠. 사실 현대적인 시각으로 보면 성공을 향해선 사랑 따위는 가볍게 버릴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주의자의 이야기로 비쳐지기도 합니다만..^^

가장 최근에 천관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SBS TV '연개소문'입니다. 김유신 역으로는 이종수, 천관 역으로는 박시연이 나왔죠. 이 드라마에도 미실이 나오긴 합니다. 천관의 양어머니 역이고 서갑숙이 연기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천관녀 얘기도 매력적인 소재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이 드라마에 천관녀까지 나왔다가는 영웅 김유신이 어째 너무 난잡한 남자로 보일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게다가 덕만과의 애틋한 관계까지 해칠 우려가 있죠. 여기서 천관녀는 아쉽지만 삭제될 듯 합니다.


'화랑세기'에 나오는 유신의 여인은 하종의 딸 영모입니다. '선덕여왕'을 보시는 분들을 잘 아시겠지만 하종이 미실의 아들이니 유신은 미실의 손녀사위가 되는 셈입니다. 이런 혼맥을 봐도 미실이 유신을 멀리 할 생각은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죠. 나중엔 영모의 동생 유모도 첩이 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튼 미실로서도 가야계의 핵심이자 떠오르는 무장인 유신을 자신의 품에 안을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하종과 보종이 모두 유신과 지극히 가까운 사이였다는 것은 이미 지난 포스팅에서 얘기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특히나 보종은 유신을 두려워 할 정도로 존경했다는 이야기가 '화랑세기'에 나옵니다. - 물론 '화랑세기'의 기록을 신뢰한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니까 화랑세기 식으로 하자면 이 분이 바로 유신랑의 장인 되실 분.


세번째. 진짜 사서에 나오는 김유신의 부인은 지소부인입니다. 오래 전 교과서에도 나오던 유치진의 '원술랑'에 원술의 어머니로 나오는 바로 그 분입니다.

그런데 이 지소부인과 유신은 사실 나이 차이가 상당히 크게 나야 정상입니다. 왜냐하면... 이 지소 부인은 김유신의 조카이기 때문입니다.

김유신과 김춘추 사이의 유명한 일화로 '누이 동생 태워죽이기 쇼'가 있죠. 김춘추가 유신의 동생 문희와 정을 나누고도 혼례를 올리려 하지 않자 김춘추가 선덕여왕을 모시고 산에 오른 날 유신이 '불륜을 저지른 문희를 태워 죽인다'며 집에 장작을 쌓아놓고 연기를 피워 올려 혼인을 성사시킨 이야기 말입니다.

사연을 안 여왕이 혼인 허락을 하고, 김춘추가 즉시 집으로 달려와 장작에 불을 끄고 문희를 품에 안았다는 해피엔딩입니다. 이 이야기를 뒤집어 보면, 김춘추가 바람둥이라서 책임지기를 거부했다기 보다는, 두 사람 모두 나라의 중신이라 해도 왕가의 직계인 김춘추와 가야에서 넘어 온 가문의 후손인 김유신 사이에는 함부로 혼인할 수 없는 신분의 벽 같은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째 천관녀 이야기와 연결시켜 볼 때 이 이야기 역시 왠지 아름다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장차 왕이 될 귀인과 인척 만들기에 골몰한 성공지상주의자의 일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참 지모가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김춘추와 왕비가 된 문희는 잘 사는데, 뒷날 김춘추는 손위처남인 김유신에게 문희가 낳은 딸 중 지소 공주를 내려주어 혼인을 시킵니다. (...난감하죠.) 뭐 당시 신라의 분위기로 보아 이 정도가 큰일 날 근친혼은 아닌 듯 하고, 오히려 공주와 결혼하는 것은 가문의 영광일 듯도 합니다.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유신의 아버지 서현은 만명공주와 몰래 사통을 해서 멀리 도망친 끝에 유신을 낳습니다. 이걸 봐도 김유신의 가문이 함부로 왕가와 혼인할 수 있는 레벨은 아니었음을 짐작할 수 있죠. 그러니 만년에 진짜 공주와 결혼하는 영광을 안게 된 김유신은 - 비록 조카라고 해도 - 이를 절대 거부하지 않았을 듯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왕과 장군의 로맨스는 영국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이야기를 보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생각하는 선덕여왕의 이미지는 상당 부분 엘리자베스 1세의 이미지에 덧씌워진 부분이 있는 듯 합니다만, 뭐 상상으로는 나쁠 것이 없겠죠.

사실 기록에 나타난 김유신의 모습으로 보아 만약 여왕의 남편이 될 기회가 있었다면 그를 거부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도록 해야겠죠.

어쨌든 위 사진에서 보듯 여왕마마와 유신랑의 로맨스는 저렇게 가학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어째 이쪽 방향으로 자꾸 상상을 하게 만드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나자나 10화랑이 모두 등장을 하는데 다들 한 미모 하는군요. 아마도 F4에 대응하기 위한 신라시대 F10의 등장이 아닐까 싶은데(미모로 따지자면 엄포스 장군은 아무래도 좀 뒤로...), 나중에는 이쪽으로 정리를 좀 해 보겠습니다.

사실 이름부터 '화랑'이니 F10이라고 해도 이쪽이 더 원조...

728x90
'거북이 달린다'가 전혀 거북이같지 않은 걸음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이 영화의 흥행 포인트는 딱 세 글자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김.윤.석'.

애당초 김윤석 이외에 내세울만한 스타가 출연한 것도 아니고(설마 '내조의 여왕'의 선우선을 보러 이 영화를 선택하신 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특별히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10배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됐다는 '블러드' 같은 영화를 새까맣게 뒤로 제쳐 놓고 있습니다.

'거북이 달린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봐도 이 영화의 촌스러움이 그 한 비결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북이 달린다'는 물론 유쾌하고 재미있는 영화입니다만, 재미있고 재미없고를 떠나서, 분명히 이 영화의 어느 한 모서리에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 당기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김윤석이라는 뛰어난 배우가 있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국 소싸움 대회를 앞두고 있는 예산 경찰서. 이미 형사들도 치안보다는 소 싸움 대회 사무국 직원들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다섯 살 연상의 아내(견미리)에게 무능한 남편으로 찍힌 지 오랩니다. 형사라는 무게감? 만화가게를 차릴 때 빌린 돈의 이자 갚기도 급급한 소시민의 지위에 깔려 버린 상태죠. 촌지 봉투를 거부할 자존심 같은 건 애당초 저 멀리 날아가 버린 뒤입니다.

그런데 이 소읍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탈주범 송기태(정경호)가 나타납니다. 잘생긴 용모와 5:1로 싸워도 끄덕 없는 신출귀몰한 싸움 실력이 전설이 되어 인터넷에 팬카페가 있을 정도의 인물이죠. 우연한 사고로 정직을 당한 필성은 아내 몰래 목돈을 만들려고 아내의 통장을 슬쩍했다가 어찌어찌 해서 송기태와 마주 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리스트 출신인 강철중 형사도 아니고, 한낱 시골 형사가 전국 최강의 탈주범과 1대1로 맞붙어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죠. 필성은 개망신을 당합니다. 이렇게 해서 바닥까지 떨어진 필성의 복수, 혹은 체면 회복하기 대작전이 시작되는 것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화 '친구'가 대표하던 정서가 부산 사투리로 구현되는 '경상도 사나이'의 정서라면,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그야말로 은근슬쩍 눙치고 넘어가는 충청도 사투리의 매력입니다. 물론 매우 효과적입니다. 개그맨 가운데 충청도 출신이 많다는 건 우연이 아닌 듯 합니다. 한마디로 '액션은 경상도, 코믹은 충청도' 사투리가 최고라는 걸 제대로 보여준 듯 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대립의 구도를 촌스러움 대 세련됨, 중년 대 청춘, 시골 대 서울, 생활 대 낭만, 현실 대 판타지라는 식으로 선명하고 잡고 있습니다. 탈주범 신창원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송기태를 세련미 넘치는 꽃미남으로 설정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라도 중년의 시골 형사보다는 미남 탈주범을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말입니다. 이런 경우 많은 구경꾼들의 머리 속에는 어느 쪽이 사회에 도움이 되고, 어느 쪽이 해가 되는 존재인지 따위는 뒷전으로 밀려 버립니다.

바로 그런 대목에서, 과연 우리가 응원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를 짚어 내는 것이 이 영화의 순기능이라면 순기능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거기에 발맞춰 주인공 조필성이 등장합니다. 도저히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안 다음에도 조필성은 마지막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개발에 땀난 듯, 뜨거운 철판 위에 놓인 거북이라도 된 듯 있는 힘을 다해 달립니다. 이 조필성은 정리해고 당한 도시의 40대 가장일 수도, 한 학기 500만원이나 되는 등록금 때문에 자식에게 대학 진학을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아버지일 수도 있습니다.

촌스럽고, 술이나 퍼 마시고, 배는 불룩 나온데다 머리는 숭숭 빠지고, 입만 열면 저질스러운 소리나 해 대는 그런 '동네 아저씨'들이 사실은 구멍 뚫린 아내의 팬티에 속상해서 어쩔 줄 모르고 딸이 다니는 학교 1일 교사를 뽀대나게 치르는게 일생일대의 중대사인 아버지들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어떻게든 세상이 돌아가게 하는 이 사회의 주축 구성원들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를 더욱 가치있게 합니다.

이런 영화가 깔끔하고 똑똑 떨어지는 영화 문법을 구사해서는 정나미가 떨어질 지도 모릅니다. 촌스러울땐 제대로 촌스러워야죠. 사실 담고 있는 내용 못잖게 '거북이 달린다'의 만듦새는 그리 유려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장면에서 조명은 지나치게 어둡고, 음향은 울리기까지 합니다. 90년대 초반 영화를 보는 듯한 감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매무새가 희한하게도 시골 소읍이라는 공간과 잘 어울린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김윤석이 무슨 인도 액션 영화 주인공처럼 나온 이 포스터는 뭐란 말입니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이 영화엔 '후줄근한 아저씨 연기'라면 국가대표급인 김윤석이 있죠. '거북이 달린다'를 통해 김윤석은 송강호를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을 또 한번 넓혔습니다. 물론 차이는 있습니다. '추격자'에 송강호가 출연했다면 아무래도 '추격자'는 소름끼치는 추격전 사이 사이에 훨씬 유머가 많이 개입된 영화가 됐을 겁니다. 마찬가지로 '거북이 달린다'의 필성 역을 송강호가 맡았다면, 필성이 느끼는 무력감이나 좌절감은 많이 희석됐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송기태 역이 잘 어울리는 정경호를 보고 있자니 '자명고'가 더 안타까워지는군요. 그러니까 정경호가 전념해야 했던 건 '거북이 달린다' 쪽이었던 겁니다. '자명고'에서 조명과 의상에 기대기보다는 송기태 같은 캐릭터로 내실을 다져야 했던 단계였다는 게 훨씬 더 선명하게 부각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로 부각되는 두 명의 조연이 있다면 아무래도 이 분이 1번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윗쪽 사진에 나오는 배우의 이름이 신정근이라는 걸 알고 계신 분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요. 사채업자나 나이트클럽 사장 역, 조폭 두목 역이 적역이었던 이 분이 출연한 작품 가운데 가장 싸움을 못하는 역으로 나오는 게 바로 이 '거북이 달린다'일 겁니다.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가 이 분의 입에서 나옵니다. "그러니까 누가 5여?"


사용자 삽입 이미지

2번은 사진 왼쪽의 김희원. 필성의 후배인 특공무술 사범 역을 맡아 그리 길지 않지만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는 연기로 이 영화에 힘을 불어 넣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영화에서 자주 보게 될 분인 듯 합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전국에 있는 어깨 처진 아저씨들을 위한 응원가입니다. 절대로 '젊고 잘생긴 놈들'과의 경쟁에서 포기하지 말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물고 늘어지라는 격려의 박수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영화의 그런 분위기가 가끔 바퀴벌레도 지나가는 비닐 장판처럼 관객들을 쩍쩍 달라붙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 네.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p.s.2. 선우선은 더도 덜도 아니고 딱 화면에 나오는 것 만큼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내조의 여왕'을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도 '어, 저 배우 누구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는 충분히 해 내더군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