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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 시즌2를 마감하는 왕중왕전 1,2부가 화려하게 막을 내렸습니다. '히든싱어' 방송 이후 처음으로 원조 가수를 앞선 두 명의 도전자들, 신승훈 편의 장진호와 조성모편의 임성현을 포함해 총 13명의 도전자가 치열한 경쟁을 치렀습니다.

 

자신들의 우상과 맞붙어 마지막까지 각축전을 벌였던 모창 능력자들은 한동안 쉬면서 축적한 기량이 눈에 띌 정도였습니다. 첫 방송 출연 당시에는 아무래도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겠지만, 두번째 도전인 왕중왕전에서는 활짝 개화한 듯한 도전자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습니다. 비록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아이유 모창자였던 사년의 열창과 웃음은 많은 남자 시청자들을 열광시켰죠.^

 

아무튼 이들의 기량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연출자 조승욱 PD까지 경악하게 했던, 예상을 뛰어넘는 대접전 끝에 '논산가는 조성모' 임성현, '용접공 임창정' 조현민, 그리고 '사랑해 휘성' 김진호가 최종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이들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국민투표 결과와 25일 생방송을 통해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됩니다. 

 

 

 

왼쪽부터 조현민, 임성현, 김진호.

 

혹시 방송을 못 보신 분들이 꼭 보셔야 할 세 워너비들의 노래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온 국민의 관심사'라고 부르는 것은 좀 낯간지럽지만, 아무튼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이 두 시즌을 방송하면서, '모창'이라는 장르에 대한 국민의 시선을 바꿔 놓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지난 12일 57세로 작고한 가수 김갑순씨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바로 '너훈아'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분입니다.

 

 

 

 

'히든싱어'가 처음 방송될 때, 많은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이 그저 기존의 '스타킹'이나 '묘기대행진' 처럼 신기한 기술의 하나로 모창능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히든싱어'야 말로 진정한 트리뷰트 프로그램, 즉 원조 가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에 쓴 글입니다. "'히든싱어', 감동은 어디서 올까?"  http://fivecard.joins.com/1118 )

 

 

 

 

방송이 진행될수록, 모창 도전자들의 사연이 공개되면 공개될수록 '히든싱어'에 출연하는 도전자들의 출발점은 모두 '지극한 팬심'이었다는 사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습니다. (위 사진의 조홍경 원장의 지도가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영혼 없는 연습만으로 그렇게 똑같이 부르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수영이나 백지영, 주현미 편에 출연했던 도전자들이 가수와 함께 눈물을 흘린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도전자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에서 그 가수들의 노래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했는지를 털어놓고, 가수들은 가수들대로 자신들이 불러 온 노래들이 어딘가에서, 생면부지의 누군가에게 그렇게 큰 의미를 주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가수라는 직업에는 분명한 특징이 있습니다. 물론 부와 명예는 더할 수 없이 중요한 것이지만,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면 자신의 노래에 진정으로 공감해 주는 팬들이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천만장의 팬레터와 문자 속에 파묻혀 있어도, 이렇게 팬들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다 못해 목소리부터 몸짓까지 똑같이 흉내낼 정도인 사람들을 만난다는 건 그들에게도 대단한 행운인 셈입니다.

 

 

 

사실 '너훈아' 김갑순씨의 출발점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나훈아라는 거인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니 더욱 더 열심히 그의 노래를 연습하게 되고, 남들도 인정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고, 그리고 나선 아예 그의 그림자가 되는 인생을 선택한 것이죠.

 

'모창 가수'의 나쁜 예로 가수 박상민을 사칭하며 돈벌이를 했던 임모씨가 가끔 거론됩니다. 하지만 이 임모씨는 스스로 '박상민 행세'를 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반면 너훈아를 비롯한 대다수의 모창 가수들은 스스로를 '이미테이션 가수'라고 부르며, 가끔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길을 택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들이 선택한 애정과 추앙의 대상에게 자신의 인생을 기댄 셈입니다.

 

'히든싱어' 출연자들 가운데 너훈아 김갑순씨처럼 온 인생을 이미테이션 가수로 활동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뮤지컬 김광석' 최승열처럼 김광석과 닮은 목소리 덕분에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주연으로 활동하게 된 경우를 보듯, 이들이 모창한 기존 가수의 삶과 활동은 이들의 이후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18일 방송된 '히든싱어2' 왕중왕전에서 '사랑해 휘성' 김진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처음 출연했을 때, '단 하루만이라도 휘성으로 살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서 이렇게 왕중왕전 무대까지 서고 나니..."

 

누구나 스타가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모창자들은 자신의 우상과 최대한 비슷해지려 노력하면서, 그 가수의 성공을 보면서 자신의 꿈이 이뤄지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히든싱어' 시즌1과 시즌2를 합해 가장 인상적인 무대를 꼽자면 지난해 시즌1의 왕중왕전 출연자 전원이 함께 부른 '거위의 꿈'을 잊을 수 없습니다. 특히 '김종서' 이현학과 '윤민수' 김성욱의 활약이 눈부셨죠.^^

 

 

 

 

 

물론 올해의 '마법의 성'도 좋았습니다.

 

 

 

이렇게 즐거움과 웃음이 가득한 히든싱어 왕중왕전의 잔치를 보면서, 문득 김갑순씨의 인생을 생각했습니다. 때로 '짝퉁'이라는 말로 비아냥거리는 말을 듣기도 했던 이미테이션 가수 너훈아. 그의 활동 역시 나훈아에 대한 헌정이었다는 점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 것도 '히든싱어'의 힘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인생을 돌아보는 기사. "너훈아로 20년, 그는 마지막까지 김갑순을 꿈꿨다"

http://joongang.joins.com/article/aid/2014/01/18/13259846.html?cloc=olink|article|default

 

 

 

25일 방송을 마치는 '히든싱어2'. 2014년 하반기 방송될 '히든싱어3' 에서는 또 어떤 가수들과 어떤 모창자들이 또 다른 사연과 놀라운 기량으로 시청자들을 두근거리게 할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P.S. 물론 팬심이 팬심으로만 꼭 끝나야 하는 건 아니죠. 어제 놀라운 가창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샤넌. 언젠가는 아이유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가진 가수로 우뚝 서는 날을 보고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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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싱어 아이유]

 

'히든싱어 2'의 아이유 편이 화제입니다. 아이유의 역대 최다 득표도 놀랍지만 아이유 모창 도전자로 출연했던 영국 출신의 샤넌(다음 검색어로는 섀넌^^), 걸그룹 투아이즈 멤버 김연준, 그리고 영국에서 온 또 다른 도전자 안나 등이 모두 화제의 대상입니다. 샤넌은 밤새 내내 포털 검색어에 남아 있더군요. 걸그룹 파이브걸스 멤버로 잠시 활동한 이력까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사실 화제도 화제지만, 아이유 편은 '히든싱어' 제작진에게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이 또 한 단계 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히든싱어'는 제작진에겐 매우 힘든 포맷입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디어는 2012년 연말 갑자기 나온 게 아닙니다. 많은 연출자들이 이 프로그램의 시놉시스를 검토했지만, 대부분 '제작 불가능'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뭐니뭐니 해도 모창의 어려움. '히든싱어'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말하자면 국민 가수'들입니다. 10년, 20년씩 히트곡을 계속해서 낳으며 정상에 군림하고 있는 가수들이죠. 이 가수들이 한해에도 수백명씩 나오는 새로운 도전자들에 맞서 자기의 자리를 지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만치 남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식으로 말하면 이 가수들이 10년, 20년 씩 장기집권을 하고 있는 건 이미 '복제 불가능' 도장을 받은 상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중의 귀는 냉정합니다. 어지간하면 흉내낼 수 있는 가수에게 국민 가수의 특권을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선 경력은 짧지만 아이유도 마찬가지. 아이유는 이번 '히든싱어' 출연을 통해 '아이유는 왜 아이유인지' 를 확실하게 다시 한번 부각시켰습니다. 오히려 아이유도 '히든싱어'에 나올만 한 가수라는 점이 더 분명해졌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2012년 이전에 '히든싱어' 아이디어를 접했던 연출자들은 '그게 말이 되냐'고 웃어 넘긴 것입니다. 반면 그 어려움을 극복했기 때문에 JTBC '히든싱어'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이 된 거죠. 그리고 더더욱 신승훈 조성모 편에서 일어난 일들을 '기적'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선배 가수에 대한 존경과, 그렇게 되고 싶다는 열망이 100명의 청중으로 하여금 혼동을 일으킬 정도로 비슷한 효과를 낸 것이죠.

 

이쯤에서 다시 보는 신승훈 편 출연자 장진호의 우승 비결.

(물론 '신승훈의 배려'를 절대 빼놓을 수 없겠죠.^^)

 

 

 

 

'히든싱어'에 지난 1년간 20여명의 가수들이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아마 파일럿으로 제작됐던 박정현 편이나 김경호 편을 지금 다시 본다면, '어, 생각보다 안 비슷했잖아?'라고 생각할 시청자들도 꽤 있을 겁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처음 봤을 때 '우와, 다섯명이 나왔는데 다섯명이 다 박정현이네?' 했던 신기한 느낌은 점점 사라져 갑니다. 회를 거듭하면서 시청자들의 요령은 점점 늘어나고 전편보다 더 비슷한 모창능력자를 기대하게 되지만, 모창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나 백지영이나 윤도현 처럼 타고난 음색이 독특한 사람들을 똑같이 흉내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유 편은 도전자의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재미를 창출해 냈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도 간간이 모창 도전자들의 사연이 화제가 된 적은 있었지만, 아이유 편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주인공 가수와 '너무 비슷해서'가 아니라 '아주 똑같지는 않은데 이 아이도 주목할만 해!'라는 걸로는 아이유 편의 샤넌이 첫번째 케이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혹시 방송을 못 보신 분이라면 샤넌의 이 노래를 놓치면 안 됩니다.

 

 

 

 

시청자들은 사년의 I dreamed a dream 을 들으면서 샤넌의 마음 속에 있는 간절한 꿈, 옆에 서 있는 아이유 처럼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읽었을 것입니다. 유영석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는 것도 이해가 갈 정도로 인상적인 가창이었죠.

 

(그런 의미에서 매우 적절한 선곡이었다는 느낌입니다.)

 

또 '히든싱어'에 출연한 가수 중 최연소인 아이유에게는 이날 샤넌과 김연준의 등장이 다른 누구보다 큰 의미로 다가왔을 듯 합니다. 아직 자신도 가수로 더 성장해야 할 나이에, 이미 자신을 우상으로 삼고 노력하고 있는 '후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됐을테니 말입니다. 이제 '선배로서의 책임'과 '가수로서 나이들어 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아이유에겐 더 큰 발전의 계기가 되겠죠.

 

 

 

 

이 그림은 유명한 앙리 마티스의 '춤 La Danza' 연작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그림은 최근 피게레스의 달리 미술관에서 본 살바도르 달리의 '풍자적 구성 Satirical compositon' 이라는 그림입니다. 달리가 19세 때 그린 그림. 아닌 분도 있겠지만 제게는 보자 마자 위 그림이 생각나게 하더군요.

 

작가들도 좋아하는 선배 작가의 문장을 통째로 베끼는 데서부터 문학 수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나만의 개성을 얻기까지 남의 재능을 닮고자 노력하는 것은 장르를 불문하고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이제부터는 '아주 똑같지는 않아도 그렇게까지 닮으려는 노력을 보이는 후배들의 모습'을 즐기는 것도 '히든싱어'를 보는 즐거움이 될 듯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자신의 우상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려는 이유가 있겠죠. 그런 이유들은 그들이 갖고 있는 꿈과 바로 연결될 것이고 말입니다.

 

언젠가는 '히든싱어'라는 프로그램이, 그런 미래의 스타들에게 한번쯤 '나도 이렇게 나의 우상과 닮으려고 애쓰던 시절이 있었지'라는 훈훈한 추억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P.S. 그나자나 샤넌 참 귀엽군요.

 

 

 

 

 

11세 때 '스타킹'에 출연한 모습.

 

 

 

그리고 이건 브래드 리틀과 함께 '오페라의 유령' 시연하던 모습.

 

 

 

 

현재까지는 파이브돌스 멤버로 잠시 활동하다가 솔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습니다.

 

과연 샤넌의 코리안 드림은 어떻게 될지, 앞으로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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