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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개봉을 앞둔 역사적인 국내 시사에 나섰습니다. 너무 인파가 밀려 영화를 못 본 기자들 - 개중에는 기자를 사칭한 정체불명의 인사들도 꽤 많았다지요(^^) - 이 분노의 일갈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만, 아무튼 '놈놈놈' 자체에 대한 얘기는 좀 뒤로 미루고자 합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영화 '놈놈놈'이 제작에 들어갈 때부터 꼭 해야겠다고 벼르던 얘깁니다.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얘기죠.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만, 주위에선 '그게 뭐 그리 중요해?'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더군요. 하지만 저는 이게 한국 문화의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괜히 심각해졌군요. 이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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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석양의 무법자'의 제자리 찾기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칸에서의 프리미어 갈라에 이어 국내에서도 7일 시사회를 열었다. 175억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한데다 송강호-이병헌-정우성이라는 세 톱스타의 무게가 몰린 기대작이라 시사회장부터 초만원이었다.

이 영화의 제목을 듣는 순간 서부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1966년작 '석양에 돌아오다'를 연상하게 된다. 이 영화의 제목이 영어로 '좋은 놈, 나쁜 놈, 못생긴 놈(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이기 때문이다(이탈리아어로는 'Il Buono, il brutto, il cattivo'). 클린트 이스트우드, 리 반 클립, 일라이 월락이 남북 전쟁과 보물 찾기를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승부의 덧없음을 그린 걸작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에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한국 제목을 '석양의 무법자'라고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1969년 7월 국내 개봉 때 '석양에 돌아오다'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석양의 무법자'라는 영화는 따로 있다. 이건 이 영화보다 1년 전에 만들어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Per qualche dollaro in piu'이 1967년 국내 개봉될 때 붙여진 제목이다. 영어 제목은 'For a Few Dollars More'. 역시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리 반 클립이 나오지만 이번엔 악당 잔 마리아 볼론테에 맞서 싸우는 같은 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1964, 65, 66년에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서부극 세 편을 연속으로 내놨다. 그리고 세 영화의 한국 개봉 제목은 각각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 '석양에 돌아오다'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3부작의 첫편 '황야의 무법자'를 제외한 나머지 두 편의 제목이 혼란에 빠져 있다. 왜일까.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 TBC-TV가 '석양에 돌아오다'를 TV로 방송하면서 갑작스레 '속 석양의 무법자'라는 제목을 붙인 데서 비롯됐다.

이후 1980년대 비디오 출시 과정에서 무책임한 제작사가 '석양에 돌아오다'에 '석양의 무법자'라는 제목을 붙여 버렸다. 이렇게 제목을 빼앗긴 진짜 '석양의 무법자'는 '황야의 무법자 2', '석양의 건맨' 이라는 엉뚱한 제목으로 밀려나는 비운을 겪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지금껏 고쳐지지 않고 있는 것이 한국 대중문화의 현주소다.

영화의 원제도 중요하지만 국내 개봉 제목 또한 중요한 유산이다. 우리는 '내일을 향해 쏴라'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기억하지,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나 'Bonnie and Clyde'를 기억하지 못한다. 지금이라도 '석양에 돌아오다'와 '석양의 무법자'는 제 자리를 찾아야 한다.

p.s. '놈놈놈'과 '석양에 돌아오다'는 제목 외에는 그리 비슷하지 않았다. (끝)





뭐든 물증이 필요하겠죠. 이건 1967년 9월 개봉한 '석양의 무법자'의 신문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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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광고를 보면 '석양의 무법자'가 '황야의 무법자'의 2탄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광고에는 'FOR A FEW DOLLARS MORE'라는 원제가 표기돼 있죠.


그리고 이건 2년 뒤, 1969년 7월 개봉한 '석양에 돌아오다'의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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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전작이 '석양의 무법자'라고 명시되어 있죠.

책은 가끔씩 번역될 때마다 새로운 제목이 붙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번 수입된 영화의 제목은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죠. 더구나 윗글에서도 썼지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나 '내일을 향해 쏴라'는 영어 원제를 넘어서서 독자적인 생명을 갖고 있습니다.

한 영화의 시사회에 기자만 1000명 넘게 온다는(?) 나라, 할리우드에 맞서는 영화강국을 자처하는 나라, 인터넷 블로그만 뒤져도 자칭 영화평론가가 넘쳐 나는 나라에서 이런 영화사에 남을 걸작의 제목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혼동을 자초한대서야 웬 망신입니까.

심지어 영상자료원까지 혼동을 자초하고 있습니다.

'석양에 돌아오다'를 검색하면 이렇게 나옵니다. 제대로 돼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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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석양의 무법자'입니다.

영화 제목과 출연 배우가 따로 놉니다. '석양의 무법자'에는 엘라이 월락이 나오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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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엔 '석양의 건맨'이란 영화도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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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빨리 정비가 됐으면 합니다.



자, 그럼 이 기회에 헷갈릴 수도 있는 세 편의 영화,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 3부작을 한번 총정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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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야의 무법자(Per un pugno di dollari, 1964)

영어 제목은 A Fistful of Dollars, 즉 '한줌의 달러'입니다. 자꾸 익숙한 영어 제목 대신 이탈리아어 제목을 먼저 쓰는 건 제가 잘난 척 하려는게 아니라 이 영화들의 국적이 미국이 아니라 이탈리아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레오네 본인이 이 시절까지는 영어를 거의 할 줄 몰랐다는군요. 촬영 장소 또한 스페인의 사막지대였을 뿐, 미국과는 아예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 영화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요짐보'를 번안한 수없이 많은 영화들 중 하나라는 점에서 특이합니다. 바로 이런 내용이죠.

- 라이벌 관계에 있는 두 갱단이 지배하고 있는 마을에 한 총잡이(혹은 칼잡이)가 나타난다. 두 조직은 앞다퉈 이 총잡이를 끌어들이려 하지만, 이들의 경쟁을 이용해 총잡이는 두 조직을 궤멸시키고 여인(?)을 구해낸다. -

네. 더쉴 해미트의 '피의 수확'에서 파생된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영화들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월터 힐 감독의 '라스트 맨 스탠딩', 그리고 코엔 형제의 '밀러스 크로싱' 등이 다 비슷비슷한 얘기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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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석양의 무법자(Per qualche dollaro in piu, 1965)

영어 제목은 'For a Few Dollars More', '몇달러 더 되는 돈을 위해'(?) 정도의 의미가 되겠죠. '황야의 무법자'로 신이 난 레오네 감독과 이스트우드는 또 한편의 영화를 뚝딱 만들어냅니다. 이번엔 냉혹한 눈매의 리 반 클립이 가세합니다.

바운티 킬러인 몽코(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묘하게 모티머 대령(리 반 클립)과 합세해 멕시칸 은행강도 무리의 두목 인디오(잔 마리아 볼론테)를 쫓게 됩니다. 이를 위해 몽코는 그의 패거리 안에 뛰어듭니다.

대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이 깨진 예의 시작을 '스타워즈 에피소드5 - 제국의 역습'과 '대부 2'를 꼽지만 아무래도 '석양의 무법자'를 빼기 힘듭니다. 아, 물론 '황야의 무법자'와 '석양의 무법자'를 전편과 속편으로 보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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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석양에 돌아오다 (Il Buono, il brutto, il cattivo)

영어 제목은 그 이름도 유명한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남북전쟁 말기의 미국. 좋은 놈(클린트 이스트우드)은 못생긴 놈(일라이 워크)를 잡아 현상금을 타고, 사형 집행때 다시 못생긴 놈을 구해 내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날 좋은 놈은 더 이상 이런 동업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청산에 나서죠. 어찌어찌하다 이들 둘과 나쁜 놈(리 반 클립)은 남군의 패잔병들이 빼돌린 20만달러를 찾아 경쟁하게 됩니다.

180분의 상영 시간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은 걸작.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꼭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세 편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슴 뛰는 음악이 함께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세 편의 영화 음악이 모두 똑같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번 기회에 비교해서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첫번째, '황야의 무법자'입니다.



다음은 '석양의 무법자'.



다음이 '석양에 돌아오다'입니다.



마지막은 '석양에 돌아오다'의 압권을 이루는 '엑스터시 오브 골드' 장면.

메탈리카의 연주곡으로도 잘 알려진 곡이죠. 본래 영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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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놈놈놈'에 대해서는 얘기를 할 기회가 없었군요. 뭐 아직 개봉이 멀기도 했지만... 짧게 한 마디 하자면, 김지운 감독의 전작('반칙왕',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 등)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은 보셔도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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