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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띄엄띄엄 올린 데 대한 사죄의 말씀. 어쨌든 1년 내에는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세비야 여행 중 스페인 광장은 좀 계륵같은 존재다. '김태희가 CF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한 이곳은 사실 역사적인 유적도 아니고,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시성 공간이다. 다만 사진이 예쁘게 나오기 때문에, 여기서 찍은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어머나 너 정말 유럽 갔다 왔구나'라는 평을 확실히 들을 수 있다.

 

그런 고민 끝에 아무튼 한번은 들러 보기로 했다. 카테드랄 앞에서 스페인 광장으로 가기 위해 가장 편한 방법은 트램을 타는 것. 택시를 타려 해도 차가 다니는 큰길까지 걸어 나가야 한다(카테드랄 주변은 도보 전용 구역이다).

 

걷는다 해도 30분 이내에 도착할 거리긴 하지만, 체력 보호를 위해 트램을 타기로 한다. 처음 세비아에 도착할 때 버스에서 내린 곳, 프라도 데 산 세바스찬 터미널 앞에서 내리면 된다.

 

 

 

깔끔한 내부.

 

정류장에서 자동판매기를 이용해 표를 사게 되어 있는데, 차를 타고 나면 검표를 위한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런 경우 대개 '어쩌다 한번 검표 작업을 하는데 걸리면 50배 변상' 뭐 이런 규정이 있는 게 보통이다.

 

 

갈 때는 착하게 표를 샀는데 오는 길에는 자판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의지의 문제인지도...)

 

뭐 1.5유로 짜리 표를 아끼려고 한 건 아닌데.

 

 

 

프라도 데 산 세바스찬 터미널 바로 앞에 프라도 데 산 세바스찬 공원이 있다. 느낌상 이 공원이 터미널보다 먼저 생긴 듯.

 

공원은 해만 지면 바로 우범지역으로 변신할 것 같은 을씨년스런 포스를 자랑하고 있었다. 이용자도 그리 많지 않아 저렇게 노골적인 애정 행각을 펼치는 청소년! 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트램을 하차해 프라도 데 산 세바스찬 공원을 가로지르면 바로 스페인광장의 문에 해당한다.

 

아니 광장이라더니 웬 문, 하시는 분들은 일단 문을 통과해 보시면 안다. 

 

 

20세기 후반에 지어진 거라 감흥은 없지만 가까이서 보면 꽤 으리으리...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정경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이런 반원형의 긴 건물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양쪽에 이렇게 큰 탑이 스페인 광장의 상징 역할을 하는데 사진을 찍어 놓으면 꽤 그럴싸 하다.

 

 

 

다리와 운하도 그럴 듯. 운하에서 노 저어 주는 사공도 있다.

 

 

장난을 쳐 보면 이런 느낌.

 

 

그리고 맨 아래층엔 빙 둘러서 스페인의 주요 도시들을 한 칸씩 타일로 꾸몄다.

 

대개 자신이 다녀온 도시들 사진을 하나씩 찍어 오곤 한다.

 

관광객의 전통을 따랐다.

 

 

 

관광객의 자세에 충실하게.

 

 

 

왠지 카메라에 있는 장난 기능을 마구 써보고 싶어지는 공간이다.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수시로 광장을 드나든다.

 

 

자동차는 매연을 남기고, 마차는 말의 **를 남긴다.

 

마른 **가 부서져 있다. 아기가 만지려 다가가자 엄마가 질색을 한다.

 

 

 

아무튼 사진 찍고 잠시 돌아보기엔 그럴 듯 한 곳이다.

 

해지고 저녁식사 후, 예정대로 플라멩코 공연을 보러 갔다.

 

 

카테드랄에서 남쪽으로 죽 걸어가면 강가에 투우장이 나온다.

 

 

투우장 정문. 웬만한 축구장 규모다.

 

투우장 바로 옆에 유명하다는 플라멩코 공연장 El Patio Sevillano 가 있다.

 

 

 

 

 

뭔가 샤갈 풍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매일 밤 19시와 21시30분에 90분씩 공연을 한다. 

 

늦은 시간에 더 좋은 출연진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뒷시간으로 예약. 민박집을 통해서 예약하면 성인 요금 38유로를 35유로로 할인받을 수 있다. 음료 한 잔이 제공되고, 3 course dinner를 함께 할 수 있는 상품도 있는데 그닥 밥을 먹으면서 보고 싶은 공연은 아니다.

 

여기는 음료 손님이 앞쪽에 앉고 식사 손님이 뒤쪽에 앉는데, 경우에 따라선 식사 손님이 앞줄인 곳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플라멩코 공연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힘차게 발을 구를 때마다 무대의 마루바닥에서 적잖게 먼지가 일어난다.

 

식사를 즐기며 공연을 보실 분들은 한번쯤 생각해 보실 문제.^

 

 

공연장 앞길. 붐비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들어가 보니 관광객들이 꽤 들어차 있다.

 

 

그리 넓지 않은 무대. 성수기 때에는 2층 양 옆의 테라스 같은 좌석까지 빽빽하게 찬다고 한다.

 

공연 시작. 특별히 줄거리가 있는 공연은 아니다. 다양한 음악에 따라 1인무, 2인무, 4인무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첫번째 나온 출연자가 계속 박자를 틀리고, 그리 좋은 느낌을 주지는 못했다.

 

 

 

4인무부터 뭔가 맞아 들어간다는 느낌을 줬다. 오른쪽의 분홍색 치마 입은 분이 첫번째 독무자로 나와 기대를 꺾은 분.

 

동행인은 내 귀에 대고 "저 사람은 취미교실에서 온 것 같지 않아?" 라는 독설을.

 

반면 맨 왼쪽, 배우 션 빈을 살짝 닮은 양반은 테크닉도 훌륭하고 전체적으로 좋은 느낌의 공연을 보여줬다.

 

 

이 공연장의 2인자로 보이는 이분. 한국의 지인을 닮아 깜짝 놀랐다.

 

 

 

 

 

 

남자 솔로를 지나, 이 공연장의 간판으로 보이는 분이 나섰다.

 

 

 

 

최소 40년 경력은 되어 보이는 이분. 확실히 포스가 달랐다.

 

파워보다는 관록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힘이 탁월했다. 진정 박수.

 

 

 

1인무, 2인무, 4인무 식으로 펼쳐지다가 오페라 '카르멘'의 주요 테마를 이용한 간략 무용극이 공연되고, 이어 전체 무용수들이 등장해 각자의 개인기를 펼쳐 보이는 마무리를 통해 공연이 끝났다.

 

 

역시 '스승님'의 포스를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체적으로 '스승님'의 관록과 노련미가 끌고 가는 공연이라는 느낌. 하지만 몇몇 공연자들은 정말 머릿수를 채우러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무대에 등장한 무용수들 사이에 기량 차가 적지 않았다.

 

아울러 전체 공연의 느낌이 흔히 플라멩코에 기대하는 어둡고 비장한 느낌을 완전히 배제한, 밝고 명랑한 공연이란 점이 그리 와 닿지는 않았다. 우연히 그라나다에서 동굴 플라멩코를 보고 오신 분을 공연장에서 만났는데, 이 분이 그라나다에서 설명 듣기로는 "그라나다 플라멩코는 집시 문화의 영향으로 페이소스가 짙은 춤을 보여주지만, 세비야는 본래 술집에서의 여흥을 위한 댄스가 발달해 발랄하고 화려한 공연을 우선으로 한다"고 하더란다.

 

혹자는 세비아에서 가장 좋은 공연을 하는 El Arenal 이 아니어서 실망했을 거라고도 한다. 물론 평을 보면 El Patio Sevillano의 공연이 좋았다는 분도 있고...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좋을 듯 하다.

 

아마도 바르셀로나에서 본 플라멩코 공연이 워낙 훌륭해서 이런 느낌을 받았을 수도 있다.

 

카탈루냐 음악당,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연장.  http://fivecard.joins.com/1197

 

 

 

 

공연을 보고 세비야 민박집으로 돌아가는 길. 구시가의 골목들이 아름답다.

 

해가 뜨면 여행의 마무리를 위해 마드리드로 가야 한다는 마음이 아쉬울 뿐.

 

 

 

 

그래도 아직 마드리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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