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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결혼했어요'가 아닙니다. '꽃보다 할배'도 아닙니다.

 

가상 결혼 프로그램이면서 새롭게 등장한 실버 예능의 기수입니다. 제목은 '님과 함께'.

 

티저를 보시면 느낌이 확 올 겁니다. 제목은 '재혼자들'.

 

 

 

 

그러니까 임현식-박원숙씨가 드라마 아닌 예능에서 가상 부부 체험을 하는 얘깁니다.

 

두 분은 수없이 많은 드라마에서 커플 연기(주로 서민적인 정서가 뚝뚝 떨어지는)를 보여주셨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은 뭐니 뭐니 해도 '한지붕 세가족'.

 

그 변형입니다. 2차 티저. '한지붕 새가족'.

 

 

 

 

'산업 폐기물 같은 맛'...이란.

 

그런데 문득 이런 얘기를 하고 있으니 추억의 드라마가 솔솔 생각납니다. 바로 '한지붕 세가족'.

 

 

 

'봄바람 분다고 장독대 꽃피나'로 시작하는 김창완의 국악풍 주제가가 인상적인 오프닝.

 

 

 

 

 

'한지붕 세가족'은 자료에 따르면 1986년 11월9일부터 1994년 11월13일까지 방송됐습니다. 방송 시간은 몇번 바뀌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일요일 아침을 고수했던 작품입니다. 참 지금 보니 젊은 모습.

 

 

 

제목이 한지붕 세가족인 것은 주인 집(현석)이 집의 2층과 별채를 세놓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서민 거주 지역에선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 거주 형태였죠. 그 시절을 잘 모르는 분들은 영화 '완득이'에 나오는 동네를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워낙 오래 전 일이라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아빠 임현식, 엄마 박원숙, 아들 이건주로 구성된 순돌이네는 동네의 전파사 및 만물 수리점이었죠. 그리고 순돌 아빠의 라이벌(?)로는 동네 세탁소 주인인 만수 아빠 최주봉이 있었습니다. 건강하지 못했지만 우등생인 만수와 늘 노는 것과 먹는 것만 밝히는 순돌이의 캐릭터가 대조를 이뤘습니다.

 

세월이 흘러 집 주인이 임채무로 바뀐 뒤에는 임채무의 처남 강남길과 애인 차주옥, 그리고 강남길의 어린 시절 친구인 김영배가 주인공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니까 위 사진은 90년대 '한지붕 세가족'의 모습인 듯 합니다.)

 

 

 

 

특히 강남길의 고교 동창이며, '시골 고등학교에선 동네와 학교를 주름잡는 멋진 친구였지만 나이를 먹어 이제는 허세밖에 안 남은' 김영배의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죠.

 

 

 

사실 작가와 연출자들은 소재도 떨어지고 시청률도 고르지 않아 몇번이고 종영이 검토됐지만 그럴 때마다 "'한지붕 세가족'을 없애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MBC로 빗발쳤다고 합니다. 거의 모든 드라마에 '회장님'과 '사모님'이 나오던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었지만 그래도 이 시절엔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이런 드라마가 있었죠.

 

또 수많은 스타들이 '한지붕 세가족'을 통해 안방극장에 신고식을 치렀습니다.

 

위의 사진에 보이는 한석규 음정희를 비롯해 김혜수 차인표 등도 이 드라마를 거쳐갔죠.

 

그래도 화려한 스타 후보생들보다는 역시 서민적인 정취를 가진 연기자들이 '한지붕 세가족'에선 더 빛을 발했습니다.

 

 

 

 

 

그렇게 8년을 방송한 '한지붕 세가족'도 막을 내리고, 다들 나이를 먹었습니다.

 

개구장이 꼬마였던 순돌이 이건주가 어느새 어른이 됐죠.

 

 

 

 

 

 

 

 

그리고도 몇해 더 세월이 흘러 순돌아빠와 순돌엄마는 예능 속에서 맺어졌습니다.

 

재혼을 염두에 둔 가족 예능인 '님과 함께'에는 순돌이네 커플과 함께 이영하-박찬숙 커플도 출연합니다.

 

 

인생에서 일어날 법 한 웬만한 일들은 다 겪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

 

과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청춘들과는 또 다른 재미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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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만 해도 TV 버라이어티 신에서는 '애인 만들기' 놀이가 한창이었습니다. '동거동락'에서 '천생연분', 'X맨'에 이르기까지 이 놀이는 그칠 줄을 몰랐죠. 이런 판타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 바로 MBC TV의 '우리 결혼했어요'였습니다. 자연히 애인만들기 놀이는 파장이 났습니다. 한 쪽에서는 부부가 되어 소꼽놀이를 하고 있는데 다른 쪽에서는 꽃을 바치며 프로포즈 놀이를 해 갖고는 승부가 날 턱이 없었죠. (SBS의 '패밀리가 떴다'에서의 커플링 실패와 '골미다'의 부진에는 이런 요소들도 꽤 작용한 듯 합니다)

그렇게 호기있게 출발한 '우리 결혼했어요'는 숱한 화제의 커플들을 남기며 선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김이 쭉 빠진 느낌을 줬던 것도 사실입니다. 알렉스-신애 커플의 재결합, 신애의 (진짜) 결혼, 정형돈의 결혼 등 '우결'의 핵심인 판타지를 깨는 사건들의 발생이 큰 몫을 하기도 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포맷에 시청자들이 싫증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권-가인 커플을 통해 꺼져 가던 불꽃을 되살리던 '우결'이 새로운 커플의 등장으로 왠지 다시 불끈 일어날듯한 기미를 보였습니다. 바로 정용화-서현 커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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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솔직히 말해 제가 정용화에 대해서 큰 관심이 있었을 리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요즘 소녀시대 멤버 가운데 가장 관심이 가는 서현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 거죠.

얼마 전에 신문의 기획 코너에 '연예인의 기자 체험'같은 게 있었습니다. 소녀시대 멤버 중 한명을 추천해 달라고 SM에 요청했더니 '그런 거라면 서현이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으니 '항상 책을 읽고, 글을 쓰거나 읽는데 관심이 많다'는 겁니다. 소녀시대 멤버들 중 가장 '학구적인 소녀'로 꼽힌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실제로 만나 본 서현은 정말 '군대식 예절'에 철저한 진짜 소녀였습니다. 뭘 물어봐도 커다란 눈망울 가득 초롱초롱한 호기심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더군요. 소녀시대의 구성원에 대해 굳이 말을 보탤 필요가 없겠지만 막내 만큼은 정말 최강 막내라고 꼽을 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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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소녀시대의 이상형 월드컵을 보게 됐습니다. 거기서 '서현의 이상형'이 화제가 됐더군요. 다른 멤버들은 "서현은 남자를 모른다. 관심도 없다. 늘 고구마만 먹는다. 아마 남자와 고구마 중에서 고르라면 고구마를 고를 것"이라고 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MC 신동엽이 아니죠. "정말 남자와 고구마 중에 고르라면 뭘 고르겠느냐"고 묻자 서현은 천연덕스럽게 '고구마'라고 답해 좌중을 폭소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지간한 다른 연예인이 이런 식의 발언을 한다면 '저건 누가 봐도 가식'이라는 생각을 할 법 하지만 서현이라면 곧이 듣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과연 누가 저 눈빛을 보고 의심할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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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보다 고구마가 더 좋다는 소녀, 'Oh!'에서 '오빠 나좀봐'라는 가사가 낯뜨거워서 한번에 녹음을 하지 못하고 '오'와 '빠'를 따로 따로 녹음했다는('강심장'에서의 토크) 소녀가 대체 어떻게 닭살돋는 가상 결혼생활을 헤쳐나갈지가 궁금했습니다. (만 19세면 소녀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여기서의 소녀는 그냥 '소녀시대 멤버'라는 뜻으로 이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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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특이한 서현이다 보니 분위기는 어색+썰렁으로 시작됐습니다. 정용화도 나름대로 분위기를 풀어 보려 했지만 본 조비를 존경한다는 정용화에게(록 뮤지션으로서는 대단히 좋은 대답입니다만) '저는 반기문 사무총장님을 존경해요'라는 대답을 한 서현 앞에서는 그저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긴 대체 어떤 아이들 그룹의 멤버가 '존경하는 인물'로 유엔 사무총장을 꼽을 것이며, '책은 늘 곁에 둬야 한다' '부모님께 상의할 수 없는 부분은 책 속에서 길을 찾는다' '나중에 제가 권해드리는 책을 꼭 읽어보시라'는 내용의 대화를 할 수 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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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30분이면 '오빠라고 불러. 나는 말 놓을게' '네, 오빠'로 진행되는 게 정상이었던 '우결'에서 두살 위인 정용화가 첫날 방송 끝날 때까지 존댓말로 일관하는 상황은 참 낯설지만 코믹했습니다.

어쨌든 큰 눈을 반짝이면서 '그런데 사랑하는 거랑 좋아하는 건 어떻게 다른거에요'라고 묻는 엉뚱소녀의 가상 결혼생활 체험, 왠지 이제까지 '우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상황이 펼쳐질 것 같아 상당히 궁금해졌습니다.

그나자나 정용화는 서현 팬들(혹은 정진운)의 질투 어린 시선을 어떻게 피해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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