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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1 나폴레옹 솔로>는 워낙 유명해지다 보니 한국 아동 소설에도 우정출연을 하게 됩니다. 그 작품의 이름은 조풍연 원작의 <백자바위의 마인>입니다.
6권짜리 장편이었던 이 소설은 70년대라는 배경 탓에 반공 소설의 굴레를 쓰고 있지만 실상은 007 뺨치는 첩보 SF 모험 활극 소설이었습니다.

백자(30m) 높이의 절벽에 비밀 본부를 설치한 마인(결국 정체는 북한이 파견한 거물 간첩입니다)은 부하인 마인단을 이용해 대한민국을 어지럽히고, 몇몇 영웅들이 그에 맞서 싸우는 줄거리입니다. 후반부에 가면 '앙클(?)이라는 첩보기관에서 파견된 나폴레옹 솔로'가 주인공들을 돕는 역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저작권 같은 것은 들어본 적도 없던 시절의 얘깁니다. 하기야 이런 식의 막 갖다 쓰기는 모리스 르블랑 선생의 주 특기였죠.

이 이야기는 70년대 후반 이원복 선생에 의해 <백자바위 마인>이라는 만화로 극화돼 클로버문고에 수록됩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만화판' 나폴레옹 솔로의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제법 닮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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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화로 바꾸다 보니 중요하다 싶은 이야기가 상당 부분 삭제되어 있고, 원작에서는 사실 조연급인 소년 마호석이 주인공으로 부각되어 있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만화도 구하기 힘들어진 셈입니다. 

나폴레옹 솔로의 파트너 일리야 쿠리야킨은 러시아 출신의 전향한 스파이. 둘 다 여자에 강한 캐릭터였지만 나폴레옹이 전형적인 플레이보이라면 일리야는 어느 정도 모성애를 자극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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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치면 남성훈-조민기 계열인 듯^^이 역할을 맡은 데이비드 매컬럼 역시 수많은 출연작을 갖고 있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스티브 매퀸, 찰스 브론슨, 제임스 코번 주연의 <대탈주 The Great Escape> 입니다. 묘하게도 출연진이 <황야의 7인>과 상당 부분 겹치고, 데이비드 매컬럼이 이 영화에 나왔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도 로버트 본과의 공통점입니다. 물론 두 영화 모두 감독은 <OK목장의 결투> 등을 남긴 웨스턴의 거장 존 스터지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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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을 보시면 아마 기억이 날 지도... 탈출에 성공한 뒤 기차역에서 상관의 적발을 막기 위해 일부러 이목을 끌다가 총에 맞아 죽는 역할이었습니다.매컬럼은 이 시리즈에는 나폴레옹 솔로의 뒤를 이은 넘버2지만 곧 자신이 주역인 시리즈를 갖게 됩니다. 바로 한국에서 <얼굴없는 사나이>란 제목으로 방송됐던 The Invisible Man이죠.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다음 번 글은 '투명인간의 역사'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참, 맨 위에 사용된 사진은 <0011 나폴레옹 솔로>의 정리판 형식으로 1983년 제작된 TV 영화 <The Return of the Man from U.N.C.L.E.>의 한 장면입니다. 지금부터 23년전이지만 이미 로버트 본의 귀밑머리는 희게 변해 있죠.

로버트 본의 최근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기회는 얼마전 시네마TV를 통해 방송됐던 BBC의 인기 시리즈 <허슬 Hustle>이었습니다. 여기서 본은 왕년의 실력을 살린 노련한 늙은 사기꾼으로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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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매컬럼은 지금도 가끔 XTM에서 방송되는 <NCIS>에 고정 출연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진 뒷줄에 있는 말라드 박사 역이죠. 나이를 먹으면서 젊은 날의 날카로운 모습보다는 곱게 늙은 노인의 이미지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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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보원 0011 이야기는 이걸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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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C가 월요일 밤 <600만불의 사나이>로 한창 장안의 화제를 독점하고 있을 무렵, MBC는 목요일 밤 <특수공작원 소머즈>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합니다. 시청자들은 잠시 의아해했지만 곧 적응했습니다. 두 시리즈는 주인공 외에는 모든 배경이 똑같았기 때문이죠.

두 시리즈는 쌍둥이입니다. 스티브 오스틴(리 메이저스)과 제이미 소머즈(린제이 와그너)는 모두 오스카 골드맨(리처드 앤더슨)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OSI의 요원들입니다. 시청자들은 자세한 속사정은 몰랐지만, 아무튼 두 드라마가 같은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것은 쉽게 알아 차립니다. 심지어 <특수공작원 소머즈>의 몇몇 에피소드에는 '오스틴 대령'이 함께 등장합니다. 단지 방송사가 달랐기 때문에 귀에 익은 양지운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오지 않았다는 게 불만인 정도였습니다.

당시의 한국 시청자들은 몰랐지만 <특수공작원 소머즈>, 즉 Bionic Woman은 <600만불의 사나이>에서 갈라져 나온 드라마입니다. 인기 절정이던 <600만불의 사나이>의 주인공 오스틴 대령에게 여자친구를 마련해 주고, 그 에피소드가 인기를 끌자 이 여자친구를 주인공으로 한 새로운 에피소드를 탄생시킨 것이죠.

한 드라마에서 인기를 끈 설정을 그대로 끌고 나와 또 하나의 새로운 드라마를 론칭시키는 것을 흔히 스핀오프 Spin-off라고 부릅니다. 이 두 드라마는 지금까지 나온 거의 모든 스핀오프의 모범 사례로 꼽히죠. 최근의 히트 시트콤이었던 <프렌즈>는 스핀오프로 <조이>를 탄생시켰지만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데어데블>과 스핀오프인 <엘렉트라>는 두 편 모두 신통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죠.


아무튼 처음으로 제이미 소머즈, 미모의 프로 테니스 선수이며 우주비행사 스티브 오스틴의 옛 애인이었다는 스펙을 가진 이 여인이 처음으로 시청자들에게 등장한 것은 1975년 3월16일의 일입니다. 두번째 시즌으로 접어든 <600만불의 사나이>의 19번째 에피소드였죠.

이 에피소드의 소제목이 바로 The Bionic Woman입니다. 이듬해부터 3시즌에 걸쳐 방송될 인기 시리즈의 제목이 이때 정해진 것입니다.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일단 여기서 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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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후반의 어느 날, 그렇게 온 반 아이들(특히 남자 아이들)의 화제가 한 곳에 집중되는 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날따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보셨는데, 절반 이상이 '공군 전투기 조종사가 되겠다'고 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그렇습니다. 그 전날이 바로 <원더우먼>의 첫회, 트레버 소령(라일 와고너)이 버뮤다 삼각지대에 떨어져 원더우먼 린다 카터를 처음 만나 인간 세계로 데려오는 에피소드가 한국에서 방송된 날이었거든요.

전 세계인에게 원더우먼=린다 카터라는 등식은 깨진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이 시리즈를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도 이 사진을 보면 "원더우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린다 카터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원더우먼'이라고 말하면 '아하'하고 알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인데다, 린다 카터는 그 역할을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의 얼굴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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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배우들의 기준으로 볼 때 분명히 빠지는 얼굴은 아닙니다. 5피트 7인치(1m68 정도 되는군요)의 키에 35-23-34의 몸매, 윔블던 본선에도 올라간 적이 있는 전직 프로 테니스 선수에 저 정도의 외모라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1974년, 미국 방송이 린다 카터보다 2년 전에 원더우먼 역할을 할 여배우를 찾았을 때 선택된 것은 캐시 리 크로스비였습니다. 크로스비라는 성을 갖고 있긴 하지만 빙 크로스비와는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습니다.

이 <원더우먼>은 코믹스 판 <원더우먼>에서 다이애나 프린스와 트레버 소령이라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갖고 오긴 했지만 코믹스의 세계와는 사실 거의 관계가 없었습니다. 이 원더우먼의 능력도 뛰어나긴 했지만 린다 카터의 원더우먼에 비하면 정상적인 인간의 능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총알을 막는 팔찌 따위도 없었고, 대신 정교한 폭발물과 기계 장비가 임무 수행을 도왔을 뿐입니다. 의상도 독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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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 <원더우먼>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고, 그저 파일럿으로 끝나 버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사실 이 1974년판 <원더우먼>은 한국에서도 방송된 적이 있습니다.

린다 카터의 <원더우먼>이 한창 방송되던 도중-아마도 TBC의 구매 담당자와 미국 프로그램 판매사 사이에 뭔가 차질이 빚어진게 아닌가 추측해보지만- 아무런 예고 없이 캐시 리 크로스비의 <원더우먼>이 방송된 것이죠. 물론 성우까지도 다른 성우들을 썼기 때문에 혼동의 여지는 전혀 없었습니다. 단지 방송이 나간 뒤에 시청자들로부터 상당한 항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대체 '우리의 린다'는 어디다 갖다 버리고 저렇게 못생긴 여자를 대역으로 데리고 왔느냐"는게 항의의 주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크로스비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동일선상에서 경쟁을 벌였다 해도 그가 린다 카터를 이기기는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누가 저런 '국제 표준 미녀'에게 감히 대항할 수 있었을까요.

린다 카터에게 극장판 원더우먼 역할은 누가 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을 하자 "캐서린 제타 존스... 글쎄...?"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는데, 지금도 "차라리 린다 카터가 그냥 하라"는 약간 정신나간 팬들도 상당수 있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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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얘기 나오는 산드라 블록요? 그냥 영화 예산을 현찰로 바꿔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르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린다 카터는 <원더우먼> 외에는 배우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갑부 변호사 로버트 알트만(BCCI 스캔들이라는 아랍 테러리스트들이 관련된 엄청난 금융 스캔들의 주범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돈과 권력도 장난 아니란 얘기죠)과 결혼해 떵떵거리고 잘 살고 있습니다. 반면 크로스비는 근육에서 힘이 빠지는 희귀병으로 불행한 만년을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운명이 그에겐 지나치게 가혹했다고나 할까요.


캐시 리 크로스비판 원더우먼의 오프닝입니다.




그중 한 장면. 함정에 빠진 원더우먼입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린다 카터 원더우먼. 위기 돌파가 훨씬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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