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노래들엔 어떤 메시지가?
[손석희 뉴스9 엔딩 음악]
웬만한 예능보다 열기가 뜨겁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9'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 얘깁니다. 심지어 뉴스 끝날 때 나오는 엔딩 곡들까지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뉴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했습니다. "뉴스가 뭐 뉴스지, 새로울게 뭐 있누. 특종이나 나오면 몰라도..." 하지만 이미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종 없이도 새로운 뉴스가 어떤 것인지.
말로만 하던 심층성, 그러니까 '깊이 있는 분석'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지상파 뉴스의 불문율은 '1분30초'입니다. 1분30초 짜리 뉴스들을 길게 길게 붙인 것이 기본 포맷이죠. 이 길이가 넘어가면 시청자들이 지루해 한다는 것이 원칙처럼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JTBC 뉴스는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죠.
뭐 사실 이런 얘기를 길게 하려던 건 아닙니다. 새로운 뉴스이다 보니 새로운 시도가 많은데 그중 눈에 띄는 건 뉴스에 깔리는 '엔딩 뮤직' 입니다. 방송사 메인 뉴스의 마지막 부분에 노래가 깔리는 건 지금껏 볼 수 없던 현상이죠.
손석희의 '뉴스9'이 방송 첫주에 흘려 보낸 다섯 곡의 노래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참고로 선곡은 모두 직접 하셨습니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의미 깊어 보이는 건 2013년 9월16일, 손석희 앵커가 처음으로 뉴스를 진행한 날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입니다. 필 콜린스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을 선곡했죠. 물론 손 앵커 본인의 선곡입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밥 딜런의 원곡을 리메이크 한 것. 이 곡은 밥 딜런의 노래 가운데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이 리메이크된 곡입니다.
잠시 가사 보겠습니다.
사람들아 모여라, 지금 어디에 휩쓸려 다니든.
그리고 당신들이 키워낸 물결을 받아들여라,
얼른, 뼛속까지 젖도록.
그럴 만한 때라고 생각되거든, 흐름을 타고 헤엄쳐라.
아니면 돌처럼 가라앉을테니.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Come gather 'round people
Wherever you roam
And admit that the waters
Around you have grown
And accept it that soon
You'll be drenched to the bone.
If your time to you
Is worth savin'
Then you better start swimmin'
Or you'll sink like a stone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필자들이여, 비평가들이여, 오라.
그대들은 펜으로 예언하는 사람들.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라.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니.
그리고 너무 일찍 입을 열지 말라, 바퀴는 아직 돌고 있으니.
그리고 누구라고 아직 이름붙여 부르지 말라.
왜냐하면 지금의 패자가 나중의 승자가 될테니.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Come writers and critics
Who prophesize with your pen
And keep your eyes wide
The chance won't come again
And don't speak too soon
For the wheel's still in spin
And there's no tellin' who
That it's namin'.
For the loser now
Will be later to win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상원과 하원의원들이여, 오라
부름에 귀 기울이라.
문 앞에 서지 말고, 회당을 막지 말라.
왜냐하면 주저하는 자들이 곧 상처입는 자가 되리니.
밖에선 전쟁이 점점 더 뜨거워 가고
곧 당신들의 창을 흔들고 벽을 두들길테니.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Come senators, congressmen
Please heed the call
Don't stand in the doorway
Don't block up the hall
For he that gets hurt
Will be he who has stalled
There's a battle outside
And it is ragin'.
It'll soon shake your windows
And rattle your walls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이 땅의 어머니와 아버지들, 모두 오라
그리고 당신들이 이해하지 못할 뿐인 것을 비난하지 말라.
이미 당신의 아들딸들은 슬하를 떠났고,
당신들의 길은 빠르게 옛 것이 되어 간다.
도와줄 생각이 없다면 새 길에선 벗어나 주길.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Come mothers and fathers
Throughout the land
And don't criticize
What you can't understand
Your sons and your daughters
Are beyond your command
Your old road is
Rapidly agin'.
Please get out of the new one
If you can't lend your hand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그어진 선, 던져진 저주.
지금 느린 자가 나중엔 빠른 자가 될지어다,
지금의 현재가 나중엔 과거가 되듯이.
지금의 질서는 빠르게 낡아 가고
지금의 1등인 것이 나중의 꼴찌가 되듯이.
왜냐하면 지금은 변화의 시기이니까.
The line it is drawn
The curse it is cast
The slow one now
Will later be fast
As the present now
Will later be past
The order is
Rapidly fadin'.
And the first one now
Will later be last
For the times they are a-changin'.
공교롭게도 이 노래는 1984년 1월24일, IBM에 대항해 매킨토시를 내놓은 '젊은 사업가' 스티브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틀었던 노래입니다. 월터 아이잭슨이 쓴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에 있는 내용을 잠시 보시겠습니다.
- 애플의 회장인 잡스가 제일 먼저 무대에 올라 주주총회 개회를 선언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밥 딜런의 20년 전 노래 가사를 음미하면서 주주총회를 시작할까 합니다." 그는 살짝 미소 지은 뒤 앞에 있는 원고에 간간이 시선을 던지며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의 2절 가사를 읊었다. 잡스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노랫말은 이렇게 끝났다. '지금의 패자는 훗날 승자가 되리. 시대는 변하기 마련이니' 이 노래는 무대에 선 백만장자 회장으로 하여금 반문화적인 자아상을 떠올리게 만드는 찬가였다. (후략) -
애플이 매킨토시를 내놓을 당시, 전 세계의 컴퓨터 시장은 IBM의 차지였습니다. 애플이란 회사의 존재감은 없었죠. 그것을 뒤엎은 신호탄이 잘 아시는, 조지 오웰의 1984를 패러디한 애플의 광고였습니다.
이 맥락을 살펴 보시면 지금 JTBC의 뉴스가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 이 노래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굳이 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지 않습니다.^^
밥 딜런의 원곡도 한번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17일, 이어진 노래는 America의 'My Back Pages'입니다.
불행히도 이 노래를 America가 부른 버전은 유튜브에 없더군요.
그래서 원곡을 소개합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노래도 원곡은 밥 딜런의 노래입니다.
가사 내용은 좀 더 심오합니다만^^
주제를 요약하면 젊어서 너무 쉽게 판단했던 일들에 대한 후회. Ah, but I was so much older then, I'm younger than that now 라는 후렴구가 귀에 걸립니다.
어떻게 하면 '그때' 보다 더 젊어질 수 있을까요?
18일, Adele의 'Make You Feel My Love' 입니다.
"달은 밝다지만 생활고를 비관해 세상을 뜨는 사람들의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합니다. 고향에 계시든, 타지에 계시든 따뜻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엔딩 멘트에 이어졌습니다. 이 노래도 밥 딜런의 원곡을 아델이 리메이크 한 것입니다.
Go to the ends of the Earth for you
To make you feel my love
To make you feel my love...
가사에서도 따뜻한 느낌이 흐릅니다. 원곡은 굳이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밥 딜런과 프린스의 공통점은 리메이크할수록 듣기 좋아진다는...
(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9일, 추석인 목요일 밤의 엔딩 곡입니다. Toploader의 'Dancing in the Moonlight'.
처음으로 밥 딜런의 원곡이 아닌 곡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추석날, 축제 분위기를 북돋기 위해선 활기찬 선곡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밥 딜런의 노래 중에도 'Moonlight'이란 노래가 있습니다만, 가사는 좀 어둡습니다. Dancing in the Moonlight의 원곡은 1973년, 지금은 이름도 생소한 King Harvest라는 밴드가 불렀습니다.
제 느낌으론 이 원곡이 Toploader의 노래 보다 흥겹군요.^^
20일의 엔딩 곡.
고정 패턴은 없습니다. 이번엔 ABBA의 'When All Is Said And Done'입니다.
제목의 When All Is Said And Done'은 성경에 나오는 관용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약 미카서 4장 1절에 나오는 'But when all is said and done, God's Temple on the mountain, Firmly fixed, will dominate all mountains, towering above surrounding hills. People will stream to it'을 한국 성서는 "마지막 때에 주님의 집이 서 있는 산은 산들 가운데에서 가장 높이 세워지고 언덕들보다 높이 솟아오르리라. 백성들이 이리로 밀려들고..." 로 번역합니다.
'When all is said and done' 은 글자 그대로 '모든 것이 끝난 뒤' 라는 뜻입니다.
교차로에 섰지만 이젠 뛰고 싶지 않아요.
모든 게 끝났으니 이젠 더 이상 급할 게 없으니까요.
Standing calmly at the crossroads,no desire to run
There's no hurry any more when all is said and done
이렇게 해서 JTBC '뉴스9'의 새로운 첫 주가 끝났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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