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양 살다가 확

이탈리아식 생선찜 카르토치오, 누구나 할수 있다

송원섭 2018. 8. 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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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요리랄 것도 없는 음식을 야매로 만들어 먹곤 합니다만, 이번 경우엔 노력 대비 효과가 깜짝 놀랄 정도라 올려 봅니다.

위에서 보이는 비주얼을 보면 대략 뭐가 들어갔는지 보이실 겁니다.

이름은 카르토치오(Cartoccio), 이탈리아어로는 '봉지'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재료 리스트 나갑니다.

- 흰살 생선 (도미, 가자미, 광어, 민어 등등. 그런데 검색해보면 연어로 하신 분도 있고, 고등어나 꽁치를 쓰신 분도 있다고 합니다.)

- 마늘 (다진 것. 꽤 많이)

- 올리브유, 식용유, 버터 (대략 적당량)

- 조개류 (바지락, 모시조개, 홍합 등등 아무거나)

- 양파, 토마토

- 그밖의 야채 (뭐든지. 샐러리, 당근, 감자, 아스파라가스, 있으면 있는대로 다)

- 소금, 후추, (기타 허브 종류 뭐든지. 케이퍼, 바질, 딜, 등등등)

야매 요리는 본래 분량 표시가 없습니다. 그냥 다 "대강" 넣으시면 됩니다. 간은 원래 알아서 맞추는 겁니다.

흰살 생선이면 된다길래 마침 마트에서 파는 냉동 가자미살을 썼습니다. 뼈와 껍질을 제거해 바로 쓰면 되는 간편상품입니다. 물론 맛은 생물이 당연히 더 낫겠죠. 여유 되시는 분은 수산시장 가서 도미 잡아 손질해 오시면 됩니다.

500g에 9800원인가 하는데 300g을 해동해서 썼습니다. 올리브유, 소금, 후추를 손가락으로 살살 발라 둔 뒤 조금 휴식시간을 줍니다.

다음 바지락. 이것도 마트 상품으로 2000원짜리 2봉지 사서 해감을 시켰습니다. (해감법은 각자 알아서 하시구요)

싼 바지락이라 그런지 알도 작고 그리 만족스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다진마늘과 함께 약한 불로 볶기 시작하면 금세 식욕을 자극하는 냄새가 확 납니다. 이때 버터를 약간 넣으시면 풍미가 더 좋아집니다.

주의사항: 물은 절대 넣을 필요 없습니다. 이 요리 자체가 물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저렇게 볶다 보면 바지락들이 줄줄이 입을 벌리고, 거기서 물이 나옵니다. 물이 흥건해지면 불을 빨리 꺼야 합니다. 국물이 다 졸아붙을 때까지 볶으면 큰일납니다.

조개를 건져내고, 국물을 따로 모아 둡니다. 이 국물이 제일 중요합니다.

은박지를 넓게 펴고, 가장자리를 접어 그릇처럼 만든 다음, 거기에 재료를 차곡차곡 쌓기 시작합니다.

1. 제일 먼저 은박지 바닥에 버터나 식용유, 올리브유를 바릅니다. 당연히 재료가 붙지 않게 하기 위해섭니다.

2. 맨 아래층은 양파. 오래 조리할 게 아니기 때문에 얇게 썰어야 합니다.

3. 그 다음 층은 감자(있으면). 저는 이번엔 귀찮아서 안 넣었습니다. 아무튼 역시 얇게 써는게 중요.

4. 그 위에 생선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5. 그 위엔 아무거나. 제가 넣은 건 토마토, 올리브, 케이퍼, 조개, 쓰다 남은 다진 마늘입니다.

6. 아까 조개를 볶아 나온 진국을 살살 뿌립니다. 국물이 넘치지 않도록 은박지 주변을 잘 접은 뒤에 뿌리는 겁니다.

7. 그리고 술을 좀 뿌립니다. 저는 맛술과 먹다 남은 소주를 뿌렸습니다.

정상적으로는 화이트와인을 넣는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엔 확실히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호일을 대략 여미고(아마 위까지 여며지지 않을 겁니다), 위까지 호일로 뚜껑을 만들어 덮습니다.

대강 덮는게 아니라 안에서 국물이 새 나오지 않도록 밀폐하는게 중요합니다.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뿐만 아니라 국물이 끓으면서 올라오는 증기로 재료들이 쪄 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와인 향이 온 재료에 배는 것이 포인트라고 합니다.

싸맨 다음에는 본래 오븐에 넣고 찌는 것이 정식 방법인데 솔직히 말해 저는 오븐 사용법을 모릅니다.

저렇게 무쇠 팬 위에 올려 놓고 찌면 됩니다.

(저걸 어떻게 올려 하는 분들, 그러니까 처음부터 무쇠 팬 위에 은박지를 깔고 그 위에 재료를 쌓는 겁니다. 이해 가시죠?)

그리고 약한 불로 찝니다.

찌는 시간은 - 알아서 쪄야 합니다. 저는 생선 두께가 1cm 미만이라서 한 10분 쪘습니다.

주의: 찌는 동안 은박지 위쪽에 손 대면 큰일 납니다. 뜨거워요.

다 쪄 지고 뚜껑을 개봉하면 이렇습니다.

원래 뚜껑을 개봉할 때 나는 향기가 이 요리의 핵심이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항상 밀봉상태에서 식탁으로 가져와 개봉한다네요.

화이트와인을 썼다면 이때 효과가 확실했을텐데, 뭐 조개 국물 냄새 자체를 워낙 좋아하는 터라 이 냄새도 맡을 만 했습니다.

제가 처음 먹어 본 이 요리의 상태도 이랬습니다. 이건 종이 호일에 싸서 오븐에 구운 프로의 솜씨...

아무튼 이걸 먹어 보고, '내가 직접 해 봐야지!'라는 생각을 한 거였습니다.

그래서 결과는...

뭐 생선 300g과 바지락 두봉지가 그리 많은 양은 아니죠.

아무튼 잠시 후 이렇게 됐습니다. 2인분으로 적당한 양이었던 듯.

그런데 저 국물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맛나서.

그래서 적당량의 스파게티 면 투입.

(혹시 모르시는 분이 있을까봐: 스파게티 면은 따로 삶아서 넣어야 합니다. 저 위에 스파게티 넣고 끓이는 거 아닙니다. ;; )

문득 라면사리라면 그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을 좀 부어서...

스파게티 면도 타오르는 식욕 앞에선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습니다.

설거지감이 좀 나와서 그렇지 만드는 법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간단합니다.

아무튼 한번 해보고 얻은 교훈:

1. 생선이 좋을수록 맛있을 것이 분명하다. 냉동 가자미로 이 정도라면 생물은 정말 환상적일 듯.

2. 싼 화이트와인을 한병 사 둬야겠다. 요리용으로.

3. 새우를 몇마리 넣는 것도 좋겠다. (오징어...?)

4. 토마토 소스, 청양고추, 타바스코 소스 등도 활용 가능할 듯.

5. 어차피 먹을 거라면 스파게티 면은 좀 일찍 삶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최소한 먹기 시작할 때 물도 끓이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