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좀 하다가/드라마를 보다가

개취로 뽑아본 2019년의 10대 영미 드라마

송원섭 2020. 2. 2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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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2019년에 다 본 것도 아니고, 대략 지난 1년간 본 드라마들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들입니다.

이 어지러운 시국에 제가 세상에 뭘로 봉사할 수 있나 잠시 생각을 해 보다가, 아무래도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이런거나 좀 보시면서 시름을 달래시라고 권해 드리고자 합니다. 요즘 일본 드라마는 통 본게 없어서 추천을 못 합니다. 혹시 재미있었던 것들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매일 매일 뉴스 보신다고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울분만 더 쌓이고, 욕하고 싶은 사람만 늘어납니다. 그러느니...

리스트 들어갑니다.

1. 더 보이즈 The Boys

아마도 2019년에 본 것들 중에 재일 재미있었던 걸 꼽으라면 이 드라마를 들겠습니다. 출장 다니고 정신없던 틈틈이 위안이 되었던 작품입니다.

어벤저스가 실제로 존재하는 세상. 그 어벤저스는 거대한 돈벌이의 소재가 되어 있습니다. 어벤저스를 관리해 주는 기업이 초우량기업이 되어 있죠. 이 기업은 미국 정부와 거래해서 미국의 치안 유지를 외주로 관리해주는 일을 합니다. 게다가 어벤저스가 나오는 드라마,영화, 다큐, 책, 그리고 수없이 많은 머천다이즈 상품 개발까지 안 하는 분야가 없습니다.

이렇게 슈퍼히어로가 잘 되는 사업이다 보니 미국 시골 동네마다 슈퍼히어로 선발대회(아메리칸 아이돌 풍의)가 열리고,청소년들 중 일정 정도의 초능력을 가진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스타 슈퍼히어로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그런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아마존 프라임의 작품 선정 능력에 신뢰를 갖게 한 작품.

2. 배리 Barry

전통의 명가 HBO의 걸작. 내심은 착하지만 갖고 있는 거라곤 사람 죽이는 기술밖에 없는 사이코패스 킬러가 어느날 연기를 통해 자아실현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됩니다. 사이코패스가 연기를? 감정의 공유가 안 되는데 도대체 무슨 수로 연기를? 그러니까 드라마죠. ㅎ

 

3. 코민스키 메소드 Kominsky Method

왕년에도 그리 잘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자 깨나 울렸던 배우 역으로 마이클 더글러스가, 그리고 그의 평생 친구 겸 에이전트(변호사) 역할로 앨런 아킨이 나옵니다. 실제 노인들이 노인 역을 하죠.

연기 학원을 운영하는 마이클 더글러스(이거 때문에 Barry와 몇 장면이 겹쳐 보이기도 합니다)는 여전히 철딱서니 하나 없고, 상처를 한 앨런 아킨은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합니다. 공통점이라면 두 사람 모두 '선량한 노인'은 아니라는 것. 제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마음은 사실 별로 안 늙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매우 공감이 갑니다. 아무튼 2019년의 넷플릭스 시리즈라면 이걸 꼽겠습니다. 시즌2도 재미있네요.

 

4. 폴리티션 The Politian

약간 취향을 탈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2020년 넷플릭스 최고의 드라마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아무래도 올해 안에 넷플릭스에서 더 재미있는 드라마가 나오지는 않을 것 같은.

구조는 고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인데 하는 짓들은 프로 정치인들을 넘어섭니다. 라이언 존슨 감독의 <브릭 Brick> 같은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해가 빠를 듯. 주인공 벤 플랫은 왕년에 토니상을 받았던 뮤지컬 스타 출신으로, 극중에서도 몇 차례 뛰어난 노래 실력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물론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엄청나게 몰입감있는 드라마입니다.

5. 빌어먹을 세상따위

개인적으로 넷플릭스의 수많은 콘텐트들 가운데 넘버 1은 이 작품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뽑은 작품들이 전부 일상생활에 적응하는 데 문제가 있는 주인공이 뭔가 살아남아서 이뤄 보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들이네요. 그게 제 취향인 모양입니다. 그렇게만 얘기하면 어두운 이야기로 보이기 쉽지만, 엄청난 코미디입니다.

이 작품 역시 도라이 중의 상 도라이인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 대한 애정 혹은 호감만으로 어떻게든 이 거지같은 세상을 살아가 보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웃기기도 하면서 몇몇 장면에선 눈물을 자아내기도. 시즌 2가 시즌 1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주인공들의 후일담을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6. 굿 오멘스 Good Omens

아마도 많은 분들이 영화 <오멘>에 대해서 들어 보셨을 겁니다. 6월6일6시에 악마의 자손이 인간 아기의 형상으로 태어나고, 그 아들이 명문가의 아들로 둔갑해 성장하면서, 몇몇 사람들이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이 아이를 없애려고 노력하는 이야기 말입니다.

이 드라마는 그 고전 공포영화 오멘> 패러디입니다. 즉 코미디라는 뜻이죠. 천국과 지옥은 두 개의 진영으로 묘사되고, 지상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인간들과 함께 살아온 천사와 악마가 있습니다. 당연히 천사의 역할은 그 아기를 찾아내 제거하는 것이고, 악마는 그 아이가 자라나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때까지 보호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인간세상의 재미를 다 알아 버린 천사와 악마(당연히 수천년 동안 적수로 지내다 보니 미운정 고운정이 다 들었습니다)에겐 아마겟돈이며 세상의 종말이며 이런 것들이 다 귀찮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선택은...?

닐 게이먼의 원작도 탄탄하고, 냉전시대 미소 양대진영의 노숙한 스파이들을 연상시키는 두 주인공의 연기가 그만입니다. 이건 아마존 프라임에서 보시면 될 듯.

7. 잭 라이언

톰 클랜시 소설을 보시거나, <긴급 명령> 같은 영화들을 보신 분이라면 잭 라이언이라는 캐릭터를 잘 아실 듯. 영화에서는 해리슨 포드가 주로 맡았던 역할이기도 합니다. 물론 알렉 볼드윈도, 벤 애플랙도 한 작품씩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영화속의 잭 라이언은 이미 박사로 산전수전 다 겪은 cia 분석가였지만 드라마 속 잭 라이언은 그 잭 라이언 박사의 젊은 날이라고 보시면 될 듯. 아무튼 액션은 상큼하고, 시원합니다. 특히 존 크라신스키라는 주인공, 왕년에 <오피스> 같은 작품에 나오던 찌질이 배우가 이런 매력이 있다니 참 신기하기도.

 8. 트레드스톤 Treadstone

,제이슨 본이 출연하는 <본> 시리즈에 나오던 기관 이름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혹할만한 시리즈. 제이슨 본 처럼 과거 잃은 전사들을 키워내던 비밀조직 트레드스톤의 잔재가 전 세계에서 되살아납니다. 그리고 그중에 북한도 있습니다.

물론 이 드라마에 나오는 북한은 <사랑의 불시착>에 나오는 북한과는 천지차이. 그리고 거기서 북한 출신의 여성공작원으로 한효주가 나옵니다(그 밖에도 한국 배우들이 깜짝 출연을…). 긴장감 넘치는 수작. 아직 시즌2가 결정되지는 않은 모양인데, 시즌2가 나온다면 생각보다 엄청난 장편이 될지도.

 

9. You

생각해보다가 좀 지났지만 이 작품도 재미있게 봤다는 게 생각났습니다. 언젠가 캐럴라인 캐프리스 원작 소설 <무니의 희귀본과 중고책 서점>이라는 책을 본 적이 있는데, 드라마를 보다 보니 이게 그 얘기더군요. 그런데 출연 배우들의 호연으로, 책보다 드라마가 확실히 생동감이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드라마를 그냥 무서운 이야기라고만 생각하기도 하시던데, ‘스토커는 자신의 어떤 감정을 사랑이라고 느낄까라는 시각에서 보면 매우 흥미로운 드라마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포인트, ‘어떻게 보면 스토커보다 더 무서운 여주인공을 발견하신다면 매우 만족스러운 시청이 되실 거라고 생각. 남자주인공 펜 베즐리는 <가십걸>의 그 남자 맞습니다.

 

10. 디스커버리 오브 위치즈 Discovery of Witches

사실 좀 망설이다 10위에 넣었습니다. 10위의 경합작품은 <킬링 이브> 인데, 앞부분은 흥미로웠지만 뒤로 갈수록 등장인물들의 지능이 뚝뚝 떨어지면서 애정이 식었습니다.

<디스커버리 오브 위치즈>는 뱀파이어인 남주와 위치인 여주의 사랑을 중심으로 한 비인간 종족들의 치고 받는 과거사가 주 내용은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어찌 보면 성인 버전의 <트와일라이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남주 역의 매튜 굿 같은 좋은 배우들이 나오면서 뭔가 설정의 빈 구석이 채워진 느낌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근래 보았던 화제의 판타지 드라마들, <위처>나 올란도 블룸의 <카니발 로우> 보다 편안했습니다.

 

그리고 <더 크라운> <아웃로 킹> <메시아> <종이의 집> 등은 강한 추천이 있었지만 보고 나니 결국 제 취향은 아닌 것으로…. , 이제 여러분이 보신 것들을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