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방법
어느날 갑자기 사람들이 지옥으로 소환되기 시작하고, 어떤 수단도 그 소환을 막을 수 없다. 이 소환은 신의 심판일까? 그럼 그 소환되는 자들은 모두 죄인일까? 그렇게 믿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 믿음은 곧 깨져간다.
<지옥> 단상.
1. <오징어게임>이 무서워서 못 봤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아니 그러면 대체 <추격자들>이나 <곡성>은 대체 다 누가 본 거였나 의아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슬래셔 계열의 호러는 매우 싫어하고 윤종찬의 <소름>이나 장재현의 <사바하>같은 영화에 열광하는데, 이런 장르에서 <지옥>은 오랜만에 재미있게 몰입할수 있었던 작품이다.
2. 다만 넷플릭스 오리지날 시리즈를 볼때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지옥>도 예외가 아니다. 주제와 이야기가 모두 흥미롭고 연출도 좋지만, '좀 길다'. 물론 주관적으로 길다. 1~3부까지 훌륭한데 4~6부는 정말 작품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면 2회 정도로 줄였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3. 여기에 개인적인 취향으로, 묵시록적 세계관을 가진 작품들의 몇가지 뻔한 캐릭터 고구마 공식들(이를테면 스토리를 이끌어야 할 기자나 형사 캐릭터는 고독한 고집쟁이라서 남의 말을 안 듣고, 남들도 그의 말을 안 듣고, 늘 혼자 움직이는데다 항상 판단도 관객보다 한박자 늦어서 결국 곤경에 처한다는)을 매우 싫어하는 편인데, 굳이 거기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안이함이 좀 아쉽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지만, 이런 초자연적인 재난에 대해서는 과학계와 군, 경찰 등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차피 결과는 별 차이 없다고 해도 현재 인류가 갖고 있는 과학기술의 수준에 비해 사회적인 대응이 너무 무기력하고 별 고민이 없다. "지구상에 없는 물질이랍니다" 만으로는 아무래도 아쉽다.
4. 개인적으로 전편을 통해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6부에서 이동욱(캐릭터 이름임)과 새진리회 최고간부들이 스피커폰을 켜고 대화하는 장면. 이런 장면이 더 많았으면 좋았을걸.
5. 유아인이 교주 역을 맡는다는 말을 듣는 순간 누구나 아 이건 대박이구나 생각했겠지만, 역시 유아인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과연 이 역할을 누가 이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었을까 싶다.
P.S. 글로벌하게 또 터진듯. 뭐랬어요. <오징어게임> 말고도 앞으로 줄줄이 많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