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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이 다 흘러가버렸네요. 다시 봄이 오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듯 합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누구나 마음이 급해지지만 그래도 잠시 여유를!

 

 

 

10만원으로 즐기는 11월의 문화가이드 (2014)

 

왠지 12월과 1월이 시작과 끝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중요한 달로 꼽히다 보니 11월과 2월은 약간 곁다리처럼 느껴지곤 해. 하지만 올해 11월은 상당히 볼거리 많은 달이더군.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마이클 볼튼, 제이슨 므라즈, 림프 비즈킷, 여기에 플라시도 도밍고와 호세 카레라스(같이 오시는 거 아니야. 각각이야)까지 굵직굵직한 내한공연이 잡혀 있다. 물론 이 페이지에서 다루기엔 매우 비싼 공연들이야. 그러니 개인적으로 여건이 되시는 분들은 알아서 카드를 긁으시고, 우리는 갈 길을 가자고.

 

평소 클래식에 전혀 관심 없던 분들도 연말만 되면 왠지 베토벤 교향곡 9번이나 말러 교향곡 2, 모짜르트의 레퀴엠, 가끔은 베르디의 나부코에 나오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시더라고. 물론 그런 분들을 위해서 서울시향이 올해도 1226일에 합창교향곡 공연을 준비했는데, 이미 늦었어. 매진이야. 그런 분들 때문에 27일 추가로 만들어진 공연 역시 매진이야. 하지만 프로이데를 듣지 않으면 도저히 2014년이 마감될 것 같지 않은 분들에게 아직 기회가 있어.

 

112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헨델 메시아 & 베토벤 합창 교향곡공연이야. 서희태가 지휘하는 밀레니엄심포니 연주에 김동규 박미자 등의 협연으로 메시아의 하이라이트와 잘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들, 그리고 베토벤 9번 교향곡의 4악장을 연주해. 뭔가 처음 보는 형상의 발췌 공연이라 좀 지나치게 대중적인 포맷이란 느낌은 드는데, 아무튼 앞서 말했듯 꼭 필요한분들을 위한 안내. ‘추천은 아니야. 티켓은 20만원부터 4만원 짜리까지.

 

 

(...참 묘한 공연)

 

그럼 추천은 지금부터. 이달은 국립극장의 레퍼토리가 좋아. 일단 1031일부터 시작되는 단테의 신곡무대에 눈길이 가. 누구나 다 아는 고전을 한태숙 연출로 재해석해서 이미 지난해 매진사례였던 작품이지. 정동환 박정자 등 대배우들의 관록이 빛난다고나 할까. 7만원부터 3만원까지 있는데 볼게 많으니 일단 3만원짜리 A석으로 하자고.

 

 

 

 

다음은 20일부터 126일까지 공연되는 안드레이 서반의 춘향이야. 혁신적인 연출로 유명한 루마니아 출신 연출가 안드레이 서반이 창극 춘향전의 연출을 맡은 무대지.

 

유럽 연출가가 창극을? 그게 말이 돼? 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거야. 하지만 그렇게 친다면 한국 연출가가 셰익스피어 극이나 푸치니의 오페라를 연출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지. 또 한국에서도 같은 햄릿이라 해도 기국서 판 햄릿이나 안민수의 하멸태자처럼 변형한 작품이 각광을 받기도 하고. 아무튼 개인적으로도 매우 관심이 가. 5만원에서 2만원. 달오름 극장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2만원으로 일단 설정.

 

 

마지막으로 국악을 넘어 선 마스터 양방언의 공연 에볼루션 이 있어. 굳이 따로 설명은 필요 없겠지? 특히 지난 7여우락때 매진이라서 공연을 놓친 사람들이라면 이번 기회를 노리는 게 좋을 것 같아. 7만원~3만원 까지 있는데, 그냥 우리는 3만원 정도로 하자고. 중요한 건 현장이고, 음악이잖아?

 

이달에 추천하고 싶은 책은 나온지 좀 됐어. 200년 정도?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 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실제로 읽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어. 특히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의 성장 과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할 책이야. ‘역린에서 이산’, ‘성균관 스캔들’, ‘비밀의 문까지 수많은 작품들의 원형을 여기서 볼 수 있거든. 여러 출판본 중에선 정병설 교수의 번역본을 권하고 싶어. 그냥 번역만으로는 맛볼 수 없는 상세한 해설을 통해 풍성한 배경 지식까지 얻을 수 있어. 인터넷 가격으로 약 12000.

 

11월은 이렇게 보내도록 해. 연말에 보자고.

 

10.31~11.8 국립극장, 단테의 신곡, A 3만원

11.20~12.6 국립극장,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 A 2만원

11.28~11.30 양방언, Evolution 2014, A 4만원

한중록, 정병설 편역  12000

총액 약 102000

 

 

안드레이 서반에 대해서 잘 아는 건 아닙니다. 다같이 참고용으로 서반이 연출한 파리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에서 '광란의 루치아' 장면입니다.

 

 

그리고 이건 영국 로열 오페라의 2013년 '투란도트' 공연. 서반이 처음 디렉터를 맡은 것은 1984년의 일이지만 당시의 연출 버전을 아직도 공연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1943년 생이니 이미 70대의 노장. 1960년대, 그러니까 팔팔하던 20대에 벌써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가부키 스타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려서 역사상 가장 야심만만한 연출이라는 호평을 받은 양반입니다. 그러니 70, 80년대에 이미 최고의 거장 대접을 받았고, 연극에 머물지 않고 오페라와 영화에까지 발을 뻗었던 양반입니다.

 

이런 경력에 비쳐볼 때 '아니 어떻게 서양 사람이 춘향전을...'이라는 식의 생각은 한참 기우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어떤 무대가 될지 저부터도 참 궁금합니다. 꼭 가 볼 생각.

 

 

 

마지막으로 한중록.

 

사실 고백하자면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사도세자와 정조, 그 시대에 대한 글을 썼지만 지금껏 한중록을 통독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중록이야말로 그 시대에 대한 가장 상세한 기록이라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었지만 이미 혜경궁 홍씨는 노론의 영수 홍씨 집안의 딸이었으므로 그 기록은 사도세자에 대한 왜곡으로 점철돼 있을 거라는 논리에 노출된 뒤였으므로, 굳이 그 내용을 봐야 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던 탓도 있었습니다.

 

그 내용을 감안하고 '한중록'을 읽으면 혜경궁 홍씨의 스탠스는 참 정치적으로 절묘합니다. 사도세자가 죽을 죄를 지었다 해도 곤란하고, 안 지었는데 누명을 쓰고 죽었다 해도 곤란할 처지에 있으니 글의 방향은 '일련의 사건들은 사실이나, 세자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병(광증)의 소치'라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수백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 과연 그 주장 하나 하나가 얼마나 사실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겠으나, '한중록'을 한번쯤 읽어 보고 나면 혜경궁을 '남편의 목숨보다 친정의 권력에 더 무게를 실었던 여자'로 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실 그 반대쪽의 논리가 좀 부실하다는 점도 큰 몫을 합니다.)

 

 

그리고 중간의 '헨델의 메시아+베토벤의 합창' 공연은 그냥 '살다 보니 이런 공연도 있더라' 정도로만 이해해 주시길.^^

 

 

좀 이르긴 하지만, 뉘른베르크에서 올해 6월에 있었던 플래시 몹입니다. 들을 만 합니다.

 

연말에 잘 대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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