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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핏줄은 어쩔수 없더군요. MBC TV '지붕뚫고 하이킥'을 오랜만에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여유와 자신만만을 모토로 하고 있던 지훈도 순재의 핏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에피소드였습니다.

지훈(최다니엘)은 정음(황정음)의 소꼽친구라는 박지성(아나운서 오상진)을 우연히 만나지만, 이것 역시 자신의 질투를 유발하기 위한 정음의 뻔한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석모도로 MT를 간다는 말에도 하하 웃으며 허락합니다.

하지만 지훈의 예상과는 달리 이번엔 정음의 작전이 아니었고 박지성이 정말로 정음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훈은 그냥 불덩어리가 돼 버립니다. 줄리엔과 함께 있는 자옥을 본 순재나, 세호에게 수학을 배우던 세경을 본 준혁처럼 말이죠. 결국 이 집안 남자들은 모두 질투의 화신이었던 겁니다.

이걸 보면서 낄낄거리고 웃다가 문득 오랜만에 '작업1의 정석' 폴더에 글을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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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순재네 남자들은 정상적인 남자들의 눈으로 볼 때 - 물론 시트콤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 전형적인 남자의 질투 패턴에서는 꽤 벗어난 반응을 보입니다. 엄밀히 말해 질투를 느끼는 현상 자체에서는 남녀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우선 여자들은 질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대단히 직접적이고 직설적인 반면, 남자들은 자신이 느낀 질투를 겉으로 드러내는 데 대단히 소극적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남자들은 질투를 표현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남자답지 못하고 쪼잔한 짓'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질투를 표현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무관심의 가장입니다. 상당히 역설적이지만, 실제로 그렇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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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나 연인이 함께 외출해 백화점에 갑니다. 서로 어느 정도 떨어져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데, 여자 쪽에서 한 남자와 친하게 아는 척을 합니다. 남자는 그 장면을 보지만, 절대 다수의 남자는 그쪽으로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절대 다수의 여자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자, 그 여자가 누군지 나한테 어디 설명해 봐'라는 듯 자기 남자 옆으로 다가가는 것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여자와 새로 나타난 남자가 한참을 대화해도 남자는 못본 척 합니다. '자기 여자가 다른 남자와 이야기하는 광경을 엿보는 놈' 조차도 되기 싫은 겁니다. 눈이 마주치면 가서 인사를 나눠야 할지도 모르는데,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합니다. (역시 많은 여자들이, 자기 남자와 인사를 나누는 여자가 누구인지 당장 알아내고 말겠다든가, 혹은 새로 나타난 여자 앞에서 이 남자는 내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공표하고 싶어하는 것과는 정 반대겠죠.)

여자는 외간남자와 대화를 나누다 자기 남자가 어디 있나 시선을 돌려 보지만 자기 남자는 딴데를 보고 있거나 갑자기 옷 고르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그렇다고 절대 옷 갈아입는 방 같은 곳에 들어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외간남자는 자기 갈 길을 갑니다.

다시 둘이 된 남녀. 남자는 그놈이 뭐하는 놈인지 물어 보고 싶어 죽을 지경이지만 죽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습니다(반면 극도의 자제력으로 곁에 가지 않은 여자라도, 외간여자가 사라지자마자 빛의 속도로 다가와서 '누구야?'라고 물어보는게 보통이겠죠). 먼저 '아까 너랑 얘기하던 그놈 누구야?'라고 물어보는건 정말 쪼짠한, 사내도 아닌 놈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자존심이 허락지 않죠. 이러다 여자가 아무 언급도 않고 집에 가 버리면 남자는 정말 미치고 환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세상에 그런 얘기를 않고 집에 가는 여자는 없습니다. 뭐 정말로 몰래 바람 피는 상대를 우연히 만난 거라면 찔려서 얘기를 안 꺼낼 지도 모르지만, 세상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이럴 때 자기 남자에게 얘기를 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말을 꺼내죠.

여: 그 왜 아까 내가 매장에서 아는 척 한 남자 있잖아?

이럴 때 남자들의 가장 흔한 반응은 뭘까요?

1) 아, 아까 그 잘생긴 남자?
2) 아, 아까 그 다리 짧은 놈?
3) 아, 그 사람 백화점 점원 아니었어?
4) 응? 누구?

네. 아마도 4번이 가장 흔한 답일 겁니다(자존심이 강한 사람일수록, 그리고 문제의 남자가 왠지 신경이 쓰이는 제법 그럴싸하게 생긴 사람일수록 4번을 고르는 경향이 짙을 거라는 사실도 분명합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무의식적으로 '뭐? 난 네가 누구랑 얘기를 하건 말건 아무 신경도 쓰지 않고, 사실 아까 너랑 어떤 놈이랑 친하게 대화를 나누는 걸 보긴 했지만 그런 발가락의 때 같은 놈에 대해선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어. 그래서 그런 놈과 네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조차도 나는 기억하고 있지 않아. 그런 놈 따위가 나의 주의를 끌 수는 없고, 그따위 놈과 네가 대화를 한다고 해서 나는 절대 질투 따위를 느끼지 않아'라는 의미로 4번을 선택하기 마련입니다.

네. 바로 이것이 남자의 질투 표현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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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반응을 하게 남녀를 만들어 놓은 건 조물주의 장난기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세상에 사는 여자의 절대 다수는 자기 남자가 자신에 대해 은근히 질투를 내비칠 때(특히 평소에 안 그런 남자일수록) 즐거워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남자의 90%는 자신의 여자가 자신에 대해 질투의 기색을 보일 때 '이 여자가 언제 의부증 환자로 변해서 나의 목을 졸라오지 않을까'하는 공포감을 느낍니다. 가장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이 서로를 실망시키게 프로그래밍됐다는 건 아무래도 그 프로그래머의 저의를 의심하게 합니다.

그러니 현명한 남자라면, 적절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흔적을 남겨서 '사실 나도 조금은 질투를 느낀다'는 것을 여자친구(혹은 아내)에게 풍겨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미세한 흘림이라도 여자들은 그런 흔적을 놓치지 않고 즐거워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여자분들은 앞으로 남자들이 '응? 누구?'라고 말할 때, '아하, 이놈이 질투가 나서 죽을 것 같은데 꼴에 자존심은 있어서 이러는구나'라고 이해하고 그냥 흐뭇해 하시면 됩니다.^^

마찬가지로 여자들도 남자들에게 들이대듯 '누구야? 후배야? 친구야? 어떻게 알아?'하고 올가미를 펴는 것은 그리 현명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냥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내가 보고 있다'는 걸 인식시켜 주는 정도, 혹은 '그 여자 예쁘던데' 정도만 해 줘도 남자들은 '너 내가 다 보고 있어. 한눈 팔면 뼈와 살을 분리시켜 줄 줄 알아'라는 뜻으로 충분히 알아듣고 경기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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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만약에 '지붕킥'의 순재네 집안 남자들처럼 대놓고 눈에서 이글이글 불이 타오르는 남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어머, 이렇게 질투하는 걸 보니 이 남자는 정말로 날 뜨겁게 사랑하나봐. 그래. 바로 이런 남자야'라고 해석하면 큰일납니다. 그런 남자는 절대 만나면 안 됩니다. 그 정도로 감정이 통제되지 않고, 자존심에도 큰 문제가 있는 남자는 언젠가 큰 사고를 칠 거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리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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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관계에 있어 만고의 진리 중 하나는, '정말 괜찮은 남자를 내버려두는 여자들은 없다'는 겁니다. 가끔 아주 간혹, 정말 괜찮은 여자가 이상한 이유로 솔로로 남아 있는 경우는 있지만 괜찮은 남자가 스스로 결혼을 기피한 것도 아닌데 일정 연령 위를 넘어가 있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많은 여자들이 친구 결혼식 같은 데 가서 '왜 멋지고 매너있는 남자들은 다 짝이 있는 거냐'고 푸념을 합니다. 겪어 보면 이 말도 명백한 사실입니다. 비슷한 또래의 총각들과 유부남들을 비교해 보면, 유부남들보다 나아 보이는 총각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겁니다. 총각이 한 다섯살은 젊어야 유부남들과 견줄만 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가장 상식적인 이유는 여자들이 보는 눈이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봐도 괜찮은 남자들은 서른을 넘기지 못하고 대부분 짝을 만납니다. 여자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괜찮은 남자들은 나이를 먹도록 내버려 두지를 않습니다. 악착같이 잡아내서 자기 남자로 들어앉히죠.


"자, 이제 아무데도 못 가."

하지만 이렇게 치부할 수 없는 두번째 이유가 있습니다. 반드시 유부남이 아니더라도 짝이 있는 남자가 좀 더 나아 보입니다. 이건 또 웬일일까요. 당연히 괜찮은 남자가 후줄근한 남자보다는 애인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겠죠. 하지만 그 이상의 이유가 분명히 있습니다.




"역시 때깔을 봐도 이쪽이 낫지...? 암?" 이런 건 아닐 수도 있죠.


남자는 주변에 여자가 있어야 다듬어집니다. 여자가 매만져주는대로 대부분의 남자들은 따라 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실 남자를 돋보이게 하는 건 외모 자체보다는 분위기입니다. 여자와는 다르죠. 남자들은 옷 입히는 대로, 가꾸면 가꾸는 대로 달라집니다. 모든 남자와 여자가 낼 수 있는 외모의 최대치를 100이라고 할 때, 여자들은 내버려 둬도 스스로 자기가 낼 수 있는 최대치의 70 이상은 대부분 가꾸고 사는 반면 남자들은 어지간히 일찍 이런 면에 눈을 떴거나 게이가 아닌 바에는 자연상태에서 50을 넘지 못합니다. 여자들의 손길에 의한 발전의 여지가 큰 거죠.

외모 뿐만 아니라 성품이나 매너도 마찬가지입니다. '멋진 남자'라는 것은 사실 여자들이 만들어 낸 환상과 현실의 중간 어디쯤에 걸쳐져 있는 것이고, 여자들이 보기에 멋진 남자는 절대로 자연 상태에서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 남자들은 모두 학습을 통해 단련된 남자들입니다. 그 학습은 누가 시킬까요. 여자들 아니면 누가 시키겠습니까.

여기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겁니다. '멋있는 남자들은 다 짝이 있더라'는 것은 당연한 진리지만 그 남자들이 그 여자들과 짝을 이루기 전부터 멋있는 남자들이었느냐, 이건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 남자들이 멋져지기까지엔 그들을 갈고 닦은 수많은 여자들의 고충이 숨어 있었다는 것이죠.


이런 남자를 가져다가...

그저 평범해 보이는 돌 같은 남자를 주워서 매끈한 차돌로 만들어 내 데리고 다니는 여자들의 웃음 속에는 뿌듯함이 넘쳐 흐릅니다. 유부남들이 총각보다 멋져 보인다구요. 제가 보기엔 그 절반 이상은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남자들입니다.


이렇게 말입니다.

가만히 앉아서 다른 여자들은 무슨 재주로 저런 놈들을 꿰 차고 다닐까 생각하는 여러분은 상대적으로 게으른 겁니다. 그 여자들이 집안이 유난히 좋고 미모가 뛰어난 경우도 있겠지만, 평범한 여자도 남자 보는 안목만 있으면 어설픈 놈들을 데려다 괜찮은 놈으로 키워낼 수 있습니다. 남들은 놀면서 괜찮은 남자가 하늘에서 떨어진 게 아니란 말입니다. 세상 너무 편하게 살 생각 마십쇼.


처음부터 이런 남자 없습니다.

이런 얘기를 하면 가끔 엉뚱한 얘기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기껏 한 놈 주워다가 멀쩡하게 만들어 놨더니 키워준(?) 공도 모르고 '다른 년'에게 포르르 날아가 버리더라구요. 사실 사내라는 놈들은 이런 고마움은 전혀 모릅니다. 이런 얘기 하시는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을 당한 분, 당신은 이제 남자 키우는 법을 마스터했습니다. 당신은 언제든 원석을 주워다 가공할 수 있습니다. 자부심을 느껴도 좋습니다. 머잖아 당신에게는 또 다른 원석이 눈에 띌 겁니다. 그 돌을 연마하다 보면 옛날의 지나간 돌 따위는 금세 잊을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엔 인성에 좀 더 신경을 쓰시기 바랍니다. 뭐 이러면서 다 배우는 거죠.

P.S. 옛날 집에 2년 전쯤에 썼던 글이지만 아직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좀 분주해서... 새 글은 '추노' 재방송이나 좀 보고 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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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그것은 한 대의 오토바이와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한 후배가 얼마 전 자기가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내용인 즉, 연애를 못 하는 여자는 어딘가 연애세포가 정상인에 비해 모자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는데 그 예화로 자신의 친구가 겪었던 이야기를 들었더군요.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한 여대생이 밤에 학교를 나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는 모임 장소로 가는 도중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만납니다. 우산도 없고, 비를 피할 데도 없고, 쉬이 그칠 비 같지도 않아서 무대책으로 비를 맞고 가는데 길 옆으로 오토바이 한대가 서더니, 몰고 가던 남자가 뒤에 타라고 말을 걸더라는군요.

당연히 처음엔 거절했겠죠.



...이런 남자면 또 모를까...



그러자 남자는 "우리 같은 수업도 들었는데 나 모르겠느냐"고 친근감을 표시하더랍니다. 보아하니 무슨 과의 누구인지도 대략 알겠고, 위험한 사람도 아닌 것 같았지만 몇 번을 권하는데 왠지 그건 아닌 것 같아 오토바이를 그냥 보냈답니다. 하지만 막상 보내고 나니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두고 두고 남더라는 것이죠. 만약 탔더라도 별 일 없었을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주위의 다른 사람에게도 일어났답니다. 그 부분은 제가 거친 글로 옮길 수가 없어 본문을 잠시 업어오겠습니다.



근데 웃긴 건요, 제 대학 여자동기도 비슷한 일이 있었던 거예요

저랑은 달리 여리여리하고 여성스러운 성격의 귀여운 전라도 아가씨인데

그녀는 냉큼 그 오토바이를 탔다네요. 그리고는 이렇게 생각했대요

"아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요




잇힝~~~ 이런 분위기?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 그 아가씨(당연히 오토바이 탄 아가씨)는 지금 결혼해서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고 합니다. 오토바이를 태워준 그 남자와 결혼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럴 수도 있고, 또 이런 타입의 아가씨라면 그 남자와 헤어졌더라도 금세 또 사랑할 수 있는 남자를 찾았겠죠.

이 이야기에 후배는 '오토바이로 본 결혼할 수 있는 여자와 그렇지 않은 여자 판별법' 어쩌구 하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물론 공감이 가는 얘깁니다. 하지만 하나만 지적하자면, 이런 일은 남자에게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찬스가 왔을 때 본능적으로 '아 이게 찬스구나'하고 생각하면서도 몸이 따르지 못해 골을 넣지 못하는 경우는 두고 두고 기억에 남아 그 사람을 괴롭힙니다. 글자 그대로 트라우마가 되는 것이죠.

저는 문득 이런 옛날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한 아주머니가 지붕이 새는 것을 깨닫고 동네 잡일을 해주는 40대 노총각 아저씨를 불렀다.

잠시 후 와장창 소리가 나서 나가 보니 아저씨가 땅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기 무릎을 망치로 찍은 이 아저씨가 지붕에서 떨어져 기절해 있는 걸 보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자리에 눕혔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아저씨에게 동네 사람들이 어쩐 일인지 물었다.

"글쎄 한 20년 전에 있었던 일이 갑자기 생각나지 뭡니까."

당시 아저씨, 아니 총각은 여기저기를 떠도는 장사치였다. 하루는 어떤 마을 부잣집의 헛간에서 하룻밤에 지내게 됐는데, 야심한 밤에 그 집의 예쁜 딸내미가 문을 두드리며 '뭐 필요한 것 없느냐' 고 붇더라는 것이다. 하지만 무척이나 피곤했던 총각은 없다고 했다.


...그러니까 아가씨가 이러고 왔다는 거죠.

잠시 후 밤이 더 깊어졌을 때, 아가씨는 술 한병을 들고 나타나 뭐 필요한게 없냐고 했다. 마지못해 술병을 받아 든 아저씨는 없다고 그냥 자라고 했다.

얼마쯤 지났을까. 아가씨는 정말 필요한게 없느냐며 다시 문을 두드렸다. 이번엔 속치마 차림이었지만 워낙 고된 하루를 보냈던 아저씨는 짜증을 버럭 내며 필요한게 없다는데 왜 사람을 귀찮게 하냐고 쫓아 보냈다.

여기까지 들은 동네 사람이 물었다.

"들으니 속터지긴 하네만 대체 그거랑 지붕에서 떨어진 거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아저씨가 대답했다.

"지난 20년 동안 그냥 잘 잊고 살아왔는데, 아까 지붕 위에서 갑자기 '아, 그때 그래선 안되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번개같이 머리를 때리더란 말이죠. 그리고 나서 정신을 차려 보니 지붕에서 떨어져 있더구만." (얘기 끝)


...그러니까 이런 여자가 나타나면, 절대 20년 뒤에 후회할 짓은 하지 말라는 얘깁니다.




선수냐, 개발이냐의 차이는 결국 찬스에 얼마나 강하냐의 차이입니다. 공이 달려들 때 우겨 넣느냐, 아니면 슈팅이라도 시원하게 날려 보느냐, 그도 저도 아니고 그냥 어, 어, 하다가 공 지나간 다음에 땅을 치고 스스로를 원망하느냐는 자신에게 달렸습니다.

오늘의 교훈은 이렇습니다.





찬스다 싶으면 주위 돌아보지 말고 과감하게 지르십시오.




지를때 안 지르고 나이 먹어서 후회하면 뭘 합니까.



p.s 토요일에 차 안에서 라디오를 돌리다 보니 우연히 '익명노래방'이라는 코너를 듣게 됐습니다. 40-50대 여자분들이 '인생을 살다가 정말 후회되는 일'들을 되짚어 보는 코너였는데, 당연히도 '그때 그 남자를 잡았어야 했는데', '그때 조금만 더 과감했어야 했는데'라는 사연이 줄을 잇더군요.

나이들어 그런 생각으로 혼자 쓸쓸하게 웃음짓는 분들이 많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보면 일생일대의 기회가 될 상황을 그냥 지나치는지도 알 수 없다는 얘기가 되겠죠.

예전에 이 글을 본 분들 중에도 정색을 하고 '오토바이 뒤에 타는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데 그러냐'는 분들이 꽤 있었지만(더구나 강호순 사건 이후로 뭘 타란다고 타는 건 바보 짓이 되겠죠), 위에서 말한 오토바이는 하나의 예고 비유일 뿐입니다. 요지는 '찬스가 왔을 때 주저하면 나이 먹어서 반드시 후회한다'는 것입니다. 손가락 끝의 고춧가루를 햝지 마시고 부디 달을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질러서 후회할 일이 생길 리는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질러 봐야 어떨 때 과감하고 어떨 때 신중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법이죠. 한번도 안 질러 본 사람은 그 다음 찬스가 와도 어물어물 지나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요.




혹시 못보신 분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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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에 대한 판단은 꽤 엇갈립니다만, 개인적으로 눈길이 간 건 이 영화의 제목입니다. (이 글은 이 영화에 대한 리뷰가 아닙니다. 이 영화 아직 못봤습니다.)

'섹스 앤 더 시티'를 열심히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대사 "He's just not that into you"는 드라마 속에서 여자들이 일반적인 남자의 생리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주는 소재로 쓰였죠. 여자들은 늘 남자들이 '여자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여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걸 살다 보면 참 많이 느끼게 됩니다.

얼마 전 한 여자 후배에게 일어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후배는 20대 후반. 소위 명문대를 나왔고 다른 일에서는 무척이나 야무지고 똘망똘망한 친구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하루는 소개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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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을 했는데 제법 마음에 드는 남자가 나왔답니다. 게다가 매너가 짱이었다는군요.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에서 호스트 역을 맡은 김주혁도 "프로 호스트들을 만나 보니 인물은 크게 대단한 게 없었다. 역시 매너는 끝내 주더라"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매너, 중요하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 남자는 식사와 차로 이어지는 첫날 소개팅 풀코스를 무난히 소화하고, 후배의 전화번호를 알아 갔습니다. 물론 조만간에 다시 보자는 립 서비스도 했죠. 하지만 전화는 걸려 오지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좀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소개팅의 상식 중에 상식인 일을 이 후배가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근 일주일째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가 걸려오지 않자 후배는 주선자를 닦달하기 시작했습니다. 왜 전화를 한다더니 전화가 걸려오지 않는거냐. 그 남자 어떻게 된 거냐.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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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라면 후배를 좋게 보고 남자 하나 붙여주려 했던 죄밖에 없는 애꿎은 주선자는 또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봅니다. 물론 이 이후의 상황은 불보듯 뻔합니다. "요즘 매우 바쁘다. 여유가 생기면 연락하겠다." 지극히 교과서적인 대답입니다.

하지만 후배는 이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전화를 기다리다가 급기야는 친구들에게 이 남자를 씹어대기 시작합니다. "뭐야, 처음부터 기대를 갖게 하질 말던가. 전화한다고 해 놓고 왜 전화를 안 해. 남자들은 이상해. 그놈만 이상한 걸까? 하여간 이상해."

이 이야기를 듣는 동안 웃음이 터져나와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섹스 앤 더 시티>를 열심히 보신 분이라면 아마 이와 비슷한 상황을 여러 번 보셨을 겁니다. 특히 시즌6의 4번째 에피소드, <Pick-A-Little, Talk-A-Little> 편에는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 캐리의 애인 잭 버거가 네 여자와 담소를 나누는데 미란다(혹시 모르시는 분이라면 사진 맨 오른쪽)가 얼마전의 만족스러운 데이트 이야기를 합니다.

첫 데이트에서 키스를 두 번이나 했는데 남자가 유감스럽게도 다음날 바쁜 일이 있어서 그냥 갔고, 곧 전화를 한다고 했는데 지금껏 전화고 이메일이고 오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데이트때 그렇게 좋았다면 곧 전화가 오겠지"라며 맞장구를 칩니다.

하지만 잭 버거는 '진실을 원하느냐'고 묻고, '그 남자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은 것 뿐(He's just not that into you)'이라고 말해줍니다.



이 대사는 나중에 <섹스 앤 더 시티>의 스토리 어드바이저였던 그렉 버렌트 (Greg Behrendt)가 쓴 연애 지침서의 제목이 될 정도로 유명한 한마디가 됐습니다(그리고 당연히 이번엔 영화의 제목이 됐죠). 그런데 정말 놀라운 것은, 남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런 상황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여자들은 의외로 잘 모르고 있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후배의 이야기를 전해 준 다른 후배(역시 비슷한 또래의 비슷한 스펙입니다)에게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역시나 "그 남자가 좀 이상한 사람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설명했죠.

"그 남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 남자가 소개팅에서 **이(소개팅을 했던 후배의 이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대체 어떻게 행동을 해야 했을까?"

소개팅이라는 건 참 묘하게 예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단 주선자의 얼굴을 생각해야죠.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나온다고 해서 마구 행동해선 안됩니다. 최대한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거죠.

이런 예의바른 행동을 자기에 대한 지나친 호감으로 착각해선 곤란합니다. 첫날은 누구나 어느 정도 예의를 지키죠. 그 예의에는 '상대의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것'도 포함됩니다. '잘 들어가셨나요' 정도의 귀가 확인 문자도 이 예의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따라서 '기껏 잘해주더니 전화도 안 거는 이상한 놈'이라고 상대를 매도하는 것은 대단히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 첫날의 그 남자는 여자에게 호감을 표시한 것이 아닙니다. 진짜 호감이 있는지 없는지는 '전화를 걸어 다시 만날 약속을 하는지 마는지'에 달려 있는 거죠.

물론 아주 드물게 손가락이 부러졌다든가,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든가, 회사가 망했다든가 하는 일로 전화를 못 하게 되는 일이 아니라면 남자는 절대로 소개팅에서 만난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전화를 생략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바로 다음날 전화를 걸게 되고, 제아무리 선수라 해도 일주일을 넘지 않습니다. (선수일수록 전화를 늦게 하는 경향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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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입니다.

첫 만남 이후에 남자가 전화를 걸어오기까지의 기간은 그 남자가 여자에게 관심을 갖고 있느냐 아니냐를 확인해주는 시간입니다. '첫날'은 아무 것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첫날 아무리 잘 대해 줘도 그건 그 남자의 일상적인 행동이라고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가끔은 이럴 때 여자 쪽의 친구 중에 '그럼 니가 전화를 해보면 되잖아'라고 조언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친구는 멀리 하는게 좋습니다. 물론 가끔은 이런 식으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전화가 걸려오는 순간 남자는 그나마 있던 정(?)까지도 떨어지게 됩니다. 심한 경우에는 여자를 스토커 취급하고 경계 태세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자신이 어느 정도 여자에게 매력있어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록 더욱 그렇죠.




만약 정말로 그 남자에게 전화를 한번 걸어보고 싶어진다면, 최소한 열흘은 기다려 보는 게 좋습니다. 열흘이라면 어떤 남자라도, 호감을 느낀 여자에게 전화를 걸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시간입니다. 열흘 내에 전화하지 않는 남자는 1년이 지나도 전화하지 않습니다(어쩌다 술을 한잔 먹으면 전화할지도 모릅니다. 이건 또 다른 심각한 문젭니다. 절대 넘어가면 안됩니다).

따라서 열흘이 지난 상태에서 전화를 하는 건 '밑져야 본전'인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때도 뜨뜻미지근한 상태라면 조용히 마음을 접는게 좋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이런 전화는 하지 않는게 더 좋죠. 정말 제법 매력있는 남자라면, 이런 전화 한통에 왕자병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p.s. 요즘 세상이 세상이다 보니 남자들이 나약해져서 '여자들이 빨리 반응을 안 보이면 그냥 발 뺀다'는 친구들이 꽤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자 쪽에서 더 적극적으로 다가가 고, 전화도 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도 있더군요.

뭐 세상이 좋아졌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남자라면 진득하게 달려드는 맛이 있어야지, 그런 찌질이들을 뒀다 뭐에 쓰겠습니까. 그런 남자라면 오히려 연결 안 되는게 여자들의 인생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자기 앞으로 건물 두채 쯤 있는 남자라면 적극적으로 달려들 만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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