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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왕갈비의 튼실한 돼지생갈비

상암동에서 걸어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차로 약간 나가면 닿을 수 있는 집들을 소개한다. 멀어서 그렇지 차를 타고라도 갈만한 가치가 있는 집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교통 상황에 따라 시간은 유동적이지만 대략 15분을 넘지 않는 거리의 집들이 중심이다.

일단 상암동을 기준으로, 강을 건너지 않고 서쪽 혹은 북쪽. 

 

1. 청기와추어탕

경상도식 된장 베이스의 푸근한 추어탕. 긴 설명이 필요 없다. 멸치젓 반찬에 먹으면 금상첨화.

2. 다락고개추어탕

희한하게도 역시 경상도식 베이스인데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윗집이 멸치젓이라면 이 집은 조개젓이 나온다. 소박하지만 꽉찬 훌륭한 맛. 

3. 쌍굴집

백숙과 닭도리탕, 제철이면 개고기 수육. 교외 맛집의 역할에 충실하다. 예약을 해야 덜 기다림.

4. 주막보리밥 서오릉본점

서오릉까지? 생각보다 가깝다. 수제비, 나물 가득 들어간 보리밥 등이 기대 이상으로 맛남. 식욕 두배. 주차장에서 고구마도 줌.행주산성쪽 분점보다는 본점이 더 훌륭.

5. 서오릉 왕릉일가

야외석이 있는 갈비집. 날씨 좋은 봄가을날 돼지갈비+냉면세트(19000)면 야유회 느낌 만끽. 10인 이상이면 상암까지 봉고차 라이드 가능.주의사항: 왕'릉'일가. 왕룽일가 아님.

6. 아리산채

상암동보다 드물다는 수색 맛집. 상암동에서 다소 무리해서라도 걸어갈 수 있는 중식당 중에서는 단연 최고. 볶음 요리에 일가견이 있음.

 7. 화전분재예술원

전에는 상암동에서 '차타고 바람쐴겸 식사'라면 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던 집. 분재와 조경도 괜찮고 야외에 나온 기분을 확실히 주는 집이지만 음식의 가성비가 아주 훌륭하지는 않다. 그래도 조용히 얘기하기엔 장점이 있다.

8. 물레방아 메기전문점

한동안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재개점. 남한강 강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기도식 민물매운탕의 진득한 국물과 쫀득한 수제비가 일품. 참게를 추가하면 더 맛있다. 

 

남쪽

주로 가양대교를 건넌 강서구청 주변을 말한다. 

 

1. 이연

싸지 않은 복국집. 상암동에 없는 것이 역시 또 복국집이라 이 집의 가치가 높이 평가됨. 조미료 덜 쓰고 깊은 맛.

2. 대동관

상암동 주변 냉면집 중 1,2위를 다투는 집. 깔끔하고 안타깝지만 언제 가도 자리가 있다. 아직 서남부 주민들에게 냉면은 먼 음식인 듯.

3. 방화동 고성막국수

약간 멀다면 멀지만 서울 시내의 막국수 집 중 역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집.  어쩌면 1등일 수도 있다. 고성 백촌막국수의 맛을 90% 이상 재현한다. 단 매우 줄이 길 수 있음. 일찍 출발 권장

4. 등촌 최월선칼국수

사실 버섯칼국수는 강서지역이 으뜸. 김포공항 입구의 공항칼국수와 함께 이 집이 간판. 한번 가서 면 건져 먹고 밥 볶아 먹으면 탄수화물 과다섭취 경고등이 뜬다.

5. 유림

닭도리탕, 닭백숙 훌륭. 흔히 개고기집은 다른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한데 이 집은 다름. 특히 개갈비구이는 독특하고 훌륭. 야외석 있음. 여름엔 예약 필수.

6. 취락한방능이백숙

마땅히 삼계탕집이 없는 상암동 특성상 여름 보신용으로 적절. 오리탕과 닭백숙 다 수준급.

 

 

동쪽 (망원 성산 방면)

동쪽이라면 홍대-합정까지 가기 전, 즉 망원지역과 연남지역, 연희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일단 망원 지역.

의외로 가성비 높다. 

1. 일등식당

전국 뼈해장국 순위를 매겨도 상위권에 있을 집. 돼지 등뼈 해장국 중에는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고 개운하다. 자리가 좁고 험블한 점을 염두에 두어야. 단 월요일 휴무.

2. 고향집감자탕 마포구청역점

일등식당에 갔다가 마침 월요일이면 가볼만한 집. 일등식당 길 건너편에 보인다. 일등식당이 깔끔하고 섬세한 어른 맛이라면 여기는 치즈 맛이 진득한 어린이 맛. 나름 매력있고 푸짐.

가원의 난자완스

3. 가원

망원역 사거리의 중국집 노포. 난자완스, 라조육 등이 강력하고 여름이면 중국냉면이 일품.

4. 더평양

초기와 맛이 좀 달라졌지만 여전히 괜찮은 평양냉면집. 바싹불고기 좋음.

5. 성산왕갈비

양념하지 않은 생 돼지갈비구이의 진미. 버섯이 가득 든 된장찌개도 일품. 여름철에 먹고 나오면 비장의 2차 장소가 있다.

6. 대동관 성산점

굳이 선택하라면 강서구청 쪽 대동관이 더 훌륭. 하지만 여기도 수준급.

7. 순대일번지

망원동을 넘어 여기저기 소문이 파다한 명문 순대국. 당연히 줄이 길다. 맛있지만 꼭 줄을 서야 하는지 의문인 분들은 바로 옆 골목 안으로 들어가 황금옥찹쌀순대를 선택해도 좋다. “동네 사람들은 이 집을 간다는 말이 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수창골의 곱창전골

8. 망원동 수창골

추어탕집인데 추어탕은 사실 안 먹어 봐서 모르겠고 곱창전골이 일품. 바로 앞에 유명하다는 청어람 1,2호점도 있다.

 

자, 마지막엔 광고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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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막국수 닭갈비. 일품.

 

상암동에는 맛집이 없다는 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굉장히 비관적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어려운 여건에서도 노력하시는 식당 주인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어찌어찌 하다가 상암동까지 오시게 된 분들에게도 뭔가 가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번 정리해 본다.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핵심만 한줄씩.

그리고 모든 음식 소개는 점심 기준. 왜냐하면 그쪽이 훨씬 쓸모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I. 먼저 예약이 되고, 아마도 예약을 하는 것이 좋을 집들. 상암동에서는 예약을 받는 집이 반드시 좋은 집은 아니고, 오히려 손님이 넘쳐서 예약을 안 받는 집들도 있다. 아무튼 적절한 품위(?)를 갖춰 대접해야 할 분들, 혹은 대접을 하러 오시는 분들을 모시고 갈 집으로 추천할 만한 집은 상암동에서는 정말 귀하다.

1. 스시키노이 (폐점했다고 합니다. 이런... ㅠㅠ)

상암동의 스시를 대표하는 집. 예약을 꽤 일찍 해야 한다. 가성비는 극강.

2. 트라토리아 몰토

역시 상암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집. 예약을 꽤 빨리 하는 것이 좋다.

3. 오시오청국장

상암동의 한국음식을 대표하는 집. 대단히 고급이라고 생각지 않을 수 있으나, 음식에 품위가 있고 맛있다. 백숙이나 보신탕도 주문하면 먹을 수 있다.

4. 교대이층집

여유가 좀 있다면 이 집에서 꽃삼겹을 인당 1인분씩만 구워서 시골된장찌개에 비벼 먹으면 좋다. 관계가 돈독해진다.

5. 문어통

해선탕을 먹을 수 있는 집. 비싸지만 국물이 좋다. 낮술까지 곁들이기 좋다.

 

II. 그리고 윗집들에 이어서, 예약도 되고 가격이 꽤 되는 집들. 굳이 위 리스트와 구별해 놓은 이유는 각자 상상하기 바람. 분명히 비즈니스에는 이런 집들이 필요하다.

1. 덕승재

어떤 회사건 뭘 하다 보면 한정식집이 필요할 때가 있다. 방도 있고, 가격도 그만그만. 그러나 여기에 어떤 특별한 점을 기대하면 큰일 난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상암동이다.

2. 일식 ‘실’

조용하고 방이 있다. 비싸고 고급이다. 역시 어떤 회사건 이런 식당이 필요하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는 상암동이다.

3. 서룡

방이 있는 고급 중식당도 필요할 때가 있다. 그 중에선 제일 낫다. 상암동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4. 창고43

어떤 회사건 고급 소고기 등심 집이 필요하다. 당연히 비싸고, 그만하면 비싼 값을 한다. 점심 메뉴도 여러가지 있다. 이 집에서 된장찌개를 먹으면 등심을 먹고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양평막국수의 비빔막국수

III. 그 다음은 예약을 안 받아 주거나, 예약이 필요없거나, 아무튼 좀 험블하지만 맛으로는 추천할만한 집들. (위 클라스보다 맛으로는 더 나을 수도 있다)

1. 양평막국수
jmt. 초벌구이해 나오는 닭갈비와 막국수의 컴비네이션은 극강. 점심 저녁 다 좋다.

2. 내원
카레 전문점. 신기하게도 카레 전문점인데 카레 돈까스를 안 판다. 하지만 훌륭하다.

3. 온돈부리
배꼽집 뒤에 있던 일식 돈부리 집. 사케동을 필두로 다들 괜찮다. 근처 건물로 이사.

완차이면가 완탕면

4. 완차이면가
홍콩식(?) 완탕면을 표방하는데 족보는 잘 모르겠지만 군만두와 완탕면이 맛있다. 줄이 길다.

5. 감천양조장
다양한 종류의 한중일 퓨전식을 파는데 점심으로 가성비 높다. 저녁엔 수제맥주가 좋다.

6. 바스버거
체인점이지만 상암에선 최고 수준의 수제버거를 먹을 수 있다. 맥주도.

시래기명태가

7. 시래기명태가
떡볶이 양념같은 소스에 명태와 시래기를 같이 볶아준다. 맛이 없기 힘들다. 역시 줄이 길다.

8. 수하동관
잘 되던 양지설렁탕의 의문의 폐점을 한 뒤 상암의 국물로 등극. 역시 체인이지만 상암에선 비교할 집이 없다.

9. 일미락
상암동에 정말 많은 삼겹살 집 가운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 아무튼 잘 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당연히 저녁에 인기가 높아 예약 필수.

10. 인칸토키친
수준급의 이탈리안. 다 좋은데 J사 건물 바로 앞에 있어서 구내식당 분위기가 될 수 있다. 예약은 필수.

11. 남강
미리 말하는데 상암동에는 맛있는 중국집이 없다. (개취) 그래도 정말 상암동에서 죽어도 짜장면이 먹고 싶어 미치겠다면 이 집 외에는 대안이 없다. 이걸로 만족이 안 되면 연희동 연남동에 잘 하는 집 많다.

12. 마이클 돈까스
까먹을 뻔 했다. 맛있다. 줄도 길다.

13. 옥이네돈가스
상암동 서부면허시험장 바로 길 건너에 있다. 분식집 규모. 그런데 맛있다. 메뉴는 돈가스, 열무비빔밥, 떡볶이가 전부. 줄 길다.

14. 마마스
오죽하면 체인점이 이렇게 많이 올라올까 싶은데 상암동이라 어쩔 수 없다. 그런데 마마스 다른 지점, 특히 순화동점에 비해서는 분명히 떨어진다.

15. 피슈마라홍탕
체인으로 알고 있는데 훌륭하다. 특히 매너와 관리상태가 여느 마라집 수준이 아님. 줄 길다.

배꼽집 냉면

16. 배꼽집
상암동에서 몇 안 되게 수준급 냉면을 먹을 수 있다. 단 줄 설 각오는 단단히.

17. 차림
코다리정식, 오징어정식 등이 1인분씩 일본정식 느낌으로 정리되어 나오는 집. 처음 인사하기 좋은 집. 깔끔해서 가산점.

18. 소호정
그 체인 맞다. 그런데 사골 국물 칼국수가 먹고 싶다면 정말 대안이 없다. 다만 맛은 훌륭한데 방이 아니면 매우 시끄럽다. 대화는 불가.

19. 양각도
고민하다 포함. 냉면 자체는 훌륭한데 서빙 등 운영이 미숙. 나아지길 기대.

20. 라마네 의식주  (폐점했습니다.)

가볍게 쌀국수와 반미로 한끼 해결하려고 한다면 아주 좋은 선택.

 

이상 상암동 내에 있는 집들. 차를 한번 타야 갈 수 있는 집들은 추후에 다시 정리해 보도록 하자. 그럼 다들 즐거운 식사가 되시길. 그리고 상암동에서 맛집 중의 맛집은 아마도 여기가 아닐지.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해서 덧붙입니다. 

상암동 주변의 맛집들 1 (tistory.com)

그리고 마지막은 광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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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영화의 바다에 풍 빠져보고 온갖 행사에 참석하고 하면 2박3일 정도의 일정이야 슝 날아가 버리는게 부산행이지만, 그래도 먹을 건 챙겨 먹어야 합니다. 특히 온갖 풍부한 먹거리가 넘쳐나는 도시 부산에서라면.

 

왕년에는 부산에 꽤 자주 가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몇번 가다 보니, 가던 곳만 가게 되는 폐단이 있더라구요. 사실 그렇게 오래 머물수 있는 것도 아닌데 검증되지 않은 곳을 가는 건 또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엔 좀 맘 먹고 안 가보던 곳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부산 토박이 및 부산 마니아들의 증언을 참고했습니다.

 

 

일단 황혼무렵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 제목은 '맛집 가이드'지만 실상은 '술집 및 해장 가이드' 입니다.

 

 

 

새로 개발된 해운대 주상복합군이 몰려 있는 마린시티 옆 도로 쪽에서 보면 황혼무렵 하늘은 환상적입니다.

 

 

 

그중 어느 건물 1층에 아넬로 AGNELLO 라는 맥주집이 있습니다.

 

 

사실 이 일망무제의 하늘과 바다, 광안대교 풍경은 공짜입니다

 

다만 해질녘 바닷가에 앉아서 풍경을 즐기려면 어딘가 앉을 곳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음식이나 술 사진은 없습니다. 그냥 풍경을 즐기기 위한 부산물.. 사실 이 풍경에 뭘 먹으면 맛이 없겠습니까.^^

 

 

 

자리에 앉아 해가 완전히 질때면 이런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신선놀음처럼 풍경을 줄기다가,

 

 

 

해가 져서 이동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청사포를 많이 가봤는데 아무래도 시내에서 너무 멀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내에서 가깝고 청사포의 장점을 갖고 있는 지점을 찾다가 <미포끝집>으로 갔습니다.

 

 

 

미포는 해운대의 끝자락, 그러니까 해운대 백사장 한 복판에서 조선비치호텔 반대쪽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해수욕장이 끝나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가 바로 미포 항구입니다.

 

그 미포에서 바다를 따라 난 2차선 도로 끝까지 가면 거기가 미포끝집입니다.

 

 

거기서 조선비치호텔 쪽을 바라보면 이런 야경이 드러납니다.

 

오른쪽 중간쯤, 국회의사당 비슷하게 노란색으로 빛나는 건물이 조선비치호텔입니다.

 

 

창이 넓은 2층 방에 자리를 잡고,

 

 

구이 세트메뉴를 주문했습니다.

 

위칸에 저렇게 조개가 덮여 있고, 조개를 다 구우면 장어가 나타납니다.

 

 

이렇게 구이 메뉴와 우럭매운탕을 합해서 세트메뉴. 싼 집은 아니라고 하더군요.

 

 

 

 

양도 푸짐하고 먹을만 한데, 사실 음식도 음식이지만 분위기가 그냥 끝내줍니다.

 

음식 타박보다는 눈과 귀로 즐기시길.

 

바다 옆에 사시는 분들 아니라면 만족하실겁니다.

 

 

 

 

청사포에서 누릴 수 모든 것 + 야경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면 대개 3차 정도로 그랜도호텔 뒤쪽의 술집촌을 많이 가게 됩니다. 특히나 부산국제영화제의 주요 공간이 그랜도호텔이다보니, 이 시기 밤거리는 그랜드호텔을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꼭 가야 하는 건 아닌데 왠지 발길이 그 쪽으로 향합니다.]

 

재수가 좋으면 옆자리에 톱스타들이 앉아서 한잔 하고 있는 걸 볼 수 있죠.

 

3차이다보니 대부분 오뎅이나 해물에 소주를 한잔 기울이게 됩니다. 대략 비슷비슷합니다. '삿포로', '미나미', '붉은수염' 같은 집들이 유명한데 이틀 밤을 돌아다녀보니 특별히 강추할 만한 곳이 있는 건 아닌 듯 합니다. 거기서 거기... 기왕이면 넓은 집이나 대로에 면한 집을 가시면 더 유리할(?) 수 있겠죠. 서울식 서비스가 그리운 분들은 서울에서 원정 온 '이상'이나 '천하의 문타로' 분점을 가실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영화제 기간중 유난히 북적이는 곳이 바로 이 포장마차촌인데 이번에 가 보니 거의 '랍스터 전문점'으로 운영되는 곳들이 몇군데 있더군요. 포장마차 특유의 소박한 느낌을 기대하셨다간 큰일 날수도 있을 듯 합니다. 세가 비싸가 그런지 가격도 만만찮고... 아무튼 혹시 가시면 자리에 앉기 전에 그 집의 분위기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늦게까지 들이키고, 또 들이키고... 올해는 밤에 비가 부슬부슬 내려 백사장에서 술 마실 환경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백사장에서 캔맥주까지 마시고 비몽사몽간에 숙소로 들어가면, 당연히 아침에 속쓰림과 함께 눈을 뜨게 됩니다.

 

그럼 해장국으로는 해운대에선 복국과 대구탕이 제격이죠.

 

복국은 유명한 금수복국을 많이들 가시지만, 아는 사람들은 미포(간밤의 미포끝집이 있던 바로 그 미포)로 갑니다. 할매집이 있기 때문에.

 

 

들어갈 때 약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집이 워낙 잘 나가기 때문에 주변에 비슷한 이름을 가진 복집들이 즐비합니다.

 

너무 가짜들이 많아서 아예 '할매집 원조복국' 이라는 이름 앞에 '박옥희'라는 할머니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엘시티 공사장에서 바로 옆 골목으로 들어가 오른쪽 집입니다. 왼쪽에도 복국집이 있는데 그집 아님.

 

 

 

이렇게 보글보글 끓어 나오는 복국에 식초를 살짝 뿌리면... 크아.

 

 

이집 보내고 후회했다는 사람 못 봤습니다. 강추.

 

찬도 깔끔한데 혹시 멸치젓 좋아하시는 분들은 멸치젓 청하면 주십니다. 침 넘어갑니다.

 

대구탕도 대개 이 미포 언저리에 잘 하는 집들이 몰려 있는데, 그동안 강자로 군림했던 한국콘도 옆 '속씨원한 대구탕' 도 장소를 살짝 옮겨 이 미포 골목 안에서 영업중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부산 토박이들 사이에서 '아저씨 대구탕' 이 최강자로 뜨고 있다고 합니다.

 

 

2박3일이면 대개 하루는 복국, 하루는 대구탕으로 변화를 줘서 활용하시는 것도 방법일 듯.

 

그런데 유명한 '속씨원한 대구탕'도 '시원한 대구탕', '할매집 원조복국'도 '미포 할매복국' '미포복국 할매집' 등으로 유사품들이 넘쳐납니다. 마찬가지로 해운대 암소갈비가 유명해지자 온갖 비슷한 집들이 넘쳐납니다. 해운대 갈비, 해운대 이름난 암소갈비...

 

진짜 원조는 여기, '해운대 소문난 암소갈비' 입니다.

 

 

 

알고보니 35년전에도 가본 집... 물론 갈비가 맛이 없을 수는 없겠으나, 저는 굳이 타지에서 가실 분이라면 해운대까지 가서 갈비를 드셔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주변의 거성갈비 도 요즘 뜨고 있는 맛집이라고 하네요. 

 

(물론 그리고 잠깐 왔다 가는 사람 기준입니다. 여담이지만 2002년에 부산에서 한달을 살아 보니, 딱 일주일 지나니까 회 생각은 전혀 없고 고기가 먹고 싶어 환장을 하겠더군요. 사람이 원래 이것 저것 골고루 먹어야 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부산에 왔는데 회를 먹어야지 왜 횟집 얘기는 안 하고 헛소리만 하냐는 분들, 사실 어느 횟집을 가거나 서울에서 먹는 것보다는 훨씬 우수합니다만, 그래도 일단 맛이냐 가격이냐의 승부는 있습니다.

 

일단 인원도 꽤 있고 하니 가격과 푸짐함으로 승부하겠다는 분들이 가시는 곳은 민락동 어판장,

 

 

 

여기도 물론 잘 알려져서 옛날같지 않다고 하지만, 흔히 '민락 회센터'라고 불리는 광안리 해수욕장 한켠의 집들보다는 훨씬 싸고 푸짐합니다.

 

그런데 일행중에 그래도 나는 제대로 된 세팅에서 맛있는 회를 먹어야겠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부산 현지민들은 광안리 삼삼회집 이나 칠성회집 을 추천합니다. 맛과 가격의 균형점.

 

 

 

 

 

 

깔끔하고 바다도 막 보이고 그런 집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칠성횟집이라고 합니다. (이건 직접 가본게 아니라서)

 

마지막으로 어 부산을 떠나야 하는데 밀면을 못 먹었네 하시는 분들에게 부산역에서 가까운 초량밀면 추천.

 

 

 

한약재향이 폴폴 나는 돼지 육수에 후루룩 먹기 딱 좋습니다.

대짜가 4500원. 가격도 저렴. 먹고 역까지 천천히 걸어서 10분.

 

 

 

해운대에도 분점이 있는데 본점만 못하다는 말이 많네요.

 

 

 

혹시 시간이 좀 더 되시는 분들은 부산역 바로 건너편에 있는 신발원에 가서 만두를 드셔도 좋습니다.

 

부산역 맞은편은 예전부터 유명한 차이나타운. 요즘은 러시안 타운과 겹칩니다.

 

아무튼 차이나타운에 딱 들어서자마자 왼쪽으로 있는 '신발원' 은 만두와 꽃빵, 꽈배기만 파는 이색 중국집입니다. 그냥 만두집이죠.

 

 

단 신발원은 좌석이 많이 없습니다. 자리가 있으면 그 자리에 앉아서 먹고, 안 되면 포장해서 들고 나와 드셔야 합니다.

 

기차 시간에 맞춰 가서 포장을 들고, 달리는 기차 안에서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생강향이 밴 육즙이 줄줄 흐르는 만두를 딱 깨물면 그냥 막...

 

혹시 신발원이 너무 붐비면 그 라이벌인 마가만두 로 가셔도 됩니다.

 

 

 

신발원 얘기는 여러번 해서 지겨우실 분도 있을테니 여기까지.

 

신발원은 센텀시티에도 분점이 들어섰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영화 보시다가도 가실 수 있겠네요.

 

물론 술만 마신 건 아니고 영화를 3편 봤는데 그중 2편은 추천할만 합니다.

 

 

 

션 베이커 감독의 '플로리다 프로젝트'. 시간 맞는 분들은 꼭 보세요.

 

'실질적 노숙자'들이 살아가는 모텔이 배경이고 주인공은 어린이들입니다.

 

2시간 내내 깔깔 웃다가 마지막에 심장이 무너집니다. 쿠쿵.

 

 

 

 

사무라 히로아키의 걸작 만화 '무한의 주인'을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영화화한 '불멸의 검'. 물론 일본어로는 영화 제목도 그냥 '무한의 주인'인데 수입사가 만화에 별 관심이 없었던 모양입니다. 저만 해도 '어 이상한데...'하고 찾아보지 않았으면 이 영화가 '무한의 주인'의 실사판이라는 걸 몰랐을 듯.

 

어쨌든 만화는 잘 그리지만 실사판으로 영화만 만들면 이상해지는 일본적인 특징을 무시하고 영화를 봤는데, '실사판 치고는 권할만' 합니다. 뭐 만지 역을 기무라 타쿠야가 한다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을 듯.

 

아무튼 부산 잘 다녀오시길. 뭐 올해 못 가면 또 내년이 있잖아요?

 

*** 드넓은 부산 맛집을 다 담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냥 부산역-해운대 중심으로 제가 알만한 집들을 써 봤습니다. 틀린 정보 수정 및 다른 집들 추천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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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순화동 생활을 시작했으니 벌써 9년. 더 오래 있을 줄 알았는데 회사가 이사를 가게 됐습니다. 2015년은 상암동에서 시작합니다. 새로운 방송 메카로 부각되고 있는 상암동...이지만 주변 환경은 아직 척박하다는 게 중론이더군요. 특히나 순화동 주변의 오래된, 혹은 내공 있는 맛집들이 매우 그리워 질 듯 합니다.

 

시청-순화동-충정로 주변에서 자주 가던 맛집들에 대해 정리해 봤습니다. 물론 순화동 주변에는 워낙 오래된 맛집들이 많습니다. 아시는 맛집이 없어서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텐데, 뭐 굳이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집들은 제외했습니다. 유명하긴 한데 왜 유명한지를 도저히 알 수 없어서 제외한 집들도 있습니다.

 

늘 하는 얘기지만 맛집은 취향. 따지지 맙시다.

 

[지금부터 반말 모드]

 

 

 

1. 비진도 해물뚝배기 (A+뚝배기)

 

 

 

 

사진을 보고, 저 앞을 수십번 지나간 사람도 "아, 저 집이 그런 집이야?"라고 물어볼 정도. 주변을 잘 아는 사람에게 "고가도로 밑에 한정식 은정과 중국집 한성각이 있고, 그 건물 1층에 있는 집"이라고 설명해도 "거기에...?"라는 반응이 나옴.

 

이렇듯 존재감은 없으나 아는 사람 사이에서는 충정로 최강의 맛집으로 정평이 난 집. 뚝배기에 해물을 그득 담아 국물을 내 주는데, 국물에서 MSG 맛이 거의 나지 않으나 놀랍게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남. (참고로 글쓴이는 절대 MSG 배제론자가 아님. MSG 맛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함. 다만 MSG 맛이 나지 않는 소박한 맛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음.)

 

비진도 해물뚝배기라는 이름으로 장사하는 서울 시내 여타 지역의 지점들과 이 집이 어떤 관계인지는 모르나, 어쨌든 이 집이 그중 원조격인 것은 분명함.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비진도 해물뚝배기 충정로 직영점'이라는 이름으로 엉뚱한 지점이 표시되는데, 아래 지도에 나오는 지점이 맞음.

 

단 테이블이 4~5개 뿐이고 11:30에 정확하게 오픈하기 때문에 경쟁률 장난 아님. 정말 앉기 힘든 집이라 더욱 가치가 드높은.

 

 

 

 

2. 진주회관(콩국수)

 

한여름에는 20~30분 대기가 필수인 서울시내 굴지의 콩국수. 일단 콩국수라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젓가락 뜨는 순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 콩국수 좀 빨아 봤다고 주장하면서 이 집을 부정하는 사람은 클래식 좀 듣는다면서 "난 베토벤은 좀 별로더라" 라는 식의 코멘트를 던지는 사람과 비슷한 대접을 감수해야 한다. 물론 1만원 넘는 가격은 좀 아쉽.

 

여의도 백화점 지하를 통일한 진주집과는 친척이라는 후문. 사실 콩국수를 1년 내내 팔지는 않고, 콩국수 철에는 매우 불친절해진다는 특징이 있음. 이렇게 이미 유명한 집을 굳이 다시 소개한 건, 비수기에는 섞어찌개(내용은 부대찌개+오징어)와 김치볶음밥(이라기보다는 깁치철판비빔밥)이 맛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특히 섞어찌개는 근동의 부대찌개류 중 최고.

 

 

 

 

 

 

 

3. 원조집 (닭한마리)

 

공식명칭은 "닭한마리 칼국수 원조집". 사진은 찍어놓은게 없는 것 같고, 비주얼은 맑은 국물의 일반 닭한마리와 매우 유사. 그런데 뭣보다 닭고기의 질이 순화동 주변의 여타 닭한마리 집들과 비교가 안 되는 양질이고, 반찬으로 나오는 백김치와 나박김치의 중간 형태 쯤 되는 국물 시원한 배추김치가 일품.

 

남비를 올릴 때 마늘을 추가로 요청해 잔뜩 국물이 넣고, 간장소스+식초+겨자+매운 양념을 배합해 고기를 찍어 먹고, 국물이 적당히 졸았을 때 익은 마늘과 국물을 같이 먹는 맛이 일품. 배추김치로 국물 뒷맛을 없애면서 남은 국물에 칼국수를 말아 먹으면 식사 끝. 인당 1만5천원 정도 소요.

 

 

 

 

 

 

4. 남도식당 (추어탕)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정동 한복판의 추어탕집. 가벼운 된장 기운에 부담스럽지 않은 국물이 시원하고, 정갈한 반찬에 상을 받으면 금세 밥 한 공기가 뚝딱 비워지는 명문의 위력이 여전하다. 서울 전역에 있는 추어탕집들의 내공이 동반 상승해 요즘은 웬만한 집이면 비슷비슷한 맛을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집의 매력은 여전하다. 특히 추운 날 강추.

 

다만 어느 시간에 가도 붐빈다는 점 만큼은 어찌할 수 없다. 그래도 일단 눈으로 보는 줄의 길이에 비하면 회전률이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그러니까 기다릴 만 하다. 그래도 죽어도 기다릴 수 없는 사람은 정동까지 가기 전 전통찻집 덕수궁 옆 골목에 있는 '월매네남원추어탕'을 가셔도 된다. 이 집도 남도식당 근처라 인정을 못 받아 그렇지, 꽤 한다.

 

 

 

 

5. 버즈 앤 벅스 (각종 샌드위치)

 

일단 정동으로 접어들면 절대 가면 안 되는 집이 '길***기'라는 아주 으리으리하고 멋진 집. 뭐 워낙 입지가 좋아 늘 손님으로 미어 터지는 집이니 여러분이 안 간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 앞을 주저없이 지나 경향신문 쪽으로 죽 가면 왼쪽으로 고풍창연한 한옥 대문 형식의 이화여고 구 교문이 있고, 그 교문 안으로 들어가면 버즈 앤 벅스가 있다.

 

각종 샌드위치와 파이, 정식류를 비롯해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맛을 낸다. 채광이나 조경도 일품. 근동의 '예쁜 밥집' 중 최고.

 

 

 

 

 

 

6. 진주집 (꼬리곰탕)

 

부근에서 추운 날, 중년 남자와 약속이 있다면 필승의 집. 유명한 갈치조림 골목 안에 있다. 꼬리곰탕이 워낙 비싼 음식이다 보니 보통 꼬리곰탕으로는 면이 안 살고, 이집 비장의 '토막'을 시켜야 하는데 19,000원 정도 하는 가격이 좀 부담스럽긴 하다. 다만 비슷한 가격의 파스타 한 접시로는 느낄 수 없는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차가운 한파가 두렵지 않은 짙은 고기 국물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4인 기준으로 6만원 정도 하는 꼬리찜을 시키고, 고기를 건져 먹은 뒤 남은 국물에 밥과 국수를 끓여먹는 것도 별미. 남대문 시장의 꼬리곰탕이라면 올리브타워 지하에도 분점이 있는 은호식당이 라이벌인데, 개인적으로는 지방 맛이 좀 과한 은호식당보다 다소 은은한 진주집을 훨씬 선호함. (이 정도는 취향 차이로 인정 가능)

 

 

 

 

7. 중림장 (설렁탕)

 

순화동 주변의 설렁탕이라면 전통의 잼베옥과 중림장이 쟁패를 벌인다. 가장 큰 차이는 MSG의 촉촉한 맛. 잼베옥은 거의 MSG의 수혜를 못 본, 다소 슴슴한 국물 맛이 일품이고 중림장은 상대적으로 고소하고 감칠맛도는 M의 세례가 선명하다. 김치도 중림장 쪽이 단맛이 강하다.

 

개인적으로는 중림장 국물 맛이 훨씬 친숙한데, 이 집을 두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어마어마한 냄새. 한경빌딩 주변 50M 반경에까지 꼬랑꼬랑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밥을 먹고 나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생각나는 중독성을 보유하고 있다.

 

 

 

 

 

 

8. 고려정 (국수전골)

 

이 동네가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데려가는데 가장 고민이 덜할 집. 가츠오부시+다시마+멸치 베이스 육수에 고기와 야채를 넣고 끓여 먹는, 전형적인 국수전골이 일품이다. 물론 주 1회 이상 먹으면 금세 물릴 수도 있지만, 어쨌든 처음 먹었을 때는 매우 감동스럽다. 예전엔 낮에는 한정식을 주문하지 않으면 방을 내주지 않는 거친 매너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요즘은 그렇지 않은 듯. 1만2천원 정도. 아울러 밤에는 상당히 양질의 삼겹살을 낸다.

 

 

 

 

 

9. 마마스 (각종 샌드위치)

 

뭐 워낙 유명한 집이고, 여전히 경쟁력도 넘쳐난다. 1만원대 초반의 샐러드로 2인 식사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필리치즈샌드위치가 최근 질이 낮아지고 있어 아쉽긴 하다. 아무튼 최고.

 

 

 

 

10. 부원면옥 (냉면)

 

생각해보면 냉면이 그리 고급 음식이었을 리 없건만 날이 갈수록 천정부지인 시내 고급 냉면집들이 야속한 분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냉면집. 적당히 시장스럽고, 적당히 전통미 있는 달달한 국물이 씨원하다. 입구를 들어서면 빈대떡을 부치는 데 쓰는 돼지 비계 냄새가 확 풍기지만, 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그 냄새 또한 이 집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부원면옥에서 냉면을 먹고, 걸어 내려 오면서 적절한 지점에 있는 옛날식 팥도너츠를 사먹는게 부원면옥 방문의 완성.

 

 

 

11. 버거B

 

번지도 없는 위치라 좀 의아하지만, 프레이저 플레이스에서 횡단보도를 건너자 마자 정면에 교통센터같은 건물(실제 왕년엔 교통센터였다고)에 있다. 맛 매우 훌륭. 이 근방에 이런 맛을 내는 수제버거집이 있다는 게 감동일 뿐이다.

 

아울러 이 집의 진정한 강점은 옥상. 야외가 부담스럽지 않은 계절에 옥상에서 식사를 하거나, 해가 저문 뒤 가로등 불빛을 안주 삼아 맥주 한잔을 기울이면 도심 속의 낙원이 따로 없다. 언젠가 이 옥상에서 가든 파티를 해보겠다는 작은 꿈이 있었으나 이루지 못하고 떠난다. 슬프다.

 

 

 

12. 센나리

 

시청역 부근의 메밀국수집으로는 전통의 유림면(김수현이 별그대에서 간 그 집)이 있어 다른 집은 아예 안 보인다. 유림면의 명성에 누를 끼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국물이며 단무지가 좀 짜다는 것만 빼면 완벽하다. 냄비우동은 비추지만 비빔메밀은 강추.

 

그런데 유림면이 부럽지 않은 작은 식당이 하나 감춰져 있다. 센나리(千成)라는 이름으로 장사하는 작은 집. 테이블이 4개 정도 뿐인 작은 집인데 소바 정식이나 오뎅 정식이 먹을만. 밤에는 간단한 안주에 한잔 술을 곁들이는 작은 술집으로 변신한다. 운치있다.

 

 

 

13. 해원각

 

원래 신문사의 로망은 짜장면과 탕수육이 맛있는, 오래된 중국집 골방인데 불행히도 순화동에는 그런 중국집이 드물다. 가장 기본인 짜장면 맛이 약하다. 그나마 이 주변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먹을 수 있는 집으로는 한경빌딩 바로 옆에 있는 해원각을 추천하고 싶다. 단 기본 메뉴 - 짜장 짬뽕 탕수육 깐풍기 - 에서 벗어나면 책임지기 힘들다.

 

 

 

14. 산수갑산 (삼수갑산)

 

양질의 목살구이로 정평이 난 집. 낮시간에는 목살과 된장찌개를 결합한 목살구이 정식으로 유명했다. 저녁에는 목살 못잖게 곱창전골이 맛있다. 가끔 순화동의 다른 집이 곱창전골 맛집으로 입에 오르내리곤 하는데, 이 집을 한번 가 보신다면 생각이 달라지실 듯.

 

물론 본래 지명은 '삼수갑산'이 맞는데, 이 집 안에는 두 표기가 다 써 있다. 그냥 혼동을 피해 병기.

 

 

 

 

15. 안춘선 갈비배추탕

 

좀 멀리 갈 각오가 돼 있을 때 가는 집. 제목은 갈비배추탕이지만 돼지고기 수육이 우선 일품. 절대 싼 집은 아니지만 음식이 그만한 값을 한다. 좁은 자리에 다닥다닥 앉아서 정담을 나눌 수 있는 집. 삶은 돼지고기를 깍두기 국물과 깻잎에 싸 먹으면 시름이 절로 가신다. 엷게 된장을 푼 갈비배추탕에선 우거지 갈비탕과 또 다른 달콤한 배추 맛을 느낄 수 있다. 점심보다는 '저녁에 한잔'이 어울림.

 

 

 

16. 뚜껑집

 

서울 시내에 부대찌개를 '존슨탕'이라고 부르는 집이 그리 많지는 않다. 이태원의 바다식당과 서대문 경찰서 뒤의 뚜껑집 정도? 물론 이름만 같을 뿐,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뚜껑집은 그냥 '전형적인' 부대찌개. 칼칼하고 진한 맛이다. 햄 구워 먹다가 찌개 해서 소주 한잔 하면 좋을 집.

 

 

 

 

17. 중림집

 

정작 사무실이 한경빌딩에 있을 때는 존재를 몰랐던 집. 꽤 연식이 있다. 점심 메뉴로는 갈치조림, 동태탕, 제육볶음이 인기다. 가격도 1인분 만원 미만인데 내용이 실하다는게 놀랍다. 제법 두툼한 갈치를 보고 '어떻게 이 가격에...?'라고 물으면 '중국산이야. 그런데 어차피 서해바다에서 잡은 거라 똑같애'라고 시원하게 말해주시는 사장님. 사실 이 집을 한번 가 보면 남대문시장의 희락을 갈 수 없게 된다. 메뉴는 파전, 두루치기, 제육 등이 있어 저녁에 슴슴하게 소주 한잔 하기에도 딱 어울린다.  

 

 

 

 

18. 대보찻집

 

밥집은 아니고 찻집.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외부 찻집 중 하나. 호암아트홀 맞은 편, 마마스와 장호왕곱창 사이 지하에 있다. 굉장히 허름하고, 70년대 역전 다방 같은 느낌이 난다. 하지만 전통차는 진하고 맛있다. 특히 여름에 마시는 냉대추가 일품이다.

 

그런데 검색하니 2호점이라고 나와서 깜짝 놀람. 대체 1호점은...?

 

 

 

 

19. 에가오

 

에가오라는 집이 꽤 많은 것으로 보아 체인인 듯. 나름 괜찮은 케이크와 커피를 파는 집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집의 빙수맛이 일품이다. 가격도 7~8천원대. 물론 아티제도 빙수가 좋지만 가성비로는 에가오에 당할 수 없다. 우유맛이 너무 진하지도 않은 것이, 팥을 너무 많이 주지도 않는 것이 은은하고 적당한 맛.

 

 

대략 도보로 이동 가능한 집은 이 정도. 물론 독립문 바로 옆으로 이사간 대성집 도가니탕이나 청파동의 민물매운탕집, 마포의 진미게장, 명동 중국대사관 입구의 오래된 화상들 등 '범 서소문권'의 맛집들도 생각이 간절할 것 같다.

 

이 동네에 남아 계신, 혹은 새로 오신 분들에겐 이 리스트가 도움이 되길 바라며. 2014.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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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간혹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내용을 표방한 글들을 올리곤 했습니다. 여기서의 '인간답게'란 잘 먹고,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는 생활을 말합니다. 불행히도 그런 호사를 누린지가 꽤 됩니다. 마지막이 언제인지 기억이 잘 안 날 지경입니다.

놀러 다니는 호사는 접어 두더라도 아쉬운대로 먹는 호사는 좀 누려 보려 하는데, 똑같은 걸 먹어도 서울 시내에서 먹으면 그 맛이 안 난다는게 참 불만입니다. 물론 제가 좋아하는 냉면의 경우에는 오히려 서울 밖으로 나가면 제 맛을 내는 집을 발견하기 힘든게(남한에서 그렇다는 얘깁니다)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맛집들은 다 제 고장에 있을 때 제 맛을 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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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북에 냉면이 있다면 강원도에는 막국수가 있다 - 아주 어린 시절부터 들어 온 말입니다. 특히 춘천은 오래 전부터 막국수의 고장으로 유명했죠. 하지만 요즘 춘천에 가면 너무 천편일률적인 막국수 맛에 실망하기 십상입니다. 춘천이 소양호를 끼고 관광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80년대에서 90년대 초 사이, 시내 막국수 집들의 맛이 전부 똑같아지더군요.

(물론 요즘은 또 달라졌을 수도 있겠죠? 춘천 주변 사시는 분들의 적극적인 반론 부탁드립니다. 그 10여년 사이에 새롭고 개성있는 막국수집들이 많이 등장해 호황을 누리고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샘밭막국수처럼 이미 유명한 집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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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국수 종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냉면이든 막국수든, 맛만 좋으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90년대 이후로 또 희한한 양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물막국수'와 '비빔막국수'의 등장입니다.

제 기억으로 80년대까지 막국수집에 '물막국수, 비빔막국수'라는 메뉴의 구분은 없었습니다. 막국수면 막국수지 대체 물, 비빔이 무슨 소용?

물론 이건 편의에 따라 구분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운 음식을 못 드시는 분들은 비빔막국수를 기피할 수 있고, 그런 분들을 위해 물막국수라는 메뉴가 따로 탄생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막국수의 본령에서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막국수를 먹는 기본 방식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사진 자료와 함께 설명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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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내력 있는 막국수집에는 이런 주전자가 있습니다.

물론 물주전자는 아닙니다. 당연히... 육수 주전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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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시킨 막국수가 나옵니다. 당연히 이 집에는 막국수에 '물, 비빔'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냥 '막국수'를 시키면 이렇게 나옵니다.

그런데 왜 두 덩이냐구요. 곱배기를 시킨 겁니다. (당연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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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곱배기에 육수를 휙 부어 버립니다.

물론 너무 철철 넘치게 부으면 못 씁니다. 저는 국수 양의 1/2 - 2/3 정도가 잠길 정도 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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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에 양념을 육수와 함께 이렇게 휘딱 말아 먹는 겁니다.

맛있냐구요?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즉, 막국수란 본래 나온 양념에 육수를 부어서 잘박잘박하게 비벼 먹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 맛있는 막국수를 드실 때에는 다음 조건을 지키시는 걸 권장합니다.

1. '물, 비빔'의 구분이 없는 집으로 간다.

원래 전통있는 막국수 맛집들은 이런 구분이 없죠. 하지만 요즘은 전국 최고의 인기 맛집이라고 할 수 있는 천서리 홍원막국수에 가도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치고 다음 단계.

2. 구분이 있다면 무조건 비빔막국수를 시킨 뒤, '찬 육수 한사발'을 청한다.

(사실 냉면광들이 많이 쓰는 수법입니다. 처음 가는 냉면집을 갔을 때, 이 집이 비빔에 강한 집인지 물에 강한 집인지를 알 수 없다면 정석은 비빔냉면을 시키고, 따로 '찬 육수 한사발'을 요청하는 겁니다. 육수 맛을 보면 그 집의 물냉면 맛은 익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죠. 일부 주인들은 '한큐에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모두 맛보려는 잔꾀'라고 이런 행동을 미워하기도 합니다만.)

대개의 막국수집은 저런 요청을 받으면 육수를 주전자째로 갖다 주고, 아닌 경우라도 사발에 담아 줍니다. 이걸 갖고 인상을 쓴다던가, 눈살을 찌푸리는 집이 있다면 그 집은 막국수가 뭔지 이해하지 못하는 집입니다. 그런 집을 가서는 안됩니다. 인터넷을 통해 널리 소문내고, 망하게 해야 합니다.

비빔막국수를 시켜서 비빔냉면처럼 그냥 비벼 드시면 탈락입니다. 제대로 된 막국수집의 비빔막국수라면, 육수를 부어서 찰박찰박한 상태가 됐을 때 비빔 양념의 맛이 최고조로 올라와야 합니다.

3. 시킨대로 육수를 부어서 같이 비볐는데 이상하다! 이게 뭐야?

네.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집들이 가끔 있죠. 과감하게 '이따위 집은 다시는 안 온다'고 생각하시고, 주위에도 소문을 내십쇼. 어줍잖은 집들이 비빔냉면인지 막국수인지도 알 수 없는 요상한 물건들을 내놓고 막국수 전문 운운하는데, 그런 집들은 망해도 쌉니다. 막국수에 '막'자가 들어간다고 해서 막 대하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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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상처받을 때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막국수'가 야식으로 시켜 먹는 족발에 딸려 나오는, 원가도 의심스러운 '쟁반막국수' 나부랭이라는 건 화가 납니다. 고추장에 식초와 겨자를 푼 물에 말아먹는 이상한 국수를 막국수라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그건 왕년에 빈병을 모아 오면 강냉이 아저씨가 바꿔주던 진로 포도주와 샤토 마고를 같은 부류라고 쳐 버리는 만행입니다.



위의 먹는 법 사진에 나온 집은 을지로 4가 전철역 한켠에 숨어 있는 춘천막국수(일명 산골면옥, 2266-5409)입니다. 1972년 개업했다니 40년이 되어 가는 셈이죠. 한 입만 먹어 봐도 지금까지 드셔 본 막국수들과는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쟁반막국수 따위에 길들여진 분들의 설태(혀 상태) 교정을 위한 방문을 권합니다.

이 집에 처음 가 본 게 벌써 20년이 넘었군요. 지금도 이 자극적이지 않은 토속적인 맛이 생각나면 한걸음에 달려가곤 합니다. 을지로 4가 전철역의 1번 출구와 2번 출구 사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간판이 보입니다. 허름하기 짝이 없는 공간이지만, 중요한 건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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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산이 국내외 여행객들로 북적거린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당연히 고환율이 첫번째 이유겠죠. 일단 시간 나면 일본으로 향하던 사람들이 연초 데뷔 1.5배 이상 오른 일본 돈 때문에 포기를 했겠고, 그래도 어딘가 쉬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제 1감으로 떠오르는 곳이 부산일겁니다.

서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제주도만 해도 한참 오른 항공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단 바다를 건너 가는 건 좀 부담스럽죠. KTX 덕분에 서울-부산간의 심리적 거리가 3시간 이내로 줄어들었기도 합니다. 물론 오해도 있죠. '따뜻한 남쪽'이라는 느낌이 강하긴 하지만 사실 부산은 바람이 셉니다. 그리 '따뜻한 남쪽'은 아닙니다.

제 경우에 부산을 가는 이유는 한가지입니다. 바로 풍부한 먹거리죠. 사실 부산을 생각하면 머리 속에 온갖 해산물이 떠오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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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회 말고도 좋은 먹거리가 널렸습니다. 전국 주요 도시는 꽤 다녀 봤지만, 미향으로 소문난 전주나 광주보다 부산의 먹거리들이 제게는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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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태어나 자란 분들에 비하면 어림없겠지만, 제 경우에는 지난 2002년 아시안게임 때 한달 동안 지옥의(^^) 합숙생활을 한 것이 부산의 맛에 익숙해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물론 그 전에도 장돌뱅이처럼 이런 저런 이유로 부산을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그래도 일정 기간 동안 거주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더군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저라면 '부산의 맛'으로 꼼장어와 복어를 가장 먼저 꼽겠습니다. 꼼장어라면 제가 경험해 본 걸로는 일단 자갈치 시장 주변의 꼼장어구이, 동래의 돌판 꼼장어, 기장의 짚불구이 장어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동래의 돌판 꼼장어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복어는 조리법이 정말 다양합니다. 우선 복국은 서울에도 분점을 낸 유명한 복국들보다 해운대 끄트머리 미포에 있는 할매복국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뭐랄까, 좀 소박한 맛이라고나 할까요. 하지만 복국보다 우선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은 복불고기입니다.

'복불고기 서울에도 많은데...'하실 분들이 있겠지만 일단 부산에 가서 드셔 보시면, 차원이 다르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서울이나 여타 지역의 복불고기집들은 대개 돼지고기를 요리하듯 고추장 범벅이 된 복불고기를 내놓습니다만, 진짜 복불고기의 맛은 간장 양념에서 찾아야 합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16년 동안 복불고기만 먹어 온 알독 김병만 선생은 말합니다. "간장 복불고기 먹어 봤어? 안 먹어봤으면 말을 하지마."

제가 찾는 집은 부산 연산동의 '제일복집(051-851-3263)'입니다.

[안타깝게도 이 제일복집은 어디론가 사라진 듯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 장사를 그만두셨을 것 같지는 않고, 혹시 부산 사시는 분들 가운데 이 제일복집이 어디로 갔는지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로 소식 좀 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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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동역 6번출구로 나와 반도보라아파트쪽으로 100m 정도만 가면, 아파트 담벼락 바로 맞은편에 있습니다. 이 집에 처음 갔을 때는 크로바 호텔 바로 뒤에 있었습니다. (위 사진의 안 보이는 오른쪽이 바로 반도보라아파트 담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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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본 게 2004년. 놀랍게도 2002년과 대략 거의 비슷한 가격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주인장은 한술 더 떠서 "10년 전과 똑같은 가격"이라고 주장합니다. 제가 10년 전에도 왔었는데 그때는 25000원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잠시... 뭐 아무튼 착한 가격입니다. 복불고기는 3만원에 2인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소개 기사를 보면 복샤부샤부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집을 대표하는 메뉴는 간장 복불고기라고 생각합니다. 소불고기 양념과 거의 흡사한 소스에 팽이버섯과 미나리, 양파 등 각종 야채를 넣고 솥뚜껑같은 번철에 구워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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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시간에 이렇게 되죠.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소주보다는 맥주가 더 어울립니다. 껍질 무침과 콩나물 무침을 안주로 홀짝홀짝 맥주를 들이키면서 복살이 익기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다 익으면 차가운 맥주로 혀를 식히면서 야들야들한 복살과 미나리를 씹는 맛... 침샘이 터질 것 같군요.

당장 KTX 표를 끊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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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복죽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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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일정이라면 복불고기로 한 끼, 저녁은 적당한 곳에서 회로 한 끼 정도 때워야겠죠. 횟집도 횟감과 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일테니 그건 알아서 고르셔야 할 겁니다.

10년 전 회사 선배에게 소개받아 동래의 신화정이라는 횟집에 갔습니다. '이 집에서 양식 회가 발견되면 돈을 받지 않습니다'라는 자신만만한 문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때 이 집에서 먹은 돌도다리(이시가리)회와 광어 서더리를 넣고 끌인 미역국 맛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어디 횟집을 가도 광어 뼈로 끓인 미역국이 있는지 물어보게 되더군요.

최근 갑자기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보니 여전히 번창하고 있더군요.

밤에 술을 드신 분이라면 다음날은 더더욱 복국을 드셔야 합니다. 숙소가 해운대 쪽이라면 위에서 말한 할매복국이나 서울에서 더 유명한 금수복국이 좋겠죠. 뭐 여행지의 아침이니 아점 정도의 시간대가 되겠지만.^

리듬이 깨져서 점심을 걸러야 하거나, 아니면 집으로 향하는 차편 시간 때문에 뭘 먹기가 애매하신 분들에게는 부산 역전의 신발원 만두를 추천하게 됩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서면 가야밀면도 좋겠죠.

부산역 바로 길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세계 어디서나 차이나타운을 상징하는 붉은 바탕의 황금색 용문이 서 있습니다. 물론 이 골목은 차이나타운+러시아타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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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에서 몇미터 안 되는 곳에 신발원(新發園) 간판이 보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곳이지만, 의외로 가게와 간판이 작아 잘못하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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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명성을 듣고 처음 간 사람은 테이블이 세개밖에 없는 초간편 매장 규모에 놀랍니다. 대다수 중국집과는 달리 매장보다 주방이 더 크죠.^

메뉴에도 짜장면 탕수육은 없습니다. 신발원은 그냥, 너무도 순수하게 '만두집'이자 '빵집'이기 때문입니다. 고기만두와 물만두를 빼면 나머지는 단팥빵, 커빙(중식 식빵), 꽈배기 등을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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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바로 신발원이 자랑하는 고기만두. 돼지고기와 생강 마늘 부추 맛이 나는 전형적인 중국식 만두입니다. 제갈공명이 남만의 원귀들을 달래기 위해 만들었을 바로 그 만두 맛이라는 생각이 절로 날 정도.

돼지고기를 평소 선호하지 않는 마나님과 순식간에 한 접시를 해치우고, "이거 포장해서 기차에서도 먹을까?"했더니 0.1초만에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면서, 신발원 만두의 위력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전혀 담백하지 않습니다. 진짜 그 고기만두 맛입니다. 그리고 일품입니다. 기차 안에서 냄새를 풍기면서 만두를 먹으면 옆 자리 사람들이 큼큼거리며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아마 그 분들도 침을 삼켰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챙겨 먹는 사이사이에 뭘 하냐구요? 그런건 각자 알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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