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2.16 22년전, 박중훈과 최양락이 처음 만났을 때 (37)
  2. 2008.10.19 한 여배우를 여왕으로 인정하기까지 (35)

KBS 2TV '박중훈 쇼'의 게스트로 최양락이 나와 좋았던 옛 시절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때 박중훈이 최양락의 알려지지 않은 영화배우 경력을 폭로(?)했죠. 최양락은 87년 이후 총 6편의 영화에 출연했습니다.

박중훈이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건 뭣보다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공연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규형 감독의 1987년작,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입니다. 흔히 '청춘스케치'라면 이 영화였는데 뒤늦게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1994년작 'Reality Bites'가 '청춘스케치'라는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면서,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라는 긴 원제를 다 얘기해야 통하는 영화가 돼 버렸습니다.

지금이라면 우스운 숫자지만 1987년 7월 개봉한 이 영화는 2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시대적으로 보면 6월 항쟁 때 깔린 종로 거리의 최루탄 가루가 아직 다 흩어지기 전인 정치의 시대였지만 오히려 그런 분위기 때문에 갑갑한 청춘들에게는 피난처 역할을 한 영화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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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기억하는 분들이 꽤 있겠지만 한국 대중문화는 1985년 스포츠서울이 창간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습니다. 88년 올림픽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컬러 1면과 가로쓰기 체제의 스포츠 신문이 새로 나온 건 정말 획기적인 일이었죠.

이 신문은 급속도로 젊은 층 독자를 빨아들였는데, 당시의 제작1선에 섰던 분들은 여러가지 새로운 시도를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규형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주간 연재 소설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였죠. 감각있는 필체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던 글쟁이 이규형 감독은 턱없이 순수하지만 현실에서는 별볼일없는 남자 대학생 철수와 역시 그저 그런 여대생이지만 장래에 대한 꿈 만큼은 원대한 미미 커플을 등장시켜 젊은이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웃기는 짜장면' '슬픈 울면' 같은 표현도 이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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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소심하고 빌빌한 철수와, 술 - 주먹 - 미모(책에는 나중에 미미가 영화배우로 캐스팅되는 사연까지 나오죠)만큼은 탁월한 미미 커플은 대단한 인기였습니다. 영화 데뷔작인 '청 블루 스케치(천호진과 허준호의 데뷔작)'로 감각을 인정받은 영화감독이었지만, 아무래도 당시의 이규형 감독은 글쟁이로서의 재능을 한층 높이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1986년 연말, 소설 '청춘스케치'가 미미와 철수의 결혼생활로 접어들어 아직 연재되는 상황에서 태원영화사의 이태원 사장은 '청춘스케치'의 영화화를 결정합니다. 뒷날 '서편제'를 만든 한국 영화계의 거목이지만 당시까지는 소장파 제작자에 속했던 분이죠.

영화판의 주인공은 세 사람. 철수, 미미와 철수의 친구 보물섬이었습니다. 철수 역은 '깜보'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박중훈, 보물섬 역은 '가슴을 펴라'라는 영화로 주목받은 김세준으로 일찌감치 결정됐습니다. 미미는 '엽기적인 그녀'의 원형을 이루는 말괄량이로 워낙 선명한 캐릭터였기 때문에 수많은 배우들이 거론됐지만 결정은 쉽게 되지 않았죠.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강수연이 이 역할을 맡게 되면서 다른 주장은 쑥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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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의 신화는 이뤄지기 몇달 전(물론 '씨받이'는 1986년 개봉됐었죠)이었지만 강수연은 다른 두 배우와는 격이 다른 스타였습니다. 1970년대 아역 시절부터 지존의 미모로 신화적인 인기를 누렸고, '고교생일기'나 기타 다른 드라마로도 익히 잘 알려져 있었던 배우였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조연급으로 '최 아랑드롱'이라는 역할이 있었습니다. 이 역할은 본래 소설에선 철수를 당시 가장 잘 나가던 이태원으로 데리고 가 프로의 위력을 보여주는 초절정 미남이었지만 영화에선 말만 앞세우는 속빈 강정 캐릭터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이 역할은 당시 이규형 감독과 친분이 두터웠던 개그맨 최양락의 차지가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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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형 감독은 최양락을 캐스팅할 때 '강수연과 러브신이 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강수연과 단 한 신도 함께 출연하지 않아 뒷날 '속았다'며 투덜댔습니다. 최양락은 15일 방송에서 "그래서 시사 이벤트 때 콩트를 짜 실컷 껴안아 봤다"고 뒷얘기를 하기도 했죠. 최양락은 이후 이규형 감독의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와 '난 뭔가 깜짝 놀랄 일을 할거야'에 잇달아 출연해 인연을 이어 갔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 이규형 감독은 흥행을 위한 영화 홍보에도 그때까지 볼 수 없던 신기법을 활용해 주목을 끌었습니다. 대대적인 엑스트라 모집 광고도 그중 하나였죠. '철수 뒤에서 짜장면먹는 남자 역, 미미 뒤에서 짬뽕 먹는 여자 역, 지하철에서 조는 남자 역' 등의 조역들을 일반인들로부터 공모를 받아 채우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또 의대생 역에는 진짜 의대생, 법대생 역에는 진짜 법대생을 캐스팅하겠다는 공고도 있었죠(절반 정도 성공했습니다).

사실 이런 아이디어를 내놓기 위해 이규형 감독은 오래 전부터 혹독한 브레인스토밍을 거쳤습니다. 7-8명으로 구성된 팀이 늘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감독과 김영남 조감독(뒷날 최진실의 데뷔작인 '꼭지딴' 감독)이 판정위원이 되는 식의 회의였죠. 이때 회의를 거친 사람들 중 상당수가 90년대에서 현재까지 한국 예능 방송계를 이끌어가고 있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음악도 꽤 주목을 끌었습니다. 일단 1986년 발매된 산울림 11집 수록곡 중 2곡이 메인 테마로 쓰였습니다.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와 '안녕'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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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두 곡 외에도 가수 최성수가 프로듀서 역할을 맡은 O.S.T에는 당시 꽤 주목받던 노래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오프닝에 흐르던 손현희의 '오늘은 어떤 일이'에서, 미미의 나이트클럽 신에 나왔던 벗님들의 '우리의 젊음', 그리고 최성수의 '내사랑 미미'까지 꽤 짭짤한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참 22년전, 어제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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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는 왜 이렇게 이 영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일까요?^

산울림의 '안녕'입니다.



p.s. '박중훈 쇼'가 날로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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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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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자哲民 2009.02.16 11: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국예능계의 사관학교였던 셈이군요.


    출연배우와 스텝 모두 롱런하시네요.
    한 10년쯤 지나면 CEO나 최고임원쯤 되시겠군요.

    아니 벌써 되셨겠군요.

  3. 후다닥 2009.02.16 11: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소설 연재당시 고삐리(그시절 명칭)에 불과했지만
    청춘스케치 소설 보는 재미에 매일 담임샘 몰래 스포츠
    신문 사다 열독했더랬습니다.
    최양락씨가 맡은 최아랑드롱이란 캐릭은
    돈이 아주 많은 집의 한량 아들이었던거로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철수를 데리고 나이트에 가서 거기 여종업원과
    탱고였나 차차차였나 하는 춤을 추면서 스테이지를
    제압했던 에피소드가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화되는 기사 보면서 대체 저 역에 최양랑이 가당키나
    하나 하는 생각을 좀 했던 기억도 나는 군요.. ^^;;;
    이규형감독님 요즘은 뭐하시나 모르겠네요..
    소설 서문 보면 "한양대 연영과 수석으로 입학해서 꼴찌로 졸업했다고 하시던 글이 생각납니다.."

    • 송원섭 2009.02.17 09: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랑드롱은 동두천의 뼈대 있는 집안(갈빗집 아들)이었죠.^

  4. 가을남자 2009.02.16 12: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스포츠 서울을 '미미와 철수(청춘스케치)' 보는재미로 사서보았던것같읍니다. 지금도 약간 기억나는 부분... '미미' 가 연극에 나온다고 해서 철수는 꽃다발까지 준비해서 공연을 보러 가지요. 사실 연극은 분장을 많이 하지요. 이제나 저제나 '미미'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데 마지막 우체부로 나오는 '미미'를 발견하지요. 단역이었지만 진심으로 '미미'를 축하하고 격려해주던 글이 생각 납니다. 또 '미미'가 새해소망에 아빠에게 자기또래의 애인이 생기게 해달라는 부분이 나오는데 지금 우리딸이 만약 그글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른지 궁금 합니다.

  5. Chic 2009.02.16 12: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영화에 까지 출연하신줄은 몰랐는데..

    꼭 구해서 봐야겠네요 ^^

  6. perle 2009.02.16 14: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 때 인기짱이었지.
    학교 가면 애들이 오빠 싸인 받아다달라~
    사진 한장 달라~ 해서 진짜 사진 줬던 내 중학교 시절...^^

  7. 작은천국 2009.02.16 15: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어제 방송보면서 '청춘스케치'를 이야기 하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오래전 제 학창시절 완전 센세이션을
    일으킨 영화였지만 기억도 가물가물...ㅎㅎㅎ
    그러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새록 새록 기억이 나더군요..
    나이트클럽갔다가 대문짝만하게 스포츠신문 1면에
    등장한 장면에선 폭소를 터뜨렸던 기억이...
    혹,
    기자님도 그 영화에 일정부분 어떤식으로든 관련이 있으신건 아닌가 싶은 강한 의심이...

  8. 송원섭 2009.02.16 15: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옛날 집에 이런 포스팅이 있었죠.
    http://blog.joins.com/fivecard/8641352

  9. Zimmer 2009.02.16 16: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추억의 영화인데 여기 얼굴이 나오는 분인가보군요. 덕분에 잠시 옛 생각에 젖었습니다. 그러고보니 김세준씨도 요즘 활동이 좀 뜸한 듯 하군요.

  10. 구본씨 2009.02.16 16: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조민수가 미미로 나왔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강수연표보다 흥행은 정말 안됬었죠.

    • 송원섭 2009.02.17 00: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데, 조민수가 나온 작품은 '청 블루스케치'고, 이 작품의 내용은 '청춘스케치'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영화에서 조민수의 배역은 유미였죠.

  11. 슈마허 2009.02.16 18: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고등학교때 땡땡이치고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보구나서 혼자서 센치해져서.. 어렵게 다시만난 여자친구를 꼭 보겠다고 땡깡부려서..결국 다시 헤어지게된 빌미를
    ... 지금은 생각해 보면 므흣한 웃음이 배입니다...ㅎㅎㅎ

  12. 2009.02.16 21:5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송원섭 2009.02.17 00: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오래 전 정경순 주연일 때 본 작품인데... 이번 공연에 대해서는 아는게 전혀 없습니다.

  13. 순진찌니.. 2009.02.16 22: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푸하...
    형님 저기있었네..
    저는 저때.. 초딩 3학년이라서
    딱지치기나 하고있었는데..ㅋ

    근데 다른사진에서 보니까.

    형님.. 주연수준이네요..

    우왕....

  14. 뭉크 2009.02.17 02: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폭격당한 성적표를 가지고 부모님앞에 무릎꿇은 철수. 사죄드릴려고 하는데 의외의 반응에 영어알파벳이 뒤로 갈수록 성적이 좋은 거라며 F를 A+인양 설명. 의기양양, 기세등등하다 나중에,, 생각지도 못했던.. 급작스런.. 따귀세례. ㅎㅎ // 초딩때인지 중딩때인지 무더운 여름 토요일 한낮에 티비로 봤는데 지금도 요 장면만 생각하면 실실 웃음이 납니다. 그때 그 금쪽같던 시간에 난닝구 입고 티비로 봤던 재미난 영화 한편이 이렇게도 오래 기억에 남네요~~ 그리고 기자님 참 다재다능하십니다.

  15. 오늘은 어떤 일이입니다 2009.02.17 06: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손현희의 노래는 오늘은 어떤 날이 가 아니라
    오늘은 어떤 일이 입니다.

  16. halen70 2009.02.17 07: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규형 감독.. 예전에 장학퀴즈에 나오셨던 수재(?).. 이셨던것 같은데.. 청춘 스케치 저도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갑자기 김수철씨 주연에 고래사냥 생각이 나네요 정말 재미있게 본영화 였는데요.. 수철이형님은 지금 무얼하시는지..

  17. 땡땡 2009.02.17 09: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드뎌 고백하시는 거군요.

  18. jackspace 2009.02.17 11: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중학생 때...서울 극장 가서 본 기억이 있긴 한데...
    왜 그 땐...기자님을 몰라 봤을까요? ㅋㅋ

  19. 서머힐 2009.02.17 13: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월팝이였던가요? 강수연이 신발을 벗어재낀 곳이? 잘 기억이 안나요,,,흠,,

  20. ikari 2009.02.18 13: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규형감독이라면, 굿모닝! 대통령이 먼저 생각납니다. ^^

  21. 혜진 2009.02.20 15: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초등학교6학년때.. 첨으로 극장가서 본 영화같은데요.. (만화영화말고) 중학생이상 관람가였는데.. 어찌나 쫄면서 들어가서 봤던지..
    정말 폭발적이였죠.. 표사느라 줄 무지 기다렸는데.. ㅋ

기자들이 가끔 이니셜을 쓰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에도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 글에는 이니셜이 나오긴 합니다만, 그리 경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어 보면 누군지 친절하게 가르쳐 드리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제가 만나 본 수많은 여배우들 가운데 이 분만큼 '여왕'이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은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왕이나 여왕, 아무나 하는게 아니죠.

본래의 제목은 'K, 그녀를 여왕이라고 인정하게 된 이유'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어 보고 나시면 많은 분들이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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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가서 한잔 할래요?"

만약 당신이 이런 메모를 미모의 톱스타로부터 받았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그렇다. 이 이야기는 누구라도 한번쯤 꿈꿔봤을 만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200*년, 한 사극이 시청률 50%에 육박하는 인기를 모으고 있을 때의 얘기다. 방송사는 신이 나서 제작진을 치하하는 잔치를 벌였다. 시끌벅적한 행사를 마치고 방송사 고위 간부들과 몇몇 기자들, 작가들과 일부 주연 배우들이 여의도에서 따로 자리를 벌였다. 흥이 난다기보단 지나치게 격식이 앞선 따분한 술자리였다.

그때 화장실을 다녀온 K가 슬며시 손을 뻗어 성냥갑 하나를 쥐어 주며 장난스러운 웃음을 던졌다. 눈빛이 0.1초나 스쳤을까. 못 견디게 궁금해진 기자는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성냥갑을 펼쳤다. 성냥갑 안쪽의 흰 속껍질에는 '따로 한잔 할래요?'라는 말과 함께 한 대형 가라오케 이름과 전화번호가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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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자는 학창시절 K가 출연하는 영화의 스태프들을 따라다니며 그와 안면을 튼 적이 있었다. 드라마를 취재하면서 몇 차례 옛 추억을 되새기기도 했고 현장의 다른 기자들보다는 친근하게 말을 건넬 수 있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그런 기자에게 이 성냥갑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 지는 이 글을 읽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이 왔어도 아마 이런 제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자리로 돌아온 기자는 K의 눈빛에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바보같이 헤벌쭉 웃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K도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가슴이 콩당거리고 뛰었다. 한 술자리에 10여 명의 사람이 있지만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만 그와 몰래 의사소통을 했다는 쾌감이 밀려왔다. 술자리가 파하자 기자는 즉시 택시를 타고 강남으로 달렸다. 꽤 늦은 시간이라 약속 장소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입구에서 'K씨가 예약한 방'을 찾았다.

앞장선 웨이터가 문을 열 때 방안에서 여러 사람의 웃음 소리가 났다. 문이 열렸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방을 잘못 찾았다'는 것이었다. 방안에는 적게 잡아도 30명은 돼 보이는 남녀가 앉아 있었다. 60여 개의 눈동자가 내 몸에 꽂히자 술기가 확 달아났다. 입구 쪽에 앉은 한 사람이 '어떻게 오셨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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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금방 생각이 나질 않았다. 이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기자분이잖아. 몰라?"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누나한테 얘기 듣고 오신 거죠?"

그러니까 방을 잘못 찾은 건 아니었다.

"누나한테서 좀 전에 전화 왔어요. 곧 도착할 거래요. 먼저 저희랑 한잔 하고 계시죠."

그들은 '제작부', 즉 촬영ㆍ녹음ㆍ미술ㆍ조명 등의 스태프였다. 흔히 퍼스트ㆍ세컨드ㆍ서드 등 숫자로 불리는 어시스턴트들은 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박봉에 24시간을 근무하는, 육체적으로는 가장 혹사당하는 사람들이다. 화려한 100회 축하연도 그들에게는 남의 일이었지만, 그런 그들을 누군가는 챙겨 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K와 함께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따로 회식을 해 왔다고 했다. 이 자리에 K 이외의 다른 배우나 방송사 간부, 제작진의 우두머리들이 온 일은 없었다. 이들에게 술을 사 봐야 '누나'라는 친근한 호칭과 존경 외에 K가 얻을 것은 없다. 하지만 그녀는 매달 적잖은 개인 돈을 써 가며 스태프의 노고를 위로해왔던 것이다.

과연 누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짧지 않은 경력이지만 이런 얘기는 그 전에도, 그 뒤로도 들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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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하고 있는 사이 그녀가 도착했다. 고아원에 맡겨진 아이들이 다시 집으로 데려가려 찾아온 큰누나를 만난다 한들, 그보다 반가운 환호성이 터지진 않았을 듯 싶다.

잠시 후 기자는 이런 대단한 일은 결코 돈이나 배포만으론 할 수 없는 일임을 알게 됐다. 그녀는 그 자리의 30여명과 하나 빼놓지 않고 폭탄주로 건배를 했다. 물론 전부 원샷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 기자는 어느새 의식을 잃었다. 얼마 전까지도 MBC TV <문희>가 방송됐다.  그는 나이를 잊은 듯 팽팽하고 아름답다. 과연 그의 젊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혹시 그 엄청난 주량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전생에 어느 나라 여왕이었을 것이 분명한 그 여장부스러움에서 온 것일까. 확실히 강수연에겐 대한민국의 다른 어떤 여배우도 감히 따를 수 없는 것이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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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해 보실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분을 직접 만나 보시면 누구라도 여왕으로 인정하고 싶어질 거라는 데 한표를 던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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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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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POPIN 2008.10.19 12: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씨받이와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보고 영원한 팬이 돼었습니다 ^^

  3. 유머조아 2008.10.19 12: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그렇군요. 저는 첨 대하는 소식이어요.
    명연기자는 역시 성품도 고매하시네요~

  4. 강수연이 그런면이? 2008.10.19 14: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관심없었던 배우한테 호감이 생기는 순간이네요.
    그녀는 내가 초등일때 여고생이었는데
    문희에서도 여고생으로 나와서 허걱했었는데..
    (그래서 살짝 비호감이었다는...)

  5. 무면허 2008.10.19 15: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언젠가 읽은 것 같은데...' 하면서 끝까지 읽고 리플을 보니...
    하긴, 공중파도 일요일엔 재방을 하는데...
    제목에 『재방』이라고라도 표시라도 해 주시지.. ㅋㅋ

  6. Nes 2008.10.19 15: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송기자님께서 쓰신 글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 보니 파이어폭스에서 위의 에드센스가 본문을 덥어버려 읽기가 힘드네요.
    혹시 수정가능하시면 부탁드릴께요~^^

    건필하시구요.

    • 송원섭 2008.10.20 08: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파폭 얘기를 하신 분들이 몇분 있는데 저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일단 전문가와 상의해 보겠습니다.

  7. hessie 2008.10.19 21: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째 내용이 낮이 익다 싶었어요..^^;; 중간쯤 읽다가 이거 읽은거구나.. 했네요;
    아참! 애드센스가 크롬에서도 글을 잡아먹더군요;ㅅ;
    그래서 송기자님 블로그는 익플에서 보거나 아니면 조금 불편함을 감수하고 파폭이나 크롬으로 걍 보거나.. 하고 있어요..^^;

  8. 무명 2008.10.19 21: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렇게 이쁜 분이 왜 혼자일까, 늘 궁금했는데...
    오늘 이 글을 보니, 정말 궁금합니다.
    저렇게 이쁘고 성격까지 끝내주는 분이 왜.....

    • 송원섭 2008.10.20 08: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 통을 감당할 남자가 없는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9. NeXTSTEP 2008.10.19 22: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30여명 중 한명으로 여왕과 한잔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10. 김성지 2008.10.20 00: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k......강수연 인줄 알았는데 정말이네요~

  11. 하이진 2008.10.20 01: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멋진 분이네요. 언젠가 어떤 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같이 일해 볼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그 주량은 정말 부럽군요.

  12. 못피어스 2008.10.20 09: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행님 이 포스팅 낯이 익습니당.

  13. 후다닥 2008.10.20 09: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집에서 쓰셨던 포스팅 맞죠?
    여튼 강수연님 자주 영화나 드라마 출연좀 해주셨으면 하는 자그마한 소망이...

  14. umakoo 2008.10.20 09: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공리는 훼이크셨군요. 저도 예전 블로그에서 읽은 적이 있지만, 다시 읽어도 재밌네요. 즐거운 한 주 되시기 바랍니다.

  15. 4beetles 2008.10.20 10: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지난번에 이어 두번이나 읽었지만... 읽을때마다 재밌네요~

    그런데 이런글 올리시면 사모님의 은근한 견제가 들어오지 않을까요?ㅋㅋ

  16. ikari 2008.10.20 10: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끌어올리신 것이군요. ^^

  17. 송원섭 2008.10.20 10: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합쳐서/ 처음 보는 분들도 많다고 얘기좀 해수셈;;

  18. smileann 2008.10.20 13: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머나, 멋진 이야기군요. 강수연에게 그런 면이...

  19. 푸우 2008.10.20 18: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따로 가서 한 잔 하실래요에서 이미 느낌이.. ㅋ
    그만큼 오빠의 팬이 꾸준하다는 이야기 아니겠어요~

  20. 민수엄마 2008.10.21 11: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처음보는 내용이에요..
    그럼 난 뉴팬...크크..
    강수연 너무 멋진걸요...
    다시보입니다 그녀가...

  21. 몹시화나있어 2009.04.04 18: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설마하고 읽어봤는데, 역시.. .. 결국 댓글까지 달게 만드시네요.. ㅋㅋ 저도 강수연님의 오랜 팬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영화 키노 창간호에 환상적으로 나온 모습을 사랑했고, 그때부터 그녀만의 매력에 푹 빠져 지내죠... 여왕폐하를 알현한 느낌이 너무 궁금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