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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2 까칠한 캐릭터가 대세다: 하우스에서 강마에까지 (18)

까칠하다, 라는 말이 우리 생활 속에서 사람의 성격을 나타내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섬유나 암석 등의 질감을 표현해주던 것이 어느새 사람에게로 옮겨 와 그 전까지 '퉁명스럽다', '싸늘하다', '냉랭하다', '딱딱하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냉소적이다' 등으로 표현되던 것을 하나로 뭉뚱그려 표현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 까칠함이 하나의 매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방송을 통해서 그렇습니다. 실생활에서는 아직은 좀 힘들 지 모르지만, 최소한 드라마든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이든, '까칠한 사람'에 매력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대체 어쩌다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물론 눈치채셨겠지만 이 까칠남들은 대부분 남자들입니다.

요즘 인기 좋은 까칠남의 선두 주자로는 바로 이 사람을 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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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박', '하박'이라고 불리는 그레고리 하우스 박사님입니다.

하우스 박사의 까칠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진단 전문의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한쪽 다리에서 여전히 주기적인 통증이 밀려와 진통제를 사탕처럼 와작와작 씹어 먹고 다니는 사람이 신경질적이 아닐 리가 없겠죠. 그런데 신경질을 뿜어도 참 머리를 써서 뿌려댑니다. 그가 하는 말들은 보통 사람이라면 한 2초 정도 생각해야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 정도로 High Sense of Humor를 담고 있죠. 물론 유머는 유머이되 매우 뒤틀려 있습니다. 내장이 꼬여도 힘 좋은 아낙네 둘이 열심히 빙빙 돌린 홑이불 빨래만큼 꼬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서 매력이 철철 넘친다는 여인네들이 세상에 널렸습니다. 오래 전의 드라마들에 나오던 주인공들처럼 내면은 사실 따뜻하나 세상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워낙 많이 받은 터라, 혹은 알게 모르게 불치병의 소유자라서 세상 사람들이 행여 자신에게 정을 줬다가 상처를 받을까봐 위악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진짜로 못됐고 진짜로 꼬인 심성의 소유자인데도 사람들이 그에게 환호하는 이유가 뭘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단 다른건 다 몰라도 그의 실력 하나만큼은 최고라는 데서 찾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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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이라면 애저녁에 보따리를 싸서 달아났을 그의 수하 의사 세 사람이 악착같이 하우스의 곁에 붙어 있었던 것도(물론 지금은 다 떠나 있지만) 그의 탁월한 실력과 경험에서 뭔가 배울 게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또 흔한 얘기로 '위급상황에서 병원에 실려갔을 때, 인간성 좋은 의사보다는 못됐더라도 실력 좋은 의사를 만나게 되는 것'이 모든 사람의 꿈이기도 하죠. 아무튼 하우스 박사를 인기남으로 남아 있게 하는 건 우선 그의 뛰어난 실력과 뛰어난 두뇌, 그리고 신경질적이긴 하지만 피아노도 치고, 기타도 치고, 바이크도 잘 타는 그의 다양한 개인기, 마지막으로 한번 싫으면 무작정 싫다는 단순한 태도가 다소 어린애같은 면을 보여 여성들의 모성애를 자극한다는 점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하나 더 보탠다면 TV에선 냄새가 안 난다는 점을 꼽아야겠죠. 하우스의 스타일을 보면 대체 옷을 언제 갈아입는지, 머리는 감는지 궁금합니다. 자연 냄새가 풀풀 나겠죠. 하우스의 '수려한 용모'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순전히 여성 시청자들에게만 수시로 일어나는 전형적인 캐릭터의 음덕 현상(캐릭터의 매력이 배우의 외모로 전이, 본래 그 배우가 잘 생겼던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는 현상)입니다. 가까이는 생쥐 아빠일 때, 멀게는 로완 애킨슨과 공연했던 영국의 걸작 고전 코미디 '블랙애더'(요즘 BBC 위성채널에서 일요일 오전마다 틀어주고 있습니다) 시리즈를 본 사람이 휴 로리의 외모에 대해 높이 평가할지는 대단히 비관적입니다.


하우스 박사님의 인기가 유일한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습니다.

이를테면 오만 개성질 다 부리기의 고수 고든 램지 선생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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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가수면 난 파바로티다 스타일의 인간 말종 스타일 사이먼 코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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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픽션 속 인물로 돌아가 정말 싸가지없는 강마에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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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강마에씨가 자꾸 착해지는 바람에 드라마의 재미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몇몇 시청자들은 강마에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계속 못되게 굴어달라고 요청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 하박사님을 포함해 이런 캐릭터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이 사람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입니다. 뭘 조언을 하건, 남들의 약점을 짚어 내건 틀리는 법이 거의 없죠. 아무리 성질을 부려도 능력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용서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죠.

게다가 이 사람들은 모두 솔직 담백면에선 확실한 믿음을 줍니다. 남들처럼 돌려서 얘기하는 법을 아예 모릅니다. 램지나 코웰은 나름 꿈을 안고 온 도전자들에게 "실력도 없는게 왜 여기서 시간낭비 하고 있어? 얼른 딴데 가서 알아봐"라며 쏘아붙입니다. 강마에씨야...뭐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죠.

'최고의 전문가라는 점', 그리고 '최소한 거짓말은 안 한다'는 점은 그 자체로 상당한 매력의 원천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들이 인기라고 해서 실생활에서도 그 흉내를 내거나, 저런 캐릭터로 보여서 이성의 관심을 끌려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건 참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라고 쓰고 보니 거의 똑같은 기사(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3335317)가 이미 나와 있더군요. 굳이 변명을 하자면 이 포스팅을 한 시간이 10월12일, 링크의 기사가 나온 건 14일입니다 - 베낀 건 아니란 뜻입니다.

아무튼 확 지워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길게 쓴게 아까워서 그냥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 기사에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하의 부분입니다.


사람들이 이런 까칠한 캐릭터들에게 열광하는 이유, 일단 그들이 잘났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런 캐릭터들이 통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이 둘째, 그게 자기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상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TV 속 강마에를 보면서 깔깔 웃던 사람들이 과연, 실제로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면서 "이 속엔 뭐가 들었을까, 똥.덩.어.리"해도 웃음이 나올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 캐릭터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실생활에서 저 흉내를 내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독설을 정면으로 받는다면 아마 안색이 변하고 앞에 놓인 물잔을 들어 끼얹거나 하는 반응을 보일 겁니다. 사람들이 저런 캐릭터를 좋아할 수 있는 건 그에게 당하는 대상이 자신이 아닐 때까집니다. '남들이 당할 때'와 '내가 당할 때'의 차이를 무시하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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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 위의 캐릭터들은 모두 허구 속의 존재들입니다. 저들의 완벽함은 실생활에서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우스나 강마에는 픽션 속 인물이니 당연한 얘기고 램지나 코웰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램지도 고기를 설익히거나 수프를 망칠 수 있습니다. 코웰 또한 정말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를 못 알아볼 수도 있겠죠. 이들 역시 방송 속에서만 전지전능합니다. 방송 밖으로 나오는 순간 이들 역시 보통 사람이라는 게 드러나고 말 겁니다.

물론 실생활에서도 '상당히' 까칠한데 '상당히' 인기 있는 사람들은 꽤 있죠. 하지만 그 사람들에겐 틀림없이 까칠하지만은 않은 비장의 무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만에 하나라도 '까칠한게 통한다'는 착각으로 이 아저씨들의 흉내를 내시려는 분이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시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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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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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kTk 2008.10.16 21: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1등~~~

  2. 하우스 2008.10.16 22: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Blackadder 시리즈를 아시는 분이 있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한국에서도 방송되는줄 몰랐군요. 여기서 휴 로리의 바보 연기는 정말 일품이죠.

    • 송원섭 2008.10.17 10: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요일 아침마다 배꼽을 잡고 있습니다. 로완 앳킨슨+휴 로리는 정말 황금 투톱이더군요.

  3. Eckert 2008.10.16 22: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목 보고 바로 싸이먼을 떠올렸는데 역시 사람 생각이란게 다 비슷비슷한한가보네요

  4. e 2008.10.16 23: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다들 하우스박사와 강마에를 자주 비교하는군요

  5. 순수와 비순수 2008.10.17 00: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까칠한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들이 그게 자기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말, 공감합니다.
    저도 나이가 들었는지 (^^;;) 예전에는 저런, 까칠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가 좋았는데 이제는 열광을 하다가도 문득, 저런 놈 만나면 과연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인지 까칠한 강마에 옆에 사람 좋은 두루미가 있듯이, 그런 캐릭터 옆에는 늘 그 캐릭터를 챙겨주고 보듬어주는 인물이 있더군요. 저는 사람 챙기는 거 정말 못하거든요. ㅋㅋ 그래서 요즘은 그 좋아하던 할리퀸 로맨스도 안본다는...
    제가 순수한 마음을 잃어가고 있는 걸까요? (급우울.. ㅡㅡ;;)

    • 송원섭 2008.10.17 10: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니죠. 이제 정신적으로 성숙해서 역지사지를 하실 수 있는 겁니다.

  6. -_-; 2008.10.17 08: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감히 하우스님과 비교하시다니요

  7. 정미정 2008.10.17 08: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 너무 잘쓰셨네요~

    그들에게는 까칠함을 용서할 수있는 많은 매력들이

    있는거 같아요~

    ( 더불어 감히 하우스님과 비교하시다니요 라는 의견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ㅋ)

  8. la boumer 2008.10.17 10: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송기자님도 한 까칠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세계 시니시즘 협회의 한축을 담당하고 계시잖습니까..
    우후후.
    하긴 실제로 뵌적이 없으니 뭐..^^.

  9. 라일락향기 2008.10.17 12: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댓글 1) -"힘 좋은 아낙네 둘이 열심히 빙빙 돌린 홑이불 빨래만큼 꼬여 있다는" 캬야~ 어떻게 이런 기가막힌 표현들을 상황에 맞게 쏙쏙 뽑아내시는지...( 유세윤씨가 송기자님께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네요. 우후훗!)

    댓글 2) 저 예전부터 사이먼 좋아하는거 아시죠? ^^;; (어쩌라구? )

    교포걸님 ~~ ))))

    저기...저... 그 짝퉁 사이먼님은 잘 살고 계시나요? (그게 왜 궁금하냐규유... ㅡ.ㅡ;;)

  10. 네나 2008.10.19 23: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진짜 까칠하고...까칠한 거 빼곤 흠이라곤 전~혀 없는 남자의 진수는 할리퀸 로맨스에 나옵니다. 할리퀸 로맨스 남주의 must be 라고 할 정도죠...다만 그들은 결말부에서 그 모든 까칠함이 오해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한다는거...그래서 초지일관 냉소의 끝을 보여주는...하박이 최고;;;

    • 송원섭 2008.10.20 09: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런 개과천선형 캐릭터는 이전에도 널려 있었죠. 하지만 뼛속까지 진짜 까칠하고 냉소적인 캐릭터들은 이제부터.

  11. Luffy 2008.10.24 15: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 저도 왠지 하우스를 보면서 휴 로리가 잘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거 좀 부끄러운데요.... -_-;;;

    • zizizi 2008.11.03 16: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잘생기기만 했나요. 전 늘 보면서 섹시하다고 속으로 중얼대는데.. ㅋㅋ 실력있고 일에 몰두하는 남자는 섹시합니다. 그것도 매우.

  12. 까칠남좋아 2009.05.15 13: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하우스 잘생기고 색시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