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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1 세븐 데이즈, 기대 이상의 성과 (14)
사실 저는 이 영화를 굉장히 재미 없게 보았어야 정상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저는 원신연 감독의 전작 '구타유발자'를 매우 불쾌하게 봤습니다. 게다가 한국산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영화에 대해 심각한 불신을 갖고 있습니다.

김윤진의 연기력 또한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사람의 연기를 볼 때면 '싱글벙글쇼'의 진행자 김혜영씨의 목소리를 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즉 '기본적으로 오버하는 목소리'라는 생각이죠.

뭘 해도 자연스럽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셰익스피어 극을 대극장에서 공연한다거나 할 때에는 이런 과장된 스타일의 연기 방식이 반드시 필요할 지도 모르지만, 배우의 털구멍까지 다 보여주는 HDTV나 스크린에서 이런 배우는 아무래도 좀 부담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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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긍정적인 자세로 돌아서게 됐습니다. 최소한 영화의 80%까지는 극찬을 해도 아깝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는 한국 영화지만 그 가운데서 예외 취급을 받아 온 미스터리 스릴러 - 물론 '범죄의 재구성'같은 극소소의 예외가 있긴 합니다만 - 장르에서 이 정도의 작품이 나온 건 대단히 반가운 일입니다.

줄거리. 승소율 99%라는 명 변호사 유지연(바로 김윤진입니다)은 어느날 운동회 판에서 딸을 잃어버립니다. 평범한 유괴가 아니죠. 범인은 돈 대신 사형이 확실시되는 흉악범을 풀어 내 달라고 요구합니다.

어쩔수 없는 상황. 유지연은 어린시절의 친구인 비리 경찰 김형사(박희순)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추적해나갑니다. 그러자 놀라운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하죠. 어쩌면 재판을 기다리는 범인이 진범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우선 칭찬할 것은 영화의 한 80%지점까지 쉴새없이 관객들을 독려해서 목적지로 몰고 가는 원감독의 힘입니다. 물론 김형사가 지나치게 유능하다는 점이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아무튼 하나 하나 드러나는 증거들은 매우 흥미롭고, 귀찮은 부분들을 과감하게 쳐낸 결단력도 좋았습니다.

저는 유괴 사실 확인 - (경찰에 신고 - 경찰 출동 - 범인의 전화 - 돈가방 전달 게임) - 범인의 비웃음과 진짜 목적 공개에 이르는 과정에서 (   ) 안의 부분을 거의 1분 내외에 압축한 부분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법정 장면에 있습니다. 아마 이 영화 제작진은 한국의 형사 재판을 단 한번도 방청해보지 않았거나, 한국의 사법제도에 대한 묘사에 아무런 열의가 없는 사람들일겁니다. 하긴 관객 중에도 진짜 법정에 가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테니, 미국 법정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와 변호사들처럼 대강 그려도 뭐랄 사람이 없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한국 법정에서는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검사와 변호사의 불꽃튀는 배심원 설득 경쟁 같은 것은 절대 볼 수 없습니다. 한국 법정은 방청객을 위한 쇼 무대가 아니라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전문가인 판사 사이의 숙의가 이뤄지는 곳이죠. 물론 이때문에 사실대로 그리면 절대 재미있지 않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중학교 2학년만 되어도 충분히 알만한 내용의 '국민 기초 법률 상식'-이를테면 무죄 추정의 원칙 같은-을 마치 새로운 관점인 양 들고 나와 변론을 풀어가는 유지연 변호사의 역량을 보면 도대체 저 변호사가 어떻게 99%의 승률을... 이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배운 관객'이라면 충분히 흥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오광록의 증거 제시 장면은 '말 안 되기'의 극치입니다. 한국 법정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다가는 무죄로 풀려날 사람도 사형 판결 날 겁니다.





이 영화에 대한 비판 중에는 '지나치게 할리우드 영화를 흉내내고 있다'는 것도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와 설정이 비슷한 작품은 한둘이 아닙니다. 조니 뎁 주연의 1995년작 '닉 오브 타임'은 범죄자들이 조니 뎁의 딸을 납치한 뒤 풀어주는 대가로 유력자를 암살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뭐 더 비슷한 영화도 있죠.



'주어러'는 악의 화신인 알렉 볼드윈이 유명 마피아 보스 재판의 배심원이 된 데미 무어에게 "안에서 배심원들을 설득해 보스를 풀어주지 않으면 아들을 데려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때부터 무어의 설득력과 리더십이 불을 뿜기 시작하죠.

하지만 이런 줄거리의 유사성보다...



일단 제목에서부터 '세븐 데이즈'에선 '세븐'의 냄새가 풍깁니다. 어두침침한 실내, 음침한 메시지 전달, 소포로 전달되는 절단된(?) 물건, 그리고 바람부는 갈대밭에서 이뤄지는 마지막 시퀀스는 이 영화가 '세븐'에 대한 오마주라는 걸 내놓고 보여줍니다.

뭐 잘된 작품을 따라하는 걸 흠잡을 생각은 없습니다. 모든 영화가 자기만의 독특한 색채로 포장할 수는 없는 일이죠. 나쁘지 않습니다.




이 분의 연기는 처음에 얘기한대로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크게 다를 것은 없습니다. 특히 앞 부분에 딸과 욕조에서 노는 장면 같은 데서는 어떻게 해도 엄마와 딸의 그림이 나오질 않더군요. 그냥 '엄마와 딸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정도.





반면 이 영화 최고의 소득은 이 분입니다. 이름조차도 생소했던 배우가 이제는 한국 영화의 당당한 주역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면 좀 과장일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이 영화에서의 박희순은 훌륭했습니다. 내년쯤 이런 저런 영화제에서 조연상 후보로 거론될 수도 있겠더군요.

(어쩐지 NRG의 이성진을 연상시키는 용모.^^)






그리고 흑개 형님과 현무가 나와서 이건 뭔가 태왕세븐기...^^

아무튼 결론적으로 '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지나친 지식(^^)'만 없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원신연 감독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도 살짝 생기더군요. '구타유발자'로 입은 내상이 충분히 회복되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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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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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웡신연 2008.11.21 23: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원신연 감독의 다음 작품은

    태권브이 실사영화입니다...

    세븐데이즈가 어떻게 보면 헐리웃스타일이니

    태권브이도 무진장 기대됩니다.

    아 송기자님이구나...


    태권브이 3d 동작영상 2번 내놓은 후

    감감 무소식이네요...

    진행은 하고 있는건지....


    시나리오쓰고 있나....

    태권브이 엎어지지 말고 꼭 나오면 좋겠네요.


    기자시니까...

    원신연감독의 태권브이 취재 좀 해주세요...

    진행상황이라던가....

  2. 소보루님 2008.11.22 03: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구타유발자` 저는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소재가 아주 특이하고 구성도 치밀하면서 참 특이하고 독특한 영화였는데. 배우들의 연기력도 다들 뛰어났구요. 제 평가는 별 네개 반 입니다. 블랙코믹리얼살벌사회비판. 좋은영화였습니다. 아 딴지는 아니구요.ㅋ

  3. 후후 2008.11.22 04: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 세븐데이즈 영화관에서 봤는데요
    진짜 짱이였어요 ㅋㅋㅋㅋ
    솔직히 주연 김윤진씨보다는..
    정말 반짝반짝 빛난 조연이였던
    박희순씨가 기억에 많이~ 아직까지도 남더군요~
    영화가 스릴일뿐만아니라 ㅋㅋ
    박희순씨 연기덕에 재미까지있었어요 ㅋㅋㅋ
    정말 재밌게 봤던 영화에요~

  4. Andy 2008.11.22 10: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이영화 아주 잘봤습니다.
    원래 스릴러는 잘 안보는 편인데..
    쏘우 1편의 마지막 장면의 반전 정도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충격적이고 신선했습니다.
    중간중간에 재미도 있었고.. 몰입도도 괜찮았습니다.
    좋은 영화였어요^^

  5. 이승재 2008.11.22 11: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블로그에 잘 글 안남기는데 흥미있는 글이네요.

    매번 블로그 방문할 때 마다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저도 김윤진씨 연기는 좀 과장되어서 불편하다고

    느껴왔습니다.

    박희순씨 좋은 연기자임에는 확실하지만

    이렇게 헐리우드틱한 영화에서는

    조금 안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남극일기에서 더 인상깊었다는....


    어쨋든 전 구타유발자가 더 좋았습니다.

    한석규씨 광팬이걸랑요 ㅋ

  6. 철이 2008.11.22 13: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이영화는 기대이상으로 좋았어요. 사실 하나하나 집어내자면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한국영화가 이 정도 완성도의 그리고 이런 몰입도를 가지게 만드는 영화를 만드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만족도가 너무 크더군요. 좀 더 좋아지겠죠. 헐리우드 영화가 우리 영화를 모티브로 할 정도로요. ㅎㅎ 글 잘 읽었습니다.

  7. Arti 2008.11.22 21: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박희순씨는 NRG 이성진보다는 개그맨 문천식과 더 흡사하지 않나요...?...^^ 그리고 당장에 이 영화로 이런저런 영화제의 남우조연상 후보로 오르기까지 했네요.
    이 영화를 보고 그 다음날에 브루스 윌리스의 호스티지를 봤는데 그 영화도 비슷한 설정이라 좀 '허걱'하고 놀랐습니다.

  8. ㅎㅎ 2008.11.22 22: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역시!!!!!!!송원섭씨는 때지난 아티클 올리기의 달인!

  9. 후다닥 2008.11.24 10: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처음 포스터 보고 "박희순"을 "박휘순"으로 봤습니다
    그리고는 뭐여 분위기는 미스테리인데 박휘순을 배우로 내세워서 뭘 어쩌자는 거여 했더랬죠.. ^^
    보고난 다음에는 박희순씨 연기력에 홀딱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