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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06 또 하나의 발키리, 또 다른 양심의 승리 (27)

영화 '작전명 발키리'는 그렇게 재미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물론 재미를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대단히 미묘한 문제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이 영화를 보고 '재미'를 느낄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이 영화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제목 '발키리'는 본래 국내에서는 '발퀴레'라는 표기가 더 익숙한 단어입니다. 바그너의 악극 제목이자, 북구 신화의 등장인물이죠.

이 '발퀴레'라는 음악과 관련된 지휘자 중에 다니엘 바렌보임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본래 세계적인 명지휘자였던 이 사람은 '발퀴레'를 잘 연주해서가 아니라 '발퀴레'를 연주하려다 좌절한 사연 때문에 세계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바렌보임의 '발퀴레'와 톰 크루즈의 '발키리'는 과연 어떤 관계일까요. 거기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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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발키리 - 발퀴레

22일 개봉한 영화 '작전명 발키리(Valkyrie)'는 1944년 히틀러를 암살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조기에 종식시키려던 독일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담고 있다. 최근 내한한 주인공 톰 크루즈는 출연 이유를 묻자 “당시 독일의 모든 사람이 나치의 꼭두각시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제목의 발키리는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발퀴레(Walkure)의 영어식 발음. 흔히 갑옷 차림에 하늘을 나는 여신들로 묘사되는 발퀴레는 전사한 영웅들의 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바그너의 4부작 악극 '니벨룽의 반지'의 2부 제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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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는 게르만 신화를 소재로 한 바그너의 작품들이 독일 민족혼을 고취시킨다며 아낌없는 사랑을 퍼부었다. 특히 애용된 것이 '발퀴레' 3막에 나오는 '발퀴레의 기행(騎行)'이다. 당시 독일 전차부대는 외부 스피커로 '발퀴레의 기행'을 쩌렁쩌렁 틀어 놓고 진군하기도 했다.

이런 악연 때문에 이스라엘에서는 어떤 음악회에서든 바그너의 곡을 연주하는 것은 금기로 취급돼 왔다. 나치에 의해 학살당한 유대인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게 주된 이유였고, 바그너 자신이 유명한 반(反)유대주의자란 사실도 한몫했다. 이 금기는 2001년 7월 7일,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굳게 지켜져 왔다.

여기에도 곡절이 있다. 평소 이스라엘의 대아랍 강경책을 비판해 온 바렌보임은 이 해 예루살렘에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와 함께 '발퀴레'의 하이라이트를 연주한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홀로코스트 희생자 유족들의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타의에 의해 레퍼토리가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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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렌보임은 연주 당일, 즉석에서 청중에게 앙코르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한 곡을 연주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야유가 나왔지만 그는 “언제까지나 우리만 희생자라고 주장해선 안 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영화 '작전명 발키리'는 서슬이 시퍼런 나치 치하에서도 모든 독일인이 권력에 굴종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고, 바렌보임의 '발퀴레'는 모든 유대인이 아랍과의 공존을 부정하는 것은 아님을 알렸다. 히틀러의 상징 음악으로 쓰였던 '발퀴레'가 시대를 뛰어 넘어 다수 여론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 양심의 소리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사실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가자 지구의 현실은 바렌보임의 목소리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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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나름(?) 수려한 용모의 천재 피아니스트였던 바렌보임은 25세 때이던 1967년, 당시 22세의 세계적인 미녀 첼리스트 자클린 뒤프레와 이스라엘에서 결혼합니다. 두 사람의 결합은 당시 '20세기의 슈만과 클라라'라고 불릴 정도의 반향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뒤프레는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으로 연주 능력을 잃게 되고, 결국 1987년 42세의 한창 나이에 사망합니다.

이런 비극적인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유명했던 음악청년 바렌보임(일각에서는 아내가 죽어가는데도 콘서트 연습을 하고 있었다며 냉혈한이라고 그를 비난하기도 했지만 사실 음악 말고 뭘 할수 있었겠습니까)은 정치적인 입장 때문에 또 한번 주목을 받게 됩니다.

지난해 알 자지라 영어 방송의 토크쇼 '프로스트'에 출연한 바렌보임입니다.

바렌보임은 마틴 부버의 말을 인용, "이스라엘과 아랍의 관계에 평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단순히 총격의 종료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현재의 이스라엘 점령지구가 직면한 문제에는 아랍과 이스라엘 양측의 책임이 공존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좋다. 그런데 그 지역은 이스라엘이 40년간 점유해온 지역이다. 40년을 다스렸다면 그 지역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의 질에 대해선 점유하고 있는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합니다.

그는 스페인 세비야에서 아랍과 이스라엘 청년들이 함께 연주하는 '웨스트 이스트 디반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세계적인 연주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발퀴레'의 일부분입니다. 이 곡에 한이 어지간히 맺혔던 모양입니다.^




사실 국내에 나와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1992년 유로피언 콘서트 DVD에도 바렌보임의 지휘로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르는 '발퀴레' 1막에 나오는 사랑의 아리아 '겨울 바람은 우아한 달에게 가는 길을 열어주고 Wintersturme wichen dem Wonnemond'가 수록돼 있습니다. 이 노래는 도밍고의 애창곡으로, 이번 내한 공연때도 리스트에 있었습니다.

한번 들어 보실 만 합니다. 2005년 BBC 프롬에서 '발퀴레' 특집이라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그문트 역의 도밍고가 지글린데 역의 발트라우드 마이어와 함께 이 노래를 부릅니다. (도밍고 형님 특유의 '소프라노 만지며 노래하기' 신공이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마지막은 정말 시원시원한 '발퀴레의 기행'입니다. 역시 같은 2005년 BBC 프롬에서 안토니오 파파게노가 지휘하는 로열 오페라 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리사 가스텐을 비롯한 발퀴레 군단의 노래가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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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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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궁금이.. 2009.02.06 09: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1등이요~!!

  2. halen70 2009.02.06 09: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톰 쿠르즈는 정말 세월이 갈수록 점점더 잘생겨 지는것 갔습니다.. 저는 아직 마흔도 않됬는데 벌써 머리가 거의다 다 빠지고 얼굴엔 주름이..흑흑..

  3. 가을남자 2009.02.06 09: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바렘보임... 사실 이런 음악가 이름은 처음 들어봅니다.
    대개 천재 음악가(화가들도)들은 조금은 사이코적인 데가 있지 않읍니까? 나름대로 천재적인 음악가의 한사람인가 봅니다. 천재음악가 중에는 단명한 사람들도 많은데...
    도밍고 보다는 파바로티가 훨씬 풍채가 좋지요.
    '내 별명이 파바로티네' 하시던 전 조선일보 최영호 기자님생각이 잠시 생각이 났읍니다. 아마도 지금쯤은 저를 기억 못하시겠지만.. 그래도 안부가 궁금하군요. 영화평마다 재미가 없다고 해서 별로 보고싶지는 않군요. 아름다운 음악을 잘 못듣는게 조금은 억울하기도 하답니다.

  4. 찾삼 2009.02.06 09: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음악쪽으로는 무지하다보니
    송기자님 글을 보면서 와 저런일도 ..라고
    감탄할때가 종종있어요..
    어떻게 저런일을 다 아시는건지..너무 신기 ;;

    • 송원섭 2009.02.06 15: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파다 보면 다 나온다는게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정신!

  5. 후다닥 2009.02.06 09: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발퀴레...
    바그너를 히틀러가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얘긴 전에 책에서 봤는데 그 후에 이스라엘에서 금기시 되었단 얘긴 오늘 처음 알고 갑니다..
    휴~~ 다른 걸 떠나서 가자지구에서 죽어간 아이들 사진을 보면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상처가 얼마나 큰지 새삼 느낍니다
    세계평화가 그리 어려운일인지...

  6. 2009.02.06 10: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보다 착한 유대인도 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7. atomic 2009.02.06 11: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바렌보임은 듸프레 아프고 난 이후엔 임종까지 얼굴보러가지도 않은 걸로 아는데요. 필요없어진 아내를 버리는 냉혈한인지, 사랑했던 사람의 아픈 모습을 기억속에서 지워버리는 길을 택한 비겁자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사람의 감성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 사람이긴 하죠.

  8. 라우드롭 2009.02.06 11: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15년 전인가요?
    미대 다니던 여친이 다발성경화증의 역사에 대해
    좔좔~~읊더니 재클린 뒤프레과 다니엘 바렌보임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당시 다발성 경화증(multiple sclerosis)에 대해
    수업을 받고 있던 의대생이었던지라...
    족보이긴 한데 시험기간이 아니어서
    좔좔 외우고 있던 상태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약간 무시당했었다는....

  9. orcinus 2009.02.06 13: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바렌보임이 아픈 뒤프레에게 모질게 대한 이야기는 유명한 편입니다.
    뭐 남녀간의 이야기니까 그리고 한사람은 죽어가던 사람이니까 이야기가 와전 될 수 도 있겠지요

    상당히 재능있고 유능한 지휘자인데 본인이 아주 훌륭한
    피아니스트이고 독주협연자의 한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지휘자로서 협연을 지휘할때 자신이 돋보이지 않는 곡인 경우는 상당히 불성실하게 지휘해서 협연자들에게 인기없는 지휘자의 한사람으로 알려져있죠.

    의미 있는 일은 하는데 정치적인 사람으로 보이는 제 편견이 이상할 수도 있겠죠.

  10. orcinus 2009.02.06 13: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리고 것은 전후 독일국민과 일본국민의 전쟁에 대한 책임문제인데요. 제 생각이긴 하지만 독일의 경우는 책임을 사과하기가 더 편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영화에서 탐 크루즈가 이야기한 것처럼 독일의 경우는 책임을 나치에게 돌리면 되는 심리적으로 편한 입장일 수있는 반면에 일본의 경우는 책임을 돌릴 대상이 없는 그런 입장이였으니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맥아더가 일본 점령군 사령관으로서 일본 왕에게 너무 관대한 처분을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왕을 전범으로 몰아서 해결을 했으면 일본 사람들도 반성하고 전쟁에 대한 책임을 좀더 쉽게 인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막연히 "일왕과 왕실이 잘못했어" 이렇게 보이지 않는 상대적으로 추상적인 존재에게 책임을 돌리고 사과하는 것이 편안하지 "내 아버지 내 할아버지가 잘못했어" 하는 것은 사람의 심리상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송원섭 2009.02.06 15: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본인들도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그때 군부가 잘못했어'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엄밀히 말해 최고 통수권자인 히로히토가 물러나지 않았다는게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11. 스파이크 2009.02.06 16: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하우스에서 툭하면 나오던 MS가 바로 저것. 흠흠;;
    도밍고 형님의 신공에 감탄하고 갑니다..ㅋ

  12. 박영우 2009.02.06 17: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원섭이 까꿍..ㅋ

  13. 2009.02.06 18:4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14. echo 2009.02.07 12: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언제까지나 우리만 희생자라고 주장해선 안 된다”

    참 드믄 생각을 가진 분이로군요.

    음악 잘 듣고 갑니다. 근데 전 이 음악을 들으면 E.T. 사운드트랙이 떠오른다는.^

  15. 허진석님 2009.02.09 08: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 영화의 제목 '발키리'는 본래 국내에서는 '발퀴레'라는 표기가 더 익숙한 단어입니다."
    적어도 제 주변에서는 스타크래프트의 테란 유닛 덕분에 발퀴레 보다는 발키리가 더 익숙한...

    • 송원섭 2009.02.09 09: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건 그냥 '게임 유닛'으로서의 이름이지 '북구 신화의 여신'은 아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