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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21 우생순을 보다가 슬램덩크가 떠올라 버린. (5)
청룡영화상 작품상을 '우생순'이 받았습니다. 다소 의외이기도 했지만 워낙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는 별로 이의를 달 생각이 없습니다.

개봉된지 좀 지난 영화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신 분들도 있을 듯 합니다. 그 뒤로 또 한번 올림픽이 있었고, 또 한번 한국 여자 핸드볼의 선전을 성원하시는 분들이 있었죠. 하지만 예상대로 핸드볼은 역시 그때만 관심을 끌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마음만 갖고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영화 개봉 그때의 기분을 다시 한번 느껴보기 위해 리뷰를 리뷰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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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올림픽 때가 되면 몇몇 종목에 갑자기 관심이 생기곤 하죠. 평소에 양궁 선수권대회를 중계하는데 그걸 보고 있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필드하키도, 유도도, 핸드볼도 마찬가집니다. 오죽하면 '한데볼'이란 말이 나왔을까요.

혹자는 "세계적인 비인기 종목이기 때문에 한국에게 금메달 딸 기회가 오는 것"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인기 종목'인 육상 단거리나 축구, 남자 농구라면 한국이 메달권에 들 수 있겠느냐는 독설인데 뭐 일면 맞는 부분도 있고, 진정으로 팬들이 재미있어 하지 않는 종목이라면 평소 관객석이 차지 않는 것을 인위적인 노력으로 가득 채울 수 있겠느냐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그런 모든 것을 넘어 스포츠맨들의 투혼이 때로 드라마틱한 감동의 순간을 낳는 것은 승부의 순간에서 아주 단순하게 열정을 불태우는 원초적인 인간의 감정이 그 순간 눈을 뜨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스포츠의 순수성을 인정하지 않고, 어떤 종목이든 '선수들'이란 스포츠맨십이고 나발이고 자신의 영달과 복리를 위해서만 뛰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심사 비틀린 사람들(네. 주로 기자중에 많습니다^)이더라도 어느 한 순간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너무나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후 우생순)'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선수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당시 결승에서 덴마크를 만난 한국 선수단은 두 차례나 연장까지 가는 대 접전 끝에 석연찮은 판정 등으로 은메달에 그치고 말았지만 대단한 투혼으로 국민의 성원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영화 '우생순'은 핸드볼 대회에서 우승한 팀이 해체되는 날의 광경부터 시작됩니다. 핸드볼계의 스타플레이어 미숙(문소리)는 같은 선수 출신 남편이 사업에 실패, 쫓겨다니는 상황이라 생계를 위해 선수생활을 마치고 대형 마트의 판매원으로 일하게 됩니다.

한편 미숙의 평생 라이벌이자 일본에서 선수 겸 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 혜경(김정은)은 대표팀 감독 대행 자리를 맡아 귀국하죠. 혜경은 전력 보강을 위해 미숙을 합류시키려다 팀 해체로 놀고 있던 정란(김지영)까지 합류시키죠. 하지만 이들에다 골키퍼 수희(조은지)를 포함한 고참 4인방은 후배들과의 호흡이 영 껄끄럽고 협회는 혜경에게 남자인 안감독(엄태웅)에게 지휘권을 넘기자고 얘기합니다.




뭐 영화와 실제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죠. 아무튼 아테네 대표팀이 실제로 팀 해체 때문에 다른 일 하고 있던 선수들을 데려온 건 아닙니다(아무리 국내 선수층이 엷어도 그런 일까지야...). 당시 세대 교체를 시도하다가 팀 전력의 약화로 92년, 96년 세계 무대에서 활약했던 고참 선수들을 다시 불러 모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들 '아줌마 군단'은 다들 일본 실업 팀 등에서 잘 나가고 있던 선수들입니다.

보다 완벽한 드라마를 기대했던 분들이라면 실망하셨을 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해도 이들이 거저 은메달을 딴 건 아닙니다. 그리고 역시 여자인 임순례 감독은 이 영화를 그저 스포츠 영웅들의 이야기로 그치게 하기 보다는 이 사회 안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을 비추는 창문으로 활용합니다.

예를 들면 이혼 경력 때문에 국가대표 감독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듣는 혜경이나 아이 봐 줄 사람이 없어 훈련장에 아들을 데려오는 미숙, 그리고 성적을 내기 위해 생리 주기까지 조절하다가 불임으로 고생하게 된 정란의 이야기 등이 바로 그렇죠. 물론 이런 이야기들이 주가 되면 지나치게 이야기가 빡빡해 지겠지만 임 감독의 솜씨는 그렇게 단순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또,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통념에 대해서도 반박의 기세를 높입니다. 항상 여자들이 많은 조직에서는 남자들보다 훨씬 거센 반목과 편가르기, 그리고 세대간의 부조화가 술자리의 안주로 등장하죠. 하지만 '우생순'에서는 이런 현상을 대표팀이 극복해가는 과정이 상당히 설득력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경기와 훈련 장면을 최소화한 것이 감독의 공일지, 제작사의 공일지, 아니면 유능한 편집자의 공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튼 대단히 좋은 선택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출연자들이 남자건 여자건, 스포츠 영화에서 감독은 배우들이 일정 수준 이상 전문 선수들처럼 보일 수 있는 기량을 익히길 기대합니다. 왕년의 히트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서도 선수들은 '연기 연습보다 농구 연습이 몇배 힘들었다'며 지칠대로 지친 한숨을 토해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우생순'에서도 배우들은 '선수가 다 됐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죠.




사실 이런 부분은 스포츠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직접 보여주는 기량이 관객들의 만족에 대단히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뿌리 깊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마지막 승부'의 장동건이 대단히 뛰어난 농구 기량을 보인 것도 아니고, '아이싱'의 장동건이 아이스하키 선수로서 '마지막 승부'에서의 농구 선수보다 심하게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지만 '마지막 승부'는 크게 성공하고 '아이싱'은 처참하게 망가졌습니다. 운동선수로서의 기량이 드라마의 재미를 결정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배우들이 선수 뺨치는 실력을 보여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하지만 어차피 거기엔 한계가 있고, 감독의 역량은 그런 한계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살짝 극복할 수 있는지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개인적으론 어떤 스포츠 영화든 진짜 마이클 조던이 주연으로 나서지 않는 한, 배우들의 경기장면은 짧을 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우생순'은 한국 최초의 여성 스포츠 영화, 그리고 세계 최초의 핸드볼 영화(이것도 정말일까요?^^)로서 값진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게다가 재미까지 있는 영화로 말입니다.




문소리와 김정은의 연기는 가끔씩 몇 장면에서 지나치게 교과서처럼 흘러가기도 했지만 매우 훌륭한 호흡을 보였습니다. 굳이 점수를 주자면 어느 정도 답이 나와 있는(본보기도 많고, 공감을 이끌어 내기 쉬운) 미숙 역의 문소리보다 좀 생뚱맞은 혜경 역을 맡은 김정은의 손을 살짝 들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성지루-김지영의 코믹 듀오도 아주 좋았고,




조은지의 코믹 연기는 정말 발군입니다. '달콤 살벌한 연인'에서도 유감없이 재능을 보였지만 이 영화에선 훨씬 약한 소재로도 자기 몫의 웃음을 다 뽑아냅니다.




사실 엄태웅이 그리 좋은 연기를 보여준 건 아니지만, 꽤 어울렸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이상 뭘 할 수도 없었을 것 같네요. '그들만의 리그'의 톰 행크스는 지나 데이비스와 살짝 애틋한 감정의 교류가 있었지만 이 역할엔 그런 것도 그냥 웃어넘길 수준으로 그려져 버렸으니 말입니다.

유부녀 선수와 뭔가 교감이 있는 걸로 그려지면 선수들에게 누가 될까봐(워낙 픽션과 논픽션을 구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골치아픈 문제는 피해가려 한 거였을까요?




아무튼 이들 배우들의 호연은 이 영화가 그저 '감동적이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대중들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상품이 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임순례 감독도 드디어 히트작을 갖게 될 것 같군요.










당시의 주역들인 실제 '아줌마 군단' 선수들의 모습.





영화 마지막 장면에는 간단한 실제 선수-감독들의 인터뷰가 삽입됐습니다. 여기서 압권은 임영철 감독. 한국의 핸드볼 현실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임 감독은 갑자기 감정이 복받치는지 '허, 참' 하면서 눈물을 참으며 말을 잇지 못합니다.

영화 백편보다 더 절절한 장면. 물론 영화 본편보다 엔딩 크레딧이 더 감동적이라는 '디 워'도 있었지만, '우생순' 마지막의 임영철 감독의 모습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우생순', 보셔도 좋습니다. 뭐 꽤 오래 극장에 걸려 있을 것 같으니 천천히 보셔도 무방하겠지만.



p.s. 영화의 제목에 대해 '우리 생애 최고의 해'에서 따 왔다는 의견이 있지만, 사실 전 다른게 생각나더군요. 바로 "감독님의 전성기는 언제입니까? 전 지금입니다!"라는 대사...


마지막 장보람의 출전 장면도 이 만화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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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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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erle 2008.11.22 07: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싸~ 오랫 만에 1등!! ^^v

  2. 황철수 2008.11.22 12: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슬램덩크 저 대사 아주 좋아합니더
    "왼손은 거들뿐"
    "정말 좋아합니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라구요"
    와 함께.
    옛날에 슬램덩크 마지막권을 도서관열람실에서 읽었는데
    나올려는 눈물을 꾸욱 참으면서 봤다는..
    뭐 그렇다구요ㅋㅋㅋ

  3. 추억만들기 2008.11.22 13: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앞으로 핸드볼을 소재로 한 영화 뿐만 아니라 비인기종목인 다른 많은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이 나오길 기대해봅니다. 개인적으로 하이스하키, 농구나 배구같은 소재의 영화도...^^

  4. 가을남자 2008.11.23 18: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의 고모할머니의 세째아드님, 저에게는 아재가 되시는분께서 왕년에 핸드볼 선수셨읍니다. 저의 형제들은 그분을 '종갑이아재'라고 불렀읍니다.그분께서는 경희대학교 핸드볼선수셨는데 내기억으로는 기량이 대단히 출중하신분이셨읍니다. 시합이 있던날 득점표를 가지고 오시는데 다른선수들은 1,2점 씩이었는데 종갑이아재는 대부분 5,6점을 넣으셨으니까요.64년 동경올림픽에 다녀오신걸로 기억하는데 확실히는 모르겠읍니다. 그당시는 핸드볼이 올림픽 정식종목이 아니었으니까...60년대말 군대에서 월남전에 다녀오시고 다시 복학을 하셨는데 우연히 서울운동장 야구장 앞에서 만났는데 야구구경을 하고싶냐고 하시며 돈을 주셨읍니다.나는 그돈으로 친구2명과 셋이서 핸드볼경기장을 들어갔읍니다. 그날 경기는 아마 전북의 원광대로 기억하는데 경기전 몸풀기 슛을하는데 종갑이 아재가 개인기가 다른사람들보다 엄청 좋았읍니다. 친구들도 굉장히 멋있다고 했었지요. 그런데 시합에서는 후보선수였읍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후배들과 같이하다보니 밀리시게 된거지요. 대학을 졸업하신 아재는 실업팀이없어 고등학교의 체육선생님을 하셨읍니다. 그 아재께서는 항상 핸드볼을 안하고 농구를 했으면 '신동파' '이인표'는 됐을건데 하셨지요. 그때 부터도 핸드볼은 농구보다 인기가 없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