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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후인 료칸 야스하, 살짝 들여다 보기 http://fivecard.joins.com/1304
2.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3. 유후인, 야스하 료칸의 아침 식사는? http://fivecard.joins.com/1306
4. 유후인, 왜 모든 사진들이 다 똑같을까? http://fivecard.joins.com/13067
아무래도 료칸 여행은 식도락 여행을 겸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이세키 요리라는 특전이 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가이세키' 라고 한글로도 일본어로도 발음이 똑같은 회석 會席 요리와 회석 懷石 요리를 착각합니다. 전자는 격식을 갖춰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정찬 요리로 양도 많고 코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후자의 가이세키도 다양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도 용어로, '배고픔을 이기기 위한 간단한 식사'라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가이세키 會席 = 양이 많고 코스가 다양한 정찬 요리
가이세키 懷石 = 다도에서 비롯된 간단하고 정갈한 소품 식사
역사적으로 연원을 따지면 會席요리는 일본 전래의 정찬인 혼젠요리(本膳料理, 4~5차례 상을 바꿔 들이며 대접하는 전통적인 손님 접대용 정찬 요리)에 懷石 요리의 형식이 영향을 미쳐 성립된 것이라고 하니, 전혀 무관한 사이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향하는 방향이 정 반대이기 때문에 혼동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발음이 같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일식당 중에도 나오는 요리를 보면 會席 쪽인데 한자는 懷石 이라고 써 놓은 집을 가끔 보게 됩니다.
아무튼 우리가 료칸에서 먹은 것은 會席(이제부터 이 글에서 쓰는 가이세키는 모두 이 會席 요리를 뜻합니다) 요리. 기본적인 가이세키 요리는 '전채1(お座付) - 전채2(前菜) - 맑은 국(吸物) - 생선회(お造り)- 구이(焼物) - 튀김(揚物) - 찜(蒸物) - 초절임(酢物) - 밥(お碗) - 디저트'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야스하라는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 구성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식전주
오자쓰키(お座付) - 간단한 전채
젠사이(前菜) - 오르되브르 형식의 한입거리 별미 요리. 흔히 츠키다시つきだし라고도 부르는 종류.
이 료칸에서는 선채(膳彩)라고 표기하는데 발음은 같은 '젠사이'.
스이모노(吸物) - 마시는 국물
오쓰쿠리(お造り) - '사시미'를 높인 말. 생선회.
시자카나(强肴) - 그냥 '안주'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메인 안주', '특별 안주'라는 의미도 있음.
니모노(煮物) - 조림 요리
야키모노(焼物) - 구이 요리
아게모노(揚物) - 튀김 요리
도메자카나(止肴) - 마지막 안주라는 뜻. 따라서 밥과 쓰케모노(漬物, 장아찌류의 절임)가 같이 나옴.
미즈가시(水菓子) - 과일. 디저트. 역시 과일(구다모노)의 높임말.
기본적으로 가이세키의 형식을 따르고 있지만 담백한 찜 요리를 뜻하는 무시모노(蒸物), 입가심을 위한 초절임 요리를 뜻하는 스노모노(酢物)는 빠져 있습니다. 뭐 집집마다 조금씩 다른게 정상이겠죠. 그래도 전체 코스가 11개나 됩니다. 한번에 나오는 요리의 양은 얼마 안 되지만, 다 먹으면 배가 터지기 직전이 됩니다.
이 료칸에선 이렇게 미리 한글로 된 메뉴를 줍니다.
일본 료칸은 본래 방으로 큰 상을 들여다 식사를 제공했고, 아직도 전통을 중시하는 일류 료칸들은 그렇게 한다고들 합니다만, 이미 대다수 료칸들은 별도의 식당을 마련하고 식사를 하게 합니다. 아무래도 방까지 상을 들이는 인건비 등이 만만치 않아 그렇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렇게 나와 먹는게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식전주. 복숭아 맛이 나는 달콤한 칵테일. 거의 술이 아닙니다.
오자쓰키(お座付). 게살과 참깨맛 나는 두부. 차갑게 제공됩니다. 한입.
젠사이(膳彩). 아귀 간과 두부, 치즈스틱을 햄으로 만 것, 가다랑어 무침, 호두 선, 사과 젤리, 새우 마요네즈 무침, 오징어 유자 매실무침, 농어 초밥... 아기자기해서 참 먹기 아깝습니다만 호로록 호로록.
스이모노(吸物). 가리비 찜 국물이라고 되어 있으나 가리비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저 계란말이 건더기 속에 간 가리비가 들어 있다는 뜻인지... 아무튼 맑은 장국인 스이모노는 사실 지금까지 한번도 맛을 느낀 적이 없습니다. 너무 싱거워서.
오쓰쿠리(お造り). 도미 다섯 점과 다섯 가지 색의 간장 젤리가 등장합니다.
생 와사비와 앙증맞은 강판 제공. 참 강판이 귀엽기도 하거니와, 생 와사비에서 매운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달다고 생각될 정도.
야스하의 특징으로 꼽히는 간장 젤리. 간장에 다섯가지 과일주스 등을 섞어서 굳힌 젤라틴 형태의 간장입니다. 가끔 장조림에 들어 있는 반 고형 간장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듯. 색깔별로 다른 향이 살짝 스치는 희한한 맛입니다. 아무튼 굿.
시자카나(强肴)로 분고(豊後)산 쇠고기가 나왔습니다.
본래 야키모노라고 불러야겠지만 이 코스에는 야키모노가 두 개인지라 메인 디시 격인 쇠고기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로 한 듯 합니다.
분고는 본래 유후인이 있는 오이타 현의 옛 지명으로, 유명한 쇠고기 산지라고 합니다. 뭐 한국도 유명 한우 산지 아닌 곳이 없듯 일본도 가는 곳마다 유명 와규 산지가 있기 마련인 듯.
사실 한우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특히나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규는 지나치게 마블링(=지방) 함량이 높아 먹을 때 좀 께름칙합니다. 미니 화로에 한참을 지져도 지글지글 끓고 있는 기름... 물론 맛은 좋죠. ^^
니모노(煮物). 조림 요리인 니모노 자리에 '닭고기 나베'라는 이름으로 닭 완자가 등장했습니다. 삶은 배추와 유자맛 와사비가 살짝 거들어진 맛. 이 즈음해서 이미 뱃속은 빵빵해져 있습니다. 그래도 아직 끝나지 않은...
야키모노(焼物). 두번째 야키모노로 양념해서 구운 돼지 등갈비. 이거라면 배가 불러도 안 먹을 수 없는...;
아게모노(揚物). 시금치 베이컨말이 튀김. 맛있는데 정말 부담스럽습니다. 배가.. 배가..
도메자카나(止肴)라는 이름으로 나온 바지락 미소시루(된장국). 여기에 '끝'이란 신호로 밥과 보기에도 그냥 허술해 보이는 츠케모노(절임) 몇 점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밥이 또 뭘로 지었는지 기가 막힙니다. 소금에 절인 무우 장아찌 하나에 밥 한입 넣고 씹다가 된장국을 후루룩 마시고... 밥 한 공기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배가 부른데! 배가 부르다고!
미즈가시(水菓子). 본래는 과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지만 근래와 와서는 물기가 있는 디저트로 이 말을 대신하게 됐다고들 합니다. 고구마 푸딩입니다. 본래 푸딩 종류에는 별 의욕을 느끼지 못해 그냥 패스.
뭐 이틀째에도 똑같은 요리를 주는게 아닐까 내심 살짝 걱정도 했지만 그건 기우. 완전히 새로운 메뉴가 나왔습니다.
다 보여드리는 건 뭐 귀찮기도 하고, 아무튼 다시 11코스의 가이세키 요리를 먹었습니다.
유일하게 이틀 연속 등판한 분고 비프. 아무튼 두번쨋날 저녁에도 여지없이 배가 터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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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은 아침식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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