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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와 SM의 설전이 한차례 오갔고, 이 초대형 아이들 그룹의 앞날이 온 사회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팬 수를 보나 앨범 판매량을 보내 국내 최고의 인기 그룹인 동방신기가 이대로 가다가 해체라도 되는 날이면 반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를 보는 시각도 가지각색입니다. 어떤 분들은 늘 하던대로 '악마같은 소속사의 농간'이라고 치부하고 있고, 어떤 분들은 장자연 사건 이후 늘 말썽이 되어 온 소위 '노예계약' 문제로 한방에 싸잡아 보려 하기도 합니다(상황을 잘 모르는 일부 기자들도 포함됩니다). 제대로 된 정보가 있는데도 외면하거나,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서툰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과연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핵심적인 논점 세가지를 챙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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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동방신기는 수입의 0.4%~1%만 가져간다?

현재 SM에 계약해지를 요구한 세 멤버의 주장 중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일부 팬들은 "동방신기에게 그동안 지급한 돈이 110억원에 달한다"는 SM의 주장을 보고 나서 "몇천억원씩 버는 아이들에게 고작 110억원(?) 주고서 생색이냐" "110억원을 다섯 멤버에게 5년으로 나누면 연간 4억원 정도다. 그걸 많이 줬다고 할 수 있느냐"는 등의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지 한번 보겠습니다.

일단 회사 쪽이 지급한 액수가 SM의 주장대로 110억원이라고 믿는 것을 전제로 하겠습니다. 아마도 상대방이 저렇게 눈을 부릅뜨고 있는데 이런 액수로 거짓말을 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음 표는 네이버 증권정보가 제공하는 SM의 연간 매출액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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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가 데뷔한 2004년 199억원에서 2008년 434억원까지, 2004년 이후 5년간의 매출액 합계는 148723백만원, 즉 1487억여원이 됩니다. '1년에 천억원씩 버는 동방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매출 1487억원 가운데 얼마가 순익인지는 다음 표에 나옵니다. 역시 네이버 증권정보가 제공하는 SM의 손익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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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이익은 23, 37, 16억원씩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005년 12억원의 흑자를 낸 것을 포함하면 4년간의 영업수지는 64억원의 적자인 셈입니다. 이 4년간 동방신기에게 간 돈 110억원을 46억원 이하로 줄였다면 이 기간 내내 SM은 흑자를 낼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무슨 말이냐면, SM의 매출 규모로 볼 때 동방신기가 데뷔후 5년간 받았다는 돈의 총액 110억원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하나의 함정은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는 세 멤버가 제시한 숫자의 함정입니다. 이들이 발표한 원문을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멤버들이 계약 기간 동안 SM으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계약금이 없음은 물론, 전속 계약상 음반 수익의 분배 조항을 보면, 최초 계약에서는 단일 앨범이 50만장 이상 판매될 경우에만 그 다음 앨범 발매시 멤버 1인당 1,0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뿐이고, 50만장 이하로 판매될 경우 단 한 푼도 수익을 배분받지 못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 조항은 2009. 2. 6. 에 이르러서야 개정되었는데, 개정 후에도 멤버들이 앨범 판매로 분배받는 수익금은 앨범판매량에 따라 1인당 0.4%~1%에 불과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부분에서 "아니, 0.4에서 1%라니, 이런 노예계약이 어디 있어!"라고 흥분하셨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잘 보시면 이 조항은 '앨범 판매로 분배받는 수익금'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동방신기의 수입은 앨범 판매 외에도 공연, 행사, 사인회, 초상권, 방숭출연(물론 이건 무시해도 좋습니다) 등을 통해 나옵니다. 굳이 그 가운데서 앨범에 대한 수익금만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착시현상을 일으킨 것입니다.

만약 다른 부분의 수입에서도 0.4~1.0%의 수익 배분이라면, 과연 SM의 매출은 얼마가 되어야 할까요. 위에서 본 대로 동방신기 데뷔 후 SM의 총 매출이 1487억원 가량입니다. 이 매출이 모두 순익이라고 하더라도 1인당 1%면 약 15억원. 5를 곱해도 75억원 가량이 됩니다. 순익도 아니고 매출의 1%씩을 줘도 75억원인데 110억원을 줬다면 SM은 미친 회사입니다.

물론 이 매출이 모두 순익일 리는 만무합니다. 게다가 이 매출은 보아, 슈퍼주니어, 소녀시대가 기록한 매출을 모두 합한 것이죠. (설마 매출과 순익을 구별 못하는 분은 없겠죠?) 즉, 동방신기 멤버들은 다른 부분의 수입에 대해서는 1.0%보다 훨씬 높은 분배 비율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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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가 지금까지 판 앨범의 수는 이렇습니다. 이중 SM이 번 돈은 얼마일까요. 앨범과 싱글의 가격이 다르고, 제작사의 수입은 소매가가 아닌 공장도 가격에 달려 있고, 계약에 따라 수익률이 다르기 때문에(게다가 해외 판매 수입의 경우는 정하기 나름입니다. SM의 경우는 또 일본 수입은 AVEX와 나눠야죠) 딱 잘라 얼마라고 말하기 힘듭니다. 얼추 계산해볼 때 SM의 동방신기 앨범 수익은 100억원에서 200억원 사이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결론적으로, 이 수입에서 동방신기가 나눠 받는 비율을 높였다면 다른 부문의 수입에서는 배분율이 나빠졌을 겁니다. 반대로 동방신기가 이 부분에서의 수익율을 포기했기 때문에(여러 차례에 걸쳐 계약 조건을 수정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수익 배분율에 대한 조정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다른 부분에서는 상당히 큰 부분을 배분받았다는 의미가 됩니다.

결론:
1. '0.4~1.0%'라는 것은 전체 수입 가운데 앨범 판매 수입에 대한 분배 비율이다.
2. 따라서 동방신기가 번 돈중 '0.4~1.0%밖에 못 받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3. 110억원은 회사의 규모나 전체 매출을 볼 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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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13년간의 장기 계약은 사실상 종신계약이다?

이 부분은 사실 SM의 가장 큰 약점입니다. 처음 연예계에 입문하는 연습생들은 사실 이런 조건에 크게 얽매이지 않습니다. 일단은 데뷔가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이런 조건에 아무 불만 없이(혹시 불만이 있더라도 조용히) 동의합니다.

그나마 동방신기처럼 데뷔해서 스타가 되었다면 모를까, 정작 심각한 문제는 데뷔를 못 하고 세월만 흘러가고 있는 연습생들의 경우입니다. 다른 기획사에서는 충분히 데뷔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갖췄더라도 SM의 내부 경쟁에 밀려 기회를 잡지 못하는 연습생들은 늘 논란의 대상입니다. SM이 이들의 계약을 해지해 주는 데 지독하게 인색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건 SM의 문제점이지만, 동방신기 부분과는 직접 관련이 없으므로 여기선 이 정도로 합니다.)

그럼 관건은 동방신기의 13년 계약이 정당하냐...는 것인데,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몇가지 있습니다. (1) 아이들 그룹의 경우는 육성기간이 5년에서 7년에 달한다는 것 (2) 그 육성기간에는 수입을 기대할 수 없으며, 이들이 데뷔하지 못하면 전액 회사의 적자가 된다는 것 (3) 설혹 데뷔한다 해도 히트하지 못하면 역시 순손실이 될 뿐이라는 것(SM도 천상지희나 트랙스처럼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죠) (4)따라서 회사 전체의 재정에서, 히트하는 연예인이 나오면 이들의 수익을 통해 전체 회사의 수지가 균형을 이루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4)에 이르러서 논란이 발생합니다. 동방신기를 예로 들자면, 이들의 가족이나 팬들은 당연히 "우리 **(혹은 우리 오빠)가 번 돈으로 온 직원 월급 주는 것도 아까운데, 왜 다른 '못 나가는' 애들의 뒷감당까지 해야 하느냐?"는 입장을 보입니다. 굳이 설명하려면 사실 간단합니다. 동방신기가 열심히 연습생으로 훈련할 때 쓴 비용은 굳이 설명하자면 H.O.T나 신화, 보아가 번 돈이기 때문입니다.

데뷔하는 족족 모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고 보면, 어떤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든 동방신기와의 수입 분배를 할 때에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전체 아티스트들의 수입을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 거의 모든 소속 연예인이 자기가 버는 수입과 무관하게 용돈(혹은 월급)을 받는 일본식의 매니지먼트 포맷입니다. 일본식에 따르면 한창 떼돈을 벌어 오는 아이들 스타보다 데뷔 15년 된 퇴물 가수가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이런 제도를 들여온다면 당장 난리가 날 겁니다.

그리고 가장 문제가 된 기간, 계약 기간 부분은 바로 이런 이유로, '회사가 연예인 육성에 들어간 자금을 회수하고 순익을 낼 수 있을 때까지'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고 SM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솔직히 말해 동방신기처럼 황금 알을 낳는 그룹이 순 흑자로 돌아서는 데 13년이라는 세월이 걸린다고 볼 수는 없겠죠.

여기에 대한 SM의 주장은 "수차에 걸쳐 계약 조건을 조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이탈 멤버들도 이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조정' 기회 때 왜 계약기간에 대한 조정은 없었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쪽이든 설명을 해야 할 겁니다.

결론:
1. 아이들 그룹의 계약기간이 긴 것만으로 무조건 노예계약이라고 할 수는 없다.
2. 장기계약은 정작 스타가 된 쪽보다는 무명 연습생의 경우에 더 심각한 문제다.
3.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13년은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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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째, 과연 해체해도 손해날게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누굴까?

모든 사람이 입을 모아 '해체는 원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에서 '해체도 불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할 바보는 아무도 없겠죠. 누구도 팬들의 심사를 거스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럼 거꾸로, 동방신기가 해체되면 가장 타격이 클 것은 누굴까요. 누가 봐도 그건 SM입니다. 동방신기같은 슈퍼 아이들을 다시 만들어내는 데에는 몇년이 걸릴 지 모릅니다. 엄청난 손해죠.

멤버 개개인도 절대 해체를 원할 리는 없다는 데 표를 던지겠습니다. 사소한 의견 충돌이나 분열이 있다 해도 그 오랜 세월, 동방신기라는 이름으로 함께 활동한 정과, 지금까지 어떤 슈퍼 그룹의 멤버들도 흩어졌을 때 원래 그룹으로 활동하던 시절의 1/N(멤버 수 나누기 1이라는 뜻입니다) 이상의 위력을 내지 못했다는 점(핑클의 이효리가 유일한 예외겠군요)을 감안할 때 어떤 경우에든 해체는 막대한 손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예외는 '주변 사람들'입니다. 멤버들의 가족도 포함됩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연예계의 생리도 잘 모르고, 안다 하더라도 '남의 100원보다는 내 10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멤버들의 가족들은 전통적으로 어떤 그룹이든 자신의 가족을 뺀 나머지 멤버들은 '우리 **이 때문에 먹고 사는 녀석들'이라고 생각함니다. 10년 이상 연예계를 지켜본 바에 따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이런 분들이 흔들기 시작하면 어떤 공고한 그룹도 깨질 수 있습니다. 회사는 버리고, 친구도 버릴 수 있지만 가족은 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론:

1. SM은 해체를 원할 리가 없다.
2. 동방신기 멤버들도 해체를 원할 리가 없다.
3.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까짓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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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팬들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쉽게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경우든 팀이 깨지고 나면 팬들이 상처를 받을 것은 뻔합니다. 깨지고 나서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따지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겠죠.

어쨌든 개인 팬이건 팀의 팬이건, 지금 취해야 할 입장은 분명합니다. '깨진 뒤의 동방신기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굳게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오늘까지 개인 멤버의 열렬한 팬이더라도 팀의 존속을 원한다면 '팀이 깨질 경우 단호하게 고개를 돌릴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하나된 동방신기를 믿습니다'가 아니라 '깨지면 알아서 해'라는 입장이 좀 더 도움이 될 때인 듯 합니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 정말 해체가 현실이 된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똑바로 보려고 노력하기 바랍니다.


p.s. ...그런데 대개 이런 경우 '기자들 책임이다'라는 주장이 가끔 나오더군요. 이번엔 좀 아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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