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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멤버 강인이 폭력 사건 연루로 시끄럽습니다. 안 그래도 남성 아이들 그룹들이 잇달아 내부 분열, 표절설, 물의와 탈퇴 등으로 수난을 겪고 있는데 이번엔 폭력까지 끼어들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따갑기만 합니다.

그런데 강인이 연루됐다는 이번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뭔가 있어선 안될 일이 있었다는 정황이 눈에 띄고 있습니다. 다름 아닌 경찰과 관련된 인물이 인터넷을 통해 이번 사건을 처음으로 알렸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겁니다.

이게 왜 문제인지 바로 느낌이 없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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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인사이드에 코메디 갤러리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 강인이 경찰서에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16일 오전 6시58분의 일입니다. (지금은 누군가가 지워서 글이 사라졌습니다.  원래 있던 주소는
http://gall.dcinside.com/comedy/52114310  이었습니다.)

제목은 '강인 술퍼먹고 싸우다 잡혀왔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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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말씀드렸지만 원글은 현재 지워진 상태고, 누군가가 글을 그대로 캡처한 내용만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습니다. 아무튼 6시58분은 이 사건이 알려지기 훨씬 전입니다. [단독]이라는 간판으로 이 사건을 보도한 머니투데이 기사가 처음 나온 것이 오전 8시42분. 디씨인사이드에 올라온 글은 최초 보도보다 거의 2시간 가까이 빠릅니다.

그때문에 아래 댓글의 반응도 '장난치는거 아니냐'는 식의 회의적인 반응이 다수입니다. 하지만 글을 올린 사람은 '강인의 본명이 김영운 아니냐', 심지어 '나 경찰서에서 일한다'고 자기의 신원을 드러내기까지 합니다.

물론 진짜 경찰관이나 경찰서에서 일하는 전-의경이 아닌 누군가가 자신의 신분을 사칭해 장난으로 올린 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초 보도가 있기 2시간 전이라는 점, 강인의 본명이나 시비가 붙었던 업소의 이름까지 적시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MBC 기자에게 전화왔으니 곧 기사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까지 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 글을 올린 인물은 사건이 진행될 당시 경찰서에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됩니다. (사진은 클릭하시면 크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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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이라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글을 올린 사람은 강인이 경찰서에 온 것을 봤을 뿐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술먹고 싸우다 끌려왔다'는 내용을 유출했습니다. 사건의 진상이나 수사 과정에 대해서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경찰서에서 일하는 사람이 공식적인 채널을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경찰서로 조사받으러 온 사람의 신원을 공개해 버린다는 것은 직업윤리의 심각한 부재라고 보게 됩니다. 이 사건이 정말 경찰서에 있던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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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과 비교할만한 사건이 몇해 전에 있었습니다.

서울지법 민사84단독 예지희(芮知希) 판사는 26일 탤런트 황수정씨(33)가 “재소자 검색프로그램에 실린 수의(囚衣) 차림의 내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돼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국가와 사진 유포자 정모씨(교도소 경비대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2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정씨가 재소자 검색 프로그램에 실려 있는 황씨의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해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생활을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군인 신분으로 교도소에 배치된 정씨에게 재소자 검색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방치한 국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하 생략, 동아일보 2003년 6월26일 보도)


문제의 전 교도대원은 황수정과 성현아의 사진을 인터넷에 유출한 죄가 인정돼 손해배상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 두 사람은 실제로 죄가 있었고, 복역중인 상태였지만 죄수복 차림의 사진을 유출하는 것은 명예훼손과 사생활침해에 해당하는 죄였던 겁니다. 그런데 이 유출자는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장난치듯 사진을 흘렸습니다. 그게 잘못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쉽게 사진을 유출하지 않았겠죠.

더구나 강인은 지금 실제로 폭행에 가담했는지를 조사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혐의가 범죄로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사기관들이 피의자의 신상을 개인적으로 흘려 내보낸다면 과연 누가 안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기관의 종사자들은 자신들이 접할 수 있는 개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정보를 누구보다 충실하게 보호하고 보안을 유지할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책임을 망각했거나, 아예 처음부터 죄의식 같은 것은 전혀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언제든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강인이 폭행에 가담했건 안 했건, 이런 사건은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개인의 신상정보가 너무도 간단하게 빠져나오는 일은 그 몇배나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경찰들이 심부름센터 업자들과 결탁해 용돈을 받고 몇몇 사람들의 신원 정보 등을 유출해 물의를 빚은 사건도 이런 보안의식의 부재와 밀접한 관계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한 얘기가, 모두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경찰서 근무자를 사칭해 벌인 장난일 수도 있습니다. 제발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뭔가 경찰이 내부 기강을 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P.S. 노파심에서 덧붙이면 - 이 글은 강인을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와는 아무 상관 없지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 사법기관에서의 개인 정보 유출 혐의에 대한 글입니다. 제대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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