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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라는 영화가 나오기 까지의 과정에 대해 미국 그래픽 노블('만화책'에 대한 공손한 표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마니아들에게 물으면 '그걸 어떻게 한두시간에 설명하란 말이냐'는 표정을 짓곤 합니다.

물론 그 엄청나게 복잡한 계보와 역사(절대 정리되지 않습니다. 작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우주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를 일반 관객들이 이해할 필요는 절대 없습니다. 일단 '미국 만화'에는 DC 계열과 마블 계열이 있다는 것, 그리고 영화화를 기준으로 볼 때 DC 계열보다는 마블 계열이 훨씬 결속력이 강하다는 정도만 이해하시면 될 듯 합니다.

아니, 사실은 이런 사전 지식도 필요 없습니다. '아이언맨' 이후 '퍼스트 어벤저-캡틴 아메리카', '토르' 같은 영화들은 이미 '어벤저스'를 만들기 위한 밑밥이라는 점을 관객들에게 너무나 분명히 알렸기 때문입니다. 즉 위 두 편의 영화는 독자적으로 존재한다기 보다는 '어벤저스'의 사전 홍보 영상같은 의미라고 봐야겠죠.

 

줄거리. '어벤저스'는 가장 직접적으로, '토르'에서 이어집니다. 토르에게 한번 박살이 난 토르의 의붓동생 로키는 외계 전사 종족의 후원을 받게 되고, 자신만의 독특한 스파이 능력을 이용해 이 외계 전사들을 지구로 불러들여 지구인을 멸망시킬 계획을 실천에 옮깁니다.

한편 로키에게 큐브를 빼앗긴 퓨리 국장과 SHIELD는 슈퍼 히어로들의 연대를 통해 지구를 위협하는 적을 물리친다는 '어벤저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깁니다. 하지만 예상대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배너 박사(헐크), 토르 등 개성 강한 히어로들은 절대 합심하지 못하고, 결국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빚어집니다.

사실 지금 리뷰랍시고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그냥 잡담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쪽이,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나 보고 즐기는 사람들의 동기에 더 부합하는 일이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남들이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드는 것처럼 바보같은 일은 없겠죠.^^

굳이 볼까 말까를 물으신다면, 시원시원한 볼거리를 원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보셔야 할 작품입니다. 뭣보다 한국형 히어로 아이언맨이 나오잖습니까.

배트맨이나 스파이더맨과는 다릅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어차피 잡담이니까 번호 붙여 정리합니다.

1. 영화의 전반부를 보다 보면 제작진의 고민이 그대로 관객에게 전해집니다. 사실 이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는 '우리편이 너무 강하다'는 데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이미 신격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대체 얼마나 강한 적을 붙여야 관객이 긴장하게 될까요?

이미 지나치게 강한 우리편과 듣보잡 상대편이 균형을 이루게 하는 방법 가운데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결국 '자중지란'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부의 이야기는 참 바보같고 한심한 오해와 과민반응의 연속이라 보는 사람을 짜증나게 하기 쉽지만, 또 그럴 수밖에 없다는 제작진의 사정을 이해하고, 넓은 마음으로 얼른 전반부가 지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이 올바른 관객의 태도입니다.

 

                                ...너무 약한 적. 그래. 바로 너.

2. 사실 말이 나왔으니 얘긴데, 지금도 이미 너무 강한 어벤저스지만 여기에 같은 마블 코믹스 소속인 스파이더맨이나 X맨의 일부 멤버들까지도 포함될 수 있었다는 걸 생각하셔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혼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스파이더맨이 굳이 이 판에 숟가락을 들고 낄 이유가 없고, X맨과의 연대는 안 그래도 복잡한 히스토리를 더욱 더 꼬이게 할 우려가 있으니, 지금 정도의 선에서 마무리한 것이 현명한 선택이란 생각입니다.

아무튼 1, 2번의 어려움을 생각하면 조스 웨든 감독의 솜씨는 인정하게 됩니다.

 

3. 사실 진정한 슈퍼히어로 연합이라면 아이언맨, 캡틴, 헐크, 토르 정도까지가 적당합니다. 이미 이 정도만 해도, 솔직히 토르는 신이고 다른 멤버들은 사람인데 토르와 아이언맨이 동등하게 치고받고 한다는 것부터 좀 불편하죠. 게다가 실전에서 가장 위력적인 멤버가 방패도 없고 맨살로 뛰어다니는 헐크라는 건 아무래도 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작 실전에서 '히어로'인 캡틴 아메리카가 '아무 초능력 없는 진짜 사람'인 호크아이나 블랙 위도우에 비해 뭐 하나 뾰족하게 나은 게 없더라는 점입니다. 물론 그의 가장 큰 강점은 '무적의 방패'입니다만, 그 방패 없는 나머지 멤버들도 적들의 사격은 그냥 야구장 레이저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습니다(한방도 안 맞아요). 그 결과, 맨주먹으로 맞서는 캡틴은 그냥 명예 멤버 역할이나 하고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팬들에겐 참 안타까운 일일수도...

 

 

4. 이 영화의 시각은 은근히 우익적입니다. 영화 도중 아이언맨은 SHIELD에서 외계의 에너지원인 큐브를 이용해 무기를 개발하고 있었다고 폭로하고, 캡틴 아메리카와 (권력기관 민간인 사찰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배너 박사가 "내 너희 기관원들이 하는 짓이 그렇게 음흉할 줄 알았어! 니들 나한테도 *****하게 했잖아!"라고 흥분합니다.

하지만 결론은 '그걸 니들이 알아봤자 이런 소란밖에 더 피워?'와 '입만 살아 있는 무책임한 히어로들보다는, 욕먹을 각오를 하고 묵묵히 아무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고 있었던 SHIELD가 짱'이라는 쪽.

 

5. 새로 추가된 배우가 워낙 없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론 코비 스멀더스의 출연이 매우 반가웠습니다. 시트콤 'How I met your mother'의 미녀 로빈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마찬가지로 반가우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선 별 존재감 없는 역이었지만 감독 조스 웨든이 극장판 '원더우먼'을 계획할 때 타이틀 롤을 맡기려고 했던 인재입니다. 물론 취소된 프로젝트. 아래 사진은 아마도 그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은 팬 아트인 듯 합니다.

완전히 박살난 TV판 원더우먼 리메이크는 대체 왜 그런 캐스팅을 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납니다. 거기에 비하면 코비 다이애나 프린스는 여신이군요.

6. '어벤저스'의 제작과 거의 확실한 '어벤저스2'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아이언맨3'가 2013년에 나올 예정이라는 건 역시 '어벤저스' 프랜차이즈가 아이언맨 없이는 존립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걸 대변해 주기도 합니다. 아이언맨이 유재석인 '무한도전'이라고나 할까요. 아무리 전투력은 헐크가 최강이라도 결국 멋진 역할이나 재미있는 장면은 모두 아이언맨 차지. 애인이 나오는 캐릭터도 아이언맨 혼자 뿐.

이렇게 보면 '어벤저스'는 '아이언맨' 2편과 3편 사이의 간격을 메워 주는 '아이언맨 2.5' 의 역할이라고 보는게 좋지 않나 싶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전 우주적으로 놀게 된 아이언맨을 다시 지구 안으로 끌어들이려면 '아이언맨3' 제작진은 얼마나 더 고민해야 할까요.

 

7. 베스트 신은 헐크가 보여주는 '분노의 빨래 털기'.^^

   이 한 장면만으로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습니다. 후련합니다.

 

P.S. 대체 항공모함이 공중에 떠 있으면 얻을 수 있는 이점에는 뭐가 있을까요?

       어뢰에 맞지 않는다? 기뢰 공격을 피할 수 있다? ㅋ

       ('첼로리스트'는 워낙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터라 뭐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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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이지스 스파이더맨은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 문제 때문에 못 나오는 것 아닌가요? 2012.04.30 12:26 신고
  • 프로필사진 랜디리 넵. 영화화 판권이 소니에 있습니다. 2012.04.30 12:35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그만큼 잘 나가니까 합쳐서 살려보자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는거지. 2012.05.02 18:25 신고
  • 프로필사진 헐크의 패대기 십년묵은 체끼가 확 내려감 ㅋㅋㅋㅋㅋㅋ 2012.04.30 15:36 신고
  • 프로필사진 kerygma 납득이 데려다가.... 모임 한 번 해유.... 2012.04.30 16:03 신고
  • 프로필사진 지나가다가 항공모함의 최대 위험은 어뢰가 맞습니다..미국에서 어뢰가 보이면 순간적으로 공중으로 부상해서 어뢰공격을 피하는 항공모함이 연구중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2012.04.30 17:18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그런데 대신 대공포에 노출되면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2012.05.02 18:25 신고
  • 프로필사진 ?? 송원섭님의 말에 따르자면 물에있자니 어뢰가 무섭고 공중에 있자니 대공포가 무섭다 라는얘긴데...
    그럼 탄도미사일로 슈팅게임하듯 싸움하면되겠군요..
    어벤저스에 나온 항공모함이 공중으로 부상이 가능한 이유중 제일 큰 이유는 활용성이겠지요.
    공중이나 바다 모두 활약가능하게 만든 전천후 항공모함..쯤으로 편하게 생각하면 될듯합니다.
    애초에 저정도 기술력이면 어뢰든 대공포든 맞기전에 해결 가능하지 않을까요? ㅎ
    2012.08.04 02:20 신고
  • 프로필사진 블로그스토커 만화책에 대한 공손한 표현 이외의 다른 표현이 있을까요? 그래픽 노블에 대해서... 왠지 더 깊은 의미가 있을것만 같은데요. 2012.05.02 05:24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글쎄요... 그 이상은 그닥.^^ 2012.05.02 18:26 신고
  • 프로필사진 아자哲民 한국형 히어로 보다 배트맨이 더 좋은 1인 ㅜㅜ 2012.05.02 09:13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배트맨보다 야구장 배트걸이 백배 좋은 1인. 2012.05.02 18:36 신고
  • 프로필사진 후다닥 배트걸...
    저도 한표....
    2012.05.03 18:07 신고
  • 프로필사진 bejewel 오로지 빨래털기 때문에 봤습니다 ㅋ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에서 나오더군요 ㅋㅋ 한참 웃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의외로 짧게만 웃어서 그게 참 아쉬웠어요
    올해 본 가장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ㅋㅋㅋㅋ
    2012.05.02 09:48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너 아직도 그렇게 남 눈치 보냐. ㅋ 2012.05.02 18:36 신고
  • 프로필사진 후다닥 와잎 취향따라 영화를 보느라 수퍼 히어로물은 케이블로만 봤는데...
    하...
    요거 참...
    어찌해야 볼수 있을까요?
    ㅋㅋㅋ
    2012.05.03 18:08 신고
  • 프로필사진 야식대마왕 캡틴 아메리카가 다른 히어로들과 차별되는건 그의 정신이지 않을까요? 영화에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에 리더십을 발휘한건 그였거든요. 쉴드라는 배후에 통제되지 않던 히어로들에게 동기를 제공한 요원의 소망도 그런 모습이 발현되길 바라는 것이었구요. (물론 퓨리의 꼼수도 있었지만) 작의적인 해석이지만 캡틴아메리카에 퍼스트 어벤저란 타이틀이 붙은것도 순서상 처음인것도 있지만 그의 정신에서 비롯된 클래스를 의미한다고도 생각합니다.(물론 헐리웃 영화에서 종종 비춰지는 미국 영웅주의를 따른 관점은 절대 아닙니다) 또 가장 강력한 힘을 지닌 캐릭터가 헐크(사람의 또다른 이면) 인것도 중요한 포인트인것 같네요. 2012.05.06 01:13 신고
  • 프로필사진 송원섭 영화 '어벤저스'를 봐선 정신 면에서도 다른 작자들보다 굳이 나은 점을 발견하기 힘듭니다. 아이언맨과 똑같이 치고받고 싸우는 걸 보면. ㅎ 2012.05.10 09:40 신고
  • 프로필사진 ㅇㅇ 항공모함이 날수 있으면 기동력이 가장큰 장점이죠 2012.05.16 21:52 신고
  • 프로필사진 행인1 토르는일단 완전한 신이아닌 반인 반신입니다. 오딘만큼의 힘은 절대로 나올수가없지요...
    그리고 영화상의 어벤저스팀은 일단 오리지널 어벤저스와 얼티미츠를 섞어놓은 팀입니다. 단순히 영화버전을 위해서 만들어진 팀입니다. 아이언맨은 마블 특성상 몇몇팀에서 리더를 맏았던만큼 영화에서 그렇게 그려지지않았나 싶네요.
    항공모함은 공중에서 사라지는 기능을 가지게되지요...쩝..이건걍 눈요기를 위한게아닐까 짐작되네요...
    닉퓨리도 원작에서는 백인입니다만. 흑인으로 바뀌었구요.. 그냥 단순히 영화판 어벤저스의 새 버전인것같네요ㄱ-;; 저도 보면서 머리가아팟거든요..쩝 ..
    2012.08.21 11: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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