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0.31 '잊혀진 계절'과 노래 속 날짜들 (68)
  2. 2008.08.07 서태지도 늙는다 (50)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면 당연히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습니다. 바로 이용의 '잊혀진 계절'입니다.

8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수 이용의 존재감은 절대적입니다. 81년 제5공화국 문화 정책의 야심작인 '국풍 81' 축제를 통해 가수로 데뷔한 이용은 다음해인 82년, 누구도 감히 넘보지 못한 조용필의 아성을 깨고 MBC TV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가수왕을 차지했습니다.

사실 그 방송을 직접 본 저로서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요즘은 '10대 가수'라는 말을 들으면 당연히 샤이니나 원더걸스 같은 teenager 가수들을 가리키는 말로 생각하지만 90년대 까지만 해도 '10대 가수'라면 당연히 매년 연말 뽑는 MBC 10대 가수를 가리키는 말일 정도로, '10대 가수 가요제'의 중량감은 대단했습니다. 김흥국이 단 한번 10대 가수에 든 것으로 '안녕하세요, 10대 가수 김흥국입니다'라고 몇 해를 버틸 정도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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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당시 이용은 데뷔곡 '바람이려오'와 '잊혀진 계절'로 누구도 부럽지 않을 인기를 자랑했습니다. 대부분의 남자 가수들이 트로트나 스탠다드 팝 스타일의 보컬을 고수하고 있는 환경에서, 당시만 해도 이렇게 쭉쭉 뻗는 성악적인 발성의 고음 가수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넘치는 목소리가 당시의 대한민국을 사로잡았습니다.

물론 이용의 인기가 대단하긴 했지만 82년의 조용필 역시 대단했습니다. 이해 4집을 내놓은 조용필 역시 '못찾겠다 꾀꼬리'와 '기도하는~'이라는 가사로 너무나도 유명한 '비련', '자존심' 등을 히트시키며 정상을 굳게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이용이 가수왕에 오른 것은 이변으로 여겨질 만 했습니다. 조용필 팬들은 "말도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었죠.

(자, 당연히 이런 얘기들은 본론이 아닙니다.)

이 '잊혀진 계절'을 비롯해 가사나 제목에 날짜가 등장하는 노래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특이한 것, 이 날짜가 기쁜 날인 경우가 없더라는 것입니다.

일단 '잊혀진 계절'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채/ 우리는 헤어졌지요'로 시작합니다. 당연히 '10월31일'은 노래에 나오는 두 사람이 헤어진 날입니다. 그 이별의 아픔 때문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 남자에게 10월 말은 잊혀진 계절이 되고 만 겁니다.


서태지의 유명한 '10월 4일' 역시 마찬가지죠.



왠지 요즘에 난 그 소녀가 떠올라
내가 숨을 멈출 때 너를 떠올리곤 해

내 눈가엔 아련한 시절의
너무나 짧았던 기억 말고는 없는데

넌 몇 년이나 흠뻑 젖어
날 추억케 해

네가 내 곁에 없기에
넌 더 내게 소중해

그렇습니다. 역시 그 소녀도 지금 옆에 없죠. 서태지는 한 인터뷰에서 "중2때 좋아했던 소녀의 기억을 담은 노래"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비의 최신 앨범에 있는 '9월12일' 역시.

이별 앞에선 어느 누구도
당당해질수가 없겠죠
나도 그랬죠
마음 찢어지고
이를 악물고 대답했죠
헤어지자고 니 말대로 난 한다고

나는 멋지게 이별의 말 뱉었죠
나보다 좋은 사람을 찾아가라고 겉으론 그렇게..
이별 앞에선 어느 누구도
당당해질수가 없겠죠
나도 그랬죠
마음 찢어지고
이를 악물고 대답했죠
헤어지자고 니 말대로 난 한다고

아예 처음부터 대놓고 '이별 앞에선 어느 누구도 당당해질수 없다'고 나오는군요. 그래도 조금 낫습니다. 9월12일이 헤어진 날이 아니라 옛 애인을 처음 만난 날이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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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날짜가 들어가진 않지만 버즈의 '일기'라는 노래도 있죠.

12월 9일 목요일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 하루를 보냈다고
4월에 나눌 인사를 미리 서둘러 하고
세상과도 이별한다고
눈을 감으면 깨어나지 못하면 매일 써오던 일기
내게 전해주라고

혼자 남은 나를 걱정했나요 많이 아파했나요
갚지 못할 그 사랑에 자꾸 눈물이 나죠
사랑했던 날을 모두 더하면 이별보다 길텐데
그댄 벌써 내게 제발 잊으라고만 하네요

4월에 내린 햇살을 만져보고 싶다고
힘없이 눌러쓴 그대 팔에
몇일동안 비가 내려 많이 아파하던 날
멈춰버린 4월 어느날
가지말라고 제발 눈을 뜨라고
이건 장난이라고 이럼 화낼거라고

버즈 멤버들은 아니지만 작사가의 개인적인 사연이 담긴 노래라고도 하는군요. 구체적인 사연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행복한 사연은 아닌게 선명합니다.


날짜가 나오는 노래 중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곡을 찾자면 아무래도 에픽하이의 '11월1일'을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중한 친구가 있었죠 내 숨소리 보다 가깝게 느꼈죠
피아노와 통키타 멜로디로 꿈을 채웠고
현실보다 그 사람은 음악을 사랑했었죠
오 그 지난 날 남다른 길에 발 딛고
무대위에서 내게 보내던 분홍 빛깔 미소
아직도 그때가 그립다 그땐 사랑과 열정이
독이 될 줄 몰랐으니까 괴리감은
천재성의 그림자 가슴이 타 몇 순간마다
술잔이 술이 차 내 친구가 걱정돼도
말을 못하고 가리워진 길로 사라지는
뒷모습 바라봤죠 그가 떠나가
남긴 상처 보다 깊은 죄가 비라며
내 맘속엔 소나기뿐 너무나 그립다
텅빈 무대끝에 앉아 붙들 수 없는
꿈의 조각들 쫓던 그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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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볼 것도 없이 이 날은 소중했던 친구가 떠나간 날입니다. 그렇다면 그 소중한 친구란 누구일까요. 이 노래에 원티드의 김재석이 참여하고 있는 것은 당연히 교통사고로 숨진 원티드의 전 멤버 서재호를 추모하는 의미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에 한국 가요계의 두 거목에 대한 추모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바로 1987년 11월1일 사망한 유재하와 1990년 11월1일 사망한 김현식이죠. 에픽하이의 타블로도 "어려서부터 존경하던 유재하의 기일이 노래의 제목"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대목에선 이 노래를 듣지 않으면 안될 것 같군요. 한국어가 남아 있는 한, 한국어 가요라는 것이 남아 있는 한 마지막까지 흘러나올 노래들 중 하나일겁니다.




팝 쪽으로 가봐도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4일 정도를 제외하면 날짜를 담은 노래 중에 밝은 사연을 담은 노래는 별로 없는 듯 합니다. 대표적인 노래로는 비지스의 'First of May'가 생각나는군요.

다 아시겠지만 소년 소녀의 사랑을 담은 영화 '멜로디'에 실렸던 노랩니다. 지금도 5월1일이면 신청이 폭주한다는 곡이죠.



When I was small, and christmas trees were tall,
We used to love while others used to play.
Dont ask me why, but time has passed us by,
Some one else moved in from far away.

Now we are tall, and christmas trees are small,
And you dont ask the time of day.
But you and i, our love will never die,
But guess well cry come first of may.

The apple tree that grew for you and me,
I watched the apples falling one by one.
And I recall the moment of them all,
The day I kissed your cheek and you were mine.

When I was small, and christmas trees were tall,
Do do do do do do do do do...
Dont ask me why, but time has passed us by,
Some one else moved in from far away.

듣고 있으면 참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어 기억이 달력장에 덮여도 느낌은 그대로 남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들과 다시 오지 않을 느낌들이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다는 게 가끔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래서 날짜가 제목에 담긴 노래들은 더할 나위 없이 애잔하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런 안타까움도 시간이 흐르면 하나씩 사라져 가겠지만.



p.s. 날짜를 명시하고 있는 좋은 노래들로는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별의 12월32일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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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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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거눈 2008.10.31 11: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내일도 비가 오면 역시 November rain도 빼 놓을 수 없겠죠
    (뭐 역시 밝지는 않습니다만)

    • 송원섭 2008.10.31 14: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거긴 날짜가 안 나오니 무효.

      (September에는 9월21일이란 날짜가 나옴)

  3. 교포걸 2008.10.31 12: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가 뚜렷히 기억하는 날짜가 들어간 노래는 UP의 1024밖에 없네요. 작곡, 작사가 생일이라고 기억하는데 그룹 멤버였었나요? 그런데 가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역시 이별에 관한 슬픈 내용이네요. 그냥 클럽에서 틀어주는 신나는 노랜준 알았는데. http://www.youtube.com/watch?v=tIwDEsqM6wI

    • 송원섭 2008.10.31 14: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러니까 이것도 '헤어진 날짜' 그룹에 해당하는 노래군요.

  4. 불타는고구마 2008.10.31 13: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10월엔 잊혀진 계절
    11월엔 November Rain

    시월의 마지막 밤이 지나 11월 1일이 되면 라디오에서 이 순서로 노래가 나오곤 했었죠

  5. 가을남자 2008.10.31 14: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who cring in the rain' 이란 노래도 있었지요. Neil Diamond 이던가...

  6. 달봉이 2008.10.31 14: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10월의 마지막날이면,,,
    Barry manilow의 When october goes가
    생각나고,,듣고있자면,,,마음이 아득해집니다.
    그나저나 그간 너무 소홀했던것 같아
    송기자님께 죄송,,,

  7. 땡땡 2008.10.31 14: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배리 매닐로우 When October Goes...

  8. 랜디리 2008.10.31 14: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때 인기 끌었던 비트 매니아의 수록곡인 20, November (아 매냑해;; )

    http://kr.youtube.com/watch?v=gpij0zHWCvo

  9. 랜디리 2008.10.31 14: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object width="425" height="344"><param name="movie" value="http://www.youtube.com/v/gpij0zHWCvo&hl=ko&fs=1"></param><param name="allowFullScreen" value="true"></param><param name="allowscriptaccess" value="always"></param><embed src="http://www.youtube.com/v/gpij0zHWCvo&hl=ko&fs=1"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 width="425" height="344"></embed></object>

  10. 2008.10.31 15: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별의 12월 32일도 있어용.. ㅋㅋㅋ 이것두 이별노래네 ㅋㅋ

  11. Char 2008.10.31 15: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U2 의 New years day 가 생각나네요.
    해가 바뀜과 동시에 자주 틀어주더라구요.

    • 송원섭 2008.10.31 17: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일리가 있지만 이걸 인정하면 Christmas가 들어가는 노래는 모두 답이 되니까 무효!

  12. 호호 2008.10.31 16: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1994년 어느 늦은 밤'은 연도 표시만 되어 있고 월일이 없어서 안되는 걸가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저는 어쩐지 항상 '1994년 어느 늦은 가을밤'으로 떠올리게 되는 노래입니다.

  13. 허진석님 2008.10.31 17: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언뜻 가족오락관 문제 같네요.
    박진영의 썸머징글벨?
    뜨거운 여름 돌아오는 25일이라고만 되어있는데 7월25일 아니면 8월25일...

    아니면 원더걸스의 이 노래 ^^
    http://tvpot.daum.net/clip/ClipViewByVid.do?vid=Ye4cq74lx0E$

  14. 찾삼 2008.10.31 17: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
    이용의 저 잊혀진계절때문에....생(개)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ㅡㅡ;;;
    노래를 들을때마다 그 생각이 나서 분통이 터진답니다..
    에효

    노래마다 사연이 많겠지만...
    노래들을때 마다 열받는 노래 1순위가 되어버렸답니다..

  15. 라일락향기 2008.10.31 19: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 예전 선배언니를 만나러 모방송국에 갔었다.

    어라...개그맨 심형래씨다.
    주변에는 온통 팬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있고...
    팬들에 둘러싸여 기분좋아 보이는 심형래씨^^

    -잠시후-
    어디선가 가수 이용씨 등장! (그 당시 인기가수)
    심형래씨를 둘러싼 팬들...이용발견!
    와~ "가수 이용이다" 라는 외침과 함께...정말 한명
    도 남김없이 이용씨에게 모두들 돌진!
    자신의 인기를 확인하며 마냥 흐믓한 가수 이용씨!

    갑자기 머쓱해진 심형래씨...혼잣말 하는걸 난 들었다.

    "아니 어떻게 한명도 안남고 다 가냐"...

    씁쓸하고도 민망한 표정을 짓던 심형래씨의 표정을 난
    지금도 기억한다.
    그 당시만해도 스포트라이트는 이용씨 몫이었다.

    -세월이 흐른 후-


    심형래씨는 신지식인이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스포
    트라이트를 받았다.^^

    人間之事 塞翁之馬 라더니...

    *P.S. 이용씨만 보면 그 때가 생각나서요. ^^

  16. jsyqa 2008.10.31 19: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너무 늦게 왔네요. 오늘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17. echo 2008.10.31 20: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88,89년쯤에 봄여름가을겨울 콘서트에서 고김현식씨를 봤었죠..... 아침부터 가슴 한구석이 아리네요.

  18. still 러브 세리 2008.11.01 00: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specific한 날짜를 명시하고있는노래 찾는거, 이거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개인적으로 알면서 위서 나오지 않은건 December, 1963 이나 19/2000 정도인데 그것들도 확실하게 날짜를 얘기한건 아니고.

    하여튼, 4th of July를 제외한 날짜가 나오는 노래는 몇게 찾긴 했슴니다. 거의다 아~~주 오래전에 나온것들이더라구요.

    15th of July (invisibles) by Be Bop Deluxe (Tramcar to Tomorrow)

    7th september 2003 by The ELected (Me First)

    1*15*96 by Ataris

    12.19.03 by Slow Runner (No Disassemble)

    근데, 잠깐씩 들어보니, 좋은 내용의 노래는 없는것 같더군요. 사람의 심리라는게, 좋은 일이 있슴, 술마시고 파티하면서 다 잊어버리고, 씁쓸한 일이 있슴, 두고 두고 기억하나 봅니다.

    괞히 노래찾다가 기분만 우울해졌네요.

  19. 가을남자 2008.11.01 15: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1943년4월3일생이라는 노래가 있었읍니다.원래는 1971년 이태리 싼레모 가요제 입상곡인데 우리나라에서 이용복이라는 맹인가수가 불러 히트한곡(어머니 왜 날 나셨나요)이지요.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너무 애가타는 곡이라서 좋아했더랬읍니다. 나이탓에 옛날이야기만 늘어놓는게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이방에서 옛이야기는 내몫이라 생각하고 늘어놓으니 시대에 안맞더라도 그러려니 하시기 바랍니다.

    • 송원섭 2008.11.02 01: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언젠가 이 노래 얘기도 쓴 적이 있었습니다. 이 노래 역시 '불쌍한 어머니 왜 저를 낳으셨나요' 이니 뭐 그리 좋은 날은 아니라고 봐야겠죠.^

  20. 미친샘이 2008.11.01 23: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뒷북인가.. 봄여름가을겨울의 12월 31일이란 연주곡 있느데염..

  21. 허진석님 2008.12.04 09: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제 라디오에서 신효범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가사에 2006년 10월 18일이라고 날짜가 나오네요. 이 포스팅이 생각나서 확인해보니 이 노래가 빠져 있길래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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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공고 1학년 1반 25번 서태지'가 방송됐습니다. 일단 느낀 점은 두가지. '(일부러 안 웃기는 건지는 몰라도)여전히 서태지는 웃기는 데에는 재능이 없구나', 그리고 '서태지가 참 친절해졌구나' 하는 겁니다.

물론 골수 팬들에게는 서태지만큼 재미있는 사람이 없고, 서태지만큼 친절한 사람이 없을 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인의 시각에선 그랬다는 얘깁니다. 아무튼 그러면서 더 보태지는 생각은 '이제 서태지도 나이를 먹었구나' 하는 겁니다.

외모상으로 서태지는 아직도 20대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윗세대, 혹은 동년배들에게 이렇게 젊어 보이는 서태지가 과연 그보다 훨씬 어린 10대-20대 팬들에게도 그렇게 젊어 보일까요. 그건 굉장히 다른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싱글 '모아이' 발매 이후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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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서태지도 늙는다

영화 '다크나이트'에서는 배트맨의 활약을 로마시대의 케사르와 비교하는 인상적인 대사가 나온다. "영웅일 때 죽을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악당으로 변해 있는 걸 볼 때까지 오래 살 것인가."

젊었을 때의 케사르는 로마 공화정의 부패와 경제난을 해소한 구원자였지만 늙어서는 '괴물', '독재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어느 시대든 영웅이 되는 건 쉽지 않지만, 그 영웅이 평생 동안 명성을 유지하는 건 그보다 몇 배나 어려운 일임을 지적한 얘기다.

서태지가 4년여만에 현역에 복귀했다. 팬들은 다시 환호하고 있다. 물론 예전같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대중문화 역사상 가장 충실한 팬들답게 화려한 팡파레를 울려 주고 있다.

서태지는 일반적인 대중 스타와는 다르다. 그는 언제나 왕이었고, 대통령이었고, 교주였다. 16년 동안 그의 말과 행동은 일개 연예인의 말을 뛰어넘는 힘과 위엄을 지녔고, 그를 비판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그와 맞서는 것은 '부패한' 기존 권력의 하수인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공감대가 젊은 층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월이 흘렀고, 예견할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서태지는 더 이상 젊음과 반항의 상징이 아니었다. 청소년기에 서태지를 접한 세대는 이미 30대가 됐고, 그보다는 H.O.T나 god가 친숙한 세대는 오랜만에 돌아온 '중년의 한때 잘 나가던 록 뮤지션'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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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눈에는  U.F.O 이벤트보다 인터넷을 휩쓰는 '빠삐놈' UCC가 훨씬 그럴싸하다. 이들에겐 한때 젊은이들을 대변했다던 서태지가 중산층을 겨냥한 중형차 모델이 되어 있는 '변절'도 불쾌한 일일 뿐더러, '딸랑 네 곡'이 들어 있는 싱글을 만원이 넘는 가격에 파는 것도 못마땅하다. 10년 전, 아니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반응이다.

물론 서태지야 억울할 수밖에 없다. 애당초 서태지는 사회 변혁을 부르짖지도 않았다. 빌딩과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갖고 있는 갑부라는 사실 역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싱글이든 앨범이든, 만원이든 10만원이든 사는 사람이 있는 한 사지도 않을 사람이 볼멘 소리를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싱글 만원이 웬말?'이라는 바보같은 이야기에 대한 내용은 이쪽)



이번 음반에서는 서태지의 고민이 읽힌다. 일반적으로 뮤지션은 팬들과 함께 늙어간다. 더 이상 신곡이 인기 차트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10대들이 공연장에서 기절하지 않아도 충실한 팬들은 계속 자리를 지킨다.

하지만 서태지는 그걸로 만족하기엔 아직 너무 젊다. 아직 '새로운 친구들'을 받아들이고 싶은 욕구도 뜨겁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는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까. 지금은 그렇다 쳐도 10년 뒤, 20년 뒤의 서태지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인가. 앞으로의 한발 한발에 더욱 눈길이 간다. 역시 영웅으로 늙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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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팬들에게는 대단히 불편한 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서태지에게 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이유로 반감을 갖고 있는 젊은 층의 목소리를 들어 본 분들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일거란 생각이 듭니다.

'다크나이트'에 나오는 굵은 부분의 원문은 "You either die a hero or live long enough to see yourself become the villain" 입니다. '영웅으로 일찍 죽든가, 오래 오래 살아 자신이 악당이 되어 있는 걸 보든가'라는 말은 다양한 함의를 갖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수많은 '젊은 날의 영웅'들이 나이들어 젊은이들에게 비판받는 악당으로 변해왔습니다. 케사르는 말할 것도 없고,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자 베토벤이 3번 교향곡의 표지를 찢었다는 얘기도 유명하죠. 한국에서도 멀리는 4.19세대, 가깝게는 386의 영웅들이 어딘가 비뚤어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젊었을 때의 이상을 늙어서까지 간직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되겠지만, 실제 함의는 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이상을 말하기는 쉽지만 현실은 알수록 어렵다는 것, 혹은 비판하기는 쉽지만 실제로 책임을 맡아 보면 겉에서 보는 것과는 다르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스스로는 변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변해 버립니다. 1980년대에는 너무나 진보적이었던 생각이 21세기에는 케케묵은 구식 생각이 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유행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가끔 복고풍이라는 반발도 가능하지만, 한 시대의 첨단 유행일수록 시간이 흐르면 더 빨리 시들어버립니다.

뒤집어 말하면, 영웅으로 오래 오래 기억되려면 일찍 죽어야 한다는 뜻도 될 겁니다. 케네디가 되거나, 짐 모리슨이 되거나, 알렉산더 대왕이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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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북공고...'가 방송되기 이틀 전에 쓰여진 글입니다. 그리고 '북공고...'를 보고 나니 서태지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연 40대가 된 서태지는 그 시기의 10대들에게 무엇일까, 또 50대의 서태지는 무엇이 되어 있을까. 혹시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면 다른 누구보다 그 자신이 견딜수 없을 테지요.

아무튼 지금까지의 모습만을 간직한다면 서태지는 '그 시절의 사람들이 무척이나 좋아했던, 그 시절의 젊은이들이 듣던 노래를 부른 뮤지션'으로 서서히 잊혀져 갈 겁니다. 그걸 거부하고 거기서 벗어나려면, 서태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음악을 해야겠죠. 그것이 '더욱 더 가장 젊고 발랄한 세대의 취향'을 선도하려는 노력이 될지,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이 될 지는 알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세대를 뛰어 넘어 활약하는 뮤지션들은 나이가 들면 서서히 인생을 노래하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사랑과 질투, 소녀와 이별의 아픔(물론 나이들어서도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20대 초반에 이해할 수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르죠^^)에서 벗어나 세계와 인간을 가사에 담기 시작하죠. 멜로디도 자연히 부드러워집니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싱글은 '중년 서태지'를 위한 시작이 아닌가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다른 생각인 분들도 많겠죠?



p.s. 어제 처음 공개된 '모아이' 뮤직비디오입니다. 칠레와 이스터섬에서 촬영됐다는군요. 가요계의 침체 이후 이렇게 공들인 뮤직비디오는 참 오랜만에 보는 터라, 감회가 새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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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서: '다크나이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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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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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nanjappans 2008.08.07 10: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처음 방송했던연예프로가 생각나네요...
    (토요일 저녁6시쯤하는거였는데)
    그때 전영록이 아마 심사위원으로 나왔던거 가튼데...
    난알아요에 대한 평이 완전 혹평 그자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기억인가 모르겐네요...

    획일화, 고정화 된 어떤것들을 변화시킨다는것 자체가
    대단한 힘이자 능력인거 가틈...
    그때 참 서태지 대단했는뎅.....지금은 사회생활 하느라
    연예계 인생에 대해서는 그닥 관심이 없어 잘모르지만요...

    • 송원섭 2008.08.07 12: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나중에 그것도 한번 되새겨봐야겠군요. 사실 그렇게 혹평 아니었습니다.

    • echo 2008.08.07 13: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기억나요...점수로 치면 80점대 였던 것 같은데, 와 니들 대단하다 이런 반응은 절대 아니었고 좀 다듬어라 이 정도?

      근데 나이가 들면 이 기억이라는 것도 믿을게 못되더라는-_-;;

    • 금조 2008.08.07 15: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랬습니다요...전영록 뿐 아니라 우리나라 최고 제작자중 하나인 하광훈씨도 함께 나와 질책(?)에 가까운 평을 했었죠...그러고 한달도 채 안되 모든 젊은이들이 제품라벨 덜렁거리는 모자랑 쌕을 매고 돌아다녔으니...대단했죠...

    • 기억합니다 2008.08.07 15: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임백천씨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의 첫회, 첫출연자였죠.
      그렇게 혹평은 아니었다고 기억하시지만,
      TV가 사람을 면전에 놓고 그렇게 박한 평을 하는
      시대가 아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그 이후의 출연자들에게 내놓았던 평들과 비교하면,
      또 그 이후의 점수들과 비교하면..
      (70점대였는지 80점대였는지, 평균보다 10점은 아래였죠)
      굉장한 혹평이었죠.
      사실 말 자체가 독하진 않았어요.
      (아메리칸 아이돌 시리즈에 비교하면.. 장난이죠)
      하지만 부드럽게 돌려한 말에 담긴 의미는..
      진짜 별로다, 로 함축되는 거였죠.

      그때 너무 웃겼던 기억이 나요.
      대중속에서 내가 느낀 그의 노래가 주는 호감도에 비해,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평가가 너무 아니었거든요.

    • 지나가던이 2008.08.07 17: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당시 전영록씨는 그다지 큰 비평은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은 판단하지 않겠다. 모든건 음악을 받아들이는 팬들이 결정할 것이다. 진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이돌스타였던 전영록씨 다운 발언이었습니다. 서태지도 대단하지만, 전영록씨 또한 대단한 스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 크리스 2008.08.08 10: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 프로그램 성향상 혹평을 한다고 해도 심각한 수준의 혹평은 하지 않았으므로, 사용된 단어나 평가 자체가 과격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워낙 점수가 낮게 나왔고(그 코너 막내릴 때까지 서태지와 아이들이 받은 점수가 최하점이었던 것 같아요), 최하의 점수에다가 '이거 좀 별로네.' 하는 식의 전문가 비평가의 평이 더해지면서 더 강렬한 이미지를 남긴 것 같아요.

      뭐 그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은 임백천이 담당한 다른 프로그램 시그널도 제작해주고(그냥 앨범에 있는 곡을 편집한 수준이었죠), 컴백 방송도 엠비씨에서 다 하는 것 같더라구요.

      아마 그 방송이 아니었으면, 그때처럼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일종의 구세대와의 대립각이 세워졌으니까 더 반발심에 선택한 것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Mastojun 2008.08.08 17: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http://video.cyworld.com/18429831

      직접 다시 보세요 :D

  3. 라일락향기 2008.08.07 10: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예전 직접봤던 서태지가 기억나네요. 피부가 유난히 하얗고 주근깨가 있었던...그리고 예전 왕성하게 활동할 때 오픈된 장소에 있어도 사람들이 잘 못알아본다고 하더군요. ^ 역시 이곳에 오니 뮤직비디오도 감상할 수 있고, 덕분에 잘 봤습니다.

  4. 후여리 2008.08.07 10: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의 노래를 좋아해주고..
    그의 노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위해서 노래 불러주고..
    그러면서 함께 늙어가고.. 그러면서 함께 하는거 같아요..ㅎ

  5. 달봉이 2008.08.07 11: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서태지하면,,,늘 동시에 신해철이 떠오릅니다.
    둘은 어쩌면 같은 선상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어떤 평론가는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구여
    서태지는 끊임없이 대중에게서 도망치고, 신해철은 끊임없이 다가가려한다. 그게 두사람의 차이다.
    근데 막상 신해철씨는 자신은 서태지에 비하면
    제도권을 온순히 거쳐온 비겁자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대학1학년때 서태지가 데뷔했었는데,,,
    같이 늙어가네요...쩝..

    • 송원섭 2008.08.07 12: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http://isblog.joins.com/fivecard/1 여기 그런 얘기가 있습니다.

    • 둥이아빠 2008.08.15 05: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ㅎㅎ
      저랑 같은 학번이시네요.
      저도 데뷔방송을 봤었죠.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달이 채 안되어서
      동기들이 다 그 놀래에 미쳐 있는거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6. ikari 2008.08.07 11: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제 방송에서 보니 세월은 세월이더이다...-_-
    태지가 대단하고 안하고는 개인적인 판단이겠지만,
    멋도 모르고 욕하는(뭐 요즘 트렌드이긴 합니다만...^^)
    글을 볼 때는 조금 마음이 아프긴 합니다.

  7. 2008.08.07 12:1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8. zoe 2008.08.07 13: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새삼스럽게 송원섭 기자님은 정말 정말 글을 잘 쓰신다... 라고 느끼고 갑니다. 요즘 참 인생 지루하다고 느꼈는데 간만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좋은 자극 받았습니다. 서태지에 대한 흥미는 전혀 없지만 서태지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을 배운 것 같아요. (흑흑... 제 짧은 국어 실력)

  9. 지나가다 2008.08.07 14: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다른건 모르겠는데 늙었다는게 느껴지는게 필승을 고음으로 못 부르더군요...

    • 나도 지나가다 2008.08.07 17: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확실히 필승을 고음으로 부르긴 쉽지 않지만
      어제 필승은 서태지와 아이들 4집 당시
      필승 리믹스버전인거 같던데요.^^;;

    • 일년후답글 2009.10.14 16: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땐 필승 리믹스 버전이고요
      다른 공연에서 고음으로 불렀습니다
      인과관계가 잘못 설정된듯해서요..풉.

      근데 늙어가는거야 당연한거 아닌가요
      제목만 자극적이네요

  10. 니나 2008.08.07 15: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무대에서 70점 대를 받았었습니다.
    전영록이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는데, 심사평을 그렇게 했지요. 가사 전달이 안 되고 너무 앞서 간 것 같다고...

    제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비교적 선명히 기억하는건, 그 첫 무대부터 서태지의 팬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기엔 참 신선하고 멋진 춤과 노래였는데.. 왜 그렇게 박하게 평을 하나 생각이 들었거든요.

    서태지의 콘서트를 쫓아다니는 정도의 열성팬은 아니지만, 매번 새로운 음반이 나올 때 마다 망설이지 않고 CD를 주문하는 정도의 애정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다가오지만, 어느 것이든 모두 제 마음을 설레게 하고 기쁘게 합니다. 꼭 문화대통령이 아니어도 혁명가가 아니어도, 그냥 그의 음악은 너무나 서태지스러워서 제게 기쁨이 되는지도 모르지요.

    어제 훨씬 편안해지고 친절해진 그의 모습을 보며 저도 나이가 들어가는 서태지를 생각했고,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여 좋았습니다. *^^*

  11. 데뷔무대. 2008.08.07 17: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확히 7.8점 받았네요. ㅋ

  12. 서태지팬 2008.08.07 18: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가 정말 서태지 관련글 보다가 님이 쓴 글만큼 공감가는

    글은 처음이네요. 정말 서태지 팬으로서 저도 이런 생각을

    요즘들어 부쩍 했었는데 가려운 곳을 긁어주듯이 잘 쓰셨

    네요. 저도서태지와 아이들을 마지막으로 본 세대 그러니

    그러니까 서태지 세대의 거의 막내격이죠. 현재 나이는 26

    남성입니다. 저는 뭐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때도 방송을 보

    러 간다거나 콘서트도 한 번 가본적 없는 이른바 듣보잡 팬

    입니다. 뒤에서 몰래 그를 좋아하고 노래를 들어 왔던 거죠

    죠. 돌이켜 보면 저의 10대 시절에는 항상 서태지 노래가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를 더욱 잊지 못하는 것

    일 수 도 있죠. 지금의 20대 중반~30대 서태지 세대들도

    비슷한 감정이라 생각됩니다. 서태지를 욕하는 것은 혹은

    그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어쩌면 내 어린 시절을 부정당하

    는 것 같아서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타 가수들에게 갖는

    감정과는 분명 다르죠. 사람들은 서태지의 음악성이나

    표절, 상업성, 사기꾼 이라는 말로 그를 평가 혹은 폄하

    하지만 저에게 서태지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아주 사랑했던 어린시절 친구라고나 할까...

    지금 어린 친구들이 서태지를 이해 못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서태지 좋아해라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지금까지 서태지 좋아한다

    그러면 주위에서 욕먹지 않음 다행이죠.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서태지냐. 아니면 서태지 그 구식가수를 아직도

    좋아하냐.. 유행에 쉽게 변해버리고 첨단시대에 사라지고

    태어나는 여러 가수들 가운데서 아직도 서태지를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제3자의 눈에는 오탁후로 비춰질 수도

    있죠. 하지만 잊을 수 없습니다. 그 화려하고 멋있었던

    서태지와 아이들은 마치 내 삶에서 가장 행복했고 즐거웠

    던 내 어린시절 같으니깐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못할수록 서태지는 더욱 그리워지는 존재입니다.

    그가 돌아와도 이제 어떤 개혁을 못하리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서태지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힘

    들겠죠. 하지만 팬들이 서태지를 원하는 이유는 그래도

    서태지라면 다시 예전 행복했던 그 때 90년대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서태지랑 함께라면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때문이죠. 이런 감정을 타인이 어떻게 느끼겠습니까.

    초등학교때 소풍길에서 혹은 여름날 사촌들과의 여행길에

    서 혹은 학창시절 학교에서 우린 서태지와 아이들과 늘

    함께 였습니다. 그는 단순한 인기가수와는 분명 다른 존재

    입니다.

    서태지가 더 이상 혁명이나 개혁을 하길 원하진 않습니다.

    단지 우리들과 영원히 음반은 천천히 내도 좋으니 그가

    영원히 우리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우리도 그로 인해

    삶의 활력을 찾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도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소녀시대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서태지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은 분명 다르니깐요

  13. 지나가던사람 2008.08.07 23: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모아이 뮤비가 왜 이렇게 어둡게 나오죠..? 파일이 잘못된것 같아요.;

    음.. 전체적인 현상을 얘기하신거니까 지엽적인 예는 별로 필요하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서태지 세대가 아닌 사람중에도 빠삐놈 보다는 서태지UCC가 흥미로운 사람도 꽤 있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저는 서태지와아이들 그 이후에 뒤따랐던 H.O.T 를 보고 자란 세대이고 그 시기엔 그들을 좋아했었습니다만, 얼마가지 못하고 사그라 든 그들의 인기처럼 그 시기가 조금은 허망하기도 합니다.

    이런식으로 계속해서 함께 갈 뮤지션이 없는 이 시기의 저와 같이 헤매고 있는 이들에게 서태지는 또 다른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만원짜리
    싱글앨범에 딸랑(?)4곡이 들어있는것도, 전혀 못마땅하지 않고요.. ^^

    아무튼,

    글 잘 읽고 갑니다.

  14. 와탕카 2008.08.09 14: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역시 서태지이여서 그런지 오랜만이든,아니든.,,나오면 뭔가가 이슈화됩니다..일단 가볍든 아니든 오랫동안 준비한 음악이 반갑고 듣기좋아서 좋습니다.어제 끝장토론인가 백아줌마가 진행하는 토론을 지켜봤는데..난 그토론을 왜하는지 모르겠습니다..무조건 편을 갈라서 비방에 가까운 극히 자극적인면만 보이려고 하는데..(그것도 결국은 그방송에 이용당하는거겠지만..)암튼..너무 오랜만에 나오는 뮤지션에 루머에 가까운 말들을 쏟아내는것 같아 아쉽더군요..제가 아는 서태지는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는 아주 평범한(거의 스타인척하지않는)그런 음악가였던것같은데..(제가 93년에했던 콘서트 스텝을 하면서 옆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지켜보았습니다)..누가뭐라하든 여태까지 했던것처럼 자기가 하고 싶은 그럼음악을 했으면 좋겠습니다..그리고 어제 무슨본부장인가 나와서 서태지와 노무현이 똑같이 대중심리를 이용하는 그런 사기꾼 같은 사람으로 묘사하던데..제발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그런사람들을 자기식대로 묘사하는것은 굉장히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5. 누가 뭐라해도~ 2008.08.10 01: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음~
    울 30대후반 나이먹은 사람들에게서, 서태지의 추억을 지울수는 없지요...
    뭐랄까? 전, 의리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있습니다. 서태지씨에게,,,(나만 그런가?)

  16. MN 2008.08.10 15: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가 중2땐가 서태지가 나와서
    특별히 좋아하진 않았어도
    저도 서태지 세대인지라 유명한 노래는 다 아는데,
    북공고 스페셜 보구선 첨으로 서태지가 왜 그리 인기 있는지 알겠더라구요..뒤늦긴 했어도 여튼 제가 그 시대를 관통해 왔기에 저한텐 먹혔던 걸까요? 여튼 전 그가 아직도 37임이 넘 고맙고, 제 학창시절때부터 있던 가수가 아직도 왕성히 활동한다는 거 자체가 위안 되더라구요 ^^

  17. 후다닥 2008.08.11 13: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뭐 워낙 고담 준론이 오가니 저는 곁가지 하나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정확하게 서태지의 데뷔무대는 여러분들이 말씀 하시는 그 프로가 아니고 그로부터 약 1주일 전에 방송된 절믐의 행진(?)이었습니다..
    서태지가 리뷰였나 90년대 말쯤에 나왔던 문화평론 잡지에서 인터뷰하면서 밝혔더랬죠..

    서태지와 동갑이고 생일도 며칠 차이안나는 저와 그의 얼굴은 하늘과 땅차이군요..

  18. 몽니 2008.08.26 18: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서태지랑 동갑인데...... 그럼 나도 늙어가는 군요 ㅠ.ㅠ
    그냥 신세한탄 한번 가고 걍 갑니다.

  19. 야옹이가왔다 2010.01.01 07: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근데 왜 뮤비는 불펌하셔가지곸ㅋㅋㅋㅋㅋㅋ

  20. 고윤숙 2010.02.12 13: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몇년뒤에 이 글을 읽지만 참 마음에 와닿습니다.
    송원섭씨가 다른 글 쓰신것도 많이 봤었는데
    서태지 이야기가 있는줄은 몰랏네요.
    무조건 폄하 무조건 까임 이지 않고 진솔하게 써주셔서
    팬의 한사람으로서 감사합니다.
    안타까워서 반박조차 안하는(거의 통달)의 위치까지 가곤 했었거든요..

  21. 붉은비 2010.06.04 16: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정주행을 하던 중(모처럼 회사가 한가해서요...ㅋㅋ)
    한 대목이 맘에 걸려서 송기자님이 확인하시지 않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댓글을 남깁니다.

    그게, 그러니까... 역사에 딱히 밝은 편은 아니지만,
    케사르가 갈리아 총독이 되었을 때가 이미 40에 가까웠을 때이니 '젊어서 영웅'이란 구절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당시의 평균 수명은 60 미만이었을 것이고, 40이면 손주를 보았을 연령이니...)

    음... 다시 생각해보니 20대에도 로마에서 꽤나 유명인이자 인기인이었다고 하니
    현대 대중사회를 기준으로 보면 영웅일 수도 있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