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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마다 신화를 낳고 있는 슈퍼스타K가 4강으로 압축됐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존 박, 허각, 강승윤, 장재인으로 정리됐습니다. 뜻밖이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많을 듯 합니다. 김은비도 김은비지만 뭣보다 실력으로는 top3 급이라고 꼽혔던 김지수의 탈락이 놀랍기도 합니다.

아울러 존 박과 강승윤의 4강행을 놓고 벌어진 논란은 이 대회의 정당성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지수가 떨어지고 강승윤과 존 박이 올라간 건 노래 실력과 무관하게 여성 팬들의 무분별한 몰표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죠. 하지만 이번 마이클 잭슨 미션은 그런 논란을 충분히 씻을 만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미션에서 선곡과 그 가수에 대한 이해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마이클 잭슨 미션'이란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생각난 건 딱 하나였습니다. 과연 Man in the Mirror를 누가 부를까 하는 거였죠.



김은비 Heal the World
강승윤 Black or White

이번 미션을 하면서 'Heal the World'를 처음 들었다는 김은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건 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슈퍼스타K를 보면서, 가수 지망생들의 음악 청취 폭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되더군요. 당대의 동년배 가수들 노래만 줄줄 꿰어선 결코 음악에 대한 이해가 늘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Heal the World는 안전한 선택이기도 하고, 김은비의 소화도 괜찮았지만 딱 짚어낼만한 포인트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은 곡의 이해가 성패를 갈랐다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심사위원 이승철이 'Come together 같은 노래를 선곡할 줄 알았다'고 말한 건 강승윤이 Rocker를 표방하는 만큼, 잭슨의 노래 가운데 록의 느낌을 강조한 노래를 부르지 않겠느냐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Come Together'는 사실 비틀즈의 곡을 마이클 잭슨이 리메이크한 곡이죠. 진정한 의미에서 잭슨의 리메이크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Black or White는 뮤직비디오에서도 보듯 록에 대한 잭슨의 헌정곡이라고 할 정도로 록적인 느낌이 넘치는 곡입니다. 강승윤으로선 좋은 선곡입니다. 물론 Dirty Diana나 They Don't Care About Us 같은 노래도 좋았겠지만 Black or White 만한 호응은 없었을 겁니다. 뭣보다 피치가 강조된 강승윤의 해석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안무를 곁들여 이런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건 강승윤의 재능을 입증한 것이죠.



김지수 Ben
장재인 The Way You Make Me Feel

김지수의 평소 목소리를 생각하면 훌륭한 선곡이란 생각이 듭니다. 'Ben'은 나지막한 노래인 듯 하지만 사실은 대단히 드라마틱한 노래죠. 하지만 문제는 부르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정상적으로 불러야 할 높이보다 올라가 버리는 바람에 제 맛을 내지 못했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또는 컨디션이 심하게 안 좋았는지도...). 이 때문에 평소 그의 매력인 고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조심스럽게 얘기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김지수의 기타 솜씨를 생각하면 Ben 보단 Who is it을 기타 편곡과 함께 불렀으면 상당히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잠시.
장재인의 선곡은 최악이었습니다. 색다른 시도를 시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래의 분위기는 전혀 살아나지 않더군요. 가사 전달이 엉망인 건 말할 것도 없고, 박자를 따라가기 급급한 분위기 또한 장재인의 실력을 가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점수가 너무 호의적이었다고 할까요. 지금까지 벌어 놓은 점수의 힘이 컸습니다.


허각 I'll Be There
존 박 Man in the Mirror

허각의 선곡은 사실 좀 위험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I'll Be There는 어린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보다 사실 머라이어 캐리의 리메이크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 노래입니다. 더구나 캐리가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데뷔 초의 노래죠. 누구에게나 호쾌하고 하늘을 뚫을 듯한 시원시원한 초고음으로 익숙해 있는 노래입니다. 이런 노래를 남자의 목소리로 들으면 누구라도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위험천만한 선택에서 살아남은 건 허각의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허각의 노래 실력을 가졌다면 She's out of My Life'에 도전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반면 존 박은 그야말로 최고의 선곡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다른 도전자들에 비해 마이클 잭슨에 대한 이해의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 어떤 경쟁이든, 마이클 잭슨의 노래 중 단 한곡을 뽑아 경연에 나가야 한다면 남자의 경우는 이 'Man in Mirror'를 넘어설 만큼 드라마틱한 곡이 없을 정도입니다(코러스를 조율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 Will you be there가 있겠지만 그건 이런 도전에서 쉽지 않겠죠^^). 이 노래가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 때 엔딩 곡으로 선택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물론 음정을 한참 낮춰 불러야 하는 존 박은 이번엔 좁은 음역 때문에 앞부분의 저음에서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이승철의 평에는 동의할 수 없더군요^), 곡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달력(발음...) 덕분에 결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목소리보단 감정 처리가 우선이란 걸 보여준 무대였다고 할까요.


결론적으로 이날 마이클 잭슨 미션은 대다수 도전자들이 마이클 잭슨에 대한 이해가 극히 부족한 상태에서 도전에 나섰다는 게 확연했고, 그런 가운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건 강승윤과 존 박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슈퍼스타K'에서 폴 포츠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비난처럼 얘기하는데, 이건 번지수를 잘 못 찾은 얘기입니다. '슈퍼스타K'는 '아메리칸 아이돌'을 지향하는 방송이지 '브리튼스 갓 탤런트'를 지향하는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폴 포츠를 찾는 건 갈비집에서 짜장면을 찾는 거나 마찬가지라고나 할까요.

강승윤은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요즘 들어 점점 드물어지고 있는 거칠고 야성미 넘치는 목소리와 표현력을 갖췄고, 존 박은 음역대가 좁다는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흡인력 강한 목소리와 다른 가수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본고장 흑인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미 '누구누구에 비해 실력이 딸려'라고 함부로 말할 수 없는 후보들입니다. 특히 10년 뒤의 모습을 본다면, 가장 큰 가수가 되어 있는 건 강승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될 정도입니다.




이하늘의 농담처럼 존 박이 외모와 스타일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존 박의 실력을 폄하하거나 분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김지수나 장재인, 허각을 지지하실 분들은 존 박을 깎아내릴 게 아니라 자신들이 선호하는 가수에 대한 애정을 더 키워나가는 게 좋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지수의 탈락이 매우 아쉽지만, 대중이 김지수를 선택한다면 '슈퍼스타K 도전자' 김지수가 아닌 '가수 김지수'의 모습은 계속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나자나 빅4... 정점 흥미진진이군요.


P.S. 개인적으로 이날 최고의 의외는 장재인이 김윤아를 못 알아봤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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