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8명이면 일반 대회에서는 준준결승에 해당합니다. 살아남으면 4강이죠. 물론 '슈퍼스타 K'에서는 살아남아도 6강입니다만, 8명까지 왔으면 그래도 '할만큼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만 합니다.

'슈퍼스타 K' 10회차는 이문세의 노래를 리메이크하는 미션이었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선곡에 따른 불이익을 지적했는데, 이번 방송에서는 선곡 장면이 나와 좋았습니다. 특히 존 박은 처음에 선곡됐던 노래를 이문세의 지적에 따라 바꿨는데, 그 결과는 대적중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가수도 아니고, 작곡가도, 뮤지션도, 음악 선생도 아닙니다. 그냥 제 귀로 듣고 제가 판단한 내용입니다.


이런 대회에서는 가끔 '노래빨'이라는 말이 등장하곤 합니다. 노래 실력도 실력이지만 적절하게 노래를 고른 덕분에 실력 이상으로 주목받는 도전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대체 이런 공개 오디션의 경우에는 어떤 노래를 해야 할까요?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가장 좋은 선택의 기준은 '얼마나 드라마틱한 노래인가'라는 것이 될 듯 합니다. 짧은 시간 사이에 듣는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려면, 노래 자체에 드라마틱한 전개가 있는 곡들이 좋습니다.

수전 보일이 'I dreamed a dream'으로, 그리고 폴 포츠가 'Nessun Dorma'로 스타덤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노래 자체의 힘이 가수의 매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좋은 선곡이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어떤 오디션이건 노래를 시켜 보면 남자 출연자 중 80%는 'This is the moment(지금 이순간)'을, 여자는 영화 '드림걸스'에 나오는 'Listen'을 부른다는 이유로 심사위원들이 진저리를 치는 것 역시 우연이 아니죠. 분명 이 두 곡의 노래 역시 그리 어렵지 않은 노래이면서 부르는 사람의 매력을 최대한 증폭시킬 수 있는 드라마틱한 곡들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노래도 자주 들어 지루해지면 효과는 반감할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어떤 오디션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 두 곡은 제외하고 연습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그렇다면 이문세의 노래 가운데서는 어떤 노래가 선곡되었어야 할까요?



강승윤 '그녀의 웃음소리'
박보람 '이별 이야기'

일단 이문세의 히트곡 가운데 드라마틱한 요소로 치자면 최고의 선곡은 '그녀의 웃음소리'입니다. 잔잔한 서주에서 시작해 마지막의 폭발에 이르는 구성이 그야말로 한폭의 드라마 같은 곡이죠. 반면 '이별 이야기'는 그리 좋은 선곡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듀엣곡을 혼자 부른다는 것도 좀 벅찰 뿐만 아니라, 이 곡의 매력은 마지막 '서러워-' 부분에서 뜨겁게 엉켜드는 남/녀의 하모니에 있기 때문입니다.
단 선곡에서의 유불리를 넘어서는 것은 곡의 소화 솜씨입니다. 강승윤은 좋은 선곡에도 불구하고 노래의 분위기를 100% 살리지는 못했습니다. 저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해서 가장 높은 곳에서 폭발시키는 힘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반면 박보람은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박보람의 탈락이 이날 보여준 퍼포먼스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앤드류 넬슨 솔로예찬
김지수 사랑이 지나가면

그동안도 아슬아슬했던 앤드류 넬슨에게는 지옥같은 미션이었을 겁니다. 이문세의 노래 가운데 앤드류 넬슨이 불러서 괜찮을 듯한 노래가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 봤습니다. '붉은 노을' 정도가 어떨까 싶었지만 이 노래는 단체 공연곡으로 지정된 노래였죠. 아무튼 넬슨에게 '솔로예찬'은 무리였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가사의 표현(이해도)은 50점 이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지수도 좋은 선곡이라고는 보기 힘들 듯 합니다. '사랑이 지나가면'은 드라마틱한 표현과는 완전히 거리가 먼, 그야말로 나지막히 읊조리듯 불러야 맛이 나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김지수의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살아나려면 '난 아직 모르잖아요'나 '깊은 밤을 날아서'같은 노래들이 더 낫지 않았을까요. 심사위원들이 그나마 좋은 점수를 준 것은 그동안 김지수가 보여준 실력에 대한 예우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 가창이었습니다.



허각 조조할인
김은비 알수없는 인생

허각의 모험이 멋지게 성공한 무대입니다. 사실 어떤 노래든, 이문세의 대다수 히트곡 가운데 허각이 소화할 수 없는 노래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 중에서 골라 든 곡이 '조조할인'이라는 건 약간 의외였죠. 하지만 허각은 '미성의 발라드 가수'로만 이미지가 고정되기를 거부하고, 춤과 함께 무대를 꾸미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석합격이 당연한 활약.
김은비도 비슷한 도전을 한 셈인데, 앤드류 넬슨과 마찬가지로 가사나 노래의 분위기에 대한 이해가 기대 이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살아남았지만 김은비는 이제 남아 있는 멤버들 가운데서 가장 쉽게 떨어뜨릴 수 있는 멤버라는 부담을 안게 됐습니다. 다음주에라도 뭔가 강력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김은비는 top6가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됩니다.






장재인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
존 박  빗속에서

마지막 교체는 두 사람 모두에게 적절했다고 생각됩니다. '가로수 그늘 아래에 서면'은 이문세의 노래 가운데 드라마틱한 면에서는 '그녀의 웃음소리'와 어깨를 겨룰 정도로 강력한 곡입니다. '잊지 않으리, 내가 사랑한 얘기' 이후의 부분은 그야말로 '쩡'하는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 부분이죠. 물론 '광화문 연가'같은 곡을 불러다면 장재인에겐 쉬운 선택이었겠지만, 장재인도 새로운 도전을 택했습니다. 어쨌든 장재인이 처음에 부르려고 하던 '가을이 오면' 보다는 새로 선택한 곡이 훨씬 좋은 선곡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재인이 이 노래를 그리 잘 소화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강약의 안배가 부족했고, 폭발해야 할 때 제대로 폭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곡의 매력이 제대로 살지 않았습니다. 물론 쌓아 놓은 점수만으로도 통과는 쉬운 일이었겠죠.
반면 존 박은 확실한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대체 쟤는 왜 계속 올라가는 거야?'라는 의구심을 떨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가로수 그늘에 서면'을 불렀다면, 이런 의심은 계속됐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이 대목에서 주효했던 것이 이문세의 권유입니다. 존 박의 두툼한 음색이 블루지한 감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리고 그 판단은 적중했습니다. 심사평을 하던 이문세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라고 말한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이 곡 하나로 존 박은 되살아났고, 4강을 향한 강력한 후보가 됐습니다.



이렇게 해서 장재인-김지수-허각의 3각편대에 존 박이 따라붙는 모습이 형성됐고, 강승윤과 김은비는 아슬아슬해진 상황입니다. 과연 다음주에는 위기를 맞은 두 어린 도전자들이 어떤 새로운 무기를 갖추고 나올지 궁금합니다.

물론 시청자 투표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알 수 없는 일입니다만, 일단은 아직 모두 '신인'도 아닌 후보자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을 보이는게 필요한 상황입니다. 설령 여기서 탈락한다 해도 그 다음 기회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선 안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들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기대해 봅니다.


그럴듯하셨으면 왼쪽 아래 손가락 표시(추천)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는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으므로 추천 박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오신 분들은 화면 상단에 추천 표시가 있습니다.

@fivecard5 를 팔로우하시면 새글 소식을 더 빨리 아실수 있습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