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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드 영드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플랫폼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ABC, NBC 등 메이저 채널과 HBO, STARZ, LIFETIME 등 몇몇 전문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미드로 끝나지 않고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등에다 디즈니, 피콕 등등 대형 스튜디오들이 직접 공급하는 채널까지…. 어디서 뭘 하는지 솔직히 다 알기가 힘들 지경입니다. 미국 시청자들은 과연 알려나.

그런 무수한 작품들 가운데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경로는 넷플릭스와 왓차, 그리고 아마존 정도일 듯 합니다. 요즘 OCN같은 영화 전문 채널의 미드 신작 공개는 거의 사라진 느낌이고, KBS에서 간혹 BBC 계열의 걸작드라마를 방송해 주는 정도? 이렇게 보면 한국에서 미드 영드를 볼 수 있는 경로는 매우 제한적인데, 이 제한성은 또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걸러져 들어온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단 방송 현지에서 시청량이든 작품성이든 뭔가 의미있는 평가를 받은 작품들을 우선 들여와 자막화 등 과정을 거칠테니까요.

(이 부분에서 넷플릭스는 다시 한번 예외. 솔직히 양적으로 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느낌? 옥과 돌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추천 알고리듬? 아직도 이걸 진지하게 생각하는 분이 계신가요? ^^)

어쨌든 개인적으로 2020년에 본 것들 중의 베스트입니다. 하나 꼬릿말을 달자면 저 총 쏘고, 달리고, 구르고, 닥치는대로 부수고 이런거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제발 그런 드라마나 영화 중에서 좀 볼만한 것들 좀 만들어 주세요. 그 쪽 방향으로는 개실망의 연속인 2020년이었습니다.

이어즈 앤 이어즈 Years and years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 아직도 안 보신 분이 있나 싶을 정돕니다. 2019년 공개되어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해 무서울 정도의 예측력을 보여준 작품. 일종의 찰스 디킨스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리스마스 캐럴> 처럼 니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이런 세상이 올 거야. 하지만 이건 드라마야. 아직 기회는 있어. , 얼른 일어나.”  [왓챠]

 

나의 눈부신 친구 My Brilliant Friend

BBC-RAI(이탈리아의 KBS) 합작. 나폴리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20세기를 관통하는 두 여인의 성장/인생/사랑 드라마. 두 친구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흔히 이 작품을 우정의 드라마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필생의 라이벌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은. (그런데 여자들의 친구 관계에는 이 요소가 결코 빠지지 않는다고도 하는군요. 이상 여자분들의 말씀. 제가 한 얘기 아닙니다.)  [왓챠]

 

퀸즈 갬빗 Queens gambit

아마도 하반기 최고의 화제작? 체스보드 위에서 성장하는 한 천재 소녀의 종횡무진 활약담. 더욱 놀라운 것은 기존의 성장드라마들이 갖고 있는 불우한 출생 닥쳐오는 환난 주위의 악의 각성과 능력 발휘 끝없는 도전 최후의 승리 같은 식의 도식적인 전개를 한방에 날려 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앞을 가로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시원함이 전편을 관통합니다. 저렇게 이야기를 배배 꼬아 고구마를 만들지 않아도 성공 스토리가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례. 음악과 패션도 화려합니다.  [넷플릭스]

 

그리고 베를린에서 Unorthodox

뉴욕 티파니 본점 같은 보석 거리 주변에서 눈에 띄는, 납작한 사각모자에 귀밑으로 곱슬머리를 늘어뜨린 약간 시대착오적 검은 복장의 유태인들을 보신 적이 있는지. 첨단 도시 한복판에서 원리주의적 신앙을 고집하는 사람들 속에서 도망쳐 나오기로 결심한 한 여인(19…)의 이야기입니다. 신기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 이런 드라마들이 어딘가에 잘 숨어있다는 걸 안 것도 소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

 

만달로리안 1 & 2 Mandalorian

이미 보신 분들에겐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리고 스타워즈 마니아라면 안 본 사람이 없을. 개인적으로는 스타워즈 영화 1~9 시리즈 본편보다 훨씬 작품성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배경을 모두 설명하기도 귀찮고, 훨씬 자세히 설명해두신 분들이 많으니 각자 찾아보시길. 핵심적인 사항 두가지만 말씀드리면 1)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영화 기준으로 에피소드 6이 끝나고 수년 뒤, 67의 사이 정도라는 것, 2) 여기 나오는 아기 요다는 우리가 잘 아는 그 요다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꼭 알아 두시길.  [디즈니]

 

데브스 Devs

만장일치는 아닌 작품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인간이 과연 어떻게 하면 신에 가까운 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혹은 신이라는 존재의 권능을 구체적으로 기술한다면 어떤 것이 될까를 고민해 보신 분이라면 강추. 흐름이 좀 느리다는 단점이 있지만 음악과 분위기가 충분히 커버합니다.   [왓챠]

 

장야 1 長夜

길이가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랑야방> 이후로 가장 재미있게 본 중국 드라마. 녕결(영결?)이라는 주인공의 무협 성장담인데, 이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 하나로 먹고 들어가는 작품입니다.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 진비우의 아버지는 진개가라는 영화감독입니다. 이렇게 쓰면 아무도 모르실테니… ‘첸 카이거’. 연기력은 아직 좀 부족한 부분이 보이나 시원시원한 얼굴과 190 가까운 기럭지는 분명 아시아의 슈퍼스타가 될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주의: 진비우의 위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주인공 배우가 바뀌는 시즌2는 재앙입니다. 아무리 궁금해도 절대….    [왓챠]

 

컨페션 A Confession

왓슨마틴 프리먼 주연의 수사극. 젊은 여성의 실종 사건이 일어나고,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나고, 실종자가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 여기서 범인으로부터 자백을 받기 위해 임기응변으로 취한 고참 형사의 선택이 두고 두고 그의 발목을 잡습니다. ‘한 남자의 외로운 투쟁이야기 가운데 단연 뛰어난 수작. 탄탄하게 정석을 지키는 영웅 이야기. 영국 드라마 특유의 감칠맛이 잘 살아 있습니다. 한번 영드 보기 시작하면 미드는 싱거워서 보기 힘들어집니다.   [왓챠]

 

디 아워  The Hour

한때 기자생활을 했기 때문에 기자 이야기를 그리 재미있어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더군요. TV라는 매체가 사람들의 생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무렵, 아주 옛날 영국 TV의 뉴스 프로그램 이야기입니다. 사실을 파헤치는 이야기와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 이야기, 비슷한 주제지만 <뉴스룸>과는 매우 다른 색깔을 보여줍니다. 비교해서 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듯. 늘 그렇지만 벤 위쇼의 연기도 발군.   [왓챠]

 

퀴즈 Quiz

<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퀴즈 프로그램 포맷입니다. 한국에서도 <퀴즈가 좋다>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된 적이 있죠. 그런데 이 퀴즈 프로그램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이 포맷의 허점(?)을 노려 거액의 상금을 노린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들은 정말로 조작에 성공한 것일까요? 아니면 우연히 행운이 따른 것이었을까요. 짧고 밀도높은 드라마가 그날의 진실에 접근합니다. 3부작, 짧고 강렬합니다.  [왓챠]

 

사실 모든 분들이 그렇겠지만 보긴 무수히 봤습니다. 그런데 보다가 왠지 아닌거 같아서 끄고, 내 스타일이 아니라서 끊고, 나중에 봐야지 했다가 잊고생각보다 건진 작품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탑10을 꼽아 보니 이렇습니다. 왓챠에서 본 드라마가 많은 건 아무래도 왓챠가 믿고보는 HBO와 BBC 드라마를 많이 들여온 결과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 탑10에 들까말까 경합했던 작품으로는 아마존 프라임의 <업로드 Upload>가 있습니다. 사후세계에도 적용되는 하드 용량의 무서움...

작년에 좋았던 작품들의 시즌2(2019년 리스트 참조)는 다 믿고 보셔도 될 듯. 넷플릭스에서 <코민스키 메소드 2>, <폴리티션 2>, <빌어먹을 세상 따위 2> 다 좋습니다. <빌어먹을 세상 따위>를 재미있게 보신 분이라면 <별나도 괜찮아 Atypical>도 재미있게 보실 듯.

그리고 올해는 넷플릭스가 좀 적은데 드라마는 아니지만 HM 차원에서, 올해의 넷플릭스 콘텐트는 단연 <라스트 댄스 Last Dance>. 개인적으로는 역시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도 강추작입니다.

한국 드라마로는 <비밀의 숲2>를 필두로 전설이 된 <슬기로운 의사생활>, 그리고 <방법>이 매력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쀼의 세계>는 아무래도 좀 취향이 아니라서….^^

P.S. 그러고보니 일본 드라마는 한 편도 없네요. 요즘은 주위에서 추천하시는 분들도 별로 없고... 일드 화이팅.  혹시나 해서 작년 리스트를 첨부합니다.

 

개취로 뽑아본 2019년의 10대 영미 드라마 (tistory.com)

 

개취로 뽑아본 2019년의 10대 영미 드라마

사실은 2019년에 다 본 것도 아니고, 대략 지난 1년간 본 드라마들 중 제일 재미있었던 것들입니다. 이 어지러운 시국에 제가 세상에 뭘로 봉사할 수 있나 잠시 생각을 해 보다가, 아무래도 실내에

fivecard.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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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시간 넉넉하게 찍는 드라마는 없습니다. 항상 그랬습니다. 16부작짜리 미니시리즈가 50부작짜리 주말드라마보다 다급하게 찍는 건 당연하다 치겠지만, 주말드라마 제작진에게 가면 '우리는 미니같은 주말'이라고 합니다. 일일드라마라고 '미니같은 일일'이 아닐 리가 없죠.

미니시리즈 제작진에게 가면 이건 초치기 제작입니다. 이건 생방송이죠. 방송 당일 오후 늦게나 촬영한 테이프를 갖고 연출자가 편집실로 들이닥칩니다. 아홉시 뉴스 시그널을 듣고 나서야 편집이 끝나죠. 월,화,수,목요일 밤 드라마가 시작하는 시간은 대개 9시55분 전후입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방송 끝날 때까지 계속됩니다.

이런 드라마에서 영상미가 어쩌고, 작품성이 어쩌고 하는 건 사실 말장난입니다. 방송 나가면 다행인 거죠. 대체 왜 이런 일이 매번 되풀이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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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생방송 드라마를 봐야 하나

한국 최초의 TV 드라마는 1962년, KBS의 개국 특집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알려져 있다.
원로 배우 이순재가 기억하는 당시의 드라마에는 녹화라는 개념이 없었다. 모든 연기자가 실시간으로 방송 시간에 맞춰 연기를 했다. NG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광고도 홈쇼핑처럼 드라마 세트 한 켠에 상품을 갖다 놓고 생방송으로 진행했다.

그로부터 46년의 세월이 흘렀다. 최첨단 HD장비까지 등장했고, 제작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그런데 정작 지금도 수많은 드라마가 사실상 생방송이란 사실이 맥빠질 뿐이다.

SBS TV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주인공 문근영의 코뼈 부상으로 15일과 16일 방송을 스페셜 영상으로 꾸민다고 밝혔다. 워낙 문근영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얘기. 하지만 당장 바로 그 주부터 방송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은 한국 드라마 제작 환경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바람의 화원'은 방송 2주째부터 드라마 시작 30분 전에 편집이 끝나는 살얼음판을 걸었다. 사실 어지간한 드라마는 죄다 이 꼴이다. 심지어 지난해 방송된 MBC TV '태왕사신기'는 편집이 늦어지자 9시 뉴스를 20여분 연장해 가까스로 방송을 내보내는 기상천외의 사태를 빚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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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시작이 아예 늦었다면 모를까, 2개월 이상의 여유를 갖고 촬영을 시작한 드라마가 왜 초반부터 방송 나가기도 힘겨워야 할까. 결국은 연출자들의 욕심에서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관계자들은 "시청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1,2부에 워낙 '힘'을 주려다 보니 시간과 물량 면에서 무리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러다 보니 1,2부에선 그럴 듯 했던 드라마가 끝날 때에는 용두사미처럼 흐지부지하는 경우도 많다.

신인 연출자들이야 시간 조절에 실패해 이런 문제를 자초하기도 하지만 고참 연출자들도 그리 자유롭지는 못하다. 한 연출자는 "상황이 여의치 못해 방송 3주 전에 미니시리즈 촬영을 시작했다. 몇 회 못가 보조 촬영팀이 등장했고, 준비가 덜 된 작가까지 한 토막씩 '쪽대본'을 내놓고 있었다. 후반부는 내 작품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했다"며 푸념하기도 했다.

이런 제작 환경에서 드라마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따지는 것은 언감생심. 그나마 결방 사태라도 막으려면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가 계약을 할 때 30%든 40%든 일정 비율 이상은 완성해 놓고 방송에 들어가야 한다는 조항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닐까. 전작제 얘기는 꺼내기도 무섭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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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씨의 '생방송 드라마' 얘기는 이쪽에서도 한 적이 있죠.



요즘엔 16부작이 보통인 미니시리즈 드라마의 경우, 10부쯤 되면 'B팀'이 등장하는게 아예 상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B팀이란 촬영 시간 단축을 위해 동원되는 두번째 촬영팀을 말하죠. 본래의 촬영팀인 'A팀'이 한 장소에서 촬영을 마치고 장비를 정리하는 사이 출연진은 B팀이 대기하고 있는 다른 촬영장소로 이동해 쉬는 시간 없이 촬영을 이어간다는 뜻입니다. 방송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들은 드물게 C팀까지 등장, 세 팀이 분주하게 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런 식으로 멀쩡한 드라마들이 방송 시작 이후에 늘 쫓겨서 생방송 드라마가 되고 마는 건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사이에서 드라마의 완성도에 대한 협의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드라마 제작이 지연되는게 외주제작사 탓일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외주사야말로 하루라도 빨리 촬영을 끝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제작 일정을 끌거나 제작비를 오버하거나 하는 건 전적으로 연출자의 책임이자 권한이죠. 또 이런 경우 외주제작사는 현실적으로 '그 연출자를 다음에는 안 쓰는 것' 외에 아무런 제재 방법이 없습니다. 많은 경우 연출자들은 방송사 본사 소속의 PD들이고, 이럴 때 손해는 고스란히 제작사의 몫이 됩니다.

하긴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말이 안 되는 부분은 이 정도가 아니죠. 심지어 가장 큰 부분, 드라마를 외주 제작해서 흑자를 내는 회사는 아무도 없는데 날이 갈수록 제작사가 늘어나는 기현상은 대체 뭘로 설명을 해야 할까요. 참 이상한 시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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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문근영의 여장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그동안 젊은 화원 후보생들 사이에 끼어 선머슴아같은 옷차림과 말투로 귀여움을 과시하던 문근영이 마침내 여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거죠.

남장 연기에 그새 익숙해지다 보니 여장한 모습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신윤복의 미인도를 재현하는 모습에서 작은 감탄을 자아냈습니다.

문근영과 '바람의 화원'은 어떤 관계일까요. 과연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 문근영 개인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볼 때 '바람의 화원'은 문근영이 최근 2-3년 사이 추구하던 '성인 역할로의 변신'에는 그리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은 아닙니다. 하지만 '연기자 문근영'의 길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작품이 될 수 있는 드라마죠.

물론 세계 어디서나 아역 스타의 성인 변신은 꽤 힘든 과제입니다. 이런 과정을 겪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죠. 거기서 얻어진 교훈은, 분위기가 - 외모든, 체형이든, 정말 외적인 상황이늗 - 갖춰지지 않은 성인 변신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문근영이 '지금 스무살이 넘었으니 어쨌든 성인 여성으로서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떨치고, 지금의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연기에 올인하는게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선 '바람의 화원'의 신윤복 역할은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기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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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여동생', 이젠 '국민 남동생' 노리나?

문근영 이전에 한국엔 '국민 여동생'이 없었다. 국민가수 이미자-조용필, 국민배우 안성기는 몰라도 국민 오빠, 국민 엄마 등 가족에 대응한 새로운 호칭들은 모두 문근영에게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문근영을 통해 임예진이 '70년대의 국민 여동생' 임예진이 주목받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문근영에게 쏟아진 관심은 2000년작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시작된다. 당시 주인공은 송승헌 원빈 송혜교 등 지금도 한류의 주축을 이루는 톱스타들이었지만 이 드라마의 인기를 낳은 것은 송혜교의 아역이었던 문근영과 선우은숙 사이에서 펼쳐졌던 눈물의 모녀 연기라고 보는 시각이 대세다. 당시 13세였던 문근영이 보여준 연기력은 이미 성인 배우의 수준을 넘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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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저항할 수 없는 귀여움'이 최고조에 달한 것은 2003년에서 2005년까지. 이 기간 동안 문근영은 '장화 홍련(2003)', '어린 신부(2004)', '댄서의 순정(2005)'까지 세 편의 영화로 대한민국의 모든 총각들을 오빠로 삼았다. 일각에서는 롤리타 컴플렉스를 들먹이기도 했지만 요즘의 원더걸스와 비교하면 참 어이없는 얘기다.

2006년, 19세의 대학 신입생(성균관대 국문과)이 된 문근영은 '첫 성인 연기 도전'이라는 문구로 포장된 '사랑따윈 필요없어'로 제 2기의 문을 열었다. 결과는 '잠시 쉬어 가라'는 진단. 사실 '사랑따윈 필요없어'는 광고와는 달리 아예 성인 도전이 아니었다. 여전히 영화는 문근영의 하이틴 이미지에 매달렸고, 상대역 김주혁은 연인이 아닌 삼촌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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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실패와 대학 입학 과정에서 생긴 안티들('자력으로 수능을 치러 대학에 가겠다'고 했던 문근영이 결국 특례 입학한 것을 비판)로 인한 충격 때문인지 2007년 한해를 꼬박 쉰 문근영은 24일 첫 방송을 탄 SBS TV 수목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통해 컴백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 회가인 혜원 신윤복이 사실은 여자였다는 추정에서 출발하는 이정명의 소설 '바람의 화원'이 원작. 문근영은 당연히 신윤복 역이다.

단 두 편이 방송됐지만 문근영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찬사 일색이다. 입을 삐죽거리는 앳된 소년 모습은 더없이 잘 어울렸고, 김홍도 역의 박신양을 향해 외치는 "야 이 그지같은 놈아!" 같은 대사는 이제껏 문근영이 출연한 작품 중 가장 수위 높은 대사로 기록될 만 했다. 하지만 문근영 개인의 입장에서 볼 때 '바람의 화원'은 '성인 역할로의 변신'이라는 전 세계 아역 출신 배우들의 공통된 난관을 이번에도 슬쩍 피해 간 작품으로 보인다. 이번 신윤복 역할은 성적 이미지가 배제된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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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여자 판타지는 양산백과 축영대 이야기를 다룬 중국의 양축 설화에서 유태인 율법학교에 몰래 들어간 여학생 이야기를 다룬 바브라 스트라이젠드 주연의 영화 '옌틀'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문화를 넘어 폭넓은 인기를 모았다. 특히 남장 미녀의 등장은 동성애적인 분위기와 이성애의 느낌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고래로 수많은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을 자극해왔지만, 정작 그 대상이 되는 캐릭터는 중성적인 이미지로 희석되어 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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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문에 문근영은 '바람의 화원' 첫회에 벗은 등을 노출했음에도 전혀 선정적인 느낌을 주지 않는다. 현실감이 떨어지는 판타지 속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숙원인 성인 연기자 변신은 또 다음 작품으로 미루게 됐지만 변함 없는 탄탄한 연기와 사랑스러운 모습은 '안티'들을 제거하는 데에는 꽤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 혹자의 말처럼 이 작품으로 '국민 남동생'이 되는 건 아닐지. (끝)






뭐 사진을 통해 순서대로 리뷰하자면 이렇습니다.

'가을동화' 모습은 이미 저 위에 있고, 2003년 '장화홍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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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어린 신부'. 혹시 이 광경을 보고 다들 마음 속으로 '김래원 이 자식!'하고 주먹을 불끈 쥐시지 않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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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005년의 '댄서의 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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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사이에도 성인 느낌이 나게 해 보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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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떻게 해도 섹스 어필이 강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더군요. 그리고 이번엔 남장 여자 역할입니다. 사실 예쁜 여자는 아무리 남장을 해 놓아도 예쁩니다. 게다가 어찌 보면 더 고혹적으로 보이기도 하죠. 그건 고도의 계산이 깔린 치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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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는 좀 과장된 선머슴아 느낌을 내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진짜 남자보다 훨씬 더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기도 합니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이런 느낌도 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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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떤 경우든, 그 작품 자체로 '성인 여자의 느낌'을 주는 경우는 좀 드뭅니다. 사실 여자가 남장을 하고 오랜 기간 남자들과 지내는데도 여자라는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는 건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물론 굉장히 남자같이 생기고, 체격도 남자다운 여자라면 모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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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미모의 여배우를 남장시켜 놨을 때 그 자체로는 성적인 느낌이 사라져버리는 게 정상적인 반응입니다(물론 여기서 정상이란 이성애자를 기준으로 얘기한 겁니다. 동성애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 자체가 현실이 아니라는 걸 보는 사람도 은연중에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죠. 판타지에 나오는 요정족이 어쩐지 중성적인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죠.


그리고 같은 경우라면 아무래도 남장여자 쪽이 여장남자보다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제가 남자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이런 건 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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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우리의 깜찍한 근영군, 끝까지 잘 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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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스페셜 '나는 이영애다'를 봤습니다. '대장금'의 세계적인 인기에 비쳐 이영애라는 배우의 그동안 가려져 있던 일상을 그린다는 데 관심이 끌렸습니다. 다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건 '과연 이 내용이 이만한 시간과 전파를 들여 방송할 만한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는 이영애다'에서 새롭다고 느낀 것은 이란과 짐바브웨 시청자들의 '대장금'에 대한 열광 정도였습니다. 그것도 막상 현장에서의 연출은 유치할 정도로 작위적이더군요. 아무리 '대장금'이 좋다고 해서 자기 아내를 '양금(이란에선 장금을 이렇게 부른답니다)'이라고 부를 남편이 어디 있겠습니까.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으니 한번 해 본 얘기일게 뻔한데 그게 얼마나 이 사람들이 '대장금'에 열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단한 증거인 듯 그려집니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 이 다큐멘터리(?)의 수준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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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가 거리를 걷고, 영어를 배우고, 모자를 눌러 쓰고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는 장면이 그려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이영애의 꾸밈없는 일상이라고 생각할 사람은 없겠죠. '인간시대'처럼 몇주씩 한 사람을 따라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이영애에게 던져진 질문 역시 너무도 피상적이고 기초적인 수준이고, 이영애의 대답 역시 언제나처럼 '무리 없는 정답'일 뿐입니다. 30분만 포털사이트의 검색창에 '이영애'를 쳐 보고 질문지를 만들었다면 이렇게 무미건조한 문답만 오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결론은 이영애는 '대장금'이라는 대단한 드라마에 나왔고, 이영애는 그로 인해 전 세계의 수십개 나라에서 놀라운 인기를 얻었고, 그런 이영애는 외모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참 성실하고 온화하며, 차분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훌륭한 연기자라는 것입니다. 네. 다 인정합니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과연 이걸 모르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참 궁금합니다.

제작진이 늘 이영애를 접하던 드라마-예능쪽 팀이 아니고 교양 파트 팀이어서 평소 이영애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 없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고작 한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이렇게 상식적이고 뻔한 내용으로만 채워 놓을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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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산소같은 여자'라는 이영애의 별명에 대해 '산소=무덤'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안티들도 있었지만, 현재 대한민국 여자 연예인 중 최고의 스타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그를 꼽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심은하가 사실상 은퇴하고, 왕년의 68년생 트리오인 최진실 채시라 이승연이 서서히 아줌마 역할 쪽으로 기울고 있는데다 김희선과 고소영도 최근 들어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90년대의 여성 톱스타들 가운데 여전히 위력을 과시하고 있는 것은 김혜수와 이영애, 고현정 정도라고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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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90년대 초의 드라마들을 잠시 돌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초호화 캐스팅(물론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 얘깁니다)인지 사뭇 놀란 적이 있습니다. 얼마전 99년작 '해피 투게더'를 연출한 오종록 PD가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캐스팅을 할 수 있는지 참(이병헌 송승헌 차태현 한고은 김하늘 전지현...) 웃음만 나온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그보다 조금 앞선 시절의 드라마들은 더욱 대단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전 언급했던 '아스팔트 사나이'도 이병헌 정우성 최진실 이영애 허준호라는 엄청난 라인업을 자랑했죠. 사실 그 시절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이런 드라마가 드물지 않습니다.^^ 흥행에 실패한 드라마들도 모두 지금같으면 회당 수천만원씩 받을 스타들이 즐비하더라니까요.

아무튼 이 시절, 산소같던 이영애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물론 그 시절엔 연기력이나 미모보다 다른 측면이 더욱 돋보였죠. 지칠줄 모르는 박지성을 가리켜 산소탱크를 메고 뛰는 것 같다(물론 정말 메면 무거워서 더 못 뛰겠지만)고들 하는데, 이영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네.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드라마 '내가 사는 이유'에 나오기 전까지의 이영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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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다 보면 연예인 사이에도 세대차가 심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10.26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처음으로 신문 인터뷰를 해도 별로 어는 기색들이 없다. 구김살없이 자라난 세대라 그런 모양이다.

반면 지구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조금 고된 스케줄이 잡히면 픽픽 쓰러져 바로 병원으로 실려가는 경우가 예전보다 훨씬 잦아졌다. 이제는 '링거 투혼' 같은 이야기가 너무 흔해져서 기삿거리가 되질 않는다.

옛날엔 안 그랬느냐고?

예전에는 스타가 되려면 체력이 필수 요소였다. 이쯤에서 기억나는 스타가 있다.

이영애를 처음 본 것은 지난 96년초 방송됐던 KBS 2TV 드라마 <파파> 때였다. 당시 <파파>의 남자주인공인 배용준은 김지호와 함께 데뷔했던 캠퍼스 드라마 <사랑의 인사>와 <젊은이의 양지>를 마치고 막 떠오르던 시점이었고, 그를 톱스타의 반열에 올려 놓은 <맨발의 청춘> <첫사랑> 등엔 아직 출연하기 전이었다. 이영애 역시 '산소같은 여자' CF로 큰 인기를 모았지만 93년 드라마 데뷔작인 <댁의 남편은 안녕하십니까> 이후 별다른 성공작이 없을 때였다.

배용준과 이영애는 여기서 이혼한 부부로 나왔는데 누구나 예상하듯 결말은 재결합이었다. 배용준이 대단히 이지적이고 냉철한 성격이었다는 점을 빼면 최근 은근히 마니아들을 양산했던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드라마 <연애시대>와 거의 비슷한 플롯이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거의 4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끝나갈 무렵, MBC TV에서는 <그들의 포옹>이라는 드라마가 기획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들의 포옹>의 방송 시점과 <파파>의 종영 시점은 1주일 차이였는데 이영애가 이 드라마에도 출연한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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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포옹>은 최민식 안재욱 김승우 등이 출연한-지금으로서는 엄청난 호화 캐스팅이지만 당시에는 결코 그렇지 않았던-법정 드라마로 법조계에 진출한 젊은이들이 사회의 벽에 부딪혀가며 자신의 소신을 지켜간다는 내용이었다. 아무튼 이 드라마에도 이영애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기에 '무척 피곤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 놀라기엔 일렀다. <파파>와는 달리 <그들의 포옹>은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16부작을 마쳐가고 있었는데, 새로 기획되는 MBC TV의 주말 드라마에 이영애가 또다시 캐스팅 물망에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드라마의 제목은 <동기간>. 이영애가 나온다면 김지수 이민영과 함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갈래머리 여고생으로 나올 드라마였다.

아니 드라마 세 편을 연이어 출연하다니. 요즘같으면 이렇게 스케줄을 잡는 매니저가 있다면 바로 계약 해지 사유다. 물론 지금도 동시에 서너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중견 배우들이 있지만, 이건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한진희-노주현-정윤희-유지인이 돌아가면서 매번 주연을 하던 70년대도 아니고, 90년대 이후에 한 배우가 휴식도 없이 세 편의 드라마에서 연속으로 주인공을 맡았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아무튼 <동기간>이 시작됐는데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다. <동기간>의 장수봉 PD와 박진숙 작가 는 이 작품 바로 전에 아들을 편애하는 집안에서 자라난 한 여성의 성장기를 그린 최수종-김희애 주연의 <아들과 딸>을 최고의 인기 드라마로 만들어내고, 한석규라는 걸출한 신인을 발굴한 터였다. 당연히 엄청난 기대가 쏟아졌지만 <동기간>은 <아들과 딸>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조기 종영의 운명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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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간>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국에서 우연히 이영애를 만났다. 지금같으면 어디 가서 마주쳐도 인삿말이나 건네 주실까 겁나는 대 스타지만 당시에는 같이 앉아서 음료수도 나눠 마시고,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서운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서운하지 않을 리가 있나. "좋은 드라마인데 안타깝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음은 정말 궁금했던 질문.

"괜찮아요?"
"네?"
"혹시 피곤하거나 어디 아프지 않아요?"
"…별로요. 제가 원래 좀 튼튼한 편이라서요."

너무나 멀쩡한 대답. 비단같은 외모에서는 전혀 짐작할 수 없는 강철같은 면모였다. 이어진 얘기인 즉, "<파파>와 <그들의 포옹>에서 계속 세련된 현대 여성 역할을 맡다 보니 이건 좀 아닌데 싶고 뭔가 좀 연기 변신을 해 보고 싶었다. <동기간> 대본을 봤는데 천둥벌거숭이라고 해야 할 말괄량이 역할이더라. 너무 마음에 들어서 대번에 하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체력? 체력은 원래 좋은 편이라서…." 감탄했다.

아무튼 결론은 그렇다.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외모와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체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아직도 미니시리즈 한편 찍으려면 하루 2시간 수면으로 일주일 이상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필수다. 전국의 연예 지망생들에게 이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체력이 없으면 성공도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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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나는 이영애다'를 보고 나니 옛 생각이 절로 나더군요.

굳이 '대장금' 방송 5년째를 맞아 이영애와 대장금에 대해 다시 짚어 볼 생각을 했다면,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을 '생활인 이영애'를 겉핥기로 시도하느니 과연 이영애와 대장금 현상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변화를 일궈냈는지, 혹은 그로 인해 전 세계에서 발생한 매출이나 산업적인 기여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등을 제대로 다뤄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랬다면 한자리수 시청률(9.7%)에 머물진 않았을 지도 모르죠. '인터뷰 안 하기로 유명한 이영애를 우리는 밀착 인터뷰 해 봤어'라고 자랑하기엔 너무나 빈약한 내용이라 아쉬움만 남습니다.

'비'편도 제작중인 모양인데, 과연 이번엔 좀 새로운 걸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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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두 편을 보다 문득 옛날 생각이 났습니다. 지금에 와서 털어놓자면, 박신양이라는 배우가 왜 그렇게 인기있는지 오랜 시간 동안 이해하지 못했더랬습니다. 프로필상으로는 1993년작인 '사랑하고 싶은 여자 &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데뷔작으로 되어 있지만 존재감 없는 역할인게 확실하고, 1996년 그가 처음 대중 앞에 등장했을 때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1996년 당시 MBC TV에서는 '사과꽃 향기'라는 드라마를 내놨습니다. '사춘기'에서 정준을 하이틴 스타로 만들고, 뒷날 '왕초'나 '복수혈전'같은 히트작을 만드는 장용우 PD의 작품이었죠. 유호정 김혜수 염정아 김윤정이 네 자매로 나오고, 김승우와 윤동환이 김혜수의 두 상대역으로 등장했습니다. 박신양은 김혜수를 짝사랑하는 직장(방송국) 동료 역이었죠. 남자 3번 정도의 역할이었습니다.

처음 보는 배우여서 내력을 물으니 김혜수의 동국대 선배였고 김혜수의 추천이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데 일조했다는 거였습니다. 러시아 유학을 다녀온 배우로 양윤호 감독(알고 보니 동국대 연영과 동기더군요. 나중에 함께 일하게 되는 IHQ의 정훈탁 대표와도 모두 동기생입니다)과 '유리'라는 영화를 찍어 놓고 아직 개봉은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아직 알려지진 않았지만 실력이 대단한 배우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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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의 초반에는 박신양의 재즈 댄스 장면이 삽입돼 있었습니다. 장PD에 따르면 "우연히 춤 실력을 보게 됐는데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내용을 수정해서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이런 설정이었죠. 김혜수의 직장 동료들이 회식 자리에서 나이트클럽에 갑니다. 다들 술을 마시고 떠드는데 워낙 내성적인 성격으로 설정되어 있던 박신양은 자연스럽게 소외되죠. 그때 말없이 앉아 있던 박신양이 스테이지로 나가 열정적인 춤을 춥니다. 물론 '나이트 댄스'와는 거리가 먼 춤이지만 대단히 역동적이었고, 극중에서 김혜수를 포함한 직장 동료들이 박신양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이때 드라마가 폭발력이 있었다면 이 장면도 꽤 화제가 됐겠지만 불행히도 '사과꽃향기'는 시청률 면에서 그닥 신통한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박신양도 이 드라마로 주목받지는 못했죠. 뒤이어 '유리'도 개봉됐지만 난해하기로 소문난 박상륭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다는 점이 화제가 됐을 뿐, 실제로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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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신양은 이듬해인 1997년 최진실과 공연한 '편지', 98년엔 전도연과 공연한 '약속'을 히트시키면서 승승장구합니다. 특히 이 시기, 저는 참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건 박신양의 '외모'가 여성들에게 먹힌다는 거였습니다.

대다수 남자들이 보기에 박신양은 결코 미남이 아닙니다. 심지어 상당히 많은 남자들이 '그래도 외모는 내가 박신양보단 낫다'고 생각합니다(물론 여자들은 비웃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자들은 박신양에게서 '젠틀함+순정을 지키는 남자+소극적이지만 정직한 남자=믿을 수 있는 남자'의 이미지를 읽어내더군요. 이런 이미지가 집대성+극대화된 것이 바로 '파리의 연인'이겠죠. 하지만 솔직히 '파리의 연인'을 보면서도 그런 열광을 이해하는 데에는 참 곤란함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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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배우는 그 바깥에 순수 야성에 가까운 이미지를 기르고 있습니다. 이 배우가 그렇게나 범죄자 역할을 많이 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쪽의 가능성은 대단히 풍부하다고 생각합니다. '킬리만자로'를 비롯해 '범죄의 재구성'이나, 거슬러 올라가 '약속'의 공상두처럼 자기 생각에 외곬수로 빠져 있는 양아치 연기를 할 때 박신양의 연기에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대다수 남자들은 이 쪽에 훨씬 가까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바람의 화원'에서의 김홍도 연기는 이제까지 박신양의 이미지를 다져온 두 개의 선에서 어긋나 있었습니다. 물론 외곬수의 고집장이 캐릭터라고 하자면 지금까지 박신양이 지켜온 수많은 이미지의 교집합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이 예술가 연기는 그중 어떤 캐릭터와도 좀 달랐습니다.

'바람의 화원'에서 박신양의 첫 등장이 어떤 장면일지가 참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건 첫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거의 광화사의 모습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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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는 나뭇잎을 잔뜩 꽃고 얼굴에는 흙칠을 한 김홍도의 모습. 이 인상적인 첫 장면을 통해 박신양은 '그림에 환장한 사람', 그리고 '그림을 위해서는 심지어 목숨까지 아랑곳않는, 그림에 미친 사람'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었습니다. 안경과 더부룩한 수염에서는 '빠삐용'에서의 더스틴 호프만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무튼 강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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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초기에는 박신양의 합류 여부를 놓고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예민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박신양의 성품과 초고액 출연료가 가장 많은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이제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고 나니 박신양의 가치가 새삼 느껴집니다. 형식과 전통에 꽉꽉 갇혀 있던 당시의 화단에 일대 충격을 줄 수 있는 강인한 소신과 타고난 재능을 갖춘 대 화가이면서, 동시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린 아이와도 소리를 지르며 싸울 수 있는 천재 화가의 이미지를 첫회 30분 정도의 분량에 쉽게 각인시킬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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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채널에서는 또 다른 천재가 인기몰이에 한창입니다. '강마에' 김명민이죠. 이 천재는 천재이긴 하되 진짜 천재에 대한 컴플렉스를 안고 있는 가짜 천재입니다. 전형적인 살리에리 증후군 환자죠. 이런 억눌린 감정이 사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을 상대할 때에는 더욱 예술의 엄정성과 고귀함을 강조하는 권위주의로 발산되는 인물입니다.

참으로 복잡다단한 인물이지만, 김명민의 솜씨에 의해 이 인물은 너무나 편안하게 시청자들에게 소화됩니다. 인물을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도 없이, 그냥 꿀꺽꿀꺽 마시면 '아, 이게 강마에구나'라는 느낌이 들게 요리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게 대단한 배우와 보통 배우의 차이일 겁니다.

사실 김명민은 데뷔할 때 일각에서 '제2의 박신양'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외모에(글쎄 남자들에겐 이렇게 보인다니까요;;) 선이 굵은 연기를 한다는 면은 공통점으로 꼽을 만 하죠. 그런데 두 배우가 이제 맞대결을 펼치고 있으니 참 흥미로운 일이죠. 시청자들이 어느 쪽 손을 들어 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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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보면서 한참 생각했습니다. 대체 왜 드라마 '타짜'의 배경이 부산일까, 왜 이 드라마에는 '우정'이라는 말이 이렇게 자주 나올까. 그리고 왜 고니의 패거리는 네 명이고, 원작에 없는 건달들이 이렇게 많이 나올까.

뭐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바로 이 냄새를 위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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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타짜'는 고니(장혁)과 영민(김민준)이라는 두 친구를 주역으로 내세웠습니다. 드라마의 진행 방향으로 보아 영민은 타짜 아귀(김갑수)의 수하로 들어가고, 고니는 세상을 돌면서 스승 평경장(임현식)을 만나 최고의 타짜가 되어 다시 만날 모양입니다. 물론 그때는 두 사람이 적수가 되어 있겠죠. 그 사이에 난숙(한예슬)과 정마담(강성연) 이야기도 나오겠지만, 어차피 드라마의 큰 흐름에는 둘 다 별 영향을 줄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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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허영만 원작 만화 '타짜'의 1부인 '지리산 작두'를 시대만 조금 바꿔 거의 그대로 재현했던 최동훈 감독의 영화 '타짜'와 어쨌든 다른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듯 합니다. 그래서 1부 '지리산 작두'와 2부 '신의 손'을 적당히 얼버무리는 선에서 각색이 이뤄졌죠.

만화에서 1부의 주인공은 고니, 2부의 주인공은 고니의 누나의 아들인 대길이지만 드라마판의 주인공인 고니는 고니와 대길이를 합쳐 놓은 캐릭터입니다. 그래서 대길이의 평생 연인인 광숙이-미나는 난숙이-미나로 이름을 살짝 바꾸고, 식당을 하는 어머니(박순천)와 사진관 아저씨(이기영)의 로맨스는 그대로 살리되, 사진관 아저씨가 왕년의 타짜 '지리산 작두'가 됩니다. 이 '지리산 작두'는 바로 만화에서 고니의 별명이니 족보가 어지러워지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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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다 보니 영민이란 캐릭터가 새롭게 추가됐고, 아귀의 캐릭터도 원작이나 영화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만화와 영화판에 나오는 본래의 아귀는 돈과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는, 원시적인 공포를 자아내는 악의 화신이지만 김갑수가 연기하는 아귀는 머리좋고 영악한 사업가처럼 보입니다.

여차하면 상대의 손가락을 잘라 버리는 본래의 아귀와는 달리 이 새로운 아귀는 너무 머리를 많이 굴리죠. 말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아귀라는 캐릭터가 본래 갖고 있던 위압감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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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민 캐릭터로 넘어가면 좀 답답한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이 캐릭터가 어디서 온 것인지가 너무도 잘 보이기 때문이죠. 김민준이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영화 '사랑'의 치권을 쉽게 연상시킵니다. 부산 출신인 김민준에게 '사투리로 하니까 연기가 되는구나!'라는 칭찬을 듣게 했던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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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김민준의 연기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너무나 익숙한 캐릭터라는 점이 걸립니다.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면 이 캐릭터를 만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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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굳이 부산이 무대인 점이며 굳이 폭력배들이 처음부터 치고 받고 하는 점, 패거리가 네 명인 점 등이 모두 희대의 히트작인 '친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허영만 원작 만화 '타짜' 계열의 흐름과 영화 '친구'로부터 영향을 받은 부분이 함께 뒤섞여 흘러가는 작품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 두 흐름이 그리 썩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는게 문젭니다.

허영만 원작 만화 '타짜'가 희대의 히트작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연재로 이 만화를 지켜보신 분들은 잘 느끼시겠지만, 이 만화의 특징은 하루 이틀만 연재를 놓쳐도 따라가기 쉽지 않을 만큼 스토리의 진행이 빠르다는 데 있죠. '이런 정도의 스토리라면 좀 더 늘려도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느낄 정도입니다.

하지만 '친구' 스토리의 수혈은 이야기를 다양하게 한 것이 아니라, 진행을 더디게 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이유가 돼 버렸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심지어) 영화 '친구'를 보지 않은 사람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도박장 장면을 통해 한껏 흥미를 올려 놓으면, 우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친구 스토리'가 들어와서 분위기를 흐려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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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 원작 만화의 각색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사례를 통틀어 볼 때 '가능한 한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유지한 작품'일수록 성공한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원작의 틀을 가능한 한 유지하려고 애썼던 영화 '식객'과 '타짜', '비트', 드라마 '식객'이 전자의 예라면 '사랑해'나 '아스팔트 사나이'가 후자의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워낙 원작의 구성과 전개가 탁월하기 때문에, 손을 대면 댈수록 망가진다는 쪽에 저도 동의하는 편입니다.

'타짜'도 굳이 원작의 설정에 왜 그렇게 많이 손을 대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더구나 그 '손질'이 창의적인 시도였다면 모를까, 이미 초대박이 난 영화와 그 아류작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익을 대로 익은, 어쩌면 슬슬 싫증이 났을 수도 있는 터치라면 말입니다. '타짜'라는 이름값에 걸맞지 않는 현재의 시청률은 단지 '에덴의 동쪽'이 잘 나가고 있기 때문만은 아닌 듯 합니다. 왠지 교각살우라는 말이 자꾸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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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ROCK' 이 2년 연속 에미상 수상 작품이 됐습니다.

지난해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30ROCK'은 22일 올해 에미상에서도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알렉 볼드윈), 여우주연상(티나 페이)을 휩쓸었습니다. 명실공히 최고의 코미디 시리즈임을 인정받은 거죠. 그것도 두 시즌 방송해서 두 시즌 연속 상을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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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ROCK'은 아직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국내에서도 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됐다는군요). 하지만 미드 팬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작품이죠. 특히 작가 겸 배우인 티나 페이도 페이지만 젊은 시절의 미남 스타에서 능글능글한 너구리같은 중년 연기자로 변신한 알렉 볼드윈의 연기에 찬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볼드윈은 '프렌즈'에서 피비를 좋아하는 감정과잉남으로 출연했을 때의 연기도 빛을 발했지만, '30ROCK'에서의 연기는 정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번 수상이 무척 반갑기도 합니다.

NBC TV에서 방송되는(오는 10월 시즌 3가 시작됩니다) '30ROCK'은 NBC TV 사옥을 무대로, 가상의 버라이어티 쇼 'TGS with Tracy Jordan'을 진행하는 제작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티나 페이는 제작진을 이끄는 고참 작가(PD보다 실질적으로 권한이 더 큽니다) 리즈 레몬 역으로, 알렉 볼드윈은 계열사에서 와 방송국 운영을 맡게 된 전문경영인 잭 도너기 역을 맡았습니다.

제목인 '30ROCK'은 미국 맨하탄에 있는 NBC TV 본사의 주소라고 합니다. 30은 번지, ROCK은 록펠러 센터를 말하죠.

주요 캐릭터를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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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레몬(티나 페이)

일 중독에다 섹시함이 부족한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방송국 여자'. 버라이어티 쇼를 이끄는 수석작가로서 대단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묘하게도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잭 도너기의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똑부러지게 반박하지 못하는 면이 있습니다. 반면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도너기가 레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 드러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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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도너기(알렉 볼드윈)

최고 학벌과 최고 경력을 거친 전문 경영인 출신의 방송사 간부. 어떤 사람이든 모두 실적으로 평가하는 냉정함을 갖췄고, 성공과 승리 외에는 어떤 가치도 인정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가족적인 팀 분위기에서 일하던 리즈 레몬으로서는 도대체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이죠. 하지만 어머니에게 약점이 있고, 애정 문제에 있어서도 아픔(?)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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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시 조던(트레이시 모건)

꽤나 인기있는 흑인 코미디언 겸 래퍼지만 도대체 예측이 불가능한 4차원 인간입니다. 우여곡절끝에 리즈의 쇼에서 메인 MC를 맡게 돼 무던히 속을 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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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 말로니(제인 크라코스키)

자신이 지나치게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쇼의 고정 출연자. 리즈와 제나는 본래 수많은 프로그램을 함께 한 친구 사이라서 방송에도 사사로운 정이 개입되곤 합니다. 가끔 안 통하는 섹시함을 밀어붙일 때에는 연민을 자아내기도 하죠. 특히 합스부르크 왕가의 마지막 후계자를 향한 몸짓이 일품이었다고나. 전반적으로 '앨리 맥빌'에서의 캐릭터에서 악의를 뺀 것과 비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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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잭 맥브라이어)

'30ROCK'이 창조해 낸 최고의 캐릭터입니다. 누가 봐도 지능이나 판단력이 정상인에 못 미치는 NBC 방송사의 안내 직원. 트레이스 조던 쇼 스태프들이 일하는 층의 담당이어서 항상 모든 사람의 잔심부름까지 맡아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는 건실한(?) 청년입니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을 발가락의 때로밖에 여기지 않는 잭 도너기가 케네스를 처음 본 순간, "언젠가 우리는 모두 저 친구 밑에서 일하는 존재가 되고 말 것"이라고 한 예언은 지금까지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습니다. 과연 케네스는 언제 자신의 진정한 재능을 발휘할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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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딘 윈터스)

언제 다시 등장할 지 모르는 리즈의 옛 애인. 찌질이에다 삐삐 세일즈맨이라는 희한한 직업의 남자. 하지만 가끔 지독하게 남자다운 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정상적으로 남자를 만나지 못하는 리즈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가끔씩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한 타입입니다.

이밖에도 온갖 괴짜들을 모아놓은 제작진의 작가들, 특히 눈길을 확 끄는 섹시 보조작가 역의 카트리나 보든 등의 다양한 조연들이 등장합니다. 무대가 방송국인 만큼 간혹 톱스타들이 슬쩍 슬쩍 지나가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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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의 성장사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등장했던 리즈 레몬의 부모들)



지금까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는 리즈 레몬과 잭 도너기 사이의 신경전에서 왔습니다.

어느 나라나 방송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기본 성향은 대략 비슷합니다. 리즈 레몬은 30대 중반이며 소시민 집안 출신으로 꽤 괜찮은 학교를 나왔고, 학교를 다닐 때건 지금이건 상당히 깨어 있는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고, 게이 문제며 각종 정치 사안에 대해 상당히 지식인다운 진보적인 입장을 유지하죠. 방송 일을 하는 것도 사실 큰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뭔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정도의 의미입니다.

반면 도너기는 태어날 때부터 상류층이었고, 톱클래스의 교육을 받았고, 어려서부터 선민의식이 몸에 밴 사람입니다. 당연히 공화당 지지자지만 정치적 성향 따위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사람이고, 직업적인 성공과 부,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을 바보 취급합니다. 그가 지금 하는 일을 하는 것도 언젠가는 NBC TV와 유니버설 영화사를 갖고 있는 초대형 그룹인 GE(제너럴 일렉트릭)의 최정상에 오르기 위해서죠. 사귀는 여자도 콘돌리자 라이스(!) 정도 되어야 하고, 아무튼 최고의 엘리트나 슈퍼모델 같은 여자들과 어울립니다.

이런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자신의 장기말들을 굴리는 도너기에게 사소한 의리나 우정, 감정적인 문제 따위를 고려하는 레몬이 어린애로 보일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죠. 반면 레몬은 '뭐 저따위 인간이 다 있나'라는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30ROCK'은 이런 두 사람이 서로의 존재 의미를 인정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이 전혀 일방적이지 않고, 레몬도 나름 도너기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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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코미디에서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전형적인 바보 캐릭터인 케네스입니다. 물론 케네스가 중요해진 것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도너기가 그를 인정했기 때문이죠. 그 이후로 케네스의 행동 하나 하나는 각별한 의미를 띕니다.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곧 시작할 시즌 3가 무척 기대됩니다.

새 시즌엔 체리 역할이 더 커지기를 기대하면서 카트리나 보든으로 마감합니다. 만20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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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그나자나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받은 '매드 맨'은 저도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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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고구려가 섰습니다. 여전히 귀족은 위협적입니다. 뭐 '태왕사신기'를 보면 광개토대왕 시절까지도 고구려 왕은 귀족연합체의 수장 정도였던 모양이니 2대 유리왕때 강력한 왕권을 기대할 수는 없겠죠. 아무튼 그건 그렇다 칩시다.

신당이라는 조직은 부여 금와왕에게도, 광개토대왕의 아버지 고국양왕에게도, 그리고 유리왕에게도 제멋대로 굽니다. 이건 무슨 신정국가도 아니고... 뭐 그럴 수도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고구려가 나오는 드라마마다 죄다 이런건 무슨 조화속입니까.

네. 바로 '바람의 나라'에 대한 불만입니다. 재미있다는 사람도 있고, 시청률도 지난주엔 혼전 속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존재 이유는 영 떨어지는 편입니다.

일단 송일국이 연기하는 주인공 무휼은 정작 왜 아무런 근거가 없는 고초를 겪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신당에서 어이없이 저주가 붙었네 어쩌네 하는 바람에 불쌍한 무휼은 고구려판 오이디푸스가 되어 버립니다. 게다가 또 자기가 왕자인지도 모르고 가는 곳이 하필 부여랍니까. '주몽'과 '바람의 나라'를 구별 못 하게 하는 것이 제작진의 목표란 말입니까?

물론 주몽과 무휼의 캐릭터도 살짝 다르고, 겪어야 하는 갈등도 조금씩은 다르겠죠. 그것까지 똑같으면 아예 재방송일테니 당연한 얘깁니다. 하지만 뭣보다 이 두 드라마가 넘어야 할 벽은 똑같이 생긴 주인공입니다. 이거야말로 처음부터 넌센스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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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목이 써 있지 않으면 어느 드라마인지 정말 구별할 수 없는 스틸입니다.)

송일국이 이 역할을 수락한 것도, 송일국에게 제의한 제작진도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뭐 하다 보면 아들 역을 하던 배우가 나이를 먹어서 아버지 역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주몽 역을 한 배우가 2년만에 그 손자 역을 또 한다는 건 좀 어이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있는 역사적 사실까지 다 뜯어 고쳐서 무휼이 걸어가야 할 길도 주몽이 걸었던 것과 거의 흡사한 고난의 성장드라마로 바꿔 놓는 건 또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나오는 무휼은 사실 슈퍼 차일드입니다. AD 4년생인 무휼은 AD 9년(만 5세)에 동부여의 사신을 말솜씨로 제압하고, AD 13년에 대군을 이끌고 대소의 동부여군을 무찌르는 장군이 됩니다. 네. 9세죠.

10세에 세자가 된 무휼은 14세에 유리왕의 죽음으로 왕이 됩니다. 워낙 어린 나이에 왕이 된 터라 27년나 재위하고도 40세에 숨을 거둡니다. 동부여를 공격해서 대소를 죽이고 3대에 걸친 원한을 갚는 것도 재위 5년째인 18세의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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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이미 왕이 되어 동부여를 때려 부술 나이에 부여 땅에서 목숨을 걸고 모험하고 있어야 하는 팔자라니, 이거야말로 안습입니다. '태왕사신기'보다 더 심한 왜곡을 하고 있는 거죠.

물론 9세 어린이가 장군이 되어 적을 무찌르는 것 역시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굳이 가정을 하자면 고구려군이 부여군을 모욕하기 위해 9세의 왕자를 명목상의 허수아비 장군으로 두고, 실제로는 다른 장군이 지휘를 해서 전쟁을 치렀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기록에 대해 보완을 하는 것이 14세에 왕이 된 무휼을 거의 스무살이 다 되어 보이는 나이로 부여에서 뛰어다니게 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사극적 상상력'에 부합하는 일입니다.

차라리 영특한 아역 탤런트를 써서 '소년 무휼의 모험'을 하는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안 그래도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초반 아역들의 활약으로 점수를 따는 상황에서 이 드라마는 좋은 흥행 요소를 놓쳐 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군요. 그랬더라면 성인 왕 역으로 송일국이 등장하더라도 이런 비판을 덜 받을수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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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는 그런대로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끌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극이 이병훈-최완규 라인의 영향으로 '주인공이 죽도록 고생한다 - 경쟁을 통해 더욱 강해진다 - 마침내 빅 맨이 된다'의 과정을 마치 무슨 교과서처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정말 답답한 일입니다. 안 그래도 '주몽'이나 '태왕사신기'와 여러가지로 비슷해 질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구성 면에서 전혀 새로운 면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나중에 왕이 되는 소년의 지긋지긋한 고생담을 드라마로 하려면 차라리 나중에 미천왕(AD 313년, 낙랑군 병합의 공적으로 국사 교과서에 등장하죠)이 되는 소년 을불의 이야기라도 만들 것이지, 굳이 멀쩡한 무휼을 방랑소년(?)으로 만들어 놓는 심사는 정말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대무신왕 드라마는 제발 대무신왕 얘기로 만들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유달리 용감하고 영특했다는 소년 왕의 소재를 날려버린 것도 아쉽거니와,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진 대소 같은 캐릭터에 편승해서 대무신왕을 그냥 제2의 주몽으로 만들려는 듯한 '바람의 나라'는 곤란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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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년(?)의 얼굴만 봐도 이 분이 누군지 모를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겁니다. 요즘 멜로 연기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올해로 연기 52년째를 맞는 대배우 이순재씨죠.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분이 중년 이전에 했던 대표적인 역할을 꼽으라면 쉽게 꼽는 분이 별로 없습니다.

나이가 안 되는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이 분과 동시대를 살았던 분들도 선뜻 어느 한 작품을 꼽지 못하더군요. 물론 히트작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물론 이 분의 역정을 다 설명하기엔 너무 짧은 글입니다. 한 단면이라고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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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을 설레게 한 73세의 키스신
황혼 커플 연기로 최고 인기 누리는 이순재
| 제79호 | 20080913 입력  
 
배우 이순재(73)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의 이력을 제대로 따지려면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야겠지만, 1992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통해 한때 한국적 아버지의 대표상으로 자리잡고, 그 이미지를 통해 국회의원을 역임했다는 것만으로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진정한 스타성은 21세기에 비로소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것도 전 국민이 대상이란 점이 특이하다. 2006년 MBCTV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과 2007년의 MBCTV 사극 ‘이산’, 그리고 2008년의 KBS-2TV 주말연속극 ‘엄마가 뿔났다’에 이르는 잇따른 세 편의 히트작으로 세대 구분 없는 지지를 받고 있다. 50년에 이르는 그의 연기 역정에서 가장 빛났던 ‘대발이 아버지’ 시대를 능가하는 인기다.

안방극장 최고의 화제작인 ‘엄마가 뿔났다’의 인기에 불을 붙인 것이 장미희의 항복과 김혜자의 가출이었다면, 현재 이 드라마 최고의 화제는 이순재-전양자가 연기하는 황혼 커플의 아기자기한 멜로 연기. 지난 7일 두 사람의 키스신이 방송되면서 이 드라마는 40%에 육박하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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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재 이순재의 인기에 있어 특이한 점은 ‘나이 들어 인기를 얻었다’는 것만이 아니다. 이전에도 ‘노역 스타’라는 장르는 분명 존재했지만, 대부분의 노역 배우들은 어느 정도 일정한 캐릭터를 유지하기 마련이다.

1996년 100세를 일기로 사망하기 직전까지 폭넓은 인기를 누리며 활약했던 미국의 배우 조지 번스를 기억할 때 많은 사람은 굵직한 시가와 심술궂은 표정, 그리고 촌철살인의 유머를 기억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노역 스타라고 할 수 있는 김희갑이나 황정순을 떠올려도 작품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는 고유의 캐릭터를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이순재를 한두 가지의 이미지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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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번스가 누구야, 하시는 분들을 위한 이미지. 왼쪽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시는 분은 별로 없습니다. 대신 오른쪽 모습은 너무나 유명하죠. 캐리캐처로 옮겨 놓아도 똑같다는 조지 번스 스타일입니다.)


최근 히트작들만 훑어봐도 그렇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사춘기 소년처럼 들떠 하는 충복과 ‘거침없이 하이킥’에서의 ‘야동순재’ 이 원장은 한국 TV에서 유례를 볼 수 없던 독특한 캐릭터들이다. ‘이산’의 영조는 상당히 전형적인 왕 역할이라 쳐도 70대 노배우가 짧은 기간 사이 이처럼 다양한 변신을 하고 있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10일 처음 방송된 MBCTV ‘베토벤 바이러스’의 ‘4차원’ 노악사 역할 또한 위의 세 역할과 공유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웬만하면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도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특징은 52년간 걸어 온 성격파 배우로서의 길과 무관하지 않다. 서울고-서울대(철학과) 출신인 이순재의 데뷔작은 흔히 62년 KBS TV의 개국 기념 드라마 ‘나도 인간이 되련다’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자신의 출발점을 56년의 연극 ‘지평선 너머’로 친다. 전쟁 통에 사라진 서울대 연극부를 재건한 것도 그의 공로로 꼽힌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이순재의 출연작을 검색하면 66년의 데뷔작 ‘초연’ 이후 극장용 영화만 178편이 나온다. 주연작도 꽤 있지만 이순재는 본질적으로 조연이나 상대역을 맡았을 때 빛을 발하는 배우였다. 당대의 꽃미남 스타들인 신성일이나 남궁원에 비견할 만한 스타덤을 누린 적은 없었다. 특유의 탁성(濁聲)이나 작은 키가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에 제약이 된 부분도 있고, 날카로운 눈매는 악역 전문, 특히 보스 역할이 어울리는 배우로 그를 특화시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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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성실함 하나로 ‘배우와 결혼하면 굶어 죽는다’고 공공연히 얘기되던 시절을 이겨냈다. ‘막차로 온 손님들’(67), ‘분례기’(71), ‘토지’(74) 등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순재는 76년 작 ‘집념’에서 명의 허준 역할을 맡아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중년 이후의 화려한 스타덤을 예고하게 된다. 82년 드라마 ‘풍운’에서 흥선대원군 역할을 맡은 이후엔 주로 중년의 강직한 가장 역할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지금도 주말마다 자신이 지도하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학생들과 함께 고전 희곡을 놓고 벌이는 워크숍이 ‘삶의 활력소’라고 말하는 노장 배우. ‘얼짱’도 ‘몸짱’도, 한때 잘나가던 청춘 스타도 아니었지만 결국은 누구도 넘보기 힘든 만년의 스타덤을 쌓아 올렸다는 점만으로도 한국 연예사에서 그의 위치는 공고하기만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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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뿔났다'에서 문제의 그 키스신이 방송된 다음날, "대체 마지막으로 키스신을 해 보신게 언제냐"고 후배를 시켜 여쭤보게 했습니다. "아, 왕년엔 많이 했지!"라는 대답이더군요. 그런데 그 마지막이 무려 40년 전, 1967년 '막차로 온 손님들'에서의 키스신이라는 겁니다.

위 사진은 1969년작 '춘원 이광수'에서 젊은 이광수 역을 맡았을 때의 모습이고 상대는 당시 최고로 막 올라설 무렵의 남정임입니다. 그러니까 저 포즈에서도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는 뜻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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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영화만 거의 200편. 분주하던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중반까지는 1년에 7-8편에도 출연했던 경력에 비해(물론 당시엔 너나 할것 없이 이 정도를 찍었습니다), 당시의 회고담은 참 어처구니없는 것이 많습니다.

사귀던 애인(물론 결혼 전 얘깁니다)의 가족이 "아나운서인줄 알고 교제를 허락했는데, 배우라니 굶어죽는 것 아니냐"고 사이를 반대했다는 얘기, 결혼 후에도 생활고 때문에 만두집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었다는 얘기, 그 만두집에도 '배우가 한다'고 소문이 나면 각다귀들이 몰려들까봐 아예 가게 근처에 얼씬도 못 했다는 얘기 등등.

이순재씨가 요즘 배우들에게 가장 불만을 갖고 있는 부분은 역시 '기본기 부족'입니다. 1962년, 한국에도 TV가 생겼을 때 모든 드라마는 생방송이었습니다. 당연히 시간이 1분 넘쳐도 안 되고, 모자라도 안 됐던 거죠. 더스틴 호프먼 주연의 '투씨'에서 생방송으로 시트콤을 진행하는 모습이 나오곤 했는데, 아무튼 배우들이 기본적으로 연기가 받쳐 주지 않으면 꿈도 꿀 수 없는 일입니다. 아, 더욱 코믹한 건 당시에는 CF도 모두 생방송이었다는군요. 드라마가 끝나고 카메라가 옆으로 돌아가면 그 자리에 상품 선전대가 차려져 있고, 배우들이 그 자리에서 광고 멘트를 읽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요즘의 홈쇼핑 광고처럼 했다는 거죠.

아무튼 이런 '생방송 시대'를 살아온 분들인 만큼 대본도 숙지가 안 되는 젊은 배우들과 함께 일하는게 불만이 없을 리가 없습니다. 이런 '선생님 급' 배우 중에서 젊은 배우들이 가장 겁내는 사람은 박근형씹니다. 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야단을 치기 때문이죠. 대신 배우는 것도 많기 때문에 존경도 받습니다. '자기 배우'를 크게 키우고 싶어 하는 매니저들은 일부러 박근형씨와 같은 드라마에 집어 넣어 '교육'을 받게 하기도 하죠.

박근형씨가 이렇듯 엄한 학생주임 스타일이라면 이순재씨는 조용히 한마디씩 툭툭 던져서 잘못을 바로잡는 교장 선생님 스타일이라는군요. 하긴 김태희를 보고 "요즘 서울대는 얼굴 보고 뽑냐?"고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분들 중 하나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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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작한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면 또 하나의 희한한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평소엔 너무도 조용하고 깔끔한 노인이다가 갑자기 흥분하면 우유 팩을 발로 밟아 터뜨리기도 하는, 살짝 다중인격 양상을 보이는 오보에 연주자죠.

한국 시청자들이 이렇게 노역 배우에게 관심을 갖게 한 것도 이순재씨의 공로가 아닐까 합니다. 아무쪼록 오래 오래 건강하셔서 더욱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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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간에 가까운 물고기'인 마이클 '펠피쉬' 펠프스가 드라마에 들어가기로 했군요. 이미 지난달 말에 결정되고 곧 방송도 될 모양인데 뒤늦게 소식을 접했습니다.

펠프스의 출연작은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앙투라지'. 미국에서도 물론 인기 절정의 드라마지만 지금은 '앙투라지'의 주인공 에이드리언 그레니어는 물론 어떤 톱스타라도 감히 펠프스의 인기를 넘보지 못할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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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앙투라지가 어떤 드라마인지 모른다는 분들을 위한 글:




마이클 펠프스에 대한 미국 연예인들의 반응을 다룬 동영상입니다. 우연인지 '앙투라지'에서 상당히 중요한(?) 로이드 역을 맡고 있는 한국계 배우 렉스 리(39)의 코멘트도 들어 있습니다. 여배우들도 섹시하다고 난리군요.^






베이징 올림픽 이후 펠프스의 일정은 여느 톱스타 못잖게 분주합니다. 최근 뉴욕 시내 한복판에서 100만달러의 청소년 후원금 전달식을 가진 뒤 디즈니랜드에서 퍼레이드에 참석하고, MTV 비디오 어워드에 참석한 뒤 다시 뉴욕에서 장수 인기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에도 출연합니다.

'앙투라지'에 출연하는 것은 그가 이 프로그램을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라는군요. 드라마 출연 소식에 대한 미국 네티즌들의 반응 역시 환영 일색입니다. 뭐... 박태환군이 '크크섬의 비밀' 같은 데 나온다면 한국 팬들도 당연히 좋아했겠죠. 물론 '운동이나 제대로 햇'이라고 했을 분들도 있겠지만.

뭐 이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은 이미 써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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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외신에는 앙투라지의 주인공 중 하나인 케빈 코놀리와 함께 찍은 사진도 올라와 있습니다. 물론 역할로는 대단치 않겠지만 또 모르죠. 의외의 재능을 보여 줄지도.

(옷 다 입고 나오면 여성 팬들의 항의가 대단할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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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미드 팬들의 공통된 아쉬움이겠지만 지난 시즌 작가 파업으로 중간에 끊겨 버린 '앙투라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기쁨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제작자 중 하나인 마크 월버그(사실 이 드라마에 케빈 딜론이 출연하는 점이나, 케빈 딜론의 캐릭터는 집안에 연예인이 드글드글하는 딜론 집안이나 월버그 집안의 분위기와 아주 긴밀하다고 할 수 있죠)가 상당히 중요한 캐릭터로 출연한다는 예고도 있었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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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옛날 블로그에서 퍼온 글입니다. 수영 영웅 마이클 펠프스가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내용에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아 퍼 왔습니다.

새로운 소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쪽으로.




얼마전 '온에어'가 방송계의 현실을 전달했다는 이유로 관심과 인기를 끈 적이 있었죠. 근처에서 맴도는 사람의 시각으로 볼 때 이 정도면 현실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 저래?'싶은 장면이 예전의 다른 드라마들에 비하면 그리 많지 않은 편입니다.

하지만 '적나라한' 편에선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물론 문화의 차이도 있고, 감출 건 감추는게 더 좋을 수도 있겠지만 미국 드라마들 중에는 이보다 훨씬 연예계의 이면을 확실하게 '까발리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대표적인 드라마로 '앙투라지'가 있습니다.

(물론 '앙투라지'는 할리우드 이야기고, "니가 할리우드 애들이 저러고 노는지, 저 드라마가 정말 리얼한지 알게 뭐냐?"고 물어보시면 저도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본 한국 연예계 풍경을 보면, 충분히 저 정도는 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또 '앙투라지'가 진짜 '리얼'한 드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 어디 한번 본격적으로 들여다 볼까?'라는 식의 접근 방법에선 감히 한국 드라마들이 따라갈 수가 없겠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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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ourage는 불어로 '측근' 정도의 뜻을 갖고 있는 말인데, 이 단어를 알고 보니 의외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흑인 래퍼들이 나오는 장면에 이 단어가 많이 등장하더군요. 연예인 하나가 움직일 때 옆에 별 할일 없는 친구들을 포함해 그 family들 대여섯명이 따라 다니죠. 그들을 흔히 '앙투라지'라고 칭하더라구요.

드라마 '앙투라지'도 바로 그 측근들의 이야기입니다. 잘 나가는 20대 초반의 스타 빈센트 체이스(에이드리언 그레니어)가 뉴욕 퀸즈(썩 좋은 동네는 아닙니다. 한인 타운도 퀸즈 가까이 있죠)에서 함께 자란 형 조니 '드라마'(케빈 딜론)와 두 친구, 에릭(케빈 코널리)과 터틀(제리 페라라)을 LA로 불러 함께 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빈센트는 죽마고우이자 생각이 깊은 에릭을 자신의 매니저로 고용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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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왼쪽부터 빈센트, 아리, 터틀, 드라마, 에릭.)

하지만 에릭은 전문지식은 커녕 전 직장이 피자집 주방이었습니다. 그래서 빈센트의 에이전트이자 하버드를 포함한 으자자한 MBA 학력을 갖고 있는 아리 골드(제레미 피븐)는 대놓고 에릭을 무시합니다. 그래도 빈센트의 측근이니 늘 으르렁거리면서도 두 사람은 어떻게든 빈센트를 톱스타의 자리로 올려놓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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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와 매니저 에릭


자, 매니저는 뭐고 에이전트는 뭔지 아리송해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길게 말하면 끝이 없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매니저와 에이전트의 역할이 철저하게 분리돼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영화 출연, 광고 출연을 포함해 한 배우가 맺는 모든 법적인 계약은 에이전트를 통해 하게 되어 있습니다. 대신 에이전트는 영화나 음반을 직접 제작할 수 없죠.

그럼 매니저는 뭘 하냐, 늘 스타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필요한 일을 챙겨 줍니다. 대신 매니저는 계약에 관여하지 못하고, 스타로부터 급여를 받습니다. 물론 매니저는 에이전트와는 달리 영화나 음반 제작을 할 수도 있고, 직접 투자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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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에이전트 아리


제가 읽은 간단한 설명에는 이런 게 있었습니다. "대학 밴드의 경우를 예로 들자. 별볼일 없는 대학가 밴드에도 매니저는 있다. 이들은 악기 운반, 공연장 섭외, 티켓 판매, 포스터 부착 및 홍보, 트럭 운전 등을 맡는다. 이 밴드가 스타가 되더라도 학생 시절의 매니저가 그대로 매니저 일을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음반사나 방송사와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이들도 에이전트를 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에이전트 중에는 변호사 자격을 갖춘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무튼 '앙투라지'는 절반 이상이 에릭과 아리가 빈센트의 장래를 두고 다투는 이야기입니다. 닳고 닳은 아리는 작품의 질은 어쨌든(대본을 읽지 않습니다) 돈이 실제로 생기는 방향을 고집하죠. 하지만 에릭은 궁극적으로는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빈센트(물론 대본을 읽지 않습니다)의 소망에 맞추기 위한 노선을 잡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타를 빼앗기 위한 에이전트들끼리의 암투, 영화사와의 갈등, 영화가 실제로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 실감나게 펼쳐집니다.

에릭과 아리의 대립은 때로 '톰과 제리'를 연상시킵니다. 똑똑하고 지나치게 합리적인 아리에게는 '머리도 텅 빈 주제에 빈센트와 친한 것 하나 믿고 설치는' 에릭이 눈의 가시고, 에릭의 눈에는 '실제론 빈센트를 위한 마음따위는 없고 대본은 읽지도 않으면서 돈만 밝히는 냉혈한' 아리가 좋게 보이질 않죠. 하지만 서로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은 수시로 힘을 합치고, 또 서로 삐치곤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제리' 에릭보다 '톰' 아리가 더 많이 당합니다. 나중엔 아리가 좀 불쌍해 질 정도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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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앙투라지'는 그냥 직업 드라마가 아닙니다. 일단 네 명의 건장한 청년들이 주인공이기 때문에 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드라마의 나머지 절반은 네 친구들이 벌이는 헌팅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중에서도 빈센트는 정말 많은 상대들을 차지합니다. 에릭도 그만그만. 문제는 조니와 터틀입니다. 이들은 정말 '건지면 다행'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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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드라마 체이스 역의 케빈 딜런.


주인공은 빈센트와 에릭이지만 사실 조니의 캐릭터는 대단히 눈길을 끕니다. 이 인물은 본래 마크 월버그의 사촌을 모델로 했다고 하는데, 사실 배우 케빈 딜런의 이력이 더 눈길을 끕니다. 그의 한살 위인 형이 바로 맷 딜런이기 때문이죠.

기타 등장인물들 중에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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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담당자 쇼나 역의 데비 마자. 아리를 우습게 아는 앙투라지 4인조도 설설 기는 공포의 입심을 가진 아줌마죠. 아리에게는 좋은 파트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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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의 비서이며 중국계 게이 로이드 역을 연기하는 렉스 리. '전국 에이전트 비서 연합'의 중심 인물이기도 합니다. 동성애 혐오자인 아리의 심한 언어 폭력에도 절대 굴하지 않으면서 아리를 위해 대단한 위기 돌파력을 보여줍니다.

'앙투라지' 후반부에서 가장 성공적인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아, 한국계로 밝혀지기도 했었죠. 69년 생입니다. 뒤늦게 성공하느라 애썼을 것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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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상 천재인 빌리 월쉬 역의 리스 코와로. 다루기 힘든 기인이며 이상할 정도로 빈센트하고만 잘 맞는 궁합 때문에 아리를 환장하게 하는 영화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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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때문에 연기 경력을 포기한(?) 전직 여배우인 아리 부인 역의 페리 리브스.

그밖에 제시카 알바를 비롯,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할리우드의 진짜 현역 스타들이 각자 himself, 혹은 herself 역으로 등장합니다. 그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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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지난해 작가 파업으로 대부분의 미국 드라마가 중단됐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드라마가 바로 이 '앙투라지'였습니다. 언제쯤 새로운 시리즈가 재개될지 정말 기대해마지 않습니다.

연예계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죠. 단 'E!뉴스'를 봐도 저게 무슨 세상 얘긴가 싶은 분들은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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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가 죽었네 살았네, 일본 바이어들이 발길이 끊어졌네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있는 한류 상품은 뭘까요. 복잡할 게 없습니다. 한류 스타들이 나오는 콘텐트, 특히 드라마입니다. 영화도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파급 효과나 위력 면에서는 드라마에 비할 바가 아니죠. 그럼 '겨울연가'의 빅 히트 이후로 대체 한국의 자랑스런 한류 스타들은 얼마나 많은 콘텐트를 만들었을까요.

소위 4대천왕의 마지막 드라마 작품들입니다.


이병헌, 2003년 올인 (2009년 방송 예정 아이리스)

장동건, 2000년 이브의 모든것

배용준, 2002년 겨울연가 (2007년 태왕사신기)

원빈, 2000년 가을동화


이렇습니다. 한마디로 물건이 없는데 뭘 사라는 겁니까.

이 대목에서 가정을 한번 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배용준의 데뷔작 <사랑의 인사>부터 모든 출연작이 일본에서 없어서 못 파는 히트상품이 된 마당에, 2003년 이후에 배용준이 출연한 드라마가 단 한편이라도 있었다면, 그 드라마의 가격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불행히도 그런 기회를 사소한 이유로 놓쳐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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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사마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놓친 사람들

요즘 '욘사마'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좀 모자란 사람이거나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는 사람 취급을 받기 마련이다. 연예계에 아무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동아시아를 뒤흔드는 배용준의 위명은 익히 알고 있기 때문.

이런 '욘사마의 치세'는 NHK가 드라마 <겨울연가(일본 방송명은 <겨울 소나타>)>를 지상파로 방송하기 시작한 지난 2004년 4월3일부터 2년간 흔들림 없이 지속되고 있다. 이미 위성방송을 통해 여러 차례 방송되며 마니아들을 양산했던 <겨울연가>가 지상파에서도 위용을 떨치며 배용준을 '신'의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겨울연가> 폭풍 이후 한국의 배용준 관련 소프트웨어는 동이 났다. 배용준이 신인 시절부터 지금까지 출연한 모든 드라마와 영화가 일본의 특수 상품이 된 것. 업자들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배용준이 2002년 <겨울연가> 이후로 현재 일본에서 방송중인 <태왕사신기> 외에는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었다는 거였다.

그런데 '욘사마 신화'가 탄생하기 불과 3개월 전인 2004년 1월, 아주 사소한 문제로 배용준의 출연을 거절한 드라마가 있었다. 제목은 <폭풍 속으로>. 그 사연은 이렇다.

한국 TV 드라마계에서 2003년은 최완규 작가-유철용 PD-그리고 이병헌의 해였다. 바로 <올인> 두 글자로 요약할 수 있었다. 다른 화제작도 많았지만, 이병헌-송혜교 커플의 탄생을 비롯해 '올인'보다 더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드라마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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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 콤비는 2004년을 맞아 또 하나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폭풍속으로>는 최완규 작가가 젊은 시절 푹 빠져 있었다는 외화 <야망의 계절(Rich men, Poor men)>을 원안으로 한 작품. 어느 모로 보나 빈틈없고 철저한 엘리트인 형과 잡초처럼 자라난 동생의 이야기로, 원작격인 <야망의 계절>에서는 피터 시트라우스와 닉 놀테가 형제로 출연해 톱스타가 됐다.

<폭풍 속으로> 제작진은 형제 중 동생 역할을 배용준에게 제의했고, 배용준은 선뜻 '하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배용준은 막상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자 독특한 제의를 했다. '시놉시스(드라마 기획안)가 지나치게 형 역할 중심으로 쓰여진 것 같으니, 동생 중심으로 다시 써 달라'는 요구였다.

사실 그리 일반적이지는 않은 요청이었다. 시놉시스는 어차피 대본을 쓰기 전에 관계자들에게 드라마가 갖고 있는 대략의 골격을 설명해주는 정도의 용도로 쓰일 뿐, 정작 방송될 때에는 시놉시스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 가는 드라마도 비일비재하다. 제작진도 이미 동생이 실질적인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배용준에게 제의를 한 것이었고, 형 역할을 제의받은 몇몇 톱스타는 '동생이 주인공인 드라마'라며 출연을 거절했을 정도다. 게다가 그때까지 대본이 이미 나와 있던 것도 아니고, 그때부터 더욱 동생 중심으로 대본을 쓰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시놉시스를 다시 써 달라'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는 일. 그런데도 배용준은 '당장 보기에 좋지 않다'며 계속해서 수정을 요구했다. 그런 사소한 것 하나라도 꼭 짚어 넘어가야 하는 꼼꼼한 성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별 것 아닌 문제가 자존심 대결로 발전하면서 결국은 출연 자체가 물 건너간 일이 되고 말았다. 배용준의 입장은 "그거 고치는 데 돈이 드냐. 그만한 일도 못 해주느냐"는 것이었고 제작사 측은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 공연히 까다롭게 군다"는 것이라 의견차가 좁혀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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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인>의 성공으로 한껏 자신감에 차 있던 최-유 콤비는 사실 이런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박신양과 이정재라는 만만찮은 카드들이 <폭풍 속으로>'의 형제 역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배용준 카드가 사라지자 우여곡절 끝에 이정재의 캐스팅도 불발됐고, 어찌어찌 하다가 이 역할은 <다모>로 가능성을 보인 신인 김민준에게 돌아갔다. 형 역할도 당초 예상과는 달리 김석훈이 맡았다.

그로부터 1개월 뒤, 제작진은 아직 신인 티를 벗지 못한 김민준의 연기를 볼 때마다 다 잡았다 놓친 배용준을 그리워해야 했다. <폭풍 속으로>는 20%대로 수준급의 시청률을 보였지만 배용준은 이내 '욘사마'라는 아호를 달고 먼 하늘로 날아올랐다.

만약 <폭풍속으로>가 '배용준의 최신작'이라는 꼬리표를 달았더라면 이 드라마는 도대체 얼마에 일본으로 팔려나갔을까. 지금도 <폭풍 속으로>와 관련된 몇몇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그때 그거 좀 그냥 고쳐 줄 걸." (끝)






- 결국 '폭풍속으로'도 25%대의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끝났지만 제작진의 눈에는 얼마나 배용준이 밟혔을까요. 물론 최완규 작가는 그 뒤로도 '해신'과 '주몽'을 히트시켰고 현재도 '식객'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일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저 때 생각을 하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합니다. 앉아서 100억원대의 돈을 날린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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