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은 다 아시다시피 천재적인 관상가 내경(송강호)의 이야기입니다.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사람들은 점이나 조짐, 팔자 등에 기대게 되어 있습니다. 모르면 몰라도 계유정난 당시, 각 진영엔 결정적인 판단을 할 때 의견을 묻던 점술가가 있었을 겁니다. 이 영화는 그런 상상에서 출발한 것이죠.

 

그럼 조선시대의 기록에 그와 비견할만한 역술가가 있었을까요. 조선 초기, '조선 왕조 500년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역술가'로 불린 인물이 있었습니다. 물론 기록이 너무 기이하다 보니 실존 인물인지가 의심스러울 지경이고 문헌마다 살았다는 연도가 제각각이라 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한 면이 있습니다. 반면, 그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을 듯.

 

그의 이름은 홍계관입니다.

 

 

 

 

홍계관(洪繼灌, ?~?)

 

영화 관상은 관상의 대가 김내경이라는 가상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실제 사건인 계유정난을 재해석한 영화다. 영화 속 내경(송강호)는 누구든 얼굴만 보면 내력과 속내, 그리고 장래의 운명까지 꿰뚫는 천재 관상가다. 누구든 이렇게 관상으로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갖고 있다면 치세보다는 난세에 훨씬 더 출세하기 쉽겠지만, 불행히도 영화 속 내경의 행보는 그리 평탄치 않다.

 

실제로도 내경 같은 인물이 있었을까.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조선 초기에는 도성 안에 통명청(通明廳)을 두고 빼어난 점쟁이를 국복(國卜)으로 삼아 큰 일을 점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여러 사서에 조선을 통틀어 최고의 점쟁이로 홍계관이라는 이름이 나온다. 어찌나 유명했던지 한양 도성 안에 홍계관골이라는 마을이 생길 정도였다.

 

관상의 내경이 관상가였던 반면 홍계관은 맹인이었다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백발백중이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명을 어쩌지 못했다는 점에선 매우 유사하다 하겠다.

 

여러 문헌을 통해 전해지는 홍계관의 일화에는 계유정난을 전후로 한 세종~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과 명종 시대의 것이 뒤섞여 있다. 두 시대의 간격이 약 100년 정도이니 동일인일 가능성은 없고, 최소한 두 명 이상의 인물이 남긴 행적이 합쳐졌을 것이다.

 

세조 시대의 홍계관은 계유정난의 주역 중 하나인 홍윤성의 장래를 알아 본 것으로 유명하다.  젊은 시절 장안의 유명한 건달이었던 홍윤성이 점을 보러 오자 홍계관은 갑자기 자세를 고쳐 큰 절을 올렸다. 놀란 홍윤성이 연유를 묻자 공은 뒷날 정승의 자리에 오를텐데, 뒷날 제 아들이 누명을 쓰고 죽을 위기에 놓일 테니 그때 목숨을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과연 홍윤성이 홍계관의 지시에 따라 세조와 인연을 맺고 승승장구, 벼슬이 형조판서에 이르렀는데 한 죄수가 윤성을 보고 저는 점쟁이 홍계관의 아들이니 목숨을 살려 주십시오하고 외쳤다. 홍윤성이 그의 목숨을 구해 주고 홍계관의 재주에 탄복했다는 이야기다.

 

 

 

 

부계기문(涪溪記聞)’엔 이렇게 전해지지만. 극작가 윤백남의 채록에 따르면 홍계관의 아들은 배은망덕한 홍윤성 때문에 결국 목숨을 잃는다. 권세를 남용하며 백성을 학대했다는 홍윤성에 대한 민간의 반감이 표현된 설화다.

(윤백남의 채록에 따르면 홍윤성은 홍계관의 아들임을 알고도 뇌물을 요구하고, 홍계관의 아들에게 뇌물로 줄 돈이 없자 그를 처형당하게 내버려 둡니다. 그러자 홍계관의 아들은 끌려나가며 "우리 아버지가 은혜를 원수로 갚는 자는 평생 후손이 없을 것이라 합디다"라고 울부짖었다는 것이죠. 윤백남에 따르면 홍윤성이 그 뒤로 절손을 당했다고 하나, 실제로 홍윤성에게 자손이 아주 없지는 않았던 듯 합니다.)

 

명종 시대의 홍계관은 젊은 날의 승려 보우(普雨)와 재상 상진(尙震)을 만나 앞날을 예언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지만,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그의 죽음에 대한 것이다.

 

어느날 자신의 운명이 궁금해진 홍계관은 모년 모월모일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과, 그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용상 밑에 엎드려야 한다는 점괘를 얻는다. 명종의 총애를 받고 있던 홍계관은 왕에게 사정해 한시간 동안 용상 아래 숨을 수 있게 되었다.

 

용상 아래 홍계관이 죽은 듯 엎드려 있을 때 갑자기 전각 안으로 쥐 한 마리가 후다닥 달려들어왔다. 갑자기 홍계관을 시험하고 싶어진 왕은 지금 들어온 쥐가 모두 몇 마리냐고 물었다. 그러자 홍계관은 점을 짚어 본 뒤 세 마리라고 답했다.

 

재차 확인해도 홍계관이 세 마리라고 말하자 왕은 불같이 화를 내며 네가 그 동안 사기로 점을 쳐서 민간의 재물을 함부로 취했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당장 처형할 것을 명했다. 홍계관이 형장으로 끌려가 죽음을 기다리는데 혹시나 싶었던 왕이 쥐의 배를 갈랐다. 그 안에는 새끼 두 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제야 홍계관의 재주에 탄복한 왕은 급히 내시를 보내 형을 멈추려 했으나 이미 홍계관은 목이 잘린 뒤였다. 왕이 아차하고 탄식했다는 데서 이 곳의 지명이 아차산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이 아차산은 지금의 노량진 사육신묘 부근이란 설과 서울 광진구 아차산이라는 두가지 설이 있다.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지만,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전하는 고구려 때 추남(楸南)의 이야기와 사실상 같다. 역시 억울하게 죽게 된 점쟁이 추남이 고구려 왕에게 내가 신라 김서현의 아들로 다시 태어나 이 원한을 갚겠다고 한 뒤 김유신으로 태어났다는 설화다.

 

배경이야 어쨌든 이야기의 교훈은 유명한 점쟁이라 해도 제 죽을 날을 내다 보지 못한다는 것. 영화 속 내경의 경우에도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을 보면, 운명을 예측한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부질없는 짓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끝)

 

 

 

이렇습니다. 추남의 이야기란 삼국유사에 나오는 김유신의 젊은 시절 일화 중 하나입니다.

 

김유신이 국선(國仙)인 화랑(花郞)이 되었을 때, 백석(白石)이란 사람이 낭도(郎徒)로 있었다. 김유신이 삼국통일 계획을 세우는데, 백석이 고구려의 정세를 탐지한 뒤에 계획을 수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말을 옳게 여긴 김유신은 백석과 함께 고구려의 사정을 탐지하기 위해 길을 떠나 하루는 밤에 산 고개에서 쉬는데, 두 여자가 나타나 따라가겠다고 했다. 같이 일행이 되어 가는데, 골화천(骨火川)에 이르니 밤에 다시 한 여자가 나타나, 세 여자는 김유신에게 과일을 대접하며 즐겁게 얘기하고 놀았다.

 

김유신이 세 여인들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가니, 여인들은 신(神)의 모습으로 변하여 자신들은 나라를 지키는 내림(奈林) 혈례(穴禮) 골화 등 세 지역 수호신인데, 김 공이 적국 사람에게 유인되어 가는 것을 막으려고 온 것이라고 말하고 사라졌다. 놀란 김유신은 나와서 골화관에서 자고, 중요한 문서를 잊고 왔으니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백석을 묶은 다음 문초를 했다. 백석은 원래 고구려 사람으로, 김유신이 전생에 원한을 품고 죽은 고구려의 추남이기 때문에 그를 잡으러 왔다고 했다.

 

추남은 고구려의 유명한 점쟁이였는데, 국경지역에 냇물이 거꾸로 흐르는 변고가 생겨 점을 치게 했더니 추남은 왕비가 왕과의 잠자리에서 음양을 거꾸로 하기 때문에 일어난 변고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왕비는 요망한 거짓말을 하니, 다른 것으로 시험해 보고 맞히지 못하면 벌을 가해야 한다고 임금에게 말했다. 임금이 상자 속에 쥐 한 마리를 넣고 봉한 다음, 무엇이 들었는지 맞혀 보라 했는데, 추남은 쥐 여덟 마리가 들었다고 대답했는데, 왕은 쥐 한 마리가 들었기 때문에 잘못 대답했다고 해 추남을 죽였다. 그런데 상자 속의 쥐를 꺼내 배를 갈라보니 새끼 일곱 마리를 배고 있었다.

 

추남은, 자신이 억울하게 죽으니 다른 나라 장군으로 태어나 고구려를 멸망시키겠다고 말하고 죽었는데, 이날 밤 임금의 꿈에 추남이 신라 서현공 부인 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꿈 얘기를 들은 고구려 사람들은 모두 추남이 원수 갚기 위해 신라 김유신으로 태어났다고 믿고 있어, 김유신을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다. 김유신은 이야기를 듣고 백석을 사형에 처한 후, 음식을 마련해 지역 수호신에게 제사를 모시니, 신들이 나타나 흠향했다.

 

 

그러니까 홍계관의 사망 관련 설화는 아무래도 삼국시대 추남의 이야기, 혹은 그 이전부터 전해오던 용한 점쟁이의 이야기가 슬쩍 변형되어 '홍계관'이란 유명한 점쟁이의 이름에 덧씌워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조선시대의 문헌이 '홍계관골이라는 지명이 있었다'는 기록을 전하고 있는 걸 보면 홍계관이라는 용한 점쟁이가 있었다는 건 사실인 듯.

 

 

 

아무튼 홍계관의 일화에서도 알 수 있듯 점쟁이와 관련된 모든 이야기는 점쟁이의 초인적인 능력을 인정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운명의 힘이란 점 따위로 비껴갈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짚어 내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 '관상'의 결론도 그런 것이 아니었나 싶은데, 홍계관과 재상 상진(尙震)의 일화는 그 예외는 바로 '선행'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결국 점쟁이 이야기를 후세에 전하는 뜻은 그런 교훈담이었다는 이야기.

 

상진 관련 설화를 마지막으로 전합니다. 출전은 '연려실기술'.

 

점쟁이 홍계관(洪繼灌)이 공의 일생을 점쳐 보니 길흉화복이 조금도 어긋나지 않았고, 죽을 해까지도 말하였다. 공이 지난 일이 다 맞았으므로 그해에 이르러 미리 초상에 쓸 것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홍계관이 마침 일이 있어 호남에 가 있으면서, 서울에서 오는 이를 만나면 꼭 공의 안부를 물었는데 1년이 다 지나도 공은 탈이 없으니, 홍이 매우 이상하게 여겨서 서울에 오는 길로 곧 공을 찾아 인사하니, 공이, “내가 자네의 점을 믿고 명이 금년으로 다 된 줄 알았더니, 어찌 맞지 아니하는가.” 하였다.

 

홍이 말하기를, “대감의 명수를 보면 어긋남이 없을 것이오나, 예전 사람이 음덕으로 수명을 연장한 이가 있었으니, 대감께서 반드시 그런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였다.

 

공이 말하기를, “어찌 그런 일이 있겠는가. 다만 내가 수찬으로 있을 때 퇴근하여 집으로 돌아오는데 노상에 붉은 보자기가 있어서 주워 보니, 순금 잔 한 쌍이라 가만히 간직해 두고 대궐 앞에 방을 붙이기를, ‘아무날 물건을 잃은 자는 나를 찾아오라.’ 하였더니, 이튿날 한 사람이 와서 말하기를, ‘소인은 대전 수랏간 별감(大殿水刺間別監)이온데 자질의 혼인이 있어 몰래 주방에 있는 금잔을 빌려 내왔다가 잃었으므로 이미 죽을 죄를 범하였으니, 후일 탄로가 나면 반드시 죽을 것입니다.대감께서 얻으신 것이 그 물건이 아닌지요.’ 하기에, ‘그렇다.’ 하면서 내어주었다.” 하니, 홍이 말하기를, “대감의 수명이 연장된 것이 반드시 이 때문입니다.” 하였는데, 15년 후에 죽었다.

 

결론: 착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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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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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루호도 2013.11.02 04: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결론에 적극 공감합니다.

영화 '관상'이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미 시사회를 거치면서 예견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송강호 이정재 김혜수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으로 시작하는 초 호화 캐스팅과 계유정난이라는 잘 알려진 역사적 사건, 그리고 과연 '관상이란 과연 운명을 지배하는 것인가'라는 흡인력 있는 주제가 관객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결과입니다.

 

좋은 배우들의 열연은 '관상'의 가창 큰 힘입니다. 영화 초반은 송강호와 조정석의 착착 감기는 유머에 김혜수의 존재감이 영화를 풀어 갑니다. 후반은 잔혹무도한 수양대군(이 영화에서는 확실히 그렇습니다) 역을 맡은 이정재의 오만방자함이 힘을 발휘하죠. 이 배우들 보는 맛 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끌고 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무엇을 이야기하려 한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조금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네. '관상'이란 영화는 대체 '관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줄거리.

 

보는 즉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는 관상의 대가 내경(송강호)은 처남 팽헌(조정석), 아들 진형(이종석)과 함께 어느 바닷가 시골에 묻혀 살다 도성의 유명한 기생 행수 연홍(김혜수)의 방문을 받습니다. 관상의 사업적 가치를 알고 있던 연홍이 내경의 소문을 듣고 한양으로 불러 올리려 한 것입니다.

 

비록 관상쟁이가 됐지만 내경과 진형은 모두 역모죄로 처단된 양반의 자손. 아버지가 관상 보는 것을 싫어하는 진형은 어쨌든 선비답게 글공부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주장하고, 역적의 자손이 출세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임을 잘 아는 내경은 이런 진형을 못마땅하게 생각합니다. 곡절 끝에 내경과 팽헌은 도성으로 향하고 진형은 절로 들어가 공부를 계속합니다.

 

도성에서 내경과 팽헌이 마주한 것은 세종이 승하하고 문종이 등극한 직후의 천하. 호시탐탐 왕위를 노리는 수양대군(이정재)과, 이에 맞서 문종-단종 부자를 보호하려는 김종서(백윤식)의 편으로 세상이 나뉘고 있는 사이 내경은 자신의 재능을 이용해 집안을 다시 일으켜 보려 합니다. (여기까지)

 

 

'관상'의 초반은 매우 활기차게 시작합니다. 15세기판 납뜩이 팽헌으로 변신한 조정석은 끊임없이 촉새 짓을 하고, 가끔씩 이를 눌러 주면서 오히려 웃음을 증폭시키는 송강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관객들을 쉽게 빨아들입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특히 내경이 김종서를 만난 뒤부터 이야기는 조금씩 무거워지기 시작하고, 그 다음부터는 미리 놓인 철길을 따라 흘러가는 느낌을 줍니다. 역사의 갈 길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은 모든 관객이 알고 있지만, 영화 후반만 놓고 보면 내경은 존재감이 너무 미약해져 버립니다.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내경이 하는 생각이나 행동이 관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 자세히 얘기하면 줄거리를 건드리기 때문에 이 정도만. 궁금하신 분들은 저 아래쪽을 읽어 보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살려내는 것은 단연 배우들의 힘입니다. 이름만 대도 대한민국이 다 아는 명배우들은 장면 장면마다 매력적인 커트를 내놓더군요. 특히 후반부, 한명회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신은 배우 김의성의 소름끼치는 표정과 함께 관객의 기억에 남을 만한 명장면을 만들어 냅니다. (문득 왕년 조니 뎁 주연 영화 '프롬 헬'에서 이안 홈의 눈동자 색이 바뀌던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그밖에도 관객을 사로잡는 요소들은 충분합니다. 치밀한 고증보다는 상상력의 소산이겠지만 조선시대 기방의 화려하고 방자한 모습이나, 황토빛이 도는 유려한 영상, 수양대군과 수하들의 공격적인 모습이 잘 드러난 야외 신 등에서의 미술은 보는 눈을 즐겁게 합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 이 정도면 추석 연휴를 앞둔 관객들에게 훌륭한 볼거리가 될 듯 합니다. 특히나 조정석, 이종석 팬들에겐 좋은 선물이 될 듯 합니다.

 

P.S. 개인적으로 영화 첫 부분에서 '아마데우스'가 떠올랐습니다.^^

 

P.S.2. 충분히 의도된 것이겠지만 이 영화 속 송강호의 얼굴은 참 윤두서 자화상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자, 기본적으로 여기까지.

 

더 아래로 내려가시는 분들은 줄거리에 노출되실 수도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여기서 멈춰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2부 시작.

 

 

 

 

 

 

영화 '관상'은 누구나 결말을 다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전제는 '관상이라는 것이 있고, 그를 통해 사람의 운명을 꿰뚫어 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화 '관상'은 흘러가던 도중 갑자기 변화구를 시도합니다. 김종서를 만나고 죽음의 위협을 경험하기 전까지 내경은 백발백중의 귀신같은 실력을 발휘합니다. 처음 만난 연홍의 속내를 한눈에 꿰뚫고, 관상만 보고 살인사건의 범인을 찾아내고, 탐관오리를 적발해 내는 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도, 한명회의 경우엔 죽은 다음의 일까지 예측해 냅니다.)

 

하지만 이런 놀라운 능력이 어느 순간 갑자기 뚝 떨어져 버립니다. 이를테면 김종서가 호랑이의 길상을 가진 인물이란 것을 알아내지만, 그가 비명횡사하고 멸문을 당할 팔자라는 것은 읽어내지 못하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수양대군이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성품이라는 것은 읽어 내지만 그가 왕위에 오를 팔자인지 아닌지는 모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정말 관상이라는 것을 제대로 읽는 것이 가능하다면 내경은 문종이 곧 죽을 것이라는 점, 단종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란 점, 또 김종서의 측근들은 모두 일찍 죽고 집안이 몰락할 것이라는 점, 반면 수양대군의 측근들은 모두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라는 점 등을 맞춰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비록 영화 속에서 죽은 여자의 경우처럼 '무병장수할 관상이라도 상대를 잘못 만나면 비명횡사 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지만, 그럼 양쪽 진영의 사람들이 함께 있어 길한 관상인지 흉한 관상인지 정도는 짚어 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내경은 "나는 파도만 바라보고 있었지, 바람을 보지 못했다. 파도를 만드는 건 바람인데"라고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누구나 파도를 보고 바람을 읽습니다. 파도가 동쪽에서 치면 동풍이 불고 있다는 뜻이죠. 수양대군의 측근 신숙주가 부귀영화를 누릴 관상이고, 김종서의 측근 황보인이 비명횡사할 팔자라면(물론 영화 속 내경은 이 자체를 읽어내지 못하지만) 어느 쪽이 승자가 될 운명인지는 너무 당연하게 읽혀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죠.

 

내경이 생명의 위협을 겪은 뒤에도 계속 관상쟁이 노릇을 하는 것은 첫째, 김종서의 부름이 있은 뒤 역적의 후손으로 망해버린 집안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둘째는 이름을 바꾸고 벼슬길에 들어선 아들 진형의 앞날에 대한 걱정 때문입니다. 비록 내경이 문종과 단종에게 충신 역할을 하지만 이건 당대의 세도가인 김종서 곁에서 보호를 받기 위한 것일 뿐, 그가 자진해서 문종이나 단종의 안위를 걱정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설정상 선량한 사람이긴 하지만 '자신과 아들 진형의 앞날을 위해' 편을 선택한 것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마지막까지 '김종서가 죽으면 우리 다 죽는다'며 수양대군의 김종서 살해 현장에서도 끝까지 김종서를 보호하려 합니다. 만약 그가 '누가 역사의 승자가 될 지'를 관상을 통해 읽어냈더라면 당연히 수양대군 쪽으로 편을 바꿨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은, 그에게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내경이 무능한 관상쟁이로 바뀌면서 영화는 점점 무거워지고 갈 길이 뻔해집니다. 내경이 더 이상 사람들의 얼굴에서 아무 것도 읽어내지 못하게 된 이상, 앞으로 보여질 내용들은 내경이 자기 주변 사람들에게 한 저주가 실현되는 과정 뿐입니다. (영화 초반, 내경은 진형에게 "벼슬길에 나가면 화를 당할 관상"이라고 했고, 처남 팽헌에게는 "성질을 못 이기면 신세 망칠 관상"라고 했죠.)

 

이런 주장에 대해 혹시 어떤 분들은 애당초 처음부터, 영화 '관상'이 생각한 관상의 힘은 한 사람의 '능력치와 성격'을 읽어 내는 것이지 '운명이나 미래'를 읽어 내는 것은 아니었다고 항변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렇게 볼만한 여지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관상의 힘'을 제한된 것으로 설정해 놓고 들어갔다고 하면 내경의 능력이 갑자기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은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야기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을 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그 정도의 능력이라면 애당초 내경에게 역사를 바꿀 어떤 기회를 기대하는 것 조차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인물 됨됨이를 파악하는 정도의 능력이라면 아무리 김종서가 신임한다 해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된 일들일 뿐입니다. 아울러 문종 앞에 선 내경이 "그 인물과 행동거지를 함께 보면 과거의 일 뿐만 아니라 미래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고 한 이야기가 매우 공허해지는 것이죠.

 

내경에게 진정 미래를 꿰뚫는 능력을 인정하되, '그럼에도 바꿀 수 없는 운명의 힘'을 보여주는 극적 장치를 좀 더 정교하게 보여주었더라면, 혹은 운명의 힘을 직감하면서도 그를 바꾸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할만한 동기를 내경에게 부여했더라면, '관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P.S.3. 이 영화에서 가장 와 닿는 말은 수양대군의 대사  "하지만 나는 이미 왕인데, 이제 와서 내가 왕이 될 관상이라고 하면 그걸 맞춘다고 할 수 있나?" 입니다.  이 세상의 가짜 예언자들과 아부꾼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라고 할까요. 결과적으로 "관상이란게 무슨 쓸모가 있어?"라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수양대군은 왜 내경에게 계속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고 물어 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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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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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땡땡 2013.09.18 16: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들이름이 진영 아녔나?

  2. 주니우 2013.09.22 20: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제 생각에 하나 좀 엉성하게 빠져 있는 부분이 내경의 아버지, 즉 진형의 할아버지가 역모에 휩쓸려 죽고 집안이 무너지는 사건인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가 김종서쪽에 붙은 이유가 단순히 가족들과 진형의 안위만으로 보기에는 뭔가 역모에 휩쓸려 돌아가신 내경의 아버지에 대한 스토리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빼다 보니 왜 내경이 수양이 아니라 김종서 쪽에 붙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진 것 같습니다.

    • 뻘글러 2013.09.26 18: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뻔하죠. 세조 이전에 귀양갈만한 사변은 1,2차 왕자의 난 말고는 없어요
      진영 할아버지 얘기를 하게 되면 결론은 부전자전이 되겠죠
      항상 편을 잘못 선다

    • 송원섭 2013.09.28 00: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꽤 많이 있었죠. 태종은 아들 세종의 통치 편의를 위해 집권 후반기 꽤 많은 신하들을 다소 억울하게 역적으로 몰아 죽였습니다. 그중엔 세종의 장인도 있었죠.

  3. seba 2013.09.27 12: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너무 운명론적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쩌면 수양대군 이마에 점을 그려넣는 순간 진정한 역모의 상으로 관상이 바뀌어 그대로 진행했을수도 있습니다.
    인기 없었다는 그 기생이 점하나 찍은걸로 인생이 바뀌었듯
    단종이 수양숙부가 역모의 상이라는것을 알아채고 수양을 유배보내라고 명령하는 순간 역으로 역모를 부추기게 된것이라고도 볼수 있을듯.
    물론 마지막에 수양은 왕이될 관상이었다고 얘기한걸로 봐서는
    그 어떤짓을 해도 수양이 왕이 되었겠습니다만..

  4. senn 2013.10.02 08: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공감가네요.
    배우들은 괜찮았는데 시나리오 엉성했음..

  5. g1 2013.10.14 00: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주인공의 급박하고 절박한 현실이 관상을 눈멀게하여 그렇다고 봅니다, 심상이야 말로 운명의 척도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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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시민공원의 흔히 볼 수 있는 박스형 매점에 사는 한 가족이 있습니다. 아버지(변희봉)의 속을 무던히도 썩히는 덜떨어진 장남 강두(송강호)는 딸 현서(고아성)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여동생 남주(배두나)의 양궁 경기로 채널을 돌립니다. 그러나 이날 괴물이 한강 밖으로 몸을 드러내고, 강두는 두 눈 앞에서 딸이 괴물에게 납치되는 광경을 봅니다.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물을 먹었지만 운동권 출신으로 날건달처럼 지내고 있는 둘째 아들 남일(박해일)은 현서의 영정이 놓인 합동 영결식장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 와중에 아버지의 한마디가 관객들의 웃음보를 풀어놓습니다.

"현서야~~ 너때문에 다 모였다~~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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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기자시사회가 치러진 이후 전국은 <괴물>을 칭송하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온갖 언론과 평론들이 입을 모아 <괴물>의 위대함을 찬양하고 나섰습니다. 저는 일반인 대상의 시사를 통해서나 영화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기대가 컸죠.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발걸음은 왠지 그리 가볍지 않았습니다. 일단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110억원. 큰 돈이지만 사실 1000만 달러를 조금 웃도는 정도의 돈입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1/10 가격으로 저 정도의 CG 괴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이 괴물은 몸에 불이 붙었을 때 외에는 거의 흠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합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더 이상 기대하면 곤란할 정도로 훌륭합니다. 네 명의 가족들은 각기 톱니바퀴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수행해냅니다. 아무래도 가장 인상적인 역할은 아버지 역의 변희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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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 '철없이 밖으로만 나돈' 아버지 변희봉은 강변 노점 벽에 걸린 멧돼지 얼굴이 보여주듯 상당히 거친 과거를 가친 인물입니다. 비록 지금은 한강시민공원에서 컵라면을 파는 노인에 불과하지만, 사제총(혹은 엽총)을 들고 괴물과 맞서는 일순간, 그의 젊은 날을 짐작할 수 있는 표정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때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거야말로 노련미  넘치는 노장의 진가가 드러나는 장면이었죠.

이밖에도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에게 굳이 연기를 잘했네 어쩌구 하는 것은 새삼스럽게 이승엽의 방망이질이 날카롭네 힘차네 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니 생략해도 좋을 듯 합니다. 특히나 무슨 일이 있어도 뛰지 못하는 배두나의 거북이 캐릭터는 너무 실감이 넘쳐서 분통이 터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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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만큼은 아니지만 영화 곳곳에 숨어 있는 유머도 빛을 발합니다. 송강호의 답답한 캐릭터는 좀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어 짜증스럽기도 하지만 이미 유명해진 'NO VIRUS' 신을 비롯해 관객들의 폭소선은 여러번 터집니다. 이 대목에서 박노식과 김뢰하가 별 특징 없는 장면에 투입된게 좀 아쉽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밥먹자"는 <살인의 추억>의 "밥은 먹고 사냐?"를 연상시키는 대사이긴 합니다만 두 '밥'의 의미는 완전히 갈립니다. 후자의 '밥'은 '너 따위도 모진 목숨을 이어갈 자격이 있느냐'는, '생존의 자격'을 내포한 단어라면 전자의 '밥'은 그저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누구라도 느끼는 것이 당연한 '생존의 욕구'를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아무튼 밥을 먹는 라스트신은 너무도 인상적인 마무리입니다.

(중간에 가족들이 밥을 먹는 장면에 현서가 나타나 밥을 함께 먹죠. 이건 '제사밥'이라는 한국 고유의 전통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라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괴물>은 매끈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그런데도 불만이 있다면 기대가 지나친 탓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이 영화를 보다 보면 '대체 괴물이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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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영화는 그저 그대로 내러티브를 따라가면서만 보(아도 사실 별 상관은 없겠지만)면 어쩐지 엉성한 느낌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일단 아무리 괴물이 무서운 존재라 해도, 어느 정부가 '바이러스가 발생했다'는 이야기에만 정신이 팔려 괴물의 수색 자체를 포기하겠습니까. 게다가 미국의 생화학부대까지 파견돼 한강을 죽음의 강으로 만들려 하는 것은 이 영화를 좀 지나치게 정치적인 작품으로 만드는 악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거대한 한편의 우화입니다. 우화라면 무엇에 대한 우화일까요. 봉준호감독은 일찌감치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는 프로파간다가 아니다'라는 말을 통해 이 영화에 제기될 반미 시비를 차단하려 합니다. 봉감독을 옹호하는 평론가들 역시 '그저 반미라기보다는 반미를 넘어선 권력 자체에 대한 비판'이라며 박자를 맞춥니다. 하지만 그 '권력'의 주체가 결국 미국이라는 점은 이 영화가 위치하고 있는 노선을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물론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감독들이 위압적인 권력이나 부패한 사회를 괴물이나 유령으로 형상화하는 작품들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새벽>에 나오는 좀비들이나 <천녀유혼>에 나오는 귀신들은 모두 부조리의 화신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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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골뱅이를 닮은 괴물은 무엇일까요. 어떤 존재를 1:1로 상징한다기보다는 부패한 권력 자체를 가리킨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이 부분에서 봉감독은 해석의 여지를 충분히 열어 둡니다. 어떤 이의 말대로 괴물은 '미국의 독(포르말린)에 의해 만들어진 독재 권력'을 상징하는지도, 또는 그 괴물과 접촉한 사람을 무조건 격리시키게 하는 북한 정권을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아예 '분단이라는 모순' 자체를 상징할 수도 있죠.

쇠파이프(송강호)와 화염병(박해일)으로 무장한 '민중'들이 맞서야 하는 존재라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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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렇게 쏟아지는 상징과 암호들은 이 영화를 그저 웃고 즐길 수만은 없는 작품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반미 코드요? 물론 그저 '반미'라고만 요약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 영화는 미국이 누리고 있는 전 지구적인 권력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메시지를 쉴새없이 전달합니다.

'바이러스를 처리하러 왔는데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코멘트는 누가 뭐래도 이라크전을 상징하는 것이죠. 아무튼 이런 수없이 많은 '기호들' 이 때문에 이 영화의 오락적인 효용은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식입니다. 현악 4중주를 들으러 갔는데 풀 오케스트라는 물론, 전자기타와 가야금, 투베이스 드럼까지 등장한데다 어디선가 천둥소리, 대포소리, 폭포수 소리, 귀신 우는 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한다면 청중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정작 들으러 왔던 현악 4중주는 '자, 이건 기본이니까 안 들어도 알지?'라는 듯한 지나친 생략 때문에 사뭇 위축돼 있다면 막상 듣는 사람은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런 청중들에게 '그저 현악 4중주만 들으려 했는데 천상의 소리가 다 나더라. 기대한 것 이상으로 듣고 나니 정말 행복하다'는 '신선'들의 고담준론은 왠지 허탈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고백할게 있다면, 저는 주인공이 바보스러운 영화를 대단히 싫어합니다. 특히 뭐 하나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는 이 답답한 가족 이야기가 제게는 참으로 부담스러웠습니다. 이 영화가 편하지 않았던 것은 구구절절 풀어놓은 이야기와는 달리 그저 제 개인적인 취향 탓일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공과는 직접 보시고 평가하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만치 공들여 잘 가꿔진 영화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2006.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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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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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ikaros 2008.08.04 00: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히히 이런 행운이 내게도...^^

    영화가 너무 많은 메시지를 가진다는 건....
    가끔은 피곤한 것 같아요...

    감독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면...
    그래서 그 생각이 만고의 진리인양 오도되게 할만한
    권능을 가지고 있다면...

    가끔은 관객이 스스로 생각할만한 틈도 만들어
    두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저도 괴물을 보고나서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거든요....

  2. Eminency 2008.08.04 00: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 블로그는 포스팅 타임 수정이 안되나 보군요? ^^;;
    간만에 예전에 본 기억을 다시 한 번 반추합니다...ㅡㅡ

  3. 인생대역전 2008.08.04 00: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이 영화를 대여섯번 봤지만, 반미코드 보다는
    아무래도 가족 어드벤처쪽에 더 무게가 실리더군요....^^
    송기자님 말씀처럼 이 작품에서의 변희봉 선생의 연기를
    능가하는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고아성 양도 어린 나이에 매우 고생한 티가 역력하구요.

    그런데, 이 영화 DVD를 구입하려는 손길이 왜 자꾸만 망설여지는지...
    '살인의 추억'은 절판된 중고를 구입했는데요. ㅋ

    • 송원섭 2008.08.04 00: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어느 영화제에서도 남우주연상을 드리지 않은게 아쉽습니다.

  4. 2008.08.04 00:4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5. 웬리 2008.08.04 11: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움하핫..영화보는 눈이 그닥 밝지 못하여, 저는 그냥 오락적인 요소만 재미 있게 즐겼습니다요. -_-v

  6. Luffy 2008.08.04 12: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배두나에게서 레골라스를, 박해일에게서 보르미르를 기대한 건 무리였나요...

  7. 눈팅 2008.08.04 23: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살인의 추억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는 대사의 의미는 그게 아닌거 같은데..
    아무래도 정서나 세대의 문제일지도 모르겠군요.
    따뜻한 인간애에 바탕한 표현으로 들리는데....

    그걸 그렇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는게
    되레 생경한 경험이군요.

    • 송원섭 2008.08.05 00: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너같은 놈도 밥은 먹냐? 내가 잡아 넣어 줄 때까지 잘 먹고 기다려라"라는 말로 들리더군요. 물론 제 생각입니다.

  8. 채상원 2008.08.05 07: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극장에서 괴물을 세번이나 봤습니다. 그 이후로도 여러번 더 볼 수 있었는데, 그런 기호에 따른 상징을 보기 보다는, 그 영화 자체를 즐겼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이기에 맘껏 즐겼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을 기다리는데 언제쯤 나올려나요? ㅎㅎ

  9. Say 2008.08.06 02: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영화 상당히 재밌게 보았습니다.
    보고나서도 그다지 불편한건 없었구요..
    배우들이 모두 다 마음에 들어서였는지.. 볼만 하더라구요^^
    봉감독님 영화는 플란더스의 개도 좋았는데..^^;;
    글구보니 차기작은 언제 나올지 기다려지네요..

    덧) 괴물2도 시나리오 작업중이라고 들었는데.. 왠지 기대가 전혀 안되더군요..ㅡㅡ;; 작가도 감독도 모두 취향이 아니라 그런가..;;

  10. 푸우 2011.01.10 16: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무리 봉준호가 만들었다고 해도 괴물(따위가)이 나오는 영화는 싫어해서 안보다가 열기가 이미 지나가고도 한참 지난 작년에야 영화를 봤는데
    뜻밖에 너무 좋았습니다.

    그 모든 부조리한 상황속에서 어이없는 순간에,
    얼척없이 드러나는 유머...이 모든, 우리자신으로부터 비롯되지않은, 너무도 억울한 비극일 때가 많은 - 이 세계를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기도 하죠.

    인간은 강합니다.

  11. 글쎄 2011.05.21 12: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악수까지는 아니고 사실 우리나라 정부가 해온 일이 그렇지 않나요 적나라하게 표현한게 오히려 사람들 마음에는 속이 시원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엄청난 관객을 끌어들인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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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번엔 진짜 영화 리뷰입니다.)

1930년대 만주 한 구석에서 음모가 꾸며집니다. 한장의 지도가 일본인 은행가 가네무라의 손을 통해 일본 본국으로 전달되게 되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친일파 갑부는 조선인 킬러 창이(이병헌)에게 그 지도를 되찾아 오라고 청부합니다.

하지만 가네무라가 탄 기차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현금털이 태구(송강호)와 조선 독립군의 청부를 받아 역시 지도를 노리는 현상금 사냥꾼 도원(정우성)이 타고 있습니다. 엉뚱하게도 문제의 지도가 정작 지도에는 관심도 없던 태구의 손에 들어가면서 엎치락 뒤치락 지도 쟁탈전이 복잡하게 펼쳐집니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에 투입된 170억원의 제작비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지난해 '디 워'의 300억원(혹은 700억원) 제작비가 워낙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박혀 있어서 그렇지 한국 영화의 재난으로 불렸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 150억원 정도가 든 영화라는 걸 생각할 일입니다.

물론 '놈놈놈'은 화면을 보고 '대체 돈이 어디에 쓰인 걸까'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가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륙을 누비며 촬영한 화면에선 그야말로 '돈 냄새'가 풀풀 나죠. 만주와 돈황의 사막지대, 또 정읍 세트에서 촬영된 장대한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한사람만 서 있어도 화면이 꽉 차 보인다는 세 톱스타가 달리고 쏘고 움직이는 화면을 보면서 제작비가 아깝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지금의 상태로도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한 장을 개척한 영화로 평가할 만 합니다. 대단히 칭찬할 부분이 많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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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관객의 만족도는 어떨까요. 물론 재미라는 요소의 특성상 개인차가 대단히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예고편에 나오는 정우성이 말을 달리면서 총 쏘는 장면(구식 장총을 한바퀴 돌려 장전하고 다시 쏘는 바로 그 장면!)만 봐도 입장료가 아깝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겁니다. 반면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 시계를 확인한 사람도 꽤 있었을 겁니다.

개봉 전, '놈놈놈'에 쏟아졌던 말 중 가장 자주 등장한 말은 아마 '내러티브' 였을 겁니다. 대체 내러티브가 뭘까 고민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냥 '이야기'라고 써도 될 말이기 때문입니다. '놈놈놈'을 칸에서 본 사람이나, 한국에서 시사회를 통해 본 사람들 중 대다수가 이 영화의 '이야기'에 뭔가 손질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냥 "이게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내러티브가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어떤 사람은 "내러티브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너무 많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대체 이게 무슨 난리일까요?






<<지금부터는 '놈놈놈'을 보고 "기억나는 멋진 장면은 많은데 이상하게 지루하게 느껴지더라"는 분들을 위한 일종의 개인적인 해석입니다. "난 재미만 있던데 왜 지랄이야"라고 생각하실 분들은 아예 안 보시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별 스포일러는 없으므로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도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일리가 있는 얘깁니다. 김지운 감독이 영화의 논리적 구조, 혹은 영화 속에서 벌어지게 하는 사건의 아귀가 딱딱 맞아들어가야 한다는 부분을 매우 가볍게 생각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

(이 부분에 대해선 이미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그런데 '놈놈놈'의 경우는 - 최소한 영화로 만들어진 '놈놈놈'의 경우는 - 이런 점이 매우 심각합니다. 영화 속의 사건들이 매끄럽게 연결된다고 보기가 힘듭니다. 그런데도 '내러티브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또 무슨 일일까요. 이건 모두 주어진 러닝타임, 약 2시간 20분 정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쑤셔 넣다 보니 생긴 일입니다. 이건 모두 만들어져야 할 영화의 길이에 비해 너무 많은 분량을 찍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결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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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을 보면 이 영화를 만들면서 김지운 감독에게 1순위의 가치는 바로 '액션'이었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감독의 야심은 '한국 영화에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볼거리를 주겠다'는 쪽에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1년에 걸친 기간 동안 기가막힌 액션 영상이 확보되고, 기존의 시나리오와 즉석에서 만든 장면들까지 엄청난 양의 촬영분이 생깁니다. 관계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다시 편집해서 8시간짜리 미니시리즈를 만들어도 될 정도"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주어진 시간은 2시간 내외. 어떻게 해야 할까요. 뼈를 깎는 편집작업이 진행됩니다. 글을 써도 원고지 100장 짜리를 30매로 줄이라면 피를 토하고 쓰러질 사람이 많을 겁니다. 아무튼 편집이란 그런 작업입니다. 그렇게 해서 본래 통통했던 이야기는 홀쭉해지고, 애초부터 힘이 들어간 액션의 비중은 훨씬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반드시 성공적이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영화사가 증명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매트릭스' 시리즈에 대한 불신을 낳기 시작한 '매트릭스 2'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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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불릿타임을 이용한 화려한 액션이지만,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한 것은 탄탄한 이야기가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편으로 넘어가면서 액션이 주인공이 돼 버렸고, 이야기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그래서 네로와 스미스 요원이 펼치는 1대100 액션이나 고속도로를 통으로 빌려 촬영한 격투 장면은 그 자체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면서도, 영화 전체는 관객에게 지루함으로 몸을 떨게 한 졸작이 되어 버린 겁니다.

마찬가지로 완성된 '놈놈놈'은 액션이 주인공이고, 스토리는 그 뒤를 따라가는 영화가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보기 좋은 액션도 스토리의 진행 없이 무한반복되면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영화는 두 시간이고, 뮤직비디오는 5분이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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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성공적으로 이야기를 압축하려면 이야기의 가짓수를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놈놈놈'을 기준으로 본다면 마적 삼국파(윤제문이 부두목인)나 손병호가 운영하는 마약굴은 영화의 진행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입니다. 오히려 영화의 스피드를 떨어뜨리기만 하는 부분들이죠. 차라리 싹 들어 내고 그 시간을 다른 캐릭터들을 살리는 데 투입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또 독립군 이야기나 발해 이야기는 이 영화에 대체 왜 들어가 시간을 잡아먹는지 의심스럽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곤란한 점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가짓수를 줄인다는 것은 몇몇 배우들의 경우 아예 완성본에서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실제로 칸 상영본에는 엄지원이 아예 안 나온다고 합니다). 이건 심각한 딜레마가 될 수 있죠. 1년 넘게 고생한 배우들이 아예 영화에서 사라지게 한다는 건 감독에게는 인간적으로 못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관객들에겐 그런 부분을 이해할 의무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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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그 결과, 영화 속의 정작 중요한 캐릭터들은 훨씬 얄팍해져 버렸습니다. 영화든 드라마든, 시각 예술에서 인물의 특징은 말로 설명되는 게 아니라 보여져야 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송강호가 연기하는 태구를 제외하면, 모두 대사로 설명되는 수준에서 발전하지 못합니다. 혹은 별 설득력 없이 지향점이 바뀌어 버리죠.

예를 들어 말하자면, 이병헌이 연기하는 창이는 친일파 갑부의 말에 의해 '만주 제일의 총잡이'가 됩니다. 게다가 잔혹하고 자존심이 더럽게 강한 인물이죠. 하지만 그가 바라는 것은 명예보다는 확실히 돈이고 공정한 승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인물인데, 어느새 후반으로 가면서 돈이고 뭐고 1등이 되고 싶은 인물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 납득하기 쉽지 않은 진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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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원의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말 중에, "넌 내가 본 놈 중 가장 냉정한 놈이야"라는 태구의 대사가 있죠. 아무래도 이건 도원이 '냉정한 놈'임을 관객이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줬어야 하는 장면입니다.

가장 중요한 세 인물 중 두 인물이 이렇게 납작하게 그려지다 보니 영화가 끝난 뒤 기억나는 배우는 송강호뿐입니다. 이병헌의 경우엔 패션 화보같은 멋진 모습, 정우성의 경우엔 발군의 '기럭지'와 화려한 마상 액션이 기억에 남지만 창이나 도원이라는 캐릭터는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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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비교하자면 그렇지만, 이 영화가 모태로 삼은 작품들 중 하나인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에 돌아오다' 에 나오는 좋은 놈, 나쁜 놈, 추한 놈의 생생한 캐릭터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가 느껴집니다. 이 긴 영화에서 세 주인공들의 캐릭터 완성을 위해 얼마나 많은 부분이 할애되고 있는지도 눈여겨 볼만 하죠.

영화 제목이 왜 '석양의 무법자'가 아닌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이하의 내용에는 대단히 심각한 스포일러가 들어 있습니다. 아직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은 후회하지 마시고 여기서 위로 다시 올라가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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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놈놈'의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일단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소재는 '지도 찾기 쟁탈전'입니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들의 특징도 드러나고, 총격전도 벌어지고, 코믹한 사건들도 일어나서 영화가 진행되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 후반으로 가면 대체 왜 이 영화에 지도가 나오는지가 불분명해집니다. 지도를 갖고 있는 태구는 알아서 잘 찾아간다 치고, 지도를 갖고 있지 않은 도원, 창이며 심지어 일본군까지도 정확하게 지도에 표시된 위치를 찾아옵니다. 심지어 이청아까지도 지도상의 장소에 나타나죠. 그렇다면 지도라는 게 대체 뭐가 중요해서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이면서 찾아 해메는 걸까요.

(혹자는 일본군은 이미 그 위치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다 아는 위치를 굳이 비밀 지도를 통해 본국으로 전달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죠.)

김지운 감독은 이미 이런 수많은 지적에 대해 "감독이 보여주려고 하는 걸 보라"고 점잖게 대답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보는 사람들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지 모르지만, 아무리 멋진 액션도 제대로 된 이야기의 뒷받침 없이는 공허합니다. 이건 연주곡보다는 가사가 있는 노래가, 시 보다는 소설이 훨씬 대중적인 것이나 마찬가집니다. 아무튼 제작 단계에서 이런 부분에 보다 세심한 손질이 있었다면, '놈놈놈'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 될 수 있었을 거란 점에서, 아쉬움이 앞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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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관계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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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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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자哲民 2008.07.20 21: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베이비시터 급구하고 영화관람했습니다.
    마누님은 정선생에 반하시고,전 송광호에 뒤집어 졌습니다.

    근데 마지막에 대결에서
    송광호가 뭔가 보여줄 줄 알았는데.

  3. 송원섭팬 2008.07.20 21: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에구...본의아니게 스포일러성 댓글을 남긴
    모양이네요. 글이 삭제된 걸 보니...^^

    'Don't let me be misunderstood'가 가장
    잘 편곡되고, 그리고 가장 잘 쓰인
    영화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영화보러 가실 분들은
    엔딩크레딧 한 번쯤은 보고 일어나세요.
    주인공들 하고 제작과정
    스틸사진이 흘러나오거든요.
    의외로 볼만합니다...^^

  4. 4beetles 2008.07.21 09: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피곤했기도 했지만.. 와이프와 나란히 앉아서 졸다 나오느라 아편굴 부분은 자체 편집 해 버렸습니다.
    차라리 송강호 원톱으로 서부극을 찍었더라면 한국의 캐리비안의 해적/한국의 조니뎁이 되어 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정우성이야 워낙 멋진 장면만 골라 나오다 보니 그렇타 치고.... 이병헌은 왜 영화를 선택했는지 캐릭터의 매력을 조금만치도 알아낼수가 없었던 터라...

    • 송원섭 2008.07.21 10: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의 조니뎁, 그거 귀가 번쩍 뜨이는군요.^

    • 김승철 2008.07.21 12: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조니뎁 강춥니다. 이병헌은 레옹의 게리올드만을 밴치마킹한 느낌이 자꾸 들더군요.

  5. 메렝게로 2008.07.21 09: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 글이 스포일러성이었나요? 김지운감독님! 아무튼 찍은 분량이 많이 있다면 "U보트"(Das Boot)의 경우처럼 감독판이던지 DVD컬렉션판이던지 최소 "달러 3부작"처럼 2편내지, 3편으로 편집해서 이번에 보여주지 못한 내러티브를 속시원하게 보여주길 바랍니다. 송강호는 확실히 "투코"인데 정우성이 "블론디"인지 이병헌이 "엔젤 아이"인지는 애매모호함.

  6. 넘넘넘 2008.07.21 11: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지난금욜날 직원들하고 심야봤습니다.
    와~~~이렇게 개떡같은영화가 있을줄이야 머 김치웨스턴이니 머니해서 스토리 없는 건 이해하면서 볼라그랬는데
    도대체 200억이란 돈은 어디다 들인건지 캐릭터들이 배역에 빠져있지도 못하고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캐릭터를 그대로 옮겨오고, 여자들은 정우성이라는 잘난 인물보느라 정신없었을지 몰라도 내용꽝, 액션꽝, 초반부분빼고는 지루해서 중간에 잘려고 했던영화
    도대체 옆자리에서 순간순간 빵방웃어대며, 영화끝나고도 일어날 생각을 않는 여인네들을 보면서 정말 어느 부분이 그런지 어이없고 기억도 안나고
    아~~~! 금년도 본 영화중 최악의 영화가 될거 같네요..

  7. 이동진 2008.07.21 14: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토요일에 이 영화를 봤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르고, 느낌또한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평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현란한 액션신과, 폭발신, 추격신등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볼수 없었던 장면들이 많이 나와 우리영화도 많이 발전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한편으론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듯이, 스토리 상 약간의(?)부족함이 느껴지며, 하지만 매트릭스 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ㅋㅋ 또한 비슷한 장면들이 대풀이 되는듯 해서 지루함또한 느끼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자주 터지는 송강호식 유머와, 이병헌의 눈빛 연기, 정우성의 어눌한 말투에서 느껴지는 유머등, 나름대로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8. Say 2008.07.21 15: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 바빠서..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는데..
    평이 극과 극이더라구요.. "아주 좋았어" 내지 "지루해"

    ...

    그런데 여자친구들은 하나같이 "영화 어때?"를 물어보니
    "이병헌의 Y자 몸매와 정우성의 S자 몸매 죽여주더라"라는 대답만... -_-;;

    친구들의 영화에 대한 평은 좀 엇갈리지만, 연기에 대한 평은 "이병헌氏"에게 거의 다 몰표가 가더라구요. ㅎㅎㅎ
    음.. 지루하다하더라도 보러갈겁니다..ㅋㅋ 언젠가는..ㅋㅋ

    • 송원섭 2008.07.21 17: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정우성이 허리가 휘었나요? ^

    • Say 2008.07.24 19: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푸하하하~~~
      완전 웃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왜 정우성보고는 S라인이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회원이 주류를 이루는 모 커뮤니티에서도 같은 평가를. ㅋㅋㅋㅋㅋㅋㅋ
      (전 아직도 못봐서 설명 불가.ㅋㅋ)

  9. 심피디 2008.07.21 16: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왜?저는 이것을 보면서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요? 지도가 독도며,, 이것을 가지고 지켜내려는 많은 사람들과 일본군!!! 이때.. 헐리웃에서도 조차 보기힘든 우리들의 형님!! !정우성이 아주 멋지게 투입되서 지켜내주셨던 내용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ㅎㅎ -_-;;

  10. 랑랑랑 2008.07.22 03: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터트리고 싶었던게 너무 많아서 한꺼번에 펑 하고 터진듯한 느낌이네요 점진적으로 불타오르지 못해 쓸어담기에는 너무 늦은듯한 아마 감독도 배우들도 이래저래 아쉬운 부분은 관객들 보다 더 많을듯 하지만 어쨌든 영화를 보는것은 관객들 이니까요. 이 부분에 좀더 초점을 맞췄으면 좀더 좀더 괜찮은 영화가 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오락영화 치고는 썩 보다는 더 점수를 후하게 줘도 되는 영화임엔 틀림이 없네요. 화려한 볼거리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으니 칭찬과 혹평이 난무하는건 어쩔수 없는 이 영화의 팔잘세.

  11. 음~ 2008.07.22 19: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음~ 스토리보다,,,하나하나의 대사가 좋더군요...
    기억에 남는 대사는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자신은 죽지않을것 같다고 착각하고 살지~"
    저도 항상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글구.. 영화볼때,,,여자배우 이름이 생각이 죽어도 안났는데,, 엄지원 이였군요... 죄송하지만,,, 도대체,,왜 출연했는지,,,
    저도 제3의 성인,, 아쭈머니지만,,, 정우성은 정말 멋찌더군요..ㅎㅎ

  12. 나름여자 2008.07.22 21: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우성씨를 보면서 저는 왜 여친소의 전지현씨가 생각났을까요??
    작정하고 멋져야쥐 이러고 나오신듯...
    말타면서 장총인지 그거 돌리면서 쏘시는데.. 실소가 나와서... 하마터면 옆자리에서 정우성씨 나오면 환호하는 언니들한테 맞을뻔했습니다.
    엄지원씨는 왜 나오셨는지...쩝...분명히 따라가기는 했는데..**도 없이...
    나머지는 스포일러인듯해서 못 쓰겠네요..
    송원섭님과 이해안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었는데..쩝..
    하여튼 최근에 본 영화중 가장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13. 나가다지 2008.07.23 21: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름대로 김지운 영화 좋아했는데(특히 달콤한 인생)

    놈놈놈 완전 실망했소....

    정우성의 말타는 장면 말고는 볼거리도 뭐 그럭저럭이고..

    이야기는 거듭 나오는 말이지만 안습에 가깝고...

    최고 남자배우 셋을 다 넣고 백억이 넘는 제작비를 붓고도 이정도로 만든다면

    한국영화 앞날이 걱정된다고 말할수밖에...

  14. 나가다지 2008.07.23 21: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리고 나만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정우성은 왜 모든 대사가 다 비현실적으로 들리는건지..

    차라리 말을 못하는 설정으로 나왔으면 어땠을지..

    대사가 거의 없던 '무사'가 젤 나아 보였던듯..

  15. 울드 2008.07.24 15: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대체 어느 수준의 영화를 봐야 만족을 하는건지... 어제보고 왔지만 왜그리 악평이 많은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액션에 스토리까지 탄탄이 지향점이겠지만 그리 욕먹을만큼 못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같이본 후배와는 한국에서 이정도말도 어느정도를 바라는거지?라는 생각에 동의를 했거든요. 다른 사람의 평말고 그냥 보고나서 판단하는게 좋을듯합니다.

    • 송원섭 2008.07.24 15: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 차, 한국 아파트, 한국 TV도 외제보다 못해도 충분히 만족하시는지.

    • 노아 2008.07.27 16: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이 영화에 특별한 감정이 없는 사람입니다만, 송기자님의 위 분에 대한 답글은 어폐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 기준에서 만족한다는 사람에게, 외국 것과 비교해서 만족하느냐고 반문하시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외국 기자보다 못한 한국 기자에 충분히 만족하시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분명한 자신의 기준을 밝히신 분에게 기자님의 기준을 적용하라고 하시는 건, 비평을 위한 비평으로 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기자님이 비판하신 김지운 감독님의 경우와 같은 우를 범하시는 게 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 송원섭 2008.07.27 16: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에서 이 정도 말고 어느 정도를 원하느냐' 는 말이 '한국 영화 치고 이 정도면 잘 만든 것 아니냐'는 말과 다른 뜻인가요?

      (그리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외국 기자보다 못한 한국 기자에 충분히 만족하시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라는 말은 한번 해보자는 뜻인가요?^)

  16. 노아 2008.07.28 00: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어느 매체에 소속된 기자이신지, 저는 솔직히 기자님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입니다. 우연히 인터넷에 뜬 관련 글을 click했다가, 본 페이지만 죽 한번 읽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님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비판이 되실 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자제하지 못하고 뛰어든 결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는 생각에 돌아왔습니다.

    저는 이미 말씀드렸지만, 놈놈놈에 대해서 특별한 감정이 없는 일반 관객입니다. 새로운 시도로 의미가 있다는 정도로 느꼈습니다. 그러나, 기자님께서 비평에 이어 여러 댓글들을 직접 올리신 내용을 읽으면서, 영화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기본으로 한 발전을 위한 조언으로서의 비평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겼습니다.

    Plot의 개연성과 연속성 및 character 정체성의 근거의 부존재라는 정확한 지적이 반드시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의 근거로만 될 수 있는다는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제가 어렸을 적 처음 나와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스타워즈 1편은 이 영화보다 훨씬 더 불친절하고, 불분명하고, 불연속적이고, 수많은 알 수 없는 등장인물로 가득찬 영화였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나게 싸우다 끝났다는 것도 다를 바 없습니다. 어느 시점이 배경인지, 공주가 왜 공주고, 왕자가 왜 왕자인지, 내가 보기에는 별로 예쁘다고 느껴지지 않는 공주를 보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예쁘다고 감탄하는지, 그런 공주를 왜 그렇게 굳이 구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뛰어다니는지, Han Solo는 도데체 뭘 하는 사람인지, 아무 것도 명확한 게 없었습니다. 중간에 R2D2가 비춘 공주의 형상을 통해 조금의 설명은 있었지만 그걸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에 비해 서사는 형편없이 납작하게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그 배경이 명확하게 되는 데는 수십년이 걸렸습니다.

    기자님께서는 스타워즈의 뛰어난 기술적 발전이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씀하시겠지만, 그 당시의 비평가들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서사적인 면에서 무수히 많은 불만의 여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제 입장에서도 그렇게 느껴졌었습니다.

    어려서 수많은 서부영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자랐고 (매주 할아버지 옆에서 거의 의무적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가진 서부영화에 대한 기준은 절대 낮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놈놈놈에 대해 기자님보다는 관대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마지막에 아쉽다는 느낌은 분명히 받았지만, 수많은 상상력의 여지를 준 결과라고 받아들였을 뿐 그게 이 영화의 근본적이고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지난 약 20년간의 기준으로 봤을 때 (짧게는 약 10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 언어를 구사하고 있을 뿐, 전체적인 흐름으로 봤을 때는 이전에도 새로운 시도의 영화가 나올 때는 여러 번 있었던 현상일 뿐입니다. 서부영화라는 오래 전에 존재하던 장르의 반복이라 하더라도 현재 시점, 특히 서부영화를 거의 접하지 않은 세대들에게는 분명히 새로운 시도인 게 분명합니다. 설령 김지운 감독의 시도가 현재도 실패이고 앞으로도 그 뒤를 이을 여력이 없이 실패로 기록된다 하더라도, 분명히 새로운 세대들에게 직접적, 간접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런 점에서라도 인정받고 칭찬받아야 할 부분은 있다고 생각됩니다.

    비평도 일종의 창작이라는 게 제 생각이고, 그렇다면 비평이라는 작품 자체로 승부를 거셔야지, 그 밑에 달린 관객들의 주관적인 의견까지 절대적인 기준을 대면서 반박을 하신다면 비평의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는 일이 되고, 오히려 자신의 작품에 누가 될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분명히 뛰어난 재능이 있으시다고 느껴지지만, 좀 더 넓고 관대한 관점을 바탕으로 하신다면 더욱 훌륭한 비평을 하실 수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표현이 지나쳤다는 건 쓸 때부터 잘 알고 있었습니다만, 여러 정황상 그 정도 강도가 아니면 기자님께서 한번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실 여지가 없을 거라는 판단 하에 그런 표현을 하게 됐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돌아가신 정영일 선생님의 평론을 즐겼었습니다. 훌륭한 평론가로 남으시길 바랍니다.

    • 송원섭 2008.07.28 01: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1. 처음 제기하신 문제에 대한 다소 당혹스러운 대답에 대해 우선 해명하시는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저는 '울드'라는 분의 "대체 어느 수준의 영화를 봐야 만족을 하는건지... 어제보고 왔지만 왜그리 악평이 많은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액션에 스토리까지 탄탄이 지향점이겠지만 그리 욕먹을만큼 못만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같이본 후배와는 한국에서 이정도말도 어느정도를 바라는거지?라는 생각에 동의를 했거든요."라는 댓글을 보고, "한국 영화가 이 정도라면 됐지"라는 식의 패배주의(?)적인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한국 차, 한국 아파트, 한국 TV도 외제보다 못해도 충분히 만족하시는지"라고 대꾸한 것입니다. 한국 영화도 7천원, 수입 영화도 7천원입니다.

      이 주장에 대해 노아님이 단 댓글은 다소 엉뚱한 얘기라고 생각지 않으시는지. 아울러 그 뒤의 스타워즈 이야기는 더더욱 엉뚱한, 국면 전환용 이야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한국 기자가 외국 기자보다 열등하다면, 뉴스 소비자는 당연히 화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노아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기자가 직업인 사람에게 '외국 기자보다 못한 한국 기자'라는 표현을 썼다는 건 의도적인 모욕이라고 보는게 정상이겠죠. 사과하셨으니 그만 하겠습니다.

      2. 스타워즈며 서부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건너뛰겠습니다. 생각하시는 내용은 알겠습니다만 그런 내용은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 문제'일 뿐,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보기에는 스타워즈의 부족한 서사와, 놈놈놈의 정리되지 않은 서사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 같네요.

      3. 대체 뭐가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건지 알아듣기 힘듭니다. 이런 수준의 글을 비평이라고 봐 주시면 감사하지만, 어떤 작품에 대해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이런 점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해 지루하게 느낀 관객이 적지 않았을 거라고 설명을 시도하는 글일 뿐입니다. 더구나 관객이 느끼는 재미라는 것에 절대적인 기준이라는 것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다는 건지 궁금합니다.

      게다가 윗글을 제대로 읽었다면, 이 영화에서 '인정받고 칭찬받아야 할 부분'을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도 아실 수 있을 테지요. 노아님이 보신 이 영화의 값어치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사람의 주장에 분노를 느끼셨을 수도 있지만, 윗글의 앞부분은 분명 이 영화의 미덕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제작 단계에서 이런 부분에 보다 세심한 손질이 있었다면, '놈놈놈'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 될 수 있었을 거란 점에서, 아쉬움이 앞섭니다(결말 부분)"라는 말이 그렇게 가혹한 얘기였나요?

      4. 마무리를 보면 결국은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공부 좀 더 해'라는 말씀이군요. 저라면 생면부지의 남에게 이런 식으로 훈계할만한 애정은 발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참 세상은 넓고 대단한 분들은 많군요.

  17. 이상 2008.07.29 22: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송기자님, 이 기사 제목이 원래 "놈놈놈, 이야기가 있다? 없다?"였는데 "놈놈놈에 이야기가 없다고?"로 바뀐 것 같은데요... 어제부터 노아라는 분과 논쟁이 흥미로웠는데, 커버페이지에서도 사라지고 제목도 바뀐 것 같네요... ???

    • 송원섭 2008.07.30 08: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제목에 손댄적 없습니다. 처음부터 저 제목이었습니다. (아마도 다음 블로거뉴스에서 붙인 제목과 헷갈리신게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커버페이지라는 건 뭘 말씀하시는지?

    • 이상 2008.07.30 11: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황....당.... 엄청나게 실망하네요... 이해는 하지만 거짓말은 삼가세요...

      adios...

    • 송원섭 2008.07.30 12: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누가 더 황당한지 모르겠지만) 안녕히 가십쇼. 그리고 꼭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18. 진실 2008.07.30 17: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커버 페이지는 잘 모르지만, 제 기억에도 제목이 바뀐 것 맞습니다. 저도 의료기관에 가야 할 것 같네요. 멀쩡한 사람 금치산자만들면서까지 그러시는 건 좀... 기록을 바꾼들 기억이 바뀌겠습니까. 송원섭님 좋아하지만, 진실은 진실이니까 그냥 지나칠 수 없네요.

    저도 adios.

    • 송원섭 2008.07.30 17: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요즘 날씨가 덥긴 덥군요. 어디들 계시다 다 나오시는지.

  19. 새러남편 2008.07.30 19: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흠..

    위의 두분 뭐하시는 분들인지..
    멀쩡하게 있는 글이 무슨 제목이 바뀌었다는 겁니까?

  20. 2008.08.01 02:2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1. 그라제 2008.11.02 13: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디워때의 진중권 교수처럼 영화는 무조건 스토리다 라는 고정관념을 버리지 않으면 에로영화나 액션영화, 감각적인 영상미를 추구하는 영화 등은 쓰레기로 치부되고 맙니다. 영화를 보는 관점은 관객의 자유입니다. 스토리가 본질이라는 자신의 관점에 맞지 않는다고 다른 관점에서 잘 만들어진 영화를 무조건 폄하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 송원섭 2008.11.02 15: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무조건' 폄하한 적 없습니다. 제 기준으로 합당한 평가를 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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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놈놈놈'에 대한 이야기들이 한창입니다. 네. 벌써 많은 이야기들이 나왔습니다. 수많은 논의들은 '액션은 절묘, 스토리는 글쎄'로 요약됩니다. 지지하는 사람들은 호쾌한 카메라 워크와 놀라운 액션 시퀀스를 칭찬하고, 팔짱을 낀 사람들은 "대체 왜 스토리가 하나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질 않느냐"며 불만을 털어놓죠.

어떤 영화든 보고 나오면서 '무슨 영화가 말이 하나도 안 돼!'라고 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끔은 '말이 안 된다'는 말의 의미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한쪽에서 '이 영화는 말이 안 된다'고 하면 꼭 '그럼 슈퍼맨이 날아다니는 건 말이 되냐?'고 반박하는 분들이 있죠. 이런 분들은 남의 다리를 긁고 있는 걸 아시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우리가 혼용해서 쓰는 것이 문제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말이 된다', '말이 안 된다'고 할 때에는 통상 두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 두가지를 구별하지 않고 쓰면 그때부터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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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그냥 글자 그대로, 순수하게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설정을 가리킵니다. 사람이 하늘을 난다든가, 광선으로 칼싸움을 한다든가, 최근 얘기를 하자면 총알이 공간을 꺾어 날아가 표적을 맞춘다든가 하는 겁니다. 물리법칙으로 불가능한 일을 영화상으로 '가능하다'고 전제를 만드는 것을 말하죠.

일단 이런 '말이 안 되는' 설정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영화의 장르에 따라 허용되는 개연성의 폭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 지구상의 물리 법칙에 의해 가능한 상황만을 영화에서 허용한다면 판타지나 공포영화라는 장르는 아예 사라져 버릴 겁니다. 언뜻 가능해 보일 수도 있지만 주윤발의 쌍권총 묘기나 이연걸의 환상적인 액션, 절대로 치명상은 입지 않는 브루스 윌리스의 몸놀림도 모두 사라져 버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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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분에서 영화는 관객과 타협을 해야 합니다. 영화 앞부분에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런 선 까지는 해낼 수 있다'는 걸 설정해주고 '어느 정도까지는 우리가 지구의 물리 법칙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양해를 구하는 것이죠. '소림축구'의 주성치는 애당초 말도 안 되는 각력을 가진 것으로 설정되어 있으므로 그 뒤의 일들에 대해 시비를 걸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코미디이기 때문에 허용의 폭은 훨씬 넓어집니다. 아마 이런 걸 용서하지 못할 분들은 없을 겁니다.




그럼 두번째의 '말이 안 되는 영화'란 무엇일까요. 자기가 만들어 놓은 기본적인 설정의 금을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가 버리는 영화를 말합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허용하는 기준은 영화에 따라 다르고, 장르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같은 영화 안에서 두가지 이상의 기준이 움직여서는 안되죠.

예를 들자면 이런 겁니다. 영화 '터미네이터'를 보기 시작한다면 인간이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상식이나, 총알을 맞고 차에 치어도 끄덕없는 안드로이드를 만들 수 있느냐는 의문은 일단 접어 둬야 합니다. 이건 이 영화가 서 있는 토대이고, 그 토대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영화 자체가 존재할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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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 영화 '친구'에서 마지막에 장동건이 칼에 찔리는 장면에서, 갑자기 장동건의 피부가 벗겨지고 터미네이터가 등장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해버린다면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영화 앞부분에서 단 한번도 이런 상황을 위한 복선을 마련해놓지 않고 이렇게 황당무계한 진행을 보인다면, 아마도 손님들이 화면에 계란을 던질 겁니다. 여기다 대고 "이봐, 당신들 '터미네이터'는 재미있게 봤잖아!"라고 항변해 봐야 욕만 더 먹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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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런 예를 들 수도 있습니다. ('놈놈놈'이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진)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에 돌아오다' 에서 '좋은 놈'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정확하게 얼마인지 알 수 없지만) 상당히 먼 거리에서 '못생긴 놈' 엘라이 워크의 목에 걸린 올가미를 총알 한방으로 끊고, 사람은 한 명도 다치지 않으면서 4-5명의 모자를 총으로 날려 버릴 수 있는 명사수입니다. 과연 이런 명사수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느냐하는 건 이 영화의 전제입니다. 그걸 '말이 안 된다'고 하면 곤란하죠.

(영화 제목을 보고 '어, 석양의 무법자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석양에 돌아오다'라고 써야 합니다. 그동안 이 영화 제목을 '석양의 무법자'라고 써 온 건 잘못이었습니다. )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에게 양해를 구한 것은 이 정도까지입니다. 만약 이런 희대의 명사수 이스트우드가 영화의 절정부에서 말을 달리며 발군의 총 솜씨를 발휘해 100여명의 적군을 사살하면서 남북전쟁 중 한 전투의 승부를 바꿔놓는다면 이 영화가 과연 어디로 갔을까요.

하나만 더 예를 들겠습니다. 1977년작인 '신밧드와 호랑이의 눈'은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신밧드의 이야기를 다룬 신나는 모험담입니다. 이 영화는 온갖 마법과 로보트, 비상한 무공의 세계를 담고 있는 전형적인 판타지입니다. 10세 전후의 아동이라면 정말 손에 땀을 쥐고 봤을 내용이죠. 영화가 영화인 만큼 웬만한 건 다 허용됩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신밧드는 마녀의 저주로 원숭이가 된 친구 카심을 구하기 위해 성스러운 땅을 찾아 떠납니다. 당연히 악의 마녀가 그들을 방해하기 위해 뒤를 쫓죠. 물론 양쪽 모두 처음에는 어느 정도의 단서 뿐, 성스러운 땅이 어디 있는지는 모릅니다. 이 과정에서 긴박감 넘치는 추격적인 벌어집니다. 마녀는 몰래 이들을 뒤쫓기 위해 애쓰고, 주인공들은 마녀의 추적을 알아차린 뒤 뿌리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마녀는 갈매기로 변해 정보를 캐기도 하고, 점을 치기도 하고, 괴물 로봇을 이용해 길을 뚫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은 왜 존재할까요. 바로 마지막 성스러운 땅에서 주인공과 마녀가 일대 혈전을 벌이는 장면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작업입니다. 만약 이런 작업 없이, 주인공들이 천신만고끝에 성지에 도착했는데 아무 소식 없던 마녀가 지도 한장도 없이 짠 하고 "으하하하, 내가 여길 못 올줄 알았지?"하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요. 어린이들이라도 스크린에 뭘 던졌을 겁니다.



'놈놈놈' 이전에도 김지운 감독은 탁월한 영상미와 화면 구성에 대한 칭찬과 함께 여러 차례 '시나리오의 개연성이 부족하다' '영화에 이야기가 없다'는 평을 들어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김감독은 "중국집에서 스테이크를 찾는다"는 식으로 반응해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영화에서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보다 많은 영화적 요소가 있고 그게 다 즐길거리다. 이야기는 그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그런 작업을 했다. 그런데 일부 평론가들은 자꾸 이야기를 가지고 따진다. 감독이 뭘 하려 했는가를 봐주고 그걸 잘했나 못했나를 판단해 줘야 '어 맞다' 하는 거지. 내가 하려는 건 굴러가는 말똥처럼 쳐다보고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 얘기하는데 너무나 도움이 안 되는 평론이다. 관객에게도 평론가 자신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무비위크 인터뷰에서 인용)

자신의 영화는 그런 부분을 중시하는 것이 아닌데 평론가며 일부 평자들이 자꾸 엉뚱한 쪽에서 비판을 가해 온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아무리 식당이 멋지고, 식기가 화려하고, 웨이터가 잘 생겼어도 역시 손님은 입에 들어오는 음식을 맛보고 그 식당에 대해 평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음식 외에도 식당에는 중요한 것이 많지만, 그중 어느 것도 음식 맛 만큼 중요하지는 않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당연히 이 음식 맛이 바로 영화에서의 '이야기'에 해당한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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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놈놈놈'에서도 '스토리에 약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김감독은 여전히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 있는지 주변에 계속 물었다. 이해가 된다고 하면 '달리자'고 했다. 편집뿐 아니라 촬영현장에서도 그랬다. '달려, 달려, 힘차게'가 제일 많이 쓴 말이다. (세 인물의)인생이 지긋지긋한 욕망의 추격전이다. 그 사이의 징검다리가 튼실한 느낌은 아니라도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이야기보다) 시청각적 오락을 극단화한 블록버스터다." (중앙일보 인터뷰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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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도 궁금합니다. 과연 관객은 어느 쪽일까요. 탁 트인 만주 대륙을 말달리며 벌이는 신나는 총격전과 놀라운 수준의 와이어 액션, 엄청난 물량을 보고 '놈놈놈'에 만족감을 보일까요, 아니면 '뭐 이리 얘기가 말이 안돼'라며 투덜거릴까요? 그래서 저도 '놈놈놈'의 흥행 성과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성적은 '과연 관객이 진짜로 원하는 건 뭘까?'에 대해 어느 정도 답 노릇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써 놓고 보니 이거야말로 모든 영화인들의 꿈의 질문이군요. 과연 관객이 정말로 원하는 건 대체 뭘까요?



p.s. 이 영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자면 후반에 대한 스포일러 - 뭐 숙달된 관객은 영화 시작하고 30분 이내에 알아차려 버리는 것도 있습니다만 - 를 건드리지 않기가 참 힘듭니다. 아무래도 진짜 리뷰는 영화를 본 분들을 대상으로 써야 할 것 같군요. 물론 그때는 '스포일러 주의' 간판을 달겠습니다.



그리고 관련이 있다면 있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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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송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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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Say 2008.07.16 21: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전 아직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대충.. 스토리 짐작은 가는데..^^;;;;
    (그래도 안보았으므로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pass!)

    말씀하신 "말도 안되"에 대한 중의적 의미와 그 이해에 대해서는 100% 동의합니다^0^ ㅎㅎ

  3. 송원섭팬 2008.07.16 22: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쨌건 이미 일요일 조조타임을 예매해 놓은 터라
    보러가긴 해야 합니다...^^
    김지운 감독의 영화를 보는 것은 이번이
    네번째 작품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달콤한 인생을 재밌게 본터라..
    이번에도 '기대를 가지고' 관람하겠습니다...

    ps. 지금도 느끼는 거지만
    '달콤한 인생'에서 에릭은 자기 형을
    누가 죽인줄 알고 호텔로 쳐들어왔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 곽영재 2008.07.17 01: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죽은 친형 책상에있던 명함 있었습니다

      그거 보구 간걸로 이해하고 있었는데...^^(아님 말구요..^^)

      p.s 달콤한 인생 좋아하신 분이라면 놈놈놈도 괜찮으실겁니다 글구 시나리오 허접하다 하신분 많은데..달콤한 인생의 디테일을 좋아하신 분이라면 괜찮으실겁니다^^ 갠적으로 김지운 감독님 영화 매우 좋아합니다

    • 송원섭 2008.07.17 08: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달콤한 인생...을 윗글에 비교하자면, 이병헌=장동건, 에릭=터미네이터라고 말할 수 있겠죠.

  4. mogajiga 2008.07.16 22: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음식맛은 사람마다 틀린것이니 각자 개인이 느끼면 되겠지요
    남의 음식맛을 탓할수는 없겠지요. 음식이 맛없으면 안가면 되는것이니까요....D-WAR때도 그렇고 이러한 논쟁은 짜증나네요....각자의 입맛에 맡기는것이 가장현명한것 같은데요.

  5. jsyqa 2008.07.17 00: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달콤한 인생' 정도라면 영화의 개연성으로 충분하다고 생각 합니다. 국가의 대사인 고시에서도 과락만 넘으면 평균으로 만회할 수 있지 않습니까. ㅎㅎ

  6. echo 2008.07.17 01: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러니까 지도를 허벌나게 찾아다니다가 지도도 없는 놈이 짠하고 나타나기라도 하는건지요.^^
    개연성은 중요하지요. 그래도 말 참 안되는 캐러비안도 다른게 받쳐주니 부실한 스토리는 용서가 되더라는....
    궁금해서 더 보고 싶네요.^^

    • 송원섭 2008.07.17 08: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캐리비안이야말로 역사적인 연구 대상이죠. 배우 하나의 힘이 영화의 모든 약점을 극복해버린.^^

  7. 몽란 2008.07.17 03: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갑자기 김지운감독이 왕가위과였나 하는 의문이 드네요.

    전 동사서독정도에 이르면, 이왕 본거 욕은 안하지만, 그래도 움직이는 그림 보려고 온건 아닌데 하는 한탄은 하는 정도여서인지, 김지운감독 작품은 반칙왕 말고는 보고나서 잘 봤다하는 생각을 한 적이 없네요. 머 제 시각이 특이해서, 달콤한 인생이나 그 외 작품들이 더 스토리가 좋았었는데 몰랐던 것인지도 모르겠지만...하여튼 전 스토리 신경안쓰는 영화는 왠지 국영수 잘 못하고 기타과목만 잘하는 수험생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저나 별로 안보고 싶음에도, 일단 정우성님이 뜨시면 극장가셔야되는 모유부녀땜시 곧 극장에서 잘생기신 존안을 알현하게되긴 할 듯합니다.

    • 몽란 2008.07.17 03: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처음에 왕가위감독운운한건, 전 영상미의 뛰어남과 안뛰어남을 보기좋네 아니네 정도로밖에 구분몬하는데, 영상을 중시하기도 하고, 뛰어나다는평가를 받는 분으로 왕가위감독이 생각나서였고, 김지운감독 역시 평단에게 영상미훌륭한 감독으로 평가받는 지 몰라서였습니다.

    • 송원섭 2008.07.17 08: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동사서독은 절대 스토리가 약한 영화가 아닌데(오히려 이야기가 너무 넘쳐 나는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스토리를 굉장히 중시하시는군요.

    • 구지신개 2008.07.17 12: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동사서독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있어 세상에서 제일 불친절한 영화중에 하나였죠. 무협지매니아들에게 누구의 과거가 이런거였드라.. 라는 식의 일종의 외전같은 성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니까요.

  8. halen70 2008.07.17 08: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뜬금없는 질문같지만..어제 아주 오랜만에 원초적 본능을 다시보았습니다..저도 이젠 나이가 들었는지 야한장면이나 에로틱한 장면에는 눈이가질않고 그내용에 집중이 돼더군요..오래전 영화지만 폴 버호벤 감독은 정말 연출실력이 뒤어난 감독임을 느낄수 있었는데요.. 음.. 그결말이요..도대체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요? 영화에서 처럼 경찰청에 정신과의사인가요, 아님 모든것이 샤론스톤의 계략인가요?.. 정말 알수가 없더군요..마지막에 얼음송곳에 의미는 샤론스톤이 범인 이라는것 같기도하고..죄송합니다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것 같아서..

    • seba 2008.07.17 09: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지나가다가 한말씀 드려도 될지..
      저도 영화보고나서 도대체 뭐가 진실인지 참 궁금했었는데요
      폴버호벤 인터뷰를 보니깐 모든게 샤론스톤의 음모더군요.
      그러니깐 학창시절에 자신과 연인관계였으나 자신을 배신하고 떠난 그 정신과 의사를 처절하게 파멸시키기 위한.
      그리고 마이클 더글라스도 죽여야 했으나....마지막에 사랑을 느꼈는지 조금더 즐기길(?) 원했는지 살려주는 엔딩이었구요.

  9. 주저리주저리 2008.07.17 12: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는 "재밌는 영화" "돈 많이 들인 영화" 이런거보다 "제대로 된 영화"가 보고 싶은 1인. 예를들면 불필요한 감정이입이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는 외국인에게 "이게 우리나라의 웰메이드영화"라면서 소개시켜 줄 수 있는 그런 영화.

    그런데 기다 아니다라고 끊어서 말씀하시지 않고 계시지만 제 느낌엔 송원섭님은 이 영화를 "제대로 된 영화"로 보고 계시지 않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냥 그렇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단 저는 별로 기대를 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흥행은 무섭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디워는 둘째치고 괴물이나 왕의남자등의 영화도 저로서는 왜 천만명 수준의 관객이 드는건지 이해를 못했거든요.. 특히 괴물의 경우 찬사일색의 기사만 해외에서 보고 있다가 2년이나 기다려 보고나서 이 영화가 칸에서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영화 맞는가 싶어서 며칠간 허탈해했다는...

    제가 보기엔 그래도 비교적 제대로 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이창동, 박찬욱등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JSA나 박하사탕 같은 영화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죠.

  10. 철이 2008.07.17 12: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놈놈놈 저는 참 재미있게 봤는데 말이죠. 이야기의 수준을 말하는 거라면 모르겠지만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도 딱히 나쁜 수준은 아니었다는 생각이구요. 그리고 전자의 말이 안된다에 면죄부를 달아줘야하는 것처럼 시청각적 오락물에게도 전부는 아니더라도 후자의 말이안된다는 면에 대한 면죄부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물론 모든 면에서 완벽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게 사실이니까요. 전 충분히 즐겼고 만족했답니다. 트랙백날리고가요~ ㅋ

  11. 박준규 2008.07.17 13: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 영화 흥행 실패다. 확실하다.
    영화 보는데 중간에 집에 가는 사람도 있었음..
    나도 중간에 나오고 싶었으나, 자리 배치 때문에 ...
    송광호 쪼금 웃기고 나머진 볼 거 없음..
    왜 우리가 그런거 있잖아요 영화 딱보면 흥행하겠다 안하겠다 이런거 일반 관객이 보면 대충 나오지 않나요..
    근데 이건 정말 재미 없었음..
    지겨워 죽는줄 알았음

  12. genie 2008.07.17 16: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님은 언제쯤 오시나요?^^
    .
    .
    .
    .
    .
    .
    .
    .
    .
    .
    .
    .

    님은 먼곳에 포스팅은 언제쯤?

    • genie 2008.07.17 16: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인사도 못드리고..
      눈팅 2년만에 처음으로 씁니다.
      기대하고 있는 영화여서.

  13. Ruche 2008.07.17 23: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움직이는 그림이란 표현이 딱 맞는 듯....^^ 남자 주인공들이 못 생겼다면 정말 지겨울 뻔 했어요...ㅋ

  14. jsyqa 2008.07.18 00: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ashes of time redux 가 나왔던데 혹시 보셨나요. 동사서독 6개월에 한 번씩은 봤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통 못 봤네요. 이 물건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우리나라로 치면 이병헌, 정우성, 장동건, 조인성, 전도연, 고현정, 손예진, 김태희 뭐 이 정도 모아놓은 말도 안되는 캐스팅이었는데. ㅎㅎ 한국에서 배우들에게 이 정도 카리스마를 갖는 감독이 있을지..

    영 뜬금없는 얘기지만 위에 동사서독 이야기가 있길래 댓글 달아 봅니다.

    • halen70 2008.07.18 07: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니 동사서독이 그리 재미있으셨나요?..저도 오래전 한번 보았는데, 내용이 잘기억이 않납니다만은..다시한번 빌려봐야겠내요..

  15. rex 2008.07.18 10: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회사사람들과 같는데 재미있다는 사람 없었슴.
    다만 여사원들은 정우성이 멋있다는 사람 있었슴
    난 지겨워서 시계만 계속 봤슴.
    흥행에는 실패할 듯

  16. 국정기 2008.07.18 10: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송원섭님 혹시 고클의 그분? !!! --;

  17. 개살구 2008.07.18 13: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거두절미하고
    짱! 이었습니다(어제 일가족 동행하고 심야 봤드랬지요).
    이야기야 널린게 세상이고 소설이고 드라마인데
    영화를 보러 가서도 스토리 운운할 필요가 있을 까요.
    막싸움과 칼싸움, 총싸움의 3박자가 리드미컬하게 혼합된 만주벌판에서의 세놈^^들이 멋지기만 하더이다.
    특히 폭염에 고생했을 스탭들과 감독에게 경외를 보내고 싶습니다.

  18. 메렝게로 2008.07.18 16: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세르지오 레오네의 스파게티 웨스턴영화들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리고 이만희감독의 60, 70년대 액션영화와 특히 <쇠사슬을 끊어라>를 본 후 요즘에 리메이크해도 대박나겠다고 생각하셨던던 분들이라면 그들 감독들에 대한 오마쥬로서의 <놈, 놈, 놈>에 호평을 내릴 것이고 그렇지않으면 실망감을 안게되는 호, 불호가 명확하게 갈리는 영화인듯 합니다. 송강호는 완전히 <투코>더군요. 가장 존재감이 있는 캐릭텁니다. 이거 흥행에 성공하면 3부작으로 갈려나?

  19. 우유차 2008.07.18 18: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개연성이 너무 심하게 없으면 아무리 열심히 달린다 한들 ×고생만 되지 않을까요. 영화 개연성이 없는 걸 중국집에서 스테이크 찾는다- 는 말로 단순히 넘어갈 문제는 아닐텐데, 정말로 김지운 감독의 논리가 그런 거라면 좀 아쉬워지는 게 사실이네요.

    개인적으로는, 놈×3의 경우는 아슬아슬하게 '설득력 부족한 줄거리에 열받기 직전' 기적적으로(!!) 스토리를 비주얼과 액션으로 바꾸어 끌고나가면서 그 비주얼리티의 핵심에 정우성이 있어서 많은 게 커버가 되는 영화로 기억할 겁니다. -ㅅ-;

  20. 수영 2008.07.20 01: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면 좋겠지만,...
    그거에 상관없이 우선 볼랍니다.
    이병헌씨의 오랜만의 외출(?)이 기대되고, 정우성씨의 장총돌리기에서 반했으며, 송강호씨의 능청에 끌리니까요~^^

    +) 블로그가 옮겨진지도 모르고 전의 곳에 들락날락하다가 '왜 계속 글이 안 올라오지?'하고 있었답니다. 다시 뵈서 좋아요^^

  21. sloth 2008.07.22 11: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음..
    이번 영하는 증말 많은 기대를 하고 본 영화입니다. 근데, 영화는 세련되게 잘 찍었는데... 제 눈껍풀은 자꾸 감기는지..

    영화는 잘 만들엇는데... 왜 주위 사람들에게 보지말라고 말리는지..

    영화의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스토리가 영화를 보는 걸 방해하는 수준이라면.. 좀. 그렇죠. 그리 느끼지 않으신 분도 있지만(저희 프로젝트 팀 80여명이 봤는데 한 반반 정도로 가리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