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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et의 '슈퍼스타 K'는 날이 갈수록 한국 방송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케이블 TV 프로그램 한편이 8%대의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죠. 특히 27일 밤 방송분은 순간 시청률이 10%를 넘었습니다.

지상파 프로그램 가운데서도 8%에 미치지 못하는 프로그램 천지입니다. 케이블 TV에서는 아직도 시청률 1%면 '대박'으로 칩니다. 물론 최홍만이 나오는 K1 처럼 일시적으로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한국 방송사가 기획한 프로그램이 이런 시청률을 매회 보이고 있는 건 지금까지의 경우를 돌이켜 볼 때 기적이라고 평가할 만 합니다. 물론 그냥 기적이라기보단 지난 10여년간의 꾸준한 투자와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는 거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이런 역사적인 프로그램이고, 칭찬할 일 투성이인 프로그램이지만 2년째를 맞은 '슈퍼스타 K'에는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이미 칭찬은 온 사방에서 받고 있는 만큼, 이번 포스팅에서는 약간의 쓴소리를 하고자 합니다). 처음으로 이런 대형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된 작년이라면 다소간 문제점이 보이는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지난해에 문제로 지적됐던 부분이 올해에도 그대로 답습되는 것은 좀 문제라고 봅니다.

가장 묻고 싶은 것은, 결선에 진출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거나 아예 파이널 10 선발이 안 될 후보자들을 굳이 출연시키고, 예선을 통과시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40대 이상의 출연자들이나 10세 이하의 어린이, 그리고 연주자가 포함된 그룹의 선발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재능이 없는데 무리하게 뽑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이 분들은 그저 대회 초반의 '화제용'으로 그냥 소비되고 마는 것이 아니냐는, 대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7일 방송은 각 지역 예선을 통과한 150여명을 50명으로 줄이고, 이 50명을 5명씩 10개 조로 나눠 그룹 미션(중창)을 치르게 하는 데까지를 다뤘습니다. 그 150명에는 상당수의 '특이한' 후보들이 선발됐습니다. 40세 이상의 참가자들이 여럿 눈에 띄었고, 7세의 막내를 포함한 엄마와 세 남매 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명 이상이 팀을 이룬 여러 멤버들도 있었습니다.

일단 40세 이상의 참가자 가운데서는 단 한명도 살아남아 50명에 들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슈퍼스타 K'가 글자 그대로 미래의 슈퍼스타가 될 인재를 뽑는 프로그램이라고 치면, 40대 이상이 최종 1위로 선발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물론 40대 이상 참가자를 처음부터 막지 않은 이유도 알 듯 합니다. 아마도 폴 포츠라든가 수잔 보일 같은, 예기치 못한 보석 같은 참가자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겠죠. 하지만 이건 어찌 보면 좀 과욕입니다.

폴 포츠나 수잔 보일, 그리고 미성의 소년 섀힌 자파골리처럼 나이가 많거나 혹은 나이가 너무 어린 참가자들이 뽑혀 화제가 된 것은, 영국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슈퍼스타 K'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이 두 프로그램은 출발점이 완전히 다릅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는 글자 그대로 전 국민 장기자랑 프로그램이고, 여기서 뽑힌 팀은 여왕의 생일날 펼쳐지는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하는 것이 '유일한 혜택'입니다. 그러니까 이 프로그램에서 사람을 뽑는 과정은 '가수로서의 성공 가능성' 같은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심지어 장르도 노래 하나만이 아니라 연기와 춤 등 '장기'라고 할 수 있는건 모두 포함됩니다. 합숙이나 그룹 미션 같은 것도 없죠.

반면 '아메리칸 아이돌'은 철저하게 '미래의 아이돌 스타'를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역 예선의 콘텐트화, 가혹한 팀 미션, 주제에 따라 적응력을 보는 주제별 미션 등 '슈퍼스타 K'의 뼈대는 모두 '아메리칸 아이돌'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탑 10 정도에 드는 최종 후보들은 합숙으로 단련시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슈퍼스타 K'에서 40세 이상의 참가자나, 7세의 어린이를 뽑은 것은 '아메리칸 아이돌'의 시스템에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요소를 너무 무리하게 끼워 넣은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무리는 7세의 강화란 어린이에게서 금세 드러났습니다. 물론 강화란 어린이의 노래 솜씨는 기가 막혔고, 박진영 심사위원의 말대로 마이클 잭슨이나 재닛 잭슨 처럼 어린 나이에 두각을 보인 엔터테이너들이 있지만 그들이 이런 단기간의 서바이벌 게임을 통해 뽑힌 것은 아니죠.

7세 어린이를 5명씩 10팀이 치르는 그룹 미션에 끼워넣은 건 아무래도 무리였습니다. 그룹 예선까지 15시간이라고 초침이 돌아가는 상황에서, 7세짜리 어린이와 함께 연습을 해야 하는 팀은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소속됐던 팀에서 강화란 어린이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보낸 것도 가혹해 보이기는 하지만, 나머지 팀원들에게는 글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그 팀원들이 그런 선택을 강요당한 셈이죠.

두번째 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 노래 맞출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 다들 잠 잘 시간을 줄여 가며 연습을 하고 있는데, 일곱살 어린이에게는 역시 잠이 우선이었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시간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아마 다섯시간 이상 잔 팀은 없을 겁니다. 그걸 생각하면 일곱살 짜리를 데리고 있는 팀은 아동학대를 감행하거나, 아니면 단체 탈락을 무릅쓰고 어린이에게 적정 수면시간을 제공해야 할 상황이었던 겁니다.

결국 시간이 늦자 강화란 어린이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먼저 자러 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하지만 연습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나머지 멤버들에겐 참 안타까운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대회의 진행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곱살 어린이를 '어른들의 경쟁'에 포함시킨 제작진이 무성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를 방출시킨 첫번째 팀원들이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이 대회를 평생의 기회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선택을 강요한 것 역시 제작진이 방조한 상황일 뿐입니다.




아울러 그룹으로 출전한 사람들을 찢어 놓는 그룹 미션을 생각하면, 사실 그룹 참가자는 아예 예선에서 뽑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양한 참가자가 나오는 것이 방송상 '볼거리'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 다음의 그룹 미션 상황을 생각하면 이건 아무래도 무리입니다.

예를 들어 5명이 한 팀인 타란툴라는 전원이 노래하는 그룹이 아니라 보컬과 연주가 구분되는 팀입니다. 이 팀원들도 하나씩 쪼개져서 그룹 미션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한 팀의 멤버가 같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게 그룹 미션의 규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명씩 10팀이 출전하는 그룹 미션에서 최종 선발자는 10명. 한 팀에서 1명꼴로 선발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연주자의 기여가 얼마나 높을지는 모르지만 한 팀의 5명 중에서 드럼이나 기타 연주자가 뽑힌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슈퍼스타 K' 제작진은 한 대회에서 밴드, 중창단, 래퍼, 댄서, 보컬을 모두 보여주고 싶을 지 모르겠지만, 이건 참가자들에게는 대단히 불공평한 대회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슈퍼스타 K'가 모델로 삼고 있는 '아메리칸 아이돌'은 철저하게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솔로 가수'를 선발하는 데 조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1차 대회를 통해 대회의 성격은 이미 공개되어 있는데 그런 불리한 조건을 알면서도 출전하는 팀들은 그런 조건을 감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참가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에도 '슈퍼스타 K'가 계속될 것이 분명한 이상, 다음번에는 좀 더 세심하고 정교한 경쟁이 이뤄지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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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1박2일'에서 MC몽이 희한한 개인기를 과시했습니다. 바로 '팔꿈치를 혀로 핥기'입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시도해 보셨을 겁니다만, '인간의 신체 구조상 절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종목일 겁니다. 어쨌든 MC몽이 이게 되는 바람에 게임 종목을 조절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상해 서커스의 중국인 소녀들을 보면 세상에 사람이 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알게 되듯, 전 세계를 뒤져 보면 자기 혀로 팔꿈치를 핥을 수 있는 사람은 꽤 많은 모양입니다. 어디서는 전 인구의 2%라고도 하고, 어디서는 10만명에 한명 꼴이라도 하는데, 2%라면 50명에 한명 꼴이니 그리 드물다고 할 수 없는 숫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 제시카 알바는 안 되더라는 겁니다.^




이 과제가 얼마나 유명했는지 할리우드 톱스타 제시카 알바도 여기에 도전했습니다. 결과는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걸 다 갖춘 여자에게도 안되는 게 있다는 걸 직접 보여주려 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과업에 도전하는 데에는 남녀노소가 없습니다. 그런데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여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듯 합니다. 역시 이게 가능한 데에는 혀의 길이 못잖게 유연성이 중요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혀로 팔꿈치 핥기보다 더 단순하면서 더 힘든 것도 있습니다. 바로 혀로 코 핥기입니다. 금세 확인해 보실 수 있지만, 이거야말로 진정한 불가능의 영역입니다. 물론 되는 사람이 있으니 얘깃거리가 됩니다. 이건 어린이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듯 합니다.

 

물론 유연성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긴 혀로는 불가능한게 없습니다. 혀, 팔꿈치는 기본이고 눈까지도 핥을 수 있는 무서운 혀... 거의 코끼리 코 수준입니다.


 



신체 개인기를 따지면 손가락을 빼놓을 수 없죠. 마구 휘는 손가락입니다.

 
 


유전에 대해서 배울 때 이게 대표적인 열성 유전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사실은 구부릴 수 있는게 우성, 못 구부리는게 열성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한번은 구부릴 수 있군요.^^)... 혀를 마음대로 구부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분은 그런 분들 중 최상위급. 혓바닥으로 파도를 만듭니다. 


 


마지막은 살짝 징그럽습니다. 식사 앞두고 있는 분들은 안 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왕년에 이경규씨가 보여주던 안구돌출 코미디의 리얼 버전입니다. (그런데 이건 정말... 특수효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차라리 특수효과라면 덜 징그러울 듯 합니다.)






아무튼 결론은 세상은 넓고 능력자는 많더라는 것.

여러분도 혹시 이런 특수 능력을 갖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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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무한도전'이 '프로레슬링을 모독했다'는 주장이 일파만파로 퍼져 반박과 재반박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디어, 특히 저질 미디어 시장이 가장 좋아하는, '어쨌든 논란이 확산'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물론 이 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사람이 잘잘못을 판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 듯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들의 말, 특히 처음 문제를 제기한 윤강철 선수의 말과 김태호 PD의 해명을 읽다 보니 사건의 실체가 잡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입니다. 이번 사건의 주범은 '한국 프로레슬링의 가난'이었고, 거기에 대한 몰이해가 논란과 감정 대결을 낳은 것이더군요. 물론 이건 저의 판단입니다. 거기에 동의하실지는 아래 내용을 읽어 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우선 읽어보시는게 좋겠습니다. 윤강철 선수의 '자술서'입니다.

http://tvzonebbs.media.daum.net/griffin/do/talk/program/challenge/read?articleId=10917&bbsId=178_a

그 다음은 여기에 대한 김태호 PD의 해명입니다.

http://blog.daum.net/teoinmbc/2

대강만 봐도 상당한 입장 차이가 느껴집니다.


1. 출연료 문제

윤강철 선수 측의 문제제기에 따르면 "출연료에 대해 처음부터 얘기가 없었고, 방송 출연(지난 2월) 이후 2개월이 넘어서야 돈이 지급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다시피 방송은 대개 출연 즉시 출연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상당 기간이 소요된 뒤에 돈을 준다는 것으로 윤강철 선수 측도 납득한 듯 합니다.

솔직히 제가 처음 놀란 부분은 그 돈의 액수입니다. 자술서 등으로 봐선 인당 20만원, 그리고 김태호 PD의 해명을 보면 30만원인 듯 합니다. 대략 내용을 보면 나간 돈은 60만원인데 '무한도전' 측은 이게 2명분, 윤선수 측은 3인분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20-30만원 정도입니다.

자, 제가 아는 방송계 상식으로 얘기해보면 이렇습니다. 출연료를 포함한 출연 조건은 일단 출연자 자신이 정하는 겁니다. 정해진 건 없습니다. 양쪽 중 어느 한 쪽이 먼저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금액을 제시하고, 거기에 대해 조정이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지금 나온 이 액수는 현재 방송에 나오는 모든 사람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의 금액입니다.

그런데 윤강철 선수의 자술서?를 보면 이 돈의 가치에 대해 윤선수는 그리 적은 돈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게 드러납니다.


네. 윤선수는 30-40만원의 출연료가 '꽤 큰 돈'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챔피언이라는 선수가 말입니다. 이 대목이 참 가슴아픕니다. 그러니까 1박2일로 강화도까지 가서 촬영을 하고 받은 돈이 1인당 20만원이라 해도 '요즘 힘든'  윤선수나 동료들의 입장에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돈이었던 겁니다.

이 대목이 매우 중요합니다. 김태호 PD의 해명을 봐도 '아니 대체 MBC가 그만한 돈을 떼어먹기라도 한단 말인가'라는 한탄이 읽힙니다. 그리고 윤선수에게 악플을 단 많은 사람들도 '무슨 그만한 돈을 가지고 수십번씩 독촉 전화를 했다고 하느냐', '찌질하다' 는 식의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사건 밑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난'과 '그런 가난에 대한 오해'가 있었던 겁니다. 자, 한번 양쪽 입장에서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무한도전' 작가의 입장입니다. 위로부터 '프로레슬링 선수 2명을 섭외하라'는 명령을 받은 작가는 섭외에 나섭니다. 협회 쪽에서 문의가 왔을 때 작가는 일단 자신이 제시할 수 있는 '최저선', 즉 '1인당 30-40만원 정도'라고 얘기합니다.

'방송계 상식'을 들자면 섭외가 이뤄져 출연에 동의하기 전에 출연료에 대한 부분은 구두로라도 확실하게 매듭지어지는게 보통입니다. 만약 이 과정에서 확실하게 얘기가 없었다면, 그건 섭외하는 측에서 제시한 최소선에 동의한다는 뜻이거나, 아니면 '나는 방송 출연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으므로 출연료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불행히도 제작진, 특히 작가는 후자 쪽으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적어도 프로 레슬링 선수'라면 그 출연료가 '20만원이냐 30만원이냐 50만원이냐에 크게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출연료가 그날 지급되느냐 몇달 있다 지급되느냐' 역시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런데 당장 윤선수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겁니다. 정황을 보면 윤선수는 정말로 MBC가 '출연료를 떼어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상대에 대한 몰이해가 바로 비극의 씨앗이었던 겁니다.


2. 이동 수단 - 촬영장 푸대접

정황을 보면 여기서도 몰이해가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윤 선수 측의 요구는 아주 소박했던 셈입니다. '몇명 정도 같이 타고 가도 되겠느냐'는 요구를 하고 그걸 거절당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태호 PD는 "우리가 한번 녹화때마다 쓰는 운송비가 얼만데, 그 세명 태울 차 마련하는게 무슨 문제였겠느냐"고 답답해 합니다.

여기서도 엄청난 시각차가 존재한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윤선수 입장에선, "출연료도 따로 받으면서, 녹화장소까지 태워다 달라는 것"은 대단히 염치 없는 요구인 겁니다. 그래서 강하게 주장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작가가 한번쯤 "아, 꼭 필요한 사항인가요?" 정도로 물을 때 아마 "아녜요, 힘들면 그냥 저희끼리 갈게요"라는 정도로 넘어갔을 것 같습니다.

김태호 PD의 말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만약 제작진이, 이날 오는 레슬러들이 자기 차를 몰고 현장에 올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면, 차량 한대 정도 배정하는 건 정말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담당 작가는 아마도, '프로 레슬러나 되는 사람이면', 그리고 위에서 얘기했듯 '출연료에도 크게 관심 없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을 위해 따로 운송 수단을 걱정하는 건 쓸데없는 관심이라고 생각했을듯 합니다.

다시 말해 제3자 입장에서 보면, 윤선수 측이 그냥 드러내놓고 '우리 차가 없으니 현장까지 이동할 수단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면 '무한도전' 측에선 별 생각 없이 '네. 그럼 **시까지 여의도로 오세요'라고 했을 상황인 겁니다. 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양쪽이 이런 비극을 낳은 겁니다.

촬영장에서의 '푸대접'에 대한 주장 역시 양쪽의 몰이해가 크게 작용하는 부분입니다. 방송 녹화장에서 미리 정해 둔 시간은 큰 의미가 없죠. 밤 10시로 예정됐던 촬영이 새벽 3시로 밀리는 건 늘 있는 일입니다. 녹화가 지연되고 있다고 친절하게 30분 단위로 알려주는 사람이 있을리 없습니다. 당연히 방송에 익숙지 않은 출연자는 푸대접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녹화가 끝난 뒤의 상황. 처음에 타고 온 차가 없으니 타고 갈 차가 없을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 상황에서 윤선수가 '서울까지 갈 수단'을 묻고, 작가가 없다고 대답하자 윤선수 측은 '그럼 이 펜션에서 자고 가겠다'고 합니다.

이걸 작가 측은 "그분들이 자고 가는게 낫겠다고 해서 그런 것"이라고 보고합니다. 이 보고한 작가는 설마 '프로레슬러들이', 그 먼 현장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왔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자고 간다는 것이 '지금(심야)은 대중교통수단이 없으니, 아침에 일어나서 가겠다'는 뜻이라고는 역시 상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양쪽의 입장을 읽어 보면 이런 겹겹이 쌓인 오해를 읽을 수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3. 프로레슬링 모독?

레슬러들이나 협회나, '무한도전'으로부터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당연히 '실추된 프로레슬링의 인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건 '무한도전' 팀의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이 대목에 대해선 충분히 많은 분들의 생각이 오갔을 겁니다. 협회와 레슬러들은 당연히 방송에 협회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기를 바랐고, '무한도전' 팀은 '그건 처음부터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에도 양쪽의 잘잘못은 없습니다. 양쪽 모두 '자기 생각'을 한 것 뿐입니다. 그 '자기 생각'이 상대방에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에는 서로 관심이 없었을 뿐인 겁니다.

김태호 PD의 말들입니다.




다만 나중에는 '무한도전'이 그냥 떠맡기에는 너무 행사의 규모가 커졌고, 그 정도의 규모가 되는 행사를 해당 종목 협회와 상의 없이 했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장충체육관에서 관객을 모아 놓고 하는 행사는, 그동안 매주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등장했던 프로 레슬러의 출연과는 성격이 다르죠.

또 '무한도전' 측은 봅슬레이나 댄스스포츠 때 '협회'와 '협회가 인정한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요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협회 측은 '프로레슬링은 그런 역할 없이도 방송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죠.
 
이것이 바로 한쪽에선 '모독'이고, 다른 한 쪽에선 '모독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유일 겁니다. 다만 이건 모두 '무한도전'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아닙니다. 김태호 PD도 말했듯 '서운할 수는 있지만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게 맞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힘있고 잘 나가는 한 쪽과 너무 가난하고 힘 없는 다른 쪽이 만났다는 것에 모든 불행의 씨앗이 있었던 듯 합니다. 심지어 그 '다른 쪽'은 자신들이 아예 그 대화의 상대로 인정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 서운하고 약오르는 상황인 것이죠. 협회나 윤선수는 이번 사건이 '프로레슬링계와 무한도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반면 '무한도전'은 어디까지나 '윤선수와 무한도전 사이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전제했듯 이번 사건은 어느 한쪽도 잘못이 없습니다. 양쪽 모두 '자기의 상식'과 '자기의 판단'에 따라 행동했는데 결과에는 모두 불만이 있는 것이죠. 안타까운 건 양쪽의 '상식' 사이에 그렇게 먼 거리가 있는데, 그 엄청나게 다른 상식의 차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론 여기저기서 늘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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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제가 차가운 음식, 특히 얼음을 이용한 음식에 푹 빠져 있다는 걸 강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초콜릿으로도 빙수를 만드는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초대를 받았는데 안 갈 이유가 없겠죠?

찾아간 곳은 한 초콜릿 공방. 물론 빙수 전문점은 아니고, 초콜릿으로 만든 온갖 것들을 파는 카페와 초콜릿 가공법을 배우는 공방을 겸한 곳이었습니다. 이름은 에이미 초코(Amy Choco). 일단 그 초콜릿 빙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일단 위치는 가로수길 근처...라고 외에는 설명하기 좀 힘듭니다. 가로수길과 신사역 사이의 골목 안 어디쯤입니다.


밖에서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내부는


뭐 흔히 있는 카페 분위기.



자세히 보면 벽장 쪽에 초콜릿 모양을 한 장난감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이쪽은 공방. 주말을 이용해 초콜릿 가공법을 배우려는 분들이 한창 수업중이었습니다. 몰아서 배우는 집중 수업이라 하루에 6시간 수업이라고 합니다.

뭐 초콜릿은 좋지만 6시간 동안 서서 초콜릿 달이는 냄새를 맡으면 초콜릿이 싫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카페로서는 초콜릿으로 만드는 거의 모든 것을 팝니다. 케이크와 브라우니 종류는 물론 다양한 종류의 초콜릿과 초콜릿이 들어간 음료까지.



특히 저 왼쪽에 있는 초콜릿 아몬드가 죽음입니다. 가게에서 파는 아몬드 초콜릿과는, 이대호와 동네야구 4번타자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번 집어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는 무서운 과자입니다.



원숭이 뭐라는 이름이었는데, 초콜릿이 들어간 바나나 스무디...라고 표현하는게 가장 적당할 듯 합니다. 진국입니다.^^ 한끼 식사로 거뜬? ㅋ

물론 이 집에 온 목적은 이게 아니었죠.

초콜릿 빙수의 등장입니다.



일단 이렇게 생겼습니다.

항공촬영도 해 봤습니다.


주요 재료는 얼음, 팥, 바나나, 약간의 연유, 언 복분자(^^), 그리고 비장의 콩고물이 입혀진 캐러멜입니다. 아이스크림 위에 초콜릿 시럽이 뿌려져 있지만 진짜는 오른쪽에 딸려 나오는 진하디 진한 초콜릿입니다.



가볍게 부어 주면 됩니다. 좀 더 효과적으로 붓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잠시 들어 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퍼먹으면 됩니다.

음...

아시겠지만 저렇게 꾸미가 많은 빙수는 본래 제 취향은 아닙니다.

하지만 참 진하디 진한 맛이 스푼을 내려놓지 못하게 하더군요.^^

좀 더 입자가 고운 얼음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위에 진한 재료(?)들이 많아서 그런 얼음을 쓰면 너무 빨리 녹아버린다는 업주 측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초콜릿 공방 카페인지라 이런 식의 이색 주문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한 세심한 남자분이 프로포즈용으로 주문 제작한 초콜릿입니다.

저 프로포즈를 받은 분이 부디 만족했길 바랍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찾아가거나 하는 건 글로 설명하기 쉽지 않습니다. amychoco.com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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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저는 찬 음식 마니아입니다. 냉면, 냉모밀, 막국수, 차가운 생맥주, 얼음 뜬 김치말이 국밥 같은 것들이 제가 열광하는 음식들입니다. 그리고 여름 한철로 모자라서 한겨울에도 이런 음식을 찾아 어슬렁대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올해 평소보다 훨씬 무더운 날씨와 정부의 에어컨 틀지마라 정책 때문에 더욱 각광받고 있는 것은 바로 빙수입니다. 뭐 그깟 빙수에 무슨 품질 차이가 있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잘 만들어진 빙수와 그렇지 않은 빙수 사이에는 그냥 커피와 세글자 커피 사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지금부터 보셔야 할 겁니다.



서울 시내에서 꽤 유명한 빵집의 빙수입니다. 모양새는 그럴싸하지만 실속은 전혀 없습니다. 싸구려 통조림 팥과 연유, 딸리 젤리... 이런 모양의 빙수는 먹고 나면 싸구려 단맛이 입안을 텁텁하게 하고, 갈증을 심화시킬 뿐입니다. 그 집에서 파는 빵과 빙수의 레벨 차이가 이렇게 현격하다는 데 놀랐습니다.

일단 좋은 빙수와 그냥 그런 빙수 사이의 가장 큰 벽은 얼음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삭빙이냐 쇄빙이냐의 차이죠. 여기에 대해서는 전에 써둔 글이 있습니다. 다시 뭐라고 주절주절 하느니 그걸 보시는게 제일 나을 듯 합니다.



제목: 빙수론(氷水論)


내 삶에 차가운 음식이 세가지 있으니 그것이 냉면이고, 빙수고, 차가운 맥주다.

일찌기 한방에 밝은 지인이 "당신 체질에는 찬 음식이 안 어울린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상하게도 좋아하는 음식은 맨 찬 음식인 것을 어쩌랴. 항상 냉면집에 가면 사리를 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고, 다이어트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빙수 한 사발'의 유혹에 번번이 넘어가며, 무한정 마시는 주당은 아니지만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에는 그저 무릎을 꿇고 만다.

빙수의 마수에 처음 걸려든 것은 국민학교 2학년때쯤 된다. 집 바로 골목 건너에 반 가건물 형태의 떡볶이 집이 생겼다. 처음 생긴건 이른 봄이었던 것 같은데, 여름이 되자 그 집 벽에는 '팥빙수 개시'라는 벽보가 붙었다. 30원.

누나 손에 이끌려 빙수를 시켰다. 에펠탑 비스무레한 기계에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얼음이 얹혔고, 재봉틀처럼 큰 바퀴가 돌았다. 맘씨좋은(?) 아줌마는 한번 갈아서 수북히 쌓인 얼음을 손으로 꾹꾹 누르고, 다시 한번 얼음을 갈아 얹었다. 그 위에 단팥이 세 술, 잘게 썬 젤리가 세 술, 서울우유 깡통에 담긴 연유가 휘휘 뿌려졌다. 아줌마는 빨간 병에 든 빨간 물을 찔끔, 녹색 병에 든 녹색 물을 찔끔 하더니 그릇에 숟갈 두개를 꽂아 내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신기하게도 이 추억을 그대로 되살린 듯한 이미지가 있더군요. 사진 출처에 양해를 구해보려 했습니다만 저 사이트는 이미 없어졌길래 그냥 퍼 왔습니다.^)


오오.

오뎅을 처음 먹었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 온몸을 휩쓸었다. 입안 가득 퍼졌다 사라지는 이 냉엄하고도 달콤한 맛이라니.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팥알 몇개가 뜬 그릇 바닥을 아쉬움 가득한 숟가락으로 박박 긁고 있었다.

가정용 빙수기 따위는 나와 있지 않던 시절이라 나는 잔돈만 생기면 떡볶이집으로 달려갔다. 몇번인가 설사도 하고 배탈도 났지만, 감히 그것이 빙수 때문이라고는 의심조차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나는 원래 잔병치레가 많은 편이었다. 내가 만약 건강한 편이었다면 빙수 같은 건 당장에 못 먹게 됐을 거다.

단골이 되다 보니 아줌마는 2단으로 담던 얼음을 3단으로(두번 꾹꾹 눌러서) 담아 주기도 했고, 가끔 "이렇게 빙수에 환장한 놈 첨 봤다. 원없이 먹어 봐라"라며 냉면 사발에 얼음을 갈아 특제 빙수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사실 처음엔 마법의 빨간 병과 녹색 병에 맛을 내는 비장의 요소가 들어 있지 않나 궁금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줌마는 "그것 좀 많이 넣어 달라"는 말에 히죽 웃으며 "이거 많이 넣으면 써서 못 먹어"라고 못을 박았다. 알고 보니 그건 그냥 색소였다.

그 뒤로 근 30년 동안 빙수를 먹어 왔지만, 빙수는 뭐니 뭐니 해도 팥빙수가 제격이다. 대체 과일 빙수라는 음식은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 맨숭맨숭하고 밋밋한 것은 빙수라는 이름을 달기에 부끄러울 뿐이다.

제대로 된 빙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잘 갈린 얼음이다. 어떤게 잘 갈린 얼음이냐고? '맛의 달인'을 보면 일본 화과자의 이상은 바로 감이라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빙수에 들어가는 얼음의 이상은 함박눈이다. 눈이 되기 직전의 상태로 곱게 갈린 얼음이 바로 빙수의 이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 지방에서 빙수를 부를 때 빙설(氷雪)이라고 부르는 것은 더욱 빙수의 원형에 충실한 호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소위 패스트푸드 전문점에서 파는 빙수들은 저 먼 아랫길을 면치 못한다. 거칠대로 거친 빙질 때문이다. 패스투푸드점의 빙수기들은 얼음을 깎아 눈을 만드는 삭빙(削氷) 의 형태가 아니라, 얼음을 부숴 가루로 만드는 쇄빙(碎氷) 의 형태다. 이렇게 만든 빙수는 사시미에 비교하자면 언 고기를 그대로 썰어 회를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팥이 중요한 재료라 해도 얼음 반 팥 반인 상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요즘은 어느 집이나 공장에서 나온 빙수용 팥 잼을 쓰기 때문에 팥 맛의 차별성은 없어졌다. 예전에는 팥의 단 맛이 부족할 때 연유로 보강하곤 했지만 요즘은 그냥 우유를 넣는 것이 보통이다. 우유는 초반 얼음이 녹기 전, 윤활제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해낸다.

그러나 빙수가 발달하며 아이스커피가 최고의 윤활제로 각광받게 됐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빙수는 이렇다. 잡다한 과일 칵테일이며 콘 플레이크 등은 일단 뺀다. 잘 갈린 얼음에 팥을 올리고 그릇 가장자리를 따라 아무것도 넣지 않은 차가운 커피를 슬쩍슬쩍 붓는다. 팥 위에 아이스크림을 작게 얹고, 아이스크림 대신 우유나 연유를 조금 흘려 두는 것도 좋다. 그 밖에 과일 등을 얹는 것은 맛 보다는 색깔을 맞추기 위한 것이므로, 칵테일 통조림보다는 생과일이 좋다. 하지만 과일을 먹자는 것인지, 얼음을 먹자는 것인지 주객이 전도되면 곤란하다.

최근엔 녹차 빙수라는 것도 여기저기 있지만 사실상 녹차(혹은 녹차 아이스크림)가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가 빙수의 맛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커피와 얼음의 조화 때문에 커피 빙수라는 것도 등장했다. 그러나 팥이 들어간 상태에서 커피를 추가하는 것은 훌륭한 맛을 내지만, 오직 커피와 과일, 흑설탕 등속으로만 맛을 낸 것은 역시 맛의 불균형이 두드러져 별 매력이 없다. 아, 물론 예외도 있다.

최근 먹어본 한 커피 빙수는 얼음을 갈아 어찌어찌 한 것이 아니라, 아이스커피를 얼려 통 얼음을 만든 다음, 그걸 갈아서 빙수를 만든 것이었다. 거기에 초코 시럽과 소프트 아이스크림(우유는 이미 아이스커피에 충분히 들어간 상태였다)을 얹은 빙수 맛은 제법 일품이라 부를 만 했다. 역시 맛의 길에는 정도가 없다. 大道無門! (끝)




어린 시절엔 누구나 이렇게 하늘에서 내린 눈을 먹어 본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물론 중국에서 핵실험을 한다는 소문 뒤에는 절대 못 먹게 하시는 부모님들이 꽤 많아졌죠^^). 그 맛을 어떻게든 되살려 보려고 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바로 오늘날, 빙수라는 음식으로 나타나게 됐다는게 제 의견입니다.

수많은 패스트푸드점이나 군소 제과점 빙수가 신통치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팥도 팥이지만 얼음에 문제가 있습니다. 드드득거리며 얼음을 잘게 부수는 기계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 양질의 눈 같은 삭빙을 사용하는 빙수전문점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유명한 현대백화점의 밀탑 계열이 모두 그렇고, 제가 요즘 최고로 치고 있는 C4의 빙수가 그렇죠. 그밖에도 유명 호텔 가운데에는 눈꽃같은 얼음을 쓰는 곳들이 꽤 많습니다.

기계도 아직 팔고 있더군요. 26만원인가 합니다. http://www.dxmall.co.kr/



왕년에 많이 보던 기곕니다.^^ 이 기계를 전동식으로 개조한 기계도 해외에서 검색됩니다. 의외로 싸더군요. 200달러대?



딱 정해진 이름은 없고, 미국에서도 그냥 snow ice machine, 혹은 ice shaving machine이라고 쓰이는 듯 합니다. 뭐 이름은 세계 각국에서 다양하지만, 어쨌든 얼음을 곱게 갈아서 뭉친 눈 같은 얼음 디저트를 먹는 건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뭐 서양에선 이런게 보통이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팥과 우유, 얼음의 조화가 얼마나 환상적인지 이미 일찍부터 꿰뚫고 있었습니다. 중국과 일본 중 어느 쪽에서 팥빙수의 원형이 시작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현재 널리 퍼져 있는 건 분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과일빙수'라고 불리는 빙수 가운데 심지어 팥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과일과 얼음만 들어간 것도 있다는 사실이 매우 끔찍하게 여겨집니다. 대체 그런 것을 어떻게 빙수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설레설레)



상해 지역에서 발견된다는 초대형 팥빙수입니다. 만든 공력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잘 모르지만 일본에서도 어쩐지 관서지역이 관동지역보다 빙수에 대한 열정이 훨씬 대단하다는 느낌입니다. 심지어 이렇게 조형미까지 강조한 느낌의 빙수가 흔히 보입니다.




제가 요즘 사랑하는 C4(압구정 미성아파트 건너편)의 밀크티 빙수. 실날같은 얼음에 달달한 밀크티를 붓고, 팥은 따로 내 옵니다. 팥의 당도가 약한 반면 얼음에 가미된 밀크티+연유의 당도가 높아 균형이 맞춰집니다. 얼음이라기보다는 눈으로 뭉친 솜사탕 같은 맛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좀 수정이 필요합니다. C4는 2011년 이후 하향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릇도 작아졌고, 가격은 크게 올랐고, 만드는 공덕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빙질은 여전히 좋지만, 권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최근에는 빙수의 변형 음료(?)들도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다소 거친 얼음을 우유, 팥과 함께 갈아 굵은 빨대로 빨아 마실 수 있게 한 레드 빈 슬러시 (레드 빈 프라푸치노라는 이름도 본 듯 합니다) 같은 경우는 빙수의 약점인 휴대성을 해결한 훌륭한 상품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맛의 세계에는 제한이나 고집이 있어선 안됩니다. 한번 최고의 맛집이었다고 해서 변화나 발전 없이 그대로만 머물러 있어선 곤란하겠죠. 빙수의 세계에서는 앞으로 또 어떤 새로운 맛이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P.S. 조선호텔 컴파스로즈의 빙수. 재료며 우유를 섞어 직접 얼린 듯한 얼음이며, 역시 직접 만든 팥이며 흠잡을 데 없는 명품이지만 재료에 비해 얼음의 양이 너무 적었다는게 약간의 아쉬움입니다. (참고로 저는 얼음만 리필해달라고 했습니다.^) 맛은 보장할만 하지만 가격은 후덜덜.^^

아예 삭빙기를 하나 사 버릴까 생각중입니다. 전동형도 300달러 이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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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 '강심장'의 4일 방송에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특집이라는 부제가 붙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MC인 이승기가 주인공을 맡고, SBS의 하반기 기대작인 드라마였으니 '강심장'을 통해 한번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 보자는 작전이었다는 건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자사 프로그램을 내놓고 홍보하는 것이 약간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할 수만 있다면 정규 뉴스를 통해서도 직접 홍보를 하는 등 그동안 방송사들이 보여준 모습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크게 문제될 건 아닙니다.

하지만 내용을 보다 보니 이건 드라마 홍보를 넘어 서서 너무 낯뜨거운 장면의 연속이었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과연 드라마 한 편을 넘어서서 주인공 한 사람에게 저렇게까지 올인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TV를 보다 보다 이렇게 '나머지 출연자들'이 불쌍해 보이는 방송은 처음이었습니다.


작년 10월말에 방송 한달째인 '강심장'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강심장'이 초반에 보여준 '20여명 게스트'의 본질은 이미 드러났습니다. 말하자면 '뒷줄'의 고정(혹은 반 고정) 게스트들은 '앞줄'에 앉은 진짜 게스트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가질 뿐, 토크쇼의 게스트로서 결코 존중받지 못하는 존재들입니다. 케이크의 포장 상자일 뿐이죠. 그 고정(반 고정) 게스트 가운데서도 '붐 아카데미'라는 식으로 자력 구제에 나선 팀도 있지만 어쨌든 그 역할은 정해져 있습니다.

그리고 4일 방송된 '강심장'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편은 이런 '뒷줄의 병풍화'의 극단적인 형태였습니다. MC인 이승기를 비롯해 신민아, 노민우, 박수진 등 이 드라마 출연진들을 중심으로 한 토크쇼라고 포장되긴 했지만 사실상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신민아 하나 정도였죠.



강호동의 최대 장기인 '우격다짐식 관계 만들기'가 빛을 발했다고나 할까요. 처음에는 이승기-신민아의 관계 엮기, 그리고 중간에는 신민아를 10년간 팬으로 사랑했다는 임슬옹의 고백, 그리고 나서 마지막엔 다시 이승기와 신민아를 엮어 띄워주기가 이날의 주제였습니다. 다시 말해 두 MC와 나머지 게스트들이 이승기와 신민아를, 더 좁혀 보면 신민아 한 사람을 띄워 주기 위해 쇼 한편을 들어다 바친 형국이 됐습니다.



과연 신민아가 그런 여신 대접을 받을만한 스타인지, 혹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영화제 수상작이나 히트작을 만들어낸 배우인지 하는 것은 2차적인 문제입니다. 그리고 신민아가 출연한 '강심장'은 20%를 넘는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습니다(물론 이건 같은 시간대에 방송된 KBS 2TV '승승장구'가 사실상 경쟁을 포기한 게스트를 출연시켰다는 데에서도 이유를 찾아 볼 수 있을 듯 합니다만). 이 시청률로 볼 때 SBS로서는 '시청자가 원하는 방송이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항변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날 방송은 예능으로서의 오락성 이전에 뭔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벗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과연 맨 앞줄 한 가운데의 신민아를 제외한 나머지 출연진 - 심지어 이승기 신민아와 함께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 나오는 연기자들을 포함해서 - 은 이날 방송에 어떤 이유로 출연한 것일까요. 강호동이 신민아에게 던지는 칭찬에 탄성을 터뜨리기 위해 나온 것이었을까요?

'특별 게스트'를 위해 '예능 스타'들을 경시하는 풍조는 다양한 부작용과 잡음을 낳고 있습니다. '강심장' 출연 거부 때문에 '인기가요' 출연이 무산됐다는 이하늘의 주장은 좀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최근에는 김C가 '김정은의 초콜렛'에 나온 김연아를 보고 한마디 불평을 했더군요. 이런 내용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김연아가 1년 내내 음악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 나오는 김연아에게 노래 3곡 정도 부르게 해 준게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초콜릿'이 고품격 라이브 프로그램을 지향한다면, 진짜 가수들을 뒤로 제끼고 아마추어인 김연아를 너무 내세운 것도 그리 정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오랜만의 예능 나들이'를 한 신민아에게 열띤 지지를 보낸 시청자들, 그리고 그 게스트를 위해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올인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을 보면, 한국 연예계의 오랜 수수께끼가 풀릴 것 같은 느낌도 갖게 됩니다. '어떻게 별다른 히트작도 없이 CF만으로 톱스타의 자리에 군림할 수 있는 배우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인가' 같은 수수께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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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션데이'의 '1박2일'이 상당한 모헙을 치렀습니다. 70-80분 정도 되는 프로그램 한회 내내 고비에 이를 때마다 치르던 복불복을 시작할 때 모두 끝내 놓고 1박2일 일정을 진행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1박2일' 멤버들은 복불복 없이도 웃길 수 있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보여 준 셈입니다. 특히 복불복 말고는 별로 한 게 없는 서해안 무계획 여행 첫회에서 하이라이트는 빈 시골 정류장에서의 라면 끓여먹기였습니다.

저녁식사 전인 시청자들은 물론 저녁식사를 마친 사람들도 침이 넘어갈만한 광경이었죠. 여기서 강호동은 국수로 라면을 끓여먹는 것은 물론, 잘게 부순 라면을 죽처럼 만들어 먹는 '라죽'까지 싹싹 긁어 먹는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일단 다양한 옵션을 모두 결정하고 나니 서해안의 한적한 어촌으로 떠나는데 용돈은 단 1만원. 그리고 은지원은 낙오로 결정되고 나머지 멤버들 다섯명이 김종민의 차로 이동하게 됐습니다. 물론 누구 차로 이동하든 운전은 역시 이수근.



한참을 가던 다섯 사람은 주어진 돈 만원을 어떻게 쓸까 하다가 가장 싼 라면을 사서 배 터지게 먹어 보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봅니다. 그래서 라면 10개와 계란, 그리고 1천원에 20개짜리 미니 호떡을 사서 먹기 시작합니다.

야외에서 라면을 끓여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이들은 나이를 생각하면 별로 먹지 않은 셈입니다. 물론 집에서 라면을 끓여 드시는 분들에게 라면 2봉지는 대단히 많은 양입니다. 20대라면 몰라도 30대 후반 이후라면 속이 더부룩해질 양이죠. 그렇게 따지면, 5명이 라면 10개를 나눠 먹는 건 꽤 많은 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단순히 생각하면 간과할 수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국물의 문제입니다.




다양하게 라면을 드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아주 덩치가 크지 않은 성인 남자라면 국물 있는 라면 2개를 먹는게 꽤 부담스러운 양입니다. 하지만 비빔면이나 짜장라면은 그렇지 않죠. 어지간한 사람은 1개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2개를 먹는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집에서 혼자 라면 2개를 끓여 먹는 것과, 야외에서 5명이 라면 10개를 끓여 먹는 것과는 심각하게 포만감에서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아마도 코펠의 크기, 김치가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은 처음에 4개, 나중에 4개, 그리고 마지막으로 2개를 '라죽'으로 끓여 먹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때 변수가 되는 국물은 평소 집에서 끓여 먹을 때의 절반 이하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더 끓일 때마다 물을 다시 부어 보충했다 해도, 처음부터 10개 분량의 물을 넣은 것에 비하면 훨씬 적은 양일 수밖에 없습니다.




왕년 한국 권투 중량급의 스타였던 박종팔씨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운동을 하니 배는 고픈데 돈이 없으니 만만한 먹을 거라곤 라면밖에 없었다. 후배와 둘이 살면서, 방 안에 버너를 피워 놓고 라면을 끓여 먹는데 둘이 먹기 시작하면, 일단 국물은 계속 끓이고, 국수는 먹으면 또 넣고, 먹으면 또 넣고 하면서 계속 먹었다. 이렇게 먹으면 둘이 10개 먹는 건 금방이었다. 가끔은 밤참으로도 먹고 해서, 라면 100개짜리 한 상자를 사면 1주일이면 그만이었다."

그러니까 작은 솥(또는 코펠)으로 라면을 끓이면 같은 원리로 평소의 양보다 훨씬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날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라면 6봉지를 먹었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은 다른 멤버들이 자기가 먹었다고 생각하는 양 보다는 훨씬 많이 먹었을 겁니다. 국물을 덜 먹으면 그만치 포만감을 덜 느낀다는 걸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강호동이 많이 먹는다지만, 전체 양의 60%를 먹었을 거라고는 좀...^^

(뭐 성석제의 단편 '대식'에는 고기 약 30인분을 먹어치우는 고등학생 씨름선수 얘기도 나옵니다만^^ 강호동이 현역 선수도 아니고, 그렇게까진 무리겠죠.)


게다가 한창 때인 남자 5명이 라면 8개를 끓여 나눠 먹고 다들 그만 먹겠다고 포기하는 건, 아무래도 연예인이다 보니 몸 관리를 한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일반인들이라면 훨씬 더 쉽게 더 많이 먹었을 게 분명합니다.^




뭐 검증을 하거나 하기는 힘든 얘기고, 그냥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어쨌든 비오는 날 라면 끓이먹는 광경은 강렬한 라면 소비욕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1박2일' 팀은 웬만한 라면 광고의 몇 배나 되는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쓰다 보니 또 침이 굅니다. 점심엔 어디 김치찌개 집이나 가서 사리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지적질 하나.



P.S. 지리산의 최고봉은 천왕봉이죠. 대청봉은 설악산의 최고봉입니다. 현장에 있던 강호동이야 잠시 실수로 그렇게 말했을 수 있지만, 자막까지 만들어 넣은 제작진이 이런 실수를 하는 건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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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한국에 온다는 걸 상상하기 힘들던 무렵, 저 바다 건너 나라에서 치러진다는 다양한 락 페스티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한 폭의 상상도를 그려보곤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글래스톤베리며 후지 락 같은 이름들을 듣게 됐을 때에는 부정적인 이야기도 꽤 듣게 됐습니다. '냄새나고, 진창에다, 덥고 더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은 계속 커졌고, 언제 한번 그런 곳에 가서 뒹굴어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록 페스티발이 열리는 시대가 왔습니다. 바로 1999년, '트라이포트 록 페스티발'이란 이름이었죠. 하지만 첫 만남은 너무나 혹독했습니다.


비가 며칠씩 쏟아지는 가운데 송도 갯벌에 세워진 무대와 주변 공간은 거대한 진창으로 변했습니다. 공연은 좋았지만 새로 산 신발 한 켤레가 재기불능이 되어 그냥 버려야 했고, 주차해 놓은 차가 물에 빠져 레커차를 불렀습니다. 비를 맞으며 진창 속에 서 있자니 극기훈련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이런 걸 즐길 나이는 어느새 지나가버렸나보다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그 후로 오랫동안, 아예 록 페스티발이라는 말을 잊고 살았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어디 가서 잘 놀고 왔다는 얘기를 해도 '너희들 아직 젊구나'라며 웃어넘겼죠. 그러다 병이 다시 도졌습니다. 31일 지산 락 페스티발을 통해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한 거죠.


지산리조트에서 열리는 지산 락페에는 3개의 무대가 설치됐습니다. 그중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빅 탑 스테이지. 31일에는 오후 5시30분에 장기하와 얼굴들, 7시에 언니네 이발관, 그리고 9시에 왕년의 형님들인 펫 샵 보이즈가 공연하는 라인업이 짜여져 있었습니다. 다른 무대에서 열리는 6시30분의 크래쉬도 있었습니다.

한낮의 땡볕은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어 오후 일찍 경부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빅탑 스테이지 앞의 드넓은 잔디밭이 사람들로 이미 가득 차 있더군요. 본래 잔디밭은 텐트를 위한 공간은 아니지만 어쨌든 몇개의 텐트가 진출해 있었고, 낚시 의자를 동원한 '선수'들도 몇몇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대세는 돗자리.



네. 지산 락페의 문화는 바로 돗자리의 문화였습니다. 공연은 당연히 서서 보고, 아무데서나 땅에서 뒹구는 저 서양식 락페와는 달리 한국의 락 페스티발은 돗자리와 선크림이 함께 하는 문화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락 페스티발이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여초 공간이었다는 점. 수만 많았던 건 아닙니다. 조금만 뻥을 보태면 온 나라의 미인들은 다 와 있는 듯 했습니다.



도착하고 현지 적응을 마치고... 시원한 맥주로 일단 몸을 헹구고 나니 뜨거운 날씨도 한결 견딜만 해졌습니다. 이내 장기하와 얼굴들의 공연이 시작됐고, 어디 한번 뛰어 볼까....

역시 뛰니까 덥더군요. 장기하의 고동색 티셔츠가 30분만에 검정색으로 변할 정도로 날씨는 무더웠습니다. 공연 중간 지나가는 소나기가 쏟아지는 듯 해서 반가워했는데 알고 보니 사방에서 쏘아올리는 물총.^^ 사방에서 뿜어나오는 사람들의 열기로 갑갑한 공간에서 이 물총 놀이는 매우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락 페스티발의 다른 이름은 자유입니다. 풀타임 공연을 다 미친듯이 '달릴' 수도, 또는 돗자리와 양산 아래서 누워서 즐길 수도 있는 거죠. 각자의 체력과 취향에 따라 즐기는 문화가 성숙해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습니다. 화장실(특히 여자 화장실)은 갈 때마다 장사진이었고, 먹거리며 마실거리를 사는 줄도 항상 길더군요. 그렇지만 짜증 내는 사람은 볼 수 없었습니다. 서울의 시간에 비해 모든 시간이 천천히 진행됐습니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줄을 서고, 누워서 음악을 듣다가 흥이 나면 무대 앞으로 달려나가기도 하고, 그것도 귀찮으면 그냥 그 자리에 서서 허공에 주먹질을 하기도 하고.

잔디밭에 누워서 쿵쾅대는 심장을 느끼는 기분. 아마 많은 분들이 경험해보지 못했을 겁니다. 문득 20년 전에도 이런 곳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지만, 네. 충분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해가 지고, 먹고 마시는 사이 언니네 이발관이 무대에 오르고, 노래를 들으며 또 먹고 마시고, 언니네 이발관의 강렬해진 베이스에 감동하면서 한편으론 언니네가 역시 여성 팬들이 많았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면서, 그렇게 완전히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그리고 깜깜해진 뒤, 이날의 헤드라이너인 펫 샵 보이즈의 공연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돗자리를 걷고 무대 앞으로 우루루 몰려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외국인들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백인 여성 두 사람이 맞고를 치고 있는 진푼경도 있었죠^^), 무대 앞쪽으로 가 보니 외국인과 내국인의 비율이 1:2 정도는 될 듯.



사실 공연장에서 이 '외국인'들은 약간 애물이기도 합니다. 액션이 크고 부딪힐 위험이 있고 무엇보다 체취가 좀 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여름철, 그리고 이런 야외에서는.... 하지만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뒤쪽을 외국인들에게 둘러 싸인 형국이 됐습니다.

뭐 이런 것도 공연의 재미라면 재미겠지만 아무튼 이 냄새나는 덩치 큰 형씨들이 땀에 젖은 등을 비벼 오는 건 그리 유쾌한 느낌은 아닙니다. 심지어 바로 뒤에 있던 친구는 음료수인지 뭔지가 담긴 작은 통을 들고 뛰다가 계속 제 다리에 액체를 흘리더군요.

도시였다면 싸움이나 언쟁이 오갔겠지만 그래도 여기는 락페. 그냥 잊고 즐기는게 상책입니다. 아무튼 기다림은 지나고 음악이 꽤 사람들을 달궜을 무렵, 마침내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강렬한 비트의 신스 팝이 관중들을 들뜨게 하고 30분 남짓, 첫번째 절정은 알려질대로 알려진 히트곡 'Go West'에서 왔습니다. '오 오 오오 오오오, 오 오 오오 오오오'하는 전주와 함께 관중들은 전부 제멋대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정해진 춤사위도 없고, 세련되게 추는 방법도 없습니다. 그냥 그저, 다들 제 흥에 겨워서, 전부 색다른 자세로, 하늘을 향해 뛰는 겁니다.


(요긴하게 쓰였던 저 골판지 박스, 공연 내내 쌓았다 허물었다 하다가 끝날때는 관객들에게 던져서 가져 가는 사람도 있었다는... 대체 그걸 가져다 뭐에 쓰시려는지.^^)

밤이라 더위는 훨씬 견딜만 해졌지만 사람들의 열기는 몇배나 뜨거워져서, 공연 후반부는 다시 돗자리 모드. 한때 나이트클럽에서 모든 손님들을 무대로 달려나가게 했던 전설의 히트곡 'It's a sin'으로 공연이 마무리되자 사람들은 'Go West'의 전주부를 합창하며 앵콜. 그리고는 'Being Boring'과 'West End Girls'가 흘러나왔습니다.

...정말이지 스물 몇살때였다면 집 같은 건 정말 가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평생 다시 보기 힘들 형님들의 공연을 귀가 문제 때문에 맨정신으로 봐야 했다는 게 정말이지 안타까웠습니다.ㅠㅠ)


비록 귀가 때 주차장 연결 버스의 수가 너무 적어 1시간 가까이 길에서 기다려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이런 부분은 좀 시정되어야 할 거라고 믿습니다), 더할나위 없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공연을 만들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됐고,

내년에는 공연이 끝나도 집에 오지 않을 방법을 연구해보게 됐습니다.^^


P.S. 웬만하면 근 10년만에 들어보는 쿨라 셰이커와 서드 아이 블라인드, 그리고 얼마 전 내한공연을 했던 뮤즈의 1일 무대도 찾아 보고 싶었지만, 밥벌이가 유죄라..ㅠㅠ 티켓이 싸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시간과 여유가 되는 분들은 오후에 고속도로를 달려 보시기 바랍니다.

P.S.2. 주변에 같이 갈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시는 분들, 지금부터 내년을 위해 친구를 잘 사귀어 보시기 바랍니다. 1년, 금세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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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화제가 될 만큼 된 2010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제리'를 읽었습니다.

김혜나의 '제리'는 알려진대로 소위 '루저'라고 불리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그린 작품입니다. 굳이 88만원 세대라는, 이제는 진부할대로 진부해진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그들의 절망과 고민은 충분히 이해할 만 합니다.

진학 대상인 고3보다 전국의 대학급 학교 정원이 더 많아진 세상, 그리고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분위기가 점점 더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세상은 반드시 뒤처지는 사람을 낳기 마련입니다. 물론 흔히 말하는 취업난의 현장에 좀 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늘 신문에 보도되는 것과는 다른 측면도 있다고 말하긴 합니다.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현재 강조되고 있는 취업난이란 과장된 부분이 많다"고 합니다. 실제로 일자리가 없느냐 하면 그건 결코 아니라는 거죠. 하지만 취업 희망자의 절대 다수가 대기업이나 은행 등 '초봉 3000만원 이상' 직종에 연연하거나 공무원, 공사처럼 안정된 자리를 원하기 때문에 경쟁에 비해 일자리가 없다는 면이 너무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현재 취업 실패로 좌절과 혼란을 겪고 있는 연령층이 좀 넓은 시야에서 냉정하게 판단하면 일자리는 어디에든 있다는 주장입니다.

뭐 이런 주장에 공감하실 분도, 그렇지 않은 분도 있겠지만 어쨌든 현재의 상황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좌절감을 주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분명히 세상에는 대학이나 대기업 취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학번'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사용되는 것은 분명 그쪽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들을 멀리 밀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김혜나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대학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정말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거든요. 저처럼 스무 살에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어쨌거나 이 사회 안에서 다양한 일들을 하게 마련이니까요. 클럽이나 바는 물론 백화점, 레스토랑, 호프집, 노래방, 단란주점, 그리고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연극이나 미술, 음악, 미용, 제빵, 정비 등을 배우려는 친구들도 있었고요. 모두 다 저와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죠.

'제리'의 주인공 '나'는 수도권의 2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긴 하지만 학교 수업이며 장래에 대해선 아무런 희망도, 기대도 없는 여학생입니다. 그런 '나'가 어느날 친구들과 함께 간 노래바(노래방+호스트바의 성격인 듯 합니다. 시간당 3만원을 내면 호스트 개념의 놀이 상대 남자를 부를 수 있는 곳입니다)에서 제리라는 이름의 스무살 안팎 청년을 만납니다. 그 '나'와 제리의 아주 짧은 만남에 대한 기록이 이 소설입니다.



이 책을 추천한 한 지인은 "세상에서 1등만 했던 사람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책"이라고도 했습니다. 솔직히 읽다 보면 답답한 구석은 너무 많습니다. 특히 '어른'의 눈으로 볼 때 그렇습니다. 스스로는 단 한푼 벌 능력도 없으면서 용돈으로 날마다 술자리를 벌여 놓고 있는게 너무도 자연스러운 아이들, 남자와 자는 이유도 '그저 새벽 길에 혼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라는 아이들, 심지어 20대 초반 나이에 술자리 상대를 돈으로 사는 아이들과 스스로를 누군가의 술자리 노리개로 내놓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너희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릅니다.

게다가 이 소설에는 '어른'이란 존재는 소거되어 있습니다. '나'의 엄마가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나'와 엄마에게는 대화나 소통이란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마주치면 불편한 사이일 뿐입니다. 유일하게 의미있게 등장하는 어른은 '나'와 남자친구 강이 자주 가는 모텔 주인 뿐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하는 일은 주인공들이 뭘 하건 관심을 갖지 않고 돈을 받아 챙겨 방 열쇠를 내주는 것 뿐입니다. (네. 이 부분에서 작가가 보는 어른들이란 '입만 열면 늘 혀를 차지만 돈벌이 대상이기만 하면 도덕이고 뭐고 아무 관심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에만 얽매여 있으면 이 책이 그려내고 있는 세상을 제대로 보기 힘듭니다. 영상에 비유하자면 이 책의 시선은 거의 지면에 붙어 있습니다.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청춘의 불안과 고민, 가족보다 친구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묘한 공허감, 그리고 그런 공허를 채울 만한 대상을 찾지 못할 수록 더욱 깊어가는 고민이라는 악순환이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한심한' 주인공 '나'와 마찬가지로 한심한 호스트 제리는 그 절망의 끝에서 만나지만 그걸로 끝나지는 않는다는데서 이 소설이 그런 '바닥의 젊음'에 대해 갖고 있는 애정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을 다 읽은 다음 첫번째 소감은 '아니, 시작하려니까 바로 끝이야?'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만치 한 호흡에 다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이 소설은 주인공들의 먼 장래에 대한 답을 주지 않고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소설이 커버하는 시간은 끽해야 몇달 정도. 그리고 이 한편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그리 많이 변하지 않습니다. 혹자의 표현을 빌면 '간신히 한 계단 올라서는' 정도라고도 하죠.

아무튼 이 책을 읽기 위해 '88만원 세대를 이해한다'는 거창한 명분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든 책 내용 속에서 언젠가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있고, 그들의 운명에 가슴 졸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드는 솜씨가 훌륭합니다.

여러 서평은 이 책의 '노골적이고 드라이한 성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깜짝 놀랄 정도라거나 흥분되는 대목이라고 보기는 힘듭니다(그런 걸 원하시는 분들은 아오이 소라에게 가시는게 낫겠죠^^). 물론 그렇다고 어린이/청소년 용 추천도서는 아닙니다.


문득 '제리'를 읽고 나면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 '키즈 리턴'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납니다. 영화의 두 주인공이 마지막에 "우리, 이제 끝난 걸까?" "바보, 아직 시작도 안 했어"라는 이야기를 나누듯, 지지리도 못나고 답답하고 한심한 청춘에게도 빛이 깃드는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이 휴가용 서적 추천 1호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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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아이들 5초 가수 비판'이라는 리포트가 MBC 뉴스데스크에 나왔다는 얘기를 듣고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아이들 가수들에 대한 '주류 언론'의 시각이 그리 곱지 않았다는 건 엊그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루 지나는 동안, 이 '5초 가수 비판'을 진리처럼 받아들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언뜻 보기에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 것을, 정당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선 아무래도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꼼꼼이 다시 뜯어 봐도 뭔가 이상한 논리였기 때문입니다.



보도를 직접 보지 못한 분들도 있을테니, 보도의 주요 부분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전체 보도 내용은 이쪽에 있습니다.

http://imnews.imbc.com//replay/nwtoday/article/2663569_5782.html




그리고는 애프터스쿨의 사례가 제시됩니다.

8인조 걸그룹 애프터스쿨이 음악방송에 출연해 부른 3분짜리 노래입니다.
멤버들이 개인별로 노래한 시간을 재봤습니다.
리더인 가희가 18초, 메인 보컬 레이나가 13초, 정아는 6초, 주연은 가장 적은 3초.
멤버 하나가 빠져 일곱명이 노래를 불렀지만 솔로파트 시간은 3초에서 최대 18초였습니다.



일단 전제가 해괴합니다. 한 그룹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는데, 각각 개인이 부른 솔로 파트가 짧으면 '가수라는 말이 무색하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일단 이 말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그건 우선 조금 두고 보겠습니다.

두번째, 배분 문제입니다. 3분짜리 노래를 8명이 정확하게 나눠 불렀다면 약 22초, 7명이 불렀다면 25초 정도씩이 나옵니다. 그런데 3분짜리 노래가 처음부터 끝까지 솔로들이 돌아가며 불러야 정상적인 노래일까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전주 빼고, 간주 빼고, 후주 빼고, 여러명이 함께 부르는 하이라이트(업계에선 '싸비'라는 말로 자주 불립니다) 부분을 다 빼고, 돌아가며 부르는 부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많아 봐야 전체 노래의 60%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가희의 18초 등등은 오히려 인당 평균보다 많이 불렀다는 뜻도 되겠죠. 그러고 나면 대체 '가수란 말이 무색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최대한 이 보도에 호의적으로 해석하자면, 이런 얘기일 수도 있을 법 합니다. 이를테면 한 그룹 내에 '노래하는 멤버'와 '노래보다는 다른 쪽으로 기여하는 멤버'의 구분이 너무 확연하고, 그러다 보니 양쪽 멤버들 사이에 노래의 배분이 심하게 불균형을 이루고, 그래서 후자 쪽, 즉 노래보다는 미모나 댄스 솜씨로 기여하는 멤버들은 과연 가수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 뭐 이런 뜻이라면 이것 역시 철지난 얘기긴 하지만, 어쨌든 전혀 말이 안 되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이 보도 내용을 보다 보면 전혀 그런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유야 어쨌든 최근 우리 대중가요판에는 이처럼 무늬만 가수라는 비아냥 섞인 소리를 듣는 초단위 가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가창력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니까 만약 제가 말한 '호의적인 해석'에 따른다면, 한 팀 안에서 노래를 잘 하는 멤버에게 그냥 무임승차하는 이상한 멤버들이 있다는 식으로 논리를 끌어 가야 합니다. 하지만 이 보도는 내내 '혼자 부르는 시간이 초 단위이기 때문에 그룹 전체가 문제'이고 '이런 그룹의 창궐이 가요계의 문제'라고 몰고 가고 있습니다.

참 답답한 노릇입니다. 지금껏 나온 어떤 그룹에도 에이스에 가까운 멤버들이 있고, 그 멤버에게 가창 시간이 집중되어 왔다는 걸 모르는 것인지, 외면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슈프림스의 노래를 틀어 놓고 과연 다이애나 로스에 비해 다른 두 멤버들의 솔로 시간이 얼마나 긴지를 잘라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노래 시간이 짧으면 가수가 아니라는 생각은 어느 시대의 발상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 보도 하나로 메인 보컬 한 사람의 비중이 거의 2/3를 차지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은 가수로서의 자격이 없는 그룹이 되어 버린 거죠.

네. 오케스트라에서 40분 내내 졸다가 1분 둥둥둥 두드리고 나오는 팀파니 주자는 연주자도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논리의 혼란이 오자 아예 '댄스 그룹이 문제'라는 쪽으로 논리가 전개됩니다.

◀ANC▶
그런데 이런 가수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요?
◀ 기 자 ▶
팬들의 쏠림현상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리고 수익을 위해서 그 조류에 영합해야 하는 가요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화면을 보면서 짚어보겠습니다.
우리 대중가요시장을 주도하고 있는건 10대와 20대 젊은 팬들입니다. 방송도 이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기획사들은 젊은층의 기호에 맞출 수밖에 없고 그 해답을 아이돌 댄스그룹에서 찾았습니다.
자연히 노래실력 보다는 외모와 춤실력 거기다 개인기까지 지닌 이른바 엔터테이너가 각광받게 됐는데요
여기에 설 자리를 잃은 음반시장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하는 기획사들의 현실적인 이해가 더해져 노래실력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물론 아이들 그룹이 국내에 처음 생겨나던 1996년 언저리였다면 얘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만 해도 '붕어'라는 놀림에 맞대응할만한 그룹은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비웃기라도 하듯, 2004년 데뷔한 동방신기는 처음부터 아카펠라를 시도하며 '누가 아이들 그룹이 노래를 못한대?'라며 정면으로 치고 나옵니다.

그 이후, H.O.T와 핑클을 어린 시절부터 보고 자란 세대들은 노래와 춤 면에서 전 세대에 비해 획기적인 기량의 발달을 보이죠. 다른 기량을 다 잘라 버리고 '노래 실력'만 놓고 보더라도 그 전 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이들이 데뷔하기 전까지 수년간 받은 엘리트 훈련을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얘기입니다.

사실 너무 허점이 많은 논리라서 무엇부터 공격해야 좋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이 보도는 뒤로 가면서 '노래 실력=가수의 가치'라는 해괴하고도 1차원적인 논리에만 기대고 있습니다.

일찌기 70년대 포크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당대의 국민가수 송창식 선생은 지난해 연말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요즘 그룹이라고 나오는 친구들을 우습게 보면 큰일나지. 옛날 가수들하고 비하면 실력이 월등해. 기본적으로 연습을 많이 하잖아. 물론 혼 같은게 실린 노래가 별로 없다는 건 좀 아쉽지."

그러니까 '노래 실력'이라는 기준도 분명 의심스럽습니다. 매끈한 음색과 엄청난 폐활량, 폭발적인 가창력 등으로 평가한다면 라이브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김장훈이나, 가끔씩 '노래 솜씨'를 보여주는 유희열은 가수라는 명패를 달 자격이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뉴스데스크의 논리로 따지자면 밥 딜런은 정말 쓰레기일수도 있겠죠.




어쨌든 댄스 장르의 창궐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발달하는 걸 가로막고 음악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논리는 하도 많이 들어서 귀가 닳을 지경입니다. 하지만 그 보도에서도 지적하듯, 한국 가요 시장이 10대 20대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도 맞지만 어느 나라나 대중 음악 시장은 10대나 20대가 주요 고객이고, 어느 나라나 10대나 20대가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작 문제는 10대나 20대가 아이들을 좋아하는게 아니라, 30대나 40대가 음악 시장에 전혀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거란 사실을 제발 좀 직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뻔한 얘기 길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10여년 전 10대 시절에 아이들 그룹을 좋아하셨던 분들, 이제는 한참 어른이 된 강타나 바다, 옥주현의 음악을 돈 내고 소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뉴스 만드는 분들, 기사 쓰는 분들, 음악 시장의 장르가 다양화되는 게 좋은 일이란 건 모든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댄스 음악이 잘 되기 때문에 다른 장르가 죽는다고는 하지 맙시다. 그건 그나마 아이들 그룹 덕에 먹고 사는 가요 시장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얘깁니다.

마지막으로 한번 스포츠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프로 야구만 좋아하고, 다른 프로 스포츠를 외면한다면 '프로 스포츠의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 야구가 한국 프로 스포츠를 교란하고 있다고, 그게 문제라고 보도해서야 되겠습니까? 이제 올림픽 종목도 아닌 '저질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야구 팬들을 매도해도 좋겠습니까? (선수 열한명이 쉬지 않고 90분 내내 뛰어다니는 축구에 비해)타자 한명이 때리는 시간이 전체 경기 시간의 1/9이 안 된다고 야구를 저질 스포츠라고 주장하면 어떨까요? 올림픽 전략 종목인 핸드볼이나 필드하키 경기장의 객석이 비는게 과연 야구 팬들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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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들이 아마 소식을 접하셨을 겁니다. 7월5일 밤부터, 온 동네의 트위터들이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마이클 J 폭스)가 영화 속에서 갔던 미래의 날짜가 바로 오늘(2010년 7월5일)이라고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댔기 때문입니다.

아침 내내 신경 쓸 일이 있어서 '그랬나?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만 했지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찾아 보니 바로 나오더군요. '백투더 퓨처 2'에서 주인공들이 날아간 미래의 시간은 2015년 10월 21일이었습니다. 전혀 얼토당토 않은 날짜였죠.



기억을 더듬어 보시면 '백투더 퓨처' 1편의 마지막 장면에 브라운 박사가 어디선가 날아와 마티와 여자친구에게 "큰일이다! 너희의 아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은 그대로 2편의 첫 장면이 됩니다. 브라운 박사는 어디론가 두 남녀를 데리고 날아가고, 날아간 곳은 바로 미래였습니다.

그리고 나서 마티 맥플라이는 자신의 아들을 구하고, 그러는 사이 악당들은 미래를 조작하고... 뭐 등등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그 미래의 날짜가 2010년이 아니라는 겁니다.

유튜브에 떠 있는 이 영화 장면을 보시면 쉽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은 이 영상이 시작하고 2분56초 정도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참고로 장소는 늘 동일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힐밸리라는 도시로 되어 있죠(실제 존재하는 도시인진 모르겠습니다).


 


동영상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 wiki에 있는 영화 플롯 요약만 읽어봐도 금세 확인할 수 있습니다.

On October 26, 1985, Dr. Emmett Brown arrives from the future and tells Marty McFly and his girlfriend Jennifer Parker that he needs their help to save their kids in the future. They depart in the flying DeLorean time machine as Biff Tannen accidentally witnesses the departure. They arrive on October 21, 2015, where Doc electronically hypnotizes Jennifer to sleep and leaves her unconscious in an alley to keep her away from his plan.

한국에서만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은 듯 합니다. 다음 뉴스블로그는 아마도 어떤 장난치기 좋아하는 사람이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포토샵 처리해 올린 것이 이런 문제를 자아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http://www.worldcorrespondents.com/july-5-2010-back-to-the-future-destination-time-is-a-hoax/886926


                  (이것이 바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된 합성 사진입니다.)

현재 한국의 트위터 월드는 이것이 잘못된 정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쨌든 전혀 사실무근은 정보가 아무 제한 없이 유포됐고, 소수의 사람들이 그 정보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냈지만 이미 먼저 자리를 점거하고 있는 가짜 정보를 뒤집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만약 이것이 '백투더 퓨처'에 대한 것이 아니고 좀 더 사회적인 의미를 갖는 정보였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트위터가 무슨 대단한 신세계인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사건이 아닌가 합니다.

트위터도 다른 모든 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완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훨씬 취약할 수도 있습니다. 아마도 '백투더 퓨처' 사건이 그 교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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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년 전, 한국을 꽤 잘 아는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일이 있었습니다. 이것 저것 손짓발짓으로 대화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한국 연예인들 쪽으로 화제가 넘어갔는데, 이 사람은 송혜교, 전지현, 손예진 등 한국의 국가대표급 미녀들에게 전부 X표를 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그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난 원래 baby face를 싫어해'

송혜교라면 그럴 법도 하지만 한국인의 기준으로 나머지 배우들까지 그리 동안으로 생각되지는 않았는데 그의 다음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한국 TV는 어려 보이기 위한 전쟁터같다. 모든 사람들이 나이보다 젊게 보이려 노력하는 것 같다. 물론 그게 저절로 될 리가 없지 않나. 왜 그게 자연스럽지 않다는걸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건가."

뭐, 당연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심지어 '내가 몇살로 보이냐'는 일반인들에게조차 실제 보이는 나이보다 2-3년 정도 깎아서 얘기해 주지 않으면 토라지는게 요즘 세상이니 말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동안으로 꼽히는 주철환 전 OBS 사장이 새 책 '청춘'을 내셨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10년 젊게 사는 법'입니다. 참고로 이분은 올해 만 55세입니다. 직접 대면해 나이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랍니다.

여기까지 얘기하면 이 책은 '동안으로 살아가기 위한 비결'이란 느낌을 줍니다. 사실이지만, 이 책의 단 한줄도 '노안을 방지하기 위한 식품/피부마사지/운동법/보톡스 시술/성형수술/주름제거 화장품' 등에 대한 내용에 할애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가장 비슷한 내용이라면 "동북 중-고교 재학때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동안 그늘에서 응원을 한 결과 좀 더 오래 흰 피부를 간직하게 된 것 같다" 정도입니다.^^

그럼 대체 뭘로 동안을 만들라는 걸까요. 그 부분에 대한 이 책의 입장은 매우 단호합니다. '동안(童顔)의 근거는 바로 동심(童心)'이라는 겁니다. "뭘 먹으면 젊어지냐는 질문에 나는 일단 '마음을 먹으라고 대답하겠다"는 부분이 서문에 나옵니다. 즉 철들지 않는 마음이 바로 동안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13권의 책을 내신 이 분의 저서를 훑어보면 거의 모든 책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놀라운 수준의 말장난입니다. ㅋ

'젊어선 1억 모으기보다 추억 모으기가 낫다' '내가 생각하는 겸사겸사란 겸손하고 사랑하자는 말의 강조형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훔쳐라. 우리말의 훔친다에는 도둑질이란 뜻과 걸레질이란 뜻이 있다. 걸레야말로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존재 아닌가?' '무모한 사람은 무지하고 모순된 행동을 하지만 용감한 사람은 용서하고 감사할 줄 안다' '부자유친-부드럽고 자상하고 유연하고 친절하게'...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 분을 가까이서 접한 분들은 이 책에 나오는 건 약과 수준이란 걸 충분히 아실 수 있습니다. 수시로 쏟아지는 신조어와 정리, 두운과 각운을 이용한 댓구 만들기 등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저는 그래서 "아마 말장난으로는 대한민국 랭킹 2위일 것"이라고 말씀드리곤 합니다.

서문에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장차 늙은이가 될 젊은이와, 늘 젊은이로 살고 싶어 하는 늙은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이야기'라고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미 애늙은이로 살고 있는 젊은이들과, 왜 내가 젊게 살아야 하는지를 의아해 하는 노인들에겐 아무 가치가 없는 책일지도 모릅니다. 아울러 집필 배경을 생각하면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작 이 분은 여러 가지 이유로 한창 현역이시지만, 사실 55세라는 나이는 우리 사회에서 '정년'이란 글자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물론 요즘의 분위기에서는 정년까지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것만도 사치라고 할 수 느낄 사람이 꽤 많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55세란 나이가 결코 많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60대에도 예전의 4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몸이 젊은데, 세상은 그 분들에게 '이제 당신들은 퇴물에 가깝다'고 강요하곤 합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분들에게 '겉만 젊어 보일 필요가 없다. 속이 젊어야 한다. 속이 젊으면 아직 당신은 청춘'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겁니다.




젊어 보이기 위해 보디빌딩을 하고, 거대한 챙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조깅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만 골라 먹고, 보톡스 주사를 맞고, 이마 주름을 당겨 펴는 것도 어떤 분들에게는 의미 있는 삶일 겁니다. 특히 50/60대에도 20대가 입는 첨단 유행을 소화하려 하고, 능글맞게도 딸 같은 분들을 탐욕의 대상으로 삼는 분들도 나름 인생이 만족스러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아니라면 권할만한 책. 개인적으로는 '청춘'이란 제목을 들으면 김창완의 '청춘'이란 노래가 먼저 떠오르지만, 이 책의 '청춘'은 예전 교과서에 나오던 민태원의 '청춘예찬'의 정서에 훨씬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딱 두가지만 더 걸고 넘어가겠습니다.^



P.S.1. 네. 제가 그랬습니다. 의심나는 분들은 영어사전에서 SKINSHIP 쳐 보세요.^



P.S.2. 당연히 불쏘시개로 쓰일수 있겠지만 모나리자는 종이와 물감으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이 그림은 포를러나무로 만든 나무 판에 그려진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훨씬 잘 타겠죠.^^


P.S.3. 혹시 방송 관련 비화나 스타들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시는 분들은 매우 실망하실 겁니다. 이 분 책을 10권 넘게 쓰셨습니다. 그런 얘기는 당연히(?) 다른 책에 다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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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니지만 제게는 꽤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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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노장 김영희 CP의 복귀 이후 오랜만에 돌파구를 찾은 느낌입니다. 물론 4일 시청률이 11.0%를 기록한 건 KBS 2TV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이 파업 관계로 하이라이트 편집 방송을 내보냈기 때문이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방송 2개월을 맞은 '뜨거운 형제들'이 전국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는 호기를 맞았다는 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사실 '뜨거운 형제들', 혹은 '뜨형'은 방송 초기부터 '최초의 아바타 프로그램'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꽤 뜨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이미 탄탄한 시청층을 구축하고 있는 '남자의 자격'에 밀려 어느 한계 이상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것이 이번 KBS 파업으로 전세를 역전시킬 발판을 찾은 셈입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 이기광-김구라 조의 활약이 있었습니다.

아마 채널을 돌리다가 4일 처음으로 '뜨거운 형제들'을 보신 분들도 꽤 있을 겁니다. 대체 어떤 프로그램이었을까요.



'뜨거운 형제들'의 핵심적인 재미는 한 사람이 조종자가 되고 다른 한 사람은 아바타가 된다는 데서 출발합니다. 아바타는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멀찍이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조종자의 의사대로 행동하게 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은 당연히 오버액션을 유발하게 됩니다. 조종자는 조종자대로, 어차피 자기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극단적인 언행을 요구하게 됩니다. 직접 행동에 나서는 아바타는 자신의 얼굴이 나오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어차피 아바타도 '이건 내 의지가 아니야. 나는 아바타야. 나는 시키는 대로 할 뿐이야'라는 변명거리를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에 역시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과감하고 몰상식한 행동을 하게 됩니다.

제작진은 가끔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왕 게임'에서 이 프로그램의 모티브를 따 왔다고 설명합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왕 게임이란 왕 카드를 뽑은 사람이 무작위로 1번, 2번, 3번, 4번으로 번호가 붙여져 있는 한 자리의 인물들에게 닥치는대로 명령을 해서 복종하게 하는 게임을 말합니다.)

이런 아바타 놀이는 여러가지 상황을 통해 시도되다가 최근 소개팅으로 발전했습니다. 즉 아바타는 소개팅을 하고, 조종자는 그 아바타를 통해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것이죠. 이것이 점점 발전에 이제는 한 여자를 놓고 두 아바타와 두 조종자가 대결을 벌이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과연 전면에 나서 있는 아바타가 당장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이 과연 누구의 것이냐를 소개팅녀가 맞추게 하는 게임으로 발전하면서 재미를 더합니다. 얼추 보자면 고전극 '시라노'의 냄새를 풍기기도 하죠. 내면은 아름답지만 우스꽝스러운 외모를 가진 시라노가 잘생긴 동료를 이용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게 한다는 설정 말입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이다 보니 이렇게 서정적이지는 않습니다만...^^)


4일 방송에서는 한상진의 조종을 받는 박휘순과 김구라의 조종을 받는 이기광이 도자기를 구우며 한 여성에게 구애하는 설정이 방송됐는데, 여기서 이기광과 김구라의 호흡이 만만찮게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아이들 그룹 비스트의 멤버인 이기광은 이미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준혁학생(윤세윤)의 친구 세호 역으로 익숙한 얼굴이지만 이때에도 착한 모범생의 이미지였고, 가수 활동으로 인인한 들쭉날쭉한 스케줄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그리 강한 인상(비교의 기준은 역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주인공 형제의 친구 역으로 나온 김범이나 황찬성입니다)을 남기지는 못했습니다.



'뜨거운 형제들'을 통해 이기광은 김구라의 독설 캐릭터를 가장 잘 소화하는 아바타로 각광받게 됐습니다. 특히 4일 방송에서는 '사탄의 인형'에 나오는 처키 같은 눈빛을 보이며 진정 김구라가 빙의한 듯한 모습으로 악질 연기를 펼쳐 여러 차례 웃음을 폭발시켰습니다. 글자 그대로 '악마돌'혹은 '독설돌'이라고 부를 만 했습니다.

"방송에 협조해!" "그 얼굴에 키 커서 좋겠다" 등등의 멘트는 이기광을 통해 전달되자 김구라가 직접 던지는 것보다 훨씬 '독하게' 느껴지더군요. 김구라마저도 "넌 이미 날 넘어섰다. 아우리 몇년 뒤에 인터넷 방송 같이 하자"며 이기광의 악동끼를 인정했죠.


하지만 이 아바타를 이용한 소개팅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서, '뜨거운 형제들'의 인적 구성에 다소간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8명으로 구성된 '뜨거운 형제들'의 멤버들은 아바타로 나섰을 때 효과적인 멤버와, 조종자일 때 최적인 멤버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박명수와 김구라, 박휘순과 탁재훈은 누가 뭐래도 후자, 즉 조종자일 때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상진과 이기광은 아무래도 조종자일 때 보다는 아바타일 때 그 진가가 발휘되는 구성원들입니다.

문제는 '돌아가면서 조종자와 아바타를 번갈아 맡는' 시스템이 현재의 구성원들과 그리 맞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휘순이 한상진을 조종할 때에는 건실한 외모에 맞지 않는 기상천외의 코믹한 행동이 웃음을 자아내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과연 어떤 강점이 있는지를 쉽게 발견할 수 없습니다.

물론 탁재훈이나 이 코너를 통해 기량이 급진전된 이기광은 양쪽 모두에서 어느 정도 재능을 발휘하고 있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기량이 어느 한 쪽으로 몰려 있는 편입니다. 게다가 쌈디와 노유민은 어느 한 쪽에서도 장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점으로 부각됩니다.

따라서 현재의 아바타 게임은 박명수-한상진, 김구라-이기광(물론 둘다 전자가 조종자) 같이 호흡이 잘 맞는 조종자와 아바타가 짝지어진 상황에서 웃음이 터지지만 나머지 조들은 제 구실을 못한다는 문제점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조종자로서 뛰어난 구성원은 그냥 조종자의 역할에 국한시키고, 역시 아바타로서 제 기량을 발휘하는 멤버들은 굳이 조종자 역할을 맡기지 않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어느 쪽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 멤버들은 정리하고, 아바타 요원들은 가끔씩 물갈이를 하는 것도 코너의 신선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을 듯 합니다.

물론 코너의 제목인 '뜨거운 형제들'은 8명의 멤버들이 굳은 형제애로 뭉쳐 계속 코너를 끌고 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 꼭 거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죠. 어차피 8명이나 되는 멤버들이 '1박2일'이나 '무한도전' 팀의 팀웍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쌈디나 이기광은 소속 팀의 새 앨범이 나오면 어차피 빠져 나갈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4일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시청률이 오랜만에 두 자리를 기록했다는 건 여러 모로 고무적입니다. 이렇게 해서 평소 전혀 노출되지 않았던 시청자층을 끌어들인 '뜨거운 형제들'이 과연 다음주, 다다음주, 혹은 언제든 KBS 파업이 끝났을 때에도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P.S. 이 '소개팅녀'들에게도 관심이 쏟아지는 걸 보면, 몇년 뒤 스타 아무개 아무개의 데뷔작은 '뜨거운 형제들'이었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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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의 많은 선수들이 새롭게 조명받았지만 대중의 사랑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가장 많은 것을 얻은 선수는 역시 차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6년을 거른 게 아쉬워서였을까요, 많은 네티즌들은 8년만에 월드컵 무대에서 보게 된 차두리를 해묵은 '차두리 로봇설'로 반겼습니다.

물론 이 로봇설은 이미 22번을 달고 있는 차두리를 11번으로 알고 있거나(업그레이드 혹은 전압 승압설로 대체^^), 등 이름 표기를 DURI로 바꾼 걸 모르고 계속 DR CHA라고 주장하거나 하는 착각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대회를 통해 평소 자신이 원하던 영어권 국가 팀인 스코틀랜드의 셀틱으로 이적하는 성과를 이룬 차두리, 그의 전설을 한번 정리하고, 그의 완성된 형태를 제시해 보겠습니다.

미리 보시자면, 발전하고 있는 차두리가 완성되면 이렇게 됩니다.



사실 차두리는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그리 리얼한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를 아버지로 두고, 탄탄한 체격과 포텐셜, 그리고 보는 사람을 무장해제시켜버리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그대로 이어받았죠. 게다가 완성된 형태보다 더욱 매력적인 '미완의 대기'였습니다.


그때문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너무나 만화적인 해석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저건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상대 수비수를 벌렁벌렁 나가떨어지게 하는 뛰어난 신체 능력과 함께 사람들에게 어느새 확신으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증거가 등장했죠.


일찌기 1970년대말, 세계를 휩쓴 가족계획의 열풍 속에서 국내에도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등장했습니다. (그게 30년만에 '제발 아이좀 많이 낳아 기르자'는 걸로 바뀔 줄은 당시로선 아무도 몰랐죠.)

아무튼 이때 차감독님은 당시 장녀 하나양과 함께 이 캠페인의 모델로 등장, 저런 대국민 약속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가족은 하나-두리-세찌라는 세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차감독님이 대국민약속을 깨실 분이 아니라는 걸 감안하면 세 자녀 중 하나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이 바코드의 발견, 그리고 나이지리아전 첫골을 허용한 뒤 차감독님이 외친 "차두리가 사람을 놓쳤어요!"라는 절규는 역시 차두리는 진짜 사람이 아니라는 증거로 사용될 만 합니다.


사실 차두리의 제작 연도가 1980년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이 연도는 프로젝트 착수 연도로 보이며, 실제 제작 연도는 그보다 훨씬 늦은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동생 세찌군과 똑같이 생긴 얼굴 때문입니다. 아마도 세찌군이 다 자랐을 때의 얼굴이 차두리의 모델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실제 제작 연대는 90년대 후반 정도일 것으로 보입니다.

인터넷 모처에서 발견된 X레이 사진입니다.



더구나 세계 각지에서 차두리의 초기 실험 모델 혹은 유사품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실패작으로 버려진 초기 모델입니다. 얼굴 부분이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이때문에 성격이 비뚤어져 악의 화신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부작용으로 마술을 쓰게 됐죠.



현재의 차두리 1호보다 1년 늦게 프로젝트가 시작된 슬로바키아에서 라이센스로 생산된 제품입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는 바람에 차두리의 비밀이 밝혀지는데 일조하기도 했습니다. 스펠링에서 h를 뺀 건 1호기와의 혼동을 피하자는 의도로 보입니다.

물론 개발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

최근 발견된 자료에 따르면 이런 콘헤드 스타일의 모델도 있었던 듯 합니다만, 스포츠형 모델로는 여러모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험용 기종 가운데는 여성형도 있었습니다. 1976년 중국에서 제작된 조미 1호입니다. 당시 모델은 골키퍼를 목표로 제작됐다고 합니다.

어쨌든 현재의 주 모델은 차두리 2호기(22번)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모델은 최근 색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바로 인간의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죠. 물론 오일이 샌 거라는 일부 주장도 있었지만, 다수 의견은 로봇의 한계를 넘어 인간이 되어 가고 있는 증거라는 겁니다.

그래서 등장한 이론이 차두리는 지금도 놀라운 속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인간의 레벨을 넘어선 초능력을 갖게 될 거라는 예측입니다.


바로 '왓치맨'의 닥터 맨해튼이 그 완성형의 모습입니다.


아시다시피 이 레벨이 되면 옷 입는 걸 매우 싫어하게 되죠. 지금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무튼 신의 영역에 도달하게 됩니다.




1980년생인 차두리는 2014년이면 34세. 축구선수로서는 환갑 나이라고 보는게 정상이지만 현재 포지션이 수비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탈리아의 전설 말디니(2002 월드컵 당시 34세)나 칸나바로(현재 이탈리아 대표, 37세) 같은 노장의 투혼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심지어 아버지 차범근 감독은 체력소모가 심한 포워드로도 33세의 나이에 1986년 월드컵에 출전한 바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2014년 월드컵 때에도 차두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 나이에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을 질주한다면, 그건 아마도 그가 사람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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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민효린의 상당히 파격적인 화보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사실 민효린은 지금까지 '온라인 이슈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연예인 성공 모델의 표본 같은 주인공입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 '절대 성형하지 않았다'며 '명품 코'를 검색어로 등장시켰고, 이어 '기다려 늑대'를 통한 가수 데뷔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리곤 김연아가 일으킨 피겨 열풍을 타고 '커피프린스'의 이윤정 PD가 제작한 '트리플'의 주인공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여기까지는 제대로 물살을 탔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트리플'에선 남자 주인공 이정재와 불균형이 좀 심했고, '트리플'이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해 거기서 브레이크가 걸리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화보가 약간 애매했던 국면의 돌파구가 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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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를 본 첫 느낌은 그 뒤로 잠잠했던 민효린이 또 한방 터뜨렸구나 하는 것입니다. '이슈화를 통한 성장'이라는 기본 모델 안에서, '앳돼 보이는 이미지 제거'를 주제로 삼은 이벤트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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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좀 늦은 감도 있습니다. 민효린은 1986년생이므로 만 24세. 이미 동갑내기인 홍수아나 이채영, 2년 어린 서우나 유이(애프터스쿨)가 '여성미'를 잔뜩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더 어린 걸 그룹 멤버 중에도 89년생인 유리는 이미 '여자'의 느낌을 충분히 내고 있죠.

물론 여태까진 어려 보이는 외모의 덕을 본 부분도 분명 있기 때문에 늦어서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다만, 훨씬 어린 친구들이 더 여자처럼 보인다는 건 좀 께름칙할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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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미를 강조하는 방안에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유리나 포미닛의 현아처럼 그런 느낌을 타고 난 경우도 있지만, 태어날 때부터 베이비페이스의 운명을 타고 난 경우에는 그게 쉽지 않죠. 87년생인 문근영이 대표적입니다. 노출을 한다고 뭐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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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살짝 퇴폐적인 느낌이 등장합니다. 뭐랄까, 농염하다거나 성숙하다는 느낌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어쨌든 이제 '소녀가 아니라 여자'라는 느낌은 확실히 주고 있습니다.

이런게 바로 화보의 위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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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인 고아라도 조금씩 시도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타고난 신체조건 때문에 시상식장 같은 곳에서 꽤 과감한 의상을 입어도 큰 효과는 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런 화보가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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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시도 가운데서 김소은은 좀 너무 많이 나간 듯도 합니다만.^^ 김소은인지 알아보기도 쉽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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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전략은 만국 공통입니다. 성년이 빨리 오는(?) 해외에선 이런 변신의 시기가 빨라지죠. 최근 영화에서 보여준 아역 스타 다코타 패닝의 파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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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해리 포터' 시리즈의 엠마 왓슨이 이미 걸었던 길을 걷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엠마 왓슨은 열애설까지 한몫을 했는데... 시기적으로는 '해리 포터' 시리즈의 프로듀서들이 짜증을 냈을 법도 합니다. 자칫 시리즈의 청소년 여주인공 이미지를 깰 수도 있기 때문이죠. 뭐 그쪽 사람들의 생각은 또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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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앙증맞은 이미지에서 킬힐과 도발적인 여성미로 대폭 변신한 민효린을 보니 참 격세지감도 느껴지고, 전체적으로 신선하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런 일은 계속 되풀이되겠죠. 다음번에는 또 누가 '화보를 통한 성인 이미지 전달'에 뛰어들지 궁금합니다.

단 주의해야 할 것은 화보만 찍는다고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 건 아니란 점이죠. 민효린은 거의 24시간 동안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민효린'이란 이름을 다시 한번 주목의 대상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기존의 이미지로 새로 부각시키려는 이미지, 그리고 그 이미지 변화를 주도할 전문가, 가장 효과를 발휘할 시점의 선택 등에서 종합적으로 좋은 판단이 있었던 결과라고 봐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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