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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청담동 살아요'는 JTBC 개국 전부터 가장 기대를 모은 콘텐트 중 하나였습니다. 국민 어머니 김혜자의 시트콤 데뷔작이라는 점, 일찌기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와 극장판 '올드 미스 다이어리', 그리고 영화 '조선명탐정'을 만든 김석윤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 주목을 끌었습니다.

그리고 방송 시작. 국민 어머니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궁상 아줌마로 변신한 김혜자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함께 '청담동 살아요'는 시청자들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습니다. 매주 월~금요일 오후 8시대라는 만만찮은 시간대(MBC TV의 '하이킥' 3부와 일일드라마가 상당 부분 겹치죠)에 자리잡은 '청담동 살아요'는 힘든 싸움이지만 확실히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혹시 '청담동 살아요'를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분들, 에피소드가 빠져 내용을 따라가지 못한 분들을 위한 '일단 가이드'입니다. 한번 보시면 헤어날 수 없는 무시무시한 중독성 경고는 생략합니다.






먼저 혜자. 

혜자네 식구가 청담동으로 오게 된 건 어느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밤의 일이었습니다. 경기도 서평(찾아보진 않았지만 아마도 가상의 지명일 겁니다)의 단칸방에서 TV를 보고 있던 혜자는 '서해안에서 낚시를 하던 이낙구씨가 해일 때문에 실종됐다'는 뉴스를 보자 짐을 싸기 시작합니다. 사고무친인 '낙구오빠'는 청담동에서 만화가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서평에서도 살 길이 막막했던 터라 그 집을 차지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말만 청담동이지 사는 건 예전과 똑같은 혜자네 가족이지만, 혜자는 어찌어찌하다가 부잣집 마나님으로 오해를 받고, 상위 1%들만 드나든다는 글로리아 백화점^^ 문화센터의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 클럽 멤버가 됩니다. 이때부터 자신의 실체를 감추기 위한 혜자의 필사적인 노력이 시작됩니다.

하는 일마다 운이 따르지 않아 그렇지 혜자는 한방에 거주지를 옮기는 과단성도 있고, 엄청난 양의 만화 독서로 쌓은 교양(최근에 '귀신의 물방울'이란 만화 덕으로 와인 지식을 뽐내기도 했죠^), 가끔씩 알바로 일본 관광객들을 위한 가이드를 할 정도의 일본어 실력도 갖춘 능력자입니다. 그러니 아슬아슬하게라도 '청담동 상류층 행세'를 할 수 있는 거겠죠.

그런 한편, 혜자의 일거수 일투족은 그 온 국민이 바라마지 않는 '청담동 생활'이란게 얼마나 허영과 거품인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마도 '청담동 살아요'의 진짜 주제는 이 쪽에 있는게 아닐까요.


 
보희(이보희)는 혜자의 유일한 여동생. 미모 덕분에 20대 초반 시절 영화배우로 딱 한 작품을 히트시킨 적이 있고, 그로 인해 재벌 2세와 결혼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엄청난 주사 때문에 결국 이혼당하고 혜자에게 얹혀 사는 신세가 됐습니다.

지금도 미모는 여전하지만 살아가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술은 전혀 없는 민폐의 화신입니다(혜자는 청담동으로 이사 오면서 보희를 버리고 오려고 시도한 적도 있습니다). 남편 정회장이 신문이나 TV에 나올 때마다 속을 끓이고 술병이 도지고, 정회장이 집어 주는 5000만원짜리 수표는 땅바닥에 팽개칠 정도로 괜히 통만 커서 더욱 골치덩이입니다.



혜자의 딸 지은(오지은). 혜자의 딸이자 보희의 조카답게 미인이지만 설정상으론 약간 예쁜 정도의 얼굴입니다. 어찌 어찌 하다가 청담동의 VIP들만 드나드는 레스토랑에서 매니저로 일하게 됐고, 여기서 A급 킹카 상엽과 자꾸만 엮이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남자 하나 잘 물어서 바닥 생활을 탈출하려는 의지 때문에 청담동 생활이 지은에게는 행운이면서도 고통입니다. 자신이 꿈꾸는 생활이 바로 앞에 있지만, 정작 자신은 그 거리에서 이방인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지은 앞에 만화가게 백수 현우(현우)가 자꾸만 어슬렁거립니다.



외모, 집안, 실력, 모든 것을 갖춘 상엽(이상엽)은 지은이 꿈꾸는 생활로 지은을 데려다 줄 수 있는 티켓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뺀질뺀질하기 짝이 없고, 수시로 여자(그것도 자신과 어울려 손색이 없는 A급 미녀들만)를 바꿔친다는 게 문제죠. 지은은 어떻게든 작업을 해 보려 하지만, 바둑으로 쳐서 지은이 3급이라면 상엽은 5단쯤 됩니다.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는 존재지만 아주 멀리 가버리지도 않는, 아주 고통스러운 존재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이 작품에서 상엽은 지은의 시선에서만 존재감을 갖습니다. 지은에게 탄탈로스의 고뇌를 안겨주기 위한(tantalize라는 동사가 이 신화에서 나왔죠^^) 존재인 겁니다. 

물론 언젠가는 상엽도 지은의 매력을 알아 볼 때가 올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얼마전까지 '뿌리깊은나무'에서 학사 성삼문으로 나오던 꽃미남 현우. 늘 혜자네 만화가게에서 빈둥거리는 백수고, 직업을 물으면 '뮤지션'이라고 합니다. 잘생기긴 했지만 어딜 봐도 돈이 있을 것 같지는 않기 때문에 애저녁에 지은의 작업 선상에서 제외된 인물입니다.

그런데 어찌어찌하다가 아예 혜자네 옥상의 콘테이너에서 살겠다고 들어오고, 지은은 현우가 자신에게 마음이 있는게 아닌가 불안해합니다(네. 잘 생겼기 때문에 불안한거죠).

물론 웬만한 시청자들이면 눈치채셨겠지만 현우는 그냥 가난한 백수는 아닌 듯 합니다. 대체 현우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앞으로 등장할 볼거리.



혜자의 남동생 우현(우현). 딱 한번 만화를 출간한 적 있는 만화가이며 역시 생활력은 없어 혜자에게 얹혀 삽니다. 혜자의 하숙생인 '인상 나쁜 3인조'의 맏이인 셈이죠.

역시 최근 '뿌리깊은 나무'에서 이방지 역으로 존재감을 과시한 연기파 배우 우현답게 이 시트콤에서도 최강의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다음주 쯤에는 이방지 패러디도 등장할 듯...?



혜자네 하숙생 상훈(오상훈). 역시 인상 나쁜 얼굴 때문에 뭘 해도 오해를 사고, 아이들은 눈 마주치면 우는 인물이지만 마음씨만큼은 비단결. 인상과는 거리가 먼 순박한 인물입니다.

악역 3인방의 막내. 본래 무술감독 출신으로 영화 '조선명탐정'에서 무인 역을 맡기 전까지 온갖 영화에서 건달 역의 조연으로 활약해온 배우입니다. 언젠가 '청담동 살아요'에서도 그의 액션을 볼 수 있게 될지도...



기러기 아빠인 성형외과 의사 무성(최무성). 송금할 양육비 때문에 혜자네 하숙생이 된 신세.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에도 불구하고 생활고와 엄청난 외모! 때문에 역시 정상적인 '청담동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합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 최민식의 동료 연쇄살인마^^역을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잘 해내 강한 인상을 남긴 인물입니다. 여기서도 가끔 광기어린 눈빛(^^)으로 그때를 연상시키죠. 악역 3인방의 중심.



지은이 일하게 된 VIP 레스토랑의 셰프 정민(황정민). 해외 유학파인데다 영국 여왕과 절친(?)이고 요리 솜씨도 뛰어난 전문가이지만 역시 '청담동에서 행세'하기엔 2% 부족합니다. 바로 외모.

하지만 실력과 자부심으로 꿋꿋하게 청담동 생활을 이어갑니다. 도도하고 까칠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속도 깊고 이해심도 뛰어납니다. 혜자와 지은의 실체를 가장 먼저 알게 되지만 함께 비밀을 덮어 주는 공범 역할을 자청합니다.



혜자가 오기 전부터 만화가게 건물 지하에 세들어 살고 있던 5인조 청담불패의 기획사 사장 관우(조관우). 말은 사장이지만 실제로는 아무 능력이 없는 백수건달입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먹는 라면을 빼앗아 먹기도 합니다.

'얼굴없는 가수'에서 '나는 가수다'를 통해 엔터테이너 기질을 보여준 조관우. 연기까지 보여주는 걸 보면 갑작스런 변신이 참 놀랍습니다.



관우가 키우는 5인조 '청담불패' 아이돌 준비생. 좁은 방 안에서 몸을 공처럼 감고 자고, 늘 배고픔과 추위에 시달리는 아이들이지만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꿈을 안고 있습니다. 가끔씩 들려주는 아카펠라 실력은 '청담동 살아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 이름은 알 수 없지만 늘 입고 나오는 의상이 항상 똑같다는 점이 포인트입니다.

실제로도 연습생인 이들은 곧 비스트와 포미닛이 소속된 큐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데뷔할 예정입니다. 그때도 이름이 청담불패일지는...ㅋ



혜자의 어린 시절 서평여고 동창생 승현(서승현). 왕년엔 여고 짱의 주먹 실력을 뽐냈지만 시집을 잘 간 덕분에 청담동 사모님이 되어 있고, 혜자와 문학 클럽에서 마주쳐 혜자를 긴장시킵니다.

혜자가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가장 경계하는 인물 1호. 혜자와는 별 나쁜 감정이 없지만 보희와는 어렸을때부터 앙숙입니다.

 


이낙구씨가 키우던 개 개똥이. 옥상 콘테이너 박스 옆에 살고 있는데, 본래 주인이 현우였다는 게 얼마전에 밝혀졌습니다. 현우의 비밀과 관련이 있는 개.



가끔 김혜자 선생의 연기를 볼 때마다, 표정의 '천연덕스러움'이 참 코믹한 요소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청담동 살아요'에서는 그런 '천연덕스러움'이 활짝 피어납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욕망이 살아 숨쉬는 곳 청담동. 그 욕망의 무대에서 '나야말로 바로 청담동의 주인'이라고 자부할만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그 잘 나가는 사람들은 정말 마음 속에 티끝만한 불안감이나 열등감이 없을까요? 그들이야말로 더 큰 가식과 위선으로 행여 상처받을지 모르는 본체를 똘똘 감아 보호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청담동 살아요'는 그 핵심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총 200회로 기획된 '청담동 살아요', 이제 딱 10%가 지나갔습니다. 당연히 새해부터는 더욱 확장된 혜자 가족의 이야기가 진행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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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JTBC '소녀시대와 위험한 소년들'의 컨셉트에 대해 들었을 때에는 상당히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러니까 소녀시대에게 다섯 명의 비행청소년들을 데려오고, 아홉 멤버가 다섯 소년들의 멘토가 되어 바른 길(?)로 이끌어 준다는 거였죠.

별별 생각이 다 오갔습니다. ...과연 선도가 될까. 어쨌든 소녀시대 멤버들이 모두 다 주위에서 말하는 속칭 '범생이'는 아니었을텐데(물론 서현양은 의심하지 않습니다^^), 이들이 과연 멘토 역할을 할 자격은 될까. 한 단계 더 나가서, 전국의 청소년들이 '나도 소녀시대 누나들을 만나고 싶다'며 집단적으로 "비뚤어질테다"를 외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마침내 첫회가 방송됐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직 신생 방송사의 여러 가지 여건상 '내부자'들도 방송이 나가기 전 콘텐트를 요모조모 뜯어 보면서 꼼꼼히 검토할만한 여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꽤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분 부분 보는 것과, 전편을 한꺼번에 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더군요.



방송이 나가기 전, 실시간 검색을 통해 소녀시대 팬들...로 추정되는 분들의 반응을 슬쩍 살펴봤습니다. 대략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할 수 있을 듯 했습니다. 1번 그룹은 '방송 정말 기다려진다'에서 '어떻게 하면 나도 위험한 소년으로 선발될 수 있느냐'까지, 호기심을 보이고 있는 편입니다. 'SM 앞에 가서 옷벗고 막 난동부리면 뽑힐 수 있냐'는 의견도 있더군요.^^ 

두번째는 '이따위 프로그램 확 망해버려라' 그룹입니다. '종편 망해라' 그룹은 아니고, '어떻게 우리 누나들을 그따위 놈들과 붙여 놓을 수 있느냐'는 쪽입니다. 소녀시대에 대한 사랑이 질투로 변하면서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런 놈들과 보낼 시간이 있으면 팬미팅을 하지!'라는 절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소년들일까요.


황용현. 전형적인 '뺀질이'입니다. 예고편에서 '놀고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국회의원이 장래 희망이라고 말한 그 친구입니다.

그저 노는데 정신이 없고, 늘 지능적인 거짓말로 위기를 벗어나려 합니다. 곱상하고 순진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술 담배는 기본이고, 술을 마시고 경찰서에서 난동을 부려 구치소에도 다녀온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일단 언변과 지능이 우수하고, 사교적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보다는 훨씬 더 위험할 수도 있어 보입니다. 진심이 잘 드러나지 않는 타입으로 보입니다.

윤아/효연 담당.


박경규. 부산 출신이고 현재 학교를 자퇴한 상태. 폭행으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고, 가출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쉼터에서 픽업됐습니다.

결손가정에서 생활하고 있고, 스스로도 순간적인 폭력을 억제하지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충동조절장애 - 이건 흔히 말하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받아야 하는 병입니다 -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영/티파니 담당.



김회훈. 경남 거창 출신. 가장 의욕이라는 게 없어 보이는 타입. 뭘 하고 싶다기보다는 만사가 귀찮아 보입니다. 목표는 군대 다녀와서 '자는 것'.

욕을 많이 하는 건 혼자만의 특징이 아니고, 아직 특별히 눈에 띄는 점은 없습니다. 안경을 썼을 때와 안 썼을 때 이미지가 퍽 다릅니다.

서현/태연 담당.


구지수. 이렇게 찍어 놓고 보니 신장이 꽤 작군요.^ 광주 출신으로 가장 쿨해(?) 보이는 타입입니다.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나름의 논리가 있고, 말수가 적어 허점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죠.

특히 대화를 할 때 다른 사람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방법을 몸에 익히고 있기 때문에, 어른이든 아이든 이런 친구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애어른이라고 할까요. 가수를 꿈꾼 적이 있고, 노래 실력도 꽤 있어 보입니다.

유리/제시카 담당.


김성환. 나이도 가장 어리고, 1m86의 신장에 꽃미남 풍의 얼굴을 갖췄습니다. 힙합에 관심이 많고 공부를 하지 않을 뿐, 이미 '비행'을 어느 정도 경험해 본 '형들'과는 약간 다릅니다. 담배도 피우지 않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을 거라고 속단해선 안될 듯. 앞으로 지켜보다 보면 의외로 주위와 잘 섞이지 못하는 문제를 보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써니 담당(9를 5로 나누면 누군가는 단독 담당일 수밖에...)

어쨌든 프로그램은 이들 소년들의 평소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음주, 흡연, 욕설은 기본입니다.

학교에서의 모습은 더욱 충격적입니다. 교사들도 어떻게 제지하지 못합니다. 그저 말로 달랠 뿐입니다. 아이들도 전혀 교사나 교실의 권위를 인식하지 않습니다.






아마 대다수 시청자들의 느낌도 소녀시대 멤버들의 반응과 별로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이 다섯 소년보다 그 현장의 '분위기'가 정말 더 심각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렇게 세상 무서운 것 모르는 다섯 소년이지만, 소녀시대 멤버들 앞에선 순한 양이 되는 것도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하긴 누군들, 그가 대한민국의 17~19세 청년이라면, 느닷없이 소녀시대 멤버들이 눈앞에 나타나 말을 걸 때 이런 표정이 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방송에서 나온 대로 이들 앞에 소시 멤버들이 등장한다는 건 절대 비밀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 소년들에게 소녀시대가 상담자 역할을 한다면, '선도'가 효과적일 것임은 달리 의심할 필요가 없겠죠. 그건 전문가 의견과도 일치합니다.


그런데 이분 또한 소녀시대에 빠지지 않는 미인이더군요.

박소장님의 조언에 따라 소녀시대 멤버들은 이 다섯 소년을 훈련시켜 스트리트 댄스 대회에 출전시키게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섯 소년들은 합숙을 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참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이 터져나올 듯 합니다. 학교에서건, 가정에선, 당최 제재라는 것을 받지 않고 자란 다섯 혈기황성한 소년들이 어떻게 적응해 갈지...가 볼거리인 거죠.


과연 이것이 진정한 '선도'로 인정받게 될지, 다섯 소년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게 될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특성상 결과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방송에 노출된다는 사실 자체가 다섯 소년들의 인생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쪽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을 겁니다.

비록 이런 우려는 있지만, 이미 첫회를 통해 한국 청소년들이 접해 있는 환경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은 그 존재 가치를 절반은 입증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은 누군가로부터의 따뜻한 관심, 게다가 그 '누군가'가 평생 한번 만나볼까 말까 할 '여신들'이라면 기적을 만들어 낼 수 도 있을 거라고 턱없이 순진한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첫회에서 보여준 진지함이라면(물론 진지하다고 재미가 없을 수는 없더군요. 특히 진지할수록 더 코믹해 지는 서현 같은 친구도 있으니...^), 저희 채널이 부끄러움 없이 간판 프로그램으로 내놓을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소년들' - 학교에서 교사들은 '차라리 수업시간에 조용히 잠이나 자 주길' 바라고, 우등생들은 '그저 내 석차가 유지될 수 있게 알아서 밑밥을 깔아 주는' 존재로 여기는 그런 소년들 말입니다 - 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일정 부분이라도 기여한다면, 이런 예능 프로그램 하나 정도는 지금의 이 나라에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7시30분(대략 '1박2일'이 끝나갈 무렵입니다.^).

1회는 이쪽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home.jtbc.co.kr/Vod/Vod.aspx?prog_id=PR10010025&menu_id=PM10010236

p.s. 물론 청소년들을 이해하고 싶은 어른들에게도 좋은 교본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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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의 무식함'이 소재로 동원되곤 합니다. 일찌기 '무한도전'에서 여섯 멤버들은 지식, 체력, 순발력 등에서 대한민국 최저 수준임을 표방(물론 재력에서는 절대 아니지만^^)해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1박2일' 역시 마찬가지. 수시로 등장하는 퀴즈 코너를 통해 멤버들의 지적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곤 했죠.

물론 실제로 연예인이 무식하냐, 아니면 방송용 연출이냐를 떠나 이런 설정은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았던 듯 합니다. TV에 나와 수억원을 버는 연예인들이, 어린 시청자들조차도 '뭐야, 저런건 나도 아는 건데'라고 말할 만한 문제를 틀릴 때, 사람들은 묘한 우월감과 함께 쾌감을 느끼는 듯 합니다.

사실 연예인 개개인에게도 이런 '캐릭터 구축'은 매우 유효합니다. 잘생기고 고교시절 전교 회장까지 했다는 이승기가 어설프게 문제를 틀릴 때, 그렇게 해서 생긴 '허당' 이미지는 너무 모든걸 다 갖춰 자칫 얄미울 수도 있는 이승기를 국민 남동생으로 키워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JTBC의 금요일 새 예능, '아이돌 시사회'는 이런 기존의 프로그램들과는 좀 다릅니다. 사실 그동안 TV에 나오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머리 빈'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과 친숙함을 쌓아 왔다고 할 수 있죠(지금은 여신들이 되어 있는 소녀시대도 데뷔초에는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해 엄청난 오답을 대고 '어 왜 답이 아니에요?' 라며 배실배실 웃고 있었습니다). 방송가에선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시청자는 자신들보다 똑똑하게 보이는 연예인에게 거부감을 느낀다'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돌이 나오는 시사 퀴즈쇼'를 표방하는 '아이돌 시사회'는 아이돌 멤버들이 기를 쓰고 서로 정답을 맞추기 위해 나서는 프로그램입니다. 예능인들이다 보니 '방송 분량'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지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다 보니 한번 경쟁심에 불이 붙으면 무섭게 달려드는 것 역시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특징이죠.

(물론 호승심이 바로 실력으로 이어지냐, 꼭 그런 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겁니다. 의욕만 앞서고 실력은 뒷받침되지 않는 경우, 정말 폭소를 자아내는 아귀다툼이 벌어집니다.)


사실 - 제가 내부자이다 보니 - 이 프로그램의 컨셉트를 들었을 때 머리에 떠오르는 MC는 딱 한 사람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제작진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역시 그 MC를 기용하더군요.

바로 김구라입니다.


지상파 데뷔 초기, '면죄부' 문제로 논란이 일었던 김구라는 거친 막말 진행으로 한동안 비판 여론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그 공격성을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을 익혀 나가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실 그냥 거칠기만 했다면 김구라 스타일은 애시당초 지상파에서 퇴출됐을 겁니다. 하지만 김구라의 공격성에는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시원하다'고 표현할 요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나 같으면 저기서 당연히 저런 걸 물어 볼텐데' 라든가 출연자가 좀 심하게 가식적이거나 상투적인 대답을 할 때 '또 저딴 소리야?'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죠. 이런 경우 시청자의 마음속에 떠오른 저런 생각을, 아주 적나라하게 던져 주는 역할은 대개 김구라가 맡았습니다.

물론 김구라의 재능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면박을 줄 때입니다. 예를 들어, (시스타 효린이 '눈치없이' 나오자 마자 문제를 맞췄을 때) "'붕어빵'에선 여덞살 짜리도 문제를 돌릴 줄 아는데, 이건 뭐 초짜들을 데리고 하려니..."  같은 멘트가 적재적소에서 터집니다.

이번 '아이돌 시사회'에서도 김구라는 아이돌 멤버들의 비위를 맞춘다든가, 방송을 품위있게 보이게 한다든가 하는 쪽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단 한수 위의 지적 능력과 입심으로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쪽을 택했죠.

그런데 걸그룹 시스타를 비롯한 첫회 출연자들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첫회 방송 내내 김구라는 '어라? 제법인걸?'하는 표정을 더 자주 짓게 됐습니다. (물론 원래 웃기는 것이 직업인 김태현, 김영철이나 아예 '백지 캐릭터'로 방향을 굳힌 해금이는 제외...)

사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과연 아이돌은 박원순 시장의 얼굴을 구별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만약 모른다면 '어른들'은 혀를 찰 일이죠. 그런데 아이돌 멤버들의 눈에는 박원순 시장과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닮아 보였던 모양입니다.



비슷한 사례 하나. '배우 리처드 기어의 얼굴을 맞히라'는 문제인데, 일단 '리처드 기어'라는 배우의 이름에 출연자들은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아니 어떻게 리처드 기어를 몰라?'하고 혀를 차실 겁니다. 하지만 충분히 모를 수 있습니다. 사실은 저 자신부터 '아니 어떻게 리처드 기어를 모르지?'라는 생각이 들어 저희 부서의 신입사원 후배를 불렀습니다. 참고로 1986년생, 서울대 졸업반입니다.

나: 너 혹시 앤서니 퀸이라는 배우 아냐?
그: 아뇨, 모르겠는데요.
나: 안소니 퀸이라고 하면 아냐? 혹시 그런 배우가 있다는 건 아니?
그: ...전혀 들어본 적 없는데요.
나: 그럼 혹시 아랑 드롱은 아니?
그: ....아뇨.

이런 상황이라면, 1990년대생 아이돌 멤버들이 리처드 기어를 모른다고 해서 놀랄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뭐 직접 관련은 없을 수도 있지만, 1980년대 초반생인 다른 후배와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나: (신작과 고전 영화에 대해 대화 도중)...그래도 고전 영화들은 다시 보면 재미있지 않냐?
후: (무시하지 말라는듯) 저도 옛날 영화 좋아해요.
나: 전혀 안 그런 것 같은데?
후: 아녜요. 저 요새도 옛날 영화 TV에 나오면 계속 보고 그래요.
나: 그래? 그런데 네가 말하는 옛날 영화 중에서 '제일 오래된 옛날 영화'는 뭐냐?
후: (당당하게) 백투더퓨처요.

참고로 '백 투 더 퓨처' 1편은 1985년작입니다. 뭐 저 후배들에게 공감하실 분들이 당연히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그렇다는 얘깁니다.


사실 이날 방송을 통해 시스타의 다솜에 대해 다시 보게 됐습니다. 예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날 성적으로 봐선 대단히 지적이고 또렷한 면이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디 가서 '아이돌 계의 브레인'으로 대접받을 만 하다는 느낌입니다. (네. 다솜은 박원순 시장도 알고, 공지영 작가도 알았습니다.)

아무튼 이런 재주있는 아이돌들과 김구라가 만났을 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신생 채널의 신생 프로그램이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좀 더 입소문을 타고 나면 저희 채널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잡을 듯 합니다.

첫회를 못 보신 분은 이쪽 다시 보기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아직 공짭니다.
http://home.jtbc.co.kr/Vod/Vod.aspx?prog_id=PR10010019&menu_id=PM10010033


(이날 가장 웃겼던, 김영철이 분노했던 장면.) 개그맨 김영철과도 한참 세대차가 나는 아이들. 김영철과 심현섭을 구별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문득 이 프로그램이 세대간의 다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부모님과 자녀들이 '야, 니들은 정말 저런 것도 몰라?' '아빠는 그럼 %%% 알아요?' 하는 대화를 나누며 격차를 좁힐 수 있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군요.


P.S. 본방은 금요일 밤이지만 일요일 오후 1시10분에 재방송도 한다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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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JTBC '상류사회'가 처음으로 전파를 탔습니다. '기대했던 대로 재미있더라'는 반응이 꽤 많았고, '첫회라 그런지 썰렁하더라'는 반응도 눈에 띄었습니다.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리자면 이만한 반응도 저희로서는 감지덕지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아무리 이수근 김병만이 나오고, '1박2일'의 이동희 PD가 연출자라 해도 처음 개국한 방송사, 마땅한 홍보 경로도 없는 상황에서 과연 첫회가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킬까 하는 것은 참 장담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무슨 짓을 하든 최소 5%의 시청률은 보장하고 들어가는 지상파에서도 처음 시작할 때의 '무모한 도전'과 '1박2일'이 과연 얼마나 좋은 반응을 얻었는지는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게다가 '상류사회'의 첫 방송 시간은 토요일 오후 7시30분. 지상파의 강자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토요일의 핵심 시간대입니다. 이 시간에 겁없이 뛰어든 '상류사회'가 첫 방송으로 이만한 반응을 얻었다는 건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상류사회'는 '골방 버라이어티'입니다. 그냥 장난 반으로 '펜트하우스'라는 이름을 붙인 공간(뭐 겉에서 보기엔 그럴싸합니다)이 있습니다. 이 공간을 절반으로 나눠 한 방은 이수근, 다른 한 방은 김병만이 거주합니다.

이 두 명의 거주자에게 시청자들이 보낸 택배가 도착합니다. 이 물건들을 하나 하나 까 보면서 벌이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상류사회'의 컨셉트인 겁니다.




보기엔 그럴싸하게 생긴 펜트하우스가 지어 진 곳은 여의도 인근, 영등포의 한 건물 옥상입니다. 촬영 내내 벗고 있는 두 출연자를 보면 아시겠지만 난방은 무척 잘 된다고 하는군요.^^ 물론 상류사회에 걸맞는 각종 편의시설...은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 일본의 예능성 다큐멘터리(혹은 다큐성 예능) 가운데, 일정 기간 동안 한 사람이 신문이며 방송의 상품 응모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검증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합니다. 마트의 쿠폰 응모건, 각 기업의 신제품 이름 짓기 공모건 닥치는 대로 응모해서 상품을 얼마나 타낼 수 있느냐 하는 거였죠. 리얼리티의 나라 일본답게 실제로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몇달 동안 빈 아파트에서 감금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건 인터넷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의 이야기고, 요즘은 집안에 앉아 전화 한통 걸지 않고도 온갖 생활용품을 구입해 살아갈 수 있습니다. 히키코모리들에겐 최적의 환경인 셈이죠. 

어쩌면 '상류사회'는 그런 시대에 대한 패러디인 듯도 합니다. 집 밖으로 머리를 내밀지 않아도 온갖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시대. 때로는 명품과 사치품도 직접 구매하러 나가지 않는 시대.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편리하고 발달했지만 여전히 그게 서민의 삶으로 느껴지는 시대.

이런 세상일수록 '진짜 상류사회'는 판타지에 가까운 것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세트에서 샛강 건너 보이는 고층빌딩군의 불빛처럼 말입니다. 두 주인공이 거의 원시 상태의 알몸으로 출연하는 것 역시 현대 사회의 본질에 대한 풍자를 느끼게 하죠.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담긴 제목이 바로 '상류사회'가 아닐까 합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택배로 물품을 보내 준 시청자 중 1등을 뽑아 매주 100만원씩을 '품위유지비'라는 명목으로 시상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비싼 물건을 보내 주신 분들 위주로 드린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해서야 어디 프로그램이 유지되겠습니까.^^

처음 이 프로그램을 구상하던 제작진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글쎄요, 작은 회사들이 신제품을 보내 주시는 경우도 있을 것 같고..."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럴 일은 설마 없겠지만 혹시라도 장난으로 위험한 물건을 보내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택배 물품에 대한 사전 점검은 철저하게 하고 있습니다. 어제 방송에서도 소개됐지만 X레이 검사와 안전도 체크는 기본입니다.

택배를 보내실 때 '이수근 앞', '김병만 앞'이라고 따로 따로 보낼 수도 있고, 별도 표시 없이 경쟁을 통해 갖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그 경쟁 방법까지 시청자가 지명해서 보낼 수도 있을 듯 합니다.




하다 보면 명품 스타킹을 선물받게 되기도 하고...^^

사실 첫회이다보니 택배 물품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 약점이었지만 앞으로 이 부분은 금세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각각 자신의 방에서 벌인 100M 경주였습니다. 워낙 작은 방이라 20바퀴를 돌아야 100미터가 나온다는 미니 트랙(^^). 물론 금을 밟아도, 벽을 짚어도 실격패인 엄격한 규정 때문에 뛰는 자세도 각이 안 나옵니다.

'1박2일'에서 주로 비오는 날 많이 시도됐던 '방안 게임', 그 진수를 앞으로 '싱류사회'에서 맛볼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과연 그 방 안에서 대체 둘이 뭘 하고 70분을 보낼까' 했는데 그건 기우였던 것 같습니다. 참 할게 많더군요. ㅋ





이렇게 길게 써 놨지만 핵심은 하나. '상류사회'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1661-3645로 전화하시면 됩니다.

반복하지만 결코 비싸고 화려한 물품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아이디어와 정성이 담긴, 그리고 마음이 담긴 물건이 좋은 방송을 만들어 낼 겁니다.


참 의상비 안 드는 방송, '상류사회'.

P.S. 이미 도착한 물품 가운데 개인적으로 욕심나는 물건이 있던데... 과연 그게 저 방 안에선 무슨 용도로 쓰일지...(들어가기나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상류사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저도 궁금하군요. 

P.S.2. '상류사회' 1회는 JTBC홈페이지(www.jtbc.co.kr)에서 다시 보실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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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뜨거웠던 여론이 어느 정도 식은 다음이라 살짝 민망하기도 합니다만, 2주 전에 기고했던 글이 문자로 나오기 전에 블로그로 가져오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SM타운 파리 콘서트와 샤이니의 런던 공연이 화제가 되면서 유럽의 한류가 허상 아닌 실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청소년들이 한국 연예인들을 보고 환호하고, 한글 응원보드를 흔든다는 건 정말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간밤에 방송된 SM타운 파리 콘서트 실황. 뭐 예상했던대로이긴 하지만, 유럽 관객들이 한국 가요를 따라 부르며 열광하는 모습은 참 묘한 느낌을 주더군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라 더욱 강렬한 느낌이랄까...



얼마전 주간 '무비위크'에 썼던 글입니다.

프랑스에 한류를 심는다는 뜻:

 생각해보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정훈희가 1975년 칠레 국제 가요제에서 '무인도'를 불러 3위로 입상했을 때 한동안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들은 "정훈희를 아느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나훈아와 조용필, 송창식 등 일세를 풍미한 한국 가수들은 항상 일본 시장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현지에서 체감하는 인기와 한국 내에서 알고 있는 인기 사이에는 항상 온도차가 있었다. 다소간 과장된 보도들이 너무 앞서갔다는 요인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야, 그 잘 나가는 나라들이 한국 가수(한국 영화, 한국 드라마)에 관심 가질 리가 있냐"는 냉소적인 시선도 한 몫을 했다.

2004년,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폭발적인 붐을 일으키기 시작할 무렵에도 한국인들은 대부분 '설마'라는 입장이었다. 개방만 하면 일본에 먹힌다는 생각으로 일본의 영화, 가요, 드라마를 꽁꽁 묶어 두고 있던 시대라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초기 '겨울연가' 신드롬을 보도했던 기자들은 허풍선이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80~90년대를 거치며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한 수많은 걸작 드라마나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 구와타 게이스케나 고무로 테츠야의 음악에 경도되어 있던 수많은 '일류' 팬들에게는 그닥 잘 만든 것 같지도 않은 한국 드라마에 일본 시청자들이 성원을 보낸다는게 참 믿기 힘든 일들이었던 것이다.

최근 파리에서 열린 SM타운 콘서트를 놓고도 많은 사람들이 인지부조화를 경험했다. 미국에도 쉽사리 문을 열어 주지 않았다는 자존심 높은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서 나고 자란 젊은이들이, 자신들이 평소 무시해 마지 않던 '아이돌'들에게 환호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프랑스의 문화적 자존심이란 지난 세기의 전설에 불과하다. 재미없고 수준높다는 프랑스 영화는 자국 관객들도 외면해 고사 직전이고, 뤽 베송과 그의 추종자들이 만드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액션 대작들이 극장을 지키고 있다. 프랑스 TV의 프라임 타임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는 '하우스'나 'CSI' 같은 미국 드라마다.


기획사들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파리 콘서트의 홍보 효과는 대단했지만, 까놓고 말해 '유럽 한류'는 경제적으로 득 될 바가 별로 크지 않다. 이미 한류 시장은 아시아만으로도 충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구태여 그 먼 곳까지 간다 해서 부가가치가 더 커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SM 관계자가 "스케줄상 이런 대형 유럽 콘서트는 2년에 한번 이상 힘들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유럽 한류'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건 과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울러 이 작은 나라에서 전 세계에 팬들이 있는 문화적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는 건 참 대견한 일이긴 하지만, 갑자기 관계 당국이 끼어들어 이걸 행여 '정책적으로 육성'하려거나 하는 시도는 없었으면 한다. 대중문화는 이윤 극대화를 향해 움직이게 되어 있다.

비틀즈의 브리티시 인베이전은 결국 큰 시장을 향한 이동이었을 뿐이다. 영국 정부가 비틀즈의 미국 진출에 무슨 정책적 뒷받침을 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아시아 시장이 포화가 될 정도로 K-POP의 경제 규모가 커지면 본격적인 미주/유럽 시장 진출이 시작될 것이다.



한가지 더. 이번 파리 콘서트를 계기로 K-POP 팬이 더 늘어나긴 하겠지만 프랑스 청소년의 90%가 '한류 빠순이'가 된 건 결코 아니다. 당연하다. (한국과는 달리)다양성을 존중하고 수많은 취향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한류 취향'이라는 선택 항목이 하나 더 늘어난 것 뿐이다.

비교하자면 이렇다. 프랑스 레스토랑의 와인 리스트는 길고도 길다. 이 리스트에 '라이스 와인' 혹은 '사케'라는 항목이 추가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처음 등장한 것 만으로, 그리고 그 항목을 주문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다. SM의 파리 콘서트는 그 긴 메뉴에 지금 막 'K-POP'이라는 메뉴가 등장한 것에 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끝)


 



파리 SM타운 콘서트 이후에 나온 국내의 부정적인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는 '뭐 그쪽의 내가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금시초문이라고 하더라. 별것 아닌 걸 가지고 침소봉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그리고 두번째 것은 '해외에서 좀 인기가 있다고 해서, 노예계약이니 뭐니 하는 한국 아이돌의 문제가 모두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BBC나 르몽드는 그런 점을 지적하고 있지 않느냐?'하는 종류입니다.

첫째 반응은 그야말로 한국적인 반응이라고 해야 할 듯 합니다. 한국은 좀 작은 나라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성향이 '대세'로 몰리기 쉬운 경향을 갖고 있죠. 뭐가 뜬다 싶으면 전국이 열광하고, 반면 식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싸늘해지곤 합니다. '유럽에 K-POP이 진출했다'와 '일정 정도의 성원을 얻었다'가 '유럽에서 K-POP이 대세다. 에이브릴 라빈보다 소녀시대가 더 인기있다' 'K-POP 모르면 유럽에선 왕따'라는 식으로, 엉뚱하게 해석되어선 곤란합니다. 윗글에서도 강조하고 있듯, '진출해서 크건 작건 일정 지분을 얻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입니다. 싹쓸이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의 생각은 곤란합니다.

다음, 두번째 반응은 일면 긍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런 말은 어느 분야에서나 옳을 수밖에 없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BBC의 원문 기사 제목은 THE DARKER SIDE OF K-POP(K-POP의 어두운 이면)입니다.

(원문은 http://www.bbc.co.uk/news/world-asia-pacific-13759912 에 있습니다. 시간 절약을 위해서 번역을 해 놓으신 분들 http://tellyoumore.tistory.com/169 이 있네요. 다소 거친 번역이긴 하지만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일단 이런 식의 비판은 어느 분야에서나 가능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어두운 이면'은 없을까요? 한국산 자동차는 눈부시게 성장해 한국경제를 지탱하는 큰 힘이지만, 수시로 벌어지는 노조 파업과 가격경쟁력의 문제, 그리고 부품 납품업체에 대한 착취, 아울러 수출가격과 내수가격의 차이로 인한 국내 소비자의 박탈감 등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습니다.

이번 차이코프스키 콩쿨을 휩쓴 '한국 클래식의 이면'은 어떨까요. 젊은 연주자들이 해외 음악제에서 큰 상을 받고 주목을 받으며,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과연 돈을 내고 국내 연주자의 클래식 공연 티켓을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 많은 음악대학 졸업생들은 음악에서의 성공이 가장 큰 목표일까요? 계속해서 적잖은 기린아들을 배출한 것만큼 국내 클래식 음악의 수준이 높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렇듯 '이면'이 없는 성공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음은 비판의 내용입니다. 사실 기사를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예계약'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설명이 있습니다. '제작사는 투자금을 회수(RECOUP)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초기에는)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 배분이 적을 수 있다'는 것이죠. 네. BBC 기자는 국내의 어설픈 아이돌 비판자들에 비해 논리적입니다.

(가수와 소속사의 수익 분배에 대한 내용은 예전에 썼던 이 내용을 한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fivecard.joins.com/500 실제 숫자를 가지고 얘기를 해 보면 일반적인 통념과는 좀 다른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이 기사에서 한국 가요 시장에 대해 깊은 이해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이를테면 한국의 음원 가격이 저가인 것은 맞지만, 그때문에 가수나 기획사들이 돈을 못 버는 건 아니죠. 음원을 팔아 얻는 수익의 대부분이 이동통신사나 그들과 관련된 음원 판매 업체로 넘어가고 정작 음원을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큰 몫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 지적되었어야 합니다. 한국 시장에서 가수나 제작자가 큰 돈을 벌지 못하는 것(물론 지금도 버는 분들은 꽤 잘 버시지만 어쨌든 외국에 비해 적은 돈)은 어처구니없는 수익 배분 구조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아울러 '노예계약'을 얘기하면서 '한국은 K-POP을 통해 일본처럼 멋진 이미지를 가진 국가로 부각되고 싶어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한국에서는 동방신기가 둘로 갈라지고, 결국 탈퇴한 멤버들이 JYJ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일본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SMAP라 해도 자니스를 벗어나선 존립이 불가능할 겁니다. 가수에 대한 회사의 지배력을 기준으로 노예계약을 말한다면 일본은 한국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아이돌 노예계약국가죠. 다른 점을 꼽자면, 한국 아이돌은 아시아를 벗어나 이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고, 일본 아이돌은 여전히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네. 일본 자체가 대단히 큰 시장이므로 그럴 필요가 없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의 고무로 테츠야 이후 해외로 진출하려던 수많은 시도가 모두 불발로 끝난 것 역시 사실이죠) 데서 차이가 날 뿐입니다.

'우리가 거둔 작은 성취에 너무 고무되지 말고, 우리가 가진 문제점을 제대로 보자'는 의견에는 동의합니다. 누구도 반대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문제점'만을 대단히 큰 것처럼 보고, '남들도 그만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건 사대주의적인 태도일 뿐입니다. 우리가 완벽하지 않은 만큼, 남들도 다소간 문제가 있습니다. 굳이 남들의 이야기까지 예로 들어 가며, 세상에서 우리가 제일 못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못난 짓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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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모든 것은 시장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MBC TV '나는 가수다'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수천명의 정규/사이비 분석가들이 날마다 분석했다고 보여집니다. 사실은 해석이 중요한게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어떻게 듣고 즐기느냐가 중요한 거겠지만, 뭐든 해석을 해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아무튼 시청률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있지만 계속해서 '나가수'를 보는 시청층이 있고(초반에 이 프로그램에 너무 많은 기대와 열광을 쏟아 부은 사람들은 슬슬 떨어져 나간 듯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사회에 봉사(?)하게 될지에 대한 방향은 어느 정도 잡혔습니다. 박정현이 '재발견' 되었고(참 어처구니없는 얘기지만...), 임재범이 다시 '영웅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대중의 건망증과 무심함을 엿볼 수 있는 얘기지만, 요즘 한창때인 정엽까지도 '나가수'에 출연한 이후 너무 많은 스케줄로 봄날을 맞고 있다는 얘기에선 참 할 말이 없어집니다. 대략 알고는 있었지만 한국의 음악 청취층이란 그렇게도 얇고 가벼웠던 것인가 말입니다.



아무튼 '나가수'의 '가수 발굴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옥주현을 통해 '아이돌(출신) 바로 세우기' 작업이 진행되는가 하면 - 이건 아직 미완성이라고 생각되지만 - '중년 가수 재발견 시리즈' 역시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혜진과 조관우가 이 대열에 합류했죠.

사실 장혜진과 조관우는 약간 손해를 본 부분도 있을 겁니다. 청중평가단 중 장혜진과 조관우를 얼굴을 보는 순간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 아저씨(아줌마) 누구야?'라고 얘기할만한 집단도 충분히 있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서, 처음 등장하는 가수들에게는 한곡 정도 더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굴은 몰라도 노래는 알만한' 히트곡 몇곡씩은 다 있는 분들이니 말입니다.

아무튼 젊은 한창때의 가수들과 함께 예전에 정말 '왕년에' 씨의 인기를 갖고 있었던 선배 가수들이나, 한창때이긴 해도 실력에 비해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 봄날을 맞지 못한 가수들의 '화력 시범장'으로서 '나가수'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개인적으로, 그리고 아주 편견 가득한 눈과 귀로, '나가수'에서 한번 끌어들였으면 좋을 것 같은 가수들을 꼽아 봤습니다.

 



일단 아이돌 혹은 아이돌 출신에 대해서는 조금 판단을 보류합니다. 옥주현이 나왔으니 바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한다.. 맞는 말입니다. 뭐 그건 굳이 남들이 추천하지 않아도 제작진이 알아서 하겠죠. 안 그래도 제작진의 이쪽 분야에 대한 애정은 꽤 두터워 보입니다. (물론 더 원이 아이돌이란 뜻은 아닙니다.^^)

조용필 선생을 위시한 레전드 그룹도 배제합니다. 물론 나오시기만 한다면야 시청자들의 복이겠지만 굳이 '애들 노는데' 끼고 싶지 않으시다면 강요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신승훈 이선희 이승철 이승환 이문세 심수봉 등 전혀 나오고 싶은 의사가 없는 듯한, 굳이 모실 이유도 없을 듯한 그룹을 거론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아, 그리고 현재의 '나가수'에 나와서 뭔가 반향이 있을 것 같은 가수들을 위주로 꼽았습니다. 예를 들어 김동률이나 이적, 장기하, 성시경의 훌륭함을 부정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이런 스타일의 가수들이 '나가수'의 시스템에서 생존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아울러 고함과 샤우팅을 구별하지 못하는 가수, 엄청나게 고평가되어 있지만 라이브에서 전혀 안정감이 없었던 가수, 느끼함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가수들은 제외했습니다. 물론 모두 개인적인 기준입니다.


그럼 리스트 시작.


1. 박미경

요즘 활동이 뜸하지만 만약 디바의 조건을 '다재다능함'으로 내건다면 이분을 넘어설 가수는 별로 없을 듯 합니다. 폭발력, 리듬감, 호흡, 무대 매너 등에서 흠잡을 데 없는 대형 가수죠.



2. 신효범

한때 한국에서 '목소리' 하면 신효범을 꼽던 시절이 있었죠. 뭐 이하 설명은 생략.



3. 체리필터

왜 YB는 되고 체리필터는 안 될까요? 심지어 체리필터는 밴드 답지 않게 왕년의 히트가요를 록으로 편곡한 앨범도 낸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조유진이라는 무시무시한 보컬을 생각하면... YB가 당장 긴장해야 할듯.



4. 아이비

누구?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그리고 옥주현 못잖은 안티 그룹이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지만, 사실은 백지영이 처음 '나가수'의 오프닝 멤버에 있을 때에도 비슷한 반응이 많았습니다. 개인적으론 이만한 재능을 가진 가수는 정말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론되는 다른 가수들에 비해 경험이 일천하다는 점이 약점이긴 하지만, '재발견'이란 소재에 너무나 잘 어울릴 가수가 아닐까 합니다.



5. 김조한

정엽 이후 솔 보컬 출신의 '나가수' 등장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김조한의 차례가 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왕년의 솔리드 팬들에겐 추억의 무대가 되겠군요. 물론 가공할 실력은 여전합니다.

6. 김진호

SG워너비가 재평가되어야 할만큼 하락세란 말이냐...고 반문하실 분들이 적지 않겠지만, '소머리'라는 이름으로 저평가됐던 보컬 김진호의 위력은 한번 떼 놓고 감상해볼만 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김범수와 김진호가 정면으로 맞붙었을 때 대중이 누구를 선택할까 하는 것도 궁금합니다.^^)


7. 더 원

아마 이름도 생소한 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블랙 아이드 솔이란 장르에서 임재범의 진정한 후계자가 될 자격이 있는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입니다. 최근에는 태연의 노래 선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죠. 조금 자제하는 힘만 발휘한다면 목소리의 위력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할 가수죠. (사진은 저 위에 있습니다.) 추천곡은 '죽도록'.

8. 테이

결국 밴드 활동 쪽으로 갈 길을 잡았지만 테이가 가진 황금의 목소리는 조쉬 그로번 풍의 팝페라로 변신할 때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페라 스타'를 보신 분들이라면 여기에 반대하지 않으실 걸로 믿습니다. 쇳소리를 내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성대라는 느낌.



9. 홍종명

과연 여기 이 분의 이름을 거론할 때 몇명이나 얼른 알아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SBS TV 드라마 주제곡이던 '사랑은 블루'라는 노래는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까요?), 지난 20년간 들어 본 목소리 중에서 이렇게 인상적인 목소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습니다. 높은 종탑에서 울리는 종소리 같다고나 할까요.

동영상 하나 첨부합니다. 물론 서울예대에서 교직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지만(CCM 가수로도 유명하시다더군요), 이런 가수가 이런 무대에 서고 있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목소리는 여전하신 듯.



 

10. - - -

사실 열명을 채우려니 너무 생각나는 가수가 많아 고를 수가 없겠더군요. 왕년의 기량 그대로라면 당장 모셨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전성기의 기량을 이미 잃어버린 분들, 그러고 보면 어디서 뭘 하시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분들... 지금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뭔가 조금씩은 아쉬운 분들.

여러분이라면 누구를 출연시키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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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복귀 이후 심상찮은 분위기의 MBC TV '나는 가수다'가 첫번째 미션을 치렀습니다. 박정현이 1위에 올랐고 그 뒤로는 이소라-김범수-임재범-윤도현-김연우-BMK의 순으로 등수가 매겨졌습니다. 의외라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차피 등수가 매주 변하는게 정상이고 보면 이변이란 말은 이제 의미가 없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그리고 이날 방송은 1등은 찾기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누가 하위권으로 몰릴 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겁니다. 윤도현, 김연우, BMK가 하위권으로 갈 것이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죠.

이건 이 세 사람의 노래 실력이나 당일 퍼포먼스가 나빴기 때문이라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 그보다는, 이 세 사람을 제외한 다른 네 사람이, 보다 빠르게 이 미친(?) 경쟁의 룰에 적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합니다. 바로 '대중의 허영'이라는 기준에 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영화든 드라마든 노래든 대중문화 장르에서 한 작품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대중적인 것인지, 대중적이지 않은 것인지 쉽게 알아차립니다. 예를 들어 김기덕 감독의 영화와 최동훈 감독의 영화 중 어느 것이 더 대중이 선호할만한 것인지 알아차리는 데에 어떤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가끔은 예외적인 현상이 일어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곤 합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희생'같은 영화가 한국에서 10만명씩 관객들 동원하기도 하고(그리 많지 않은 수처럼 느껴지지만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나라라는 주장이 있을 정도입니다^^), 비틀즈가 부른 'I'm the walrus' 같은 전위적인 노래가 히트곡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들에 대해서도 사실 간단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대중의 심리 속에 묻혀 있는 허영이라는 동기가 사회적인 분위기나 톱스타의 후광과 결합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가끔씩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허영은 '나는 가수다'의 8일 방송에서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사실 가수들은 매일 경쟁을 합니다. 음반이나 음원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거센 경쟁에 몸을 던지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이 경쟁은 상당히 선명하게 결과를 맺습니다. 구매자들이 직접 자기 돈을 내고 그 결과로 순위기 매겨지기 때문입니다.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고 순위만 매기는 것과, 직접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순위 매김에 참여하는 것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나는 가수다'는 다들 아다시피 500명의 청중 투표단이 가수들의 가창을 보고 순위를 매기는 게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내가 들어서 좋은' 것에 투표할까요, 아니면 '내가 보기에 수준이 높은 것 같은' 쪽에 투표할까요. 순수하게 전자라고 보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의 투표는 다음과 같은 상황에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끔 방송사들은 대중을 상대로 '현재 방송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설문조사로 묻곤 합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현실을 대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늘 결과가 일정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시대건 시청자들은 그 당시의 TV가 '지나치게 오락적이고', '선정적이며' '저질에다' '억지 웃음을 자아낸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항상 '수준 높은 시사 보도 프로그램과 다큐멘터리, 영화를 더 많이 보고 싶어 하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은 보다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송을 하다간 방송사가 아마 곧 망하고 말 겁니다.

그리고 8일 방송된 '나는 가수다'의 청중 투표단은 바로 이런 설문조사에 임하는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큰 호평을 이끌어 낸 임재범(남진의 '빈잔')과 이소라(보아의 '넘버 원')의 무대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 무대를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의 첫 반응은 아마 '우와' 였을 테지만, 이 '우와'가 바로 '우와 좋다'는 아니었을 겁니다. ('저건 뭐지;;' 였을지도..^^)

아마도 이 두 가수가 '나는 가수다'라는 방송 프로그램 없이, 바로 이런 음원을 내놨다면 '좋다'는 반응을 이끌어 내거나, 음원 판매 순위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을지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 가수의 시도는 매우 매력적이고 신선했습니다. 아마도 평소에 음악 깨나 듣는다는 사람들이라면 마땅히 박수를 보냈을 법 합니다. 하지만 이런 노래가 발표됐을 때 대중에게 환영받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좋았을 겁니다. 그럼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건 바로 '허영'이라는 동기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겁니다. 대단히 '뭔가 있어 보이는' 편곡과 무대였기 때문입니다. 



이들 두 사람과는 조금 달랐지만 박정현과 김범수는 가장 훌륭한 무기로 이 경기의 룰에 적응했습니다. 말하자면 '평가단에게 더 노래를 잘하는 것 처럼 보이는' 방법을 몸소 실천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모두 최고의 가수들입니다. 하지만 이날 두 사람이 노래 말미에서 보여준 고음의 무력 시위같은 애들립이 과연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느냐는 질문을 던져볼 만 합니다.

고음으로 애들립 넣기, 음 길게 끌기, 일부러 디스토션을 넣기, 더 힘들게 노래하는 척 하기, 더 큰 목소리 내기 처럼 '실제로 노래를 잘 하기' 보다는 '대중을 상대로 노래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방법들은 실제로 실력이 신통찮은 사람이 써도 꽤 훌륭한 효과를 내지만 진짜 훌륭한 가수가 쓰면 정말 엄청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네. 심지어 김범수나 박정현 같은 가수들이 쓰는 건 정말 반칙이라고 할 수 있죠.^^)




이날 상위에 오른 네 가수와 하위권 세 가수의 차이는 실제 실력과 퍼포먼스의 차이보다는, 누가 더 대중의 눈을 의식한 공연을 펼쳤느냐의 차이라고 - 최소한 제 눈에는 - 보였습니다. 심지어 탈락권에 접어들어 본 적이 없는 이소라조차도 위기의식을 갖고 좀 더 강한 자극을 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김연우와 BMK는 너무 순진하고 안이했다고나 할까요. (아, 이런 룰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하위권으로 처진 가수가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런 평가와 이런 무대가 당장 없어져야 할만큼 나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대중이 겪어보지 못한 음악적인 충격과 자극이 계속 이뤄지다 보면 한국 대중음악의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조금은(물론 아주 조금, 아주 아주 조금입니다만) 있기 때문입니다. 뭐 이런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그 방송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변화들이 그 프로그램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물거품처럼 흩어져버린다 해도(사실은 이럴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무의미한 일은 아닐테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될수록 '실제로 노래를 잘 하는 것'과 '노래를 잘 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 중에서 후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대세가 될테고, 점점 더 가수들이 악에 받친 듯 소리 짜내기 경쟁에 들어간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일도 없을 듯 합니다. 하긴, 세상 밖을 쳐다보면 반드시 가수들만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어느 분야는 안 그럴까요.



P.S. 그런 면에서 귀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박정현이 1등을 차지한 건 사뭇 위안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P.S. 2. 노파심에서 한마디: 혹시 제목의 '허영'이라는 말이 불쾌하신 분이 있다면, 앞으로 가수들 콘서트도 좀 가시고, 음원도 돈 내고 사서 들으시면 됩니다(아, 물론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음원 말고 일반 음원 말입니다). 이미 그렇게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저 위의 '허영'이란 말은 여러분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닙니다. 위의 '허영'이란 말은 생전 가요 듣는데 돈 한푼 쓰지 않으면서 누가 뭐라면 '돈 내고 들을 가치가 있는 노래가 없다'고 거들먹대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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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TV '나는 가수다'가 처음 나올 때 썼던 글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을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 프로그램이 역풍을 맞았고, 담당 PD가 전격 교체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물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런 사태를 제가 예견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런 비슷한 얘기도 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가수다'는 보고 있으면 아쉬움과 한탄을 자아내기도 했지만 몇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부인할 수 없는 순기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바로 '진짜 음악'의 가치를 상당수 시청자들에게 다시금 느끼게 했다는 점이죠.

그리고 또 하나의 순기능을 이제 기대하게 됐습니다. 바로 '실력에 비해 대중에게 덜 부각된 가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런 목적을 수행한다면 내일부터 새로 출범하는 '나는 가수다'는 새롭게 존재의 가치를 평가받게 될 겁니다. 그리고 그런 기대를 갖게 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김연우'라는 이름입니다.




지난해 12월29일, '슈퍼스타K 2'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썼던 글입니다. 이때만 해도

'위대한 탄생'은 막 시작하고 있었고,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이 나타나는 상황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붙인 이 글의 제목은 ‘슈퍼스타 K’가 가수들에게 준 선물은?' 이었습니다. 5개월 정도 시간이 흘렀지만, 현재의 상황은 이때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쪽으로 가고 있는 듯 합니다.



‘슈퍼스타 K’가 가수들에게 준 선물은?'

<슈퍼스타 K 2>(Mnet) 최고의 수혜자는 허각. 이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 그의 우승으로 가장 크게 덕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케이블 TV Mnet 사장? 허각의 노래를 만든 작곡가 조영수? 허각의 가족? 여자친구? 사실 다들 허각의 우승으로 만세를 부른 사람들이지만 순서를 매기자면 김태우를 빼놓을 수 없다. 벌써 한 달 이상 지났지만 기억들을 되새겨보시기 바란다.

우승을 결정짓는 마지막 무대에서 허각은 김태우의 ‘사랑비’를 불렀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말했다. “김태우가 그렇게 노래를 잘하는 가수인 줄 몰랐어.”조금 더 시계 바늘을 앞으로 돌려보면 <슈퍼스타 K 2> 심사위원 윤종신은 허각에게 이렇게 말했다. “허각 씨가 앞으로 상대하게 될 가수들은 김태우 김연우 김조한 같은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들입니다. 그러려면 좀 더 분발해야 합니다.”

솔리드 출신의 김조한은 아는데 김연우는 누굴까 하는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김연우는 토이의 객원 싱어일 때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여전히 아름다운지’ 같은 히트곡을 남긴 최강 미성의 가수다. 어쨌든 김태우 김연우 김조한 모두 용모로 따지자면 결코 비디오형으로 분류될 수는 없는 가수들이다. 대신 그런 약점을 소름 끼치는 노래 솜씨로 극복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윤종신은 허각 역시 가요계로 나간다면 그들과 같은 길을 걸어야 할 것임을 정확하게 짚어냈고,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대다수 시청자들은 의아해 했다. “아니, 허각이나 그네들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그리고 허각이 부른 ‘사랑비’는 많은 사람들에게 윤종신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깨닫게 해줬다. 그 노래 잘하는 허각도 김태우만큼 ‘사랑비’를 소화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슈퍼스타 K 2>가 가르쳐 준 교훈 중 하나는 ‘어울리는 노래’가 가수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었다. <슈퍼스타 K>는 몰라도 MBC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이하 <위대한 탄생>)에서 자신의 목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노래를 했다가 멘토 방시혁에게 당장 쫓겨나게 되어 있다. 허각에게 ‘사랑비’가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는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 노래 때문에 사람들은 허각이 아직 더 다듬어져야 할 가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반인들이 프로에 대한 존중 혹은 존경을 느낄 기회는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위대한 탄생>의 다섯 멘토 중 하나인 방시혁은 자신 앞에 선 도전자들이, 그리고 시청자들이 이 부분을 잊지 않도록 끊임없이 지적한다. “요즘 가수 되려고 준비하는 친구들이 대부분 ○○○ 씨보다 노래를 잘해요.” “기존 가요계를 비판하려면 실력으로 압도해야 하지 않겠어요?” 농담이 아니다.

요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보고 ‘붕어’ 어쩌고 했다간 엄청난 망신을 당할 수 있다. 뮤지컬계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앞 다퉈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데려다 주인공을 시키는 게 결코 아니다. 분야에 따라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선명하기도 하고, 흐릿하기도 하다. 바둑 실력에 자신이 있는 어떤 사람이 이세돌이나 이창호와 비슷한 실력이라고 주장하면 다른 사람들은 몇 단이냐고 물어볼 것이다.

그때 그 사람이 “인터넷 바둑에선 5단”이라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의 표정을 상상해 보자. 자기가 던지는 공이면 박찬호는 몰라도 김광현 정도는 될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어느 팀에서 뛰고 있느냐고 물어봤을 때, “주말마다 직장인 야구팀에서 뛰는데 작년에 10승이나 했다”고 말하면 정신병자 취급받을 것이다.

노래방에서 자신이 마이크만 잡으면 박수가 쏟아진다는 사람들은 동전을 넣고 치는 야구 연습장에서 때릴 때마다 공이 쭉쭉 뻗는다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적당하다. 노래방 실력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가수들과 자신의 실력을 견주는 사람이야말로 야구 연습장 실력으로 자신을 이승엽이나 이대호와 비교하는 사람과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것, 그것이 <슈퍼스타 K>와 <위대한 탄생>의 공적이다. 그래서 가수들과 가요계는 <슈퍼스타 K>에 고마워해야 한다.  <끝>




윗글에서 '실력에 비해 덜 알려진 가수'로 김연우를 든 것은 그냥 예로 든게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가장 노래 잘 하는 가수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보통 김범수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김범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실력파는 누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김연우와 이승열을 꼽게 되더군요. (아, 물론 조용필에서 신승훈 이승철에 이르는, 이미 레전드의 자리에 있는 가수들을 같은 선에서 비교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제가 김연우나 이승열의 광팬은 아닙니다만, 약간 덜 대중적인 길을 걸어 온 이승열에 비해 김연우는 대단히 대중적인 노선을 걸어왔으면서도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잘 모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끼게 합니다. 뭐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이란 노래를 들으면 '아, 이 노래 유희열이 부른 거 아닌가?'라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선 더욱 그렇습니다.

이대목에서 김연우의 노래 한 곡. 영화 '사랑을 놓치다'에 삽입된 '사랑한다는 흔한말'입니다.





고음이 가수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야구에서 구속만 빠르다고 최고의 투수가 되는 것은 아닌 것에 흔히 비교합니다), 이런 맑고 투명하면서도 힘찬 고음의 소유자는 정말 찾아보기 힘들다는 면에서 김연우의 목소리는 정말 탁월합니다.

'나는 가수다'에 김연우 같은 가수들이 잇달아 등장한다면, 그리고 그 가치를 새롭게 증명한다면 이건 프로그램에도 정말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이런 가수들도 '나는 가수다'가 끌어들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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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의 최대 화제 인물은 아무래도 권리세였던 듯 합니다. 과연 12강에 오를 실력이 있느냐 없느냐를 통해 계속 논란을 만들어 냈던 권리세는 결국 12강이 겨루는 첫번째 라이브 무대에서 황지환과 함께 첫번째 탈락자가 됐습니다.

사실 '위대한 탄생', 더 나아가서 '슈퍼스타K' 류의 포맷에서 이 사람의 실력이 결선 출전자 가운데 몇등이냐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누가 가장 노래를 잘 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대중이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를 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권리세의 탈락은 이미 예정돼 있었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권리세의 팬덤이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지난번 '슈퍼스타K'  시즌 2의 첫 결선과 마찬가지 결론이라는 의미에서입니다.




벌써 한참 된 지난해 9월17일, '슈퍼스타K' 시즌2도 11명의 도전자가 첫번째 생방송 결선 무대에 올랐고, 이날 3명이 탈락했습니다. 그리고 그 3명은 김소정, 김그림, 이보람이었죠.

김소정과 이보람은 도전자들 중 드물게 댄스와 노래를 함께 하겠다는 쪽이었고, 김그림은 논란이 일었지만 어쨌든 참가자들 가운데 미모로는 첫손에 꼽을만한 후보였습니다. 어찌 보면 첫날 탈락한 세 도전자는 전체 본선 진출자 가운데서도 미모로 TOP3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권리세의 경우에서 보듯 한국에서 이런 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 미모는 관심을 끄는 요인은 되지만 특별히 오래 생존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미 증명된 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당락의 절대 조건인 시청자 투표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성비를 따져 보면 여성이 절대 우위에 있고, 여성 시청자의 절대 다수가 남자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상은 이미 '슈퍼스타K' 시즌 1에서도 나타났죠. 마지막으로 갈수록 여성 도전자인 길학미의 우승 가능성은 점점 낮게 평가됐습니다. 다른 여성 도전자들에 비해 여자 시청자들의 표를 많이 받아 온 길학미인데도 '성 대결'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었던 것이죠.

그렇다고 보면 '미모가 돋보이는' 권리세의 경우에는 그 운명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닙니다.



혹자는 '미모가 문제가 아니라 노래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탈락한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지금껏 '위대한 탄생'을 열심히 시청해온 분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권리세는 지금까지 바로 그 '실력' 때문에 특혜 논란을 자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탈락한 바로 그 무대에서 권리세는 빛을 발했습니다. 자우림의 '헤이 헤이 헤이'를 부르면서 권리세는 이제서야 재능의 단초를 발휘했다고 할까요.  이날의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TOP5 안에 들만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권리세가 이전보다 훨씬 나아진 모습을 보여준 반면, 나머지 도전자들은 첫 라이브 도전에서 심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권리세보다 노래 실력으로는 훨씬 나은 것으로 평가됐던 이태권 등이 큰 무대의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크고 작은 실수로 안타까움을 자아낸 반면, 권리세는 평소 기량보다 오히려 안정된 모습을 보여 '현장 체질'임을 드러냈습니다.

이미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해진 얘기지만, 이런 오디션에서의 성패는 역시 얼마나 현장에 강하냐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많은 도전자들에게 이런 무대가 처음이겠지만 그래도 노지훈이나 김혜리처럼 평소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인물들이 있으니, '꿩 잡는게 매'라는 얘기가 나오는 거겠죠.



이날 무대를 놓고 보면 노지훈과 김혜리는 감히 다른 후보들이 도전할 수 없는 TOP2의 면모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김혜리는 고단위 물량 투입의 결과로, 용모에서도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였더군요.^ 백청강도 좋은 무대를 보여줬지만, 그건 아무래도 노련한 김태원의 선곡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015B도 리메이크했던 나미의 '슬픈 인연'은 백청강의 다소 과장된 창법이 잘 녹아들 수 있는 곡입니다. 특히 남자가 소화할 때에는 늘 지적됐던 백청강의 비음 섞인 고음이(본래 여자 노래라는 점에서)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백청강의 진짜 실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봐야 할 듯 합니다. (물론 시청자들이 절대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으니 이건 별개의 사안이죠.^^)



반면 김윤아를 멘토로 삼은 정희주와 백새은은 앞으로도 고전을 면치 못할 듯 합니다. 정희주는 박상민의 '하나의 사랑'을, 백새은은 주주클럽의 '나는 나'를 골랐는데, 이 두 노래는 전혀 '드라마틱'하지 않다는 점에서 오디션 곡으로는 최악입니다. 노래에 기승전결이 있고, 확실한 클라이막스가 있어야 도전자들의 호소력이 빛을 발할텐데, 둘 다 그런 노래가 아니죠. (전에도 수없이 말해 왔지만, 오디션에서 '드라마틱한 선곡'은 절대적인 요소입니다. 정희주의 경우엔 신승훈도 정확하게 이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김윤아 본인이 다소 마이너 취향이라 해도, 자기 패밀리의 성공을 위해선 좀 더 대중적인 선곡이 필요할 듯 합니다. 이 부분을 고치지 않으면 결과는 불보듯 뻔합니다.




P.S. 이제 막 시작한 '위대한 탄생', 이번엔 누가 새로운 스타로 떠오를까요. 그런데 프로그램의 컨셉트 상 이미 멘토들에게 너무 초점이 맞춰져서 누가 1등을 하건, 허각이나 장재인 만큼의 파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P.S.2. 권리세도 재일교포 출신으로 이만큼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명 가정사나 성장기에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할만한 포인트가 있었을텐데, 제작진이 그만큼 세심하지는 않았다는 뜻이 될 것 같습니다(아쉽습니다^^). 앞으로 권리세를 국내에 데뷔시키려는 분들이 있다면 참고하실만한 부분일 듯 합니다. ...어쨌든 앞으로의 대결 관전 포인트는 '실력이냐, 감정이냐'라고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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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력 좋은 가수들을 등장시켜 기를 쓰고 노래를 부르게 하고, 한번 대결할 때마다 꼴찌를 떨어뜨려서 망신을 시킨다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가수들이 노래를 잘하는 줄 몰랐다' '서바이벌이란 건 좀 그렇지만 어쨌든 가수들이 열창하니 좋다' '오랜만에 이렇게 가슴떨리는 노래를 들어 본다'는 등등의 소감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한방에 그런 성원이 180도 회전해 원성으로 바뀌는 광경을 지켜보자니 기분이 참 그렇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처음 성원을 보낼 때, '가수중의 누구 하나가 떨어진다니 참 흥분되고, 누구 하나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군요. 그런데 떨어져야 할 사람이 안 떨어진다니까 온갖 비판이 쏟아지더군요.

이 대목에서 솔직해져야 합니다. 결국 사람들은 가수들이 온 정성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이 아니라, 누군가 떨어지는 모습이 궁금했던 겁니다. 미리 얘기하자면, 대중에 대한 과대평가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 한글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간혹 있기 때문에 미리 설명을 붙입니다. 이 글은 김건모나 이소라, '나는 가수다' 제작진을 옹호하는 글이 아닙니다. 반대로 이 프로그램에는 '공정성의 훼손' 말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얘기하는 글입니다. >>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의 치명적인 '결정 번복'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공정함에 굶주렸던 시청자들에게 김건모의 '재도전 허용'은 또 하나의 특혜로 여겨졌고, 여론의 질타를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재도전을 처음 거론한 김제동은 오지랖 때문에 욕을 먹었고, 이소라는 김건모의 탈락 상황에서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방송 부적격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제작진의 실책은 굳이 다시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제작진은 가장 큰 실수는 '공정성이 생명인 서바이벌 게임에서 공정성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시작할 때 '공정성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은 분야에서 공정성을 고집하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500명의 청중을 모아 놓고 '가장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를 뽑게 만든 다음 '가장 가창력이 떨어지는 가수'를 하나씩 교체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방식으로 정말 '가창력이 가장 떨어지는 가수'를 솎아낸다는게 가능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단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가창력이란 무엇일까요.

사람들은 '가창력이라는게 대체 뭐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대략 비슷한 생각을 합니다. 딱 떨어지게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너도 그게 뭔지 알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냐'는 표정을 지을 겁니다. 이를테면 신승훈이나 이승철에게는 있는 거지만 김장훈이나 유희열에게는 없는 것. 뭐 그런 거죠.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하늘을 찢어 놓을 듯한 새된 목소리를 '놀라운 가창력'이라고 부르는 반면, 어떤 사람은 '소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김정민이나 박상민의 느낌을 '뽕끼'라고 천박하다 여기고, 어떤 사람은 '직접 와 닿는 호소력'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한국에서 가장 노래 잘 하는 가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조영남'이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발성의 깊이나 음정의 정확성 등을 고려한다면 있을 수 있는 답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 겁니다.

이런 식으로 '가창력'의 기준이란 매우 흔들립니다. 어떤 사람은 전인권을 '가창력 뛰어난 가수'로 분류하겠지만 어떤 사람에겐 마구 질러대는 고함일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레너드 코헨이나 밥 딜런까지도 가창력 뛰어난 가수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가창력이라는 말을 '노래를 정확하게 잘 부를 수 있는 능력'에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간 뭔가 느끼도록 노래하는 능력'이라는 말로 확대 해석하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흔한 오해 중에는, '뭔가 열심히 부르는 듯 한 모습'이 신통찮은 가수를 가창력있는 가수로 바꿔 놓기도 합니다. 흔히 말하는 '열창'과 가창력이 이상하게 혼동되는 장면이죠. 이를테면 이은미는 가창력 뛰어난 가수고, 김윤아는 그냥 평범한 가수라는 식의 묘한 오해가 대표적입니다.


문제의 판정 날, 문제의 청중 판정단은 '가창력'을 뽐냈다기 보다는 피아니스트와 조명, 액션에 치중했던 가수를 1등으로 뽑았습니다. 그리고 아마 '귀'로만 집중했다면 절대 꼴찌가 될 수 없었던 김건모를 탈락자로 선정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대중'은 눈으로 보이는 시각적 요소의 방해를 벗어나 가창력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여기서 아마 제작진의 혼란이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감히' 대중이 가창력을 판단할 능력이 없다고 한 데 대해 발끈할 분들이 꽤 많을 듯 합니다. 하지만 이건 당연한 겁니다. 대중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가장 노래를 잘 하는 가수였던 시대는 이미 약 20년 전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오래 전, 한국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을 하면서 F-15와 프랑스제 라팔 전투기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이뤄진 적이 있습니다. 이때 한 언론사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F-15와 라팔 중 어느 것이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되어야 하는지를 설문 조사로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설문 조사 결과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걸 물어봤는지 정말 궁금합니다.

'나는 가수다'가 대중이 현장에서 들으면 '가창력'을 테스트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결국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누가 가장 잘생겼는지 찍어보라고 했을 때 어쨌든 유재석이 무조건 1위를 한 것과 똑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이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인기'입니다. 그리고 이 '인기'와 '가창력'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물론 대중가수에게 '인기'와 '가창력'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은 여기서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 '슈스케'는 뭐냐고 생각하실 분들. '슈스케'는 가창력 좋은 가수를 골라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차세대 인기 가수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재목'을 뽑아내는 프로그램입니다. 엉뚱하게도 '슈스케'의 그런 요소를 비판하신 분들이 있지만 그건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잘못 판단하신 겁니다. '슈스케'건 '아메리칸 아이돌'이건, 이런 류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애당초 처음부터 '가장 노래 잘 하는 가수'를 골라내겠다고 주장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실 가수'를 뽑아내는 프로그램이었을 뿐입니다.

'나는 가수다'의 첫번째 교훈은 '공정성을 해쳐서는 안된다'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아무 거나 판단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어야 했습니다. 불행하게도 거기 참여하는 가수들, 제작진, 시청자들, 아무도 거기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이 위험천만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런 비극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다시 프로그램을 시작할 제작진은 부디 이 부분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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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는 김장훈의 '오페라, 오페라, 오페랄랄랄라'를 떠올리고, 그 다음에는 뚱뚱한 아저씨가 뚱뚱한 아줌마의 없는 허리에 간신히 짧은 팔을 감고 희노애락을 가늠할 수 없는 우렁찬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가끔 오페라를 보러 간다든가, 오페라 dvd를 샀다든가 하는 말을 하면 별 희한한 짓거리를 한다는 얘기가 듣기 싫어 아예 얘기를 하지 않는게 보통입니다.

지난 주말, 호암아트홀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HD 영상에 담은 바그너의 '라인의 황금'을 봤습니다. 아시다시피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첫날 밤에 해당하는 작품이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최근 들어 그 시즌 무대에 올려졌던 작품을 그대로 HD 영상으로 제작,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극장에서 상영하게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메가박스가, 그리고 연말부터는 CGV에서 이 시리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관람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체 진짜 오페라도 아니고, 영상물을 극장에서 보는데 가격이 2만5천원이면 너무 비싼 게 아니냐. 두 사람에 5만원이면 오페라 DVD를 두 장은 살 수 있다. 맞는 말이지만, 오페라 DVD를 집에서 보는 것과, 극장에서 보는 것 사이에는 영화를 집에서 보는 것과 극장에서 보는 것 이상의 차이가 있습니다. (네. 사실 저도 몰랐습니다만, 그런 차이가 '있더군요'.)

그리고 DVD는 그리 '최신 공연'이라고 보기 힘든 영상을 보여줍니다. 이 메트 오페라 시리즈처럼 2010년 시즌의 공연을 곧바로 전 세계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DVD 발매가 빠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오페라가 이런 강점을 가질 수는 없죠. 브린 터펠이나 로베르토 알라냐, 안나 네트렙코, 마르첼로 알바레스 같은 최고의 스타와 최고의 무대 기법이 동원되는 메트 오페라니까 이런 식의 상품화가 가능할 겁니다.

또 한가지, 다른 메트 오페라와 다른 점은 바로 바그너의 '링' 시리즈였다는 점도 꼽을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냥 오페라가 멜로드라마라면 바그너 오페라는 블록버스터라고 해야 할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천재 연출가라는 로베르 르파쥬(Robert Lepage)의 손길이 닿은 무대는 정말 살아 움직입니다.

막이 오른 뒤 첫 장면은 '라인의 황금'의 상징인 세 라인 강의 처녀들(Rhinemaiden)의 등장입니다. 이 첫 장면은 바그너 당대부터 상상력을 동원한 연출이 이뤄졌던 장면이죠.

현대로 오면서 다양한 연출이 이뤄졌습니다. 뭐 이를테면 이런 식도.

그런데 이렇게 깊은 강물 속에서 노래하는 세 처녀(인어)의 모습을 형상화한 건 정말 획기적입니다.

그리고 저 세 처녀가 헤엄치는(사실은 매달린) 저 벽. 저 벽에 이 무대의 진수가 담겨 있습니다. 보통 벽이 아닙니다.

때론 동굴의 천장과 바닥으로,

때로는 계단으로,

그리고 이런 성벽과 무지개다리로 변신합니다.

이런 식으로 초대형 철골 무대를 자유자재로 움직여 시각적인 환상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무대의 무게만 45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의 구조가 버티지 못할까봐 보강 공사를 거쳐 선보이는 무대입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무대 장비와는 반대로 의상은 완전히 복고풍입니다. 1870년대 초연 때의 의상을 참고했다고 합니다. 전통적인 바그너 극 의상과 모더니즘이 빛나는 차가운 알루미늄 성벽으로 장식된 무대. 놀라운 조화입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오페라인 만큼 '음악'과 '노래'에 대한 평이 있어야겠지만 제가 그럴 주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 21년 전에 니벨룽의 반지 전곡을 무대에 올렸던(DVD도 나와 있죠) 제임스 레바인인 만큼 음악적으론 흠잡을 데가 없어 보입니다. 특히 당대의 베이스 바리톤 가운데 브린 터펠보다 나은 보탄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


'라인의 황금'에 나오는 보탄은 북구 신화의 주신 오딘의 다른 이름입니다. 주신이고 신들의 아버지이긴 하나 그리스 신화의 제우스와는 전혀 다른 신격입니다.

제우스(주피터)와 보탄(오딘)의 차이는 이미 유럽인들에겐 잘 알려져 있던 일입니다. 요일의 이름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본래 수요일은 보탄의 날, 그리고 목요일은 보탄의 아들이며 번개의 신인 쏘르(토르, '니벨룽의 반지'에는 도너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의 날입니다. 그런데 이 요일의 이름이 영미권에 전해지면서 수요일은 수성(머큐리/헤르메스), 목요일은 목성(주피터/제우스)의 날로 번역됩니다.

상식적으로는 보탄=제우스여야겠지만 남쪽 유럽 사람들은 보탄과 머큐리를 상업의 보호신이라는 공통점으로 묶고 쏘르와 주피터를 번개의 지배자라는 공통점으로 묶은 것입니다. 그만치 보탄은 점잖고 권위 넘치는 주신이라기보다는 재기발랄하고(?) 사기성이 농후하지만(?) 계약에는 놀라울 만치 엄격한 신입니다. 심지어 그 자신의 사기성(?)을 보강하기 위해 나중에 신들의 멸망을 가져오는 사악한 불의 신 로키(역시 바그너 악극에는 로게라는 이름으로 등장합니다)를 늘 달고 다니는 신입니다.

아무튼 바그너의 악극에 나타나는 보탄은 신이라기엔 너무나 인간적인 약점이 뚜렷한 신입니다. 그리고 이런 인간적인 약점이 결국은 신들의 몰락을 낳는 단서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라인의 황금'은 4부작의 서막이면서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진 작품답게, 나머지 세 작품의 스토리에 복선을 깔아 두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합니다.


아무튼 '라인의 황금', 정말 못 봤으면 크게 후회할만큼 대단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몇달 뒤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될 '발퀴레'에서는 이런 장면(바로 위 사진)까지 연출된다니 도저히 아니 볼 수가 없겠습니다.^^

P.S. 이런 무대를 직접 본다면 더 멋지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라면 HD 영상으로 보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비싼 표를 사서 실연 무대에 간다 해도 90%의 관객은 배우의 얼굴 표정조차 보기 힘들죠. 그런 의미에서 HD를 통한 오페라 관람은 오페라라는 장르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뭔가 부실한듯 해서 퍼온 동영상.





그러고 보니 주빈 메타도 21세기형 링 시리즈를 내놨군요. 역시 쫌 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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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이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새 코너 '나는 가수다'에 쏟아졌습니다. '대박이다' '감동이다' '이소라 노래 듣다가 눈물이 났다' '가수들이 이렇게 노래 잘 하는 지 몰랐다' 등등. 모처럼 새로운 볼거리가 나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아시다시피 '나는 가수다'는 일곱명의 가수들이 출연해 관객 평가단 앞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그 미션에 따라 한번에 한명씩 꼴찌는 탈락하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입니다. 그런데 그 첫회에 등장한 가수들이 이소라 김범수 백지영 정엽 윤도현 박정현 김건모 등 7명이라는게 사실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런 가수들이 왜 이렇게까지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첫회에 나온 일곱 가수들은 자신의 대표곡을 하나씩 불렀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진지하게' 가수들의 노래에 집중한 시청자들은 찬탄을 아끼지 않았지만, 가수들의 얼굴에는 긴장이 역력했습니다. 그리고 방청석의 청중 평가단(몇명인지는 모르겠습니다)은 1등 박정현부터 7등 정엽까지 순서를 매겼습니다.

물론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청중들의 반응에 따라 1등부터 7등까지 순위를 매기는 것이 가혹하다? 사실 가수들은 매일, 매번 노래를 할 때마다 순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숫자로 표시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 속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그 순위가 음반/음원 판매량이 아닌 노래 실력으로, 그것도 현장에서 노래를 들은 사람들의 채점으로 매겨진다는 건 그리 불합리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한명씩 떨어진다? 어차피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래를 잘 한다는 7명 중에서 떨어지는 것 쯤이야 별 문제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7등'이라고 생각하면 못 버틸 이유도 없죠. 더구나 자기 노래로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네. 가수들의 각자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건 아마 첫 회가 마지막일 겁니다. 다음부터는 특정 미션에 대한 수행으로 경쟁이 이뤄질 전망입니다), 슈퍼스타K 처럼 미션을 수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될테니 그게 반드시 '진검 승부'라고 볼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 우리도 가수들 나오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지. 그런데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만 하면 시청률이 안 나와. 어쩌겠어? 방송이란게 시청률이 나와야 먹고 사는 건데. 그러니까 이렇게 서바이벌 형식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팍 끌어야 한다고. 어차피 가수라는게 매일 무대에 설 때마다 남보다 잘 하려고 경쟁하는 거 아닌가?"


아마 이런 식으로 제작진은 가수들을 섭외했고, 가수들도 이런 논리에 동의해서 출연에 임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안타깝기도 합니다.



박정현이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데뷔 14년차. 미국에서 왔다는 땅콩만한 키의 가무잡잡한 소녀 가수가 입을 열었을 때, 허공에 음표가 뿌려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름은 리나 박. 한국어 실력은 자신이 부르는 가사를 다 이해하는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였지만 아무튼 '목소리를 가지고 노는' 그 솜씨는 실로 경이적이었습니다.

당시 소속사는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남녀 가수는 우리 회사에 있다'며 큰 자부심을 내세웠습니다. 바로 임재범과 박정현을 가리키는 말이었죠. 듀엣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이렇게 이뤄진 거였습니다.

14년 뒤. 그 박정현이 방송에서 '실력에 비해 참 안 알려진 가수'라는 말을 듣고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 가요계의 현실입니다.


방송사는 '대중음악을 살려 보자'는 대의로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가수들은 그 대의를 높이 사서 자신들의 체면이 깎일 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이 프로그램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 대의는 좀 의심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상업방송' SBS도 유지하고 있던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이 '공영방송' MBC에는 아주 오랫동안 없었습니다. 전통을 자랑하던 '수요예술무대'는 어느새 폐지됐고, 최근에서야 자회사 케이블 TV에서 부활됐습니다.

대중음악을 살리겠다는 MBC의 그 '대의'는 케이블 TV M.NET이 총력을 기울여 '슈퍼스타K'를 만들자, 곧바로 100억원대의 제작비를 투입해 '위대한 탄생'을 만들어 물을 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위대한 탄생'은 이제 '슈퍼스타 K'를 뛰어넘는 시청률을 과시하며, 시즌 2 제작을 앞두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새로 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개척해 놓으니 대기업이 압도적인 자본력과 유통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그 시장을 채우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과연 '대중음악계의 숨겨진 재능'을 찾는 것이 목표였을까요, '케이블 TV 따위가 감히...'가 목표였을까요.

'노래 자랑 프로그램을 케이블 TV만 하라는 법이라도 있냐. '슈퍼스타 K'도 '전국 노래자랑'과 '아메리칸 아이돌'을 보고 개량한 프로그램 아니냐'면 할 말은 없습니다. 비슷한 프로그램을 한다고 다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위대한 탄생'이 성공하고 있는 것은 '위대한 탄생' 제작진이 심혈을 기울여 재미있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라고 한 MBC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그닥 페어플레이라고 할 수는 없을 듯 합니다.

 이제 '위대한 탄생'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바로 다음 시즌 준비로 들어갈 겁니다. 시점상 '슈퍼스타 K'의 시즌 3와 '위대한 탄생'의 시즌 2가 거의 정면으로 대결을 벌일 수도 있을 겁니다. 올 연말이면 국내 스타 서치 프로그램의 대명사는 '슈퍼스타 K'가 아니라 '위대한 탄생'이 되어 있을 지도 모릅니다.




다시 '나는 가수다'로 돌아갑니다. 가수들이 그런 불이익을 감수해 가면서 이런 프로그램에 나오게 된 건 그만치 '프라임 타임 대에 가수들이 나가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게 어디냐'는 얘기가 절실했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한국 TV에서 '가수'들의 설 자리가 없었다는 것이죠.

(그런 '대의' 속에서도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계속해서 개그맨들을 투입해 '노래 듣는 분위기'를 흔들어 놓더군요. 지나치게 많은 가수들의 인터뷰 삽입, 특히 노래를 끊고 들어가는 중간 화면 등은 그렇게 '음악'을 강조한 프로그램에서까지 꼭 이렇게 해야 하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많은 음악계 인사들과 가수들은 '"그래도" 가수들이 프라임 타임에 노래를 하고, 사람들이 그 노래를 관심있게 듣게 해 준 게 어디냐'며 환영의 뜻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되고야 만 상황이 참 허탈할 뿐입니다.

앞으로 대결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모르겠지만, 일곱 가수가 노래 경연을 펼친 첫회를 봐선, 내세우는 '대의'와 프로그램이 성취하고자 하는 것과의 차이에 대한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듯 합니다.



P.S. 그리고 '가수'들이 방송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은 방송만의 책임이 아닙니다. 청중도 절반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방송에서 안 틀어 줘서, 방송에서 출연시키지 않아서 몰랐다고 변명하지 맙시다. 음반이며 음원을 사지 않고, 콘서트도 가지 않은 채, 가수들이 예능 프로그램에밖에 나오지 못하게 한 건 바로 '시청자 여러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랜만에 가수들이 열심히, 진지하게 노래하는 게 보기 좋았다'고들 합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가수들은 거의 항상 '진지하고 열심히' 노래를 불렀습니다. 10년 전에도, 5년 전에도, 최근에도 그랬습니다. 다만 아주 아주 오랜만에, 그들이 노래하는 광경을 당신이 '진지하고 열심히' 바라본 것 뿐입니다.

P.S.2. 첫 방송이 나간 뒤로 이소라와 박정현의 음원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고,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진짜 노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네. 분명히 '나는 가수다'는 일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절대 "'나는 가수다' 따위의 나쁜 프로그램은 당장 때려 치우라"고 외치는 글이 아닙니다. 현재의 가요계에서 그나마 이런 프로그램이 순기능을 수행한다면, 그 역할도 인정합니다. 다만 이소라나 박정현 같은 가수들이 이렇게까지 해야 사람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게 참 안타깝고, 그런 의미에서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됐나'라는 한탄일 뿐입니다.

대체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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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던 MBC TV의 '스타 오디션 - 위대한 탄생'이 마침내 TOP 20을 뽑는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신승훈 김태원 이은미 방시혁 김윤아 등 다섯명의 멘토들이 자신의 제자로 4명씩을 생존시키고, 그 4명씩을 집중 지도해 대결하게 한다는 시스템입니다.

'위대한 탄생'의 초기에 쏟아졌던 수많은 비난은 방송이 궤도에 오르면서 사라져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슈퍼스타 K' 따라할 걸 왜 하냐, 공개 오디션에 3천명밖에 안 왔다더라, 출연자들이 우중충하다, 멘토들이 이상하다...뭐 등등 있었습니다만 결론은 '역시 한국에 노래 잘 하는 사람은 끝없이 많더라' 정도로 정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 역시 아직 갈 길은 멉니다만, 이미 '슈퍼스타 K'와 완전히 다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어떤 사람을 뽑느냐'에 대한 것입니다.



'슈퍼스타 K' 시즌 2의 심사위원진을 가장 오래 유지한 건 이승철-엄정화-윤종신이었고, 본선 직전까지는 박진영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심사위원단에게는 상당히 엄정한 심사 기준이 있었습니다.

그건 '가수로서의 희망이 보이되 나쁜 버릇이 몸에 배지 않고,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쪽'을 선호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쁜 버릇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이미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는 가수의 스타일을 거의 모창에 가깝게 모방하는 경우, 혹은 불필요한 기교나 콧소리, 바이브레이션 등이 자동적으로 나오는 경우 등등입니다. 과도한 몸짓이나 눈을 까뒤집는 버릇 등도 포함시킬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기준은 가끔 무대에서 부르는 노래의 완성도와는 동떨어진 결정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분명 A가 B보다 '지금은' 노래를 더 잘 한다. 하지만 B가 '제대로 길러진다면' A를 능가할 수 있다, 뭐 이런 식의 과정을 통해 B가 선발되곤 했던 것이죠. 아무튼 이런 기준 자체에 누가 이견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슈퍼스타 K'가 추구하는 방향이라면 그건 누구나 인정해야 할 일입니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많은 안타까움을 샀던 것이 바로 김보경입니다. 당시 '너무 창법이 올드하다'는 평을 들었죠. 이미 통기타를 들고 무대에서 활동하던 경력이 있다 보니 흔히 라이브 카페의 통기타 가수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창법의 흔적이 보였다는 게 감점 요인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위대한 탄생'의 참가자들을 보면 이런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물론 '위대한 탄생'에서도 몇몇 심사위원들이 "모창은 곤란하다"는 식의 지적을 하곤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위대한 탄생'은 성장의 가능성 보다는 현재 해내고 있는 퍼포먼스에 좀 더 우위를 두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현재까지 선발된 많은 출연자들을 보면, 앞으로 90점이 될 수 있는(물론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70점보다는 이미 되어 있는 80점을 더 높이 산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차이가 보이는 이유를 꼽자면 아무래도 '슈스케'에서는 박진영과 윤종신이 육성자(프로듀서) 마인드에서 선발에 큰 영향을 미쳤고, '위대한 탄생'의 멘토들 중 과반수가 가수들이라는 점을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그 멘토들 가운데서 누군가로부터 전문적인 보컬 트레이닝을 받아 이 자리까지 온 사람은 없죠. 다들 혼자 연습해서 성공한 사람들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김경호 모창이냐'는 비판을 받은 백청강이 버티고 있는 것도 그런 경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현재까지 선발된 내용을 보면 김태원 사단이 주로 그런 편이군요^^). 이런 분위기에서, 만약 김보경이 '슈스케' 아닌 '위탄'에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쪽이라면 훨씬 더 높은 순위까지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권리세라면, '슈스케'에서는 좀 더 장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현재의 성취냐, 장래의 가능성이냐 하는 것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기 힘듭니다. 야구로 치자면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2군의 차이와 비슷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야구는 폼, 특히 투수의 투구 폼에 예민하고, 어느 단계에서든 신인 투수의 폼 교정에 많은 공을 들입니다. 반면 메이저리그는 현역 투수들 가운데에도 별별 폼이 다 눈에 띕니다. 프로야구 초기 한국 코치들이 미국에 가서 '올바른 투구 폼'에 대해 묻자 대다수 지도자들이 '자기가 편하게 던지는 게 최고의 폼'이라고 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미국 마이너리그의 기준은 어떤 폼이든 지금 잘 던지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이고, 일본 프로야구 2군의 기준은 원석을 좋은 폼에 맞춰 '육성'하는 것이라는 말이 야구계에선 정설로 되어 있습니다.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은 이해하기 힘든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슈스케'와 '위탄'의 또 다른 차이라면 멘토와 심사위원의 차이입니다. 결과적으로 사제간의 관계를 갖게 될 멘토들이 '슈스케'의 심사위원들보다는 훨씬 인간적으로 보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더구나 신승훈이나 김태원은 이 프로그램이 '오디션'보다는 '예능' 쪽으로(특히 '휴먼 예능' 쪽으로^^) 높은 평가를 받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깐깐한 독설 담당으로 포지셔닝했던 방시혁도 서서히 제자를 받는 멘토로 변신하고 있다는게 눈에 띕니다. 초기의 안경과 재킷 차림이 '엄격한 선발자'의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점점 곰인형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전체적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살벌한 대결장 보다는 인간적인 교육현장 쪽으로 끌고 가는데 멘토들의 영향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런 초기 모습에서


                                   다소 부드러워진 모습으로 ㅋ

'위대한 탄생'과 '슈퍼스타 K'의 방향이 달라 보인다는 건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프로그램이 장수한다는 것을 가정할 때 보다 다양한 가수 지망생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 쪽의 안목이 더 뛰어났는가 하는 것은 먼 훗날, 어느 쪽 길에서 더 훌륭한 가수들이 배출됐는가로 판가름날 것 같습니다.


P.S. 그런데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다음달부터 방송된다는 '나는 가수다'... 당장은 흥미로운 기획이지만 참 씁쓸합니다. 어떻게 이런 기획이 이뤄질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P.S.2. 멘토들 중 한명은 여전히 평가도 이상하고... 자신이 어떻게 노래하는지 전혀 모르는 듯 합니다. 처음 선발될 때의 우려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P.S.3. 저는 '위대한 탄생'을 볼 때마다 윌 스미스가 떠오릅니다. 이유를 아시는 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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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자의 자격' 팀의 지리산 등반은 '산행 예능'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됐습니다. 완주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다음 문제입니다. 완주를 하면 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얘깃거리는 만들 수 있습니다. 문제는 힘이 들기 때문에 평소 그렇게 말이 많던 출연진도 할 말이 끊기고 만다는 것입니다.

체력이 어쩌네 저쩌네 했지만 지리산에서도 이경규가 그나마 '방송 분량'을 뽑아 냈을 뿐, 나머지 멤버들은 입을 꼭 봉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만 보여줬을 뿐입니다. 그럼 등반 일정도 조금 짧고(지리산에 비해 설악산), 멤버들의 연령대도 훨씬 젊은 '1박2일' 팀은 어땠을까요. 화면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만, 중요한 교훈을 준 점에서는 '1박2일'이 발전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바로 '사람이 찍고 있었다'는 것이죠.



설악산을 겨울에 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산 위를 올라 보면 대체 왜 산 이름에 눈 설(雪)자가 들어가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순백의 눈 덮인 산 위에 나무마다 피어 있는 눈꽃과 얼어붙은 계곡이 자아내는 풍경은 아무리 숨이 차도 찬탄을 금치 못하게 하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위험하기도 위험하죠.

이렇게 말하면 제가 무슨 등반 전문가인 것 같지만 저도 겨울 설악산 등반은 딱 한번 해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20년 전 일입니다. 당시 저희 일행은 가장 효율적으로 설악산을 즐길 수 있는 코스, 즉 소공원-비선대-양폭-희운각-대청봉-오색 코스를 택했습니다.

그러니까 전날 밤에 설악동 부근에 숙소를 잡고 다음날 새벽, 해뜨기 전부터 산에 오르기 시작해 이른 낮 시간에 대청봉에 오른 다음, 해지기 전에 오색으로 쏜살같이 내려오는 겁니다. 그리고는 버스를 타고 설악동으로 돌아와 저녁을 지어 먹고 놀다가^^ 다음날 서울로 돌아오는 일정이었습니다. 급한 분들은 오색으로 하산해서 바로 (서울이든 어디든) 귀가 차편을 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코스는 가장 시간이 짧게 걸리면서 설악산의 진미를 다이제스트로 맛볼 수 있는 코스입니다. 물론 상급자용으로는 한계령 코스, 공룡능선 등의 더 깊이 파고 들어가는 '진미'가 있겠지만, 시간과 체력, 장비 등을 감안해 산 속에서 숙박을 하지 않고 설악산을 살짝 맛보기에는 더없이 좋은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시간 단축만을 생각하면 최단 왕복 거리인 오색-대청봉-오색 코스도 있지만 이건 설악산의 산악미를 맛보기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여러 모로 가로든 세로든 평지-대청봉-평지로 왕복하지 않고 쭉 넘는 종주가 좋습니다.)

어쨌든 이런 '쉬운 코스'도 겨울에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아이젠과 피켈은 당연히 필수. 걷는 동안은 땀이 뻘뻘 나지만 멈춰 서서 휴식에 들어가면 3분 이내로 온 몸이 시려오고 장갑은 북어처럼 빳빳해집니다. 중간에 몸을 덥히려 코코아를 끓였는데 두모금 째부터는 따뜻해지고 네모금째에는 미지근해집니다. 위험한 것도 당연합니다. 제가 올라가기 며칠 전 폭설과 조난으로 행방불명된 사람이 있었고, 대피소에서 실종자의 시체를 수거해서 하산하는 구조대와 만나기도 했습니다. (네. 무척 쫄았습니다.;)





그런데 1박2일 팀은 2개 조로 나뉘어 강호동-은지원은 상당한 난코스인 한계령 코스, 나머지는 상급자용 코스인 백담사 코스로 잡았습니다. 아마도 '산에서 1박2일'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짧은 코스를 배제한 것이겠지만, 그 결과 상당히 위험한 일정이 짜여졌습니다.

백담사 코스는 흔히 '길어서 그렇지 가장 평탄한 코스'로 꼽힙니다. 완만한 경사로 오래 오래 가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날씨입니다. 아무리 평탄한 길이라 해도 산길에서 7~8시간을 머무는 건 큰 각오를 해야 하는 코스죠. 더구나 난코스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많은 분들의 상식대로 "설악산 갖고 무슨 종주냐. 아침에 올라가서 저녁에 넘어 오면 되는 건데"와는 좀 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1박2일' 팀은 잠시 '찍는 사람'의 수고에 고개를 돌립니다. 사실 전문 산악 다큐멘터리를 봐도 출연자보다 보이지 않는 촬영팀이 훨씬 더 힘들 것이라는 건 당연한 얘깁니다. 주인공이 땀흘려 정상으로 오르는 장면을 찍기 위해선, 누군가는 그보다 한발 앞서 더 높은 곳에 올라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더구나 무거운 촬영 장비를(심지어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 납니다) 들고 말입니다. 


연예인이 이렇게 얼굴 내놓기를 꺼릴 정도의 추위라면 말 다 한거죠. 그런 데서 남들을 찍고 있는 사람들의 고생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강호동은 말합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가시는데다가, 우리는 앞 보고 가는데 저 분들은 뒷걸음질로 올라가요. 그러다 나무에 부딪히고, 바위에 부딪히고... 참 고생하십니다." 구체적으로 화면에 다뤄지지는 않았지만 산악 촬영팀이 아니라 예능 촬영팀이다 보니 이번 '1박2일' 촬영 과정에서도 촬영팀이 뒤로 처져 오히려 출연진의 발걸음이 더뎌지기도 한 모양입니다. 



어쨌든 이 예능특공대에게 복이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설악산은 아니지만 저도 여러번 일출을 보려고 노력해 봤는데, 이날 화면에 나온 것만큼 둥글고 제대로 계란 노른자 깨듯 쏙 튀어나오는 해는 본 적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아침놀이 지고, 그 구름 속에 갇혀 있던 해가 그냥 퉁 하고 어느 순간 드러나있는게 보통입니다. 아주 운이 없으면 흐린 하늘 아래서 그냥 날이 훤해지고 말죠. 이렇게 선명하게 쏙 나오는 일출은 참 운이 따르지 않으면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일출 장면의 순간 시청률은 40%대를 넘었다고 하는군요.)

이런 보람이 있었으니 체감온도 영하 35도의 혹한 속에서도 산에 올라 웃을 수 있는 모양입니다. 일출을 바라보는 출연진의 눈꼬리에 맺히는 눈물은 연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게 아니고, 그 감격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는 게, 그리고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남다른 힘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나자나 이승기가 빠지면 저 눈물은 대체 누가 대신 흘려 줄까요. 지난번에 '제6의 멤버'라면 이승기보다 어린 멤버가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는데 이젠 4명의 기존 멤버에 2명을 보강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올 수도 있겠군요. 제작진의 위기감이 대단하겠습니다.

이런 빈 자리도 공개 오디션으로 뽑으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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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동안 가장 친하게 지낸 건 만화였습니다. 인생의 로망이 만화책 끼고 뒹굴뒹굴인데 평소에 그럴 짬이 별로 없다 보니... 모처럼 연휴가 좋은 기회였습니다. 물론 사람이 살려면 또 할 일이 여러가지 있는 터라, 5일동안 37권밖에 못 봤습니다.

평소 친애해마지않는 한국 벤처기업의 기수이자 왕년의 만화평론가? 권대석 사장의 추천작을 중심으로 골랐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부터 순서대로 소개합니다. 뭐 만화같은 걸 볼 시간이 있다니...하고 혀를 차실 분들도 있을테지만 아무튼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건 아무래도 오카자키 마리의 '서플리'. 연애 문제에 대한 인사이트가 필요한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오카자키 마리 - 서플리

아무래도 이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광고회사를 배경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AE에 해당하는 한 20대 후반의 열혈 직장 여성이 일에 치여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남녀관계의 깊이에 점점 눈을 떠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뭐 더 간단히 요약하면 'OL의 일과 사랑'입니다.

물론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20대 후반까지 연애 한번 못해 본.... 타입은 아니고, 첫 등장부터 동거하는 남친이 있습니다. 그 남친과 깨지면서 본격 스토리가 시작되죠. 둘러싼 여성 캐릭터는 (1) 자유로운 연애를 추구하는 30대 초반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2) 외모도 일도 완벽에 가까운, 다소 얄미운 30대 초반 유부녀 AE (3) 제대로 된 남자를 잡아 결혼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전문대 출신의 20대 중반 사무직 (4) 단단히 프로 의식을 보여주는 30대 독신 스타일리스트 (5) 인생의 쓴맛을 모른 채 선배들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20대 중반 사회 초년생 (6) 좋아하는 남자에게 자존심이고 뭐고 일방적으로 매달려 목을 매는 20대 중반 사회 초년생 (7) '좋은 시절' 다 보낸 40대 후반의 독신 여사원 등입니다. 당연히 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남녀관계에 대한 밑그림은 다 다릅니다.


이 만화에는 '직장생활 5년이 넘었는데 애인이 없으면 연애결혼은 힘들다'는 말이 나옵니다(죄송합니다. 정확한 워딩은 잊어버렸습니다.^^) 물론 3년이냐 4년이냐 5년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만치 직장생활과 연애관계를 함께 유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일의 강도도 중요하죠.



사실 그냥 막연히 '직장생활'이라고 했지만 이 만화 속 인물들의 '일 중독'은 심각한 지경입니다. 광고회사가 일 많이 하는 곳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이 회사의 이 주인공들은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뭐 하긴... 제가 아는 분들 중에도 이 만화의 주인공들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일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저 맨 위 사진의 "나랑 일 중 뭐가 더 중요해?"는 남자친구가 하는 말입니다.^^)

특히 이 만화에는 그리 강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 쪽에서는 어떤 종류의 일을 하건 네트워킹이 강조되다 보니 식사와 술자리가 '사회 생활'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직장 동료 끼리, 동년배끼리의 릴랙스를 위한 술자리야 차라리 휴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중요한 분들'과의 술자리는 그 자체가 심한 스트레스죠. 이 만화에 나오는 분들은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은 아닙니다.

주인공은 하루 15시간씩 일하는 워커홀릭이지만 늘씬한 미녀, 사귀는 남자들은 뉴욕 지사로 뽑혀 갈 정도의 미남 엘리트, 혹은 국제감각이 탁월한 사진작가, 업계 최고의 CF 감독 등 화려한 면모가 부각되기 때문에 어찌 보면 아직 세상을 모르는 10대 소녀적 판타지에 충실한 만화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묻혀 있는 남녀 사이의 줄다리기 감정, 연애할 때 놓치거나 강조되는 점들, 일하면서 만나는 같은 여자들끼리의 연대감 혹은 적대감에 대한 묘사는 탁월하다고(뭐 저는 어차피 건너 느끼는 것이지만;;)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매우 드라마적 요소가 풍성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2006년 일본에서 원제 그대로(물론 일본 식으로 하면 '사프리'가 됩니다) 드라마화된 적이 있습니다. 여주인공 역은 '전차남'의 이토 미사키. 후리후리한 키가 강조되는 캐릭터인 만큼 적절한 캐스팅이었던 듯 합니다. 다만, 이 만화가 그 무렵 연재가 시작돼 2010년에서야 완간된 점을 생각하면 드라마의 결말은 만화의 결말과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아무튼 '일하는 여성'들은 한번쯤 보실만 한 작품인 듯 합니다. 딱 10권으로 끝납니다. 다만 남자 입장에서 볼때 결말은 좀.... 그렇습니다. 여자분들은 좀 다른 느낌을 가지실 수도 있을 듯.




다케토미 토모 - 이루어질수없는 사랑

전 3권이라는데 앞의 2권밖에 구해볼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저도 결말이 궁금합니다.

20대 초반에 이미 같이 잔 여자가 100명이 넘는 플레이보이가 명문 꽃꽂이 가문에서 고이고이 자란 영양(명문댁 아가씨라는 뜻의 일본식 표현이죠)에게 홀딱 반해 버립니다. 그야말로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을 알아 버린 겁니다.

그런데 장애가 한둘이 아닙니다. 이 아가씨는 빚 때문에 저택과 장원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돈많은 정혼자와 결혼해야 하고, 정혼자의 어머니는 또 남자주인공이 아는 사람입니다.
2권까지 봤는데 결론이 매우 궁금하다는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단 19금.




오바 츠쿠미(스토리작가), 오바타 타카시(작화) - 바쿠만

만화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앞의 두 사람은 '데스노트'를 함께 만든 콤비입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만화를 그린다는 것'에 대한 만화를 그렸습니다.

너무 몸을 혹사해 만화를 그리다 죽은 삼촌을 둔 중학생 1은 어느날 학교 최고의 우등생인 중학생 2로부터 "너 나랑 같이 만화계에 뛰어들지 않겠니?"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습니다. 평소 만화 스토리를 쓰고 싶었던 2가 그림에 재능이 있는 1을 스카우트한거죠.

중학생으로 출발한 이들 듀오는 갖은 연구로 작품을 만들어 일본 최고의 만화 주간지 '점프'에 도전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역시 아시겠지만 '점프'는 독자 앙케이트를 통해 연재되고 있는 만화의 인기도를 측정하고,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만화는 잔혹하게 잘라버리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니까 이 만화는 세계적인 스토리의 보고인 일본 '망가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가르쳐주는 충실한 교과서 역할을 합니다. 신인 작가가 주간지의 연재에 도전하고, 연재에 성공하면 단행본이 나오고, 단행본이 히트하면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거기서 결과가 좋으면 극장판까지 다시 만들어지는 그런 과정이 알기 쉽게 다뤄져 있습니다.

물론 주인공 1과 친구 여중생과의 기이한 사랑 이야기("우리는 사랑하지만 서로 성공할때까지 만나선 안돼") 같은 정서, 또 지나치게 엄숙하게 묘사되는 역시 일본적인 점프 편집부의 권위주의("한번 결정된 일이야!") 등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아무튼 그 과정에서 펼쳐지는 만화적인 개그 스토리도 충분히 재미를 제공합니다. 현재까지 10권 나와 있고, 극중 주인공들과는 달리 만화 '바쿠만'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더군요.^^

(이들 콤비의 라이벌로 불리는 동년배의 천재 만화가에게서 '데스노트' L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점도 웃음거리로 꼽을 만 합니다.^)




토보소 야나 - 흑집사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라고 해서 조카분의 강력 추천으로 보게 됐습니다. '...집사'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꽃미남 집사와 아가씨의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아가씨가 아니라 안대를 한 꽃미남 도련님...

빅토리아 시대 영국. '여왕의 번견'이라고 불리는 팬텀하이브 가문의 어린 후계자(백작)는 12세에 불과하지만 영국 정부의 구린 일들을 해결하는 '어둠의 손' 역할과, 세계적인(?) 완구 회사의 경영자라는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정체불명의 완전체 미남 집사가 버티고 있죠.

곧 드러나지만 이 미남 집사는 완벽한 두뇌와 완벽한 전투력, 그리고 절대 죽지 않는 완벽한 체력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악마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악마 치고는 너무나 합리적이고 정의롭습니다. 그가 백작의 집사로 봉사하고 있는 것은 나중에 백작의 영혼을 차지하는 댓가로 백작이 이승에 사는 동안 충실하게 그를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네. 이런 이론에 따르면 악마는 계약에 죽고 사는 존재라고도 하죠)이라는데, 한 남자아이의 영혼을 차지하는 데 들어가는 수고 치고는 너무 셉니다.

뭐 만화니까 그렇다고 치겠지만, 가끔씩 등장하는 다소 심각한 대사(인간의 본질적인 악에 대한 성찰...성 대사)와 집사를 제외한 세 사람의 고용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초등학생용 개그(그야말로 슬랩스틱성이 주류)의 불균형은 매우 심각합니다. 심각한 대사는 고교생 이상 용, 개그는 초등학생용이라고 생각하면 평균 잡아 중학생 이상은 재미있게 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흑집사'의 인기는 중학생을 넘어 성인층에게도 한창 폭발적이라는군요. 물론 만능인 미남 집사가 인기 있는 건 당연한 일이라 치지만, 평소 생각하던 '악마'라는 존재의 능력에 비하면 이 집사의 능력은 너무 약하기도 하고(또 어떤 때에는 너무 무리하게 강합니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구성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쉽지 않은 만화였습니다. 초기 설정으로 끝까지 먹고 들어가는 듯한 느낌.

현재까지 10권 나와 있고, 앞으로 30권은 무난히 돌파할 듯 합니다. 아무튼 저는 별로 더 보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긴 '홍차왕자'나 '꽃보다 남자' 역시 저는 참고 보지 못합니다.) 전형적인 소녀 만화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이상입니다. 사실 '최근 읽은 책' 등 무게있는 포스팅도 하고 싶지만 어쩐지 무거워서... 이런걸로 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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