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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펜더블 2, 실베스터 스탤론, 척 노리스] 1985년, 노량진 대성학원 옆에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다방이 하나 있었습니다. 커피는 한잔에 천원. 그런데 특징이라면 차를 파는게 주업이 아니라 비디오를 틀어 주는게 주업이라는 점이었죠.

 

비디오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 시절에 '빨간 비디오'를 틀어 주려면 시간이 그래도 새벽 한시는 넘어야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 야한 영화가 아니라, 당시 극장에서 접할 수 없었던 할리우드의 최신작 영화들을 틀어 주는 전문이었습니다. 인터넷은 커녕 삐삐도 없었고, LP와 카세트 테이프가 음반 산업의 주축이던 시절, 어디서 그런 영화들을 구해 오는지 매우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던 그해 여름, 학원생들 사이에서 당시 화제의 영화였던 '람보2'를 '그 다방'에서 틀어 준다는 소문이 쫙 돌았습니다. 극장 개봉 전이기도 했거니와, 극장 영화 표값이 한 2500원 정도 했던 시절. 가 보니 다방 안에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항의로 상영(?)이 중단될 뻔 했습니다. 아무리 무지몽매한 재수생들이었지만 보다 보니 주인공이 실베스터 스탤론이 아니고, 영화도 람보2가 아닌 것이 너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전혀 그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지금도 그날 본 그 영화가 람보2였다고 굳게 믿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몇명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별로 항의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진짜가 아닌 짝퉁 람보2였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넘어갈 만큼 영화는 재미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월남전 배경 영화는 흔치 않았던데다 서부극 못잖게 '쏘면 다 맞는' 영화는 현대전 영화에서 매우 드물었기 때문이죠. 아울러 수염 기른 남자주인공 또한 사뭇 매력적이었습니다.

 

 

 

 

짐작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그 영화는 'Missing in Action(1984)'이었고, 그 주인공은 척 노리스였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한 재수생의 머리 속에서 인연을 맺은 척 노리스와 실베스터 스랠론은 27년만에 한 영화에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익스펜더블2'.

 

 

 

1편을 보신 분이나 안 보신 분이나, 아무 상관없는 줄거리지만,

 

바니 로스(실베스터 스탤론), 크리스마스(제이슨 스타댐), 양(이연걸) 등은 1편의 악역이었던 거너 젠슨(돌프 룬그렌)을 멤버로 받아들여 여전히 용병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도입부는 네팔 어딘가에서 이들이 포로가 된 트렌치(아놀드 슈워제네거)를 구해 주는 장면. 신나는 불꽃놀이가 펼쳐집니다.

 

그러던 어느날 미국 정부 일을 하고 있는 미스터 처치(브루스 윌리스)가 과거의 부채를 거론하며 로스에게 동구권 어딘가에 추락한 비행기 금고에서 모종의 물건을 가져오라는 미션을 줍니다. 이들을 돕는 요원으로 젊은 중국인 여성 매기(여남餘男, 흔히 위난이라고 불립니다)가 파견되죠. 하지만 로스 일당은 현장에서 빌런(장 클로드 반담) 일당에게 기습을 당해 물건도 빼앗기고 인명 피해도 입죠. 분노한 로스는 매기의 도움으로 빌런 일당을 추격해 러시아로 갑니다.

 

 

 

 

이후의 전개에도 놀랄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반전도, 복선도, 보는 사람의 머리를 복잡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요소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냥 좋은 편은 악당들을 뭉개 버리고, 모든 사람이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결론을 향해 영화는 달려갑니다.

 

물론 이건 영화를 보기 전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영화 한 편에 실베스터 스탤론,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다 나오고 이들이 같은 편인데 대체 누가 그걸 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장 클로드 반담? 어림없죠.

 

 

 

 

이 영화를 보시는 분들의 마음 자세는 - 당연히 그렇겠지만 - 지금 현재가 아니라 '왕년'에 가 있어야 합니다. '왕년'의 극장가를 뒤흔들었던, 그리고 관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던 바로 그 액션 영웅들이 얼마나 늙고 몸도 굼뜨게 변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은지원이나 문희준이 여전히 팬들을 졸도하게 할만한 슈퍼스타는 아니지만, 어쨌든 '응답하라 1997'은 그 시절을 보냈던 연령층에게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 영화가 표방하는 대표적인 유머 역시 철저하게 관객의 추억에 기대고 있죠.

 

 

더 알아듣기 쉽게 하자면 이렇습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총알이 떨어졌다. I'll be back('터미네이터'의 상징적 대사).

브루스 윌리스: 그만 좀 돌아와! 이제 내 차례야. (제발 그 'I'll be back' 좀 그만 써먹어!)

아놀드 슈워제네거: 그래. Yippe-kai-yay ('다이 하드'에서 맥클레인의 상징적 대사)

 

 

 

 

1편에서 이미 그런 정서를 이용해 꽤 많은 돈을 번 '익스펜더블' 프로젝트는 2편에 들어가면서 부커(척 노리스)와 트렌치(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보강하고, 미스터 처치(브루스 윌리스)까지 실전에 투입하며 기세를 올립니다.

 

 

 

 

사실 이 시리즈의 아이디어는 역시 추억의 명화인 '지옥의 특전대(Wild Geese)'에 가깝지만, 그 어떤 비장미도 찾아볼 수 없다는게 특징이죠. 영화 중반에서는 어쩐지 '황야의 7인(혹은 '7인의 사무라이')' 쪽으로 흘러가려는 듯한 느낌이 잠시 조성되기도 하지만, 그런 기대는 일찌감치 접으시는게 좋습니다.

 

1편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몇몇 추가 멤버들과 함께 구질구질한 멜로드라마가 아예 삭제됐다는 것 뿐인데, IMDB 평점(6점대에서 7점대로), 로튼토마토 지수(41->64) 모두 상승했습니다. 글쎄 뭐가 그리 나아졌는지 알 수 없긴 하지만, 지금의 3,4,50대 남성 관객들이 두어 시간 동안 세상 시름을 잊고 1,2,30년 전을 그려 보기엔 딱 좋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뭐 여자분들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그런데 굳이 따져 보니 척 노리스는 70대였군요.^^ 진짜 액션 그랜드파...

 

척 노리스 1940.3.10

실베스터 스탤론, 1946. 7.6.

아놀드 슈워제네거 1947.7.30

브루스 윌리스 1955.3.19

돌프 룬그렌 1957.11.3

장 클로드 반담 1960.10.18

이연걸 1963.4.26

제이슨 스타댐 1967.9.12

 

 

 

 

자, 이제 3편에서는 누가 기다리고 있나 보겠습니다. 웨슬리 스나입스(1962.7.31)와 스티븐 시걸(1952.4.10)이 있군요. 1편에서 악역을 거부했던 반담도 가세했으니 시걸에게는 다이어트만 남은 셈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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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ㅇㅇㅊ 익스펜더블 1 에서 돌프 룬드그렌의 거너는 약물 중독으로 인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이라 문제였지만 아무튼 '우리 편'이었습니다. 영화 중간에 언급되는 'CIA 요원이 해적질하다 죽은' 게 1편의 대충 사건이었고요.

    적의 품격은 이쪽에 비해 어째 아주 많이 덜떨어지는 감이 있는데 어차피 적을 보여주는 영화라기 보다는 '우리편'을 훑어주기에도 바쁜 영화라는 점은 1편이나 2편이나 같고요. :)
    2012.09.09 13:57
  • 프로필사진 송원섭 암튼 나쁜놈이었다고요. 2012.09.14 19:19 신고
  • 프로필사진 skywalker 예전 미국 프로농구선수들을 모아 드림팀을 만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1편도 너무 심하다 생각했는데 이번은 한 술 더 뜨더군요. 저런 초사이어인들을 모아놓고 영화를 찍은 감독의 역량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2012.09.09 23:17
  • 프로필사진 송원섭 그래도 1편에선 맥클레인 형사는 총은 안 쐈죠.ㅋ 2012.09.14 19:20 신고
  • 프로필사진 후다닥 영화 포스터를 보면서 저사람들이랑 붙을라믄 어벤저스 정도는 와야 하지 않나 하는 뻘생각도 잠시 했었드랬죠
    그나저나 노리스할아버지 심지어 우리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네요.. ㄷㄷㄷ
    스탤론옹은 우리 어머니 동갑...
    진짜 그나이에 대단하네요
    저도 노량진 다방 비디오에 대한 추억이 좀 있긴 하네요...
    영웅본색이 동시상영관을 휩쓸던 시절에 노량진에 가면 영웅본색 시리즈라고
    주장하는 홍콩 액션 영화가 대략 영웅본색10탄까지도 있었죠
    주인공 3인방이 나오거나 바바리코트에 선슬라스 베레타 조합이면
    무조건 영웅본색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단..
    ㅋㅋㅋ
    근데 영등포 만화가게들은 무슨 깡으로 아침 11시부터 성인 비디오를 틀었던걸까요?
    2012.09.10 10:37
  • 프로필사진 halen70 뭐 악으로 깡으로 살던 시절이였으니까요.. 저는 노량진 보다는 신림동 과 영등포가 더 그립습니다.. 2012.09.10 22:54
  • 프로필사진 후다닥 ㅋㅋㅋ 저는 서식지역의 특성상(목동) 신림동보단 영등포쪽이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영등포역 주변의 몇몇 만화가게와 시장 사거리 귀퉁이에 위치했던
    만화가게들의 추억....
    ㅋㅋㅋ
    2012.09.13 10:46
  • 프로필사진 송원섭 뭐 당시엔 그런데가 꽤 있었죠. 서울역 주변에는 아예 24시간 만화+비디오... 2012.09.14 19:21 신고
  • 프로필사진 붉은비 3편에서는 다시 반담도 한 편에 넣고, 시걸도 영입해서 미국을 정복하는
    (워싱턴에서 1개 군단 정도 갈아엎으면 되겠군요 ㅋㅋㅋㅋ)
    스토리였으면 더더욱 좋겠습니다.
    이 정도 멤버면 강대국 하나쯤은 정복해주셔야죠. ㅎㅎㅎ
    2012.09.10 10:57
  • 프로필사진 송원섭 나중에 인도 쪽 형들과 한판 ㅋ 2012.09.14 19:21 신고
  • 프로필사진 가을남자 '척 노리스' 이소룡영화 '맹룡과강'에 나왔었지요.
    우리나라 미 8군에서 태권도를 배웠다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The wild geese' 내가 보았을것 같은데 줄거리가 잘생각이 나질 않는군요. 마지막에 비행기를 쫒아가다가 못타고마는 영화였던가...
    2012.09.10 16:52
  • 프로필사진 송원섭 척 노리스 주한미군 출신 맞습니다.
    그리고 리처드 버튼이 비행기 따라 뛰다 총맞은 다음 자기를 쏘라고 하죠.
    2012.09.14 19:22 신고
  • 프로필사진 가을남자 엑스펜더블 1편을 별로 재미없게 봐서...
    원래 정상급배우 들이 줄줄이 나오는 영화치고 재미있는영화는 별로 없었지요.

    과거 재미 있는 전쟁영화는 많았지요. 대표적인게 '독수리요새(where eagle's dare)' 왜 TV같은데서 안해주는지 모르겠읍니다.'리처드 버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했었지요..
    제가 제일 재미있게 본 전쟁영화는 '특공대작전(dirty dozen)' '리 마빈' 주연영화인데 참 재미있게 보았었읍니다.
    2012.09.10 17:01
  • 프로필사진 우구 익스펜더블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곳이 바로 람보 2죠. 저는 방학을 맞아 내려간 부산의 부산극장에서 람보2를 봤습니다만 ㅋ 그때만 해도 경비정의 쌍기관총 세례속에 7호발사관을 날리고 충돌직전 람보가 아슬아슬하게 강물로 다이빙 하는 장면에는 우리 일행이 있던 앞줄쪽 아저씨들이 벌떡 일어나 환호성 지르며 박수치고 그랬습니다. ㅋㅋㅋㅋ 아 촌시러.ㅋ 그때 현지 여자요원과 람보가 배를 타고 가면서 나누는 대화중에 자신은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대사가 나오죠. 익스펜더블이라는. 그래서 익스펜더블은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람보와 코만도의 가상승부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나누던 그 판타지의 실사판이 아닌가 합니다. 람보의 정서가 바닥에 흐르는 스탤론의 액션무비랄지. 1편은 초대권을 받아 익스펜더블을 봤는데 2편도..역시 봐야겠죠? 80년대 만화방에서 연탄화덕에 끓인 300원짜리 냄비라면과 손을 타 종이가 두툼해진 극화만화 더미와 흐릿한 화질의 비디오로 시간을 보냈던 청춘들이라면.. 2012.09.11 00:00
  • 프로필사진 송원섭 문득 람보와 코만도, 그리고 북극곰이 나오던 오래 전 유머가 생각납니다. 2012.09.14 19:22 신고
  • 프로필사진 skywalker 비디오다방 말씀을 하시니 옛날 생각이 납니다. 비디오가 귀하던 시절이었지요. 80년대 대학로 근처에 비디오다방이 있었습니다. 물론 헐리우드영화를 보여주는 수준이었는데 좌석도 극장식으로 한쪽을 바라보도록 배치되어있고 그 다방에 수십명이 앉아서 영화를 보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로 조그만 레스토랑도 비디오를 틀어주는 곳이 있었는데 우리가 개봉영화를 틀어달라 하자 아줌마가 "아이 좋은 것도 있는데" 하고 콧소리를 내면서 정말 다른 에로물을 틀어줬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

    삼십년전 비디오 재생만 되는 플레이어가 삼십만원 정도 했으니까요.
    2012.09.14 17:00
  • 프로필사진 송원섭 멋진 아줌마셨군요. ㅋ 2012.09.14 19:23 신고
  • 프로필사진 나루호도 호주에서 평일 밤 10시 상영 영화를 봤었는데요, 개봉날 이라서 그런지 꽤나 사람이 많더군요. 제옆에 앉은 중년의 코쟁이 아줌마는 피가 튀기고 살점이 날라갈 때마다 저랑 박장대소를 하느라 정신이 없더군요. 코쟁이들도 본작품의 유머를 꽤 즐기던데요 ㅎㅎ 끝나고 나서도 얘기 하는 거 살짝 들어보면 조낸 웃기다 ㅋㅋㅋ 이런 반응이 대다수였던...


    그나저나 엠파이어 지를 보니, 3편에 닉 케이지씨가 나오기로 계약이 됐고, 웨슬리 스나입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해리슨 포드(!)와 얘기 중이라고 나오는군요. 이러다 시걸 형님은 4편이나 되어야 나오는 것이 아닐지...

    근데 정말 아직 척형인 줄 알았는데, 척 할배로군요. 울나라 나이로 73살...!! 뭐 하긴 탤론이형과 놀드형도 60대 후반이니 정말 말 다 했지 싶습니다만도...우리 반담 형님의 돌려차긴 언제봐도 참 까리하더군요. 연걸이형과 리암 헴스워스군은 아무리 봐도 걍 얼굴 비추기고...여튼 빨리 3편이 나와 줘야 할텐데요. 3편엔 성룡형님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만.
    2012.09.15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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