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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인데다 온천 지대인 유후인의 2월은 꽤 따뜻했습니다만 곳곳에 눈의 흔적이 남아 있기는 했습니다. 워낙 큐슈 지역이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동네이기도 하다더군요. 심지어 후쿠오카에서 유후인으로 가는 버스 예매 안내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기도 했습니다. <눈으로 인해 버스 운행이 예고 없이 중단될 수도 있음>.

 

이런 안내를 보면 한번쯤 '그럼 기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몇가지 이유 때문에 결국은 버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우선 첫째, 버스가 훨씬 쌉니다. 둘째, 시간 면에서도 버스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직접 유후인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반면 기차는 하카다 역(후쿠오카 시내)까지 이동한 뒤 거기서 다시 기차로 움직여야 하므로 시간과 번거로움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셋째, 뭐 인생에 한번 쯤은 '예. 접니다. 지금 유후인인데 여기가 산골이라 폭설로 길이 끊겼다네요. 죄송합니다. 기차요? 기차는 현지 승객들로 꽉 차서 입석표도 없다고... 예. 상황 정리되는대로 복귀하겠습니다' 같은 전화도 한번쯤 해 볼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20여년간 회사 생활을 해 본 경험에 따르면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고민 말고...

 

유후인의 눈 흔적입니다.

 

 

유후인 온천장 료칸이나 호텔들은 거의 대부분 오전 10:30~11시에 체크아웃, 오후 2:30~3시 체크인의 스케줄을 따르고 있습니다. 2박 이상 투숙한 사람에게도 점심 식사는 제공되지 않으며, 특히 약간 외진 지역에 위치한 료칸들은 주변에 점심을 해결할만한 식당이 흔치 않은 편입니다. 대신 료칸들은 대부분 체크인/아웃 시간에 맞춰 무료 송영(送迎) 서비스를 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처럼 동네 구경에 나섰습니다. 나선 결론은... '왜 유후인에 다녀온 사람들의 사진이 다 똑같은 지 알겠다' 였습니다.

 

 

 

민가의 정원. 지나가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예쁜 장식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료칸에서 시내 어디에 내려 주면 좋겠다고 묻기에 일단 유후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긴린코(金鱗湖)를 가 보자고 했습니다.

 

 

조용하고 예쁜, 그냥 관광엽서에 흔히 등장할 것 같은,

 

 

이름 그대로 금잉어가 헤엄치는 그런 호수입니다.

 

 

 

그리고 아주 작습니다.

 

혹시 경기도 운천의 산정호수를 가 보신 분이라면, 그 1/5 정도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천천히 걸어서 한바퀴 도는데 15분이면 충분한 규모.

 

 

뒤편으로는 신사와 신수가 있고, 산으로 오르는 산책로도 있습니다. 굳이 가 볼만한 풍광은 아닐 듯 해서 패스.

 

 

 

한국과 일본 관광지의 가장 큰 차이라면 역시 1) 뽕짝민요메들리 등의 기괴한 소음이 없다 2) 기념품 가게의 물건 종류와 품질이 확연히 다르다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큐슈산 다양한 식재료를 파는 가게들이 주변에 많이 있습니다. 몇 군데를 돌아 봤는데 저 식재료의 종류가 거의 겹치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합니다. 어느 가게를 가 보나 똑같은 물건을 팔고 있는 한국과는 전혀 다릅니다.

 

 

 

 

긴린코 주변의 개천 운하(?)를 따라 시내 쪽으로 걸어나옵니다. 날도 따스하고, 절로 걷고 싶어지는 길입니다.

 

 

크고작은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을 계속 만나게 됩니다. 가격이 싼 편은 결코 아니고, 최대한 다른 가게들과 차별화를 생각한 물건들을 팔고 있습니다.

 

 

 

 

간판들만 봐도 매력적이죠.

 

 

 

 

예를 들면 고양이와 관련된 물건을 전문적으로 파는 이런 가게.

 

 

 

저의 상징물인 냥코센세가 가득합니다. 집안을 냥코센세로 채워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집에 냥코센세는 너 하나면 충분해!"라는 마나님의 일갈에 움찔.

 

 

 

반면 또 바로 그 앞집에는 강아지 관련 소품들을 집중적으로 파는 상점이 성업중입니다.

 

 

걷다 보면 유후인의 명소인 크라프토관 하치노스 게텐하신(クラフト館 蜂の巣 月點波心)이라는 가게를 만나게 됩니다. 크라프토(craft)라는 이름대로 목공예 중심의 공방. 비싸지만 정말 세심하게 만들어진 수많은 물건들이 여행자를 노립니다. 특히 여성 여행자를 동반한 분들이라면 매우 조심하셔야 할, 위험한 곳입니다. 눈이 뒤집어 집니다.

 

실내는 촬영 금지 지역.

 

 

걷다 보면 어느새 역전까지 와 버립니다.

 

유후인 시내 어디를 가든, 택시로 료칸까지 1000엔 이내에 도달 가능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한국에서 택시비 만원이면 꽤 먼 거리도 갈 수 있는 가격이지만, 유후인의 택시 기본 요금은 660엔... 1000엔이라봐야 한국 택시의 5천원 거리도 안 됩니다.

 

 

 

관광객들을 겨냥한 예쁘고 아기자기한 가게들도 좋지만 이런 오래된 간판들도 뭔가 마음을 끄는 데가 있습니다.

 

 

한 60~70년대부터 그냥 그대로 이 모습이었을 것 같은 료칸.

 

물론 구경만 하고 간식을 챙기지 않으면 곤란하죠.

 

 

소프트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하다는 미르히 Milch.

 

 

맛있지만 홋카이도에서 매일 먹던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맛에 비견될 정도는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아이스크림이라고 느꼈던, 삿포로 스스키노의 제과점 센슈안(千秋庵)의 아이스크림에는 감히 미치지 못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저처럼 소프트 아이스크림은 우유맛과 얼음맛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성지 홋카이도로 직행하시기 바랍니다. 특히 1921년 개점한 센슈안 본점을 꼭.

 

 

 

유후인 제일의 생크림 롤 가게라는 B-SPEAK에서는 정석대로 미리 주문한 뒤 보냉 팩으로 포장.

 

 

아, 물론 생크림 롤은 그냥 생크림 롤 맛입니다. 죽은 사람이 눈을 뜨고 절름발이가 벌떡 일어날 맛은 아닙니다.

 

원래 생크림 롤이라는게 다 맛있는거 아닌가요? (개인적으로 맛없는 생크림 롤이 없음)

 

 

 

어쨌든 아무리 좁다고 해도 마냥 걷다 보면 어딘가에서 잠시 쉬어 가고 싶어집니다.

 

눈길을 끄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쿠쿠치(麴智)라는 이름.

 

 

유후인 역에서 도보 10분(이 정도면 유후인에선 꽤 먼 거리입니다^^).

 

뭐 다녀와서 검색해 보니 이미 꽤 유명한 곳이더군요.

 

 

 

일단 나무를 중심으로 한 정원과 인테리어가 탁월합니다.

 

 

한국에서는 아예 자취를 감춘 듯한 석유 스토브의 정겨움까지.

 

 

 

홍차와 유자 모나카를 주문했습니다.

 

이 집에서 직접 만든 유자 모나카. 바삭한 껍질 안에 유자 향 가득한 팥 잼이 들어 있습니다. 절묘합니다.

 

 

 

바깥쪽에서 본 쿠쿠치의 정원.

 

 

 

도로 쪽에서 보면 왼쪽은 카페, 오른쪽은 제과 판매점입니다. 오른쪽 가게에선 유자 모나카를 비롯해 이 집에서 만든 다양한 과자와 수재 잼 등을 팔고 있었습니다. 뭔가 성의 있는 선물을 하시고 싶은 분들에게 적절합니다. 매번 공항에서 도쿄 바나나(이름과는 달리 일본 전국 각지에서 판매중)나 공항제 도리야키만 사 가신 분들이라면 특히.

 

 

메인 관광로는 다양한 상점과 카페, 관광객들로 붐비지만(이 거리의 모국어는 아마도 한국어인 듯. 일본어보다 더 많이 들립니다) 한 꺼풀만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시골 마을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산책에 최적화.

 

 

 

귀환 버스를 기다리기 위해 들어가 본 유후인 역 대합실(버스 터미널과 도보 2분 거리인데 역 대합실이 훨씬 넓고 쾌적합니다).

 

 

동네 주민 미술 동호회(?)의 전시공간으로도 활용되는 듯. 갤러리 느낌의 높은 천장과 채광창이 예쁘고 플랫폼으로 통하는 문도 뭔가 시대착오적인 느낌이 드는, 딱 마음에 드는 공간입니다.

 

 

 

어떤 분들은 '여름 온천이 제 맛'이라고도 하시지만 그래도 온천은 한겨울. 같은 곳을 또 가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다시 찬바람이 불면, 분명 유후인 온천 료칸이 다시 생각날 듯 합니다.

 

 

 

 

수시로 뭔 짓(?)을 벌이던 이 두 녀석도.

 

 

 

 

지금까지 보신 내용은 2015년 2월 기준입니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여름엔 이런 델 가야죠.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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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써놓고 올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잊고 있었습니다.

 

뭐 유후인을 여름에 가시는 분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올려 봅니다.

(저는 2015년 2월에 유후인을 다녀왔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겨울 기준으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빨리 겨울 포스팅을 정리해야 여름 포스팅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럼 시작. 앞글에서 이어집니다.

 

1. 유후인 료칸 야스하, 살짝 들여다 보기  http://fivecard.joins.com/1304

2.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3. 유후인, 야스하 료칸의 아침 식사는?  http://fivecard.joins.com/1306

4. 유후인, 왜 모든 사진들이 다 똑같을까?  http://fivecard.joins.com/1307 (예정)

 

 

저녁은 료칸 특유의 가이세키 요리로 배가 터지게 먹었으면, 아침과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도 소개를 해야 정상이겠죠?

 

아침은 저녁에 비하면 상당히 소박(?)합니다. 상식선에서..

 

 

일단 보시는 바와 같이 생선구이, 된장, 젓갈(명란젓), 샐러드, 나물 반찬, 연두부, 우메보시, 해초 반찬, 그리고 계란입니다.

 

계란은 온천에 찐 것.

 

 

 

조개국물의 미소시루가 일품. 옆에는 튀긴 두부찜입니다.

 

 

첫날의 생선은 삼치였습니다. 명란젓과 강된장 풍의 졸인 된장이 같이 나옵니다.

 

 

밥은 따로 큰 밥통에 나옵니다.

 

그런데 아침의 주인공은 바로 이 밥.

 

그냥 밥만 먹어도 기가 막힌 맛입니다. 밥에 대체 뭘 뿌렸는지 의심이 날 정도.

 

전기밥통으로는 절대 낼 수 없는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메보시.

 

연두부.

 

 

사실 일본식 아침식사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터지만, 큰 밥통을 긁어 먹게 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을 담갔던 온천의 힘인지 모르겠습니다.

 

 

 

둘쨋날 아침은 살짝 메뉴가 달라져 있습니다. 삼치 대신 연어, 연두부 대신 각두부... 물론 뭐 밑반찬들은 비슷합니다. 명란젓과 샐러드, 우메보시 등은 공통 요소.

 

 

대신 다른 점은 이렇게 1인용 풍로에 베이컨 에그를 먹을 수 있게 해 준다는 점.

 

 

돼지고기 간장조림입니다. 흔히 니쿠자카라고 부르는 종류와 비슷합니다.

 

다른 음식은 다 맛있었습니다만 이 니쿠자카는 일본 요리의 특징상 비계를 제거하지 않아 상당히 기름진 맛이 납니다. 평균적인 한국 사람의 입맛으로는 그리 좋다고 하기 힘든... 뭐 그런 맛입니다. 물론 외국에 나와 모든 음식이 다 입에 착착 맞을 거라고 기대하는 게 잘못이죠.

 

어쨌든 아침밥을 싹싹 긁어 먹고, 부른 배로 다시 한번 온천에 풍덩 뛰어들었다 나온 다음 시내 구경을 나옵니다.

 

시내라고 해 봐야 읍내만도 못한 규모. 그래도 조그만 읍내에 꽤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에, 시내 나들이는 곧 식도락 나들이가 됩니다.

 

 

 

자. 일단 유명한 금상 고로케. '일본 제일' 이라는 간판이 자랑스럽게 붙어 있습니다.

 

 

 

심지어 한글로까지. 그 좁은 유후인 바닥에 두 개의 매장이 있습니다. 정말 잘 되나 봅니다.

 

 

이것이 바로 개당 160엔 짜리 고로케. 물론 기본적으로 어떻게 해도 맛난, 기본에 충실한 고로케 맛입니다만 뭔가 좀 예민한 사람에게는 살짝 고기냄새가 나기도 한다고 합니다. 혹시 평소 예민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고로케를 고르는 것도 방법일 듯 합니다.

 

 

 

이건 끼니 용으로 먹은 템뿌라소바. 그냥 기본적인 맛.

 

 

 

그리고 유후인을 대표하는 먹거리 중 하나라고 소개받은 유후인버거. 자부심이 대단해 보입니다.

 

 

특별히 패티가 크거나 두껍거나, 고기 맛이 남다르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마늘과 토마토 퓨레가 많이 들어간 듯한 소스가 독특합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버거킹의 갈릭스테이크버거에 딸려 나오는 소스와 비슷한 맛...?

 

아무튼 특이하고 맛있습니다. 눈이 번쩍 튀어나올 정도로 맛있게 느끼지 않은 것은 제가 평소 햄버거 종류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살짝 케찹+양파+피클 맛이 아닌 햄버거가 좀 이단으로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훌륭합니다. 한번쯤 드셔 봐도 좋을 듯.

 

이렇게 해서 유후인에서 먹었던 '식사용 먹을거리'에 대한 내용은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다음은 자질구레한 간식거리와 시내 구경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그런데 역시 동네가 조그맣다보니 별 신기한 건 없었습니다. 뭣보다 '왜 유후인에 다녀온 사람들은 모두 사진이 똑같을까'에 대한 답을 알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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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fivecard.joins.com/1304 에서 이어집니다.

 

 

1. 유후인 료칸 야스하, 살짝 들여다 보기  http://fivecard.joins.com/1304

2.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3. 유후인, 야스하 료칸의 아침 식사는?  http://fivecard.joins.com/1306

4. 유후인, 왜 모든 사진들이 다 똑같을까?  http://fivecard.joins.com/13067

 

 

 

아무래도 료칸 여행은 식도락 여행을 겸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이세키 요리라는 특전이 있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들이 '가이세키' 라고 한글로도 일본어로도 발음이 똑같은 회석 會席 요리와 회석 懷石 요리를 착각합니다. 전자는 격식을 갖춰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정찬 요리로 양도 많고 코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후자의 가이세키도 다양하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다도 용어로, '배고픔을 이기기 위한 간단한 식사'라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가이세키 會席 = 양이 많고 코스가 다양한 정찬 요리 

가이세키 懷石 = 다도에서 비롯된 간단하고 정갈한 소품 식사

 

역사적으로 연원을 따지면 會席요리는 일본 전래의 정찬인 혼젠요리(理, 4~5차례 상을 바꿔 들이며 대접하는 전통적인 손님 접대용 정찬 요리)에 懷石 요리의 형식이 영향을 미쳐 성립된 것이라고 하니, 전혀 무관한 사이는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지향하는 방향이 정 반대이기 때문에 혼동해서는 안 될 것 같은데, 발음이 같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잘못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일식당 중에도 나오는 요리를 보면 會席 쪽인데 한자는 懷石 이라고 써 놓은 집을 가끔 보게 됩니다.

 

아무튼 우리가 료칸에서 먹은 것은 會席(이제부터 이 글에서 쓰는 가이세키는 모두 이 會席 요리를 뜻합니다) 요리. 기본적인 가이세키 요리는 '전채1( - 전채2(前菜) - 맑은 국( - 생선회(お造り)- 구이(焼物) - 튀김(- 찜( - 초절임(酢物) - 밥(お碗) - 디저트'의 구성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야스하라는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 구성은 조금 다릅니다. 물론 기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식전주

오자쓰키(

 

 

 

이 료칸에선 이렇게 미리 한글로 된 메뉴를 줍니다.

 

일본 료칸은 본래 방으로 큰 상을 들여다 식사를 제공했고, 아직도 전통을 중시하는 일류 료칸들은 그렇게 한다고들 합니다만, 이미 대다수 료칸들은 별도의 식당을 마련하고 식사를 하게 합니다. 아무래도 방까지 상을 들이는 인건비 등이 만만치 않아 그렇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렇게 나와 먹는게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식전주. 복숭아 맛이 나는 달콤한 칵테일. 거의 술이 아닙니다.

 

 

오자쓰키(

 

 

젠사이(膳彩). 아귀 간과 두부, 치즈스틱을 햄으로 만 것, 가다랑어 무침, 호두 선, 사과 젤리, 새우 마요네즈 무침, 오징어 유자 매실무침, 농어 초밥... 아기자기해서 참 먹기 아깝습니다만 호로록 호로록.

 

 

 

 

 

 

생 와사비와 앙증맞은 강판 제공. 참 강판이 귀엽기도 하거니와, 생 와사비에서 매운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달다고 생각될 정도.

 

 

 

야스하의 특징으로 꼽히는 간장 젤리. 간장에 다섯가지 과일주스 등을 섞어서 굳힌 젤라틴 형태의 간장입니다. 가끔 장조림에 들어 있는 반 고형 간장을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듯. 색깔별로 다른 향이 살짝 스치는 희한한 맛입니다. 아무튼 굿.

 

 

 

 

 

 

 

 

 

 

 

 

 

 

 

 

 

배가 부른데! 배가 부르다고!

 

 

 

  

 

다 보여드리는 건 뭐 귀찮기도 하고, 아무튼 다시 11코스의 가이세키 요리를 먹었습니다.

 

  

 

  

 

유일하게 이틀 연속 등판한 분고 비프. 아무튼 두번쨋날 저녁에도 여지없이 배가 터졌습니다.

 

이 포스팅이 마음에 드셨으면 아래 버튼을 한번 사용해 보시는 것도...^^

 

 

 

 

...그리고 다음은 아침식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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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처음으로 일본 료칸(旅館)을 다녀왔습니다. 일본 여행은 꽤 해 봤고, 당연히 온천도 가 봤지만 전통 료칸에 머문 것은 처음이라 꽤 궁금했습니다.

 

사실 일본에 가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료칸에 대한 로망을 갖고 가지만, 쉽게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료칸이라고 불리려면 당연히 온천이 있어야 하고, 전통적인 다다미방 숙소에 홑이불을 깔아 주는 서비스가 있고, 일본 전통 가이세키(會席. 일식집 중에도 가끔 다도에서 쓰는 懐石과 혼동해서 써 놓은 경우가 있는데 발음은 같지만 큰 차이가 있습니다) 요리로 저녁 성찬을 차려준다는 점 등이 갖춰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받으려면, 당연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대개 료칸의 요금은 손님 1인당 가격으로 계산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위의 조건을 갖춘 료칸은 대개 1인당 1만엔 대부터 시작하고, 별채 방마다 개인용 욕실이 딸려 있느냐, 그리고 그 욕실이 노천 온천이냐 아니냐, 주위의 풍광이 얼마나 좋으냐, 식사를 방에까지 날라다 주느냐 등의 조건에 따라 가격이 점점 올라갑니다.

 

최고급 료칸 중에는 1인당 5만엔대까지 있다고 하는데, 이 경우면 2인 1박에 한국 돈으로 100만원인 셈이죠(물론 제가 간 곳은 당연히 이런 최고급 료칸은 아닙니다;).

 

아무튼 사치라면 상당히 사치인 셈인데, 최근의 엔저 에 용기를 얻어 한번 질러 봤습니다.

 

총 4편의 글 중 첫편입니다.

 

1. 유후인 료칸 야스하, 살짝 들여다 보기  http://fivecard.joins.com/1304

2. 일본 료칸의 가이세키 요리란? http://fivecard.joins.com/1305

3. 유후인, 야스하 료칸의 아침 식사는?  http://fivecard.joins.com/1306

4. 유후인, 왜 모든 사진들이 다 똑같을까?  http://fivecard.joins.com/1307

 

  

 

유후인(湯布院) 역 전경. 만약 유후인만 갈 생각이라면 후쿠오카 공항에서 바로 연결되는 직행 고속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 듯 합니다. 고속버스 터미널은 역 정면으로 약 30m 떨어져 있습니다. 편도 2800엔 정도. 2시간~2시간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그렇지 않고 후쿠오카 시내(하카다 역?)까지 들어가든, 큐슈의 다른 도시를 거쳐가든 하면 역을 이용할 일이 있겠죠.

 

아무튼 이번 여행의 목적은 아무것도 곁눈질하지 않고 그냥 료칸에서 쉬다 오는 거였기 때문에 바로 버스를 이용해 저 위치에 내렸습니다. 역전에서 료칸에 전화하면 차가 데리러 오거나, 택시를 이용하는데 택시 요금을 료칸에서 지불합니다. (물론 안 그런 곳도 있습니다. 예약할 때 확인 필요.)

 

 

역에 내리면 보이는 유후인의 랜드마크는 유후다케라고 불리는 저 흰 봉우리.

 

 

차를 타고 료칸으로 가는 동안에도 정면의 흰 봉우리가 보입니다. 역에서 유후다케 방향으로 가는 큰길이 유후인의 메인 스트리트입니다. 그리고... 금세 알게 되지만 유후인은 매우 작은 골입니다. 정말 두어 시간이면 속속들이 알 수 있는 마을이라고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러니 차로 한 10여분 달리면 야스하(泰葉) 료칸에 도착합니다. 메인 스트리트 주변에도 료칸들이 눈에 띄지만, 메인 도로에서 건물이 약간 드물어질 때쯤 왼쪽 산길로 올라가면, 오르막길을 타고 좌우 양쪽에 료칸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약간 산속 같은 곳에 있는 편이 더 료칸 분위기가 납니다.

 

홈페이지는 http://www.yasuha.co.jp/index.htm  예약도 여기서 할 수 있습니다.

 

 

대략 이렇게 생겼습니다. 위에 보이는 건물이 1번의 메인 건물. 2층 건물로, 객실 몇개와 대욕장(이라지만 크지는 않음)이 있습니다. 2번 건물은 식당, 3번은 건물이 아니라 족욕장입니다.

 

 

족욕장에서 유후인 시내 쪽을 내려다보면 대략 이런 풍경입니다. 흰 연기는 온천수를 뽑아내는 수증기.

 

이 료칸을 선택한 건 '유후인에서도 가장 손꼽히는 온천수'를 보유한 집이라는 설명 때문이었습니다. 유후인의 수많은 온천장 가운데서도 이 집의 원탕은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뭐 무슨 근거인지 알 수 없지만 몸을 담가 본 결과 믿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울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했습니다.

(일부 료칸들은 아직도 전화로만 예약을 받더군요.^)

 

http://www.jhpds.net/yasuha/uw/uwp3100/uww3101.do?yadNo=333257

 

 

 

객실과 객실 사이는 다 이런 회랑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눈비가 올때 편하도록.

 

 

위 지도에서 보면 7번 위치에 있는 방입니다. 다다미 8조짜리 별실이고, 전용 노천욕조가 바로 밖에 붙어 있습니다.

 

 

들어가 보면 이런 모습. 다다미가 깔린 끝에 2인용 탁자가 있고, 그 창밖이 바로 노천온천입니다. 왼쪽 문을 열고 나가면

 

 

이런 작은 욕실을 거쳐 바로 노천온천입니다.

 

 

이런 모습. 오른쪽은 관을 통해 온천물이 쉴새없이 흘러들고 있고, 왼쪽에는 냉수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있습니다. 온천 원수는 매우 뜨겁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가기 전에 왼쪽 찬물을 틀어 대략 온도를 낮춰야 합니다. 찬물을 타면서 왼쪽에 있는 저 넓적한 판때기로 물을 아래위로 휘젓죠.

 

 

방에 이불을 깐 모습. 채널 5개가 나오는 TV 한대, 빈 냉장고 한대, 물을 끓일 수 있는 포트와 차 세트가 있고, 얼음물은 무한 공급입니다. 유카타는 당연히 공급.

 

야스하 료칸에는 일반 객실, 다다미 8조짜리 별채 객실(노천온천 포함), 12조짜리 별채 객실(노천온천 포함)의 세 가지 방이 있습니다. 당연히 뒤로 갈수록 비쌉니다. 8조와 12조의 차이는 방 크기 외에 온천이 있는 정원도 조금 더 넓은 듯 합니다. 하지만 2~3인 정도라면 8조 객실로 충분합니다.

 

 

 

노천온천은 욕조 위로 바로 하늘이 보이는 타입은 아니고, 지붕이 있어 비가 올 때에도 노천욕을 하는데 지장이 없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있으면 왕년에 홋카이도에서 겪었던, '노천온천에 누워 하늘에서 눈이 떨어지는 맛'은 보기 힘들죠.^^

 

뭐 모든 걸 다 가질 순 없지만, 이 온천에 누워 울창한 수풀과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이 순해지는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소개글들을 보면 야스하 료칸의 온천수는 은은한 푸른색을 띤다고 되어 있습니다.

 

바닥의 돌이 파란 색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은근히 푸른 느낌이 드는 건 맞습니다.

 

 

일단 온천을 본 이상 이성을 잃고 뛰어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 발 하나로 모든 설명 끝.

 

 

 

물은 쉴새없이 흘러들어오고 흘러나갑니다. 출수구의 저 흰 얼룩이나,

 

 

탕의 수위선에 어느새 생긴 흰 선을 보면 물에 석회질이 상당 부분 섞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새벽에 일어나 탕으로 나가면 이렇게 푸르스름한 안개까지. 분위기 좋습니다.

 

 

 

방 밖은 거의 항상 이렇게 온천수를 뽑아내는 수증기로 가득.

 

 

온천수의 성분 때문에 주위의 나무들이 저렇게 흰 색으로 뒤덮인다고 합니다.

 

 

다시 본관. 본관은 이렇게 거대한 화덕 주위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이 공간 바로 뒤편에 대욕장(공동탕)이 있습니다.

 

 

공동탕 안에는 당연히 이런 욕조와 일반 목욕탕 같은 벽면의 샤워 시설이 있고,

 

 

 

거기서 한번 더 문을 열고 나가면 대망의 노천탕이 있습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잘 꾸며져 있고 나무가 우거져 있어 개방감이 좋습니다. 전체적인 푸르스름한 색조도 좋고, 몸을 담그면 기분 좋은 짜릿함이 느껴집니다.

 

일부 지역에는 이 노천탕이 남녀 혼탕인 곳이 있지만 여기는 노천탕도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습니다. 다만 바로 옆이라 소리를 지르면 들릴 정도는 될 듯...^^

 

 

물론 저런 공동탕도 좋지만 형편이 허락한다면 방마다 딸린 독점 노천탕의 유혹은 어마어마합니다. 특히 번거롭게 멀리 있는 욕장에 갈 채비를 할 필요 없이 그대로 옷만 벗고 탕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매력입니다.

 

밤의 모습. 쌀쌀한 날씨에 뜨뜻한 탕 안에서 몸을 덥히고, 너무 더워지면 밖으로 몸을 내밀고 시원한 맥주를 벌컥벌컥... 서늘해지면 또 탕에 뛰어들고,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놓으면 금상첨화.

 

정말 저러고 있으면 세상에 부러운게 없더군요. 글자 그대로 PERFECT RETREAT.

 

 

 

 

 

 

자. 다음은 당연히 식사편. http://fivecard.joins.com/1305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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