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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상해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으로 꼽히는 것이 소롱포입니다. 샤오롱바오라고도 하죠. 한자로는 小籠包라고 씁니다. 일부에서 소룡포라고 잘못 읽기도 합니다만, 소'롱'포가 맞습니다. 농구 할때 농자죠. 

샤오롱바오, 혹은 소롱포의 핵심은 겉에서 봐선 흔한 고기만두의 모습이지만, 일단 깨물어 보면 뜨거운 국물이 주륵 흘러나온다는 것입니다. 특히 거죽은 식더라도 속의 국물은 쪄 내온 그 온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잘 모르고 깨물었다가는 입천장이 홀랑 벗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사 입을 델 지라도 그 풍부한 육즙과 고기맛의 조화는 정말 별미 중의 별미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제목에 나오는 원조 소롱포란 이미 상하이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남상만두점(남상만두점), 즉 난시앙 레스토랑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국에도 두 군데나 점포가 열려 있었지만 2010년 8월말 현재 두 군데의 분점은 모두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소롱포 마니아로서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물론 만만찮게 팬이 많은 딘타이펑은 여전히 성업중입니다만, 소롱포의 맛으로만 따졌을 때 난시앙과 딘타이펑을 견준다는 것은 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입맛은 취향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고기로 치자면 꽃등심과 맥도널드 햄버거를 비교하는 격이라고 생각합니다(참고로 저는 맥도널드 햄버거 사랑합니다. 대단히 맛있습니다. 다만 햄버거는 그냥 햄버거고 라면은 그냥 라면입니다).

국내에서 먹을 수 있는 소롱포로는 딘타이펑의 라이벌은 그냥 크리스탈 제이드 정도. 가격대 성능비를 따진다면 노독일처가 더 낫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딘타이펑이나 크리스탈 제이드 모두 소롱포 외에도 다양한 다른 메뉴가 있어 가볼만한 곳이지만, 단지 만두만을 위해 간다면(둘 다 명동점일때를 가정하면), 그냥 취천루에 가서 교자만두를 실컷 먹으렵니다.



각설하고 지난 8월의 엄청나게 더운 어느 토요일, 상해의 난시앙 본점에 만두를 먹으러 갔습니다. 뭐 추울 때 먹으면 더 맛나겠지만 어쨌든 갔습니다. 위치는 잘 알려진대로, 상해의 가장 유명한 관광 스팟 중 하나인 예원 입구입니다.

난시앙 만두가 맛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건 오랫동안 상해를 다녀온 사람들의 논란거리였습니다. '비리고 느끼하고 맛이 없어서 토할 것 같았다'는 사람에서 '너무 맛있어서 죽어버리는 줄 알았다'는 사람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죠. 흥미로운 것은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너 1층에서 줄서서 산 만두 먹은 거지?"라고 물으면 거의 97%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는 겁니다.

조금 더 고급 정보로 넘어가면 난시앙은 3층까지 있습니다. 그리고 1층은 입석(이라기보다 그냥 테이크아웃 내지는 야외에서 아무렇게나 펼쳐놓고 먹기), 2층과 3층은 식당의 형태이며 1층보단 2층이, 2층보단 3층이 훨씬 비싸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연히 난시앙의 진면목을 보려면 3층으로 가야죠.

네. 3층 만두가 진정한 난시앙 소롱포입니다.



본격 여행철이 아닌 때, 그리고 평일이라면 2, 3층은 그냥 앉을 수 있는 경우가 꽤 많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제가 찾아간 시간은 토요일 점심때. 3층으로 입장하려는 줄이 2층 입구까지 늘어져 있었습니다. 물론 이 만두를 먹으러 바다를 건너 왔는데 이 정도의 난관에 포기할 수는 없었죠.

3층은 장흥루(長興樓)와 정흥루(鼎興樓)라는 두 개의 식당으로 분리되어 있고, 줄도 따로 섭니다. 물론 1, 2, 3층의 가격이 모두 다르지만 3층의 두 식당은 공통 메뉴인 소롱포의 가격은 같습니다. 단지 장흥루(난시앙, 즉 남상만두점이 한때 사용한 상호라고 합니다)는 전통적인 만두에만 집중하는 식당인 반면 정흥루는 만두 외에도 다양한 요리들을 팔고 있습니다. 식당의 모양새를 봐도 정흥루가 가장 고급스러운 것은 분명합니다.

아무튼 저는 소롱포 외의 다른 메뉴에는 관심이 없었으므로 장흥루로 줄을 섰습니다.



흔들렸군요. 어쨌든 가장 중요한 메뉴.



메뉴. 장흥루는 맨 위에서부터 스페셜 게알(48), 선육-돼지고기(30), 게살(30), 새우(40), 야채(28), 송이(88), 그리고 가장 비싼 게알샥스핀(108)까지 7종의 소롱포를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칸에 있는 빨대로 빨아먹는 만두형 수프인 게알 탕파오는 22위안.

절대적으로 싼 가격은 아니었습니다. 가장 기본형인 선육소롱포는 5400원 정도로 서울 분점보다 쌌지만, 비싼 축에 드는 송이는 16000원, 게알샥스핀은 19000원대의 가격으로 분명 서울보다 비쌉니다.

어쨌든 뭐가 제일 맛있는지 쉽게 알 수 없을 때의 방법. 일단 무식하게 많이 시켜봤습니다. 참고로 맨 위에 나오는 탕파오는 그냥 탕파오 맛입니다. 시원(물론 온도는 살벌하게 뜨거움)하고 고소합니다. 맛있습니다.^



물론 또 이렇게 다 시켜놓고 보니 서울보다는 확실히 싼 가격이군요. 5종의 소롱포와 탕파오 하나, 그리고 음료수까지 시켜서 55000원 정도입니다. (네. 게살 한번 먹어보고 통이 커진 듯 합니다.^^)



똑같이 생긴 소롱포를 어떻게 구별하는지 궁금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지금 위 사진은 게살 소롱포입니다. 살짝 노릇노릇한 기운이 돕니다.




주둥이에 살짝 참기름으로 보이는 기름 방울이 달린 것이 스페셜 게알.



그리고 이것이 최고가인 게알샥스핀. 혼동이 없게 하기 위해 가운데에 당근 조각 같은 것을 올려 놓았더군요. 뭐가 다른지 알기 위해 가져오는 순서대로 일일히 계산서와 대조해서 확인했습니다.

맛은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한판에 6개씩 30개의 소롱포를 둘이서 딱 2개 남기고 순식간에 모두 해치웠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배가 부른 것도 느끼지 못할 정도였죠. 사실 남긴 2개도, 기준으로 삼기 위해 시킨 선육 소롱포가 마지막에 나오는 바람에 남긴 듯 합니다. 아무래도 비싼 쪽이 더 맛이 화려하기 때문에, 다른 종류를 먼저 먹으면 그냥 선육 소롱포는 좀 느끼하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서울과 비교하자면 약간 더 기름진 맛이라고 할까요? 이제는 갈수 없게 된 서울 분점의 육즙은 그냥 거의 순수한 닭 육수를 사용한 느낌이라면 상해 예원 본점의 육즙은 조금 더 복합적인 맛입니다. 닭 육수에 살짝 돼지 육수가 섞인 느낌도 나고, 참기름 맛도 꽤 느껴집니다. 물론 서울 분점에서도 느끼하다며 소롱포를 못 드시는 분이 있었기 때문에 절대적인 기준은 제시할 수 없습니다.



그밖에 서울점과 차이가 있다면, 자차이나 할라피뇨같은 반찬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느끼한 음식에 약한 분들은 유일한 반찬인 생강 초절임을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무료 리필(?)입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상해에 가서 가장 먼저 먹어야 할 것은 역시 남상만두점의 소롱포였습니다. 문득 오사카에서 난시앙 분점을 발견했을 때 들어가지 않은 게 후회됩니다.







물론 밥만 먹고 갈 수 없다는 의무감(?)으로 예원 산책에 나섰지만 이날 상해 지역의 기온은 현지 영자신문에 따르면 "상해시가 공식적으로 기온 측정을 하기 시작한 1873년 이래 가장 뜨거운 섭씨 40.7도(네. 너무 충격적이라 숫자를 다 외워버렸습니다)".

예원의 그림같은 정원도, 아름다운 기암괴석과 건물들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돌 바닥 건물에서는 서늘한 공기가 느껴지더군요. 그냥 그 돌 바닥에 드러눕고 싶은 날씨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난 두 번의 상해 방문 때에도 가보지 못한 소주/항주 등의 명소들은 이번에도 방문지에서 완전히 제외. 결론은 '시원한 데서 먹고, 시원한 데서 쉬다 가자'에 합의하는데 0.1초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먹자판 여행기는 다음에도 이어집니다. 주-욱.

P.S. 그나저나 서울 난시앙 분점들은 대체 무슨 연유로 문을 닫은 것일까요. 장사도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서울에 돌아와 이런 참상을 보고 나니 상하이에서 난시앙을 들르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습니다. 분점 폐쇄의 연유를 아시는 분은 귀띔이라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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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명물 털게, 이정도는 먹어야  (59) 201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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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 수륙의 명물이 모이는 중국 요리의 본산 중 하나. 북경-사천-광동 요리와 함께 상해 요리의 명성은 누구라도 익히 들었을 법 합니다. 그리고 상해의 그 많은 식재료 중에서도 가장 명성 높은 재료라면 상해 게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물론 지구상에서 게라는 이름이 붙은 동물 가운데 맛 없는 동물은 없었다는 것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등껍질이 사람 얼굴같이 징그럽게 생겨서 아무도 먹지 않는다는 일본 세토나이카이의 헤이케 게(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나오는 얘깁니다. 정말인지는 모르겠습니다)도 일단 먹어 보면 맛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많고 많은 맛있는 게 중에서도 상하이 게, 정확하게 상하이 털게(上海毛蟹)혹은 큰 수문게(大閘蟹)라고 불리는 이 게는 여러가지 면에서 매우 특이합니다. 일단 큰 대자가 들어가는 이름에 비해 사이즈가 정말 기대 이하입니다.

  (이렇게 보면 엄청 커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명함 한장 정도...ㅠㅠ)

상하이에서 게를 먹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웬만한 사람은 세번 놀랍니다. 첫째로는 게가 기대했던 것보다 너무 작아서 한번 놀라고, 두번째는 중국 물가에 비해서 그 작은 게가 무척 비싸다는데 놀랍니다. 세번째로는, 그 먹는 것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이 그 어린애 손바닥만한 게를, 이쑤시개와 귀이개 같은 전문 도구를 이용해서 20분씩 파 먹고 있는 걸 보고 경악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몸통이 명함 한장만한 게가 대체 먹을게 뭐 있다고 그렇게 파 먹는지. 참고로 약 10년 전, 저는 상해에서 웬 중국 재벌가 아드님(당시 얘기로는 중국 6대 재벌의 후계자라고 했습니다)과 식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상 위에 온갖 진미가 올라왔고 열심히 쩝쩝 먹고 있는데, 누군가 상해에 왔으면 게를 먹어야 한다고 한마디 한 겁니다. 이 말을 들은 재벌님은 즉시 지배인을 불러서(참고로 그 식당, 그리고 식당이 있는 건물이 모두 이 재벌님의 소유였습니다), 게 있느냐고 묻더군요.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듣고 안색이 변한 이 재벌님은 즉시 자기 기사를 시켜 게를 사오게 했습니다. ...네. 아무나 재벌 되는게 아니더군요.

다른 요리를 먹고 있는 사이 기사가 신속한 동작으로 사온 게가 그 식당의 주방 찜통을 거쳐 상에 올라왔습니다. 그 다음은 저 위에 쓴 대로 세번 놀랐습니다. 솔직히 아무리 정교하게 속을 파 본다 해도, 그리고 그 작은 게가 제아무리 속이 꽉 차 있다 해도, 어린애 주먹만한 게 속에서 어른 주먹만큼 게살이 나올리는 없죠. 

중국 사람들은 모두 머리를 들이박고 게살 파는데 열중하고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모두 여기서 뭘 더 먹으라는 거냐는 눈빛이었습니다. 더 없냐는 듯한 무언의 시선을 나누고 있는데, 눈치를 챘는지 재벌님이 한말씀 하십니다.


그: 상해 게는 원래 1인당 한마리만 먹는 거다.
나: 왜?
그: 이 게는 기본적으로 기운이 찬 음식이다. 두마리 먹으면 설사한다.
나: (정말일까...)


그로부터 거의 10년 뒤, 저는 그 말이 거짓말이란 걸 알아차렸습니다.


무더위 속의 상해. '꼭 가봐야 할 집'이라고 추천받은 집은 신광주가라는 집입니다. 남경동로(난징동루) 보행자 거리에서 북쪽으로 지척에 있는(전문용어로는 절강중로와 천진로의 교차점 근처라고 함) 집입니다.

골목도 허름하고, 가게도 그리 으리으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치우고 맛으로 승부하는 집'이라는 소개에 끌렸습니다. 객점은 2층부터. 좀 이른 시간이라 다른 손님은 아무도 없습니다.



약간 허름은 외관에 비해 가격은 오옷!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4가지 요리와 2개의 식사(?)가 나오는 2인용 코스가 940위안. 현재 시세로 약 16만원 정도 됩니다. 기준환율로 그렇다는 것이고, 카드사에 청구되는 금액이나 환전 환율을 생각하면 17만원 이상. 물론 상해 물가가 서울과 거의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다고 하지만, 이 정도 가격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주인은 자꾸 이 코스를 권하는데(물론, 이게 가장 싼 코스입니다. 바로 아래 보듯 더 비싼 코스도 있죠^^), 왠지 이 정도 가격에 나오는 국내 일식당 코스가 생각나는 겁니다. 사실 제가 일식집 코스를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는 쓸데없이 비싼 가격에 너무 음식을 많이 주기 때문이죠. 비싼 재료로 다 먹지도 못할 양의 음식을 내 오고, 그중 상당수는 재활용을 할 것이 뻔한 식당들을 왜 그리 무리하게들 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평생 몇번이나 먹어 보랴 싶어 940위안짜리 코스를 시켰습니다.

1번. 청증해겸(淸蒸蟹鎌). 여기까진 모두 아는 글자^^.



글자 그대로 찐 게 집게발입니다. 아, 이 집 요리의 특징은 먹기 편하게 껍질을 깐 채로 요리한 것들이라는 점입니다. 참고로 상해에서 찐 털게를 드셔 보신 분이라면, 그 껍질 까고 파내는 성의가 얼마나 인내를 요하는 것인지 잘 아실 겁니다.

저 집게발의 수를 봐선 10-15마리 분은 되어 버립니다. 먹을 땐 갯수 셀 생각은 못 했습니다. 나중에 가신 분들, 한번 세 보시기 바랍니다. 맛? 맛은 뭐 굳이 설명할 필요가...



2번. 해류회노순(蟹柳 /火+會/ 蘆筍)

간자로 써 있는 걸 번자로 바꾸기도 쉽지 않군요.^^ 아무튼 해류蟹柳는 게의 다리(얼마나 게 다리가 가늘고 길면 '바다의 버들가지'라고 했을까요), 노순蘆筍은 아스파라가스를 의미하는 듯 합니다. 불 화자와 모일 회자를 붙여 쓴 글자는 '함께 끓일 회'. 조리법을 말합니다. 글자 그대로 '아스파라가스와 함께 끓여 볶은 털게 다리살'입니다.


단물이 줄줄 나오는 게다리살과 아스파라가스의 향, 그리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절로 나옵니다.

참고로 저 사진만 보고 대단히 많은 양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듯 해서 덧붙입니다.


아이패드 아닙니다. 아이폰입니다.^^

네 개의 요리는 모두 같은 그릇에 나옵니다. 애개~ 하실 수도 있는 양이지만 상해 털게의 크기, 그리고 그걸 까는데 드는 공력, 털게의 가격 등을 생각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

3번 요리.

해분청초(蟹紛淸炒)입니다. 속살을 파내면 이렇게 가루 형태가 됩니다. 그 가루를 간장 양념으로 볶은 겁니다. 그걸 이렇게 밥처럼 퍼서 먹을 수 있다니, 감동적입니다.


밥에 비벼 먹거나 빵에 발라 먹어도 맛이 기가막힐 것 같지만 아무튼 그냥 마구 퍼 먹기로 했습니다. 행복합니다.

4번. 해고소은피(蟹膏燒銀皮)


해고라는 것은 게의 내장 혹은 고니, 혹은 몸 속에 버터처럼 축적되는 지방을 말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은피라는 것은 제가 중국 식재료에 어두워 잘 모르겠는데, 영어 설명으로는 transparent bean-curd라고 되어 있더군요. bean-curd는 흔히 두부를 가리킬때 쓰는 이름인데... 이건 두부보다는 청포묵의 맛이 났습니다. 뭐 한국에서도 콩묵을 안 먹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좀 색다르더군요.

베이스는 연한 카레 맛이 났고, 계란이 들어 있었습니다. 네. 태국 음식 푸팟퐁가리의 소스 맛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이건 그냥 퍼먹다가 뒤늦게 찍어서 초기 사진이 없습니다. 그만치 맛이 좋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리만으로 양이 부족할까봐 식사용 음식이 나옵니다. 

1번은 해분반면(蟹紛拌麵). 게살 볶은 양념에 비벼 먹는 국수입니다.




2번은 해분소은둔(蟹紛小銀鈍). 게살로 빚은 미니 만두국. 


물론 사진만으론 크기가 짐작되지 않으시겠지만, 만두 하나가 500원짜리 동전 정도 크기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아무튼 기분좋은 포만감이 밀려옵니다. 다 먹고 난 감상은... 평소에 게를 좋아하셨던 분들이라면 생전에 한번쯤은 꼭 가 봐야 할 식당이란 겁니다. 특히 평소 게살을 좋아하시면서도 까는게 귀찮아 게 먹기를 멀리하셨던 분들, 그냥 받아 먹으면 됩니다.

처음엔 비싼 가격에 깜짝 놀라지만 먹다 보면 점점 더 가격에 납득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분명히 비싸긴 비쌉니다. 하지만 막상 드셔 보신다면, 중국의 인건비가 아니라면 도저히 저 가격에 먹을 수 없는 음식이라는 생각을 하시게 될 겁니다.

P.S. 저렇게 먹고 절대 설사 같은 건 하지 않았습니다. 짠돌이 중국 재벌 같으니. 참고로 신광주가(新光酒家)는 上海市 天津路 512호. 021-6322-3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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